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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어게인 트럼프', 셈법 복잡해진 현대차그룹

현대자동차그룹이 3분기 호실적에도 환하게 웃지 못하고 있다. 4년 만에 다시 도널드 트럼프 시대가 열리면서 미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트럼프 당선인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전기차 보조금 폐지 준비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차 시장의 급속한 성장을 겨냥해 미국 현지에 대규모 투자를 집행한 현대차그룹은 '태풍'의 영향권에 들어가게 됐다. 미국 내 생산을 늘리거나 현지 공장을 더 짓는 방식으로 투자 부담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트럼프 2기 ‘후폭풍’ 속속 현실화17일 국내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미국은 글로벌 최대 자동차 시장이다. 한국산 자동차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에 육박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올해 1∼9월 미국 자동차 수출 무역수지 흑자는 248억달러(약 35조원)로 한국의 전체 수출 품목 중 가장 많다. 그러나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으로 현재와 같은 호실적을 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당장 2기 트럼프 행정부가 과거 집권 시절 내세웠던 무역확장법 232조와 함께 수입차에 10~20%에 달하는 보편 관세를 적용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트럼프는 집권 1기 시절인 2018년 무역확장법 제232조를 근거로 연방의회 승인을 거치지 않고 수입 철강·알루미늄에 관세를 부과했고, 자동차에도 부과하려 했으나 실패한 바 있다. 1962년에 제정된 무역확장법 제232조는 미국의 통상 안보를 해친다고 판단될 경우 수입량 제한, 고율 관세 부과 등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현재 미국 시장에 수출하는 국내 완성차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기반으로 관세 면제 혹은 2.5%의 관세율을 적용 중이다.그러나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하는 트럼프는 미국 외 지역에서 생산된 물품에 대한 높은 관세 부과를 공약으로 지속해 내세운 만큼 지난 정권 시절과는 달리 관세 변경 영향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측된다. 여기에 IRA 문제도 미국 시장에 친환경차 판매를 촉진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당선인 정권인수팀이 IRA에 근거한 전기차 보조금의 폐지를 계획하고 있기 때문이다.IRA는 배터리와 핵심광물 등에 대한 원산지 요건을 충족하고 미국에서 생산된 전기차에 대해 최대 7500달러(약 1000만원)에 달하는 세액공제를 제공한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기간 IRA에 대해 '전기차 의무화'를 끝내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현대차는 7조원을 투입해 미국 조지아 주에 전기차 전용 생산 공장인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완공하고 지난달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가는 등 미국 내 친환경차 생산성을 높이는 데 노력을 기울였다.그러나 IRA가 폐지될 경우 친환경차 혜택이 사라지는 것은 물론 미국 내 친환경차의 경쟁력 또한 감소할 것은 분명해 보인다.설상가상 현대차는 수조원을 투자한 HMGMA가 미정부로부터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세액 공제 지원 대상에서 탈락했다.