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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일반

심장마비로 갑작스러운 이별…‘방랑식객’ 임지호, 오늘(12일) 사망 3주기

요리연구가 임지호가 세상을 떠난 지 3년이 지났다.임지호는 지난 2021년 6월 12일 심장마비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향년 65세.1956년생인 고인은 대한민국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자연 친화적이고 창의적인 음식을 선보이며 ‘방랑식객’이란 수식어를 얻었다. 2006년 외교통상부 장관 표창을 받았으며, 지난 2017년 7월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기업인들의 청와대 간담회에서 요리를 선보이기도 했다.대중과는 방송을 통해 소통했다. 고인은 지난 2014년부터 2016년까지 방송된 SBS ‘잘 먹고 잘 사는 법, 식사하셨어요?’와 2021년 4월 종영한 MBN ‘더 먹고 가’를 통해 매회 따뜻한 밥상을 만들며 시청자들에게 위로와 감동을 안겼다. 2020년에는 자신의 요리 철학과 삶의 이야기가 담긴 영화 ‘밥정’을 선보이기도 했다. 그의 마지막 길에는 강호동, 김혜수, 한효주, 한지민, 박정수, 송윤아 등 과거 임지호의 프로그램을 거쳐 간 수많은 스타가 함께했다. 특히 김혜수는 매년 고인이 떠나간 날이면 자신의 SNS에 사진과 짤막한 추모 글을 게재, 임지호를 애도했다.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4.06.12 07:43
생활문화

