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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련 딛은 박항서, 다시 스즈키컵으로 일어선다

최고의 기억을 만든 스즈키컵(동남아시아축구연맹컵)에서 삐끗했다. 하지만 결국 다시 살아나야 할 무대 또한 스즈키컵이다.좌절을 맛 본 박항서(63) 베트남축구대표팀 감독이 다시 한 번 시동을 건다. 스즈키컵 2연패 도전의 꿈을 간발의 차로 이루지 못한 건 뼈아프지만, 이젠 다시 앞만 보고 달릴 때다.베트남축구협회는 최근 “스즈키컵 일정을 모두 마치고 귀국해 자가격리를 끝낸 축구대표팀이 해단했다. 오는 13일 다시 소집해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일정을 준비한다. 호주와 원정경기를 치르기 전까지 하노이에 모여 훈련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베트남은 2018년에 이어 스즈키컵 2회 연속 우승에 도전했지만, 4강에서 ‘숙적’ 태국에 패하며 뜻을 이루지 못했다. 편파판정 논란 속에 베트남 선수들이 최선을 다 했지만, 1차전 패배(0-2) 이후 2차전에서도 0-0으로 비기며 뒤집기에 실패했다. 대표팀 선수들에게 파격적인 보너스를 약속하며 물량 공세를 퍼부은 태국이 결승에서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인도네시아를 꺾고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스즈키컵은 박항서 감독을 영웅으로 만든 대회다. 2017년 말 베트남 지휘봉을 잡은 박 감독은 이듬해 열린 스즈키컵에서 베트남의 우승을 견인하며 ‘베트남 축구의 아버지’라는 별명을 얻었다. 국내에서도 ‘쌀딩크’ 등의 별명으로 불리며 뜨거운 인기를 누렸다.하지만 베트남이 2연패에 실패하면서 여론이 나뉘었다. 여전히 대부분의 베트남 축구팬들은 박항서 감독을 응원하고 지지하지만, 일각에서 “박항서 매직은 이제 끝났다. 이번 기회에 사령탑을 교체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보다 못한 베트남축구협회가 선을 그었다. “2022년은 카타르 월드컵 최종예선 이외에도 또 한 번의 스즈키컵이 열리는 해다. 박항서 감독을 중심으로 대표팀의 경쟁력을 키우고, 새로운 선수를 발굴할 것”이라 밝혀 감독 교체 관련 루머를 잠재웠다. 이어 “대표팀 멤버들에게 휴가를 부여한 코칭스태프는 선수들에게 체력 유지를 위한 운동 처방 프로그램을 전달하며 꾸준한 관리를 요청했다”고 덧붙였다.박항서 감독이 베트남 국민들의 지지를 회복하기 위해 발판으로 삼아야 할 무대는 공교롭게도 다시 스즈키컵이다. 베트남은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도 참가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드러난 수준 차가 매우 크다. 사상 처음 최종예선에 참여한 이력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본선 통과는 언감생심이며, 1승이 현실적 목표다.스즈키컵은 다르다. 2018년 정상에 오른 이후 베트남 국민들의 시선은 ‘우승’에 맞춰져 있다. 더구나 이번 대회에서 라이벌 태국이 정상에 올라 다음 대회에서 설욕해야 할 이유가 더욱 명확해졌다.공교롭게도 차기 스즈키컵은 올해 10월에 열린다. 지난해 말~올해 초 열린 대회는 당초 2020년에 개최 예정이었다가 코로나19로 연기돼 치러졌다. 준비와 노력 여하에 따라 동남아축구 왕좌에서 물러난 베트남이 9개월 만에 다시 탈환하는 그림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박항서 감독 관계자는 “박 감독도 베트남 축구 팬들도 스즈키컵 결승 진출 실패에 따른 아쉬움에서 어느 정도 벗어났다. 여전히 다수의 베트남 국민들이 박 감독을 지지하고 응원하는 만큼, 차기 스즈키컵 우승을 목표로 차분히 준비작업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2022.01.06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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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건강해요"…아들 경기 관전한 신태용 감독

