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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관이 명관, 진짜야?”…‘모아나2’ 떠난 자리, 선명한 ‘고전 외화’ 채웠다

새로운 작품과의 만남을 단장하는 연말연시 극장가에 재개봉한 고전 명작들이 관객을 사로잡고 있다.1990년대부터 2000년대 개봉해 현재 ‘클래식 필람 영화’라고 회자된 해외 고전 명작들이 관객들을 극장으로 불러모으고 있다.고전 명작 재개봉 레이스는 외화 신작 개봉 편수가 감소한 것과 맞물려 시작됐다. 최근 박스오피스는 모처럼 한국영화 ‘하얼빈’과 ‘소방관’,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 삼파전 구도를 형성했다. 지난해 11월 개봉해 345만 관객을 동원하며 크게 선전한 디즈니 애니메이션 ‘모아나2’의 기세가 꺾이면서 외화 강세 흐름이 소강상태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이에 맞춰 멀티플렉스들은 지난달부터 ‘단독’을 달고 해외 고전 명작들을 다시 내걸고 있다.CGV 서지명 커뮤니케이션팀 팀장은 “영화관에 신작이 줄어든 상황에서 작품을 확보하는 차원도 있지만 검증된 작품을 보고 싶어 하는 새로운 관람 트렌드도 맞물렸다”며 “특히 젊은 관객 층은 구작을 새 영화로 느끼거나 명작으로 평가받는 이유를 확인할 기회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가장 크게 선전하고 있는 작품은 1999년 국내 첫 상영 됐던 일본 영화 ‘러브레터’다. 탄생 30주년을 맞아 메가박스에서 지난 1일 개봉했다. 개봉 첫날 1만 4957명과 만났으며 좌석 판매율 42%로 1위를 달성하며 관객들의 관심을 방증했다. 현재 극장에선 볼 수 없는 세로 자막에 대한 입소문과 주연 배우 나카야마 미호의 지난달 갑작스러운 부고 소식이 겹쳐 주말엔 하루 7000명 대 관객을 모으면서 전체 박스 오피스 10위권 입성도 노리고 있다. 그 뒤를 잇는 ‘더 폴: 디렉터스 컷’과 ‘색, 계’는 CGV 독립예술전용관 아트하우스에 걸렸다. 두 작품은 7일 오전 기준 CGV 아트하우스 사이트에서 나란히 예매율 1위(4.2%)와 2위(2.2%)를 차지했다. 특히 ‘더 폴: 디렉터스 컷’은 6일 4만 관객을 돌파했다. 지난달 25일 개봉한 이 작품은 ‘더 폴: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2006)의 감독판으로, 4K 리마스터링을 통해 18년 만에 재개봉했는데 높은 좌석판매율을 기록하고 있다. 평론가와 함께하는 작품 해설 GV(관객과의 대화)는 매진 세례를 빚을 정도다. 지난 1일 재개봉한 ‘색, 계’(2007)는 국내에서 사랑받는 중국 배우 탕웨이와 양조위 팬덤을 중심으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마니아를 위한 아트포스터, 컨셉북 굿즈 증정도 예매 열기를 더하고 있다. 롯데시네마는 고전 명작의 4K 리마스터링 버전을 연달아 선보이고 있다. 지난달에는 30주년을 맞은 ‘포레스트 검프’(1994)와 20주년을 맞은 ‘이터널 선샤인’(2005)이 차례로 단독 재개봉했다. 지난달 18일 개봉한 ‘이터널 선샤인’은 개봉 전 예매율 8.2%로 독립·예술 영화 부문 2위를 기록하기도 했다.롯데시네마 관계자는 “연말이라 반짝 재개봉 작을 선보인 것은 아니다. 관객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서 꾸준히 작품 선택지를 늘리려 시도하고 있다”며 “재개봉 니즈가 맞는 배급사와 협업으로 기획 큐레이션을 선보이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최근 극장가는 신작의 부재를 대신해 이미 확보된 판권을 새로운 경험으로 업그레이드하며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4K 리마스터링 재개봉 영화가 늘어난 만큼 극장들의 전략에도 변화가 따른다. 메가박스는 6일 컴퓨터 비전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인쇼츠와 4K 리패키징 콘텐트 업무 협약도 체결했다. 재개봉작 및 리마스터링 작품뿐 아니라 4K 포맷 신작까지 수급과 상영에 탄력을 붙인다는 계획이다.다른 두 멀티플렉스는 구체적인 사업을 공개하진 않았으나 차별화된 극장 경험을 위한 전략에 힘을 쏟겠다는 귀띔이다. 한 관계자는 “결국 관건은 다른 플랫폼으로도 볼 수 있는 작품을 영화관에서 봐야 할 이유를 만드는 것”이라며 “깨끗한 화질과 풍부한 사운드를 위해 극장 환경을 보완 해나가겠다”고 밝혔다.이주인 기자 juin27@edaily.co.kr 2025.01.10 05:35
영화

