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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임 스틸 히어’ 국가가 가해자인 나라에서 [정시우 SEEN]

한 여인이 아이들과 언론사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기자가 말한다. “웃지 마세요.” 여인은 사진 기자의 의도를 간파한다. “슬픈 걸 원하는군요?” 사진 기자가 편집장 요청이었노라며 다시금 슬픈 표정을 요구하지만, 여인은 응하지 않고 아이들에게 크게 말한다. “스마일! 스마일!”자, 사진 기자가 ‘피해자다움’을 강요한 이유는 뭘까. 여인의 남편, 즉 아이들 아버지의 부재다. 이 부재엔 엄혹한 시대적 배경이 있다. 때는 1970년대 브라질 군사 독재 시절. 전직 국회의원인 루벤스(셀튼 멜로)와 아내 유니스(페르난다 토레스)는 햇빛이 눈 부신 리우데자네이루 해변가에서 살고 있다. 그들의 집엔 다섯 아이의 웃음소리와 음악과 토론이 멈추지 않는다. 루벤스와 유니스 부부 사이에 쌓여 있는 서로에 대한 신뢰와 애정도 끈끈하다. 단란한 가족의 모습 사이사이, 군용 헬기와 장갑차 같은 이질적인 이미지가 섞인다. 이 가족의 평화가 위태로운 지반 위에 놓여 있음을 암시하는 장치다. 실제로, 어느 날 들이닥친 사복 군인들에게 루벤스가 어디론가 끌려가면서 가족의 평화는 한순간에 붕괴된다. 펑, 하고.영화(혹은 소설)가 역사적 사건을 다룰 때 마주해야 하는 중요한 선택지 중 하나는 누구를 주체로 할 것인가다. 브라질 군사 독재 시절 자행된 강제 실종을 파고든 ‘아임 스틸 히어’가 주목한 건, 남겨진 사람들이다. 그중에서도 남편의 갑작스러운 부재 속에서도 미소만큼은 놓지 않았던 어머니를 포커싱한다. 감독이 밝힌 대로 “강제 실종은 한 사람을 죽이고 다른 모든 사람을 영원한 심리적 고문에 처하게 하는 독재 정권의 가장 잔인한 행위” 중 하나. 남편이 어디로 끌려갔는지, 왜 끌려갔는지, 살아는 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 미궁 속에서 유니스는 거대한 공포를 느낀다. 이 영화가 특별해지는 건 그 다음이다. 불확실성이 안기는 지옥 속에서도 유니스는 무너지지 않는다. 남편 실종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그 자신이 투사가 되어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낸다. 홀로 아이들을 키우며 변호사가 되어 군사독재정권이 은폐하려 한 사실을 20년 넘게 추적한다. 그런 유니스의 집념과 투쟁은 숭고해 보이기까지 한다. ‘아임 스틸 히어’가 브라질 역대 흥행 3위에 오른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한 소시민이 보여준 20여 년의 투쟁은 세월은 브라질의 민주화 역사와 맞물리며 인간의 존엄성을 길어 올린다. 군사정권의 정치적 탄압과 불법 체포, 납치·고문·의문사는 지구 반대편에 있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풍경이다. 이 영화의 성취 중 하나는 국가가 자행한 끔찍한 악행들, 그러니까 고문 등이 벌어지고 있음을 암시하지만 끝까지 그 비극을 전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극 초반 유토피아 같았던 유니스 집안의 분위기와 남편의 실종 후 그 빛이 사라진 집안의 대비만으로도 시대의 비극을 절절히 느끼게 한다. 유니스의 아들인 마르셀루 파이바의 회고록을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제97회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상, 제81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각본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고통 속에서도 미소만은 지켜낸 유니스를 연기한 페르난다 토레스 역시 이 영화로 제82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아임 스틸 히어’는 기억과 망각에 대한 영화이기도 하다. 공교롭게도 긴 세월, 가족과 국가의 기억을 붙들고 있던 유니스는 말년에, 알츠하이머에 걸려 기억의 상실과 싸워야 했다. 영화 끝부분에서 카메라는 과거 기억을 많은 부분 소실한 노년의 유니스(페르난다 토레스의 엄마이자 영화 ‘중앙역’의 히로인인 페르난도 몬테네그로가 노년을 연기했다)가 멍하니 뉴스를 보고 있는 모습을 클로즈업한다. 뉴스에서는 독재정권에 맞서 싸운 이들의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그중에 유니스의 남편도 언급된다. 순간 차분하던 유니스의 얼굴에서 강렬한 파도가 인다. 기억이 지워지는 순간에도 지우기 힘든 것. 망각에 저항하고 싶어 하는 감독의 의지가 여실히 드러나는 장면이다. 마침, 이 영화는 브라질에서 극우 세력이 다시 득세하기 시작할 때 촬영이 진행됐다. 집단이 치매에 걸린 듯 과거를 망각할 때, 현재와 미래는 어떻게 되는가. 영화는 말하는 듯하다. 국가가 다시금 가해자가 될 수 있음을. 정시우 칼럼니스트 2025.08.22 06:00
뮤직

