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전장 이어 로봇 승부수...LG '20년 노하우', 삼성 '걸음마' 수준
LG와 삼성이 자동차 산업의 성장으로 ‘전장’ 분야에서의 승부수가 마침내 결실을 맺고 있다. 이제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또 하나의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로봇 분야에서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미국의 유망한 로봇기업을 인수하면서 경쟁에 불을 붙이고 있다. 구광모·이재용 ‘전장’ 성과구광모 회장은 지난 2018년 총수 취임과 함께 오스트리아 차량용 조명기업 ZKW의 인수를 마무리했다. 1조4400억원을 들이며 전장 사업에 힘을 줬다. 2020년에는 캐나다 자동차 부품기업 마그나와 합작법인을 세우는 등 미래 먹거리 사업에 공을 들였다. 약 2조원을 투자했지만 전장 사업은 ‘아픈 손가락’으로 취급 받았다. 그러다 LG전자의 전장 사업을 담당하는 VS사업본부는 지난해 출범 10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 8조6496억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LG전자의 전체 매출액 비중도 10%를 넘어서며 구광모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올해부터는 성장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매출액 2조3865억원에 영업이익 540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1분기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이재용 회장의 마지막 대형 인수합병(M&A)도 바로 전장 사업을 하는 자회사 하만이다. 2017년 당시 삼성전자는 80억 달러(9조4000억원)를 들여 하만을 인수하며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하만은 인수 첫 해에 실적이 떨어지는 등 ‘보릿고개’ 길을 걸었다. 부진이 이어지다 2021년에 영업이익 5991억원을 찍으며 차츰 회복되고 있다. 이어 올해 1분기 매출 3조1700억원, 영업이익 1300억원을 기록하며 호실적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30% 늘어나는 등 1분기 최대 실적을 썼다.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시대를 맞아 전장 사업의 성장이 기대됐지만 2~3년 동안 코로나와 차량용 반도체 수급의 영향으로 어려움이 있었다”며 “하지만 반도체 수급 이슈가 서서히 풀리면서 LG와 삼성의 전장 사업 인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제 로봇 경쟁…두각 LG, 늦은 삼성 3일 업계에 따르면 LG와 삼성, 현대차 등이 로봇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며 주도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전장 사업의 경쟁이 로봇 분야로 옮겨가고 있는 모양새다.
로봇청소기 때부터 관련 노하우를 20년 간 축적한 LG전자가 대기업 중에서는 가장 앞서가는 형국이다. LG전자는 구 회장이 취임 시점부터 로봇을 미래 먹거리의 한 축으로 삼고, 지난 5년 간 적극적인 투자를 이어나가고 있다. 우선 웨어러블 로봇 스타트업 SG로보틱스를 시작으로 인공지능 스타트업 아크릴, 산업용 로봇 제조업체 로보티즈, 미국 개발업체 보사노바로보틱스 등에 지분을 투자했다. 2018년 30% 이상의 로보스타 지분을 인수하며 경영권을 확보하기도 했다. LG전자는 로봇사업센터를 2020년 비즈니스솔루션(BS) 사업본부의 로봇사업담당으로 이관해 로봇사업을 가속화하고 있다. 최근 3세대 서빙 로봇인 LG 클로이 서브봇 신제품도 내놓았다. LG전자 관계자는 “2003년 국내 기업 최초로 로봇청소기를 출시한 이후 자율주행, 센서, AI, 카메라 등 로봇 기반의 핵심기술 역량을 쌓아왔고, 로봇 솔루션 노하우를 다양한 분야에 접목하고 있어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대기업 중 로봇 관련 상업화가 가장 늦게 진행되고 있다. 이제 걸음마 단계에 와있고, 서비스 로봇 분야에서는 명함도 내밀지 못하고 있다. 뒤늦게 미래 동력 확보를 위해 로봇개발 업체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지분 14.99%를 확보한 상황이다. 자율주행 로봇업체인 뉴빌리티에 30억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로봇사업팀은 올해 웨어러블 보행 보조 로봇 엑스원(EX1)의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며 “EX1을 중심으로 시니어 케어와 운동 보조기구 등 여러 로봇 사업을 제시하겠다”고 설명했다. 2021년 국제로봇연맹의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로봇 시장 규모는 2020년 240억 달러에서 2025년 540억 달러(72조원)까지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현대차 역시 지난 2021년 로봇개 '스폿'으로 알려진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에 1조원을 쏟아부으며 지분 80%를 확보했다. 여기에는 정의선 회장의 개인 지분 20%도 포함됐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인수 당시 기업가치는 11억 달러(약 1조4000억원)였고, 미국 시장에서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김두용 기자 k2young@edaily.co.kr
2023.05.04 0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