[차트IS] 현빈, ‘하얼빈’ 을사년 새해 첫날 웃었다…송중기 ‘보고타’ 2위 추격

을사년 새해 첫날 가장 많이 본 영화에 ‘하얼빈’이 등극했다.2일 영진위 영화관 입장관 박스오피스에 따르면 새해 첫날인 1일 현빈 주연 영화 ‘하얼빈’은 하루 33만 9425명이 관람해 전체 박스 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누적 관객 수 또한 이날 오후 300만 고지를 돌파, 개봉 9일째 309만 4690명을 기록했다.2위는 지난달 31일 개봉한 송중기 주연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이다. 같은 날 9만 2932명이 관람해 누적 관객 19만 3880명을 기록했다.그 뒤를 잇는 건 장기흥행에 돌입한 주원 주연 ‘소방관’이다. 이날 하루 8만 830명이 관람해 3위에 등극했다. 누적 관객 339만 8149명이다.이날 개봉한 외화 실사 애니메이션 ‘수퍼소닉3’는 7만 5722명과 만나 4위로 출발했다. 누적 관객 9만 7179명이다.한편 ‘하얼빈’은 1909년, 하나의 목적을 위해 하얼빈으로 향하는 이들과 이를 쫓는 자들 사이의 숨 막히는 추적과 의심을 그린 작품이다.이주인 기자 juin27@edaily.co.kr 2025.01.02 10:33
영화

‘소방관’은 어떻게 ‘곽도원 리스크’를 넘어섰나 [줌인]

주연 배우 리스크로 우려를 샀던 ‘소방관’이 한국영화 박스오피스 선두를 달리는 이변을 써내려 가고 있다.영진위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영화 ‘소방관’은 개봉 첫 주말(12월 6일~8일) 사흘간 56만 9330명(누적관객수 74만 4196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올해 개봉한 한국영화 첫 주말스코어 톱5에 해당하는 수치다.특히 ‘소방관’은 내외부적으로 좋지 않은 시장 상황 속 개봉 후 줄곧 박스오피스 전체 1~2위, 한국영화 정상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 개봉 직후와 일요일 등 관객 감소세 구간에서도 상승 곡선을 그렸다는 점 등에서 눈길을 끈다. 예매율 역시 이날 오전 기준 16%를 넘어서며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다.◇‘곽도원 리스크’ 떨친 최약체의 ‘반란’사실 ‘소방관’은 올겨울 영화 중 최약체로 꼽혔다. 작품의 완성도를 떠나 외부 조건이 좋지 않았던 탓이다. 가장 큰 리스크는 주연 배우 곽도원의 음주운전이었다. ‘소방관’은 곽도원이 음주운전 물의를 일으킨 후 처음 선보이는 작품으로 ‘곽도원 복귀작’이란 타이틀로 대중적 반감을 샀다. 같은 이유로 개봉까지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오랜된 영화란 부정적 꼬리표까지 달렸다.경쟁작 라인업도 쟁쟁했다. ‘모아나2’, ‘위키드’ 등 외화 강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1승’이 같은 날 극장에 걸렸다. ‘1승’은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삼식이 삼촌’을 연출한 신연식 감독의 신작에 송강호, 박정민을 내세운 작품으로, 개봉 전부터 화제를 불러 모았다.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모두의 예상을 뒤엎는 결과가 기다리고 있었다. 대중의 관심은 ‘1승’도 외화도 아닌 ‘소방관’에 쏠렸다. 개봉 전 ‘1승’에 밀려 예매율 2위로 출발했던 ‘소방관’은 첫날 가장 많은 관객을 끌어모으며 선두를 달렸다. ‘소방관’의 오프닝스코어는 8만 1673만명으로, 같은 날 박스오피스 2위를 차지한 ‘모아나2’(5만 5981명)보다 약 1.5배 높게 집계됐다.한 극장 관계자는 “‘소방관’은 개봉 당일 오전부터 경쟁작 대비 높은 예매율을 기록했다. 현장 예매도 앞섰다. 내부적으로 예상한 수치보다 높았다”고 전했다. ◇묵직한 실화→선행 마케팅 통했다‘소방관’의 이 같은 반전 서사가 가능했던 첫 번째 이유는 실화의 힘에 있다. ‘소방관’은 2001년 홍제동 화재 참사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영화는 사건 당시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화재 진압과 전원 구조란 단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투입된 소방관들의 상황을 통해 소방관들의 희생과 소명 의식을 조명하며 관객들에게 묵직한 감동을 안겼다.실제 영화를 본 관객들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라서 너무 감동적이고 슬프다. 그때 생각이 많이 난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tm****), “적나라하고 잔인한 소방의 현실을 잘 담아냈다. 부디 이 영화가 퍼져 모르는 사람이 없게 됐으면 한다”(wi****), “실화여서 그런지 너무 슬펐다”(kk****)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배급사 역시 다양한 방식의 마케팅을 통해 이 지점을 강조했다. 특히 온라인을 활용한 단순 휘발성 홍보를 넘어 현직 소방공무원 대상 시사회 등 영화의 메시지가 잘 전달 될 수 있는 유의미한 프로모션을 통해 영화 자체에 대한 호감도를 높였다. 대표적인 게 ‘119 기부 챌린지’다. ‘119 기부 챌린지’는 유료 관람 티켓 한 장당 119원이 소방관 장비 및 처우 개선을 위해 기부되는 것으로, 만약 100만명이 관람하면 기부금은 1억원을 넘긴다. 이러한 마케팅은 영화를 보는 행위가 곧 선행이란 이미지를 심어주며 관객을 극장으로 이끄는 데 일조했다. 이미 지난 주말 1차 목표액(1억원)의 절반을 달성했다.‘소방관’ 측은 “실제 사건을 생생하게 담아낸 영화에 대한 감동, 소방관들의 처우 개선에 대한 관심 등 영화가 주는 진정성에 실관람객들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며 “조만간 관객들의 응원과 힘으로 1차 목표 달성을 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내다봤다.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4.12.11 05:55
영화

