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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넷' 효과 대단하네…넷플릭스, 네이버 손잡았더니 300만명 늘었다

국내 최대 플랫폼 네이버 덕에 글로벌 OTT 넷플릭스가 함박웃음을 지었다. 양사의 콘텐츠 제휴 협업인 ‘네넷’(네이버+넷플릭스) 캠페인이 6개월 만에 효과를 냈다. 핵심 소비 주체인 3040 남성 이용자까지 품는 뜻밖의 성과도 거뒀다.29일 앱 분석 서비스 모바일 인덱스에 따르면, 넷플릭스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네이버와 제휴를 맺기 전인 지난해 6월 말 1096만명에서 올해 3월 말 1409만명으로 313만명 늘었다.네이버는 지난해 11월부터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월 4900원)의 디지털 콘텐츠 혜택 중 하나로 ‘넷플릭스 광고형 스탠다드 요금제’를 제공하고 있다.구본정 넷플릭스 마케팅파트너십 매니저는 지난 28일 서울 종로에서 열린 밋업에서 “콘텐츠의 파급력이 스크린에만 머물지 않고 일상 생활로 표출되는 것을 ‘넷플릭스 이펙트’라 부른다”며 “일상 속 넷플릭스를 가장 잘 담아낼 수 있는 플랫폼이 네이버였다”고 말했다.당연히 네이버도 파트너십의 효과를 봤다.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의 일평균 신규 가입자 수는 기존 대비 약 1.5배 증가했다. 이들의 쇼핑 지출은 30% 이상 늘었는데, 특히 구매력이 높은 30대와 40대가 신규 가입자 중 6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정한나 네이버 멤버십 리더는 “95% 이상의 높은 리텐션(유지)을 나타내는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사용자들은 커머스와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시도해 보는 ‘유저 인게이지먼트’가 굉장히 높다”며 “넷플릭스의 글로벌 콘텐츠 라인업이 더해진다면 사용자에게 새로운 가치와 신선한 재미를 제공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고, 그 기대는 실제 성과로도 이어졌다”고 말했다.또 넷플릭스는 네이버플러스 멤버십과 연합전선을 구축하면서 예상치 못한 니즈를 끌어안았다. 최윤정 넷플릭스 사업개발부문 디렉터는 “콘텐츠를 즐기는 새로운 진입로가 생기자 3040 남성과 좀 더 넓은 지역에서의 유입 흐름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전 세계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넷플릭스가 네이버와 같은 특정 플랫폼과 협업한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과정이 쉽지 않았다. 200일에 걸쳐 수십 번의 협상이 있었다.정한나 리더는 “넷플릭스는 글로벌 서비스라 로그인 단계부터 엄격한 가이드라인을 준수해야 했고 본사까지 설득해 적극적인 기술 지원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현재는 소통만으로 충분히 조율하고 이해하는 단계로 넘어왔다고 덧붙였다. 넷플릭스와의 파트너십 성과는 네이버가 새로운 역할을 어필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나은빈 네이버 마케팅 책임리더는 “이번 넷플릭스와의 협업은 브랜드 단위 마케팅 패키지의 성공 사례”라고 평가했다.양사 캠페인 키워드인 ‘네넷’은 한국 직장인의 정서(네넵) 등과 맞물리며 금세 소비자들의 뇌리에 각인됐다. 다른 파트너사들도 이름을 붙여서 마케팅 활동을 펼치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할 정도다.네이버와 넷플릭스의 파트너십은 단순 검색·커머스와 콘텐츠 혜택의 결합을 넘어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고객 경험을 확장하는 발판이 됐다.‘오징어게임’ 두 번째 시즌 마케팅이 대표적인 예다. 통합 검색과 지도 등 네이버 서비스에 넷플릭스의 콘텐츠를 합쳐 서울과 부산 지하철역에서 드라마 속 캐릭터를 찾는 이색 이벤트로 ‘네넷’ 브랜드를 알렸다.넷플릭스는 네이버와의 파트너십이 반짝 효과를 넘어 중장기적인 성장 동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최윤정 디렉터는 “각자의 방식에 맞춰 콘텐츠를 접하는 방식을 지향한다. 네이버 멤버십 가입자의 DTC(소비자 직접 판매) 전환을 고민하지는 않는다”며 “국가를 대표하는 플랫폼과 파트너십을 맺었다는 게 굉장히 큰 의미”라고 강조했다.이런 의지를 담아 네이버와 넷플릭스는 인기 유튜브 채널 빠더너스(BDNS)와 손잡고 만든 두 번째 캠페인 영상을 공개했다. 나은빈 책임리더는 “넷플릭스와의 시너지를 더 확장할 예정”이라며 “다른 카테고리 브랜드와도 성공 시너지를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정길준 기자 kjkj@edaily.co.kr 2025.04.30 08:00
IT

IT 업계 '딥시크 금지령' 확산…"정보 유출 우려"라지만 속내는

우리 정부와 IT, 금융 업계에 중국 생성형 AI(인공지능) '딥시크' 금지령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저비용 AI'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해 챗GPT의 오픈AI까지 바짝 긴장하게 만들었지만, 아직 정보 유출 우려를 말끔히 씻어내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그런데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최근 급물살을 타고 있는 한국, 미국, 일본의 AI 연합전선 구축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딥시크 차단에 엇갈린 의견6일 한 IT 업계 관계자는 최근 주요 IT 기업들이 사내 딥시크 접속을 차단한 것을 두고 "조치를 취한 곳들이 대부분 오픈AI의 파트너사"라며 "그들이 앞서 발표한 협업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그는 이어 "챗GPT가 돌풍을 일으킬 당시 포괄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했지만 특정 서비스를 콕 집어 다루는 경우는 거의 없지 않았나"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비즈니스 측면에서 그렇다고 확답하기는 어렵다"며 "보안 이슈라 별개로 봐야 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일각에서는 "기업 보안 담당자들은 국가정보원이나 KISA(한국인터넷진흥원)와 긴밀히 소통하는데, 확실히 드러난 보안 취약점이 발견돼 간접적인 지침을 받지 않았겠나"라는 추측도 있었다.