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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IS시선] 국가채무 심각한데 대대적 '부자감세' 웬 말인가

윤석열 정부가 세 번째 감세 계획을 발표했다. 이번에는 ‘부자 감세’에 초점이 맞춰진 모습이다. 지난 25일 공개된 세법개정안의 핵심은 상속세에 있다. 상속세 최고세율을 50%에서 40%로 10%나 낮췄다. 현행 상속세 최고 구간인 세율 50%는 30억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만 적용된다. 대기업 오너나 부자들에게만 해당되는 세율이다. 이뿐 아니라 최대주주의 할증과세도 폐지된다. 할증과세는 최대주주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인정해 주식 평가 금액의 20%를 더 붙이는 것이다. 이 같은 상속세율 적용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은 상속세율 최대치인 60%를 내고 지분과 유산 등을 물려받았다. 재벌들은 이번 세법개정안으로 최대 60%에서 20%가 줄어든 40%의 상속세만 내게 됐다. 한국의 상속세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30%와 비교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상속세 개편으로 가장 혜택을 보는 건 대기업 오너가다. 이들이 주도권을 잡고 이끌어가고 있는 경제단체들은 환영의 뜻을 나타내고 있다. 경제단체를 리드하고 있는 대한상공회의소는 “정부가 세수부족 등 어려운 상황에서 기업경쟁력 제고와 국민 세부담 적정화를 위해 고심해 마련한 2024년 세법개정안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세수부족에 대한 대책 없이 부자들을 위해 무작정 선심성 개편안을 내놓은 것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정부는 이번 개정안으로 연간 4조4000억원의 세수 감소가 발생한다는 발표했다.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이 법이 시행되면 2023년 결정세액 기준으로 고액자산가 2395명(피상속인 1251명+증여인원 1144명)이 2조1232억원의 감세 혜택을 받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중 과세표준 500억원이 넘는 재벌 29명의 경우 한 명당 445억원의 감세선물을 받게 된다고 밝혔다. 안도걸 의원은 “윤석열 정부의 부자감세로 2년 연속 세수결손이 발생해 국가재정에 비상등이 켜졌는데 수백억 자산가만 혜택을 보는 최고세율 인하는 터무니없고 너무나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세법개정안이 발표되자 시민단체도 ‘재벌대기업 감세 정책에 반대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참여연대는 이번 개정안으로 2029년까지 세수 감소 규모가 18조4000억원 추가될 것으로 예측했다. 참여연대는 "자산과세를 줄줄이 폐지·유예·완화하고 재벌대기업 공제 연장 상향 등을 골자로 한 기업·대주주·부자 감세 정책"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이 그토록 강조한 재정건전성 확보 방안도 확인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2023년 국가결산보고서에 따르면 국가채무는 전년보다 59조4000억원이 늘어난 1126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50%를 넘어설 정도로 심각한 재정상태에 직면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도 정부는 세수부족에 대한 대책 마련도 없이 부자들을 위한 선심성 감세 정책을 발표했으니 국민들의 시선이 고울리 없다. 2024.07.30 07:00
산업