14일 FC 서울과 서울 이랜드 FC의 FA컵 3라운드가 펼쳐진 서울월드컵경기장. 이곳에서 반가운 얼굴을 마주했다. 신태용(51) 인도네시아 국가대표팀 감독이다. 그는 지난달 20일 인도네시아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코로나19는 완치됐지만 정밀 검사를 받는 과정에서 지병이 악화된 사실을 발견했다. 가족과 함께 건강을 회복하기로 결정한 신태용 감독은 지난달 27일 에어 앰뷸런스를 타고 귀국했다. 지난 10일 2주간 자가격리가 해제됐다. 그리고 11일 안산 와스타디움을 방문했다. 안산 그리너스에는 인도네시아 대표팀 소속 아스나위가 뛰고 있다. 신태용 감독의 '애제자'다. 그는 안산과 전남 드래곤즈의 K리그2(2부리그) 6라운드 현장을 찾아 애제자를 응원했다. 3일 뒤 신태용 감독은 다시 경기장을 찾았다. 연이어 경기장을 찾는 건 그가 건강에서 회복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신태용 감독이 서울월드컵경기장을 방문한 이유는 아들을 보기 위해서였다. 신태용 감독의 첫째 아들 신재원은 서울 소속이다. 그는 2019년 서울에 입단했으나 자리를 잡지 못했고, 2020시즌 안산으로 임대됐다. 올 시즌 서울로 복귀했지만 한 경기도 출전하지 못했다. 드디어 그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신재원이 FA컵 출격 명령을 받았다. 신재원에게는 반전을 이끌 수 있는 첫 경기였다. 신태용 감독은 아버지로서 아들의 시즌 첫 경기를 놓칠 수 없었다. 신재원은 오른쪽 윙백으로 선발 출전했다. 경기 전 박진섭 서울 감독은 "신재원은 항상 열심히 하는 선수다. 동기부여 측면에서 선발로 출전시켰다. 공격적인 성향이 강한 선수다. 공격에서도 좋은 활약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즌 첫 경기의 설렘과 부담감을 안고, 신재원은 열심히 뛰었다. 단단하게 수비했고,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했다. 간혹 정확한 패스로 홈 팬들의 박수를 받기도 했다. 너무 열심히 뛰었던 것 같다. 그는 후반 25분 근육 경련으로 교체됐다. 경기는 서울의 0-1 패배. 서울은 후반 40분 이랜드 레안드로에 선제 결승 골을 허용했다. 경기 후 만난 신태용 감독은 건강을 묻는 질문에 "이제 건강합니다. 아무 문제 없습니다.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며 밝게 웃었다. 아들의 경기력을 묻는 질문에는 미소가 사라졌다. 아들을 바라본 것이 아니라 축구 감독으로서 신재원이라는 선수를 냉정하게 평가한 것이다. 신태용 감독은 "신재원의 경기력이 썩 만족스럽지 않았다. 치고 빠지는 움직임이 부족했다고 본다. 앞으로 더 발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상암=최용재 기자 choi.yongjae@joongang.co.kr 2021.04.15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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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나위 보자” 인도네시아 국민구단 된 안산