딥시크는 지난달 20일 출시 후 미국 빅테크 모델의 10분의 1 가성비로 수준급 답변을 내놓는다는 입소문을 타며 이용자들을 빨아들였다.앱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이 지난 1월 4주 차 국내 생성형 AI 앱 이용자 수를 조사한 결과 딥시크가 121만명을 기록하며 SK텔레콤,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의 서비스를 단숨에 제치고 1위 챗GPT(493만명)를 추격했다.다만 보안 안전성에 '물음표'가 붙자 모바일 데이터 분석 기업 센서타워의 구글 플레이 무료 앱 순위는 지난 3일 1위에서 이날 6위로 크게 떨어졌다. 혜성처럼 등장해 잘나가던 딥시크는 미국을 중심으로 데이터 유출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발목이 잡혔다.미국 텍사스의 경우 주정부가 지급한 기기에 딥시크 설치를 금지하는 명령을 내렸으며, 호주도 정부 시스템 내 딥시크 이용을 전면 차단하기로 했다. 일본은 공무원들에게 딥시크 다운로드를 삼가할 것을 공지했고, 대만은 공공부문 근로자들의 딥시크 사용 금지 조치를 내렸다.한국도 지난 4일을 기해 국방부와 통일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여성가족부, 경찰청 등 주요 부처는 물론 행정안전부(행안부)의 AI 관련 보안 가이드 공문을 받은 17개 지방자치단체의 딥시크 차단 조치가 본격적으로 이뤄졌다.행안부가 발송한 공문에는 생성형 AI에 개인정보 입력을 자제하고, 공직 내부 정보를 AI에 올리는 행동에 유의할 것을 당부하는 내용이 담겼다.현재 딥시크는 개인정보 보호정책에 '이용자로부터 수집한 개인정보는 거주하는 국가 외부에 있는 서버에 저장될 수 있다. 수집한 정보는 중화인민공화국의 안전한 서버에 저장한다'고 명시하고 있다.수집하는 정보는 이름, 이메일, 전화번호, 텍스트·오디오 입력, 채팅 기록 등이다. 딥시크는 사용자의 키보드 입력 패턴까지 수집하는 등 학습 과정에서 과도하게 개인정보를 수집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기업들 "우리 AI 씁시다"딥시크의 보안 안전성에 수상한 기운이 감지되자 기업들도 속속 문을 걸어 잠그고 나섰다.카카오는 임직원들에게 딥시크 이용을 지양할 것을 권고했고, LG유플러스는 딥시크 주소 접근을 차단했다.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각각 자체 개발한 생성형 AI인 '가우스'와 '엑사원'을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네이버와 SK텔레콤은 외부 서버로 회사 데이터가 넘어갈 수 있는 AI의 이용을 막고 있다.KT는 빅데이터·AI 파트너십을 체결한 MS의 '코파일럿'만 접속을 허용하고 있다.카카오 관계자는 "AI 사내 활용 정책에 따라 정보 보안과 윤리 등 AI 안전성에 대한 완전한 검증이 되지 않아 우려되는 지점이 있다는 판단 아래 업무 목적 사용을 지양한다고 공지했다"고 밝혔다. 이번 결단은 우리 정부와 기업들이 오픈AI와 MS 등 빅테크와 손잡고 미국과 혈맹을 본격적으로 맺고 있어, 중국산 AI를 사전에 견제하려는 움직임으로도 해석된다.이번 주 카카오가 AI 에이전트 '카나나'의 연내 론칭을 앞두고, 오픈AI와 공동 서비스 개발을 위한 전략적 협업을 발표했다.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1박2일 내한을 통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을 만나 '한·미·일 AI 삼각 동맹'의 기반을 다졌다.이런 상황에서 카카오 관계자는 "외부의 좋은 모델을 조화롭게 녹이는 AI 오케스트레이션이 핵심 전략이라 중국산 AI 견제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금융권도 딥시크 접속 제한에 동참하는 기류다. 4대 금융사 모두 딥시크 접속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KB금융지주와 KB국민은행은 지난 3일부터 안전성 검증을 이유로 내부 망에서 딥시크 접속을 차단했다. 챗GPT 등 다른 생성형 AI는 사용할 수 있지만, 딥시크의 앱 다운로드나 사이트 접속은 막은 상태다.하나은행과 우리은행 역시 지난 4일부터 각 사내 외부망이나 고객용 PC 등에서 딥시크 접속을 차단했다. 신한은행도 딥시크 접속을 금하고 있다. 신한은행 측은 "내부 망에서 딥시크뿐만 아니라 업무와 관련이 없는 사이트들은 원칙적으로 허용이 되지 않고 있다"며 "신한은행은 딥시크를 차단했다기보다 원래부터 접속이 되지 않았다가 맞다"고 말했다.인터넷은행 중에는 토스뱅크와 케이뱅크가 보안성 검토가 완료될 때까지 딥시크 서비스를 차단하고 있다.정길준 기자 kjkj@edaily.co.kr 2025.02.0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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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MS 전략적 파트너십 전격 발표…AI홈부터 모빌리티까지

