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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포커스] 7년 만에 열린 '야구 월드컵'...설욕 다짐하는 대표팀

한국 야구대표팀이 한국야구의 영광을 이끌었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앞에 다시 서 설욕을 다짐하고 있다.올해로 5회째를 맞이하는 WBC는 미국 메이저리그(MLB) 사무국과 선수협회가 주관하는 국제대회다. 현존하는 야구 국제대회 중 가장 권위 있는 행사로 꼽힌다. 세계 최고 리그인 MLB가 26인 주전 로스터에 등록된 선수의 출전을 유일하게 허용하는 대회이기 때문이다.WBC가 만들어진 건 그동안 메이저리거가 출전하는 국가대표가 적었던 탓이다. 이전까지 올림픽이나 IBAF가 주관하는 야구 월드컵에서는 메이저리거들의 참가를 보기 어려웠다. 국제대회 참가국이 적은 것도 문제였다. 설상가상 2005년 IOC 총회를 통해 야구가 올림픽 정식 종목에서 탈락하는 일까지 벌어졌다.결국 '야구의 세계화'를 추진했던 MLB 사무국은 직접 대회 신설에 나섰다. 사무국은 IBAF, 일본 NPB 사무국 등과 손을 잡고 MLB 스타 플레이어들도 참가할 수 있는 제1회 WBC를 2006년 개최했다. 사무국이 의도한 대로 1회 대회부터 '별들의 전쟁'이 펼쳐졌다. 데릭 지터, 알렉스 로드리게스, 켄 그리피 주니어, 미겔 카브레라 등 각국을 대표하는 메이저리거들이 총출동했다. WBC는 한국 야구대표팀 역사의 분기점으로도 꼽힌다. 내로라하는 메이저리거들이 모인 1회 대회부터 파란을 일으켰다. '드림팀' 미국과 2라운드 맞대결에서 7-3으로 승리했고, 우승팀 일본과 3차례 한일전에서도 2승 1패를 기록했다. 이어 열린 2009년 2회 대회 때도 각국의 드림팀과 만나 준우승의 쾌거를 거뒀다. WBC 호성적을 통해 높아진 국가적 관심에 야구대표팀과 KBO리그는 일대 황금기를 맞이하게 됐다.그러나 WBC의 영광은 2009년까지였다. 한국은 2013년 네덜란드와 1차전에서 0-5로 참패했고 결국 1라운드 탈락의 수모를 맛봤다. 홈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7년 대회 때도 참사가 이어졌다. MLB에서 활약한 오승환, 이대호 등이 출전했으나 안방에서 망신만 당했다. 이스라엘전에서 예상치 못한 패배를 당했고, 네덜란드에도 다시 0-5로 지면서 결국 2회 연속 1라운드 탈락에 그쳤다.한국 대표팀은 6년 만에 열리는 2023 WBC에서 설욕을 다짐하고 있다. 군 문제, 이름값 등 실력 외적인 요소를 최소화하고 최정예 대표팀을 선발했다. 꼼꼼한 투수 운용으로 2021년 KBO리그 통합 우승을 이끌었던 이강철 감독의 뜻에 따라 다양한 유형의 투수들이 선발됐다. 야수진은 MLB 정상급 수비력을 갖춘 키스톤콤비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토미 에드먼(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과 전년도 골든글러브 수상자 전원이 승선했다.한국 대표팀을 가장 경계하는 건 역시 일본이다. 일본 데일리스포츠는 해설위원 나카다 요시히로의 말을 인용해 "2선발이 열쇠다. 2차전인 한국전이 중요하다. 일본은 전승으로 올라가고 싶어 한다. 1라운드 대전 상대 중 가장 강적이 한국이다.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나 다르빗슈 유(샌디에이고)를 여기에 투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장 주목받는 건 역시 지난 시즌 MVP(최우수선수) 이정후(키움 히어로즈)다. 일본 닛칸스포츠는 "이정후는 지난 시즌 타격왕·타점왕·MVP로 타선의 핵이다. 선구안이 좋다. 삼진이 적고, 카운트가 몰려도 스윙해 안타를 친다. 한 방도 있다. 지난 시즌 5도루지만 스피드도 있다. 수비 범위가 넓고 어깨도 강하다"라며 "스즈키 이치로를 좋아해 입단 시 등번호가 41번이었다. 아버지 이종범은 한국의 이치로라 불리며 일본에 왔지만, 오른손 타자였다. 이정후는 (이치로와 같은) 왼손잡이다. 진짜 한국의 이치로"라고 소개했다.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2023.03.07 00:03
프로야구