최근 프로축구 K리그2(2부) 안산 그리너스 인스타그램의 팔로워가 급증했다. 지난달까지 5000명 안팎이던 게 2만5800명으로 5배가 됐다. 보름 전 올린 ‘사인하고 있는 이 손의 주인공은 누구일까요’라는 게시물에는 댓글이 폭주했다. 그런데 댓글은 대부분 인도네시아어였다. 이른바 ‘아스나위 효과’다. 안산은 지난달 인도네시아 PSM 마카사르 소속인 아스나위 망쿠알람 바하르(22)와 ‘1+1년’(1년 옵션) 조건으로 계약에 합의했다. 이를 공식 발표하지도 않았는데, 인도네시아 축구 팬들 관심이 안산으로 쏟아진 것이다. 인도네시아는 인구 세계 4위(2억7600만명) 국가다. 아스나위는 신태용(51) 인도네시아 축구대표팀과 23세 이하(U-23) 대표팀 감독의 애제자다. 아스나위는 두 팀 모두에서 오른쪽 수비수로 뛴다. 2019년에는 자국의 영플레이어상도 수상했다. 아스나위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18만6000명으로, K리그 팔로워(11만3000명)보다 많다. 3일부터 안산 숙소에서 자가격리한 아스나위는 17일 제주에서 전지훈련 중인 팀에 합류했다. 아스나위의 국내 에이전트인 윤중호 TLS 대표는 “코로나19로 인도네시아 리그가 지난해 봄부터 중단됐다. 급여를 주지 못하는 팀도 있다. 아스나위는 수준 높은 한국 무대 도전을 원했다. 자국에서 받은 연봉이 1억 원대였는데, 한국 행을 위해 연봉도 낮췄다. K리그2부터 한 단계씩 올라가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마침 안산도 전남 드래곤즈로 떠난 김태현의 대체선수를 찾았다. 김길식 안산 감독이 신태용 감독과 통화한 뒤 영입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인도네시아에 머무는 신태용 감독은 “키 1m73㎝(몸무게 70kg)에 다부진 체격이다. 고요한(FC서울)처럼 수비형 미드필더를 겸하며 집요하게 맨 마킹 하는 스타일이다. 최효진(전남)처럼 투지도 넘친다. 한국에서도 통할 거라 생각해 김길식 감독에게 추천했다. 한국에서 경험을 쌓으면 인도네시아 대표팀에도 도움이 된다. 연고지(안산)가 다문화 도시라서 적응도 수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기 안산시에는 인도네시아인 1000여 명이 거주한다. 무슬림을 위한 마트와 음식점도 있다. 인도네시아인 축제 때는 전국에서 5000여명이 몰렸다. 유관중 경기가 시작되면 티켓파워도 기대할 수 있다. K리그 중계권 해외 판매대행사도 인도네시아 시장을 노크하는 중이다. 2019년 콩푸엉(베트남)이 인천 유나이티드에서 뛸 당시 인천 경기 인터넷 중계에는 18만명이 동시 접속했다. K리그 팀의 경우 기본 3명 외에 아시아 쿼터로 1명, 동남아시아 쿼터로 1명 등 5명의 외국인 선수를 보유할 수 있다. 동남아 쿼터는 지난해 신설됐다. 아스나위는 K리그 역대 네 번째 동남아 선수(혼혈 제외)다. 1985년 득점왕에도 오른 피아퐁(태국)이 최초다. 베트남 출신 쯔엉은 2016년부터 2년간 인천과 강원FC에서 6경기 출전에, 콩푸엉은 2019년 인천에서 8경기 출전에 그쳤다. 안산은 두아르테, 까뇨뚜(이상 브라질), 산티아고(아르헨티나), 이와세 고(일본) 등이 뛰는 다국적 군단이다. 영어가 서툰 아스나위를 위해 안산시 다문화센터를 통해 통역 자원봉사자도 구했다. 안산은 27일 2021시즌 개막전에서 김천 상무와 맞붙는다. 김길식 감독은 “(아스나위에 대한) 기대가 크지만, 이제 막 팀에 합류한 만큼, 충분한 준비 시간을 거쳐 차차 기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스나위는 “격리 기간에 실내 자전거 등으로 홈 트레이닝을 했다. 많은 인도네시아 팬들이 나와 우리 팀에 관심을 가져줘 행복하고 감사하다. 고향과 한국의 기온 차가 크지만, 하루빨리 적응해 안산이 1부로 승격하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 신태용 감독을 실망하게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2021.02.18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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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서 “베트남과 아무 갈등 없다, 감봉·경질 다 가짜 뉴스”