LG전자가 글로벌 빅테크 마이크로소프트(MS)와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연합전선을 구축했다.조주완 LG전자 대표는 6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LG 월드 프리미어'에서 MS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전격 발표했다.집, 차량, 상업용 공간 등 다양한 공간에서 LG전자 제품과 MS의 AI(인공지능) 기술을 결합해 공감지능 통합 서비스를 구현할 방침이다.저드슨 알소프 MS 수석 부사장 겸 CCO(최고커머셜책임자)는 "스마트한 제품과 서비스로 고객의 경험을 혁신하며 일상의 변화를 만드는 선두주자인 LG전자와 파트너십을 발표하게 돼 기쁘다"며 "LG전자와 단순한 기술 협업을 넘어 더 나은 삶을 위한 혁신적인 경험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두 회사는 집 안에서부터 차량, 호텔, 사무실 등에 이르는 공간에 활용되는 AI 에이전트 개발 및 고도화에 협력한다.LG전자는 이동형 AI홈 허브(프로젝트명 Q9)가 고객과 보다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MS의 음성 인식 및 음성 합성 기술을 적용해왔다.이를 바탕으로 Q9이 고객의 억양, 발음, 구어체적 표현까지 파악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향후 MS와 함께 고객의 필요와 선호도까지 예측하는 AI 에이전트를 개발할 계획이다.저드슨 알소프 부사장은 AI 데이터센터 분야에서의 양사 협업 계획도 밝혔다. LG전자의 초대형 냉방 기술인 '칠러'와 AI 데이터센터용 솔루션이 데이터센터 핵심 인프라가 될 것으로 봤다. 양사는 MS가 구축하는 차세대 AI 데이터센터에 필수 기술인 열 관리, 칠러 등 역량을 결집해 최적의 솔루션을 만들어 나갈 예정이다.정길준 기자 kjkj@edaily.co.kr 2025.01.07 10:05
IT

LG전자 찾은 저커버그, XR 신사업 연합전선 구축

1세대 SNS(사회관계망서비스) 페이스북으로 단숨에 글로벌 빅테크 반열에 오른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가 한국을 찾아 LG전자와 실감형 콘텐츠·인공지능(AI) 협업 방안을 모색했다.LG전자는 28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메타와 XR(확장현실) 신사업 파트너십 강화를 위한 전략적 논의를 진행했다.마크 저커버그 메타 설립자 겸 CEO(최고경영자)의 아시아 방문에 맞춰 추진한 회의에는 권봉석 LG COO(최고운영책임자)와 조주완 LG전자 CEO, 박형세 LG전자 HE(홈엔터)사업본부장 등이 참석했다.권 LG COO는 메타와 다른 LG 계열사 간의 협력 가능성을 고려해 함께 했다.이날 회의에서 조 CEO는 메타의 MR(혼합현실) 헤드셋 '퀘스트3'와 스마트글라스 '레이밴 메타'를 직접 착용해 봤다. 메타의 LLM(대규모 언어 모델) 기반 AI에도 큰 관심을 보였다.LG전자는 XR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디바이스뿐 아니라 플랫폼과 콘텐츠 역량까지 균형 있게 갖춰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메타와의 협업도 이런 차원에서 기획했다는 설명이다.XR 기기는 모바일 스크린의 한계를 뛰어넘는 몰입감과 직관성을 갖춰 스마트폰을 대체할 수 있는 차세대 퍼스널 디바이스라는 게 LG전자의 평가다.앞서 조 CEO는 "XR 사업의 영역에서 차세대 퍼스널 디바이스 기회를 보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글로벌 시장을 꽉 쥐고 있는 TV 사업과도 시너지 창출이 가능하다.LG전자 관계자는 "메타와의 전략적 협업은 XR 시장 본격 개화에 대비해 미래 가상공간의 영역에서 고객 경험 혁신을 주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정길준 기자 kjkj@edaily.co.kr 2024.02.28 15:44
산업

미중 갈등 속 주목받는 삼성·SK의 ‘슈퍼을'과 반도체 동맹

반도체를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갈등 속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슈퍼을’ ASML과 구축한 연합전선이 관심을 끈다. 반도체 제조 강국인 한국과 반도체 장비 강국인 네덜란드가 차세대 반도체 개발을 위한 다양한 협력 관계를 구축하면서 '반도체 공급망'을 확대했다. 13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네덜란드 벨트호벤의 ASML 본사에서 열린 ‘한·네덜란드 반도체 기업인 간담회’에서 ASML이 삼성전자와 손잡고 1조원을 들여 국내에 첨단 반도체 미세공정 기술을 개발하는 연구 시설을 짓기로 했다. 네덜란드 기업인 ASML은 반도체 업계에서 ‘슈퍼을’로 불린다. 초미세 공정 반도체 제조에 반드시 필요한 극자외선(EUV) 장비를 세계에서 유일하게 생산할 수 있는 기업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ASML로부터 EUV 장비 확보가 차세대 반도체 기술 경쟁의 승부처로 꼽히고 있다.이런 측면에서 ASML과 삼성전자의 공동 투자로 세워지는 ‘차세대 반도체 제조기술 R&D 센터’의 국내 건립은 의미가 크다. 이날 두 기업은 차세대 EUV 기반 초미세 공정을 개발하는 R&D 센터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슈퍼을’ ASML이 반도체 제조 기업과 공동으로 해외에 반도체 제조 공정 개발을 위한 R&D 센터를 세우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조원을 공동 투자한다고 합의를 했으니 5000억원의 투자 유치를 한 셈이다. 앞서 ASML은 2025년까지 총 2400억원을 투자해 경기 화성에 반도체 장비 클러스터인 ‘뉴 캠퍼스’를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뉴 캠퍼스에는 EUV 노광장비 관련 부품 등의 재제조센터와 첨단기술을 전수할 트레이닝 센터, 체험관 등이 들어선다. ASML은 중장기적으로 한국에 제조 시설까지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데 이번 동맹을 계기로 더욱 실현 가능성이 높아졌다. ASML이 국내에 제조 시설까지 구축한다면 EUV 노광장비 확보가 수월해지고 공급 시간도 단축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국은 29%로 대만(38%)에 이어 ASML 장비구입의 최대 고객이기도 하다. 