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HMGMA 투자로 기대한 세액공제 규모는 4600억원에 달했다"며 "공장 준공과 가동을 예정보다 앞당기며 악재에 대응을 나섰으나 시작부터 가시밭길에 놓이게 됐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응 전열구축'…현지 생산 강화할 듯미국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지난 15일 '미국통'을 전진배치하는 등의 파격적인 수준의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현대차 최고경영자(CEO)로 글로벌 최고운영자(COO)인 호세 무뇨스 사장을 내정하며 1967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외국인 CEO를 세웠다.또 대외협력·국내외 정책 동향 분석, 홍보·PR 등을 총괄하는 그룹 싱크탱크 수장에 성 김 현대차 고문역을 사장으로 영입했다. 성 김 사장은 국제 정세에 정통한 미국 외교관료 출신으로 역대 미국 정부에서 여러 핵심 요직을 맡았다.무뇨스 CEO와 성 김 사장은 현대차·기아 총괄 신임 장재훈 부회장과 삼각편대를 구축, 트럼프 2기 행정부와 긴밀히 소통하며 대외 리스크를 최소화할 것으로 기대된다.재계 관계자는 "정의선 회장이 세계 3위 현대차·기아의 최대 시장인 북미 시장 대응을 위해, 4대 그룹 중 가장 먼저 사장단 인사를 실시, 서둘러 전열 정비를 마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업계는 전열을 가다듬은 현대차그룹이 미국 수출 난관을 뚫기 위해 HMGMA 등을 활용, 현지 생산 확대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HMGMA의 연산 규모는 30만대다. 현대차는 물론 기아, 제네시스 등 모든 브랜드 차량을 함께 만들 수 있다. 이에 현대차그룹도 당초 전기차만 생산할 예정이었지만, 하이브리드차 등 다른 차종의 양산 검토에 들어갔다.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HMGMA가 가동되면 현대차의 기존 앨라배마 공장, 기아 조지아주 웨스트포인트 공장 등과 함께 현대차그룹은 미국에서만 110만대 생산 능력을 갖춘다"며 "트럼프 정부가 수입차 관세를 대폭 올려도, 충분히 현지 대응이 가능한 셈"이라고 말했다.현대차그룹은 앞서 미국 지엠(GM)과도 포괄적 협력 협약을 체결한 상태다. 양사 협력에는 차량 공동 개발을 통한 생산 비용 절감과 공급망 공동 관리 등이 포함된다. 트럼프 정부가 자국 자동차 우대 정책을 펴더라도, 현대차그룹도 어느 정도 수혜를 입을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현지화 전략 외에도 수출 시장 다변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성장성 높은 아시아와 중동 지역이 현대차의 새로운 먹거리 시장으로 꼽힌다. 현대차는 인도 점유율 2위, 베트남 점유율 1위에 오를 만큼 아시아 자동차 시장에서 높은 인기를 구사하고 있다. 또한 중동 최대 자동차 시장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점유율 2위를 달리고 있다. 다만, 미국 내 생산물량 증가는 울산, 아산 등 한국 공장들의 물량 축소, 한국의 자동차 수출 전선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는 부분이다. 국내산업 보호와 발전이란 차원에서 고민이 아닐 수 없다.이와 관련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앞으로 미국 공장 내 생산차종을 전환하거나 공급망 등을 재편하기 위한 고민을 하고 있다"며 "트럼프 정부의 자동차 정책이 우리 자동차 산업의 이익과 부합되도록 미국과 긴밀하게 소통하고 협력관계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안민구 기자 amg9@edaily.co.kr 2024.11.18 07:00
산업