'이정후 천적'도 WBC로...MLB 스카우트 앞에서 설욕 성공할까

타격 5관왕과 정규시즌 MVP(최우수선수)를 수상하며 KBO리그 최고의 타자로 성장한 이정후가 '천적' 브룩스 레일리(35·뉴욕 메츠)와 다시 만날 수 있을까.메이저리그(MLB) 공식 홈페이지 MLB닷컴 10일(한국시간)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나서는 20개국의 최종 명단을 공개했다. 레일리는 미국 대표팀의 한 사람으로 이번 명단에 올랐다.레일리는 대표적인 KBO리그의 '역수출 성공 사례'다. 지난 2015년 롯데 자이언츠와 계약해 KBO리그에 입성한 그는 무려 5년 동안 한국 무대에 남았다. 통산 152경기에서 48승 53패 910과 3분의 2이닝을 기록했고, 755탈삼진 평균자책점 4.13을 남겼다. 5년은 롯데 구단 역사상 최장수 외국인 기록이다.레일리는 KBO리그에서 뛸 당시 대표적인 '좌승사자'로 통했다. 왼손 타자들은 스리쿼터에서 던져지는 그의 공을 도저히 쳐내지 못했다. 오른손 타자 상대로 통산 피안타율 0.295 OPS(출루율+장타율) 0.830을 기록한 반면 왼손 타자를 상대로는 통산 피안타율 0.223과 OPS 0.557을 기록했다. KBO리그 최고의 타자로 꼽히던 이정후 역시 유독 레일리만큼은 이겨내지 못했다. 이정후는 17번의 맞대결에서 15타수 무안타 1볼넷 1사구 6삼진만을 기록했다. 이정후가 왼손 투수를 상대로 통산 타율 0.332 OSP 0.853을 기록한 점을 고려하면 매우 이례적인 성적이다. 독특한 레일리의 투구는 빅리그에서도 통했다. 롯데를 떠난 레일리는 2020년 신시내티 레즈 유니폼을 입고 MLB로 복귀했다. 같은 해 휴스턴 애스트로스로 팀을 옮기며 빅리그에 남은 레일리는 17경기 6홀드 평균자책점 3.94 성적을 내며 연착륙에 성공했다.레일리는 지난 2021시즌 종료 후 그의 팔 각도에 더 주목한 탬파베이 레이스와 2년 1000만 달러 계약을 맺었다. 계약 2년 째인 지난해는 60경기 1승 2패 6세이브 25홀드 53⅔이닝 61탈삼진 평균자책점 2.68로 팀의 핵심 불펜으로 활약했다. 명실상부한 커리어하이를 기록한 그는 계약 만료 후에도 메츠와 계약으로 빅리그에 계속 남게 됐다.이정후에게 WBC는 '검증의 장'이다. 수준 높은 MLB 투수들의 공을 쳐볼 기회가 적었던 그가 WBC에서 무시무시한 구위의 투수들을 공략해낸다면, MLB 스카우트들의 눈에 들기 충분하다. 특히 천적으로 꼽혔고 MLB에서 경쟁력을 보여줬던 레일리에게 설욕한다면 충분히 강점을 어필할 수 있다.물론 레일리가 한국 대표팀과 만날 가능성은 아직 크지 않다. 한국이 준결승 혹은 결승까지 올라가고 미국도 올라와야 만날 수 있다. 지난 14년 동안 1라운드를 통과하지 못했던 한국은 8강 진출이 선결 과제다.한편 레일리 외에도 KBO리그에서 '역수출'됐던 선수들도 이번 대회에 여럿 참가했다. SK 와이번스에서 4시즌 동안 뛰었던 메릴 켈리(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도 미국 대표팀에 뽑혔다. 지난해 두산 베어스에서 뛰었던 광속구 외국인 투수 로버트 스탁은 이스라엘 대표팀에 합류했고, 2017년 한국시리즈(KS)에서 맹활약해 KIA 타이거즈의 우승을 이끌었던 외야수 로저 버나디나는 네덜란드 대표팀으로 출전한다. 2018년 NC 다이노스에서 뛰었던 왕웨이중은 대만 대표팀으로, 2014년 한화 이글스에서 뛴 앤드류 앨버스는 캐나다 소속으로 출전한다. 지난해 LG 트윈스에서 대체 외국인 선수로 출전한 로벨 가르시아(이탈리아)와 KT 위즈와 계약했으나 부상으로 18경기 만에 방출된 헨리 라모스(푸에르토리코)도 나선다. 호주 대표팀에는 한화에서 뛰었던 워윅 서폴드가 등판하고, LG와 롯데 자이언츠에서 뛰었던 1977년생 노장 크리스 옥스프링이 예비 명단에 올랐다.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2023.02.10 16:33
야구