피터 베닝크 ASML 회장은 "한국 시장의 성장 잠재력을 고려해 올해 초 '뉴 캠퍼스' 건설을 시작하는 등 한국과의 반도체 연대가 크게 강화되고 있다"며 "최근 기술 난도 상승으로 개발 비용이 급등한 만큼 정치·경제·인력을 아우르는 국가 간 협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기업인들은 간담회에서 반도체 산업의 미래와 한국과의 협력을 주제로 전략적인 대화를 이어나가기도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세계 무역의 토대를 만들고 증권시장을 처음으로 개장한 네덜란드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혁신의 상징인 ASML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ASML은 SK하이닉스와 'EUV용 수소 가스 재활용 기술 개발 MOU'를 체결했다. 생산 과정에서 전력 소비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수소 자원 친환경 공정을 함께 개발하기로 한 것이다. EUV 노광장비 내부의 수소를 태우지 않고 재활용하면 전력 사용량을 20% 줄여 연간 165억원의 비용이 감축될 것으로 기대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내년부터 SK하이닉스도 ASML과 반도체 연구기관 아이맥(IMEC) 공동의 차세대 EUV 개발사업에 함께 참여해 인공지능(AI) 시대에 대비한 고성능 반도체 개발을 본격화하겠다”고 밝혔다.이날 한국과 네덜란드의 첨단 반도체 아카데미 신설과 관련한 MOU 체결도 눈길을 모았다. 차세대 반도체 개발을 위해 인력 양성 단계부터 긴밀히 협력하기로 한 것이다. 양국은 2024년부터 2028년까지 5년간 약 500명의 반도체 인력을 공동으로 양성할 계획이다. 교육 과정은 한국 측에서는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과 한국반도체운영협회가, 네덜란드 측에서는 에인트호번공대와 ASML 등이 맡아 운영한다. 먼저 내년 2월 한국 교육생 25명, 네덜란드 교육생 25명 등 50명을 선발해 네덜란드 현지에서 1차 아카데미를 여는 방안을 추진하게 됐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본부장은 “한국과 네덜란드 간 연대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강화와 기술 혁신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두용 기자 k2young@edaily.co.kr 2023.12.14 06:58
IT

삼성·SK, '슈퍼을' 네덜란드와 연합전선 구축…이재용·최태원도 '방긋'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장비 분야에서 독보적 입지를 다진 '슈퍼을' 네덜란드와 연합전선을 구축했다. 메모리를 넘어 시스템 반도체 1위를 노리는 한국 반도체 산업에 날개를 달아줄 전망이다.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는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이 12일(현지시간) 네덜란드 국빈 방문을 계기로 네덜란드 벨트호벤에 소재한 ASML을 찾아 '한·네덜란드 첨단 반도체 아카데미' 신설을 위한 MOU(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밝혔다.ASML은 반도체 미세공정을 위한 극자외선 노광장비(EUV)를 생산하는 네덜란드 기업이다.산업부 관계자는 "반도체 초격차는 미세공정 가능 여부가 핵심 요소 중 하나임을 고려할 때, 해당 장비를 유일하게 생산하고 있는 ASML과의 긴밀한 파트너십 구축은 국내 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위한 중요 과제"라고 했다.아카데미가 신설되면 한국의 반도체 관련 학생들과 재직자들이 ASML 본사는 물론 에인트호벤 공대가 제공하는 교육 기회를 얻게 된다. EUV 등 첨단 장비 운영 노하우 및 관련 기술 개발 역량을 키울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이날 함께 열린 '한·네덜란드 반도체 기업인 간담회'에는 우리나라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 회장이, 네덜란드에서는 피터 베닝크 ASML 회장, 벤자민 로 ASM 회장, 안드레아스 페처 자이스 SMT 회장, 루크 반 덴 호브 IMEC 회장 등이 참석했다.ASML은 삼성전자와 함께 약 1조원을 투자해 차세대 EUV 장비를 활용, 초미세 첨단 반도체 공정 기술을 개발하는 연구팹을 우리나라에 건립하는 협약을 체결했다.SK하이닉스와도 EUV를 친환경적으로 도입해 에너지 소모량을 감축할 수 있는 기술을 공동 개발하는 내용의 협약을 맺었다. 안덕근 본부장은 "이번 삼성전자-ASML 간 협력 발표는 치열해지는 반도체 초미세화 경쟁에서 우리나라가 우위를 확보하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또 "SK하이닉스와 ASML이 공동 기술 개발에 성공해 보다 친환경적인 반도체 장비 생태계가 구축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정길준 기자 kjkj@edaily.co.kr 2023.12.13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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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빙·웨이브 합병, 넷플릭스 독주 막을까

벼랑 끝에 선 티빙과 웨이브가 합병하며 최대 토종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가 탄생할 것으로 기대된다. 막대한 자본을 투입해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 압도적 지위를 유지하는 넷플릭스의 아성에 맞설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3일 업계에 따르면 티빙 모회사 CJ ENM과 웨이브 모회사 SK스퀘어는 이르면 이번 주 중 합병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전망이다.이 계약이 현실화하면 국산 플랫폼이 넷플릭스를 단숨에 턱밑까지 추격할 수 있게 된다.앱 분석 솔루션 모바일인덱스의 지난 10월 기준 MAU(월간 활성 이용자 수) 통계를 보면 넷플릭스가 1137만명으로 압도적 1위를 과시했다. 티빙이 510만명으로 나름 선전하고 있으며, 웨이브는 423만명으로 다소 뒤처진 모습이다.