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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LG생활건강 직원들, 일방적인 희망퇴직 반발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을 받은 LG생활건강의 내부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K뷰티 '간판' 기업 일원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일해 온 LG생활건강(이하 LG생건) 직원들은 희망퇴직 내용과 방식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이들은 공채 출신이자 첫 여성 수장인 이정애 LG생활건강 대표가 강조해 온 소통에 진심이 없다며 “지속가능한 성장과 인력 정체를 해결하고 싶다면 아부만 하는 임원부터 정리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혁신은 임원부터" "옳은 소리를 하지 않는 임원은 그대로 두고 직원들만 자르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구조조정이라고 생각하십니까." LG생건 소속 직원 A 씨의 말에 깊은 분노가 담겨있었다. 수년 이상 헌신하며 일하던 직장에서 실시하는 첫 희망퇴직과 회사 측이 밝힌 변에 적지 않은 배신감을 느낀 듯했다. K뷰티 대표 기업 LG생건은 지난 1일부터 희망퇴직을 받았다. 만 50살 이상 부문장·팀장 또는 만 7년 이상 부문장 직급, 만 10년 이상 팀장 직급 직원이 대상이었다. 14일은 희망퇴직 신청 마지막 날이었다. LG생건이 희망퇴직을 시행하는 것은 2001년 엘지화학에서 분사한 뒤 처음이다. 더군다나 1986년 공채로 입사해 대표 자리까지 오른 이정애 대표가 단행하기에는 상당히 무겁고 어려운 주제라는 것이 공통된 평가다. 회사 측은 희망퇴직 시행 배경에 대해 "회사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인력 정체를 개선하고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LG생건 직원들은 사측의 설명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인력 정체를 막고 선순환 구조를 열고 싶다면, 높은 연봉을 챙기며 '고여 있는' 임원진부터 정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LG생건의 임원은 40명 안팎이다. 직원 B 씨는 "우리 회사는 원래 열악한 인프라를 가지고 직원들이 애정을 갖고 하나씩 만들어 이뤄낸 곳"이라며 "잘 될 때는 임원을 마구잡이로 배출하고, 힘들어지니 직원들을 쥐어짠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모습은 LG그룹이 추구하는 '정도경영' '인화경영'에도 맞지 않다고 했다. C 씨는 "역할과 책임이 있는 분들이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희생만을 강요하는 건 옳지 않다"며 "이번 희망퇴직과 실적 부진은 리더십 부재로 인한 LG생건 초유의 일"라고 했다. 또 다른 직원 D 씨 역시 "전임 부회장 시절부터 LG생건은 바른 소리를 하지 못하는 임원들이 있다"며 "옳은 말을 하면 찍혀서 회사를 나가는 선례가 많은 곳"이라고 꼬집었다.직원들은 배려 없는 퇴직 절차 및 방식도 지적했다. 사측은 14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뒤, 5일간 심의를 거쳐 이달 말인 30일에 퇴직하는 것으로 공지했다. 사실상 퇴직까지 걸린 시간이 보름도 채 되지 않는 셈이다. B 씨는 "퇴직 일자를 개인 사정이나 각팀 실무 일정에 대한 고려 없이 정해놓고 실시한다"며 "직원에 대한 배려나 배경 설명 없이 갑자기 공지를 올려 이달 말에 나가라고 통보한 것"이라고 했다. 진심 없는 소통 직원들은 진심이 빠진 이정애 대표의 소통에도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다. 대표가 먼저 “진정성 있는 대화”를 강조하면서 큰 기대를 걸었으나 실상은 이에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다. 무늬만 익명인 게시판이 대표적이다. LG생건은 직원들만의 익명 게시판인 '나라면'을 운영 중이다. 그러나 직원들은 게시판 관리자가 누가 글을 쓸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측에 예민한 내용의 글은 내리라고 종용한다고 입을 모았다. E 씨는 "사측에 불리한 사안들에 대한 답변은 같은 내용의 글이 수차례 올라와도 답이 달리지 않는다"며 "익명 게시판을 만들고 막상 직원들이 회사 마음에 들지 않는 글을 올리면 작성자 리스트를 관리하거나 글을 내리라고 압박한다"고 주장했다. 이정애 대표는 취임 이후 구성원들이 눈치 보지 않고 생각을 말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소통과 조직의 협력을 강조해 왔다. 사내 팀별로 돌아가면서 식사 자리를 마련해 조명을 받기도 했다. 전임 부회장과는 분명히 다른 행보였다. 그러나 직원들은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F 씨는 "우리는 하고 싶은 말만 하다 사라지는 것은 대화가 아니라 통보라고 배웠다"며 "직원들과의 시간을 가진다는 모습을 대외적으로 보여주고 싶은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고 했다. LG생건은 중국 사업 부진 등의 여파로 지난해 매출(7조1858억원)이 전년 대비 11.2% 감소하며 18년 만에 역성장했다. 영업이익(7111억원)도 44.9% 급감해 2017년 이후 처음으로 1조원을 넘기지 못했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1459억원)은 지난해 동기 대비 16.9% 줄었다. LG생건은 과도한 중국 매출 비중을 벗어나기 위해 북미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옷이나 피부에 사용하는 미니 타투 기기인 '임프린투'를 출시하면서 다양한 분야에 발을 뻗고 있다.직원들은 중국 분위기가 나아지면 실적도 다시 반등할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현재와 같은 조직 분위기로는 어렵다는 것이다. E 씨는 "젊은 인재를 내세워 가장 열려있고 젊은 조직이라고 홍보하고 있지만, 실제는 회사 방침에 잘 맞추는 임원이 많다"며 "사람을 갈아엎지 않는 한 변화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서지영 기자 seojy@edaily.co.kr 2023.06.15 07:07