[황교익의 Epi-Life] 개념부터 잡고 다시 합시다

“자자, 이러지 말고, 개념부터 다시 잡아봅시다. 그러니까 여러분이 지금 말하고 있는 것에 대해 개념을 분명히 하고 토론을 하자고요.”토론을 하는데 서로 결이 맞지 않는 말이 떠돌면 토론 대상에 대한 개념이 서로 달라 그럴 수가 있다고 의심을 해야 합니다. 이때의 처방은 개념부터 확인하는 것입니다. 가령, 자유에 대한 토론이라고 한다면, 토론자들에게 “자유란 무엇이지요?” 하고 질문을 하여 각자가 신념화하고 있는 자유에 대한 개념부터 확인하는 일을 해야 합니다.자유라는 한 단어를 토론자들이 각각 다른 개념으로 쓰고 있다면 토론을 벌인다기보다는 웅변 대회를 열고 있다고 하는 게 적절할 것입니다.토론이 가장 활발한 영역이 정치판이기는 합니다만, 일상에서도 우리는 수시로 토론을 합니다. 책 읽고 토론하고, 영화 보고 토론하고, 음악 듣고 토론하고, 심지어 화장실에 두루마리 화장지를 어떻게 걸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토론을 합니다. 일상의 토론은 각자의 취향이 보태어져 있는 토론이고 또 토론의 결과 자체가, 정치 토론과는 달리, 공공의 성격을 띄는 것이 아니라 서로 가볍게 각자의 의견을 내고 확인하는 것으로 끝을 냅니다. 음식 토론도 취향 토론이라서, 그러니까 각자의 입맛을 존중하는 선에서 끝을 내어야 하는 토론이라서, 상대의 의견에 정색을 하며 논박을 하는 것은 무례한 일일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불행하게도, 저는 맛칼럼니스트입니다. 음식 전문 글쟁이입니다.음식에 대한 저의 품평은 취향 품평이어서는 안 됩니다. 제가 취향 품평을 한다고 해도 사람들은 그리 여기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때때로 ‘쇠고기 마블링 등급제’나 ‘세계에서 유일하게 1.5kg 육계로 튀기는 치킨’처럼 음식에 대해 정색을 하며 논쟁을 벌여야 합니다. 이건 저의 직업적 의무입니다.“요리에 대한 개념부터 잡자.” 1992년 음식 전문 글쟁이가 되겠다는 뜻을 굳히면서 제일 먼저 한 생각입니다. 요리사들을 만나면 이 질문부터 하였습니다. “요리란 무엇인가요?” 실로 다양한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가장 인상에 남은 요리 개념은 이제는 저 세상에 있는 임지호의 것입니다. “요리란 자연을 전달하는 행위이다.” 임지호는 자연과 인간 사이에서 이 둘을 소통하게 하려고 노력한 요리사입니다.요리책을 닥치는 대로 읽었습니다. 레시피에서 공통으로 발견되는 보편적 원리를 찾아내는 작업이었습니다. 어느 날 문득 이 문장이 제 머리에서 만들어졌습니다.“요리란 식재료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단점을 극소화하는 행위이다.”식재료를 다듬어서 자르고 누르고 깨뜨리고, 다지고 묵히고, 삶고 데치고, 굽고 볶고 지지고 양념하는 등등 일체의 행위에서 제가 발견한 보편적 관념, 즉 요리에 대한 개념입니다. 이 개념은 어디까지나 맛칼럼니스트 황교익의 요리 개념입니다. 여러분은 여러분대로 요리에 대한 개념을 정립할 사상의 자유가 있습니다. “요리란 식재료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단점을 극소화하는 행위이다”는 개념을 적용하여 요리를 품평하려면 식재료를 잘 알아야 합니다. 식재료를 알려면 식재료 산지에 가야 합니다. 농수축산물이 어떻게 생산되는지 전국을 두루 돌면서 취재하였습니다.저에게도 취향이 있습니다. 어릴 때에 먹었던 음식에 대한 강력한 취향은 인간의 본능입니다. 맛칼럼니스트로서 말을 할 때에 제 취향은 제 머리에서 의도적으로 지웁니다. 식재료의 선택과 그에 맞는 조리법을 적절하게 이용했는지만 봅니다. 제 취향에 안 맞아도 맛있다고 평가를 하고, 제 취향에 맞아도 맛없다고 평가를 합니다.선거는 정치 토론이 크게 열리는 장입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입니다. 주권은 국민에게 있습니다. 정치인은 그 주권을 자신에게 위임해달라고 정치 토론을 벌입니다. ‘서로 좋은 게 좋은 것’인 취향 토론과 다릅니다. 적어도 민주공화국은 어떻게 운영되어야 하는지 개념조차 없는 정치인은 토론을 통해 걸러져야 합니다. 동서로 확연하게 갈라진 총선 결과를 보며 아직도 정치판이 취향 토론의 장인가 싶어 입맛이 씁니다. 2024.04.25 06:59
연예일반

김시은, 신인 여우상 수상…‘오징어게임2’ 촬영으로 불참 [59회 대종상]

배우 ‘제59회 대종상 영화제’에서 신인 여우상을 수상했다.15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경기아트센터대극장에서 ‘제59회 대종상 영화제’가 개최됐다. MC는 배우 차인표, 개그우먼 장도연이 맡았다.신인 여우상 후보에는 ‘다음 소희’ 김시은,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 임지호, ‘올빼미’ 안은진, ‘비밀의 언덕’ 문승아, ‘지옥만세’ 오우리가 이름을 올렸다.현재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2’ 촬영으로 시상식에 불참한 김시은은 영상으로 소감을 대체했다. 김시은은 “대종상 영화제에서 신인 여우상을 수상하게 됐다는 좋은 소식을 듣고 감사 인사를 전하게 됐다”고 밝혔다.이어 ‘다음 소희’ 배우, 제작진에 감사 인사를 전한 김시은은 “항상 응원해주시는 가족을 포함해 ‘다음, 소희’에 많은 관심 보내주신 분들게 감사하다. 제가 꼭 참석하고 싶었는데 촬영 일정으로 인해 부득이하게 영상으로 인사를 드리게 됐다. 앞으로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덧붙였다.한편 대종상 영화제는 대종상영화제는 사단법인 한국영화인총연합회가 주최, 문화체육관광부와 영화진흥위원회가 후원하며, 한국의 영화 산업을 발전시키고 한국 영화의 질적인 향상을 도모하기 위해 제정됐다.권혜미 기자 emily00a@edaily.co.kr 2023.11.15 20:12
연예일반