'찾았다' 포스트 김광현, '없었다' 국대 4번 타자

이승엽의 후계자는 찾지 못했다. 그러나 포스트 좌완 트리오 시대는 열렸다. 도쿄올림픽에서 확인한 한국 야구의 숙제와 위안이다. 한국 야구가 무너졌다. 5일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미국과의 2차(패자) 준결승전에서 2-7로 완패했다. 5회까지 1득점에 그치며 1-2로 끌려갔고, 6회 수비에서 투수 4명을 투입하고도 5점을 내주며 무너졌다. 이름값 있는 타자들은 전세를 뒤집지 못했다. 벤치의 투수 교체 의도도 의구심만 남았다. 한국은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 야구 부흥기를 열었다. KBO리그는 800만 관중 시대가 도래했다. 그러나 선수 몸값 거품 현상과 각종 사건·사고가 이어지며 위기에 놓였다. 이런 상황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까지 닥쳤다. 도약 발판으로 기대됐던 도쿄올림픽은 최악의 시나리오로 흘렀다. 일본에 이기지 못했고, 미국에 패하며 결승전에서 설욕 기회마저 잃었다. 야구 내적으로도 풀지 못한 숙제가 많다. 우선 붙박이 4번 타자를 찾지 못했다. 그동안 대표팀 4번 타자는 일본 격파를 주도했다. 베이징올림픽 이승엽이 그랬고, 프리미어12 이대호가 그랬다. 김경문 대표팀 감독은 대회 개막에 앞서 2021 KBO리그 전반기 타율 1위(0.395) 강백호를 새 4번 타자로 낙점했다. 강백호는 첫 경기 이스라엘전과 두 번째 경기 미국전에서 침묵했다. 결국 4번에서 2번으로 전진 배치됐다. 강백호는 1일 도미니카공화국전에서 2루타로 첫 안타를 신고했고, 2일 이스라엘전에서는 4안타를 치며 기대감을 높였다. 그러나 결승 진출이 무산된 미국전에서는 두 차례나 득점권에 주자를 두고 침묵했다. 강백호에 이어 4번 타자로 나선 양의지도 침묵했다. 그는 KBO리그 전반기 홈런 공동 1위. 현역 최고의 포수이자 우승 청부사다. 그러나 도미니카전에서는 희생플라이 타점 1개에 그쳤고, 한국이 11-1 콜드게임 승리한 2일 이스라엘전은 5타수 1안타, 4일 일본전은 삼진만 4개를 당하며 침묵했다. 미국전에서는 김현수가 나섰다. 김현수는 전날 일본전에서 동점 적시타를 쳤다. 이 대회 타율 0.455를 기록하며 맹타를 휘둘렀다. 그런 김현수조차 5일 미국전에서 4번 타자로 나섰지만, 무안타에 그쳤다. 이승엽은 베이징올림픽 일본과의 준결승전 8회 초 역전 투런 홈런을 치고 6-2 승리를 이끈 뒤 인터뷰에서 눈물을 보였다. 후배들에게 미안했다며. 그만큼 중압감이 높은 자리가 4번 타자다. 계보를 이어온 한국 야구 대표 타자들은 이겨내며 자신의 이름을 남겼다. 도쿄올림픽에서는 새 4번 타자를 찾지 못했다. 반면 마운드는 희망을 봤다. 신인 투수 이의리가 에이스 자리를 예약했다. 이의리는 5일 미국전에 선발 등판, 5이닝 동안 2실점을 기록하며 분투했다. 6회 1이닝 동안 한국 대표 불펜 투수들을 상대로 5점을 낸 미국 타선을 그 전 5이닝 동알 비교적 잘 막아냈다. 주목되는 기록은 삼진. 미국 타자들은 이의리의 낮은 코스 체인지업을 전혀 공략하지 못했다. 포심 패스트볼도 낮은 코스로 잘 던졌기 때문에 미국 타자들은 무작정 낮은 공을 버릴 수 없었다. 이의리는 5이닝 동안 무려 9탈삼진을 기록했다. 이의리는 대회 개막 전부터 대표팀 에이스 계보를 이어줄 투수로 기대받았다. 특히 김광현과 비견됐다. 프로 데뷔 2년 차에 베이징올림픽에 출전한 김광현은 일본전만 두 차례 등판해 승리 발판을 놓았다. 같은 유형(좌완), 비슷한 연차 탓에 이의리가 주목받았다. 이의리는 도쿄올림픽에서 비록 일본전에 등판하진 않았지만, 화력만큼은 뒤지지 않는 미국을 상대로 호투했다. 지면 금메달 획득에 실패하는 경기에서 자신의 투구를 보여준 멘털도 칭찬을 받을만했다. 한국 야구는 좌완 트로이카 류현진(토론토),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양현종(텍사스 산하 트리플A) 다음 세대를 이끌어갈 투수가 필요하다. 도쿄올림픽에서 이의리를 얻었다. 참담한 레이스에서 얻은 유일한 위안이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2021.08.06 07:59
야구

우측 정타가 없었다...강백호가 확인한 '현실 위치'

KBO리그 타격 1위 강백호(22)의 첫 올림픽은 초라했다. 끝까지 제대로 터지지 않았다. 강백호는 5일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미국과의 2차(패자) 준결승에서 4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한국은 2-7로 완패했다. 강백호는 지난 2일 열린 이스라엘전에서 4안타를 치며 반등을 예고했지만, 가장 중요한 일본과의 승자 준결승전과 금메달 획득 여부가 걸린 미국전에서는 침묵했다. 3회와 5회 공격에서 해결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한국은 0-1로 지고 있던 3회 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김혜성이 좌전 안타를 치며 출루했고 박해민이 희생번트로 주자를 2루에 보냈다. 이 상황에서 나온 강백호는 미국 선발 투수 잭 라이언을 상대로 3루수 파울 플라이로 물러났다. 두 번째 기회에서는 좋은 분위기를 살리지 못했다. 5회 초 1사 1루에서 김혜성이 우전 안타를 치며 주자를 3루에 보냈고, 박해민이 좌중간 안타를 치며 1-2, 1점 차로 추격했다. 강백호는 주자 2명을 두고 다시 나섰다. 바뀐 투수 라이언 라이더를 상대했다. 몸쪽(좌타자 기준) 공을 공략했지만, 타구가 2루수에 잡혔다. 4(2루수)-6(유격수)-3(1루수) 더블플레이로 이어졌다. 강백호는 4일 일본전에서 0-2로 지고 있던 6회 초 무사 2루에서 상대 선발 투수 야마모토 요시노부의 포크볼을 공략 좌전 안타를 치며 2루 주자를 불러들였다. 이 타격은 매우 좋았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상황에 맞는 타격을 하지 못했다. 한국이 극적인 끝내기 승리를 거둔 1일 도미니카공화국전 9회 공격에서도 박해민이 무사 2루에서 적시타를 치며 2-3으로 추격한 상황에서 나섰지만, 초구를 건드려 2루 땅볼로 물러났다. 미국전 5회 타석과 흡사했다. 강점인 특유의 호쾌한 스윙, 공격적인 승부를 고수한 점은 결코 잘못되지 않았다. 출루가 필요할 때 팀 배팅을 하려는 모습도 보였다. 그러나 이승엽, 이대호, 박병호가 이어온 대표팀 4번 타자 계보 1순위로 기대받은 선수이기에 이번 대회에서 보여준 퍼포먼스는 혹평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강백호는 2021시즌 KBO리그 최고 타자다. 그러나 도쿄올림픽에서 출전한 6경기에서 남긴 타율(0.272)은 기대 이하다. 국제 무대에서 경쟁력을 보여주지 못한 점도 짚어볼 필요가 있다. 도미니카공화국, 일본, 미국의 정통파 우완 투수들과의 대결에서 스윙 타이밍이 계속 늦었다. 도미니카전에서 나온 2루타는 늦은 스윙 타이밍 덕분에 배트 끝에 걸려서 좌측으로 향한 타구였다. 물론 의도적으로 밀어쳐 안타로 만든 타구도 있었지만, 마음 먹고 당겨친 스윙은 대부분 빗맞았다. 도미니카전 9회, 미국전 5회 승부가 그랬다. 이정후는 이번 대회에서도 강점인 콘택트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한국 야구를 대표 기대주 두 타자를 향한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도쿄올림픽은 강백호에게 전환점이 될 수 있을까. 엘리트 코스를 밟으며 질주하던 강백호에겐 지난 열흘은 곱씹어볼 만한 나날들이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2021.08.06 06:58
야구