“연말 큰 거 온다” 韓영화 막판, 송강호 열고, 김윤석 찍고, 현빈·송중기 피날레

송강호, 김윤석부터 현빈, 송중기까지 그야말로 톱스타 진수성찬을 차렸다. 한국 영화 기대작들이 흥행 배우 조커를 내세워 올해 마지막 레이스를 장식한다. 비수기 동안 괄목할 만한 성적을 거둔 한국 영화가 없는 극장가 분위기를 전환할 대목이기도 하다. 먼저 12월 둘째 주까지 개봉하는 1라운드는 ‘진정성’ 대결이다. 송강호·박정민 주연 여자배구 영화 ‘1승’과 곽도원·주원의 실화 기반 ‘소방관’이 지난 4일 포문을 열었다. 오는 11일에는 김윤석·이승기가 부자 호흡을 맞춘 가족코미디 ‘대가족’이 참전한다. 연말에 어울리는 진한 감동과 소소한 웃음으로 무장했다는 공통점이 있다.공교롭게 구도도 비슷하다. 송강호, 곽도원, 김윤석이 베테랑다운 관록으로 중심을 잡으면, 젊은 피 박정민과 주원, 이승기가 밀거나 당기는 식이다. 특히 송강호와 김윤석, 그리고 음주운전 물의를 일으켰으나 곽도원 또한 천만 영화 주연작 보유자다. 안정된 연기력과 흥행성은 이미 증명됐다는 뜻이다. ‘1승’에서 송강호는 백전백패, 이겨본 적 없지만 배구에 진심인 감독 김우진 역으로 여자배구팀 ‘핑크스톰’의 1승을 목표로 전념한다. ‘소방관’의 곽도원은 5년 연속 구조대상자 구출 횟수 전국 1등인 구조반장 진섭 역으로 목숨 걸고 기꺼이 현장에 뛰어드는 소방관이다. ‘대가족’의 노포 만둣집 사장 함무옥 역 김윤석은 스님이 된 아들의 생물학적 자식을 주장하는 아이들과의 만남으로 성장하는 장년을 그린다. 특히 송강호와 김윤석은 지난해 개봉한 ‘거미집’(최종 31만), ‘노량: 죽음의 바다’(457만)보다 친근하고 따스한 얼굴로 나서 관객의 반가움을 더한다.개봉 하루 전인 3일 오후 11시께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당일인 4일 오전 4시 27분께 해제가 이어진 상황 속 관객 수에 영향이 없을 수 없었겠지만 ‘소방관’은 개봉일 하루 8만 1678명이 관람해 전체 박스오피스 1위로 오프닝스코어를 기록했다. 같은 날 ‘1승’은 4만 6363명이 관람해 100만 관객을 돌파한 디즈니 애니메이션 ‘모아나2’를 3위로 추격했다.박스오피스 고지를 걸고 예매율은 8일 오전 11시 기준 ‘모아나2’가 22.6%로 정상을 차지했다. ‘소방관’이 21.5%로 뒤따르는 가운데 개봉 3일을 앞둔 ‘대가족’은 예매율 4.4%를 기록했다. 기존 한국 영화 시사회보다 이른 사전 시사회를 통해 실관람 호평을 확보하는 전략을 채택했기에 개봉 전주 주말까지 입소문을 타는 것이 관건으로 보인다. 크리스마스부터 연말까지 2라운드의 주인공은 현빈과 송중기다. 타국에서 치열했던 우리나라 역사적 사건을 기점으로 그 속의 인물들을 조명하는 작품의 맞대결이다. 25일 개봉하는 ‘하얼빈’은 1909년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하기 위해 하얼빈에 모인 독립군을, 31일 개봉하는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이하 ‘보고타’)은 IMF 직후 콜롬비아 보고타에서 새 희망을 품고 자리를 잡은 한인 사회를 배경으로 한다.현빈은 ‘하얼빈’에서 대한의군 참모중장 안중근 역을 맡았다. 앞서 제작보고회에서 그는 역사적 위인인 안중근을 연기하는 부담이 있었다면서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걸어가야 했던, 그렇게 지키려고 했던 신념과 의지를 표현하고자 했다”며 영하 40도 추위에서 촬영한 몽골 로케이션 촬영담을 꺼내 기대를 높였다. ‘남산의 부장들’의 우민호 감독이 연출한 제작비 300억 원대 대작이며 현빈은 홍보를 위해 ‘유퀴즈 온 더 블록’으로 13년 만의 토크쇼 출연도 불사했다.그런가 하면 송중기는 ‘보고타’에서 1997년부터 2008년까지, 밑바닥 소년 국희가 보고타 한인 사회의 실세로 성장하는 모습을 그려낸다. 제작보고회에서 송중기는 “제가 최근에 한 캐릭터 중 가장 욕망이 득실득실한 친구”라며 “상황과 나이에 맞게 캐릭터가 바뀐다. 나중에는 용암처럼 끓는다”고 예고했다. 김성제 감독은 “송중기가 유일했다. 좋은 목소리뿐만 아니라 소년에서 청년까지 대비를 보여줄 수 있는 얼굴이 있다”고 신뢰를 드러냈다.대목에 포진된 톱스타들의 출격에 여느 때보다 극장가는 활기를 기대하고 있다. CGV 서지명 커뮤니케이션팀 팀장은 “배우진이 화려할 뿐아니라 장르나 소재가 가족 등 여럿이 함께 보기 좋은 작품 라인업”이라며 “또 팬층이 두터운 배우들의 출연도 큰 기대 요소”라고 밝혔다.변수로 꼽힌 ‘모아나2’의 장기 흥행 등 외화 강세나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시즌2 공개에 대해선 “한국 영화에 불리하기보단 ‘요즘 볼게 많다’는 반응을 형성하는 측면에서 유의미 하다. 콘텐츠 자체에 관심 많은 층은 극장 영화도 소비한다”며 “연말이기에 가벼우면서도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 주목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또 다른 극장 관계자는 “‘파묘’나 ‘범죄도시4’처럼 한 작품이 주목받아 천만 관객을 달성하는 것도 좋지만 여러 작품이 관객을 고루 견인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12월 초 개봉하는 작품들이 출발을 잘 끊어주면 흥행 분위기를 잘 탈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이주인 기자 juin27@edaily.co.kr 2024.12.09 05:40
영화