더 이상 '정부 패싱' 없는 포스코, 재계 5위 위상 회복하나

새로운 수장 취임 이후 포스코그룹의 위상이 달라지고 있다. 재계 5위 집단임에도 그동안 윤석열 정부의 순방단에 번번이 제외되며 ‘포스코 패싱’ 논란이 일었지만 최근 해빙 무드가 형성되고 있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이 이번 윤석열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3개국 국빈 방문에 처음으로 동행하는 등 달라진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현 정부 들어 포스코의 수장은 해외순방 경제사절단에 철저히 배제됐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함께하며 이전과는 다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장인화 회장은 12일(현지시간) 열린 '한-카자흐스탄 비즈니스 포럼'에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과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인으로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이번에 구축된 핵심광물 공급망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핵심광물 전반에 걸친 협력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밝히면서 포스코는 이차전지 소재 사업과 관련해 중앙아시아 국가들과의 자원 협력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카자흐스탄은 세계 핵심광물 시장에서 우라늄 1위, 크롬 2위, 티타늄 3위 등 상당한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또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료인 리튬의 매장량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평구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원장은 “카자흐스탄 바케노 광구의 리튬 추정 매장량은 앞으로 10년간 국내 전기차 생산을 위한 배터리를 충당할 수 있을 정도의 양”이라고 밝혔다. 무엇보다 정부와의 불편한 관계가 해소되면서 포스코가 해외 시장에서의 사업 확대 등이 용이해졌다는 평가다. 포스코가 개척하지 못한 신대륙의 경우 정부의 도움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최정우 전임 회장 시절에는 포스코와 관련된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포스코는 2022년과 2023년 국정감사에 뜨거운 감자가 됐고, 힌남노 태풍의 영향으로 용광로가 창사 이후 처음으로 중단되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캐나다와 중국 등에서 진행된 ‘호화 이사회’로 인해 사내외 이사들이 경찰에 고발되기도 했다. 하지만 장인화 회장 선임 이후에는 이런 잡음들이 사라지고 있다. 취임 이후 포항시와의 소통 행보에 차기 수장 선임을 반대했던 포항 시민단체들의 불만도 줄어든 상황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전임 회장 때와는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 복잡했던 관계 등이 피부로 느껴질 정도로 개선됐다”며 “이제 철강과 이차전지 소재 시황만 좋아지면 된다”고 반겼다. 윤 정부 재임 기간에 수장이 뽑힌 만큼 포스코를 대하는 정부의 태도도 전향적으로 바뀌고 있다. 장 회장은 지난 5월 용산 대통령실 잔디마당에서 열린 중소기업인대회에도 초대받아 민정수석과 같은 테이블에 앉기도 했다. 장 회장은 지난달 한·중·일 3국 대표단 환영 만찬에도 주요 기업 총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고, 이달 3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한·아프리카 정상회의 공식 환영 만찬에도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등과 함께 참석했다. 재계 관계자는 “장인화 회장은 현 정부가 선택한 총수라는 인식이 있는 만큼 앞으로 정부 주관 행사에서 재계 5위 그룹다운 위상을 회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두용 기자 k2young@edaily.co.kr 2024.06.14 07:00
부동산일반

[IS시선]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거꾸로 가는 민심

“집값이 큰 폭으로 내릴 수 있으니 추격 매수를 자제하라.”2021년 7월 28일 당시 홍남기 경제부총리,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은성수 금융위원장, 김창룡 경찰청장 등 4개 정부 부처 수장이 나와 부동산과 관련해 이런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자 계속된 대책과 규제에도 집값이 잡히지 않자 담화문까지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당시 ‘영끌족(대출 등 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하는 사람들)’이라는 신조어가 탄생했고, 부동산 폭등 사태를 지켜보며 자조하는 사람들을 가리켜 ‘벼락 거지’라는 말도 등장했다. 문재인 정부 때는 부동산과 관련한 각종 규제가 전혀 먹혀들지 않았고, 아파트 평균 가격이 2배 가까이 폭등했다. ‘집을 사지 마라’고 아무리 애원하도 사람들은 초저금리 속에 너도나도 빚을 내며 ‘영끌’에 동참했다. 부동산 가격을 결정하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당시에는 양적 완화로 1%대의 초저금리가 형성되면서 ‘자본주의 흐름’ 그대로 서민들을 움직인 셈이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이전 정부와는 반대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 경기 침체 장기화로 인한 양적 긴축이 이어지자 부동산 가격은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그러자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11월 ‘청년 내집 마련 1·2·3 주거지원 프로그램’을 발표하며 청년들에게 집을 사라고 부추기고 있다. 청년 주택드림 대출을 통해 최장 40년간 최저 2.2%의 저금리로 분양가의 80% 자금을 빌릴 수 있다는 정책이다. 부동산 정책에 거부감을 갖고 있는 서민들은 “‘지금의 집값 그대로를 지불하고 40년 동안 대출의 노예가 되어라’는 말과 별반 다르지 않다”며 부정적 시선을 보내고 있다. 현 정부는 올해 4월 총선을 앞두고 표심을 잡기 위한 부동산 부양책을 남발하고 있다. 분양가상한제 대상지역 대부분을 해제한 것을 비롯해 재건축의 걸림돌이었던 안전진단도 사실상 무력화하는 1·10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내놓았다. 여기에 실거주 의무 폐지안도 계속해서 추진한다는 방안이다. 각종 정책을 내놓으며 추가적인 집값 하락을 막고 수요·공급의 밸런스를 맞추려 애를 쓰고 있지만 역부족인 상황이다. 기본적으로 4% 이상의 고금리가 지속되고 있는 터라 어떤 정책도 실효성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정부나 지방자치단체는 재건축이나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야 세수가 증가한다. 규제를 풀어주면 기부채납을 대폭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건설업계에서 나오는 돈은 선거자금으로 많이 흘러 들어가기 마련이다. 이는 정부가 선거를 앞두고 ‘총선용 포퓰리즘’을 고집하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높은 집값은 악순환을 낳고 있다. 공사비 폭증, 분양시장 경색,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 출산율 저하, 빈부격차 확대 등의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 집값 부담 등으로 아이를 낳지 않다 보니 올해 출산율이 0.6%대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다. 전·현 정부 모두 이러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오락가락하는 부동산 정책보다는 지금은 시장 논리에 따라 맡겨두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집을 사고파는 건 개인의 영역이다. 현 시점에서 선심성 정책으로 기대감을 부추겨 괜히 시장을 혼란스럽게 만들 필요가 없다. 자본주의 흐름에서 드러나듯이 민심은 정부의 정책과는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김두용 기자 k2young@edaily.co.kr 2024.01.23 07:00
산업