정의선, '트럼프 2기' 대비 과감한 인사 단행...장재훈 부회장 승진, 첫 외국인 CEO 선임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글로벌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과감한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최대 실적을 견인한 장재훈 현대차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켰고, 모빌리티 글로벌 리더십 확보를 위해 외국인 최고경영자(CEO)를 처음으로 선임하기도 했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관세 정책 등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외교 전문가 성 김 고문도 사장으로 영입했다. 신뢰 굳건 장재훈, 부회장으로 승진 장재훈 현대차 대표이사가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현대차그룹은 15일 불확실한 글로벌 경영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지속가능한 미래 성장 토대를 구축하고자 2024년 대표이사·사장단 임원 인사를 실시했다.이번 인사는 우수한 성과 창출에 부합하는 성과주의 기조를 이어감과 동시에 미래 불확실성 증가에 대비해 내부 핵심역량을 결집하고 성과·역량이 검증된 리더를 그룹사 대표이사에 과감히 배치하는 등, 조직 내실 강화 및 미래 전환 가속화를 함께 고려한 점이 주요 특징이다.현대차그룹은 완성차 사업의 근본적 체질개선과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현대차 대표이사인 장재훈 사장을 완성차담당 부회장으로 승진, 임명할 예정이다. 장재훈 부회장은 2020년말 현대자동차 대표이사에 취임한 이래, 지정학 리스크 확대, 제품/기술 패러다임의 변화, 팬데믹 등 그 어느 때 보다도 복잡하고 불확실한 경영환경 속에서도 공격적인 사업전략 실행과 기민한 시장 대응, 다양한 수익성 개선 활동 등을 통해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향후 장재훈 부회장은 상품기획부터 공급망 관리, 제조·품질에 이르는 밸류체인 전반을 관할하면서 완성차 사업 전반의 운영 최적화·사업 시너지 확보를 도모하고, 원가/품질혁신을 위한 기반체계 구축을 통해 지속가능한 미래 경쟁력 확보를 주도할 예정이다.글로벌그룹 지향, 첫 외국인 CEO 선임현대차는 글로벌 관리체계 고도화 및 고객 중심 모빌리티 리더십 확보를 지속하기 위해 최고운영책임자(COO) 겸 북미권역본부장인 호세 무뇨스 사장을 신임 대표이사에 보임할 예정이다. 호세 무뇨스 사장은 2019년 현대차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GCOO) 및 미주권역담당으로 합류한 이후 딜러 경쟁력 강화와 수익성 중심 경영 활동을 통해 북미지역 최대 실적을 잇달아 경신했다. 이러한 성과를 인정받아 2022년에는 미주 권역을 비롯한 유럽, 인도, 아중동 등 해외 권역의 글로벌 사업을 총괄하는 최고운영책임자(COO) 보임과 더불어 현대자동차 사내이사로 역할이 확장됐다. 이어 현대차의 사상 최대 실적 달성에 공헌함으로써 글로벌 자동차 업계 내에서 검증된 경영자로서 입지를 공고히 했다. 이에 성과/능력주의, 글로벌 최고 인재 등용이라는 인사 기조에 최적화된 인재라는 판단하에 현대자동차 창사 이래 최초 외국인 CEO로 내정됐다. 향후 글로벌 경영관리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글로벌 브랜드로서 현대차의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할 것으로 기대된다.트럼프 2기 대비 외교 전문가 성 김 영입글로벌 경제안보 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그룹 싱크탱크 수장에 성 김(Sung Kim) 현대차 고문역을 사장으로 영입, 임명할 예정이다. 성 김 사장은 동아시아·한반도를 비롯한 국제 정세에 정통한 미국 외교 관료 출신의 최고 전문가다. 부시 행정부부터 오바마·트럼프·바이든 정부에 이르기까지 여러 핵심 요직을 맡아 왔다. 미국 국무부 은퇴 후 2024년 1월부터 현대차 고문역으로 합류해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통상·정책 대응 전략, 대외 네트워킹 등을 지원해 왔다.우수한 사업 실적 달성 및 중장기 관점의 사업·조직체질 개선 등의 공로를 인정받아, 기아 국내생산담당 및 최고안전보건책임자(CSO) 최준영 부사장과 현대글로비스 대표이사 이규복 부사장이 각각 사장으로 승진한다.기아 최준영 사장은 기아 국내생산담당으로서 노사 관행 개선을 통해 우수한 생산성·품질 경쟁력을 확보하며 기아의 역대 최고 실적 달성을 견인했다. 