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악마 에이전트’보라스, 코리안 빅리거에겐 ‘천사’
류현진의 계약을 성사시킨 스캇 보라스(67)는 '악마의 에이전트'로 통한다. 반면 그의 고객인 선수들에게는 '슈퍼 에이전트' 혹은 '천사'로 통한다.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최고 에이전트로 군림하고 있는 보라스도 한때 빅리그 진출을 꿈꾼 선수 출신이다. 세인트루이스 산하 마이너리그에서 네 시즌을 뛰었다. 1974년 데뷔해 33경기에서 타율 0.274를 기록했다. 보라스는 플로리다 스테이트 리그에서 타율 8위에 오른 적도 있으나, 부상으로 일찍 선수 생활을 마감했다. 은퇴 후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한 그는 로펌에서 근무하다 선수 경험을 살려 본격적으로 스포츠 에이전트 업무에 뛰어들었다. 야구 선수로는 실패한 마이너리거였지만, 에이전트로는 최고의 수완을 발휘하고 있다. 이내 메이저리그 슈퍼 에이전트로 입지를 넓힌 그는 수십 년째 업계 최고 능력을 자랑하고 있다. 그가 설립한 보라스 코퍼레이션에는 약 80여 명이 직원이 일한다. 스카우트와 피지컬 트레이너, 스포츠 심리학자는 물론 미 항공우주국(NASA)에서 일한 컴퓨터 엔지니어, MIT 출신 경제학자 등도 그의 사무실에 근무한다. 각 분야 전문가들이 토론해 고객(선수)에게 유리한 정보를 모아 보고서를 만들고, 이를 협상의 토대로 이용한다. 보라스는 협상력이 뛰어나다. 대형 선수를 고객으로 많이 보유하고 있어, 이를 협상의 전략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때로는 구단을 압박하고, 심리전을 이용해 일부러 계약을 늦추면서 구단의 애를 태우는 벼랑 끝 전술을 사용한다. 또한 구단 간 경쟁을 부추겨 선수들의 몸값을 올리는데 능통하다. 그가 '악마의 에이전트'로 불리는 이유다. 어쨌든 고객이 원하는 계약을 잘 성사시키는 만큼 거물급 선수들이 그에게 몰린다. 과거 그레그 매덕스, 알렉스 로드리게스, 케빈 브라운부터 현재 스트라스버그, 콜 등 당대 최고 스타플레이어의 계약을 성사시킨 그다. 보라스가 입지를 넓히면서 MLB 연봉도 크게 늘어난 점도 났다. 구단에는 악명 높은 에이전트지만, 선수들에게는 입이 떡 벌어질 정도의 거액을 안겨주는 보라스는 친절하게(?) 훈련 환경까지 제공한다. 나성범(NC)은 올 시즌 부상으로 수술을 한 뒤, 보라스 스포츠 트에이닝 인스티튜트(BSTI)에서 재활하고 돌아오기도 했다. 나성범은 메이저리그 진출을 타진하기 위해 일찌감치 보라스와 에이전트 계약을 맺고 손을 맞잡았다. 이번 겨울 보라스의 진가가 다시 한번 드러났다. 23일 현재 올 시즌 메이저리그 FA 최다 총액 TOP 5 중 네 건을 그가 성사시켰다. 역대 FA 투수 중 계약 총액과 연평균 금액 신기록을 쓴 게릿 콜(뉴욕 양키스, 9년 총 3억2400만 달러) 월드시리즈 MVP 스티븐 스트라스버그(워싱턴, 7년 2억4500만 달러) 앤서니 렌던(LA 에인절스, 7년 2억4500만 달러) 등이 해당한다. 총액 기준으로 이번 FA 시장에서 5위에 오른 류현진의 에이전트 역시 보라스다. 류현진이 보라스의 고객 중 네 번째로 많은 돈을 챙기게 됐다. 최근 새롭게 행선지를 찾은 마이크 무스타커스(4년 6400만 달러)와 댈러스 카이클(3년 5500만 달러) 또한 보라스의 주요 고객이다. 미국 'USA 투데이'는 보라스가 따낸 계약에 주목했다. '보라스가 이번 겨울 성사시킨 계약 총액이 10억2200만 달러'라고 전했다. 우리 돈 1조1900억 원이다. 보통 에이전트가 챙기는 중계 수수료를 총 계약 규모의 5%라고 했을 때, 이번 겨울 수수료만 595억원을 챙긴 것이다. 류현진의 1년 연봉을 두 배 이상 훌쩍 뛰어넘는 큰 액수다. 특히 코리안 메이저리거의 대형 FA 계약은 모두 보라스가 안겼다. 그래서 국내 팬들에게도 더욱 친숙한 편이다. 박찬호는 2001년 LA 다저스에서 텍사스로 옮기며 5년 6500만 달러에, 추신수는 2013년 텍사스와 7년 1억3000만달러에 계약했다. 류현진은 2012년 말 미국 진출 당시부터 보라스를 에이전트로 선임했고, 당시 포스팅 금액을 제외하고 다저스와 6년 3600만 달러의 좋은 조건에 사인했다. 보라스는 이번에도 류현진에게 4년 8000만 달러의 대형 계약을 안겼다. 공교롭게도 보라스는 박찬호(12월 21일)와 추신수(12월 22일) 류현진(12월 23일)에게 모두 대형 '크리스마스 선물'을 선사했다. 이형석 기자
2019.12.24 0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