[심재걸 엔터잡학사전] 아이돌 조기 해체…K팝 위기 신호인가, 건강한 도태인가

아이돌 그룹들의 눈물을 삼킨 해체가 1년 사이 급증하고 있다. 골라 보는 시대, 견고한 브랜드 시대에 비집고 들어갈 틈이 더욱 좁아졌다는 것을 대변한다. 생태계로 대입하면 그리 놀라운 현상은 아니지만 업계에선 주목할 만한 흐름이 있다. 빅4 기획사까진 아니더라도 제법 규모가 큰 중견 기획사, 코스닥 상장사에서 제작한 그룹들도 잇따라 꽃을 피우기 전에 해체 수순을 밟고 있기 때문이다.올해만 RBW의 퍼플키스를 비롯해 위클리, 에버글로우 등이 해체를 선언했다. 지난해에도 체리블렛, 네이처, 시그니처, 로켓펀치 등이 활동을 마감했다. 게다가 표준계약서상 데뷔 최장 계약기간인 7년까지는 활동했던 전례와 달리 수명도 4~5년으로 단축됐다. 한발 빠르게 판단하고 결정하면서 후일을 도모하는 쪽으로 움직였다.해체까지 이어질 만큼 큰 사건·사고나 내홍을 겪은 것도 아니라서 더욱 이례적이다. 하나같이 유망주로 꼽혔던 그룹들이고 아티스트 기량만 놓고 보면 만개할 시점에서 엔진을 멈춘 셈이다. 누적된 적자의 한계, 만회할 여지가 없는 현실, 다양한 해석이 자연스럽게 따라붙는다. 시기적 요인도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에 데뷔해 태생적으로 각종 페스티벌, 행사 무대에서 빛을 보지 못했다. 상당 부분 제작비를 충당할 수 있는 커다란 수익 항목을 포기하고 활동해왔다. 자금력과 노하우에서 압도적인 대형 기획사와 경쟁에서 오히려 핸디캡을 안고 뛰어온 것이다. 그렇다고 빅4 소속이 아니면 무조건 실패로 이어지는 법은 없다. 스테이씨, 키스오브라이프, QWER 등 자신만의 특화된 개성을 잘 살려 빛을 본 그룹도 있다. 아이돌 성공 교본이라고 할 수 있는 제작자·그룹·멤버별 브랜딩, 콘텐츠 퀄리티, 미디어 및 SNS 스토리텔링, 이 핵심 요소 중에서 절반 이상을 충실히 소화했다. ‘중소돌의 기적’까진 너무 앞서간 얘기더라도 충분히 미래 가치를 인정받는 수준으로 성장했다. 실제로 키스오브라이프의 소속사 S2엔터테인먼트는 최근 벤처캐피털 3곳으로부터 50억 규모의 투자를 끌어냈다. 음반 유통사 선급금이나 개인 투자 등 중소형 기획사의 한정된 기회 구조 속에서 흔치 않은 사례이자 의미 있는 성과다.아이돌 시장이 자금력 없이 살아남을 수 없는 곳이지만 오직 자금력만으로 성공할 수 있는 곳도 아니다. 대형 기획사 아이돌이 음반 차트를 뒤덮고 있다 해도, 대형 기획사에서 데뷔한다고 무조건 성공하는 일도 없다. 안정적인 자금력을 바탕으로 퀄리티와 마케팅 사이에서 고도의 밸런스가 관건이다.더욱이 규모의 경제에서 상위 그룹과 대적할 수 없다면 신중히 주력 항목을 선별해야 성공 확률을 높인다. 작은 회사일수록 힘을 줄 곳과 뺄 곳을 가려 효율을 극대화하는 전체적인 전략가가 필요하다. 한동안 무턱대고 바이럴마케팅이란 명목 아래 기계적 노출에만 기대다가 알고리즘만 훼손되고 비용만 날리는 경우도 허다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몇억 뷰 마케팅은 되돌아보면 허상에 가깝다. 이지리스닝, 뉴트로, 아프로, 때마다 대세라고 여기면 우르르 똑같이 따라가는 스타일링 역시 필패 공식이다. ‘천편일률’이란 프레임에 갇혀 무색무취 그룹으로 흘러 지나가는 걸 무수히 목격했다.건강한 시장은 허리에 비유되는 중견 위치가 튼실해야 완성된다고 한다. 그러한 측면에서 현재 K팝 시장은 분명 위기의 신호가 울리고 있다. 그러나 묘하게도 조기 해체가 잇따라 발생할 정도로 흔들리는데 시장 전체에 타격감은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과잉 상태가 조절되는 건강한 도태라고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아이돌의 성공은 너무나 화려해 보여, 그 이면이 공존하는 걸 알면서도 경주마처럼 뛰어든다. 실패 뒤에는 부익부 빈익빈, 양극화를 지적하며 달콤한 위로를 해주지만 허공 속 메아리와 다를 바 없다. 그럼에도 플랜B를 가동할 것이라면 왜 실패했고, 앞으로 어떻게 보완해 나설지에 대한 냉철하고 치열한 분석이 필요하다. 고도화된 시장에서 전략을 책임질 전문가를 중심으로 인적·물적 구성에 대한 총체적인 점검도 필수다. 준비되지 않았다면 멈춰야 한다. 여전히 아이돌은 충분히 많고, 실패 위험성은 높다.심재걸 대중문화 평론가 ◇ 필자 소개 : 현재 브랜드마케팅 회사를 운영하며 평론가로도 활동 중입니다. 온·오프라인 미디어에서 연예 저널리스트로 활동했으며 YG엔터테인먼트에서 업계 실무를 경험했습니다. ‘심재걸 엔터잡학사전’에서 엔터 관련 다양한 현상들을 해설하며 세대간 소통의 장을 마련합니다. 2025.08.21 05:35
프로야구

