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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어디] 속초·양양·강릉, 동해안 훑어보는 언택트 여행
요즘 여행은 ‘언택트(비대면)’로 통한다. 최대한 사람과 만나는 일은 줄이고 경치와 바깥 공기를 들이마시며, 집콕의 나날들을 보상받는 시간이다. 대표적인 언택트 여행지로 탁 트인 바다가 맞아주는 강원도 동해안이 꼽힌다. SNS 속 핫한 장소에서 벗어나 짙은 푸른색의 바다와 파도를 즐기고, 가보지 못했던 야외 관광지를 찾아보는 건 어떨까. 사람들과 대면하지 않고 가볼 만한 동해안의 이곳저곳을 추천한다. 탁 트인 ‘동해’ 어디가 좋을까 “요즘 동해안 해수욕장 중 어디가 핫해?”라고 물으면 젊은이들은 단번에 “당연히 서피비치”라고 이야기할지도 모른다. 양양군 하조대 부근에 위치한 ‘서피비치’는 마치 하와이의 와이키키해변을 떠올리게 하는 이국적인 풍경으로 뜨거워진 곳이다. 동해안의 높은 파도에 몸을 맡기곤 서프보드 위에서 춤을 추는 구릿빛 피부의 서퍼들이 모이는 곳이지만, 서핑을 꼭 즐기지 않아도 괜찮다. 하지만 서핑 전용 해변이므로 튜브 사용은 금지이고, 서프보드가 있어야 물에 들어갈 수 있다. 1㎞의 긴 모래사장 위에 방갈로·오두막·해먹 등이 설치돼 있다. 굳이 서핑을 즐기지 않더라도 이국적인 풍경을 누리며 노닐기에 좋고, 수시로 진행되는 강습을 통해 초심자도 서핑을 배워볼 수 있다. 저년 8시 이후에는 미성년자는 입장이 불가능해지는데, 오롯이 성인들을 위한 파티가 열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가 떠 있는 낮에는 아이는 물론 반려견과의 동반도 가능하니, 음료 한 잔과 함께 서피비치를 즐겨봐도 좋겠다. 서피비치 같은 요즘 뜨거운 해수욕장도 있지만, 피서지로 수십년간 역할을 해 온 터줏대감 격의 ‘속초해수욕장’도 가볼 만하다. 이곳은 속초 고속버스터미널에 인접해 있고 이미 가족 피서지로 정평이 나 있어 편하게 여행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최근 속초해수욕장 초입에 ‘#속초여행’이라고 적힌 간판을 두고, 백사장 중간에는 속초의 자음인 ‘ㅅㅊ’ 입간판을 큼직하게 배치해 SNS에 인증샷을 찍을 수 있도록 하며 발길을 붙잡고 있다. 지난 1일은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 전국 확대로 해수욕장 문은 이미 닫힌 후였지만, 관광객들은 높은 파도가 일렁이는 해수욕장의 모습 그대로를 눈에 담으며 사진을 남기고 있었다. 특히 이날의 속초해수욕장은 태풍 ‘마이삭’으로 몰아친 높은 파도가 백사장을 덮치며 바닷물이 한차례 휩쓸고 간 엉망진창의 모습이었다. 태풍의 여파로 여전히 백사장 깊숙이 들어오는 바닷물에 바지 밑단을 접어 올리고 모래 위를 걸어야 했지만, 언제 파도가 신발을 적실지 모른다는 ‘스릴’을 만끽하며 걷는 것도 동해 여행의 묘미였다. 사람 많은 ‘핫플’ 말고, '고전' 관광지로 강릉은 5000원권과 5만원에 새겨진 율곡 이이와 신사임당이 태어난 도시였다. 학창시절 교과서에서 수없이 보고 들었던 오죽헌, 율곡 이이, 신사임당이었지만 실제로 그 모습을 볼 기회는 쉽사리 오는 것이 아니었나 보다. 태풍이 지나간 뒤 맑고 높은 하늘이 반기던 날, 강릉시 죽헌동의 오죽헌을 찾았다. 마침 이날은 강릉 시민의 날(9월 1일)을 기념해 무료 개방 중이지만, 강화된 방역대책으로 실내 전시관은 모두 문을 닫은 상태였다. 오죽헌은 ‘세계 최초 모자 화폐 인물 탄생지’로, 한 지역 내 두 인물이 화폐 인물에 선정된 일도 모자가 나란히 한 나라의 화폐 인물로 선정된 일도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가치 있는 곳이다. 이에 지난해 말 강릉시에서는 이를 관광자원으로 활성화하기 위해 ‘화폐 포토존’을 오죽헌 입구 앞에 설치했다. 오죽헌 정문 앞에 바로 5000원권 지폐와 5만원권 지폐가 위아래로 있는데, 엽전 모양 가운데 이를 설치해 우리나라 화폐가 세계의 중심 화폐가 되기를 기원하는 의미를 담았단다. 오죽헌에 도달하기까지 널찍한 산책길을 걷다 보면 검은 대나무가 차가워진 가을바람에 몸을 흔드는 소리가 들려온다. 율곡 이이의 동상을 지나 드넓은 광장이 나타나면 왼편에 오죽헌으로 오르는 계단이 보인다. 신사임당과 율곡 이이가 태어난 집이며 조선 중종 때 건축된 곳으로, 한국 주택건축 중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에 속한다. 건물에는 율곡이 적은 ‘격몽요결’ 속 글귀들이 전시돼 있고, 미디어에서 수없이 봐 왔던 신사임당 영정과 ‘어제각’에서는 율곡의 격몽요결을 직접 만날 수도 있다. 오죽헌 한 바퀴를 둘러보고 나니, 그 주위를 감싸고 있는 검은 대나무 숲이 눈에 들어온다. 오죽헌 뒤편으로 대나무숲 길을 걸을 수도 있는데, 그 거리가 그리 길지 않으니 피톤치드 향을 맡으며 한 바퀴 걸어 보는 것도 좋겠다. 한껏 바다를 눈에 담아 산 공기를 들이마시고 싶다면, 동해안에서 조금 떨어진 곳이지만 대관령의 목장에 가보는 코스가 딱이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들러 눈과 머리가 맑아지는 ‘초록’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대관령에는 3대 목장으로 꼽히는 곳이 있는데, ‘양떼목장’과 ‘삼양목장’, ‘하늘목장’이다. 이날은 태풍이 지나간 탓에 하늘목장만이 일부 구역만 개방하고 있었다. 하늘목장 관계자는 “태풍 복구 작업으로 양 먹이 주기 체험만 할 수 있다”고 했다. 하늘목장에 들어서자마자 마지막 여름을 뽐내듯 초록 들판이 눈과 마음을 사로잡았다. 흰 울타리 안으로 모여 있는 양들에게 아이들은 너도나도 먹이 주기 체험을 하고 있었다. 어린 양과 염소는 사람들이 다니는 길에 풀어져 있기도 했고, 양 외에 토끼와 오리 등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물들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곳도 있었다. 원래는 트랙터 마차를 타고 목장 곳곳을 누빌 수 있는데, 필수 코스만 다녀와도 족히 2시간이 걸린단다. 걷고자 하면 하늘목장 입구부터 대관령 최고봉 선자령까지 이어지는 목장길, 숲길을 트레킹으로 둘러보는 4시간 30분의 코스도 있다. 하늘목장에서는 이런 코스를 4가지로 나뉘어 준비하고 있는데, 하늘목장이 체험목장 중 가장 규모가 큰 만큼 미리 코스를 정하고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권지예 기자 kwon.jiye@joongang.co.kr
2020.09.16 0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