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일 낼 것 같다" 김경문 기대, "3년 전 마음 빛 " 날린 오지환의 명예회복
3년 전 비난의 중심에 있던 오지환(31·LG). 그의 명예회복은 성공적으로 착착 진행되고 있다. 오지환은 도쿄올림픽 총 4경기에서 타율 0.286(14타수 4안타)를 기록하고 있다. 홈런 2개, 타점은 5개다. 특히 장타율은 0.786, 출루율은 0.412로 굉장히 좋다. 수비 부담이 큰 유격수를 맡으면서 타격에서도 기여도가 높다. "이번 대회에서 일을 낼 것"이라고 한 김경문 대표팀 감독의 예상과 바람이 맞아떨어지고 있다. 오지환은 2일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야구 녹아웃 스테이지 2라운드 이스라엘전서도 1-0으로 앞선 2회 말 무사 1루에서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투런 홈런을 때려냈다. 총 3타수 1안타 2타점 2득점으로 대표팀의 11-1, 7회 콜드 게임 승리를 견인했다. 3회에는 아웃 카운트 3개를 모두 처리하는 등 물샐 틈 없는 수비를 자랑했다. 오지환은 경기 뒤 "나흘 전 맞붙었고, 지난 맞대결과 다르게 끌려가고 싶지 않았다. 많은 점수 차로 이기고 싶었다"라며 "(홈런 상황은) 초구 직구를 적극적으로 타격한 게 주효했다"라고 말했다. 오지환의 대표팀에 마음의 빚이 컸다. 그래서 이번 올림픽에 반드시 뽑히고 싶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당시의 각종 논란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당시 아시안게임 때 오지환의 발탁을 두고 논란이 컸다. 정작 아시안게임 본선에서는 뛰지 못해 활약이 미미했다. 대표팀이 금메달을 따 오지환은 병역 혜택을 받았고, 이로 인해 '자격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후폭풍은 컸다. 국가대표 첫 전임 사령탑에 오른 선동열 전 감독이 국정감사에 불려 나가는 초유의 사태로 번졌다. 결국 선동열 감독은 대표팀 감독에서 자진 사퇴했다. 그는 "아시안게임이 끝난 뒤 다시 대표팀에 뽑혀 국제대회 무대를 밟고 싶었다. 아시안게임 때는 압박감이 컸고 (부정적인) 시선이 많았다. 그때 보여주지 못한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또한 "대표팀에 갚고 싶은 마음이 크다"라고 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마음이 편치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최종 엔트리 발표 전까지 오지환은 발탁을 확신하지 못했다. 리그 최고 수준의 수비력을 자랑하나, 타율이 2할 초중반에 그칠 만큼 약했기 때문이다. 오지환은 당당하게 3년 만에 대표팀에 귀환했다.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신화를 이끈 김경문 대표팀 감독은 "오지환이 가장 수비를 잘하지 않나. 투수들의 경험이 부족하므로 내야 수비가 더 견실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오지환의 타율이 낮지만, 수비를 제일 잘한다고 생각해서 코치진이 점수를 많이 준 것 같다"라고 발탁 배경을 설명했다. 오지환은 3년 전 대표팀에 진 마음의 빚을 갚기 위해 이를 악물었다. 대표팀 평가전에서 왼쪽 목 근처가 찢어져 5바늘을 꿰맸다. 2일 이스라엘전에서 공에 맞아도 계속 참고 뛰었다. 지난달 29일 이스라엘과 예선 라운드 첫 경기에서 4타수 3안타(1홈런) 1볼넷 3타점을 기록했다. 올림픽 첫 타석부터 안타로 타격감을 올린 그는 0-2로 끌려가던 4회 2사 1루에서 동점 투런 홈런을 뽑았다. 6회에는 볼넷 뒤 도루까지 성공했다. 이어 4-4로 맞선 7회 큼지막한 1타점 2루타를 쳤다. 다시 한번 '이스라엘 킬러'로 나섰다. 오지환은 2일 경기에선 2회 말 무사 1루에서 3-0으로 달아나는 2점 홈런을 쳤다. 이번 대회 두 번째 홈런이다. 국제대회에서 '장타력을 갖춘 유격수'의 모습을 자랑했다. 3-1로 쫓긴 5회 말 무사 1루에선 사구를 얻어 출루해 10-1까지 점수 차를 벌리는 발판을 마련했다. 구심이 최초 사구를 인정하지 않자, 벤치에 비디오 판독 사인을 보내 판정 번복을 끌어냈다. 대표팀은 이후 무사 1, 2루에서 무려 7점을 추가해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오지환은 "3년 전 아시안게임 때 보여주지 못한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밝힌 대회 전 기대와 각오를 도쿄 올림픽에서 100% 마음껏 펼치고 있다. 대표팀은 2일 이스라엘을 꺾고 가장 먼저 준결승에 진출했다. 4일 저녁 7시 결승 진출 티켓을 놓고 대결한다. 오지환은 2일 경기 후 "대표팀은 책임감도 필요하고 엄청 중요한 자리인 것 같다. (3년 전에) 많은 얘기가 있어서, 더는 그런 얘기(비난)를 듣고 싶지 않은 마음가짐이 있었다. 또한 힘든 내색도 겉으로 드러내고 싶지 않았다. 대표팀에 걸맞은 선수가 되고 싶다. 팀 승리에 필요한 선수가 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오지환은 2018 아시안게임의 악몽과 오명을 모두 털고, 도쿄올림픽 승리의 주역으로 일어서고 있다. 이형석 기자
2021.08.03 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