[김종문의 진심합심] 최고의 코칭은 야구와 관련이 없을 수도

미국 리틀리그 야구 대회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1회를 시작하자마자 선발 투수가 만루를 내줬습니다. 마운드 위의 소년 뱅크스 덴튼이 많이 긴장했나 봅니다. 경기 시작하고 고작 14개의 공을 던졌는데 말입니다.금발의 긴 머리에 다른 야수들보다 키가 훤칠한 덴튼의 볼이 달아올랐습니다. 그럴 만도 합니다. 덴튼의 팀은 리틀야구 월드시리즈 출전 자격이 주어지는 지역 우승까지 2승을 남겨 놓았습니다. 리틀야구 월드시리즈는 해마다 미 펜실베이니아 윌리엄스 포트에서 열리는 세계 야구 꿈나무의 축제입니다. 미 전역에서 수천 개의 리틀야구팀이 출전해 지역 챔피언으로 10팀을 나가고, 아시아 등에서 선발된 10개국 팀이 참가합니다.12세 이하 어린이들 야구 실력을 겨룬다고 쉽게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미국은 지역 예선부터 윌리엄스 포트까지 많은 경기를 중계하는데 승부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습니다. 경기에서 비록 졌지만 어떻게 선수들과 코치들이 야구를, 동료를, 미래를 생각하는지 조명합니다.유튜브를 검색해 보면 리틀야구 월드시리즈의 명장면이 많이 나옵니다. 그중에는 10년 전 준우승을 한 어느 리틀야구팀의 마지막 미팅 장면도 있습니다. 감독님과 훌쩍이는 어린 선수들이 경기가 끝난 뒤 정비가 이뤄지는 그라운드의 한쪽에 모여 앉았습니다. "오늘 결과와 상관없이 여기까지 오는 과정에서 우리는 무엇을 얻었지? 자신감, 자존감이야. 그래서 너희들은 자랑스럽게 돌아갈 수 있어…. 앞으로 너희들 삶에 프라이드가 이어질 거야.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은 너희들을 승부사고 스포츠맨이야. 모두가 너흴 좋아해. 그러니 이제 마음껏 울어도 돼…"5분여 정도 진행된 코치의 격려와 마무리를 스포츠전문채널은 클로즈업해서 보여주기만 합니다. 중계진의 코멘트 하나 없이 선수들과 코치가 뭉쳐서 구호를 외치며 해산할 때까지 영상이 이어집니다. 캐스터는 그제야 "이 선수들이 패배에서 많은 것을 배웁니다"라고 촌평하며 경기 중계를 마칩니다. 유튜브 댓글에는 코치에 대한 칭찬과 함께 동기부여, 성장, 온전함(integrity), 리더십 같은 내용이 쏟아졌습니다. 오래전 영상이지만 최근에도 누군가의 댓글이 달렸습니다.되돌아가 덴튼의 이야기입니다. 벤치에 있던 감독 제이크 리오던이 타임을 걸고 천천히 걸어옵니다. 리오던은 그때 '무슨 말을 해야 하나' 고민 중이었습니다. 마운드에는 덴튼과 친구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코알라가 곰이 아니란 건 아니? 유대류(캥거루처럼 아기 주머니가 있는 포유류)야." 그리고 "코알라가 유대류인 이유 아는 사람?"하고 또 묻습니다. 잠시 뜸을 들인 뒤 "코알라 자격이 없어서(koala-fications)"라고 말한 뒤 벤치로 돌아갑니다. 덴튼은 어이없는 듯 웃고, 몇몇은 무슨 말인가 어리둥절하면서 자기 자리로 갑니다.이 글을 보시는 분들께선 바로 이해가 되나요? 저도 애슬레틱(The Athletic)에 실린 이 기사를 몇 번이나 읽고, X(옛 트위터)에 있는 리오던 감독의 코멘트 장면도 되돌려본 뒤 알아차렸습니다. 코알라라는 동물의 분류를 '퀄리피케이션(qualification, 자격조건이란 의미)'의 발음을 활용한 말장난이었습니다. 리틀야구 지역대회에서 나온 이 장면이 뉴욕타임스에서 만드는 스포츠 저널에 인용되고, 여러 매체에 소개됐습니다. 사소한 재미를 넘어 애슬레틱에선 감독 인터뷰와 함께 진성 리더십(authentic leadership)으로 분석했습니다.리오던은 "저는 인생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아요. 더구나 리틀야구잖아요. 그래도 코치의 일관성은 중요하죠. 아이들이어도 허튼소리는 알아차려요…저는 항상 헐렁하고 유쾌하게 어린 선수와 그렇게 해요. 경기라고 다를 순 없죠…코치나 리더가 할 수 있는 최고는 진정한(authentic), 자기다운 모습을 보이는 것이죠."진정성은 비록 인간적 약점이라도 자신의 진짜 모습을 바탕으로 동료와 조직 내 신뢰와 심리적 안정감을 줍니다. 가식 없는 모습에 공감하는 것을 전제로 구성원들이 진솔한 소통과 건강한 관계를 만든다는 리더십 이론도 있습니다. 어떤가요.씩~ 웃던 덴튼은 무사 만루를 1실점으로 막습니다. 결과는 2-5 패. 한국코치협회 인증코치 김종문 coachjmoon@지메일닷컴김종문은 중앙일보 기자 출신으로, 2011~2021년 NC 다이노스 야구단 프런트로 활동했다. 2018년 말 '꼴찌'팀 단장을 맡아 2년 뒤 창단 첫 우승팀으로 이끌었다. 현재 한국코치협회 인증코치(KPC)다. 2025.08.20 10:00
연예일반

[X why Z] 이번 여름, 써머퀸은 키키!