[IS시선] 노골적인 윤석열 정부의 '역행적 경제 정책'에 대한 우려

윤석열 정부는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민간 주도 성장’이 경제 정책의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해왔다. 하지만 최근 산업 전반에 걸쳐 정부 주도의 ‘관치’가 강하게 드러나며 ‘역동적 경제’가 아닌 ‘역행적 경제’ 정책이라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재계에서는 은행권과 통신사들에 대한 압박이 거세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쉬운 수능’ 논란으로 경제 정책뿐 아니라 입시 정책에서도 즉흥적 대응으로 기업뿐 아니라 학생과 학부모 등 일반인들에게도 혼란을 야기시키고 있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입시가 즉흥적으로 바뀌는 일은 과거 군부시절에도 없었던 ‘불도저’ 행보다. 이번 정부가 금융지주의 지배구조 투명화를 명목으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금융 정책은 과거 MB 정권의 정책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KB금융, 신한금융, 우리금융, 하나금융의 수장을 모두 교체해 ‘금융권 4대 천왕 시대’가 열렸다. 이들은 대통령과의 친분을 등에 업고 제왕적 권한을 누렸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런 정부 주도의 ‘관치’가 과연 금융권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는지 의문부호가 달린다. MB정부 때 4대 은행의 실적은 죽을 쒔을 정도로 좋지 않았다. 그리고 자회사의 경영과 인사에 지나치게 간섭한다는 시선도 있었다. 윤석열 정부는 과거 실패했던 정책을 답습하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이미 손태승 회장의 연임을 구상했던 우리금융지주에 압박을 가해 수장을 임종룡 회장으로 교체했다. 이어 업계 1위인 KB금융지주 회장 자리까지 입김을 불어넣고 있는 모습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KB금융지주 차기 회장 선임과 관련된 발언을 연이어 내뱉고 있다. 이 원장은 이와 관련해 “지배구조 이슈 이후 KB금융이 첫 사례라 선도적, 선진적인 선례가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보름 뒤인 지난 17일 다시 “절차적으로 개선할 부분에 대한 의견을 전달했다”며 KB금융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금감원은 금융지주 및 은행의 경영승계 절차에 대한 가이드라인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KB금융이 이번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처음으로 적용되는 경영승계가 될 가능성이 크다. 신한금융과 하나금융도 차후 정부의 경영승계 가이드라인 틀에서 회장을 선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어느 정부에서든 돈줄을 쥐고 있는 금융 정책을 바꾸려는 움직임이 있었다”며 “이번 정부는 인사와 정책 등에 대해 간접화법이 아닌 직설화법으로 요구하는 행태라 더 강압적으로 다가온다”고 말했다. 은행의 경우 공적인 성격을 띠긴 하지만 100% 민간기업이다. 하지만 정부의 지나친 간섭 등으로 주식회사로서 기업 가치 부분에서 적지 않은 피해를 보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정부의 관여로 은행을 100% 민간기업으로 보지 않는 인식이 있다”며 “기업이 최대 순이익을 내고 최대 실적을 내도 이런 인식 때문에 일반 주식회사와는 다른 그래프가 그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윤석열 정부는 민간 주도 성장을 강조하지만 결국 기업의 성장과 가치 증대에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다. 기업의 주주는 대다수가 일반인이다.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에게 돌아가고 있다. 김두용 기자 k2young@edaily.co.kr 2023.07.25 07:00
금융·보험·재테크