K콘텐츠, 원작 없이는 못살아 [줌인]

K콘텐츠의 원작 의존도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순수 창작물 대비 리스크가 적기 때문인데 일각에서는 글로벌 시장 내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최근 극장가에는 리메이크 열풍이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외화 강세 속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지키고 있는 ‘히든페이스’와 ‘청설’은 장르도 타깃층도 다르지만, 별도의 원작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공통분모를 가진다. 두 작품은 각각 콜롬비아와 대만의 동명 영화를 재해석했다.이에 앞서 올여름 차례로 극장에 걸렸던 ‘설계자’(영화 ‘엑시던트’), ‘핸섬가이즈’(영화 ‘터커 & 데일 Vs 이블’), ‘파일럿’(영화 ‘콕핏’) 등도 기개봉작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지난 10월 개봉한 ‘대도시의 사랑법’은 동명 소설이 원작이며, 개봉을 앞둔 ‘말할 수 없는 비밀’,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먼 훗날 우리’, ‘정가네 목장’ 등도 출발지가 따로 있다.연이은 개작(改作) 제작이 영화에만 국한된 현상은 아니다. 지난주 베일을 벗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트렁크’는 김려령 작가의 동명 소설에 기반했고, 인기리에 방송 중인 드라마 ‘지금 거신 전화는’은 건어물녀 작가의 카카오페이지 웹소설에서 시작됐다. 디즈니플러스의 신작 ‘조명가게’도 웹툰이 원작이다.얼마 전 인기리에 막을 내린 드라마 ‘정년이’와 ‘조립식 가족’은 각각 동명 웹툰, 중국 드라마 ‘이가인지명’을 토대로 만들어졌으며, 공개를 앞둔 디즈니플러스 ‘파인: 촌뜨기들’, 드라마 ‘남주의 첫날밤을’, ‘수상한 그녀’ 등도 이미 공개된 웹툰, 웹소설, 영화 등을 각색한 작품들이다. 원작을 바탕으로 한 콘텐츠가 쏟아지는 가장 큰 이유는 흥행 실패 가능성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리메이크되는 작품들은 대체로 팬층이 두터운 인기작들로, 공개 전부터 관객(시청자) 확보가 용이하다는 강점이 있다. 이미 작품성 또는 화제성을 인정받은 콘텐츠인 만큼 새로운 관객 유입을 위한 마케팅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지속되는 업계 불황과 제작비 증가라는 현 시장 상황도 영향을 미쳤다. 산업 악화로 몇 년째 계속 작품 제작 편수가 줄어들면서 투자, 제작사들에게는 작품 리스크를 줄이는 것이 최우선 과제가 됐다. 때문에 새로운 이야기에 투자하는 ‘도박’보다는 잘 만들어진 원작을 다시 만지는 안전한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는 “콘텐츠 시장에도 하나의 팬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리메이크작에 대한 시선이 긍정적으로 바뀌었고 자연스레 주목도도 높아지고 있다. 물론 현실적인 원인도 있다. 콘텐츠는 결국 상업적 성공을 지향할 수밖에 없고, 리메이크작은 흥행 가능성은 높이고 리스크는 줄일 수 있는 하나의 방안”이라며 “원작 확보는 수익 최대화 면에서 대중문화 산업에 필요한 일”이라고 짚었다.다만 장기적인 시점에서는 마냥 긍정적으로만 볼 수 없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콘텐츠 제작에 있어 원작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순수 창작물 시장은 위축되고, 이것이 곧 콘텐츠 산업 발전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다. 한 제작사 대표는 “워낙 리메이크 작품이 많다 보니 글로벌 시장에서 K콘텐츠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는 걸 느낀다. 새로운 소스로 만든 순수 창작물은 드물고 대부분 웹툰, 영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보니 그들에게 더 이상 새롭지 않은 것이다. K콘텐츠의 장점인 참신함, 창의성이란 메리트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평론가 역시 “알려지거나 성공한 작품만 따라가다 보면 새로운 창작에 대한 시도, 실험이 위축되거나 그 시장이 덜 주목받을 수 있다. 그런 점에 있어서 창작물 발굴도 꾸준히 돼야 할 부분”이라며 “두 가지 축을 함께 가져가야지 한 가지에 쏠려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4.12.04 06:06
영화