“올해는 저와 우리 국민 모두 다시 바빠지면 좋겠습니다.” 영상 통화 화면 속 얼굴과 목소리는 언제나처럼 차분하면서도 밝았다. 지난 연말 조용히 귀국해 자택에서 자가격리 중인 박항서(62)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을 6일 비대면으로 인터뷰했다. 그는 “외출을 할 수 없어 답답하지만, 오랜만에 집에 오니 마음은 편하다”며 웃었다. 박 감독에게도 2020년은 ‘지워진 시간’이었다. 코로나19로 국가 간 이동에 제약이 생기면서 축구 국가대항전(A매치)이 열리지 못했다. 태풍 이재민을 돕기 위해 열린 베트남 대표팀과 22세 이하(U-22)팀 간 자선 경기가 지난해 박 감독의 유일한 공식경기 일정이었다. 박 감독은 “두 팀 다 내가 맡고 있다. 한쪽을 선택하기도 곤란해, 정작 경기는 관중석에서 봤다”고 말했다. 대표팀은 이영진 코치, U-22 팀은 김한윤 코치에게 맡겼다. 박 감독이 베트남에서 두문불출하는 사이 국내에 괴소문이 돌았다. 일부 유튜버가 ‘박 감독이 코로나19에 따른 베트남 정부의 연봉 삭감 요구를 거절해 경질 위기에 처했다’는 가짜 뉴스를 퍼뜨린 게 발단이었다. 이를 일부 베트남 언론이 인용 보도했다. 그 내용이 다시 한국에 전해졌다. 그 과정에서 뉴스가 눈덩이처럼 커졌다. 박 감독은 “나는 유튜브를 보지 않는다. 지인들이 알려줘서 내용은 알고 있었다. 베트남축구협회와 아무런 갈등도 없다. 베트남에 간 뒤로 연봉의 일정 부분을 꾸준히 기부하고 있다. 베트남협회 관계자도 이를 잘 안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지난달 사회공헌 프로젝트 ‘파파 박 세이브 칠드런(Papa Park Saves Children)’을 론칭했다. 베트남 심장병 어린이 수술비 지원 사업을 시작으로 다양한 기부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당초 가짜뉴스를 무시하고 끝내려던 박 감독은 생각을 바꿨다. 지난달 매니지먼트사를 통해 해당 영상물 게시자에 대해 정정과 삭제를 요청했다. 박 감독은 “심지어 내가 베트남에서 빈손으로 쫓겨났다는 이야기도 돌았다. 악의적인 거짓 정보가 개인 수준 일로 끝나면 괜찮다. 한국과 베트남의 관계를 악화시키고, 현지 교민에게까지 피해를 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이제라도 오해가 풀렸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박 감독은 올해 활발한 활동으로 뜬소문이 다시 떠도는 걸 막겠다는 각오다. 때마침 굵직굵직한 대회가 줄줄이 다가온다. 박 감독이 베트남 진출 초기에 우승컵을 안았던 스즈키컵과동남아시안게임(SEA게임)이 연말에 열린다. 2022 카타르월드컵 최종예선 진출도 빼놓을 수 없는 과제다. 박 감독은 “베트남 현지에서는 월드컵 최종예선 진출, SEA게임 우승, 스즈키컵 우승 차례로 우선순위를 매기는 분위기다. 10월에는 23세 이하(U-23) 아시아 챔피언십 예선도 있다. 한층 높아진 베트남 팬들 기대치를 충족하기가 쉽지 않지만, 자원과 시간을 잘 배분해 한꺼번에 네 마리 토끼를 잡아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베트남 축구가 ‘동남아 최강’의 지위를 지키려면 경쟁자의 거센 도전을 뿌리쳐야 한다. 최대 라이벌 태국이 호시탐탐 정상 탈환 기회를 엿본다. 신태용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인도네시아도 성장세가 가파르다. 박 감독은 “인도네시아는 자국 선수와 귀화 선수 간 갈등이 심하다고 들었다. 신 감독이 잘 봉합한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특유의 친화력과 리더십이 먹히는 것 같다. 올해 인도네시아가 고춧가루 부대 역할을 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최근 프로축구 K리그를 ‘접수’한 2002 한·일 월드컵 멤버 얘기를 마지막으로 꺼냈다. 올해 K리그는 ‘2002 영웅들’의 격전지다. 홍명보 울산 현대 감독, 김남일 성남FC 감독, 설기현 경남FC 감독, 이영표 강원FC 대표이사 등이 그 주인공이다. 