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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일반

외교도, 감독도 없지만 리더 곽윤기가 있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국가대표 곽윤기(33)가 중국을 향해 쓴소리했다. 한국 스포츠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선수인 그가 스피커 역할을 하고 있다. 곽윤기는 지난 6일 중국 베이징 캐피탈 인도어 스타디움에서 열린 쇼트트랙 대표팀의 훈련을 마친 후 전날(5일) 혼성 계주에서 발생한 판정 시비에 대해 입을 열었다. 그는 "중국의 우승 과정을 살펴보면 억울한 감정이 든다. '내가 그토록 꿈꿨던 금메달이 고작 이런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회의감을 표현했다. 이어 그는 "'다른 나라가 그런 상황이었다면 결승에 오를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며 작심하고 말했다. 중국이 금메달을 차지한 혼성 계주는 준결승전에서 편파 판정 의혹이 불거졌다. 중국은 헝가리, 미국에 이어 3위를 기록하며 결승 진출이 무산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2위였던 미국이 교대에 나선 선수가 레이스 라인(블루 라인)에 일찍 진입했다는 이유로 실격, 어부지리로 중국이 결승행 티켓을 얻었다. 중국에도 실격 사유가 있었다. 주자가 교대하는 과정에서 터치하지 못했다. 중국 선수 2명 사이에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 선수가 끼었고, 앞에 있던 런지웨이는 터치가 된 줄 알고 그대로 달려나갔다. 레이스를 방해한 ROC의 실격은 명백했다. 하지만 곽윤기는 "중국까지 3개 팀이 실격을 받을 것으로 봤다. 뒤에서 경기를 봤던 네덜란드 선수도 같은 생각이었다. 터치가 안 된 상황에서 경기를 진행한 건 지금까지 보지 못했다"라며 분개했다. 중국에 유리한 편파 판정이라는 것이다. 그는 "한국 경기와 관계없는 판정이었지만, 우리도 (피해) 당사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덧붙였다. 베이징 올림픽 개막 후 국내의 반중 감정은 극에 달하고 있다. 중국이 개회식에서 한복을 중국 문화인 것처럼 표현하는 퍼포먼스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전부터 꾸준히 해왔던 문화공정 작업을 '세계인의 축제'라는 올림픽 현장에서 서슴없이 이어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베이징 현지에 있는 한국 주요 인사들은 미온적인 대응으로 비난받았다. 한국의 스포츠 외교력이 도마 위에 오른 상황에서 선수인 곽윤기가 총대를 메고 나섰다. 사이다 같은 발언으로 국민의 분노를 달래줬다. 곽윤기는 이전에도 "중국 선수와 바람만 스쳐도 실격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 발언 이후 곽윤기의 개인 소셜미디어(SNS)에 중국 네티즌들의 악성 댓글과 다이렉트 메시지(DM)가 쏟아졌다. 그러나 그는 '중국팬에게 응원받는 중'이라며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 곽윤기는 "빙상 선수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올림픽 무대 출전이라는 목표가 더 가치 있게 와 닿을 수 있도록 혼신의 힘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그는 중국이 혼성 계주 금메달을 딴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 개회식에서 한국 선수단 입장 기수로 나섰던 그는 다시 한번 선수단을 대표해 모두의 목소리를 전했다. 곽윤기는 감독 없는 쇼트트랙 대표팀에서도 기둥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빙상경기연맹은 베이징 대회가 열릴 때까지 감독을 선임하지 못했다. 전략과 기술 지도는 코치 4명이 분담하고 있지만, 후배들을 실질적으로 이끄는 건 곽윤기다. 때로는 엄격하다. 한국은 혼성 계주에서 남자 주자 박장혁이 넘어지며 예선 탈락했다. 분위기가 가라앉은 상황에서 곽윤기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뻔한 말보다 '국가대표는 너희들의 자리이니 견뎌내라'는 말을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자 에이스 최민정에게는 "네가 무너지면 대표팀 전체가 흔들린다.