[포토] 임지호, 예쁜 미소

배우 임지호가 15일 오후 경기 수원시 팔달구 경기아트센터에서 열린 '제59회 대종상 영화제' 레드카펫 행사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대종상 영화제'는 한국영화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기 위하여 설치된 영화예술상이다. 수원=서병수 기자 qudtn@edaily.co.kr /2023.11.15/ 2023.11.15 17:17
연예일반

[포토] 임지호, 우아한 블랙 스완

배우 임지호가 15일 오후 경기 수원시 팔달구 경기아트센터에서 열린 '제59회 대종상 영화제' 레드카펫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대종상 영화제'는 한국영화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기 위하여 설치된 영화예술상이다. 수원=서병수 기자 qudtn@edaily.co.kr /2023.11.15/ 2023.11.15 17:17
영화

‘59회 대종상’ 수상의 영광은 누구에게… 이병헌 송강호 등 경합

‘제59회 대종상 영화제’ 수상의 영광은 누가 안을까.15일 오후 6시부터 경기아트센터 대극장과 컨벤션홀에서 ‘제59회 대종상영화제’가 개최된다. 배우 차인표, 방송인 장도연 사회로 영화제가 성대한 막을 올린다.대종상영화제는 1962년 처음 개최된 시상식으로 전통과 역사를 자랑한다. 한때 공정성 논란에 휩싸인 바 있으나 내부에서 분골쇄신의 의지를 보이며 위기를 타파해가고 있다.최우수작품상 부문에선 ‘거미집’, ‘콘크리트 유토피아’, ‘밀수’, ‘올빼미’, ‘잠’, ‘다음 소희’ 등 6편이 경합을 펼친다. 감독상 후보는 ‘1947 보스톤’의 강제규,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엄태화, ‘교섭’의 임순혜, ‘거미집’의 김지운, ‘다음 소희’의 정주리, ‘밀수’의 류승완 등이다.남우주연상 부문에서는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이병헌, ‘거미집’의 송강호, ‘올빼미’의 류준열 등 세 명이, 여우주연상 부문에서는 ‘다음 소희’의 배두나,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 양말복, ‘드림팰리스’의 김선영 등 세 명이 경합을 펼친다.조연상 부문의 후보들도 쟁쟁하다. 남우조연상 부문에는 ‘밀수’의 김종수, ‘범죄도시3’의 고규필, ‘밀수’의 박정민, ‘교섭’의 강기영, ‘거미집’의 오정세가 이름을 올렸고, 여우조연상 부문에서는 ‘영웅’의 나문희, ‘밀수’의 고민시, ‘거미집’의 정수정, 전여빈이 선의의 경쟁을 펼친다.신인상 후보는 김선호, 이신영, 김성철, 변우석, 박성훈, 김시은, 안은진, 임지호, 오우리, 문승아 등이다. ‘올빼미’의 안태진 감독과 ‘비닐하우스’의 이솔희 감독, ‘잠’의 유재선 감독,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의 김세인 감독, ‘비밀의 언덕’의 이지은 감독, ‘드림팰리스’의 가성문 감독은 신인감독상 부문에서 경쟁한다.영화 ‘거미집’은 14명의 후보를 배출하며 최다 노미네이트됐고, 이어 ‘콘크리트 유토피아’(13), ‘밀수’(12), ‘올빼미’(11) 순이었다.또 시리즈 부문이 마련돼 넷플릭스 ‘마스크걸’, ‘더 글로리’, ‘D.P.’, 티빙 ‘몸값’, 디즈니플러스 ‘카지노’, ‘형사록’, ‘무빙’, 웨이브 ‘박하경 여행기’ 등이 여러 부문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정진영 기자 afreeca@edaily.co.kr 2023.11.15 08:48
IT