박 감독은 “2002년에 원팀이었지만, 저마다 개성은 뚜렷했다. 모두가 각자 위치에서 자신의 색깔을 낼 거로 기대한다. 늘 감동을 주는 (유)상철이, 방송꾼 다 된 (안)정환이도 보기 좋다. 쉬고 있는 (황)선홍이와 (최)용수도 하루빨리 자리 잡기를 바란다. 각자의 방식으로 축구 발전에 기여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2021.01.07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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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훈의 축구·공·감] 텅 빈 관중석을 다시 함성으로 채우려면

“요즘 서울에 코로나 때문에 난리가 났다 쿠데. 마, 대구는 인자 숨 좀 쉬는데.” 두 달 만에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12일 대구에서 만난 조광래(66) 대구FC 대표이사는 마주 앉자마자 서울 분위기부터 물었다. 구단 프런트도 “이태원 클럽에서 퍼진 바이러스 때문에 대구 사람들이 요즘 서울 걱정을 많이 한다”며 거들었다. 두 달 전만 해도 상황은 정반대였다. 3월 중순 조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대구에 내려가서 인터뷰 좀 하고 싶다”고 말하자, 수화기 너머로 새어 나오던 그의 한숨 소리가 똑똑히 기억난다. 당시 그는 “여긴 당분간 오지 않는 게 좋겠다. 언젠가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그때 보자”며 전화를 끊었다. 대구FC는 K리그 팀 가운데 가장 힘든 봄을 보낸 팀이다. 올 초 대구-경북 지역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급속히 확산하면서, 선수단은 자의 반 타의 반 클럽하우스에 갇힌 채 사실상의 자가격리 생활을 했다. 프런트도 마찬가지다. 다른 지역 출장을 최소화하는 등 두문불출했다. 조 대표는 “1월에 중국 쿤밍에서 진행한 전지훈련을 조기 종료하고 돌아온 이후로는 줄곧 대구에만 머물렀다. ‘혹시나’하는 마음에 K리그 개막 전까지 단 한 번도 서울에 다녀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5월의 대구는 달랐다. 가는 곳마다 사람과 자동차로 넘쳐났고, 활기가 가득했다. 거리에서 마주치는 시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마스크를 쓰(거나 걸치)고 있었다. 택시기사 신태용 씨는 “코로나를 극복한 건 대구시민들이 정부 방역 지침을 철저히 따랐기 때문이다. 한때 우울한 분위기로 가득하던 때도 있었지만, 이젠 비로소 도시가 제대로 돌아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둘러본 장소 중 적막감이 감도는 곳은 대구 홈구장인 DGB대구은행파크 뿐이었다. 16일 열리는 포항 스틸러스와 올 시즌 홈 개막전을 앞두고 그라운드 주변 정돈 작업이 한창이었다. 매끈하게 잘 관리된 푸른 빛의 그라운드가 보기만 해도 반가웠지만, 경기 당일에도 왁자지껄한 분위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K리그는 당분간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무관중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대구는 지난해 19차례 홈 경기에서 평균 관중 1만734명을 기록했다. 초대권이나 할인권 없이, ‘제값 내고 들어온’ 관중만으로 쌓아 올린 수치다. 대구 선수단은 홈 관중석(1만2000석)의 89.5%가 들어찬 가운데 홈팬이 쏟아내는 함성과 진동을 고스란히 느끼며 뛰었다. 축구계 안팎에서 ‘K리그 속 유럽축구’라는 찬사가 쏟아졌다. 이처럼 뜨거운 분위기를 아는 대구 선수와 팬에게 ‘무관중’ 경기는 아쉽기만 하다. 서울 이태원 클럽 발 코로나19 확산 소식을 접한 조 대표는 “아직은 때가 아닌갑네”라며 고개를 저었다. 