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팀에 민폐만 되지 말자" 은퇴 위기에서 가을야구까지, '불혹' 송은범의 투혼은 계속된다 [PO]
"팀에 민폐만 되지 말자."삼성 라이온즈 베테랑 투수 송은범(40)이 2020년 이후 4년 만에 가을야구 무대를 밟았다. 은퇴 위기까지 몰렸던 그는 올해 7월 삼성에 새 둥지를 틀며 극적으로 선수 생명을 연장하더니, 10월엔 플레이오프(PO) 엔트리까지 승선하는 기쁨을 맛봤다. 하지만 송은범은 환하게 웃지 않았다. "정규시즌에 삼성과 계약하면서 팀에 폐를 끼치지 않기만 바랐다"는 그는 "PO를 앞두고도 같은 마음이다"라며 기쁨의 감정을 즐기기보단 적당한 긴장을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의외였지만 당연한 승선이었다. 2023시즌 직후 LG 트윈스에서 방출당한 송은범은 5월 중반부터 약 두 달간 삼성에서 입단 테스트를 받고 다시 프로 유니폼을 입었다. 8월 31일 1군 무대에 복귀한 송은범은 9경기 2홀드 평균자책점 1.08이라는 좋은 활약을 펼쳤다. 피홈런은 '0'. 홈런 친화구장인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를 홈 구장으로 쓰는 삼성으로선 땅볼 유도 투수인 송은범의 활용도를 높게 평가해 그를 PO 엔트리에 승선시켰다.
송은범은 "투심 패스트볼을 던지는 나는 안타를 맞아도 땅볼만 내줘야 한다. 땅볼을 유도하면서 우리 야수들을 믿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PO 상대) LG 트윈스는 최근 몇 년 동안 가장 탄탄한 전력을 유지하는 팀이다. LG에서 오래 뛰면서 나를 잘 아는 타자들도 많을 것이다. 일단 나는 최선을 다해 던질 것이다"라며 각오를 다졌다. 송은범은 포스트시즌에서 잔뼈가 굵은 선수다. 2000년대 초반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에서 뛰며 가을야구 경험을 쌓은 그는 2018년 한화 이글스, 2019~2020년 LG에서 가을 무대를 누볐다. 23경기에 등판해 4승 3패 1세이브 2홀드 평균자책점 1.90의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삼성의 젊은 선수들에게 가을 경험을 전수하고자 한다. 그는 "단기전에선 절대 긴장을 풀어선 안 된다. 집중력을 잃지 말자고 후배들에게 강조했다"고 말했다. 송은범은 김사함과 미안한 감정을 담아 이번 PS에서 반드시 잘 던져야 한다고 다짐했다. 그는 "나는 한 달 동안 1군에서 던졌다. 삼성이 정규시즌 2위에 오르는 데 공헌한 선수들이 있는데 몇 명이 엔트리에 들지 못해 미안하다"며 "기회를 준 박진만 감독님 등 코치진께 보담하고, 다른 선수들에게 미안해지지 않으려면 정말 잘 던져야 한다"고 입술을 앙다물었다.
각오를 다지고 오른 마운드, 송은범은 13일 1차전에서 7회 팀의 두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예고대로 LG 타자를 상대로 땅볼을 잘 유도했지만 투수 강습타구를 맞고 말았다. 글러브까지 내팽겨치고 달려가 1루로 공을 던지려 했으나 실패했다. 손에 공을 맞는 바람에 곧바로 교체됐지만 다행히 큰 부상은 피했다. 삼성 구단 관계자는 "왼손에 저림 현상이 조금 남아 있어 선수 보호차 교체됐다. 따로 병원 진료는 없다"고 전했다. 대구=윤승재 기자
2024.10.14 0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