작지만 개성있는 중소 韓영화들, ‘단독 개봉’으로 관객 눈도장

11월 개봉한 중소규모 한국 영화들이 외화 대작과 맞설 틈새 전략으로 눈길을 끈다. 바로 멀티플렉스와 손잡는 ‘단독 개봉’이다.영진위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6일 개봉한 그룹 위키미키 출신 김도연 주연 호러코미디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이하 ‘아메바 소녀들’)은 개봉 당일 누적 관객 4280명을 기록하며 독립·예술영화 박스 오피스 1위에 등극, 전체 박스오피스 10위권에 안착했다. 이 작품은 CGV 단독 개봉 작품으로 스크린 203개, 상영 횟수 410번으로 얻은 성과다.같은 날 롯데시네마에서 단독 개봉한 공승연 주연 제철소 재난영화 ‘데드라인’은 첫날 누적 관객 6765명을 모아 전체 박스오피스 5위에 올랐다. 스크린 184개, 상영 횟수 365번인 작품이지만 모든 극장에 와이드 개봉하는 한국 영화 ‘청설’, ‘아마존 활명수’와 외화 ‘베놈: 라스트댄스’, ‘레드 원’을 잇는 순위를 기록했다.멀티플렉스를 비롯한 여러 극장에서 최대한 많은 관을 확보해 상영 횟수를 늘리는 것은 모든 영화의 목표이지만, 지금 극장가 상황처럼 할리우드 대작을 제외하곤 비슷한 규모의 작품이 국내외에서 쏟아지는 상황에서는 포지셔닝이 중요하다. 즉 관객의 눈에 띄는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하는 것이다. 최근 중소규모 작품들에서 목격되는 멀티플렉스 한 곳과 계약을 맺는 단독 개봉 방식은 작품에 경쟁력을 부여하는 양상이다. CGV는 ‘아메바 소녀들’에 앞서 지난달 30일 리처드 용재 오닐이 참여한 음악 영화 ‘하와이 연가’를 단독으로 개봉했으며 롯데시네마는 심은경과 감독 4명의 앤솔로지 영화 ‘더 킬러스’를 지난달 23일부터 선보이고 있다. 또 이달 초 개봉한 ‘4분 44초’는 CGV의 ‘밤낚시’를 이어받는 롯데시네마의 첫 스낵 무비로서 홍보 수혜를 톡톡히 누리며 3만 관객을 돌파했다.이 같은 개봉 방식은 작품 배급사와 멀티플렉스의 양측에 ‘윈윈’으로 작용한다. 한 홍보사 관계자는 “실험적이기에 취향을 타는 독립예술 영화도 멀티플렉스 한 곳에서 단독 계약을 맺으면 오히려 관객 눈에 띄는 효과가 있고, 상대적으로 적은 마케팅 비용을 들일 수 있다”고 밝혔다. 다른 배급 관계자 또한 “모든 극장에 걸리진 않더라도 확실한 한곳과 계약하는 것이 안정된 상영관을 확보하고 극장과 연계한 마케팅으로 작품을 부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멀티플렉스 입장에서는 개봉작 선정으로 타사와 차별화된 브랜딩 효과를 기대한다. 롯데시네마는 ‘롯시픽’이라는 기획전을 진행하며 국내외 재개봉 명작과 신작을 아우른 단독 개봉 라인업을 발표하기도 했다. 각 극장이 수집한 관객의 선호도 데이터를 바탕으로 스크린에 걸 작품을 선정하기에 모두가 선호할 만한 무난히 대중성 높은 작품이 아니더라도, 자사에서 검증된 마니아 관객층이 안정적으로 확보될 수 있는 작품이라면 단독으로 계약을 맺는 식이다. 그중에서 뚜렷한 성과를 거두는 작품이 생기면 데이터로 쌓여 다음 작품 선정에 반영되고 그것이 곧 극장의 브랜드 색깔을 만들어 충성 고객으로 연결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게 된다.이처럼 단독 상영은 작품과 멀티플렉스가 상부상조하는 창구로 기능하지만, 더 많은 상영관을 무조건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황재현 CGV 전략지원담당은 “규모가 큰 상업영화와 달리 단독 개봉은 중소규모 작품들이 최적의 마케팅 비용으로 선택과 집중해 작품을 잘 알려보고자 할 때 채택되는 방식”이라며 “극장과 GV 이벤트나 기획전 등 홍보를 협력할 수 있어도 결국 관 배정과 흥행은 관객에게 얼마나 선택받는지에 달렸다”고 강조했다.이주인 기자 juin27@edaily.co.kr 2024.11.11 05:35
영화

‘베놈: 라스트 댄스’, 다시 1위…개봉 18일째 150만 돌파 [차트IS]