매년 여름이 되면 올해 써머송의 주인공은 누가 될까? 많은 관심을 갖는다. X세대 시절에는 DJ DOC의 ‘여름이야기’와 듀스의 ‘여름 안에서’가 독보적인 여름노래였다. 어느 해수욕장을 가더라도 ‘여름이야기’와 ‘여름 안에서’는 빠지는 법이 없었고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누구나 좋아했다. 시간이 흘러 씨스타가 써머송의 타이들을 가져갔고 작년에는 키스 오브 라이프가 써머퀸 타이틀을 가져갔다. 그렇다면 올 여름은 누가 써머송의 주인공이 될까? 최근 키키의 신곡 뮤직비디오를 보고, 올 여름은 키키가 써머송의 주인공이 될 것 같다는 예상을 했다. 그리고 z와 함께 키키의 신곡에 대해서 얘기를 나눠봤다. X재국 : 키키 ‘댄싱 얼론’이 인기가 많던데?Z연우 : 키키가 데뷔 이후 첫번째 컴백으로 ‘Dancing Alone’이라는 곡으로 찾아왔어요. 키키는 정식 데뷔 이전에도 재밌고 신박한 프로모션, 아이돌 콘셉 포토가 아니라 패션 매거진에 있는 화보같은 사진들로 엄청 화제가 됐었던 만큼, 이번에도 노래가 나오기 전부터 청량함을 느끼게해주는 콘셉 포토로 모두를 기대하게 만들었죠. 뮤비, 콘셉 포토 촬영지가 런던이라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뭔가 서양 하이틴 느낌에 핀터레스트에서 본 듯한 알록달록한 색감의 뮤비와 한국어가 많고 “쌍쌍바”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한국 하이틴적인 가사가 많이 나와서 더 재밌게 느껴졌어요. ‘Dancing Alone’은 춤추기 좋은 빠른 템포에 레트로한 느낌도 살짝 있어서 시원하고 여름 계절과 잘 맞고, 위로와 우정을 담은 가사는 여름 날 청춘을 더 잘 새겨주는 것 같아요. 타이틀곡 ‘Dancing Alone’만큼 주목받고 있는 수록곡이 하나 있는데, 바로 ‘딸기게임’이라는 곡이에요. ‘딸기게임’은 뭔가 옛날 여돌들의 수록곡이 떠오르면서도 트렌디한 곡인데, 가사가 특히나 더 트렌디하고 좀 특이해요. “걍 보법이 달라”, “무리래 막 에바래 막” 이런 MZ 말투를 그대로 가사에 넣고, 가사 내용을 잘 보면 처음엔 나보다 월등한 상대가 질투나고 못마땅해하지만, 또 그와 동시에 호기심도 생기고, 결국 그 애에게 호감까지 생겨서 그애를 이기는 것보다 싫어하는 것이 더 어려워진 그런 복잡한 감정을 담았어요. 사실 사람들이 잘 인지는 못했겠지만, 학교에서 나보다 더 뛰어난 애를 보고 좀 질투도 나면서, 또 호기심으로 다가갔는데 결국 호감이 생겨서 깊은 우정이 생기는 경우도 은근 많거든요. 그런 알아차리기 힘든 복잡미묘한 감정을 솔직하고 귀엽게 잘 풀어낸 곡이 ‘딸기게임’이에요. X재국 : 키키가 데뷔하고 두번째 싱글을 발표했는데, 키키는 어떻게 성장하고 있는 것 같아?Z연우 : 키키는 데뷔 때부터 콘셉이 확실하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아직 데뷔초니까 이런 콘셉, 저런 콘셉 좀 여러 콘셉을 도전해보지 않을까? 했는데 이번에도 전보단 좀 더 밀키해지고 부드러운 느낌이지만 키키다운 노래로 컴백을 해서 키키의 캐릭터가 더 또렷해진 느낌이에요. 키키는 우정, 자기애, 당참, 청춘 등등 여러 감정을 표현하고 키치한 감성을 좋아하는 10대 소녀의 콘셉을 잘 보여주고 있어요. 노래 뿐만 아니라 “키키 감성”이라는 말을 들으면 바로 떠오를 정도로 뮤비, 콘셉포토, 음악방송 의상들 같이 비주얼적인 면들도 다 개성이 강해서 좋은 것 같아요. 멤버들도 겹치는 이미지, 또는 비슷한 매력 없이 서로 다 유니크해서 더 눈에 띄는 것 같아요. X재국 : 2025년 이슈가 되고 있는 여름 노래는 또 어떤곡이 있어?Z연우 : 사실 올해는 누가들어도 작년보다 여름 느낌을 공략한 청량하고 시원한 노래들이 많이 나오진 않았던 것 같아요. 근데 2025년에 이슈가 되고 있는 여름 노래는 이번 키키의 타이틀곡 ‘Dancing Alone’을 포함해서 블랙핑크의 ‘뛰어’, 프로미스나인의 ‘Like you better’, 스테이시의 ‘I WANT IT’, NCT위시의 ‘Surf’ 등이 있어요. 아무래도 여름 노래는 신나는 느낌에 바닷가 생각도 좀 나고 듣고만 있어도 청량함, 시원함이 느껴지고 뮤직 비디오에서도 시원한 바다가 많이 나오면 보는 사람도 덩달아 시원해 느낌을 느낄 수 있어서 좋은거 같아요.봄에는 벚꽃 노래가 좋고, 가을에는 낙엽 노래가 좋고, 겨울에는 눈에 대한 노래가 좋고 여름에는 바다에 대한 노래가 좋은게 인간의 기본적인 감성인 것 같다. 여름이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올 여름은 키키의 ‘댄싱 얼론’이 가장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뮤직비디오에서 전해지는 청춘의 상쾌함! 그리고 키키의 춤에서 나오는 에너지! 그걸 보고 있으면 잠시나마 더위를 잊을 수 있고 싸이의 흠뻑쇼나 워터밤에는 못갔지만 그래도 수돗가에서 친구와 물장난을 치던 그때가 생각날 정도의 청량함은 느낄 수 있었다. ◇필자소개=이재국 작가는 서울예대 극작과를 졸업하고 ‘컬투의 베란다쇼’, ‘SNL코리아 시즌2’, 라디오 ‘김창열의 올드스쿨’ 등 다수의 프로그램과 ‘핑크퐁의 겨울나라’, ‘뽀로로 콘서트’ 등 공연에 참여했다. 2016 SBS 연예대상 방송작가상을 수상했다. 저서는‘아빠왔다’, ‘못그린 그림’이 있다. 이연우 양은 이재국 작가의 딸로 다양한 재능을 가졌으며 대중문화에 관심이 많은 대한민국 평범한 청소년이다. 2025.08.20 06:00
연예일반