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하지만 경기장을 떠나면 누구보다 친근한 선배다. 지난 올림픽에서 경기만 생각했던 자신을 돌아보며 후배들은 베이징에서 좋은 추억을 남기길 바란다. 후배들에게 먼저 다가가 먼저 농담하고, 함께 사진을 찍으며 긴장을 풀어주고 있다. 취재진에게도 "나 말고 후배들 인터뷰를 많이 해달라"고 당부했다. 베이징 대회는 곽윤기의 세 번째 올림픽이다. 2010년 밴쿠버 대회 쇼트트랙 대표팀 막내였던 그는 어느새 맏형이자 리더가 됐다. 여러모로 혼란스러운 베이징에서 그의 목소리는 제법 묵직하다. 한국 쇼트트랙은 지난 7일 악몽 같은 하루를 보냈다. 개인전 1000m에 나선 메달 기대주 황대헌과 이준서가 비디오 판독으로 실격당했다. 다시 한번 편파 판정 여파가 거세다. 아직 남은 경기가 많은 대표팀은 전열을 재정비해야 한다. 곽윤기가 다시 한번 리더의 힘을 보여줘야 한다. 베이징=안희수 기자 2022.02.08 05:59
스포츠일반

독도에 이어 한복까지…올림픽마다 반복되는 역사 문제

아시아에서 열리는 올림픽마다 '역사 논란'이 반복되고 있다. 2008년 8월 개막한 베이징 하계올림픽 개막식에서는 지린성 옌볜 가무단 여성 100여명이 한복을 입고 아리랑을 배경으로 부채와 장구춤을 선보여 '문화공정' 논란에 불을 지폈다. 문화공정은 게임이나 음식을 비롯한 각종 문화산업에서 한국의 전통을 중국의 전통이라고 주장하는 걸 말한다. 동북공정(東北工程)에서 파생된 단어로 동북공정은 과거 동북 3성(헤이룽장성, 지린성, 랴오닝성) 지역에서 일어났던 고구려와 발해의 역사를 중국 역사로 편입하려고 했던 시도를 의미한다. 올림픽 문화공정 논란은 14년 만에 재연됐다. 중국은 지난 4일 열린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중국 소수 민족을 소개하며 한복 입은 여성을 내보냈다. 보는 이에 따라 한복의 역사가 중국의 역사라고 해석할 여지가 충분했다. 개막식에 한복을 입고 참석한 황희 문화체육부 장관도 "중국 측에서는 조선족이 소수 민족 중 하나라고 한 건데, 양국 관계에 오해의 소지가 생길 수 있다"고 경계했다. 중국은 2011년 아리랑을 국가무형문화재로 올렸고, 지난해 7월에는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 바이두 백과사전에 한복을 '중국 전통 의상인 한푸(漢服)에서 기원했다'는 내용을 등록하기도 했다. 이밖에 김치, 판소리 등도 자국 문화라고 주장한다. 일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난해 7월 개막한 도쿄 하계올림픽에서는 독도 표기 논란이 벌어졌다. 일본은 도쿄올림픽 공식 홈페이지에 실린 성화 봉송 지도에 독도를 포함했다. 당시 외교부가 소마 히로히사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 공사를 초치하며 강력히 대응했지만 크게 달라진 건 없었다. 초치는 상대국 외교관을 외교 당국 사무실로 부르는 공개적인 항의다. 크림반도를 러시아 영토인 것처럼 표기했다가 우크라이나의 항의를 받고 수정한 것과 대조적이었다. 중재자 역할을 기대했던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독도 표기에 대해 '지형학적 표현이며 정치적 의도가 없다는 확인을 받았다'며 사실상 일본의 손을 들어주기도 했다. 올림픽 역사 논란은 반복되지만, 해결 방안이 뚜렷하지 않다는 게 더 큰 문제다. 이기흥 회장은 독도 표기 논란이 벌어졌을 때 유승민 IOC 선수위원과 IOC 본부가 있는 스위스를 방문,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을 만나보려고 했다. 하지만 일정상의 문제 등으로 불발됐다. 이기흥 회장은 당시 "중국이나 러시아와 함께 협력 체계를 구축하려고 하는데 우리보다 그쪽에선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애로사항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본은 도쿄올림픽 스포츠클라이밍 남자 볼더링 3번 과제에서 욱일기를 형상한 인공 구조물을 사용하는 등 대회 기간 끊임 없이 역사 논란으로 잡음을 일으켰다. 배중현 기자 bae.junghyune@joongang.co.kr 2022.02.07 06:00
스포츠일반