지상파 시너지를 앞세웠던 웨이브는 멤버십으로 무장한 쿠팡플레이에 밀리고 오리지널 시리즈 '무빙'으로 대박을 친 디즈니 플러스의 성장을 견제해야 하는 위치에 놓였다.이에 국내 OTT 시장에서 '1강(넷플릭스) 2중(쿠팡플레이·티빙) 2약(웨이브·디즈니 플러스)' 체제가 굳어졌다.계정 공유 차단과 광고형 요금제 도입 등 공격적인 시도로 수익성을 끌어올린 넷플릭스와 달리 티빙과 웨이브는 좀처럼 적자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이용자 입장에서는 지상파(웨이브)나 JTBC·tvN(티빙)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애매한 채널 전략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티빙의 영업손실은 지난 2021년 762억원에서 작년 1192억원으로 확대됐다. 같은 기간 웨이브 역시 558억원에서 1217억원으로 적자 폭이 커졌다. 티빙의 경우 지난해 KT의 OTT 시즌을 흡수했지만 단기적으로 이용자 저변을 넓힌 것 외에는 뚜렷한 변화를 보이지 못했다. 글로벌 콘텐츠 스튜디오 파라마운트와 연합전선도 구축해 콘텐츠 경쟁력을 키웠지만 효과가 미미했다.결국 4년간 티빙을 이끈 양지을 전 대표가 책임을 지고 사임하며 흔들렸지만 올해 6월 최주희 전 트렌비 비즈니스 총괄 대표에 운전대를 맡기며 가까스로 안정을 찾았다.티빙과 웨이브의 MAU를 단순 합산하면 약 900만명에 이를 전망이다. 중복 가입자를 제외하면 수치가 크게 낮아지지만 그래도 쿠팡플레이 등 경쟁 플랫폼과의 격차를 크게 벌릴 수 있다.CJ ENM과 SK스퀘어가 합병 기업의 각각 1대, 2대 주주에 오를 것으로 관측된다.증권가도 두 OTT의 합병이 위기를 돌파하는 카드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이기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양사의 합병은 많은 국내 OTT 구독자들의 지지가 예상된다"며 "높아진 점유율로 인해 가격 인상이 제한될 가능성이 크지만 부차적인 이슈"라고 했다.그러면서도 웨이브의 전환사채 만기와 지분 확보를 위한 CJ ENM의 비용 부담, 공정거래위원회 기업 결합 심사 등을 과제로 꼽았다.또 내년 티빙의 적자 축소가 유력해 합병 비율에 있어 웨이브의 양보가 불가피하다고도 분석했다.정길준 기자 kjkj@edaily.co.kr 2023.12.0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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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에 진심인 LGU+, TV 보는 경험 바꾼다

LG유플러스가 기존 유료방송을 고집하는 대신 과감하게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를 품는 전략을 택했다. IPTV 1위 KT를 흔들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LG유플러스는 자사 IPTV를 OTT 시청에 최적화한 'U+tv 넥스트 2.0'으로 개편했다고 20일 밝혔다.넷플릭스에 맞서 정공법을 택한 경쟁사와 달리 LG유플러스는 일찌감치 넷플릭스, 디스니 플러스 등과 연합전선을 구축하는 방향을 설정했다.과거 독점 계약을 맺어 신규 가입자를 유치했다면, 이제는 IPTV 자체를 대화면으로 OTT를 즐기는 채널로 탈바꿈했다.U+tv 넥스트 2.0은 전용 런처를 지원한다. 실시간 방송을 보면서 OTT 콘텐츠 탐색을 할 수 있다.아이들나라·넷플릭스·디즈니 플러스·쿠팡플레이·유튜브·티빙·라프텔 등 OTT와 고객의 TV 프로필로 개인화한 VOD, 실시간 방송 콘텐츠도 볼 수 있다.홈 화면은 간결한 좌측 메뉴와 중앙 메뉴(나우·영화·TV 다시보기·애니메이션·다큐 컬처)로 구성했다.최신 인기 콘텐츠 중심의 나우관을 비롯해 장르별로 콘텐츠를 모아 놓은 장르관까지 총 5개의 전용관을 VOD와 OTT 구분 없이 살펴볼 수 있다.나우관에서는 매일 핫 트렌드 키워드와 연관 VOD·유튜브 영상을 보여주는 '오늘의 트렌드'로 홈 화면 탐색의 재미를 더했다.LG유플러스는 기존 OTT 통합 콘텐츠 검색 기능을 확장한 'OTT 비교' 기능을 국내 유료방송 사업자 중 처음 선보였다. VOD 가격과 해당 VOD를 볼 수 있는 IPTV 월정액 상품, 다른 OTT의 구독료를 비교해 준다.고객의 OTT 구독 여부도 표출해 콘텐츠를 중복으로 구매할 필요가 없다.2018년 넷플릭스와의 독점 제휴로 재미를 봤던 U+tv는 최근 주춤한 모습이다. 올해 2분기 IPTV 가입자가 전년 동기 대비 0.1% 감소했다. 1년 사이 14만명 이상 늘어난 KT와 상반된 모습이다.이건영 LG유플러스 홈미디어트라이브장은 "새로워진 U+tv 넥스트 2.0은 VOD와 OTT 데이터를 통합해 시청 경험 혁신과 콘텐츠 탐색의 다양성을 강화한 놀이 플랫폼으로 진화했다"며 "고객 중심의 시청 경험 혁신을 지속하고 실시간 빅데이터·인공지능(AI)·OTT 분야 핵심 파트너들과의 제휴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정길준 기자 kjkj@edaily.co.kr 2023.08.20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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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IS리포트] 토종 OTT 낭떠러지 코앞…일찌감치 손 턴 KT만 웃었다