‘베놈: 라스트 댄스’가 누적관객 150만을 돌파하며 박스오피스 1위를 탈환했다.10일 영진위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전날인 9일 ‘베놈: 라스트 댄스’는 7만 3590명이 관람해 1위에 등극, 개봉 18일째 누적 관객 151만 8940명을 기록했다.이는 올 가을 개봉 외화 중 최고 흥행 기록일 뿐 아니라 ‘베테랑2’에 이은 최고 흥행 기록이다. 더불어 2024년 10월 개봉작 중에서도 최고 흥행 기록을 세우며 여름 외화 흥행작 ‘에이리언: 로물루스’ 이후 최고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베놈: 라스트 댄스’​는 서로 뗄 수 없는 에디와 베놈(톰 하디)이 각자의 세계로부터 도망자가 된 최악의 위기 속,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지독한 혼돈의 끝을 향해 달리는 액션 블록버스터로 절찬 상영중이다.이어 개봉 첫날인 지난 6일 ‘베놈’을 제치고 1위에 등극했던 홍경, 노윤서, 김민주 주연 ‘청설’은 같은 날 6만 9608명과 만나 2위에 올랐다. 누적 관객은 17만 4147명이다.3위는 류승룡, 진선규 주연 코미디 영화 ‘아마존 활명수’가 차지했다. 이날 3만 1380명이 관람했으며 누적 관객은 49만 8728명이다.이주인 기자 juin27@edaily.co.kr 2024.11.10 08:49
영화

외화 점유율 20% ‘뚝’…‘베놈: 라스트 댄스’, 분위기 전환 키 될까 [IS포커스]

‘베놈: 라스트 댄스’가 개봉 첫 주말 흥행 승기를 잡는 데 성공했다. 장기간 이어진 외화 부진 흐름 속 ‘베놈: 라스트 댄스’를 필두로 ‘글래디에이터Ⅱ’, ‘모아나2’ 등으로 전세를 역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28일 영진위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영화 ‘베놈: 라스트 댄스’는 개봉 첫 주말인 지난 25일부터 27일까지 40만명 이상의 관객을 모으면서 누적관객수 60만 돌파에 성공했다. 이로써 ‘베놈: 라스트 댄스’는 ‘보통의 가족’, ‘대도시의 사랑법’, ‘베테랑2’ 등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장기 집권 중인 한국 영화들을 꺾고 전체 박스오피스 1위에 등극, 외화 흥행 부진 고리를 끊었다. 외화가 주말 박스오피스 정상을 꿰찬 건 지난 9월 첫째 주 이후 약 두 달 만이다.실제 최근 극장가에는 외화 약세가 두드러졌다. 영진위 기준 지난달 외화 매출액은 191억원, 관객수는 198만명으로 점유율이 19%대에 머물렀다. 1월부터 9월까지 결산 자료를 봐도 외화 부진 흐름은 선명하게 나타났다. 이 기간 외화 누적매출액은 3786억원, 누적관객수는 3858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4.3%, 30.4% 감소했다.영진위는 “팬데믹 이전 평균과 비교하면 외화 누적 매출액은 그 절반 수준인 55.5%였고 누적 관객 수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47.3% 수준이었다”며 “1~9월 기준 ‘인사이드 아웃2’, ‘웡카’를 제외하면 매출액 300억원, 관객수 300만명을 넘긴 외화가 없었다”고 분석했다.글로벌 흥행작조차 국내에서는 힘을 쓰지 못했다. ‘인사이드 아웃2’에 이어 올해 개봉작 중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익을 낸 ‘데드풀과 울버린’(13억 3676만달러), ‘슈퍼배드4’(9억6335만달러) 모두 국내에서는 200만명도 채 모으지 못했다. 기대작으로 손꼽혔던 ‘조커: 폴리 아 되’도 전작(528만명)의 10%를 조금 넘는 61만명이 보는 데 그쳤다. 이 가운데 ‘베놈: 라스트 댄스’가 개봉 닷새 동안 누적관객수 60만명을 넘어서면서 분위기 전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물론 관객 증가세가 폭발적이지 않고, 영화에 대한 평가가 극명하게 갈리는 만큼 결과를 속단하기는 이르다. ‘베놈: 라스트 댄스’는 개봉 직후 대규모 액션으로 볼거리를 챙겼다는 호평과 서사의 짜임새, 개연성 등에 대한 지적을 동시에 받고 있다. 실관람객 평가인 CGV골든에그지수도 84%(27일 기준)를 기록 중이다. 동시기 개봉작 중 가장 낮다. 다만 팬층이 워낙 두텁고 전편들 역시 유사한 반응 속 평균 300만명의 관객을 모았다는 점에서 외화 흥행 불씨가 될 수 있을 것이란 예측도 적잖다. 예매율 역시 꾸준히 30% 수준을 유지하며 전체 1위를 기록 중이다.‘베놈: 라스트 댄스’ 이후에도 외화 흥행에 힘을 실을 만한 기대작은 다수 있다. 당장 다음 달 13일에는 ‘글래디에이터Ⅱ’가 개봉한다. 지난 2000년 개봉, 제73회 미국 아카데미시상식 작품상 등 5관왕에 오른 ‘글래디에이터’의 속편이다. 영화는 전편의 주인공인 막시무스(러셀 크로) 사망 20년 후를 배경으로, 로마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콜로세움에서 운명을 건 결투를 벌이는 새 주인공 루시우스(폴 메스칼)의 여정을 그린다. 검투사의 결투가 펼쳐지는 무대이자 로마의 상징인 콜로세움은 실제 크기의 60%에 달하는 세트로 직접 지었다.다음 달 20일에는 ‘위키드’가 관객을 만난다. 전 세계 6000만명이 관람하고 토니상, 그래미상 등 100여개 트로피를 품은 동명 뮤지컬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한국 최초 개봉으로, 팝스타 아리아나 그란데가 주연을 맡았다. 일주일 후인 27일에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모아나’의 두 번째 이야기 ‘모아나2’가 베일을 벗는다. 1편이 글로벌 흥행 수익 6억 400만달러를 기록한 만큼 속편에 대한 관심과 기대감이 큰 작품이다.극장 관계자는 “‘조커: 폴리 아 되’ 등이 흥행에 참패하면서 외화 속편에 대한 흥행 기대감이 낮아진 건 사실이지만, 당장 11월까지는 예산이 크거나 패키징이 압도적인 한국 영화 대작이 없는 만큼 상황이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외화가 아닌 작품 하나하나로 본다면 일주일 간격으로 계속 대작이 개봉하는 터라 경쟁은 치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4.10.28 06:05
영화