[김태균의 눈야구] 질까봐 두려운 건 일본, 한국 주눅들지 말고 싸워라

한국 야구대표팀이 4일 오후 7시 일본과 도쿄올림픽 야구 준결승에서 만난다. 한일전에서 가장 필요한 자세는 ‘한일전을 의식하지 않는 것’이다. 내 국가대표 시절을 떠올려 보면, 한일전을 앞두고 팀 분위기가 비장해졌다. 한 번 볼 자료를 두세 번 보게 된다. 라이벌전이기도 하고, 일본이 객관적으로 강팀이기도 해서 그렇다. 그래도 우리는 일본을 ‘상대 팀 중 하나’로 봐야 한다. 어차피 국가대표팀 경기는 매 게임 중요하다. 일본 야구가 한국보다 한 수 위인 것도 사실이다. 선수들도 ‘이기면 좋고 져도 본전’이라는 마음으로 나섰으면 좋겠다. 그래야 자신의 실력을 발휘할 수 있다. 물론 말처럼 쉽지 않다는 걸 나도 잘 안다.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일본 대표팀엔 다르빗슈 유 같은 메이저리거까지 총출동했다. 정말 화려했다. ‘그래, 일본이 우리보다 강하다. 져도 잘못한 게 아니다’라고 인정해버렸다. 그랬더니 경기가 의외로 잘 풀렸다. 질까봐 두려운 건 오히려 일본이다. 한국 선수들이 악착같이 덤비면, 일본 선수들이 당황한다. 한국이 일본을 꺾을 때, 실력으로 압도한 경기는 많지 않았다. 끝까지 무너지지 않고 잘 버티다가 한 번의 기회를 잡았다. 지난 2일 미국-일본전을 보니 두 팀의 경기력이 거의 비슷했다. 미국이 더 좋아보이기도 했는데, 일본의 세밀함도 돋보였다. 연장 승부치기만 봐도 알 수 있다. 똑같은 10회 무사 1·2루에서 미국은 강한 일본 투수를 상대로 강공을 고집하다가 점수를 못 냈다. 반면 일본은 번트를 잘 대는 선수를 대타로 내서 결승점을 뽑았다. 올림픽에 참가한 일본 선수의 이름값은 이전처럼 높지 않다. 그래도 리그 수준이 높다 보니 나오는 투수마다 대단하다고 느꼈다. 선발 다나카 마사히로의 구위가 예전만 못할 뿐, 불펜 투수들은 전부 강하더라. 특히 경기 막판에 나온 투수들은 모두 시속 150㎞ 이상의 빠른 공을 던지면서도 변화구로 스트라이크를 잡을 줄 알았다. 미국 타자들이 헛스윙만 연발하는 걸 보고 일본 마운드가 예상보다 세다는 걸 느꼈다. 내 경험을 말하자면, 일본 투수들을 공략하려면 타석에서 더 적극적이어야 할 것 같다. 시속 150㎞ 이상의 강속구를 던지는 한국 투수들은 보통 직구 위주로 승부한다. 반면 일본 투수들은 강속구를 일단 숨기고 변화구로 볼카운트를 유리하게 끌고 간다. 그러다가 빠른 공을 한번 보여준 뒤 포크볼을 쓱 던져서 타자를 잡는다. 1~3구 내에 슬라이더나 커브를 던질 때 타격해야 승산이 있다. 일단 2스트라이크에 몰리면 타자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투수만 강한 것도 아니다. 야수진 구성도 좋다. 특히 수비와 주루가 탄탄하고, 한국 대표팀처럼 필요할 때 적재적소에 투입되는 선수들도 있다. 일본전이 힘든 경기가 될 건 분명해 보인다. 이번 한일전에서도 한국 야구대표팀 특유의 응집력과 결속력이 나왔으면 좋겠다. 잘하는 팀들끼리 붙을 때는 실수 하나에 승패가 갈리니, 정말 집중해야 한다. 일본도 이스라엘, 미국과 똑같은 팀이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일본이라 이겨야 한다’는 부담을 갖지 말고, 벤치의 작전을 잘 수행하면서 우리만의 야구를 하다 보면, 좋은 기회가 분명히 올 것이다. 김태균 전 월드베이스볼클래식·아시안게임 국가대표 2021.08.04 08:09
야구

한일전 야구 '져도 본전'이다···질까봐 불편한 건 오히려 日 [김태균의 눈야구]