중국의 한복공정? 한국 스포츠 외교는 어디에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시작부터 문화공정 논란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중국의 이런 움직임에 한국의 스포츠 외교는 거의 기능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지난 5일 열린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은 요란하지 않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행사 시간과 참여 인원을 대폭 축소했다. 피날레를 장식한 성화 봉송도 소박하게 진행됐다. 하지만 국내 여론은 들끓고 있다. 중국 56개 민족 대표 등이 참여해 오성홍기를 맞잡고 행진하는 '소시민들의 국기 전달'이라는 퍼포먼스가 발단이 됐다. 그중 한 여성이 분홍색 치마와 흰색 저고리에 댕기 머리를 길게 하나로 땋은, 전형적인 전통 한복 차림을 하고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는 한복을 중국 문화로 편입하는 '문화 동북공정'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같은 논란은 현장에서 송출된 지역 소개 영상에서도 일었다. 중국 각 성의 대표 도시와 문화를 소개하는 영상 중 지린성 부분이 문제였다. 한복을 입은 가족이 등장해 윷놀이, 떡메치기, 만두 빚기 등 일반적인 한국 명절의 모습을 보여줬다. 역시 한복을 입고서 장구를 치고 상모를 돌리는 장면도 나왔다. 지린성은 59만7000여명(자치주 인구 30.77%)의 조선족이 거주하는 옌볜 조선족 자치주가 위치한 곳이다. 단편적으로는 조선족의 문화를 표현했다고 볼 수 있지만, 최근까지 이어진 일련의 문화 공정 작업이 더해지면서 분노 여론이 폭발했다. 개막식에 참석한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중국 측에서는 조선족이 소수 민족 중 하나라고 한 건데, 양국 관계에 오해 소지가 생길 수 있다. 한편으로는 우리 문화가 이렇게 많이 퍼져나가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발언도 정치권에서 비판의 대상이 됐다. 황규환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관이 한복을 입고 관중석에 앉아 바라만 본다고 해서 우리 문화가 지켜지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여야 대선 후보들도 이번 사태에 대해 중국 비판과 함께 한국 측 대응을 문제 삼았다. 이번 사건은 중국이 꾸준히 펼쳐 온 문화공정의 일부라는 비판이 나온다. 조선족을 대변했을 뿐이라고 보기에는 과거부터 중국은 비슷한 일을 꾸준히 일으켰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중국 측은 지금까지 '한복 공정'을 너무 많이 자행해왔다"며 "올림픽 유치 후 한복과 상모돌리기가 나오는 홍보 영상을 제작했고, 바이두의 백과사전에서 한복을 한푸에서 유래했다는 어이없는 주장을 펼쳐왔다"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이를 바꾸기 위해 항의 메일을 계속 보냈지만 여전했다. 단지 개회식 행사뿐 아니라 전반적으로 한복 공정이 진행됐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과거에는 대부분 아시아의 대표 문화로 중국 문화를 꼽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K-팝이나 드라마로 아시아권의 중심 문화가 한국으로 이동해 간다는 위기감을 중국이 느끼는 것 같다. 그런 위기감에서 나온 잘못된 애국주의의 발로로 나온 현상으로 본다"고 진단했다. 서 교수는 "이번 일로 정치권에서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좋은 현상"이라면서도 "반짝 관심이 아니라 전반적인 대처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했다. 서 교수는 "지속해서 문제를 제기함으로써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대처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장관뿐 아니라 대한체육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등이 잘못을 바로잡을 스포츠 외교를 펼쳐야 한다. 