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타격 1위 강백호(22)의 첫 올림픽은 초라했다. 끝까지 제대로 터지지 않았다.
강백호는 5일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미국과의 2차(패자) 준결승에서 4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한국은 2-7로 완패했다.
강백호는 지난 2일 열린 이스라엘전에서 4안타를 치며 반등을 예고했지만, 가장 중요한 일본과의 승자 준결승전과 금메달 획득 여부가 걸린 미국전에서는 침묵했다.
3회와 5회 공격에서 해결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한국은 0-1로 지고 있던 3회 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김혜성이 좌전 안타를 치며 출루했고 박해민이 희생번트로 주자를 2루에 보냈다. 이 상황에서 나온 강백호는 미국 선발 투수 잭 라이언을 상대로 3루수 파울 플라이로 물러났다.
두 번째 기회에서는 좋은 분위기를 살리지 못했다. 5회 초 1사 1루에서 김혜성이 우전 안타를 치며 주자를 3루에 보냈고, 박해민이 좌중간 안타를 치며 1-2, 1점 차로 추격했다. 강백호는 주자 2명을 두고 다시 나섰다. 바뀐 투수 라이언 라이더를 상대했다. 몸쪽(좌타자 기준) 공을 공략했지만, 타구가 2루수에 잡혔다. 4(2루수)-6(유격수)-3(1루수) 더블플레이로 이어졌다.
강백호는 4일 일본전에서 0-2로 지고 있던 6회 초 무사 2루에서 상대 선발 투수 야마모토 요시노부의 포크볼을 공략 좌전 안타를 치며 2루 주자를 불러들였다. 이 타격은 매우 좋았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상황에 맞는 타격을 하지 못했다. 한국이 극적인 끝내기 승리를 거둔 1일 도미니카공화국전 9회 공격에서도 박해민이 무사 2루에서 적시타를 치며 2-3으로 추격한 상황에서 나섰지만, 초구를 건드려 2루 땅볼로 물러났다. 미국전 5회 타석과 흡사했다.
강점인 특유의 호쾌한 스윙, 공격적인 승부를 고수한 점은 결코 잘못되지 않았다. 출루가 필요할 때 팀 배팅을 하려는 모습도 보였다.
그러나 이승엽, 이대호, 박병호가 이어온 대표팀 4번 타자 계보 1순위로 기대받은 선수이기에 이번 대회에서 보여준 퍼포먼스는 혹평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강백호는 2021시즌 KBO리그 최고 타자다. 그러나 도쿄올림픽에서 출전한 6경기에서 남긴 타율(0.272)은 기대 이하다. 국제 무대에서 경쟁력을 보여주지 못한 점도 짚어볼 필요가 있다.
도미니카공화국, 일본, 미국의 정통파 우완 투수들과의 대결에서 스윙 타이밍이 계속 늦었다. 도미니카전에서 나온 2루타는 늦은 스윙 타이밍 덕분에 배트 끝에 걸려서 좌측으로 향한 타구였다. 물론 의도적으로 밀어쳐 안타로 만든 타구도 있었지만, 마음 먹고 당겨친 스윙은 대부분 빗맞았다. 도미니카전 9회, 미국전 5회 승부가 그랬다.
이정후는 이번 대회에서도 강점인 콘택트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한국 야구를 대표 기대주 두 타자를 향한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도쿄올림픽은 강백호에게 전환점이 될 수 있을까. 엘리트 코스를 밟으며 질주하던 강백호에겐 지난 열흘은 곱씹어볼 만한 나날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