산업

'내부 균열' LG 구광모, 경영권 분쟁 확전 우려

LG가의 ‘아름다운 승계’가 위기를 맞았다. 장자 승계 원칙을 지키기 위해 양자 입적까지 했던 LG가의 가부장적인 가풍은 결국 4대째 이어오면서 탈이 났다. LG가 고수했던 ‘인화 경영’ 속에서 일어난 ‘세 모녀의 난’은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어 어떤 식으로든 타격이 불가피하다. 더구나 상속 재분배 소송 결과에 따라 경영권 분쟁으로 확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내부 분열, 경영권 분쟁으로 확전 가능성 13일 재계에 따르면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어머니 김영식 여사가 두 딸(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구연수 씨)과 함께 상속회복청구 소송을 법적으로 상속이 마무리된 지 4년을 넘겨 제척기간(3년)이 지난 시점에 제기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세 모녀 측은 추후 내부 논의를 거쳐 자세한 소송 취지 등을 설명하겠다는 입장이다. 구 회장의 경영권 흔들기 의도 여부가 가장 큰 관심사다. 아무래도 상속 재분배 시 세 모녀의 지분이 구 회장을 압도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연말 기준으로 구 회장의 LG 지분율은 15.95%다. 하지만 세 모녀의 주장대로 상속 재산을 법정 비율대로 다시 분할하면 9.7%까지 떨어지게 된다. 반면 세 모녀의 지분율은 현재 7.84%에서 14.09%로 올라간다. 구 회장의 지분율을 뛰어넘는 셈이다. 특히 김 여사의 지분율이 4.20%에서 7.95%까지 올라 LG의 2대 대주주가 되면서 경영권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위치가 된다. LG 측은 “재산 분할을 요구하며 LG 전통과 경영권을 흔드는 것은 용인될 수 없는 일”이라며 단호한 대응을 예고하고 있다. 어찌됐든 LG가 입장에서는 4대째 이어온 인화 경영 흐름에서 소송 제기로 인해 ‘내부의 적’이 생긴 셈이다. 소송 결과 여부를 떠나 내부 균열로 인한 적지 않은 분열이 예상된다. 재계 관계자는 “지분은 경영권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LG가의 사람들도 가만히 지켜볼 수 없는 입장이 됐다”며 “누군가 세 모녀 측을 부추기면 얼마든지 경영권 분쟁으로 확전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말했다. 상속회복청구 소송의 경우 세 모녀 측이 유언장 존재 유무를 포함해 상속합의의 무효를 증명해야 한다. 2018년 구본무 전 회장 별세 때 별도의 유언장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길기범 변호사는 “이번 소송의 경우 원고 측에서 유언장의 존재 유무에 대한 착오의 입장을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며 “당시 합의가 구광모 회장 측의 사기나 강요 등으로 이뤄졌다는 것을 입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상속자 간의 합의서가 있다면 이를 법정 상속보다 우선시 한다”고 했다. 75년 아름다운 가풍, 격랑 속으로 재계에서는 세 모녀의 이번 소송이 양자 입적이 아니었다면 벌어지지 않았을 사건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지난해부터 소송을 대비해 내용증명을 보낸 것으로 알려진 김영식 여사와 구연경 대표, 연수 씨는 지난달 말 서울서부지법에 구 회장을 상대로 상속회복청구 소송을 냈다. 2018년 구본무 전 회장의 별세 이후 당해 11월 가족 합의를 통해 상속을 마무리한 바 있다.하지만 김 여사를 비롯한 세 모녀는 “유언장이 없는지 나중에 알았다”고 주장하며 상속 재산을 다시 분할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별도의 유언장이 없었기 때문에 통상적인 법정 상속 비율(배우자 1.5대 자녀 1)대로 상속이 이뤄져야 한다고 보고 있다. 고 구본무 회장의 유산은 지주사 LG 지분 11.28%를 포함해 모두 2조원대 규모였다. 당시 장자 승계의 이유로 구광모 회장이 이중 8.76%를 상속받았다. 이어 구연경 대표와 연수 씨는 각 2.01%, 0.51% 지분을 물려받았다. 법정 상속 비율대로라면 가장 많이 지분을 가져야했던 배우자인 김 여사는 지분을 상속받지 않았다. LG는 이와 관련해 “지금까지 이어온 LG 경영권 승계 룰은 4세대를 내려오면서 경영권 관련 재산은 집안을 대표하고 경영을 책임지는 사람이, 그 외 가족들은 소정의 비율로 개인 재산을 받는 것”이라며 “이번 상속에서도 LG가의 원칙을 잘 이해하고 있는 상속인들이 이 룰에 따라 협의를 거쳐 합의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만약 구 회장이 양자가 아니었다면 LG의 장자 승계 전통이 아름답게 유지됐을 가능성이 크다. 고 구본무 전 회장의 외아들이 불의의 사고로 사망하자 구 회장은 26세 때인 2004년 입양됐다.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외아들이었던 구 회장이 큰아버지의 양자로 호적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장은 “구광모 회장이 양자였기 때문에 일어난 소송으로 보인다”며 “만약 김영식 여사의 친아들이었다면 아무리 상속재산이 크다지만 전통대로 넘어갔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그는 “세 모녀의 소송으로 LG 입장에서는 이제까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격랑 속으로 빠져들게 됐다”며 “소송 결과 여부를 떠나 이미 이미지 타격이 크다”고 했다. 김두용 기자 k2young@edaily.co.kr 2023.03.1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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