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10점차 역전드라마, 4시간 동안 씻지도 않고 봤죠" 숨죽여 지켜본 선배, 물금고 '영웅'도 환호했다
“4시간 동안 씻지도 않고 봤어요.”지난 20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물금고와 마산고의 경기. 물금고는 3회 초에만 11점을 내주면서 1-11로 끌려갔다. 패색이 짙었던 경기. 이대로라면 5회 콜드게임 패배도 바라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후 기적이 일어났다. 4회 말 7득점으로 추격에 나선 물금고는 5회 실점 후 5점을 추가하며 점수를 뒤집었다. 이후 물금고는 8회 말 1점을 추가, 14-12 대역전 드라마를 써내며 8강전에 진출했다. 모두가 놀랐던 경기. 이 각본 없는 드라마를 인터넷 중계로 4시간 동안 숨죽이며 지켜본 사람이 있었다. 바로 물금고 선배 김영웅이었다. 2022년 삼성 라이온즈에 입단한 김영웅은 2015년 창단한 물금고의 1호 프로지명 선수다. 그는 프로 입단 후에도 모교의 경기를 찾아보고 후배들과 연락을 이어왔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김영웅은 훈련 뒤 땀에 젖어있는 상황에서도 후배들의 경기를 지켜보기 위해 샤워를 미뤘다. 4시간 동안 앉은 상태 그대로 숨죽여 지켜봤다. 김영웅은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후배들의 대역전 드라마에 “소름이 돋았다”라고 돌아봤다. 현재 물금고의 주력 선수들은 김영웅이 물금고 주전 내야수로 활약하던 시절 신입생들이었다. “(공)민서나 (고)승현이, (강)도경이 등등..”이라며 후배 선수들의 이름을 나열한 김영웅은 “후배들 모두 끈기 있고 파이팅 넘치는 선수들이다. 10점 차였어도 뒤집을 것 같긴 했는데 진짜 뒤집고 승리하는 걸 보고 정말 자랑스러웠다”라고 말했다. 기특한 마음에 경기 후 선수들에게 연락해 용돈도 보내줬다는 후문이다. 물금고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8강전에서 명문 충암고까지 제압하고 준결승에 올랐다. 22일 경기에서 우천 서스펜디드로 승부를 내지 못했던 물금고는 24일 이어진 경기에서 4점을 추가하며 11-9로 승리했다. 물금고 야구부 창단(2015년) 첫 메이저 대회 4강 진출이었다.
김영웅은 “제가 물금고에 있을 때 8강이 목표였는데 이렇게 준결승까지 가게 돼서 뿌듯하다. 항상 삼성 팀원들하고 다닐 때도 ‘물금고가 최고’라고 말하고 다녔는데 이제 더 당당하게 말해도 될 것 같다”라며 웃었다. 그는 “두 번만 더 하면 우승인데 준결승에 만족하지 말고 우승까지 노려봤으면 좋겠다”라며 후배들을 응원했다. 후배들의 파란은 김영웅에게도 큰 자극이 됐다. 김영웅은 “후배들을 보면서 나도 정말 많이 배웠다. 포기하지 않는 후배들을 보면서 나도 다시 열심히 해야겠다고 마음을 다잡게 됐다”라고 이야기했다. 현재 김영웅은 현재 작은 부상으로 재활조에 내려와 있다. 허벅지 앞쪽 부위에 통증을 느껴 부상 회복 중이다. 김영웅은 전반기를 돌아보면서 “부족한 것도 많았지만 조금씩 배워가고 성장한 전반기였다. 후반기 땐 조금 더 보완해서 자신감 있는 모습을 더 보여드리고 싶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윤승재 기자
2023.07.24 1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