음기 충전 9월 극장가…‘늘봄가든’→‘바리데기 ’ 늦여름 韓호러 개봉 레이스 [줌인]

더위가 한풀 꺾인 늦여름 극장가에 음산한 기운이 드리운다. 불볕더위 정면 승부 대신 선선해진 날씨에 맞춘 공포 영화들이 추석 전까지 잇따라 개봉한다.할리우드 인기 시리즈 신작 ‘에이리언: 로물루스’가 쫄깃한 외계 공포로 지난달 14일 개봉 후 누적 관객 165만 명을 돌파하며 줄곧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한 가운데, 올여름 첫 한국 공포영화 개봉은 ‘늘봄가든’이 스타트를 끊었다.‘늘봄가든’은 곤지암 정신병원, 경북 영덕횟집에 이은 대한민국 3대 흉가로 불리는 늘봄가든 괴담을 배경으로 한 영화로, 배우 조윤희의 8년만 스크린 복귀작이다. 지난달 21일 개봉 후 개봉 5일 만에 20만 관객을 돌파, 지난해 4월 개봉한 ‘옥수역 귀신’의 첫 주 스코어인 7만 8000명을 훨씬 웃돌며 상당한 관심을 받았다. 개봉 주 주말인 지난달 24일에는 전날(3만 1223명)보다 두 배 이상(6만 5417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더블 스코어를 달성하기도 했다. CGV 연령별 예매 분포에 따르면 ‘늘봄가든’은 10대가 29.4%, 20대가 22.2%로 1020관객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다만 실 관람지수인 에그 지수는 64%를 기록, 만듦새에 대한 평가가 엇갈렸으나 지난 1일 기준 누적 관객수 33만 136명을 돌파하며 호러 장르를 향한 관객 수요를 방증하고 있다. 기세를 이어받을 한국 공포영화는 오는 4일 함께 개봉하는 ‘바리데기’와 ‘기기묘묘2’다. ‘바리데기’는 아내와 딸을 잃은 무당이 25년에 걸친 복수를 시작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올해 천만 영화에 등극한 ‘파묘’처럼 K오컬트를 내세워 동남아 전역 선판매도 이뤄졌다. 연출을 맡은 이세원 감독은 20여 년 전 무속 관련 다큐멘터리를 작업하면서 만난 다양한 무당들과의 이야기들을 토대로 이번 영화에도 철저한 사실 고증을 추구했다고 밝혔다.‘기기묘묘2’는 5편의 한국형 괴담을 엮은 옴니버스 공포 스릴러 작품이다. 택시부터 요양원, 물류 창고 등 실제 일상에서 일어날 법한 소재를 다룬 단편들을 엮어 마니아층에게 종합 선물세트처럼 다가갈 예정이다. ‘블랙박스’, ‘탄생’, ‘과외 선생님’, ‘이방인’, ‘기억의 집’ 다섯 작품은 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를 비롯한 국내외 유수영화제에 초청, 수상도 하며 작품성과 장르성을 검증받았다. 세 영화는 제작비 규모가 크지 않다. 조윤희, 김주령, 허동원 등 인지도 높은 배우들이 출연한 ‘늘봄가든’이 제작비 약 35억, 손익분기점 60만 명대로 알려졌다. 이에 한여름 개봉하는 대작들과 경쟁보다는 늦여름 초가을을 개봉시기로 선택한 모양새다. ‘늘봄가든’ 배급사 측은 일간스포츠에 “여름 유일 한국 공포영화로 포지셔닝 가능한 시기이자, 타겟 층인 10대의 방학과 개학을 고려해 장기적으로 상영할 수 있는 일자로 잡았다. 그에 맞춰 동명의 웹툰을 먼저 론칭하기도 했다”고 밝혔다.이는 지난해 상황과도 비슷하다. 고 이선균 주연 미스터리 영화 ‘잠’은 텐트폴 영화가 자리한 여름을 피해 지난해 9월 개봉, 147만 누적 관객을 모았다. 이를 전후로 ‘신체모음.zip’, ‘치악산’도 연이어 개봉, 각각 6만 2000명, 2만 1000명을 동원했다. 한 영화 관계자는 “영화시장이 팬데믹 전에 비해 전체 파이가 작아지다 보니 큰 작품을 피해 배급 시기를 예민하게 조정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다만 동시기 개봉하는 외화 공포물들이 흥행 복병이다. 웰메이드 호러로 정평 난 할리우드 제작사 블룸하우스의 ‘이매지너리’가 지난달 28일 개봉했고, 오는 11일 ‘스픽 노 이블’이 관객을 만난다. 호러 장르는 아니지만 특유의 괴기스러운 세계관을 선보일 팀 버튼 감독의 ‘비틀쥬스 비틀쥬스’도 4일 개봉한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장르 마니아층이 형성되며 호러도 계절을 타지 않고 개봉하게 됐다. 또한 극장 비수기에 접어들며 추석 특수 전까지 작은 규모 작품 및 외화들이 개봉하는데, 이번 연휴가 9월인 관계로 틈새 개봉이 된 것”이라고 짚었다.이주인 기자 juin27@edaily.co.kr 2024.09.04 06:05
영화