'넷플릭스 대항마'를 자처하며 호기롭게 돛을 올렸던 토종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가 위태로운 항해를 하고 있다. 글로벌 1위 사업자와의 격차는 좁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데 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OTT 격전지였던 이동통신 시장에도 최근 심상치 않은 변화의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적과의 동침을 시도하거나 플랫폼 인수를 급작스럽게 철회하는 등 당사자들은 확답을 피하는 이슈가 쏟아지며 불확실성만 커지고 있다. 일찌감치 플랫폼을 포기하고 콘텐츠에 승부를 건 KT만 웃고 있다.적자 수렁 빠진 토종 OTT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표 OTT인 웨이브와 티빙은 나란히 연간 1000억원대의 적자를 안았다.웨이브를 운영하는 콘텐츠웨이브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1217억원으로 전년의 558억원보다 2배 이상 뛰었다.매출은 2735억원으로 19% 증가했지만, 영업비용의 절반을 차지하는 콘텐츠 원가(제작·수급 비용)가 45% 늘어난 2111억원에 달했다. 콘텐츠에 돈을 쏟은 만큼 구독자가 늘지 않은 셈이다.티빙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적자 폭이 2021년 762억원에서 2022년 1192억원으로 커졌다. 콘텐츠 원가도 707억원에서 1169억원으로 올랐다.이처럼 양대 OTT가 흔들리기 시작하자 조만간 연합전선을 구축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SK텔레콤에서 출발해 SK스퀘어의 계열사가 된 콘텐츠웨이브는 다른 국산 OTT에 적극적으로 애정 공세를 펼치고 있다.2020년 8월 당시 부사장이었던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는 CJ ENM과 JTBC가 합작한 티빙의 출범이 임박하자 공개 석상에서 "웨이브와 티빙이 합병하면 넷플릭스를 이길 수 있다"고 말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신임 대표를 막 선임해 새로운 시작을 준비 중이던 티빙은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다.발언 수위를 낮췄지만 웨이브는 바람을 접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박정호 SK스퀘어 부회장은 지난 3월 기자간담회에서 독점 콘텐츠에 따라 고객이 웨이브와 티빙을 왔다 갔다 해야 하는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합종연횡의 필요성을 역설했다.현재로서는 지상파 3사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 웨이브의 몇 안 되는 강점이다. 한류 드라마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을 등에 업은 티빙의 오리지널 콘텐츠 경쟁력이 당장 절실하다.콘텐츠웨이브는 내년에 만기가 도래하는 20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도 고민이다. CB는 향후 주식으로 바꿔 차익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증시 침체로 상장이 불투명해지면서 이자를 얹어 투자자들에게 돌려줘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단순히 함께 힘든 처지에 놓였다고 해서 두 OTT가 힘을 합칠 가능성은 낮다는 목소리도 나온다.업계 관계자는 "(웨이브와 티빙을 운영하는 회사의) 사업 구조가 많이 다른 상황에서 2~3년간 각자의 콘텐츠에 투자하면서 플랫폼을 키워왔는데 그냥 흡수·합병하라는 이야기가 현실성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콘텐츠도 옮겨야 할 텐데 제작사와의 복잡한 거래 관계를 따져보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이미 티빙은 SK텔레콤의 경쟁사인 KT와 손을 잡은 상태다. CJ ENM은 KT의 콘텐츠·미디어 사업을 이끄는 KT스튜디오지니에 작년 1000억원을 투자해 2대 주주로 올라섰다.같은 해 티빙은 KT의 OTT 시즌을 품었다. 시즌의 MAU(월간활성이용자수)는 125만명으로 자신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지만 더 큰 그림을 봤다.KT스튜디오지니·지니뮤직·밀리의서재·ENA·스토리위즈 등 원천 IP(지식재산권) 발굴부터 콘텐츠 제작, 유통을 아우르는 KT의 콘텐츠 밸류체인와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판단이 선 것이다.SK스퀘어와 티빙 측 모두 협업 추진 여부를 묻자 일단 고개를 저었다.OTT 신경전에서 한 발 물러서 있었던 LG유플러스도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기 위해 지난해 하반기부터 진행한 협상을 거쳐 왓챠 인수를 목전에 뒀지만 돌연 번복한 것으로 전해졌다.2011년 설립한 왓챠는 영화 추천 서비스를 거쳐 2016년 평점 데이터를 기반으로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는 OTT로 거듭났다.대형 플랫폼에 맞선 무기는 개인 맞춤형 고품질 콘텐츠다. 획일화하지 않고 다양한 취향을 반영해 새로운 발견을 뒷받침했다. '체르노빌' '킬링 이브' 등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작품성을 인정받은 콘텐츠로 이탈률이 낮은 마니아층을 공략했다.하지만 2019년 5G 상용화와 함께 영상 스트리밍을 새로운 먹거리로 꼽은 대기업들이 OTT 시장에 잇달아 출사표를 던지자 규모의 경제에 밀리기 시작하면서 2021년 3000억원대였던 기업 가치가 200억~300억원대로 쪼그라들었다.왓챠도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연간 영업손실은 2021년 248억원에서 2022년 555억원으로 불었다. 같은 기간 자본총계도 346억원에서 600억원으로 늘었다. 자본 잠식이 심화했다.왓챠 인수와 관련해 LG유플러스 관계자는 "현재 인수를 검토하지 않는 상태"라며 선을 그었다. 왓챠 관계자도 "확인된 바 없다"고 했다.당분간 왓챠는 일본 드라마처럼 다른 OTT에서는 만나볼 수 없는 콘텐츠로 충성도 높은 고객들을 꾸준히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10만여 편의 작품과 6억5000만개의 별점 평가 데이터로 추천 엔진을 지속해서 고도화한다. 더 멀리 달아나는 넷플릭스이렇듯 토종 OTT들이 생존을 고민하는 사이 글로벌 최대 사업자인 넷플릭스는 왕좌를 굳건히 지켰다.앱 통계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의 통계를 보면 올해 1월 넷플릭스 이용자는 1257만명으로 티빙(515만명)과 웨이브(401만명)를 합친 것보다 많다.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지난해 1~9월 유료 OTT 점유율도 넷플릭스가 38.22%로 티빙(시즌 포함, 18.05%)와 웨이브(14.37%)를 가뿐히 넘어섰다.