'관치금융'에 청년도약계좌 금리 올리며 자세 낮춘 4대 은행

윤석열 정부의 압박에 4대 은행이 모두 자세를 낮췄다. 공정거래위원회의 현장 조사 등 무언의 압박이 이어지자 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은 결국 청년도약계좌의 기본금리 1% 올렸다. 은행연합회는 14일 홈페이지를 통해 청년도약계좌 참여 은행 11곳의 최종금리를 공시했다. 4대 은행의 기본금리가 연 4.5%로 사전 금리에 비해 상향 조정됐다. 기본금리 4.5%와 우대금리 1.5%를 더하면 최고 6.0% 금리를 제공하게 된다. 윤 대통령의 대선 공략이었던 청년도약계좌는 15일부터 접수를 받는다. 정부는 이 정책에 예산 3678억원을 편성했다.4대 은행은 13일까지만 해도 기본금리 3.5%를 고수했다. 하지만 이날 부행장급 임원들이 서민금융진흥원에 모여 청년도약계좌 관련 회의를 진행한 뒤 기본금리를 1% 더 올리는 것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발적인 인상보다는 '관치금융'으로 인한 고육지책 성격이 짙다. 금융당국이 기본금리를 최소 4.5%까지 올려달라는 요청이 사실상 ‘가이드라인’으로 받아들여졌다. 한 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지침이 있었던 게 사실이고, 피해가 우려되지만 기본금리를 올리는 것으로 결정났다”고 말했다. 4대 은행은 앞서 8일 잠정 공시 당시 모두 3.5%의 기본금리를 제시한 바 있다. 그러다 당국과 여론의 부정적 의견 등을 반영해 4.0%로의 상향 조정을 검토하다 정부의 지침대로 4.5%까지 끌어올렸다.기본금리를 올리는 대신 우대금리는 낮춰 최고 6% 선은 맞췄다. 우대금리를 보면 NH농협은행까지 합친 5대 은행은 소득 0.5%, 급여실적·카드실적·최초거래 등 1%의 우대금리를 적용해 최고 6.0% 금리를 설정했다. 소득 조건(총급여 2400만원 이하·종합소득 1600만원 이하·사업소득 1600만원 이하)에 따른 우대금리는 0.5%로 은행 간 차이가 없었다.당초 4대 은행은 5년간 매달 70만원 한도로 적금하면 지원금(월 최대 2만4000원) 등을 더해 5000만원 가량의 목돈을 만들 수 있도록 설계된 금융정책인 청년도약계좌에 대해 신중한 반응을 보여왔다. 5년간 금리 변동 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높은 고정금리는 감당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권에서는 처음부터 청년도약계좌 공약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평가했다”며 “은행 입장에서는 잘못하면 수조원의 적자를 감수해야 하는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관치금융'에 4대 은행이 결국 손실을 감수하며 자세를 낮출 수밖에 없었다는 시선이 강하다. 정부는 윤 대통령의 공약인 청년도약계좌가 실질적으로 4000만원도 받기 힘든 정책이라는 비판이 따르자 은행을 압박하고 나섰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2일부터는 일제히 4대 은행에 대한 금리담합 현장조사에 나섰다. 지난 2월에 이은 두 번째 현장조사다. 1차에는 NH농협·IBK기업은행·전국은행연합회까지 포함됐지만 이번에는 4대 은행만 콕 찍어 조사했다.김두용 기자 k2young@edaily.co.kr 2023.06.15 06:58
산업

[IS 이슈추적] 국민연금의 KT 구현모 연임 태클, '애매한 명분'의 지나친 간섭?