내심 프로스포츠에 대한 정부의 관중석 단계적 개방 지침에 기대를 걸었는데, 바이러스 재확산으로 관련 논의가 중단됐기 때문이다. ‘만원 관중 앞에서 신바람 축구를 보여주겠다’던 대구 관계자의 바람은 또다시 기약 없는 기다림이 되고 마는 모양새다. 코로나19 사태는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을 바꿔놓았다. 또 사태가 길어지면서 ‘협력’, ‘배려’, ‘인내’ 등의 키워드에 점점 무감각해지는 분위기도 있다. 하지만 지난 몇 달간의 대구가, 또 최근 며칠간의 서울이 분명하게 보여줬다. K리그의 텅 빈 관중석을 다시 채울 마법의 키워드가 뭔지 말이다. 송지훈 축구팀장 milkyman@joongang.co.kr 2020.05.14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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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격리 신태용 인니 감독, "아들과 2m 떨어져 인사만, 투표도 못해요"

“아들과 2m 이상 간격을 유지한채 멀리서 인사만 했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일시 귀국한 신태용(50) 인도네시아 축구대표팀 감독과 14일 전화인터뷰를 했다. 지난 4일 자카르타에서 귀국한 신 감독은 정부 방침에 따라 18일까지 2주간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아내와 축구선수 두 아들 신재원(22·안산 그리너스)·신재혁(19·건국대)이 있는 경기도의 분당 본가 대신, 경기도 고양의 오피스텔에서 지내고 있다. 지인의 도움을 받아 김해운, 김우재 코치와 1인 1실을 쓴다. 신 감독은 “나와 코치들은 인천공항 선별진료소에서 음성판정을 받았다. 현지에서 1차 양성판정이 받았던 공오균 코치도 2차 PCR(유전자증폭검사)에서 음성판정이 나와 안전하게 귀국했다”고 말했다. 다들 건물 밖에 나가지 않고 자가격리 수칙을 준수하고 있다. 신 감독은 “아내와 큰 아들이 문 앞에 반찬을 놓아줬다. 2m 이상 떨어져 짧게 인사만하고 돌아갔다. 택배로 음식재료를 주문해 소불고기 같은걸 해먹는다. ‘이태원 클라쓰’ 같은 드라마도 보고, 전술 관련 책도 읽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총선 투표는 못하게 됐다. 신 감독은 “자가격리자는 투표날 오후 5시20분부터 외출이 허가되고, 오후 6시 이전에 투표소에 도착해야 투표할 수 있더라. 이동거리상 투표를 못하게 됐다. 미리 알았다면 임시거처를 분당 근처에 잡았을텐데”라며 아쉬워했다. 인도네시아는 코로나19 확진자가 4200명, 사망자가 370명을 넘어서며 확산세다. 신 감독은 “인도네시아는 전수조사가 안돼 감염자가 더 많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거리에서 마스크 쓴 현지인은 10%에 불과했다”고 했다. 신 감독은 “지난달 14일 인도네시아 축구대표팀 모든 활동을 멈추라고 정부에 통보를 받았다. 코치진의 안전을 고려해 한국행을 추진했다. 인도네시아축구협회가 처음에는 반대했지만 이달초에 허락해줬다. 축구일정들이 뒤로 밀린 만큼 4주 휴가를 미리 당겨썼다”고 말했다. 신 감독은 지난 1월부터 4년간 인도네시아 A팀, 23세 이하팀, 20세 이하 팀을 모두 맡았다. 신 감독은 “코로나19가 터지기 전에 자카르타에서 열린 프로축구 개막전에 관중이 7만명이 몰렸다. 체육부 장관이 대표팀 첫 훈련을 찾아 3~4시간을 지켜보고 갔다”고 전했다. 코로나19가 터지기 전, 인도네시아 축구 서포터스가 차 위에서 응원하는 모습. [사진 신태용 감독] 부임 후 19세 이하팀을 데리고 태국 전지훈련을 했고, A팀과 자카르타에서 2주 훈련을 했다. 신 감독은 “처음에 인도네시아 선수들의 체력이 엉망이었다. 20분 뛰면 걸어다니고 승부욕도 부족했다. 날씨가 덥다보니 ‘고랭(튀김)’과 짠 음식을 즐겨먹더라”며 “체력이 강해져야 멘털이 강해진다. 하루에 훈련을 3탕씩 했다. 꼬치구이 등을 먹게 해 단백질을 보충하게 했다. 