한국 야구대표팀이 4일 일본과 도쿄올림픽 야구 준결승에서 만나게 됐다. 모두가 주목하는 한일전이다. 한일전에서 가장 필요한 자세는 '한일전임을 의식하지 않는 것'이다. 과거 국가대표 시절을 떠올려 보면, 한일전을 앞뒀을 때 확실히 팀 분위기가 하나로 모이는 느낌이 들었다. 전력분석 미팅도 평소보다 비장한 분위기로 진행되고, 선수들도 한 번 볼 자료를 두 번 보게 된다. 다른 경기 전에도 집중하긴 하지만, 뭔가 분위기부터 확실히 다른 거다. 한일전이기도 하고, 일본이 역시 강팀이기도 하니까. 나 역시 괜히 마인드컨트롤을 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그런 이유로 일본도 그냥 '상대 팀 중 하나'라는 마음으로 준결승전에 나서야 한다. 한일전이 중요한 건 사실이지만, 어차피 국가대표팀 경기는 매 게임 중요하다. 또 모두가 알듯 일본 야구는 한국보다 한 수 위 레벨이다. 선수들도 그 사실을 인지하고, '이기면 좋고 져도 본전'이라는 마음으로 편하게 나섰으면 좋겠다. 그래야 선수 각자가 자신들의 실력을 발휘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물론 이렇게 말하는 나도 그런 마음가짐이 생각보다 어렵다는 걸 잘 안다. (웃음) 다만 과거 경험을 해봤기에 이런 얘기를 할 수 있는 거다.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나갔을 때, 일본 대표팀엔 다르빗슈 유 같은 메이저리거까지 총출동했다. 정말 화려했다. 하지만 오히려 '그래, 일본이 우리보다 강하다. 져도 잘못한 게 아니다'라고 인정해버리니 차라리 마음이 편하고 경기가 잘 풀렸다. 질까 봐 마음이 불편한 건 오히려 일본 쪽이다. 그쪽도 자신들 실력이 한 수 위라는 걸 아니까 '져도 본전'이 아니고 더 부담을 갖는 거다. 한국 선수들이 감독의 작전대로 잘 움직이면서 악착같이 버티면, 일본 선수들이 반대로 더 당황하게 된다. 돌이켜 보면 한국이 일본을 꺾을 때, 실력으로 압도한 경기는 그리 많지 않았다. 한국이 끝까지 무너지지 않고 잘 버티니까 일본이 불안해하다 제풀에 자멸한 경기가 더 많았다. 그러니 우리는 행여 지고 있더라도 최근 경기들처럼 끝까지 무너지지 않고 근성 있는 모습을 보이는 게 중요하다. 이번 올림픽을 보니 역시 미국과 일본의 전력이 가장 탄탄하다. 투수, 타격, 수비 등 전체적인 짜임새가 훌륭하다. 2일 미국-일본전을 보니 두 팀의 경기력이 거의 비슷하거나 미국 쪽이 조금 더 좋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일본의 강점은 아시아 야구 특유의 세밀함이다. 미국은 그런 점이 부족했다. 연장 승부치기만 봐도 알 수 있다. 똑같은 10회 무사 1·2루에서 미국은 일본 투수가 강한데도 강공을 선택하다 점수를 못 냈다. 반면 일본은 번트를 잘 대는 선수를 대타로 내서 주자를 진루시키고 결국 결승점을 뽑았다. 이기는 데 필요한 점수를 짜낸 일본이 실력을 믿고 밀어붙인 미국을 이겨버린 거다. 일본 선수 개개인의 이름값은 이전처럼 높지 않은데, 워낙 자국 리그 수준이 높다 보니 나오는 투수마다 대단하다고 느꼈다. 선발 다나카 마사히로의 구위가 예전만 못했을 뿐, 그 뒤에 불펜으로 나온 투수들은 전부 강하더라. 특히 경기 막판에 나온 투수들은 모두 시속 150㎞가 넘는 직구를 던지면서 변화구로 카운트를 잡았다. 미국 타자들이 헛스윙만 연발하는 모습을 보고 확실히 한국보다 투수력이 위에 있다고 느꼈다. 경험상 일본 투수들을 공략하려면 타석에서 빠르게 승부해야 할 것 같다. 보통 시속 150㎞ 이상을 던지는 투수들은 그게 큰 무기니까 직구 위주로 승부한다. 그런데 일본 투수들은 강속구를 일단 숨기고 변화구로 카운트를 유리하게 끌고 간다. 그러다가 강속구 한번 보여주고 포크볼 하나를 쓱 던져서 (타자를) 잡는 거다. 초반에 슬라이더, 커브 등이 카운트를 잡으러 들어올 때 승부를 빨리 걸어야 승산이 있다. 일단 투스트라이크에 몰리면 타자들도 생각이 많아지고, 상황이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그 타석을 지켜보고 있는 더그아웃 분위기를 생각해서라도 빨리 해결하는 게 여러모로 좋다. 물론 투수만 강한 것도 아니다. 야구진 구성도 좋다. 특히 수비와 주루플레이가 탄탄하고, 한국 대표팀처럼 필요할 때 적재적소에 투입돼야 하는 선수들도 다 있다. 지금 한국 대표팀 분위기가 많이 올라오긴 했지만, 일본전이 힘든 경기가 될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이번 한일전에서도 한국 야구대표팀 특유의 응집력과 결속력이 나왔으면 좋겠다. 잘하는 팀들끼리 붙을 때는 실수 하나에 승패가 갈리니, 큰 실수를 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또 일본도 이스라엘, 미국과 똑같은 팀이라고 생각하고 경기에 임했으면 좋겠다. '상대가 일본이라 이겨야 한다'는 부담을 갖지 말고, 벤치의 작전을 잘 수행하면서 우리만의 야구를 하다 보면 분명 좋은 기회가 올 것이다. 김태균 전 월드베이스볼클래식·아시안게임 국가대표 2021.08.03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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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낼 것 같다" 김경문 기대, "3년 전 마음 빛 " 날린 오지환의 명예회복