[정덕현 요즘 뭐 봐?] ‘사옥미팅’, 나영석과 김태호가 드디어 만난 컬래버 연애 리얼리티

국내 예능계에서 나영석 PD와 김태호 PD만큼 확실한 지분을 가진 이들도 드물다. 이른바 스타 예능PD로 꼽히는 그들이 아닌가. 한때는 KBS2 ‘1박2일’과 MBC ‘무한도전’으로 계속 비교되며 경쟁하던 그들이지만, 사적으로는 가끔 만나기도 하는 그런 사이였다. 그래서 팬들 사이에서는 나영석과 김태호가 함께 프로그램을 만들면 어떤 게 나올까 궁금해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그 오래된 기대에 부응하듯, 드디어 두 사람이 한 프레임에 잡히는 프로그램이 등장했다. 바로 유튜브 채널 십오야를 통해 공개된 ‘사옥미팅’이다. 제목에서 느껴지듯 이 프로그램은 연애 리얼리티다. 그런데 출연자들이 나영석의 에그이즈커밍과 김태호의 TEO에서 일하는 남녀 PD들이다. 나영석과 김태호는 이들의 미팅 과정을 들여다보며 이런저런 멘트를 얹는 스튜디오 패널로 참여했다. 채널 십오야에서 종종 사내에서 벌어지는 이벤트들, 이를테면 체육대회 같은 걸 유튜브 콘텐츠로 만들었던 것처럼, ‘사옥미팅’은 두 회사의 PD들의 미팅을 콘텐츠화했다. 에그이즈커밍이 주도해서 만들어진 프로그램 답게 일상에 카메라가 들어가 있는 듯한 자연스러움이 묻어난다. 유튜브 콘텐츠의 특징이기도 하겠지만, ‘사옥미팅’이 놀라운 건 나영석과 김태호의 이 ‘역사적인 만남’에도 불구하고 의도적으로 어깨에 힘을 뺐다는 점이다. 이 연애 리얼리티의 공간은 판타지를 주는 예쁜 집 같은 곳이 아니라 TEO와 에그이즈커밍 사옥이다. 게다가 ‘연애’라는 지칭을 대놓고 쓰기보다 ‘미팅’이라는 훨씬 가벼운 형태의 만남을 내세웠다. 스튜디오 패널로 참여한 김태호와 나영석의 모습도 지금 막 일을 하다 온 것 같은 일상적인 모습이고, 그들이 더하는 멘트들은 영락없는 젊은 후배 PD들에 대한 애정어린 말들이다. 물론 연애 리얼리티를 가져왔으니 ‘설렘’이 빠질 수는 없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순간에 느껴지는 묘한 공기와 스파크들이 생겨난다. 단 하루 동안 TEO와 에그이즈커밍 양사를 오가며 미팅을 하는 것이지만, 짧다면 짧은 그 시간 동안에도 게임을 하거나 1대1로 커플이 되어 산책을 하면서 오고 가는 마음들이 느껴진다. 사랑까지는 아니지만 호감은 분명한, 마음들이 교차되고 엇갈리기도 한다. 그걸 모니터로 보는 나영석과 김태호의 리액션이 보는 맛을 더 쫄깃하게 만든다. 역시 진행에도 이제는 베테랑의 면모가 느껴지는 나영석은 때론 “얘들 왜 저래?”하며 평소와 너무나 다른 후배 PD들의 모습에 호들갑을 떨고, 때론 시청자들이 봐야 할 관전 포인트를 정확하게 짚어주기도 한다. 김태호 역시 적재적소에 딱 어울릴만한 멘트나 때론 엉뚱한 이야기를 던져 공감과 웃음을 만든다. 여기에 자신들이 지상파에서 일했던 시절의 이야기를 더해 현재 이들 예능 PD들이 어떻게 일하고 있는가를 설명해주기도 한다. 그래서 연애 리얼리티를 보고 있는데, 예능 PD라는 ‘직업의 세계’ 다큐멘터리를 들여다보고 있는 듯한 재미도 덤으로 느껴진다. 흥미로운 건 이런 프로그램을 만들던 PD들이 이제 그 프레임 안에 들어가 출연자가 되다 보니 생겨나는 색다른 관전 포인트다. 나영석이 모니터로 보며 슬쩍 이야기한 것처럼, 이들은 PD로서의 자아와 자연인으로서의 자아가 부딪치는 면을 보인다. PD로서는 자신이 어떤 모습으로 나올지에서부터, 어떻게 해야 재미있을지를 고민해 어떤 말이나 행동을 하려 하지만, 한편 그저 미팅 나온 자연인으로서의 모습이 나오는 걸 어쩔 수 없다. 그래서 어느 순간 방송이라는 생각이 지워진 채 몰입해서 튀어나오는 마음들은 의외로 보는 이들을 빠져들게 만든다. 어떤 장벽 하나를 넘어버리면서 생겨나는 더 큰 리얼리티와 몰입감이랄까. 가볍게 접근한 기획이지만, 나영석이든 김태호든 늘 프로그램을 하면서 ‘일이 커지는 경험’을 겪었던 것처럼, 이 작은 프로젝트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빅 프로젝트’로 이어지기를 기대하는 마음이 적지 않다. 실제로 최종 선택이 끝난 후 나영석은 김태호에게 시즌2는 TEO에서 제작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물었고, 김태호도 체육대회 같은 걸 해도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냈다. 이제 방송사가 아닌 제작사 중심으로 재편된 현 예능판에서 이러한 PD들의 컬래버와 교류가 더 많아지길 기대하게 만드는 멘트들이다.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 2025.08.19 06:00
뮤직

[김지욱 저작권썰.zip]④ K팝, Made in ?… ‘케데헌’으로 보는 K팝의 현주소

K팝은 전 세계적인 문화 현상이 되었고, 한류의 중심이자 새로운 핵심 수출 산업으로 입지를 다졌습니다. 최근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의 글로벌 성공은 그 사실을 다시 한번 증명해 냈습니다. 여기서 잠깐, 뿌듯함과 자부심은 뒤로하고 과연 한국의 문화를 반영한다는 K팝에 진정 ‘케이(Korea)’를 붙일 수 있을까요? ◇ 외국인 저작자의 ‘원액’을 기반으로 발전한 K팝최근 히트하는 K팝의 상당수는 외국인 저작자들의 손에서 만들어집니다. 국내 기획사, 제작사들은 이 곡들을 ‘구매’한 후, 한국어로 가사를 붙이고 아티스트의 콘셉트에 맞게 상품으로 만들어 내는 방식으로 완성합니다.음악을 만들 때 ‘판매자’의 포지션에 있는 미디(MIDI)의 보편화로 거의 모든 악기와 사운드가 컴퓨터로 구현 가능한 만큼, 최종 발매되는 음악 기준 70~80% 완성이 돼 있는 반주에 가이드 보컬이 부른 데모 음원을 제작해 ‘고객’의 포지션이 되는 제작사의 A&R들에게 전달합니다. A&R들도 악보와 PPT 기획안을 읽고 “아, 이곡 좋네요, 이 악보와 기획안에 따라 노래를 만듭시다”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데모 음원’을 듣고 곡을 선택합니다.이후 곡이 확정되면 국내 작사가가 한국어의 발음과 의미, 국내 정서에 맞게 가사를 새롭게 창작합니다. 이러한 작사 과정에서 아티스트의 콘셉트와 세계관을 고려해 작사가의 해석과 재구성이 더해집니다.결과적으로 가이드 가사와 창작 가사가 조화를 이루면 ‘공동 저작물’로, 완전히 새로운 가사로 탈바꿈한 경우는 작사와 작곡이 따로 나눠진 ‘결합 저작물’이 됩니다. 저작자들은 서로 저작권 지분을 분배하게 되는데, 대부분 외국인 저작자들이 약 90%의 저작권 비율을, 그리고 한국인 작사가들은 나머지 10% 정도의 지분을 갖게 됩니다.◇ K팝의 ‘원액’은 해외, 브랜드는 국내이렇게 작업이 완료되고 곡 계약을 마치면 기획사/제작사는 해당 곡을 일정 기간 독점적으로 사용할 권리를 확보합니다. 다만 ‘구매’의 방식은 완전한 포괄(buy-out) 형식의 소유권 이전이 아닌, 그 곡의 ‘최초 가수’ 지위와 일정 기간 독점 사용을 보장받을 뿐입니다.그렇다면 그 곡의 주인은 누구? 당연히 그 곡의 ‘진짜 주인’은 창작자들입니다. 이제 주인으로서 창작자는 저작권을 등록해서 저작권료를 수취할 수 있으며, 그 곡이 공연될 때마다 작사, 작곡가로서 이름이 같이 기록돼야 합니다. 이는 유명 음료 ‘코카콜라’의 시스템과 유사한 부분이 있습니다. ‘코카콜라’의 전 세계 보틀링 파트너사들은 코카콜라 본사에서 ‘원액’을 구매해 이를 가공하여 상품으로 생산 후 각자가 보유한 유통망으로 판매합니다. 즉 K팝 아티스트(브랜드)는 우리나라에 있고 그들이 노래하는 무대와 마케팅 역시 우리나라를 중심으로 이루어지지만, 곡이라는 ‘원액’은 해외에서 들여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결국 코카콜라가 잘 팔릴수록 원액 단가 역시 증가하는 것처럼, K팝 상품이 판매될 때마다 늘어나는 저작권 로열티 역시 해외 저작자들에게 지급됩니다.이렇듯 K팝이 한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브랜드이기는 하지만 동시에 해외 창작자에게 상당 부분 의존하는 구조로 성장해왔다는 점에서, 한편으론 해외 저작자들이 한국 아티스트 활동에 일정부분 제동을 걸 수 있는 우려를 낳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이러한 산업 구조는 옳고 그름의 문제라기보다는, 글로벌 시대에 필연적인 흐름으로, 다수 해외 저작자들의 감각은 K팝 글로벌 히트의 동력이 되어 지금의 K팝 산업을 성장하게 했습니다.다만 방송·콘서트·영상 상품까지 이어지는 수익 구조 속에서 저작권 로열티의 상당 부분이 해외로 나가고, 그 수익 구조를 위해 해외 저작자들의 ‘승인’이 필요한 상황에서 오히려 그들이 K팝 산업의 결정권자일 수도 있다는 사실은 저작권 업계에 종사하는 1인으로서 한편으로 아쉬움이 남습니다.이러한 점에서 국내 저작자들이 주축이 된 ‘케데헌’ OST의 성공은 의미있는 쾌거입니다. ‘케데헌’으로 세계는 더욱 K팝에 열광하고 한국의 문화에 뜨거운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제 ‘메이드 인(Made in) K’의 주소가 궁극적으로 어디에 있는지 되물어야 할 때입니다. 그것은 글로벌 무대 위에서 활약할 국내 창작자 육성을 위한 체계적인 시스템 및 정책적 지원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고 K팝의 정체성을 공고히 함으로써 K팝 산업의 지속적인 발전을 가져올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입니다.김지욱 ㈜메이저세븐이엔엠 대표▶ 저자소개=서강대학교 언론대학원 석사, 현재 (주)메이저세븐이엔엠의 대표로 음악 저작권과 콘텐츠 현장에서의 음악 저작권 관련 업무 및 자문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JTBC ‘굿보이’, ‘싱어게인’, 넷플릭스 ‘살인자0난감’, tvN ‘선재업고튀어’, MBC ‘굿데이’, Mnet ‘보이즈플래닛’ 등 다수 프로그램과 베이비몬스터, 변우석 등 아티스트 콘텐츠의 음악 저작권 관리 업무를 맡아오고 있다. 2025.08.18 05:40
뮤직