넷플릭스는 안주하지 않고 투자 열기를 이어간다.지난 4월에는 윤석열 대통령과 미국에서 만나 향후 4년간 K콘텐츠에 약 3조3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연간 8000억원 이상으로, 국내 전체 PP(방송채널사용사업자)의 절반 규모다.우리나라 콘텐츠 제작사 입장에서는 반가운 일이지만, 토종 OTT는 입이 바짝 마를 수밖에 없다. 콘텐츠 경쟁력의 차이가 더 벌어지기 때문이다.이를 두고 한국이 글로벌 콘텐츠 생태계에서 맡을 수 있는 역할이 제작에 국한될 수 있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윤덕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투자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막을 수도 없다"며 "K콘텐츠 산업의 전략과 방향성을 논의하기 위해 넷플릭스의 투자를 철저하게 분석해야 한다"고 했다.넷플릭스의 숨은 의도까지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 사업자, 수익성만 바라는 '공허한 외침'국내 기업들의 소극적인 투자 전략이 패착으로 이어졌다는 지적도 있다. 리스크는 감수하지 않으면서 수익성은 보장해달라는 공허한 외침만 울려 퍼지고 있다는 분석이다.김용희 동국대 영상대학원 교수는 "넷플릭스가 사정을 봐주면서 투자를 하는 것도 아니고, 매년 8000억원을 지원하겠다는 결정이 과연 쉽게 나왔겠느냐"라며 "이동통신사 차원에서는 망 유지·보수 비용 정도밖에 안 되는 숫자"라고 말했다.이어 "해외 진출을 구호로 외치지만 국내 제작·유통으로만 승부를 보려는 전형적인 방송사 마인드도 문제"라고 덧붙였다.토종 OTT 통합은 정답이 될 수 없으며, 오히려 중복 가입 시장을 키워야 한다는 주장도 펼쳤다.김 교수는 "중복 가입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합쳤다고 해서 구독료 1만원을 3만원으로 단숨에 올릴 수 있겠나"라며 "토종 OTT가 한 곳만 남으면 투자 의지가 약해져 되레 콘텐츠가 넷플릭스에 집중될 수 있다"고 말했다.결국 과감하게 플랫폼(시즌)을 포기하고 오리지널 콘텐츠에 올인한 KT만 웃는 분위기다.KT는 시즌 론칭 3년 만에 티빙과의 합병을 공식화했다. 올레tv(현 지니TV)의 모바일 버전으로 나와 실시간 방송과 아이돌, 미드폼(30분 안팎 영상)에 집중했지만 점유율이 5%에도 닿지 못하자 재빨리 티빙에 넘겼다.대신 그룹사 역량을 총동원해 종합 콘텐츠·미디어 사업자 도약을 선언했다. 뜻밖의 도전이 업계의 의구심을 샀지만 넷플릭스 TV 프로그램 부문 20개국 1위를 달성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효과로 KT스튜디오지니는 출범 2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올 하반기에도 기대작들이 연이어 출격한다.장르 스펙트럼을 확장해 선보인 스릴러 '행복배틀'은 첫 방송을 내보낸 지난달 31일에는 호응이 없는 듯하다가 이달 1일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 집계에서 케이블 채널 시청자 수 8위(수도권, 11만5000명)에 오르며 나쁘지 않은 시작을 보였다. 티빙 인기 순위 5위 안에도 안착했다.오는 19일에는 '더 글로리' 신드롬의 주역 배우 임지연과 김태희가 호흡을 맞춘 스릴러 '마당이 있는 집'을 선보일 예정이다.정길준 기자 kjkj@edaily.co.kr 2023.06.0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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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인터뷰] 이성엽 AI윤리법제포럼 회장, "선·악 없는 AI, 인간 창의력 넘볼 수도"

"때론 걸음마를 떼기 전에 뛰어야 할 때가 있는 거야."영화 '아이언맨'의 주인공이 첫 비행의 실패를 걱정하는 인공지능(AI) 비서 '자비스'를 안심시킬 때 한 말이다. 감정이 없을 것 같은 AI가 인간과 친구처럼 소통하는 미래를 꿈꾸게 만든 명장면이다.이 영화가 개봉한 뒤 15년이 지나서야 '챗GPT'의 등장으로 진정한 AI 시대의 막이 올랐다. 예상보다 오래 걸린 데 반해 확산 속도는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빨라 저작권 침해와 윤리 이슈 등 부작용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이에 지난 8일 이성엽 AI윤리법제포럼 회장을 만나 AI가 우리 사회에 안착할 수 있는 해법을 물어봤다. 그는 지금의 AI가 향후 인간 고유의 영역까지 넘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챗GPT 일상화, 대학 과제까지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인 이성엽 회장은 챗GPT가 퍼진 캠퍼스를 보면 격세지감을 느낀다. 도서관을 정신없이 뒤지던 과거와 달리 학생들이 챗GPT로부터 얻은 답변을 속속 보고서에 인용하고 있어서다. 홈페이지에 들어가 간단한 정보만 입력해 가입하면, 친구와 채팅하듯 챗GPT에게 궁금한 것을 물어볼 수 있다.이 회장은 "실제 저작권자가 누구인지도 모르는데, 챗GPT가 검색해 조합한 내용을 무단으로 인용하는 것은 표절에 해당할 수 있다"며 "각주에 질문한 내용과 접속 일시 등 정보를 표시하도록 하고, 팩트체크가 필요한 부분은 기사로 보완하도록 교육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챗GPT를 학업에 활용하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고려대는 국내 대학 최초로 생성형 AI 가이드라인까지 제정했다. 변화의 흐름에 맞춰 챗GPT와 가까워질 것을 권고하면서도 수업 성격에 따라 교수가 허용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이 회장도 생성형 AI의 필요성에는 적극 공감하고 있다.오픈AI의 챗GPT는 출시 2개월 만에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 1억명을 달성하며 파란을 일으켰다.이에 우리나라에서는 네이버와 카카오 등 플랫폼을 비롯해 이동통신 3사까지 추격의 고삐를 바짝 당겼다. 