3년 전 비난의 중심에 있던 오지환(31·LG). 그의 명예회복은 성공적으로 착착 진행되고 있다. 오지환은 도쿄올림픽 총 4경기에서 타율 0.286(14타수 4안타)를 기록하고 있다. 홈런 2개, 타점은 5개다. 특히 장타율은 0.786, 출루율은 0.412로 굉장히 좋다. 수비 부담이 큰 유격수를 맡으면서 타격에서도 기여도가 높다. "이번 대회에서 일을 낼 것"이라고 한 김경문 대표팀 감독의 예상과 바람이 맞아떨어지고 있다. 오지환은 2일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야구 녹아웃 스테이지 2라운드 이스라엘전서도 1-0으로 앞선 2회 말 무사 1루에서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투런 홈런을 때려냈다. 총 3타수 1안타 2타점 2득점으로 대표팀의 11-1, 7회 콜드 게임 승리를 견인했다. 3회에는 아웃 카운트 3개를 모두 처리하는 등 물샐 틈 없는 수비를 자랑했다. 오지환은 경기 뒤 "나흘 전 맞붙었고, 지난 맞대결과 다르게 끌려가고 싶지 않았다. 많은 점수 차로 이기고 싶었다"라며 "(홈런 상황은) 초구 직구를 적극적으로 타격한 게 주효했다"라고 말했다. 오지환의 대표팀에 마음의 빚이 컸다. 그래서 이번 올림픽에 반드시 뽑히고 싶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당시의 각종 논란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당시 아시안게임 때 오지환의 발탁을 두고 논란이 컸다. 정작 아시안게임 본선에서는 뛰지 못해 활약이 미미했다. 대표팀이 금메달을 따 오지환은 병역 혜택을 받았고, 이로 인해 '자격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후폭풍은 컸다. 국가대표 첫 전임 사령탑에 오른 선동열 전 감독이 국정감사에 불려 나가는 초유의 사태로 번졌다. 결국 선동열 감독은 대표팀 감독에서 자진 사퇴했다. 그는 "아시안게임이 끝난 뒤 다시 대표팀에 뽑혀 국제대회 무대를 밟고 싶었다. 아시안게임 때는 압박감이 컸고 (부정적인) 시선이 많았다. 그때 보여주지 못한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또한 "대표팀에 갚고 싶은 마음이 크다"라고 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마음이 편치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최종 엔트리 발표 전까지 오지환은 발탁을 확신하지 못했다. 리그 최고 수준의 수비력을 자랑하나, 타율이 2할 초중반에 그칠 만큼 약했기 때문이다. 오지환은 당당하게 3년 만에 대표팀에 귀환했다.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신화를 이끈 김경문 대표팀 감독은 "오지환이 가장 수비를 잘하지 않나. 투수들의 경험이 부족하므로 내야 수비가 더 견실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오지환의 타율이 낮지만, 수비를 제일 잘한다고 생각해서 코치진이 점수를 많이 준 것 같다"라고 발탁 배경을 설명했다. 오지환은 3년 전 대표팀에 진 마음의 빚을 갚기 위해 이를 악물었다. 대표팀 평가전에서 왼쪽 목 근처가 찢어져 5바늘을 꿰맸다. 2일 이스라엘전에서 공에 맞아도 계속 참고 뛰었다. 지난달 29일 이스라엘과 예선 라운드 첫 경기에서 4타수 3안타(1홈런) 1볼넷 3타점을 기록했다. 올림픽 첫 타석부터 안타로 타격감을 올린 그는 0-2로 끌려가던 4회 2사 1루에서 동점 투런 홈런을 뽑았다. 6회에는 볼넷 뒤 도루까지 성공했다. 이어 4-4로 맞선 7회 큼지막한 1타점 2루타를 쳤다. 다시 한번 '이스라엘 킬러'로 나섰다. 오지환은 2일 경기에선 2회 말 무사 1루에서 3-0으로 달아나는 2점 홈런을 쳤다. 이번 대회 두 번째 홈런이다. 국제대회에서 '장타력을 갖춘 유격수'의 모습을 자랑했다. 3-1로 쫓긴 5회 말 무사 1루에선 사구를 얻어 출루해 10-1까지 점수 차를 벌리는 발판을 마련했다. 구심이 최초 사구를 인정하지 않자, 벤치에 비디오 판독 사인을 보내 판정 번복을 끌어냈다. 대표팀은 이후 무사 1, 2루에서 무려 7점을 추가해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오지환은 "3년 전 아시안게임 때 보여주지 못한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밝힌 대회 전 기대와 각오를 도쿄 올림픽에서 100% 마음껏 펼치고 있다. 대표팀은 2일 이스라엘을 꺾고 가장 먼저 준결승에 진출했다. 4일 저녁 7시 결승 진출 티켓을 놓고 대결한다. 오지환은 2일 경기 후 "대표팀은 책임감도 필요하고 엄청 중요한 자리인 것 같다. (3년 전에) 많은 얘기가 있어서, 더는 그런 얘기(비난)를 듣고 싶지 않은 마음가짐이 있었다. 또한 힘든 내색도 겉으로 드러내고 싶지 않았다. 대표팀에 걸맞은 선수가 되고 싶다. 팀 승리에 필요한 선수가 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오지환은 2018 아시안게임의 악몽과 오명을 모두 털고, 도쿄올림픽 승리의 주역으로 일어서고 있다. 이형석 기자 2021.08.03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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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결승 진출' 김경문 감독 "선발투수 김민우, 미안하다"