선수들이 힘이 붙는게 느껴지니 잘 따라왔다. ‘아요(Ayoh·하자)’라는 말도 자주했다”고 했다. 또 “국민과 대표팀 선수 80% 이상이 이슬람교다. 금식성월인 라마단 기간에는 일출부터 일몰까지 물도 안마셔서, 문화를 이해하려고 공부 중”이라고 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신 감독의 로드맵에 비상이 걸렸다. 신 감독은 “기간별 플랜을 세웠는데 코로나로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가게 됐다”며 “우리나라가 코로나19가 더욱 안정되면, 인도네시아 19세팀을 한국에 데려와 전지훈련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려한다. 물론 우리나라에 외국인 입국이 전면 허용되고, 인도네시아 선수들이 모든 검사를 받고 통과한다는 전제 하에”라고 말했다. 현지 언론들은 인도네시아축구협회가 코로나19 여파로 신 감독의 연봉삭감을 고려 중이라고 보도했다. 신 감독은 “아직까지 직접적인 이야기는 없고 두고봐야한다”고 했다. 그와 별개로 신 감독은 최근 인도네시아축구협회에 2만 달러(2500만원) 코로나19 성금을 전달했다. 영덕 출신인 그는 지난달에는 스포츠닥터스를 통해 대구·경북 지역에 1억2000만원을 기부했다. 신 감독은 “인도네시아는 워낙 의료시스템이 열악하다. 인도네시아 국민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고 싶었다. 한국 정부와 국내 기업들이 인도네시아에 진단키트와 구호물품을 보내줘서 감사하다.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케이팝 스타를 비롯해 한국인을 정말 좋아한다. 코로나가 종식되면 K스포츠 활성화를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2020.04.14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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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용 인니 축구대표팀 감독, 코로나19로 일시 귀국

신태용(50) 인도네시아 축구 대표팀 감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팀 훈련이 어려워지자 일시적으로 귀국했다. 신 감독은 4일 오전 김해운 수석코치, 공오균 코치, 김우재 코치, 이재홍 피지컬 코치와 함께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신 감독은 올해 1월 인도네시아 대표팀 사령탑에 부임해 4년 동안 인도네시아 A대표팀은 물론 23세 이하(U-23), 20세 이하(U-20) 대표팀을 이끈다. 부임 이후 U-19 대표팀을 소집해 태국 치앙마이로 전지훈련을 다녀왔고, 2월에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A대표팀을 2주간 훈련하는 등 본격적인 지도에 나섰으나 인도네시아에서도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2월 말부터 모든 훈련을 중단했다. 3월과 6월 열릴 예정이던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예선도 모두 미뤄진 상황이라 일시 귀국하기로 했다. 귀국하기 전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현지 소외계층의 마스크 구매 등에 써달라며 인도네시아 축구협회에 성금 2만달러(약 2500만원)를 기탁하기도 한 신 감독은 국내에서 2주 자가격리 기간이 지나면 인도네시아 U-19 대표팀을 한국으로 데려와 훈련할 수 있는지 등을 알아볼 계획이다. 김희선 기자 kim.heeseon@joongang.co.kr 2020.04.04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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