또한 전기차 전용 공장 준공 등 미래차 중심 오토랜드(AutoLand) 전환 전략을 가시화하는 등 미래지향적인 관점에서의 근원적 제조 경쟁력 강화를 지속 추진해 왔다.아울러 기아타이거즈 대표이사를 겸직하며 2024 KBO 정규리그 및 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을 달성했다.현대글로비스 이규복 사장은 글로벌 외부 악재 및 변동성 심화에도 불구하고 재무 건전성을 대폭 개선하고, 창사 이래 첫 인베스터 데이 개최 등 시장·고객과의 활발한 소통을 통해 기업가치 제고를 주도해 왔다. 또한 미래 E2E(End to End) 종합 물류기업으로의 도약을 위해 핵심 설비·거점 투자를 확대하는 등 현대글로비스 기업 경쟁력 강화에 실질적으로 기여해 왔다. 내실경영 강화 및 사업전환 가속화 통한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현대트랜시스 백철승 부사장, 현대케피코 오준동 부사장을 각각 대표이사에 내정했다. 현대트랜시스 대표이사 백철승 부사장은 현대차 체코법인장 및 구매본부 주요 보직을 거쳐 2023년 현대트랜시스에 합류해 사업추진담당을 맡아 왔다. 향후 백철승 부사장은 PT, 전동화 및 시트 등 핵심사업 추진을 위한 연속성을 확보하고, 동시에 노사관계 안정화 등 주요 현안 해결 및 관리체계 내실화에 더욱 집중할 것으로 기대된다.현대케피코 대표이사에는 오준동 상무(기아 전동화생기센터장)가 부사장으로 승진, 내정됐다. 오준동 부사장은 제조기술 분야 내 탁월한 전문성을 기반으로 전동화 기술경쟁력 강화에 기여해 왔으며, 향후 현대케피코 운영체계 고도화를 통해 자동차 부품사업 최적화 및 전동화 중심 미래 신사업 전환에 보다 주력할 전망이다.건설업 불황에 따른 위기 극복 및 근본적 체질 개선 가속화를 위해, 현대건설 이한우 부사장, 현대엔지니어링 주우정 사장을 각각 대표이사에 내정했다.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이번 임원인사는 역량·성과를 중심으로 글로벌 차원의 미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인사”라며, “대표이사·사장단 인사에 이어 12월 중순에 있을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성과 중심의 과감한 인적 쇄신뿐 아니라 중장기 경쟁력 강화를 위한 선제적 육성 및 발탁 등을 이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두용 기자 k2young@edaily.co.kr 2024.11.15 10:38
IT

삼성전자, '초격차' 흔들리는데 '트럼프 리스크'까지

초일류 기업 삼성전자의 위기론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미래 먹거리인 AI(인공지능) 반도체 주도권이 SK하이닉스로 넘어간 것도 모자라 '자국 우선주의'를 외치는 트럼프 정부가 재집권하면서 대외 리스크까지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삼성전자도 이례적으로 직접 투자자들을 달래고 나섰는데, 기업 정체성이나 다름없는 '초격차' 전략이 지금이야말로 절실하다는 분석이다.반도체 보조금 축소될까14일 본지가 챗GPT와 퍼플렉시티 등 생성형 AI에 최근 일주일간 온라인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기업과 이슈를 물어본 결과, 삼성전자가 단연 최상위에 이름을 올렸다.챗GPT는 지난주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승리한 이후 급락한 삼성전자의 주가에 주목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애용하는 것으로 알려진 퍼플렉시티는 미 반도체법(칩스법) 재검토 가능성에 우려를 나타냈다.새로운 제품·서비스 출시 기대감 등 긍정적인 소식에 관심이 쏠려 순위에 오른 현대자동차와 카카오, 네이버와 달리 어두운 미래를 조명한 것이 대비된다. 대외 변수로 인한 삼성전자의 불확실성 확대에 주목하는 모습이다. 이처럼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매도 행렬에 나서면서 삼성전자의 몸값은 하락하고 있다. 지난 13일 주가가 4년 5개월 만에 최저가인 5만600원까지 떨어졌다. 