절대 놓치면 안 되는 미래 먹거리라는 점은 분명하다.심지어 주도권을 잡은 오픈AI는 이달 중순 한층 더 진화한 '챗GPT 플러스'를 내놓으며 격차를 벌렸다. 처리할 수 있는 단어는 챗GPT보다 8배가량 늘었고, 미국 변호사 시험에서 상위 10%에 해당하는 점수를 따내는 압도적인 성능을 과시했다.이 회장은 "자연어 생성 모델로 주어진 텍스트의 다음 단어를 예측하며 사람이 쓴 것과 같은 의미 있는 문장을 생성한다는 점이 큰 충격"이라며 "기존에는 검색 결과를 정리한 후 지식화하는 것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지식을 직접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 놀랍다"고 말했다. 저작권·데이터 안전 부작용 살펴봐야하지만 국내 데이터·AI 분야에서 다양한 정책을 제안하며 시야를 넓혀온 그가 보기에 생성형 AI의 이면에는 풀어야 할 과제가 무수히 쌓여있다.저작권 문제가 대표적이다. 미국 최대 이미지 플랫폼 게티이미지는 자사 소유 이미지를 무단으로 학습시켰다고 주장하며 이미지 생성 AI 개발사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나마 이미지는 도용 여부를 금방 입증할 수 있지만 텍스트는 다르다. 이 회장은 "AI가 대규모 데이터를 학습하다 저작권이 설정된 자료를 사용할 수도 있다"며 "원칙적으로는 저작권 침해가 될 수 있지만 너무 엄격한 법적 잣대를 대면 생성형 AI 개발 자체가 불가능하게 된다"고 말했다.또 "우리나라는 저작권법에 AI 학습을 위한 저작물 복제·전송 규정을 넣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며 "AI가 사람의 1차원적인 도구가 아닌 창작적 기여를 하면 저작권 주체성을 인정할 수 있을지 고려할 수 있지만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했다.저작권자의 정당한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생성형 AI 운영으로 발생한 이익을 배분하는 방법도 고민해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AI가 단순노동을 넘어 창작이 가능한 수준으로 발전하면 인간의 삶이 윤택해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지만 본질적인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조심스럽게 내놨다.이 회장은 "간단한 정신노동이 챗GPT로 대체될 수 있다. 초반에는 사람이 검증·보완하는 절차를 거치겠지만 업무 효율성이 높아질 것"이라면서도 "인간의 창의성과 학습 능력이 저하될 가능성이 있고 신기술을 습득하는 환경에 따라 교육 격차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저작권과 별개로 개인정보 보호 이슈에도 대비해야 한다.AI가 대량의 데이터를 학습하는 과정에서 개인정보가 포함될 수 있다. 답변에 이것이 노출되면 개인정보 침해 사고로 이어진다.다만 이성엽 회장은 "AI가 타깃 마케팅이나 식별을 목적으로 쓰는 게 아니라면 개인정보 보호 위험에 대한 책임을 면제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양면성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옳은 AI는 설명 가능한 AI"다행히 AI 윤리 수준은 여성·장애인 비하 발언 등으로 시끄러웠던 챗봇 '이루다'의 사례 등을 거치며 성숙 단계에 진입했다는 평가다.이 회장은 "AI 기술 자체는 선과 악을 내포하고 있지 않다. 옳은 AI는 공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설명 가능한 AI"라며 "작동 규칙인 알고리즘을 만드는 것도 결국 사람"이라고 했다.이어 그는 "AI가 객관적이며 중립적일 것이라는 믿음은 허상"이라며 "법·윤리·공공성과 같은 사회적으로 합의된 가치 안에서 다양한 AI가 경쟁하게 될 텐데, 충분한 정보에 기반을 두고 비판적으로 평가·선택할 수 있는 소비자의 역량이 중요하다"고 말했다.AI 개발자는 물론 제조자와 운용자, 이용자 모두 AI를 인간에게 유용하게 활용하려는 윤리의식을 가져야 한다고도 덧붙였다.이렇듯 가능성만큼이나 셀 수 없는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생성형 AI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 출범한 것이 AI윤리법제포럼이다. 추상적인 논의가 아닌 현실적인 보호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목표다.이 회장은 "정부에는 AI를 비롯한 디지털 전환 담당 대통령실 비서관도 없는 상황"이라며 "대통령이 의장이 되는 위원회처럼 강력한 실행력을 담보한 컨트롤타워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민관 파트너십으로 추격 발판글로벌 빅테크를 추격하는 입장에 놓인 국내 기업들은 연합전선을 구축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분석이다.이 회장은 "세계 최고의 메모리 반도체 경쟁력을 토대로 AI 반도체 기술을 선점하고, 고성능·저전력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를 고도화하는 것이 우리가 앞서갈 수 있는 선택"이라며 "자본·기술·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기업 간 파트너십이 부족한 것은 아쉽다"고 했다. 정부·기업·학계가 모인 원팀을 하루빨리 구성해야 한다는 주문이다.마지막으로 이 회장은 "구글이 전 세계 검색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이 자국 검색 플랫폼을 가지고 있으면서 해외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것처럼, AI 분야에서도 독자적인 생태계가 구축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정길준 기자 kjkj@edaily.co.kr 2023.03.3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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