[심재걸 엔터잡학사전] 10대를 사로잡은 60대…김장훈, 30년 롱런의 신비로움

1020세대를 사로잡고 있는 60대 가수가 있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이따금 ‘반짝’하고 나타나는 어르신 캐릭터가 아니다. 그렇다고 어린 척, 요즘 감성에 맞추려고 부단히 애쓰면서 생겨난 인기도 아니다. 1991년 데뷔할 때나, 63세인 2025년이나 한결같이 ‘날 것’ 그대로 34년을 활동해온 김장훈의 이야기다.김장훈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 광경은 K팝, 나아가 한국 가요사 전체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단순히 ‘롱런’이란 설명으로 부족한, 공식 밖의 모습이다. 가수와 팬은 함께 나이를 더해가며 화려했던 시절 주변에서 추억과 정서가 교환되기 마련인데, 김장훈은 정반대다. 오히려 10대, 20대 팬층이 급증하면서 인기 유튜브 채널과 예능 프로그램에는 단골 손님으로 등장한다. 매번 조회수는 기록적 수치를 나타낸다. 심지어 군 위문공연에서조차 웬만한 걸그룹보다 더 뜨거운 환호, 떼창이 이어진다.이처럼 유례없는 현상은 ’숲튽훈’이 시작점이다. 6년 전 등장한 이 닉네임은 이름의 한자 모양을 한글로 바꿔 부르면서 널리 퍼졌다. 초기에는 조롱이자 멸칭이었다. 성대결절로 인한 잦은 음이탈, 극단적 고음 등을 놓고 대중은 웃음거리로 소비했다. 가수로서는 치명적인 가창력 논란이었다. 나아가 닭울음소리에 비유하고 ‘숲튽훈’을 갖다붙이면서 더 편하게 조롱했다. 공연 장인, 기부천사, 독도 지킴이, 행동하는 양심 등 다양한 찬사가 늘 따라다녔던 김장훈이 각종 구설이 더해지며 깊은 수렁에 빠지는 시기였다. 이때 김장훈은 쿨하게 받아들였다. 어설픈 화풀이나 날선 대응, 지엽적 반박 대신 대중과 같이 ‘숲튽훈’을 즐겼다. 오히려 ‘숲튽훈’으로 유튜브 계정을 만들고 더 기괴한 라이브 장면을 스스로 찾아 편집하고 퍼트렸다. 그 사이 무수히 양산됐던 ‘노래하다 압정 밟은 김장훈’, 분만실 ASMR, 신생아 창법 등의 온갖 조롱은 서서히 웃음을 유발하는 힐링 콘텐츠로 변해갔다. 무턱대고 닭울음소리를 내면서 김장훈 모창이라는 개그맨들의 유튜브에도 흔쾌히 출연해 더 큰 웃음을 선사했다. 그러자 2006년 발표한 ‘허니’는 20여 년이 지나 노래방 애창곡 10위권으로 역주행하더니, 공연마다 티켓 판매에는 1020 연령층이 절반을 차지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몰락의 위기가 기막힌 반전으로 작용한 셈이다. 단편적으로 조롱, ‘밈’을 극복한 좋은 사례라고 해석하기엔 김장훈의 인생이 간단치 않다. 그가 살아온 여정을 알수록 짠함과 경애심 사이의 묘한 울림이 있다. 뮤지션으로서 김장훈은 ‘나와 같다면’, ‘세상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등 숱한 히트곡을 만들었다. 공연 문화의 선구자로서 역할도 컸다. 시리즈 콘서트를 도입하고 카이스트 교수와 협업해 새로운 무대 장치를 고안할 정도로 파괴적 창의력이 수년간 빛을 냈다. 무엇보다 알려진 기부액만 200억 원, 이마저도 정확한 계산을 해본 적 없는 단순 추정치다. 범접 불가능한 큰 액수도 놀랍지만 도움이 필요한 이들과 항상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게 특별했다. 광복절, 독도 하면 떠오르는 사람도 단연 김장훈이다. 이 과정에서 정작 자신은 공황장애에 시달리고 월세 생활을 해 온 게 알려졌지만 대수롭지 않게 지나쳤다. 연평도, 세월호, 태안, 메르스, 코로나19 등 사회적으로 큰 위로가 필요한 곳에는 언제나 먼저 도착해 있었다.모든 업적을 가능케 한 불같은 성격은 때론 커다란 굴곡을 자초하기도 했다. 리스크 매니지먼트 측면에서 보면 김장훈만큼 다양한 논란을 거친 인물도 드물다. 다만 대처하는 방식이 언제나 구차하지 않다. 부적절한 행동에 대해서는 빠르고 명확히 사과하고 마땅히 비난을 감수한다. 순간적 모면을 위해 이리저리 계산하고 화를 키우는 일이 없다. 위기 앞에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단초이자, 용서할 수 있는 명분을 주기 때문에 논란도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10년 전 업로드된, ‘숲튽훈’의 시작이었던, ’노래만 불렀지’ 라이브 무대의 유튜브 영상은 여전히 인기다. 무수한 댓글 속에서 많은 공감이 쏠린 것은 ‘처음에는 조롱이었다가 다음엔 웃기 위해, 그 다음부터는 위로를 받기 위해 시청한다’는 반응이다. 이제는 알 수 없는 에너지를 얻게 된다는 이들도 상당수다. 그야말로 김장훈의 리즈 시절은 끝이 없다. 한겹한겹 쌓아올린 김장훈이란 브랜드는 세월이 지나도 신선하고 매력적인 깊은 맛을 주고 있다.심재걸 대중문화 평론가◇ 필자 소개 : 현재 브랜드마케팅 회사를 운영하며 평론가로도 활동 중입니다. 온·오프라인 미디어에서 연예 저널리스트로 활동했으며 YG엔터테인먼트에서 업계 실무를 경험했습니다. ‘심재걸 엔터잡학사전’에서 엔터 관련 다양한 현상들을 해설하며 세대간 소통의 장을 마련합니다. 2025.08.14 05:47
산업