내년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불안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가 둔화하고 회복이 지연되는 가운데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관세 정책 확대로 IT 기기 수요 개선에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며 "2024년 4분기가 비수기인데 글로벌 IT 기기 신제품 부재, 메모리 수요 부진과 재고 조정으로 메모리 관련 기업 중심으로 실적이 추정한 것보다 낮아질 전망"이라고 말했다.특히 트럼프 당선인이 한국과 대만이 선도하는 반도체 시장을 압박할 가능성에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 중심에는 칩스법이 있다.지난 2022년 제정된 칩스법은 미국에 투자하는 반도체 기업을 지원하는 것이 골자다. 생산 보조금 390억 달러(약 55조원)와 연구·개발 지원금 132억 달러(약 19조원) 등 5년간 총 527억 달러를 뒷받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이에 맞춰 삼성전자는 2년 전부터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 중인데, 트럼프 당선인은 칩스법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지난달 한 팟캐스트에서 "정말 나쁜 거래"라며 관세를 높이면 기업들이 알아서 미국에 공장을 지을 것이라고 주장했다.이명박 정부 시절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냈던 박태호 법무법인 광장 국제통상연구원장은 최근 한국경제인협회가 마련한 좌담회에서 "보편 관세가 한국에도 적용된다면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상호 관세 철폐 원칙에 어긋난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할 것"이라며 "칩스법은 큰 변화는 없겠지만 보조금 지원 축소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마찬가지로 통상교섭본부장을 역임했던 유명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트럼프 정부가 양자 관계를 판단하는 척도가 무역 적자"라며 "한국은 무역 적자국 8위라 1순위 고려 대상은 아니겠지만 중국, 멕시코 등에 이어 타깃 국가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여유로운 SK, 추격하는 삼성이렇듯 앞날을 예측할 수 없는 트럼프 리스크가 중장기 과제라면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가 당장 넘어야 할 산이다.SK하이닉스는 사실상 AI '큰손' 엔비디아의 독점 파트너로 자리매김했다. 현재 주력 AI 메모리인 HBM3E(5세대 고대역폭 메모리) 등을 공급하며 매출 신기록을 쓴 데 이어 다음 세대인 HBM4 협상력도 강화하고 있다.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이달 초 'SK AI 서밋 2024'에서 젠슨 황 CEO가 HBM4 공급을 6개월 당겨달라는 요청을 한 사실을 전하며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을 보면서 '가능하겠나'라고 물었더니 최대한 해보겠다고 하더라"고 웃으며 말했다.최 회장의 여유로운 모습과 달리 삼성전자는 추격의 고삐를 바짝 당기고 있다. 이례적으로 대략적인 생산 일정까지 공유하며 투자자들을 안심시켰다.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올해 3분기 실적 발표에서 "주요 고객사 품질 테스트 과정상 중요한 단계를 완료하는 유의미한 진전을 확보했고, 4분기 중 판매 확대가 가능할 전망"이라며 "4분기 HBM3E 비중은 50%로 예상된다"고 밝혔다.여기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는 힘을 빼고 HBM에 총력을 기울이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택했다. 시황과 투자 효율을 고려해 라인 전환에 우선순위를 두고 파운드리 CAPEX(시설 투자) 규모는 줄인다는 방침이다.위기론이 주가에 악영향이렇듯 삼성전자가 체질 개선에 박차를 가한 가운데 회사를 향한 우려가 도를 넘은 것 같다는 목소리도 나온다.