최고경영자(CEO) 연임 여부를 놓고 KT 이사회와 국민연금이 충돌하고 있다. 이사회가 구현모 현 KT 대표이사를 최종후보로 선정한 가운데 KT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반대표를 예고하고 있다.시장에서는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 원칙)’ 행사를 두고 적절한 견제인지, 아니면 지나친 개입인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구 대표는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그간 공을 들인 사업의 성과를 차곡차곡 챙기며 주총에 대비하고 있다. 경선 기본 원칙 없었다는 국민연금의 ‘애매한 명분’ 26일 업계에 따르면 KT가 지난해 민영화 20주년을 맞았지만 여전히 정부의 입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정부가 직접 운영하는 국민연금이 KT의 최대주주이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현재 KT 지분 9.95%를 보유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최근 대표이사 선임 등 기업들의 중대한 의사결정 사안에 대해 반대표를 던지는 등 스튜어드십 코드를 강화하고 있다. 예전처럼 ‘거수기’ 역할에만 그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일환으로 국민연금은 지난해 말 구현모 대표의 경선 과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이례적으로 업무 시간이 지난 저녁에 '보도자료'까지 내며 구 대표의 연임 결정과 관련해 경선의 기본 원칙에 부합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서원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KT 이사회의 CEO 후보 결정이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는 경선의 기본 원칙에 부합하지 못한다는 입장”이라며 “앞으로 의결권 행사 등 수탁자 책임활동 이행과정에서 이런 사항을 충분히 고려할 것”이라고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국민연금은 KT 이사회의 경선과 관련해 현직 CEO를 위한 형식적인 과정이었다며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공정한 경선이 아니었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KT는 KT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가 5차례의 연임 적격 심사와 7차례의 경쟁 심사 과정을 거쳤다는 입장이다. 더군다나 구 대표가 단독후보로 추천받는 대신 복수 후보와 경쟁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추가 심사가 진행되기도 했다. 당시 구 대표는 “주요 주주가 제기한 소유분산 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우려를 고려했다”며 복수 후보 심사를 이사회에 요청한 바 있다. 이에 KT 지배구조위원회는 사외 인사 14명과 구 대표를 포함한 사내 후보자 13명에 대해 대표이사 적격 여부를 검토했고, 후보 심사위원회가 이들 27명의 후보를 비교 심사한 끝에 구 대표가 최종후보로 추천됐다. 이수정 경제개혁연대 정책위원은 이와 관련해 “주주들의 관점에 따라서 경선 절차와 관련한 시각이 다를 수 있다”며 “경선 과정상 확인할 수 없는 애매한 부분들이 있었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경제개혁연대는 구 대표가 ‘상품권 깡’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다음 이를 99명의 국회의원에게 쪼개기 후원을 한 혐의로 벌금 15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은 사안을 강조했다. 이 같은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한다면 기관투자자 등은 구 대표의 연임 안건을 반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국민연금 역시 ‘쪼개기 후원’을 걸고 넘어지고 있다. 그러나 KT는 규정상 결격 사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구 대표의 벌금 1500만원은 KT 이사회가 결정한 대표이사 결격 사유인 ‘금고 이상의 형’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처럼 표면적인 절차와 규정상으로는 구 대표의 연임에는 결격 사유가 없는 상황이다. 또 구 대표는 '쪼개기 후원'과 관련해 항소를 통해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법인·단체의 정치자금 기부 행위를 처벌하는 정치자금법이 위헌이라는 취지의 신청서도 제출했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장은 구 대표의 연임 사안과 관련해 “사법 리스크가 없진 않지만 주장하기 나름이다. 꼬투리를 잡으려면 어떤 것이든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적·주가 잡은 CEO, 투자자들은 환영 국민연금이 대주주이긴 하지만 지나친 간섭을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알박기’를 위한 일환으로 국민연금을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구 대표는 문재인 정부 시절 선임된 인사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했기 때문에 KT의 대표이사를 교체하고, 여권의 인사를 박겠다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KT 수장 자리를 두고 여권과 야권의 정쟁으로 확대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시절 KT의 사외이사로 선임된 이강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은 이달 중도 사임했다. KT는 지난 13일 이와 같은 사실을 공시했고, 일신상의 사유로 사임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강철 사외이사는 사임의 이유로 건강 문제와 함께 “회사를 위해서”를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에서는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반대하자 이 사외이사가 구 대표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중도 사임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이사가 야권 출신이라 KT 이사회를 불편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 이사는 지난 대선에서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공개적으로 지지한 바 있다. 투자자들은 ‘KT의 얼굴’이 정쟁에 휘말리고 있는 것에 대해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기업의 수장은 상징적 존재다. 수장의 리더십에 따라 기업의 미래 비전이 바뀌고, 실적과 주가가 요동치기 때문이다. 이에 투자자 입장에서는 ‘알박기’ 시도를 환영할 수 없다. 더구나 구 대표의 재임 이후 KT의 실적 개선세가 뚜렷했고, 주가도 상승했다. 지난해 KT는 출범 후 처음으로 서비스 매출 연 16조원 달성이 유력한 상황이다. 또 지난 11월 말 기준으로 2020년 취임 이후 주가가 90% 상승하는 등 재임 기간에 기업가치를 높인 것도 후한 점수를 받았다. 최근에는 오랫동안 공을 들인 몽골 정부와의 전략적 협력을 이끌어 냈다. 몽골과의 희토류 등 광물자원을 국내에 공급하기로 했고, 디지털 사업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오일선 소장은 CEO 교체의 ‘뚜렷한 명분’이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주가가 나쁘지 않고 실적이 좋은 상황에서 잘 하고 있는 CEO를 교체하려면 좀 더 명확한 명분이 있어야 한다”며 “만약 정부의 입김을 통해 교체된 대표가 실적과 주가 부분에서 부진하다면 되레 독이 돼 돌아올 것”이라고 했다. 오는 3월 KT의 주주총회에서 구 대표의 연임과 관련해 표결이 진행될 전망이다. 현재 9.95% 지분을 가진 국민연금이 반대하는 가운데 KT는 신한은행(5.58%), 현대차그룹(현대차 4.69%, 현대모비스 3.1%)의 우호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관건은 영국의 투자사인 실체스터인터내셔널인베스터즈의 향방이다. 실체스터는 5.0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구 대표는 해외 투자사의 표심을 얻기 위해 내달 출장길에 오른다. 3주에 걸친 장기 해외 출장길에 미국과 영국 등을 방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년간 진행된 디지코(디지털플랫폼기업)의 성과 등을 소개하면서 기업가치와 주주이익 극대화를 위한 비전을 제시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투자자가 기업을 고를 때 주가 상승과 배당 여력 두 가지 요소를 집중적으로 본다”며 “KT의 경우 어려운 글로벌 환경에서도 지난 3년간 이러한 투자 매력 포인트를 충분히 증명했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지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 대표는 1987년 KT에 입사해 35년 동안 회사에 몸담으며 여러 요직을 두루 거친 정통 'KT맨'이다. 만약 구 대표가 주총에서 승리한다면 남중수, 이석채, 황창규 전 대표에 이어 2002년 KT 민영화 이후 수장을 연임하는 네 번째 인사가 된다. 김두용 기자 k2young@edaily.co.kr 2023.01.27 06:59
산업