KT, 청각장애인 위한 배리어프리 영화제 개최

KT는 청각장애인을 위한 '장벽 없는 축제' 배리어프리 영화제를 서울삼성학교 소리샘복지관에서 개최했다고 29일 밝혔다.배리어프리 영화는 모두가 쉽게 영화 내용을 이해할 수 있도록 자막과 음성 등 보조 요소를 추가한 것이 특징이다. 이번 영화제에는 등장인물의 이름·상황 해설·소리 정보 등이 기술된 자막이 사용됐다.배리어프리 영화제는 서울삼성학교 학생의 문화 생활을 지원하기 위해 KT 강북강원·강남서부 2개 광역본부와 KT알파가 합동으로 개최했다. 학생과 교직원 80여 명을 포함해 총 120여 명이 참석했다.상영작은 단거리 육상 선수의 삶을 조명한 영화 '스프린터'였다. 영화 상영을 마친 뒤 최승연 감독과 공민정, 임지호, 전신환 배우가 무대 인사차 방문해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정정수 KT 강남서부광역본부 전무는 "앞으로도 지역 사회와 함께하는 다양한 ESG 활동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정길준 기자 kjkj@edaily.co.kr 2023.10.29 17:54
연예일반

이병헌·배두나→임시완·도경수 ‘제59회 대종상영화제’ 후보 격돌

배우 이병헌, 배두나부터 임시완, 도경수까지 대종상 트로피를 놓고 경쟁한다.‘제59회 대종상영화제’ 위원회는 24일 부문별 수상 후보를 공개했다.남우주연상에는 이병헌(‘콘크리트 유토피아’), 송강호(‘거미집’), 류준열(‘올빼미’), 임시완(‘1947 보스톤’), 도경수(‘더 문’)가 후보에 올랐다.여우주연상에는 염정아(‘밀수’), 정유미(‘잠’), 김서형(‘비닐하우스’), 배두나(‘다음 소희’), 양말복(‘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 김선영(‘드림팰리스’)이 이름을 올렸다.또한 남우조연상 후보에는 김종수(‘밀수’), 고규필(‘범죄도시3’), 박정민(‘밀수’), 강기영(‘교섭’), 오정세(‘거미집’)가, 여우조연상 후보에는 나문희(‘영웅’), 고민시(‘밀수’), 정수정(‘거미집’), 전여빈(‘거미집’), 김선영(‘콘크리트 유토피아’)이 포함됐다.신인남우상 후보에는 김선호(‘귀공자’), 이신영(‘리바운드’), 김성철(‘올빼미’), 변우석(‘소울메이트’), 박성훈(‘지옥만세’)이, 신인여우상 후보에는 김시은(‘다음 소희’), 안은진(‘올빼미’), 임지호(‘같은 속옷을 입은 두 여자’), 오우리(‘지옥만세’), 문승아(‘비밀의 언덕’)가 올랐다.수상 후보 선정 결과, 총 26개 부문 중 ‘거미집’이 14개로 가장 많은 후보에 올랐다. 이어 ‘밀수’가 12개로 뒤따르고 있다.시리즈 부문 후보도 공개됐다. 작품상은 ‘마스크걸’, ‘더 글로리’, ‘카지노’, ‘무빙’이 후보에 올랐다.남우상은 최민식(‘카지노’), 류승룡(‘무빙’), 정해인(‘D.P. 시즌2’), 진선규(‘몸값’), 이성민(‘형사록’), 안재홍(‘마스크걸’)이, 여우상은 송혜교(‘더 글로리’), 한효주(‘무빙’), 이나영(‘박하경 여행기’), 고현정(‘마스크걸’), 전종서(‘몸값’), 염혜란(‘마스크걸’)이 후보로 선정됐다.‘제59회 대종상영화제’는 다음 달 15일 경기도 수원시 경기아트센터 대극장과 컨벤션홀에서 개최된다.이세빈 기자 sebi0525@edaily.co.kr 2023.10.24 11:13
연예일반