업계 관계자는 "시장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것일 뿐 분기 영업이익 10조원을 내는 회사가 쉽게 무너지겠나"라며 "오히려 무분별하게 퍼지는 위기론이 주가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증권가는 삼성전자를 둘러싼 대내외 불확실성을 해소할 키는 역시 기술 경쟁력밖에 없다는 진단을 내놨다.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차기 제품인 HBM4와 이에 적용될 1cnm(선단 공정) 개발에 총력을 다해 시장 참여자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라며 "다행히 1cnm의 문제점들은 하나둘씩 해결되기 시작했고, HBM4를 탑재할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 '루빈'은 출시가 지연될 가능성이 있어 삼성전자에게는 기술 격차 축소를 위한 기회 요인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정길준 기자 kjkj@edaily.co.kr 2024.11.15 07:00
자동차

"전기차 보급 확대 해결책을 찾는다"…대한전기협회, 20일 정책포럼 개최

국회와 정부, 전기 및 자동차업계가 모여 캐즘 현상으로 인한 전기차 산업 생태계위기를 진단하고 산업 활성화 대책 및 세계 시장 진출을 위한 전략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된다.대한저기협회는 오는 20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전기차 캐즘을 극복하기 위한 정책 방안과 전기차산업 발전 추진전략’이라는 주제로 제38차 전력정책포럼이 개최된다고 14일 밝혔다.이번 포럼은 이철규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장과 안호영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이 공동 주최하고 대한전기협회와 한국전기자동차협회가 공동으로 주관한다.전 세계적으로 탄소배출 저감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면서 전기차의 보급과 관련 산업의 성장을 촉진하기 위한 노력이 중요해지고 있다. 특히 전기차의 대중화와 산업 전반의 혁신을 이루기 위한 정책적 지원과 인프라 구축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이에, 이날 포럼에서는전기자동차에 대한 6건의 심도있는 주제 발표가 이뤄질 예정이다.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글로벌 전기차 산업 현황과 해외 진출 경쟁력강화를 위한 정책 방향(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 원장), 친환경자동차 보급 촉진을 위한 정책 개선 방향(김현석 한국개발연구원 실장), 전력계통 안정화를 위한 AC V2G 인프라 구축 및 사업 활성화 방안(박기준 전력연구원 수석연구원) 등의 발표가 이어진다.전기차 보급 부진을 극복하기 위한 전기차 보급 정책 개선 방안(류필무 환경부 대기미래전략과장), 글로벌 전기차 동향 및 대응방향(박태현 산업통상자원부 자동차과장), 전기차 및 충전인프라 안전관리 정책 제도 개선을 통한 보급 활성화 방안(김은정 국토교통부 자동차정책과 과장) 등의 발표도 준비돼 있다.발제에 이어 토론에서는 허세진 한국전기자동차협회 전문위원이 좌장을 맡아 주제발표자와 산업계 관계자신승규 현대자동차 전무와 신정호SK시그넷 대표가 참여하여 의견을 나눌 예정이다.토론 후에는 현장에서 질의응답 시간이 마련되며, 온라인을 통해 사전에 질문을 제출할 수도 있다.대한전기협회 관계자는“전기차 산업의 발전과 확산은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중요한 과제”라며,“이번 포럼을 통해 전기차 시장 활성화와 기술 혁신을 촉진하는 발판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안민구 기자 amg9@edaily.co.kr 2024.11.14 11:53
산업

MBK 파트너스, 타임지 선정 '올해 세계 최고의 기업들' 이름 올려