윤석열 경제사절단 포함 메디톡스, '보톡스 중국 진출 제동'

메디톡스의 중국 사업 파트너사 블루미지 바이오테크놀로지의 자회사 젠틱스가 싱가포르국제중재센터(SIAC)에 메디톡스에 대한 손해 배상 청구를 제기했다. 손해 배상과 관련된 내용은 20일 공시됐고, 청구 금액은 약 1190억원이다. 이로 인해 메디톡스의 중국 진출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젠틱스는 손해배상 청구와 함께 메디톡스와 블루미지가 설립한 현지 합작법인 '메디블룸'의 계약 조항이 위반됐고, 젠틱스에 메디블룸 계약 해지권이 있음을 확인해 달라는 청구를 제기했다.메디톡스는 2015년 블루미지와 메디블룸을 설립하는 등 보툴리눔 제제 중국 진출을 준비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7월 블루미지가 메디톡스와의 협력 관계 해지 의사를 밝히며 제동이 걸렸다. ‘보톡스’라 불리는 보툴리눔 제제는 미간 주름 개선 등 미용성형 시술에 쓰이는 생물학적 제제다.당시 블루미지는 메디톡스가 판매용 제품을 공급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메디톡스는 블루미지가 중국 현지 허가 절차를 마치면 메디톡스가 제품을 공급하기로 했는데 4년이 넘도록 품목허가에 진전이 없었다고 해명한 바 있다.메디톡스 관계자는 "SIAC 규정상 세부 내용을 공개할 수는 없지만, 메디톡스는 해당 위반 사항이 없다고 판단해, 법률대리인을 통해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메디톡스는 윤석열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UAE) 순방 경제사절단에 포함되는 등 기대를 모으고 있는 바이오 기업이다. 메디톡스는 국내 기업 최초로 두바이에 보툴리눔 톡신 완제품 공장을 건립하는 양해각서를 지난 17일 체결하기도 했다. 김두용 기자 k2young@edaily.co.kr 2023.01.20 09:21
사회