[夏극장가 결산] 허리 영화 활약 속 코미디 웃었다

더위가 한풀 꺾이면서 여름 극장도 막을 내리는 모양새다. 지난해에 이어 올 여름에도 천만 영화가 탄생하지 못한 가운데 허리 영화의 활약, 코미디 장르의 흥행 등 예년과 다른 새로운 흐름이 포착됐다.올해는 초여름부터 극장가가 들끓었다. 6월 말 하정우 주연의 ‘하이재킹’, 이성민 주연의 ‘핸섬가이즈’가 연이어 관객을 만났고, 7월로 넘어오면서 이제훈, 구교환 주연의 ‘탈출’이 베일을 벗었다. 이어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이하 ‘탈출’), ‘파일럿’, ‘행복의 나라’, ‘빅토리’ 등이 차례로 걸렸으며, 사이사이 ‘데드풀과 울버린’, ‘에이리언: 로물루스’, ‘트위스터스’ 등 외화도 관객을 찾았다.가장 눈에 띄었던 흐름은 허리 영화의 선전이었다. 통상 극장가 최대 성수기로 꼽히는 여름에는 대규모 제작비가 투입된 블록버스터급 작품들이 개봉한다. 실제 이런 부류의 영화들이 흥행에도 강했다. 최근 3년 여름 흥행작도 ‘모가디슈’(2021), ‘한산: 용의 출현’(2022), ‘밀수’(2023)로, 약 200억원에 가까운 혹은 이를 웃도는 돈이 투입됐다.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하이재킹’, ‘탈출’을 제외한 대다수 작품이 100억원 안팎의 제작비를 썼다. 흥행에 성공한 작품 또한 중급 영화였다. 한국 영화 기준, 상위 세 작품은 ‘파일럿’, ‘탈주’, ‘핸섬가이즈’로, ‘파일럿’은 총제작비 98억원, 손익분기점 220만명 규모이며, ‘탈주’와 ‘핸섬가이즈’는 각각 순제작비 49억원, 손익분기점 110만명, 순제작비 80억원, 손익분기점 200만명이다.영화진흥위원회는 올여름 극장가 변화를 분석하며 “극장 여름 시즌의 시작인 7월 마지막 주에도 올해는 중급 영화인 ‘파일럿’이 개봉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극장가에 나타난 변화의 조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이라고 짚었다. ‘파일럿’, ‘탈주’, ‘핸섬가이즈’의 흥행으로 읽을 수 있는 흐름은 또 있다. 코미디 장르의 강세다. 손익분기점을 넘긴 이들 세 작품 중 ‘탈주’를 뺀 두 작품의 메인 장르는 코미디다. ‘파일럿’은 여장 남자의 구직기를, ‘핸섬가이즈’는 험악한 외모로 곤경에 빠지는 두 남자의 소동을 유쾌하게 풀어냈다. 긴 러닝타임과 복잡한 서사를 꺼리는 관객의 취향 변화 속 다양한 외부 환경이 영향을 끼쳤다는 의견이다.정지욱 영화평론가는 “이미 올 초 ‘파묘’, ‘서울의 봄’ 등 진지하고 사회적 의미가 강한 영화들이 흥행하기도 했고, 찜통더위까지 계속되면서 관객들이 편하고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영화를 선호하게 되지 않았나 한다”며 “전반적으로 즐거움을 주고 사회적 긴장감을 조금이라도 떨칠 수 있는 작품을 많이 찾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외화 강세 역시 올여름 극장가를 설명할 수 있는 키워드 중 하나다. 지난달 가장 많은 관객을 만난 작품이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2’라는 것이 방증이다. 이 영화는 7월 한 달간 276만 7299명을 동원, 누적관객수는 877만 6625명을 기록하며 올해 최고 흥행작 3위에 랭크됐다. 이 외에도 ‘데드풀과 울버린’, ‘슈퍼배드4’ 등도 관객들을 만나며 7월 외화 매출액 및 관객수 점유율을 50% 이상으로 끌어올렸다.8월에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졌다. 광복절 특수를 맞아 국내외 기대작 네 편이 대거 개봉하며 ‘여름 대전 속 대전’을 펼친 결과, ‘에이리언: 로물루스’가 최종 승자가 됐다. ‘에이리언: 로물루스’는 취향을 많이 타는 SF공포 영화라는 허들에도 불구, 개봉 이후 단 하루를 제외하고 줄곧 박스오피스 정상을 지키며 흥행 질주를 이어갔다.다만 일각에서는 할리우드 영화라서가 아닌, 가볍게 즐길 영화라는 점이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정지욱 평론가는 “외화 강세도 코미디 장르 흥행과 비슷한 맥락으로 볼 수 있다”며 “실제로 올여름 흥행에 성공한 외화를 살펴보면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작품보다는 상업적으로 즐길 수 있는 영화가 많다. 결국에는 통쾌하고 즐거운 영화가 선택받게 된 것”이라고 부연했다.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4.08.27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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