MBK 파트너스는 글로벌 주간지 타임과 독일 시장분석기업 스태티스타가 발표한 '2024 세계 최고의 기업들'에 선정됐다고 25일 밝혔다.타임과 스태티스타는 전 세계 기업들을 대상으로 성장률 조사,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지표 조사, 임직원 만족도 조사 등 3개 영역의 15개 부문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최고의 성과를 낸 기업 1000곳을 추렸다.PE(사모투자) 운용사는 MBK 파트너스와 EQT 그룹, 베인 캐피탈 3곳뿐이다.'은행과 금융서비스' 분야 97개 금융기업 가운데 기업은행과 함께 선정된 유일한 한국 금융기업이다. 국내 기업은 SK그룹과 현대·기아자동차, 네이버 등 23곳이 이름을 올렸다.MBK 파트너스는 지난 2013년 3월 UN의 책임투자원칙에 서명한 첫 국내 PE 투자 운용사다. ESG 책임 투자 정책을 수립해 투자 프로세스에 반영하고 있다.지난해 9월에는 ESG 평가 매뉴얼을 자체적으로 만들어 투자 대상 기업의 실사 부문에서 리스크 및 개선 기회를 검토하고 있다. 투자 기업들의 ESG 관리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2023년 말 기준 MBK 파트너스가 투자한 한국, 일본, 중국 기업들의 고용 인원은 8만4000명 이상이다. 이달 기준 MBK 파트너스 내 여성 투자 운용력 비중은 26%로, 미국 PE 업계 평균인 22%를 웃돈다.정길준 기자 kjkj@edaily.co.kr 2024.10.25 13:44
산업

이재용·정의선, '아시아 미래 전략기지' 점검 나선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아시아의 미래 전략기지’를 집중 점검한다. ‘전자산업 쌀’인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와 미래 모빌리티의 해외 거점인 필리핀과 싱가포르를 방문하면서다. 7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재용 회장은 6일 필리핀 칼림바에 위치한 삼성전기 생산법인을 방문했다. 칼림바 생산법인은 인공지능(AI), 로봇, 전기차 시장 확대에 따라 삼성전기의 중요 거점으로 주목받는 곳이다. 삼성은 부산, 톈진(중국)에 이은 필리핀을 주요 생산 거점으로 삼고 전기 시장을 키워나가고 있다. MLCC는 차세대 고부가 사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전기를 저장했다가 필요한 만큼의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일종의 ‘댐’ 역할을 하는 전자제품의 핵심 부품으로 스마트폰과 전기차 등에서 활용도가 확대되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에 MLCC가 1000개 탑재되는 반면 전기차에는 전장용 MLCC가 2만개 가량 탑재되고, 가격도 3배 이상 높아 시장 선점이 매우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MLCC 시장은 2023년 4조원에서 2028년 9조5000억원으로 2배 이상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이로 인해 이 회장은 이곳에서 미래 사업 전략을 점검하고 ‘기회 선점’을 주문했다. 차량용 전장 사업을 삼성의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이 회장은 작년 3월 톈진 사업장을 찾았고, 2020년과 2022년에는 삼성전기 부산 사업장을 찾아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선두에 서서 혁신을 이끌어가자"며 미래 시장 선점을 위한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한 바 있다. 이 회장은 8일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 방문에 맞춰 경제사절단으로 싱가포르를 방문한다. 싱가포르에는 삼성전자의 동남아 총괄법인이 있다. 올해 2분기에는 삼성SDI 판매법인이 설립되는 등 공을 들이고 있는 전략기지이기도 하다. 정의선 회장도 싱가포르 경제사절단으로 합류했다. 특히 이번 방문 기간에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를 윤석열 대통령 등과 함께 둘러볼 가능성이 높다. 최근 프란치스코 교황이 탑승했던 아이오닉5도 이곳 HMGICS에서 생산되고 있다. 이 시설은 미래 모빌리티를 연구하고 생산, 실증하는 신개념 '스마트 도심형 모빌리티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 현대차는 아이오닉5와 자율주행 로보택시를 만들어 일부를 실험적으로 운용하고 있다.