직장인 새해 소망 '임금 인상' 1위...정부의 노동정책 부정평가 우세

직장인들의 새해 소망 1순위는 임금 인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8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작년 12월 7∼14일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78.0%(780명)가 새해 소망으로 '임금 인상'을 꼽았다고 밝혔다. 이어 '노동시간 단축' 22.4%, '일과 가정의 양립' 20.1% 순이었다. 새해 소망은 중복 응답이 가능했다. 전 연령대에서 임금 인상이 1위를 차지했지만 2위는 연령별로 차이가 있었다. 20대는 '좋은 회사 이직', 30대는 '노동시간 단축', 40·50대 '일과 가정의 양립'을 임금 인상 다음으로 많이 꼽았다.'물가 인상으로 사실상 임금 줄었다'는 의견에 응답자 92.3%가 동의한 점으로 미뤄 물가 상승이 임금 인상을 소망하게 한 요인으로 풀이됐다.올해 직장 내 괴롭힘에 관한 전망은 집단별로 차이를 보였다. 대체로 약자로 분류되는 여성(51.2%)·비정규직(52.5%)·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55.6%)는 절반 이상이 직장 내 괴롭힘이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남성 62.6%, 정규직 62.8%, 300인 이상 사업장 노동자 66.2%가 괴롭힘이 줄어들 것이라고 긍정적 전망을 한 것과는 대비된다.현 정부의 노동·일자리 정책에 대해서는 부정적 평가가 우세했다. '노동·일자리 정책을 잘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78.1%)고 답한 비율이 '그렇다'(21.9%)는 의견보다 4배 가까이 높았다.특히 여성(84.7%),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80.9%), 월 150만원 미만 노동자(84.7%)에게서 부정적 평가가 많았다.김유경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여성, 저임금노동자, 영세사업장 노동자 등 소외당하는 약자들이 정부 정책에 더 비판적이었다"며 "직장인이 원하는 임금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과는 정반대로 장시간 노동을 추진하는 윤석열 정부는 지금이라도 정책 방향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김두용 기자 k2young@edaily.co.kr 2023.01.08 16:19
경제일반

공정거래위원장에 한기정 서울대 교수 내정

공정거래위원장에 한기정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가 내정됐다. 18일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은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 후보자는 시장주의 경제원칙을 존중하는 법학자이면서도 연구원, 정부위원회 활동으로 행정분야 전문성까지 겸비한 분"이라며 발탁 배경을 설명했다. 대통령실은 추가적으로 "한 후보자는 보험 약관 등 연구 분야에서 '을의 입장'을 대변해 왔고 탁월한 균형감각을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사회에 기여해 왔다"며 "공정한 경쟁을 통한 시장경제 활성화와 공정거래 법집행 개선을 통한 피해구제 강화라는 윤석열정부의 공정위 핵심 국정과제 실현을 이끌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1964년생인 한 후보자는 서울 양정고와 서울대 법대(공법학 전공)를 졸업하고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보험법 전공으로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같은 법과대학 출신이다. 79학번인 윤석열 대통령보다는 3년 후배인 82학번이다. 그는 시장주의 경제원칙을 존중하는 법학자이면서 다양한 정부위원회와 연구단체에서 활동하는 등 행정적 전문성을 함께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한 후보자는 1997년부터 2000년 한림대 법학과 조교수·법학연구소장을 거쳐 2000년∼2007년 이화여대 법과대학 조교수·부교수를 지냈다. 금융감독원·재정경제부·법무부 등 다양한 정부 기관 및 정부 위원회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2009년 금융감독원 금융분쟁조정 전문위원, 2016∼2017년 금융위원회 금융발전심의회 위원, 2016∼2019년 보혐연구원 원장을 지냈다. 지난해부터는 법무부 감찰위원회 위원장, 대법원 사법행정자문회의 위원으로 일해왔다. 서울대에서는 2010년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거쳐 2020년에서 2022년 6월까지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장으로 재임했다. 현재는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한 교수가 공정위원장에 최종 임명될 경우 공정위 출범 이래 첫 법학자 출신이 위원장을 맡게 된다. 권지예 기자 kwonjiye@edaily.co.kr 2022.08.18 17:08
산업