제24회 서울카페쇼, 11월 19일 코엑스 전관 개최

전 세계를 하나로 연결하는 커피 축제가 오는 11월 서울에서 열린다.아시아 최초 커피 박람회로 시작해 글로벌 대표 커피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성장한 ‘제24회 서울카페쇼’(서울카페쇼)가 오는 11월 19일 코엑스 전관에서 개최된다. 서울카페쇼는 올해 행사의 주제로 ‘한 잔에 담긴, 더 큰 커피 세상’ 공식 홍보 영상을 공개했다.타이틀 ‘한 잔에 담긴, 더 큰 커피 세상’은 커피 한잔으로 전 세계 산지부터 카페,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산업의 무한한 가능성과 문화적 확장, 연결에 대한 의미를 담았다. 커피 한 잔이 새로운 연결을 만들고 다양한 문화를 탄생시킬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존재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특히 서울카페쇼가 불확실성의 시대를 사는 소비자들에게 커피가 만들어 낼 수 있는 새로운 확장성과 다가올 앞으로의 커피 산업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특별한 전시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담고 있다.서울카페쇼는 올해 전세계를 이끌 새로운 커피 트렌드를 미리 만나볼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마련해 운영할 계획이다. 서울카페쇼가 큐레이션을 통해 엄선한 글로벌 로스터리 카페 셀렉션 프로그램인 커피앨리와 ‘미식 경험의 설계자들’을 주제로 한 업계 오피니언 리더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월드커피리더스포럼’을 통해 다양한 커피관련 산업 트렌드를 미리 만나볼 수 있다.이와 함께 서울 도심 곳곳에서 열리는 글로벌 커피 도시 문화 축제인 서울커피페스티벌 등 다양한 커피 문화를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비롯해 2026년 파나마에서 개최되는 월드바리스타챔피언십(WBC)에 참여할 국가대표 바리스타 선발전(KNBC&KBrC)과 대한민국 대표 커피 경연대회, 코리아커피리그(KCL)도 동시에 개최될 예정이다.이 외에도 커피 관련 신제품과 인기 제품들을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체리스 초이스와 참가업체 제품 및 브랜드의 우수성을 알리고 판로 개척을 지원하는 ‘카페쇼 에셀런스 어워드’ 등 업계 종사자들에게 폭 넓은 비즈니스 기회와 판로 확대를 제공한다.서울카페쇼를 주최하는 엑스포럼은 “올해 서울카페쇼는 커피와 연결되는 새로우면서도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고 관련 산업의 지평을 넓혀갈 수 있을 것”이라며 “커피 산업 종사자와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비즈니스와 커피 트렌드를 만나볼 수 있는 또 다른 장이 될 수 있도록 준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서울카페쇼는 11월 19부터 22일까지 나흘 동안 서울 삼성동 코엑스 전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 8월 31일까지 서울카페쇼 공식홈페이지와 네이버 등에서 얼리버드 프로모션을 통해 30% 할인된 가격으로 예매 가능하다. 자세한 내용은 서울카페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이현아 기자 lalalast@edaily.co.kr 2025.08.12 15:26
드라마