국제행사에서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문화 보호 차원에서 반드시 어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 스포츠 외교력이 약화한 것도 이런 사태를 막지 못한 원인으로 지적된다. IOC 위원이었던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1996~2017), 박용성 전 두산그룹 회장(2002~2007)이 국제무대에서 활약할 당시에는 한국 스포츠 외교에 중량감이 있었다. 이들이 물러난 후 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이 IOC 위원으로 선출됐고, 탁구 금메달리스트 유승민은 선수 위원을 맡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가진 네트워크와 발언권을 볼 때 과거 위원들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재발을 막기 위해 시민들의 역할도 중요하다. 서 교수는 "시민들 역시 분노와 비난에 그칠 것이 아니라 앞으로 한복의 세계화를 위해 외국인들에게 한복을 어떻게 홍보할지 함께 고민할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베이징=안희수 기자, 차승윤 기자 2022.02.06 17:34
스포츠일반

한복 입고 등장한 중국 소녀...문화공정 논란 일파만파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한복이 등장했다. 중국이 고유문화인 것처럼 소개했다. 그들만의 축제에 우리 국민은 격분했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은 예고대로 요란하지 않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행사 시간과 참여 인원이 대폭 축소됐기 때문이다. 오프닝 공연 25분 만에 선수단 입장이 시작됐다. 피날레를 장식한 성화 봉송도 무난했다는 평가다. 역대 올림픽은 개최국을 대표하는 인사가 최종 주자로 나서거나 참신한 방식으로 성화대를 밝히는 는 장면이 주목받았다. 하지만 이번 대회는 소박했다. 91개 출전국이 영어와 중국어로 새겨진 별 모양 조형물을 모아 만든 대형 눈꽃 송이에 새 시대를 대표하는 2000년대생 중국 남녀 선수 두 명이 최종 봉송을 맡았다. 역대 가장 작은 성화대였지만, 나름대로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국내 여론은 들끓고 있다. 국민은 또다시 '문화 동북공정'이 시작됐다며 분노했다. 중국 56개 민족 대표 등이 참여해 오성홍기를 맞잡고 행진하는 '소시민들의 국기 전달'이라는 퍼포먼스가 진행됐는데, 한복으로 보이는 의복은 입은 여성이 중계화면에 잡힌 것. 앞서 중국의 24절기를 소개하는 영상에서도 명절 가족 식사로 보이는 장면에서 모든 인원이 한복을 입고 있는 장면이 나왔다. 장구를 치거나 상모를 돌리는 장면도 있었다. 한국 문화를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는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개인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중국의 소수민족인 조선족을 대표하기 위해 한복을 등장시켰다고 하더라도, 중국은 이미 너무 많은 '한복 공정'을 지금까지 펼쳐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분노만 할 게 아니라, '한복은 한국의 전통 의상'이라는 진실을 전 세계에 더 널리 알려야만 한다"라고 했다. 여·야 정치권도 일제히 비판했다.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SNS를 통해 "중국의 막무가내식 문화 공정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전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통령 후보도 '문화를 탐하지 말라. 문화공정 반대'라는 게시물을 올렸다. 국민의힘 황규환 선대본부 대변인은 "주권국가에 대한 명백한 '문화침탈'이자, '함께하는 미래'라는 이번 올림픽의 슬로건을 무색게 하는 무례한 행위"라며 "대체 대한민국을 얼마나 우습게 알면 전 세계인들이 지켜보는 올림픽 개막식에서 문화공정을 보란 듯이 펼쳐 보일 수 있는가"라고 전했다. 베이징(중국)=안희수 기자 2022.02.05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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