농구→축구 다음은 달리기! ‘스프린터’ 5월 개봉 확정

‘더 퍼스트 슬램덩크’와 ‘리바운드’의 농구, ‘드림’의 축구에 이어 이번엔 달리기가 극장가에 온다.하나의 목표점을 가진 세 명의 스프린터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스프린터’가 다음 달 24일 개봉을 확정했다.개봉에 앞서 공개된 새로 공개된 메인 포스터는 주황색, 하늘색, 연두색 등 봄과 잘 어울리는 다채로운 색감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스타트 건의 총성과 함께 전력 질주하는 선수들의 역동적인 모습과 자신의 위치에서 고뇌하는 장면, 가슴속까지 시원해지는 푸른 하늘이 교차로 배치된 레이아웃은 청량함과 에너지, 드라마틱한 사건까지 모두 갖춘 영화의 무드를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네 인생이 달렸어. 10초 안에’라는 의미심장한 카피 역시 10초 안에 모든 것이 판가름 나는 단거리 육상의 짜릿함을 강렬하게 표현하며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스프린터’는 ‘제47회 서울독립영화제’ 개막작이다. 예매 오픈 5분만에 전석 매진을 기록하고 뜨거운 호평을 받으며 일찌감치 놓쳐선 안 될 수작으로 입소문이 났다. 데뷔작 ‘수색역’에서 공명, 이태환, 김시은 같은 빛나는 배우들을 발탁했던 최승연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는 박성일, 공민정, 임지호, 전신환, 최준혁 같은 수준 높은 연기력을 갖춘 배우들을 대거 기용했다.실제 국가대표 코치진에게 한 달 넘게 트레이닝을 받은 배우들은 현역 선수 못지않은 자세와 기량으로 관객들 사이에서 실제 선수가 아니냐는 질문이 속출했다는 전언이다.이처럼 개성 강한 캐릭터들과 흥미로운 스토리, 믿고 보는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박진감 넘치는 육상 경기 장면이 한데 어우러진 ‘스프린터’는 영화적 재미뿐만 아니라 각자의 자리에서 인생의 오르막과 정점, 내리막을 지나고 있을 우리 모두에게 응원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할 전망이다.열정 가득한 포스터와 예고편으로 예비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은 영화 ‘스프린터’는 다음 달 24일 전국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정진영 기자 afreeca@edaily.co.kr 2023.04.24 15:15
생활문화