[정덕현 요즘 뭐 봐?] ‘에스콰이어’, 진짜 변호사란 무엇인가를 그리는 법정드라마

“변시 통과하면 다 변호사입니까?”대형로펌 율림의 송무팀 파트너 변호사 윤석훈(이진욱)은 새로 들어와 팀에 배속된 신입 변호사들을 자신이 변호사가 아닌 ‘모모씨’라 부르는 이유를 그렇게 밝힌다. 그는 변호사 시험 통과했다고, 또 로펌에 합격했다고 해서 그들을 변호사라고 보지 않는다. 그러면서 ‘에스콰이어’라는 단어에 얽힌 이야기를 꺼낸다. “영미계에선 변호사 이름 뒤에 에스큐를 붙입니다. 에스콰이어. 변호사를 존중하는 의미의 존칭이죠. 그렇게들 불리고 싶으면 걸맞게들 합시다.”JTBC 토일드라마 ‘에스콰이어’는 그렇게 제목을 붙인 이유를 윤석훈이라는 냉철하다 못해 까탈스럽게까지 보이는 윤석훈의 입을 통해 전한다. 즉 이 드라마는 그저 변호사들이 등장해 까다로운 소송을 해결하는 전형적인 법정드라마들과는 조금 결이 다르다. 실제 변호사가 쓴 작품이라 디테일이 살아있는 이 작품은 ‘변호사를 꿈꾸는 변호사들’이라는 부제를 붙였다. 변호사라고 다 변호사인가. 진짜 변호사라 할 수 있는 이들은 따로 있다는 이야기다. 율림에 신입 변호사로 들어온 강효민(정채연)의 첫 번째 에피소드인 ‘강동도시가스 절취사건’이 이러한 드라마의 결을 잘 드러내 준다. 1지망으로 아무도 오지 않으려는 송무팀에 지원해준 고마움으로 조금은 편한 강동도시가스 자문 일을 맡게 된 효민은 그저 편하게 주주총회에 참석해 멍만 때리다 돌아오는 이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인다. 7년 전부터 특정 지역에만 매출이 급감한 것을 이상하게 느낀 것이다. 강동도시가스 어떤 임직원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 그 일에 뛰어들어 직접 현장조사를 한 그는 누군가 중간에서 ‘사용 열량’을 조작했다는 걸 밝혀낸다. 그녀는 법정에서 도시가스 절취범이 영세한 소상공인인 척 억울함을 토로하자, 강동도시가스가 “힘든 환경 속에서 업무하는 소시민들의 집합체”라고 선을 긋는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집집마다 검침하러 다니는 검침원들과, 뜨거운 한여름에도 열기 가득한 보일러실에서 업무하는 엔지니어들이 주인인 회사라는 것. 또한 가스회사가 손해를 본 금액은 진짜로 영세하지만 성실하게 살아가는 소상공인들의 주머니에서 부담된 것이라고 말한다. 이 에피소드는 법정이 그저 몇 줄의 법 관련 어려운 문장이나 말들로 공방을 벌이는 곳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 하나하나가 얼마나 소시민들의 삶과 직결되어 있는가를 담고 있다. 즉 ‘에스콰이어’는 그저 슬쩍 보고 지나쳐서는 그 실상에 담긴 누군가의 아픈 삶을 제대로 알 수 없는 법정 사건들을 한 발 더 다가가 다룬다. 두 번째 사건으로 등장하는 불임 남편의 마지막 정자 멸실 사건도 마찬가지다. 어찌 보면 병원에 맡겨 뒀던 정자가 멸실된 다소 가벼운 사건처럼 보인다. 그래서 이 일의 피해자가 보여주는 절망적인 모습은 너무 과한 느낌마저 든다. 하지만 그 사연을 들어보면 피해자의 절망이 공감된다. 교통사고로 전신 화상의 상처를 갖게 된 후 세상 밖으로 나오지 않던 아내가 희망을 갖게 만든 건 남편의 사랑과 아이를 갖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고환암 판정으로 수술을 받고 불임이 된 남편에게 마지막으로 보존된 정자가 멸실됐다는 사실은 더더욱 큰 절망일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에스콰이어’가 말하는 법은 그저 법정 분쟁을 판정하는 룰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사람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이 된다. 그리고 작가는 그것이 진짜 변호사의 일이라고 말하고 있다.“사람들은 여러 다른 색의 사랑을 해요. 그리고 그 사랑으로 상처도 받죠. 그리고 그 상처가 극에 달하면 소송을 생각해요. 극에 달한 상황에서 최후의 수단으로 법이 자신의 행복을, 행복할 권리를 지켜줄 거라고 생각하죠. 저는 그런 사람들을 대변하는 일을 하고 싶어요.” 주인공 강효민은 그런 변호사가 되고 싶어 한다. 그저 좋은 조건이 되는 직업이나 그저 피상적인 일로서의 변호가 아니라, 진짜 사람들의 진심을 지켜주는 변호사를 꿈꾼다. ‘티백과 사랑의 강도는 뜨거운 물에 담가봐야 안다’고 하듯, 사건의 실상은 그 안을 진심으로 들여다봐야 보인다. 진짜 변호사의 가치 역시 그 사건을 어떤 마음으로 들여다보느냐에 달려 있다고 이 드라마는 말한다. 다소 낭만적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마음이 가는 법정드라마. 바로 ‘에스콰이어’다.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 2025.08.12 05:40
생활문화

리플 공동 창업자 투자 ‘옐로우(Yellow)’, 퍼블릭 세일 80% 돌파

리플(Ripple)의 공동 창업자 크리스 라센(Chris Larsen)이 리드 투자한 웹3 프로젝트 ‘옐로우(Yellow Network)’가 퍼블릭 세일에서 판매 시작 3일 만에 70% 이상을 소진하며 빠른 속도로 관심을 끌고 있다. 퍼블릭 세일은 글로벌 투자 플랫폼 리퍼블릭(Republic)을 통해 오는 8월 25일까지 진행된다. 현재 전체 물량의 80% 이상이 판매 완료된 상태다.옐로우는 웹3의 실사용 생태계를 위한 범용 애플리케이션 레이어(Universal Application Layer)를 지향하는 차세대 Layer3 인프라 플랫폼으로, 기존 Layer2·3 프로젝트들과는 차별화된 구조를 갖추고 있다. 핵심 기술인 Yellow SDK는 누구나 쉽게 웹3 기반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현재 트레이딩, 인공지능 에이전트, 게임, 결제 등 20개 이상의 실사용 앱이 이미 구축되어 있다.이번 퍼블릭 세일의 흥행 배경에는 옐로우 프로젝트의 강력한 펀더멘털도 한몫하고 있다. 리플 공동 창업자인 크리스 라센이 리드 투자자로 참여한 1,000만 달러 규모의 시드 라운드를 통해 웹3 인프라 시장에서 옐로우의 기술력과 성장 가능성을 증명한 바 있다.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코스모스(Cosmos) 출신의 알레시오 트레글리아(Alessio Treglia)와 바이비트(Bybit) 출신의 홍타오(Hongtao J)가 CTO로 합류하며 옐로우의 체인-어그노스틱(chain-agnostic) 기반 인프라 구축 전략에 속도가 붙고 있다.한편 옐로우는 글로벌 성장세에 맞춰 한국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한국 공식 커뮤니티 채널을 오픈하며 유저 유입이 급증하고 있다. 키 오피니언 리더 중심 바이럴 마케팅 및 커뮤니티 캠페인을 통해 기회 상실 우려를 유도하고 있다. 향후에는 한국 유저들이 참여할 수 있는 참여형 마케팅을 통해 국내 유저들과의 접점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2025.08.08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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