도쿄올림픽 준결승 진출을 확정한 김경문 한국 야구 대표팀 감독이 선발투수 김민우(한화 이글스)에 대한 미안함을 드러냈다. 대표팀은 2일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스타디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야구 녹아웃 스테이지 2라운드 이스라엘과의 경기에서 11-1, 7회 콜드게임 승리를 거뒀다. 도쿄올림픽은 5회 15점 차 이상, 7회 10점 차 이상일 경우 콜드게임 승리가 선언돼 경기가 자동으로 종료된다. 이로써 한국은 준결승 진출을 확정했다. 일본-미국전 승자와 오는 4일 저녁 7시 결승 진출 티켓을 놓고 한판 대결을 펼친다. 3-1로 앞선 5회 초 김민우는 1사 후 이스라엘 미치 글래서에게 볼넷을 내주고 교체됐다. 국제대회 첫 선발승 요건까지 아웃카운트 2개를 남겨두고 피안타 2개, 무실점 호투를 이어가고 있던 만큼 김민우에게는 아쉬움이 따를 수도 있었다. 더군다나 공을 넘겨 받은 최원준이 4사구 3개로 밀어내기 점수를 허용했다. 김민우는 자신이 남겨 놓은 주자가 홈을 밟아 실점까지 기록했다. 다행히도 대표팀은 조상우가 3-1로 쫓긴 2사 만루에서 등판한 조상우가 라이언 라반웨이의 뜬공을 직접 잡아 아웃시키면서 위기를 탈출했다. 김경문 감독은 경기 뒤 승리 소감을 묻는 질문에 "오늘 감독 입장에서는 김민우의 승리투수 요건을 챙겨 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말문을 뗐다. 이어 "대표팀의 승리가 중요했다. 중요한 일전이 남아 있으니까 그 1승은 다음에 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대표팀은 전날(1일) 도미니카공화국과 녹아웃 스테이지 1라운드에서 9회 말 김현수의 끝내기 안타로 기분 좋은 승리를 거뒀다. 이날 이스라엘전이 낮 12시에 시작돼 약 13시간 정도의 휴식만 하고 바로 경기를 뛰었다. 김경문 감독은 "어제 9회 역전한 분위기가 오늘 경기 초반 좋은 흐름으로 잘 진행된 거 같다"며 "낮 경기가 처음이어서 다소 걱정했는데, 선수들이 준비를 잘하고 컨디션을 잘 맞춰 좋은 결과를 얻었다"라고 돌아봤다. 한국은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이스라엘에 1-2로 패하는 '고척 참사'를 경험했다. 이번 올림픽에서 두 차례 모두 이겼다. 김 감독은 "이스라엘은 지난 29일 맞대결 때부터 전력분석 자료보다 투수력이 훨씬 좋았다. 수비도 굉장히 탄탄했다"며 "경기 일정 탓에 투수들이 계속 공을 던지면서 다소 지친 게 아닌가 싶다. 반면 우리 타자는 경기를 치를 수록 타격감이 살아나 점수를 많이 올렸다"라고 기뻐했다. 이형석 기자 2021.08.02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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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환, 꿈의 자리에서 태극마크의 빚을 갚다

오지환(31·LG)은 3년 전 대표팀에 진 마음의 빚을 갚기 위해 올림픽에 출전했다. 왼쪽 목 근처가 찢어지고 공에 맞아도 계속 참고 뛴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AG)의 악몽과 오명을 모두 털고, 도쿄올림픽 승리의 주역으로 일어섰다. 한국 야구 대표팀은 2일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야구 녹아웃 스테이지 2라운드 이스라엘전 7회 말 공격에서 11-1, 콜드 게임 승을 거뒀다. 도쿄올림픽은 5회 15점 차 이상, 7회 10점 차 이상일 경우 콜드게임 승리가 선언돼 경기가 자동으로 종료된다. 이로써 한국은 조 1위 맞대결 일본-미국전 승자와 오는 4일 저녁 7시 결승 진출 티켓을 놓고 한판 대결을 펼친다. 오지환은 이날 이스라엘전 1-0으로 앞선 2회 말 무사 1루에서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투런 홈런을 때려내는 등 3타수 1안타 2타점 2득점으로 활약했다. 3회에는 아웃 카운트 3개를 모두 처리하는 등 물샐틈없는 수비를 자랑했다. 오지환은 이번 올림픽에 반드시 뽑히고 싶었다. 그는 "아시안게임이 끝난 뒤 다시 대표팀에 뽑혀 국제대회 무대를 밟고 싶었다. 아시안게임 때는 압박감이 컸고 (부정적인) 시선이 많았다. 그때 보여주지 못한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당시 아시안게임 때 오지환의 발탁을 두고 논란이 컸다. 대표팀이 금메달을 따 오지환은 병역 혜택을 받았고, 이로 인한 '자격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후폭풍은 컸다. 국가대표 첫 전임 사령탑에 오른 선동열 전 감독이 국정감사에 불려 나가는 초유의 사태까지 번졌다. 이후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한 정운찬 전 KBO 총재가 당시 논란에 대해 사실상 선동열 감독의 잘못으로 돌리거나 "전임 감독제가 필요하지 않다"는 발언을 했다. 결국 선동열 감독은 대표팀 감독에서 자진 사퇴했다. 오지환이 "대표팀에 갚고 싶은 마음이 크다"라고 밝힌 건 이런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마음이 편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종 엔트리 발표 전까지 발탁을 확신하지 못했다. 리그 최고 수준의 수비력을 자랑하나, 타율이 2할 초중반에 그칠 만큼 약했기 때문이다. 오지환은 당당하게 3년 만에 대표팀에 귀환했다.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신화를 이끈 김경문 대표팀 감독은 "오지환이 가장 수비를 잘하지 않나. 투수들의 경험이 부족하므로 내야 수비가 더 견실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오지환의 타율이 낮지만, 수비를 제일 잘한다고 생각해서 코치진이 점수를 많이 준 것 같다"라고 발탁 배경을 설명했다. 오지환은 "워낙 잘하는 선수가 많아 대표팀 발탁은 전혀 예상은 못 했다. 올림픽 무대를 밟게 돼 정말 감사하다. 나 역시 뽑히고 싶은 마음이 컸다"라며 "(2008년 베이징 대회보다)팬들이 바라보는 시선도, 기준도 더 높아지셨을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잘하는 게 가장 우선이다"라고 했다. 오지환은 이번 대회에서 수비는 기본이고, 공격에서 활약이 돋보인다. 해결사로 나선다. 총 4경기에서 타율 0.286(14타수 4안타) 2홈런 5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장타율은 0.786, 출루율은 0.412다. 지난 29일 이스라엘과 예선 라운드 첫 경기에서 4타수 3안타(1홈런) 1볼넷 3타점을 기록했다. 올림픽 첫 타석부터 안타로 타격감을 올린 그는 0-2로 끌려가던 4회 2사 1루에서 동점 투런 홈런을 뽑았다. 6회에는 볼넷 뒤 도루까지 성공했다. 이어 4-4로 맞선 7회 큼지막한 1타점 2루타를 쳤다. 다시 한번 '이스라엘 킬러'로 나섰다. 2일 경기에선 2회 말 무사 1루에서 3-0으로 달아나는 2점 홈런을 쳤다. 이번 대회 두 번째 홈런이다. 국제대회에서 '장타력을 갖춘 유격수'의 모습을 자랑했다. 3-1로 쫓긴 5회 말 무사 1루에선 사구를 얻어 출루해 10-1까지 점수 차를 벌리는 발판을 마련했다. 구심이 최초 사구를 인정하지 않자, 벤치에 비디오 판독 사인을 보내 판정 번복을 끌어냈다. 대표팀은 이후 무사 1, 2루에서 무려 7점을 추가해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오지환은 "꿈의 자리인 대표팀에서 중심이 된다면 기쁘고 설레는 일이다. 3년 전 아시안게임 때 보여주지 못한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밝힌 대회 전 기대와 각오를 도쿄 올림픽에서 100% 마음껏 펼치고 있다. 이형석 기자 2021.08.02 15:06
스포츠일반