[황교익의 Epi-Life] 봄꽃의 맛

봄꽃이 피면, 이제 저 세상 사람이 된 요리사 임지호가 생각납니다. 그때가, 한 20년 전이었나 싶습니다. 밥 다 먹고 나가려는데 그가 저는 붙잡았습니다. 차 한 잔 하고 가라고. 다탁에 앉았더니 보자기를 들고 나와 제 앞에서 풀었습니다. 보자기 안에는 한지가 곱게 접혀 있었습니다. 뭔 차를 저리 귀중하게 다루나 싶어 제 몸을 보자기 앞으로 밀었습니다. 한지를 펼치니 그 안에서 꽃잎이 몇 장 나왔습니다.임지호는 자신의 일을 칭찬받고 싶어하는 어린 아이처럼 말했습니다.“남쪽 바닷가에 갔는데, 매화가 만발했더라고요. 거기서 하룻밤을 잤지요. 해무가 깔린 새벽에 매화나무에게 가서 꽃잎을 몇 장 땄습니다. 매화는 해가 뜨면 향이 옅어지거든요. 바로 방바닥에 깔아서 말리고 한지로 싸서 보자기에 담아 왔지요.”임지호의 매화차는 저를 매화꽃이 만개한 남녘 바닷가로 데리고 갔습니다. 시공을 넘나들게 하는 음식의 매력을 그때에 제대로 느꼈습니다. 임지호의 매화차 한잔으로 저의 ‘맛있는 음식에 대한 기준’이 분명해졌고, 봄꽃이 피면 임지호를 자연스레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임지호가 갔어도 임지호가 남긴 향은 아직 남았습니다.제 고향은 마산입니다. 마산 뒷산이 무학산입니다. 돌산인데다 습한 골이 많아서 봄이면 진달래꽃이 지천으로 피었습니다. 아주 어릴 때에 형들을 따라 뒷산을 오른 적이 있는데, 그때에 진달래를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을 배웠습니다. 꽃을 먹다니! 얼마나 신비로웠는지 그때의 진달래꽃 향이 지금도 코끝에 남아 있습니다.진달래꽃으로 화전을 하는데, 맛있다고 느낀 적은 없습니다. 화전을 부치는 식용유가 진달래꽃의 향과 맛을 다 가져갑니다. 진달래꽃 향은 술이어야 제대로 잡을 수 있습니다. 봄날에 진달래꽃술에 대취했던 오랜 기억이 있습니다. 그날 그 자리에 함께 진달래꽃술을 마셨던 몇 분도 이제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에 가슴이 서늘해집니다. 초등학교 때 친구 따라 완월폭포로 놀러가서 아카시아꽃을 먹었습니다. 달콤하고 화사한 향이 입안에 가득 차는 경험을 했습니다. 중고 시절 제 주머니에 항상 아카시아 껌이 있었던 것은 그때의 경험을 오래 간직하고 싶었기 때문일 것입니다.라일락꽃에는 첫사랑의 맛이 난다는 것을 아시는지요. 아직 라일락꽃을 맛본 적이 없으시다고요? 첫사랑은 해보셨고요? 라일락꽃송이를 입안에 넣고 꽃대를 뽑듯이 쭉 당겨서 맛을 보세요. 첫사랑의 맛을 잊는 분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맛입니다.봄꽃의 으뜸은 벚꽃이지요. 벚나무를 얼마나 많이 심었는지 대한민국에 벚꽃 명소 아닌 곳이 없습니다. 제가 사는 일산도 벚꽃이 만만치 않게 예쁩니다.그래도 벚꽃 하면 진해이지요. 군항제 기간에는 난리가 납니다. 제가 아주 어렸을 때에도 진해에 벚꽃이 피면 난리가 났었습니다. 그때는 ‘벚꽃장’이라고 불렀습니다. 벚꽃이 피는 무렵에 열리는 난장이라는 뜻입니다. 여인네들은 화사한 한복을 입고 남정네들은 칙칙한 양복을 입고 벚나무 아래에 모여서 술 마시고 장구 치고 노래하며 놀았습니다. 제게 벚꽃장은 난생 처음의 축제였습니다. 서커스단의 곡예를 처음 본 데가 벚꽃장이었고, 솜사탕과 사이다를 처음 맛본 데가 벚꽃장이었으며, 어른들이 낮술을 마시고 춤추며 노는 모습을 처음 목격한 데도 벚꽃장이었습니다.벚꽃 아래에 모인 가족이 누구누구였는지 기억이 흐릿합니다. 네모난 찬합은 분명하게 기억합니다. 분홍의 옻칠에 꽃무늬까지 기억합니다. 찬합에 김밥이나 유부초밥이 들었을 것인데, 이도 기억이 없습니다. 솜사탕과 사이다에 영혼이 팔렸던 것이 분명합니다. 벚꽃의 맛은 제게는 솜사탕과 사이다 맛입니다.벚꽃장에서 봄바람에 흩날려 나를 스쳐지나갔던 벚꽃잎의 향은 내 몸에 선명히 남았습니다. 매년 벚꽃 아래에 서려는 것은 벚꽃장의 어린 황교익으로 돌아가고 싶어서일 것입니다. 봄꽃은 피면서 집니다. 순식간에 왔다가 순식간에 갑니다. 그래서 봄꽃을 못 보고 봄을 넘기는 해도 있습니다. 한 번의 인생에 몇 번의 봄을 즐길 수 있다고 그러는지. 2023.04.06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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