봇물 터진 재계 ‘투자시계’, 과연 영양가 있는 보따리인가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갑자기 재계의 ‘투자시계’가 빨라지고 있다. 지난 24일부터 3일 간 주요 대기업들은 약속한 듯 5년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대규모 투자와 고용 창출 소식에 고무된 분위기지만 실제 집행 여부에는 의문부호가 달리고 있다. 새 정부 출범 1000조 ‘투자 보따리’ 30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 SK, 현대차, LG, 롯데 등 국내 10대 그룹이 발표한 투자 계획 규모는 1035조600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신세계와 CJ그룹까지 더하면 1076조원에 육박한다. 지금까지 국내 10대 기업이 올해처럼 비슷한 시점에 봇물 터지듯 투자 계획을 밝힌 적이 없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윤석열 정부 출범 초기에 10대 그룹은 일제히 ‘통 큰 투자’를 약속했다. 4년 63조원을 발표한 현대차만 제외하고 모두 윤석열 대통령의 재임 기간과 같은 5년 투자 계획을 밝혔다. 재계 관계자는 “정부가 바뀔 때 1년 길어야 3년의 투자 계획을 공개하는 기업들이 있었지만 이번처럼 5년의 중기 계획을 일제히 발표한 전례는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삼성이 반도체·바이오·신성장 정보기술 등에 450조원을 투자한다고 밝혀 규모가 가장 크다. SK는 그룹의 핵심 성장동력인 ‘BBC(배터리·바이오·반도체) 사업’에 247조원을 투자한다. 이어 현대차는 전동화 전환과 친환경, 신기술 등에 4년간 국내에만 63조원을 투자한다. LG도 배터리, 전장, 차세대 디스플레이 등의 분야에 106조원에 달하는 국내 투자 계획을 공개했다. 롯데는 모빌리티와 헬스 앤 웰니스, 수소 등 주요 신사업에 37조원을 쏟아붓기로 했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정권 초기이니 만큼 기업들이 아무래도 정치적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기업들의 통 큰 투자는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 정부와 딜을 통해 이뤄진 정치적 역학의 일부분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구속력 없는 보여주기식 ‘쇼맨십’ 전례 없는 초대형 투자 계획 발표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일부에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과 고유가 등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졌고, 대내외적인 환경이 악화된 가운데 나온 투자 계획이라 기업들의 위기 극복 의지를 엿볼 수 있는 행보로 평가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24일 450조원 투자 계획과 관련해 “숫자는 모르겠고 그냥 목숨 걸고 하는 것”이라며 절박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30일 방한 중인 팻 겔싱어 인텔 CEO를 만나 글로벌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삼성전자와 인텔은 양사 경영진이 참석한 가운데 차세대 메모리, 팹리스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반도체 생산공장), PC 및 모바일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협력 방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등 릴레이 회의를 가졌다. 또 삼성은 글로벌 초격차 행보를 위해 3년 만에 상반기 글로벌 전략회의 개최를 고려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매년 6월과 12월 국내외 임원이 모여 사업부문별 업황을 점검하는 등 사업계획을 논의해왔다. 지난 2년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글로벌 전략회의를 하반기에만 한 차례 열어왔다. 하지만 올해는 상반기 전략회의를 열어 글로벌 정세에 대한 대응 전략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LG도 30일 구광모 회장 주재로 사업 전략보고회를 시작했다. 초대형 투자 규모에 대해 ‘알맹이 없는 보따리’라는 지적도 있다. 그룹 차원에서의 단순한 계획일 뿐 구속력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오일선 소장은 “5년 계획을 대략적으로 통 크게 발표했는데 분명 세밀하지 않다”며 “고용의 경우 문재인 정부 때도 늘린다고 했는데 속도가 현실화되지 못했고, 검증도 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경제개혁연대도 24~26일 대기업집단이 밝힌 투자계획과 관련해 의문을 제기했다. 이 단체는 “각 그룹이 선정한 핵심 사업에 대해 막대한 투자를 해 경쟁력을 꾀하고 이를 통해 대규모 고용창출 효과까지 거둘 수 있다는 정도의 내용이 전부”라며 “어떤 계열사를 통해 어느 수준의 금액을 투자할지 등 정작 투자자들에게 중요한 정보는 어디에서도 확인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투자계획과 관련해 한국거래소는 각 상장회사가 공시대상이 되는 사항이었음에도 이를 공시하지 않았다면 공시위반이 될 수 있다”며 조회공시를 요구했다. 구속력이 없고 실제 집행 여부를 검증할 수 없는 대규모 투자 계획이라는 지적과 관련해서 한 대기업 관계자는 “보수적으로 접근한 투자 계획들이지만 실행 가능한 투자와 계획들로 채워졌다. 해당 사업부에서 이미 검증을 끝낸 항목들”이라고 답했다. 김두용 기자 kim.duyong@joongang.co.kr 2022.05.31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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