[조범현의 야구돋보기] 타선 전체가 풀스윙 일관…목적의식 갖고 타격해야

도쿄올림픽 야구 조별리그 이스라엘전(지난달 29일·6-5 승)과 미국전(지난달 31일·2-4 패)을 지켜보니, 한국 선수들은 좀더 절박해져야 할 것 같다. 이스라엘전 선발 원태인은 초반 스타트가 괜찮았다. 다만 3회 1사 2루에서 이언 킨슬러에게 초구 카운트볼을 너무 쉽게 던지다 홈런을 맞은 게 아쉬웠다. 1루가 비어 있었고, 상대가 베테랑 타자라는 점에서 볼카운트 싸움을 신중하게 할 필요가 있었다. 타자의 특성을 고려하는 투구를 해야 하지 않았을까 싶다. 불펜으로 나온 최원준과 조상우는 경기 중후반 5이닝을 5실점으로 선방했다고 본다. 마무리 오승환은 9회 동점 홈런을 허용하긴 했지만, 연장 승부치기에서 주자 2명을 두고 3타자를 연속 삼진 처리하면서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특히 킨슬러 타석에서 선택한 마지막 몸쪽 승부는 베스트였다. 4회의 적절한 투수 교체 타이밍과 마지막에 오승환을 내보낸 벤치의 결정이 승리에 큰 힘이 됐다고 본다. 공격에서는 하위 타선에서 홈런 포함 3안타 3타점을 기록한 오지환이 타선의 리더 역할을 했다. 반면 중심 타자들은 모두 스윙이 너무 컸다. 국내 리그에서도 잘 볼 수 없던 스윙을 하더라. 경기장(요코하마 스타디움) 펜스까지 거리가 가까우니 욕심이 앞섰던 것 같은데, 좋은 모습은 아니었다. 미국전은 3회까지 고영표-양의지 배터리가 체인지업을 바탕으로 한 절묘한 볼배합으로 상대 타자들을 잘 묶었다. 고영표는 좋은 공을 던졌고, 미국 투수들이 타이밍을 잘 잡지 못하는 듯했다. 5회 등판해서도 두 타자를 잘 잡았다. 다만 2사 후 이스라엘전의 원태인처럼 상대 노림수에 당해 초구 홈런을 허용한 게 아쉽다. 그 후 고우석이 나와 추가로 적시타를 맞으면서 경기가 좀 어렵게 풀린 것 같다. 투수는 상대 타자 유형과 볼카운트에 따라 카운트구, 유인구, 승부구 등 공마다 다른 목적 의식을 갖고 던져야 한다. 큰 경기에선 경기 중반 이후 장타로 실점하면 흐름이 확 넘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국제대회 경험이 없는 투수들이 계속 나오면서도 4실점으로 잘 버텼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타자들이다. 각 타순에는 그에 맞는 역할이 있다. 하지만 한국 타자들은 미국전에서도 모두 큰 스윙으로 일관했다. 삼진 14개가 그 결과다. 미국 투수들의 구위나 다양한 구종을 볼 때, 그렇게 큰 스윙으로는 좋은 타구를 만들기가 어렵다. 득점은 '연결성'이 중요하다. 출루가 선행돼야 득점이 이뤄진다. 모든 타자들이 출루의 중요성을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1-4로 끌려가던 8회를 1번 타순부터 시작했는데, 리드오프 박해민이 상대 왼손 투수의 초구 몸쪽 높은 볼을 쳐서 파울을 만들었다. 3점 지고 있는 경기 후반엔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게 '출루'다. 목적 의식이 있었다면 초구 볼을 타격하진 않았을 거다. 타자들은 앞으로 공격 패턴에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 히팅존을 좁히고, 노림수를 갖고 타석에 나서는 것도 방법이다. 기습번트나 볼넷 등으로 일단 출루하는 것도 공격의 포인트가 될 수 있다. 미국은 한국대표팀 분석을 많이 하고 나왔다는 느낌을 받았다. 시프트도 준비했고, 포수가 앉는 것만 봐도 한국 타자들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 특히 미국 포수는 위로는 하이패스트볼, 아래로는 체인지업을 잘 활용하면서 영리한 볼배합으로 한국 타자들을 꼼짝 못하게 했다. 한국도 강민호, 양의지가 이스라엘과 미국의 경험 많은 타자들을 상대로 젊은 투수들을 잘 리드했다고 본다. 다만 타자들이 하이패스트볼에도, 바운드볼에도 풀스윙으로 일관하면서 초점 없는 타격을 했다. 1일 맞붙는 도미니카공화국은 불펜이 그리 강하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 초반에 실점을 많이 하지 않고 팽팽하게 버티면, 중반 이후 공격에서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본다. 한국 선수들이 앞으로 매 경기 한국시리즈 7차전이라는 간절함을 갖고 경기를 한다면, 한국 야구대표팀 특유의 끈질긴 저력을 볼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한다. 조범현 2010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 감독 2021.08.01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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