이와 관련해 정의선 회장은 수 차례 싱가포르를 방문할 정도로 HMGICS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혁신센터의 테스트 베드 역할이 원활하게 이뤄진다면 현대차의 미래 모빌리티 선점 기회도 높아질 전망이다. HMGICS 설립 후 현대차와 기아의 신차 판매가 2배 이상 늘어나 기대감은 고조되고 있다. 싱가포르 국토교통청에 따르면 현대차·기아의 올해 상반기 신차등록대수는 1557대로 지난해(756대)와 비교해 106% 증가했다. 특히 현대차의 경우 333대에서 941대로 182.6%나 늘어났다. 현대차 관계자는 “싱가포르는 차량취득권리증을 구입해야만 신차를 살 수 있을 정도로 문턱이 높은 곳”이라며 “싱가포르의 탄소중립 정책에 발맞춰 현지 시장에서 친환경 자동차 메이커로 자리매김한다는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두용 기자 k2young@edaily.co.kr 2024.10.08 07:00
스포츠일반

[빌드업 코리아] 한국 체육, 새로운 길을 고민하다 ③종목단체 재정자립, 거버넌스 개혁은 필수

일간스포츠는 창간 55주년을 맞아 ‘한국 체육, 새로운 길을 고민하다’라는 주제로 총 세 편의 기획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국제대회 성적만을 목표로 반세기 가까이 앞만 보고 달려왔던 한국 스포츠는 2024 파리 올림픽에서 여러 문제와 마주했습니다.그동안 한국 스포츠의 국제경쟁력을 키워줬던 엘리트 육성 시스템은 한계에 직면했습니다. 정부 지원금을 예산의 큰 축으로 하고 있는 각 종목단체들은 불투명하고 비민주적인 행정 체계가 파헤쳐지면서 거센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한국 스포츠계가 집중해왔던 생활체육과 엘리트 스포츠를 통합 노력은 어디까지 와 있는지, 향후 한국 체육이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야 하는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습니다. <편집자주>◆ 한국 체육, 새로운 길을 고민하다① 한계 다다른 엘리트 육성 시스템, 돌파구는② 엘리트-생활 체육 화학적 통합 이뤄야 ③ 종목단체 재정자립, 거버넌스 개혁은 필수 2024 파리 올림픽에서 가장 주목받은 종목은 양궁이었다. 한국 양궁은 파리 올림픽에 걸린 5개의 금메달을 휩쓸었는데, 성적만큼이나 깔끔하고 투명한 행정력으로 큰 찬사를 받았다. 대한양궁협회는 1985년부터 현대차그룹이 회장사를 맡아 전폭적인 지원을 해왔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파리 올림픽 직후 양궁대표팀 선수들에게 총액 32억1000만원의 통 큰 포상금을 줘서 화제가 됐다. 이 같은 재정 능력에 더해 공정한 대표선발전, 탄탄한 유소년 지원으로 대표되는 ‘일등 행정력’이 양궁의 국제경쟁력을 더 단단하게 다졌다. 한국 체육의 경쟁력을 키우는 가장 현실적인 키워드는 ‘돈’이다. 양궁(현대차), 펜싱(SK텔레콤)이 효자 종목인 건 회장사의 꾸준하고도 든든한 후원이 있기 때문이다. 과거 레슬링(삼성), 복싱·사격(이상 한화), 유도(두산) 등에서 성적이 잘 나온 것도 결국 후원사의 힘이었다. 반면 지원이 사라진 종목은 성적도 떨어졌다. 레슬링은 삼성이 떠난 후 성적이 추락했다. 한국의 대표 효자 종목이던 복싱도 후원사가 사라진 뒤 올림픽 금맥이 끊겼다. 그렇다면 '든든한 회장님'을 찾는 것만이 한국 체육계를 발전시키는 정답일까. 시대는 또 바뀌고 있다. 20년 동안 사격을 지원했던 한화는 지난해 회장사를 내려놓았다. 한진그룹은 지난 2019년 대한탁구협회 회장사를 그만뒀다. 최근 15년간 8개 기업이 10개 종목에서 손을 뗐다. 대기업들이 빠른 속도로 체육 단체 후원사 역할에서 이탈하고 있다. 회장사에 재정적으로 의지하는 게 더는 정답이 아닌 시대다. 대한체육회 산하 64개 정회원 종목단체 재정자립도는 2023년 평균 44.49%였다. 이중 스쿼시, 체조 등은 20%에도 미치지 못했다. 박재우 한양대 스포츠과학부 교수는 “우리나라 구조에선 어쩔 수 없이 기업들이 들어와야 발전할 수 있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 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결국 협회가 자구적인 노력을 통해 재정 자립도를 높이는 게 중요하다. 정부 차원에서도 협회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더 부여할 방법으로 지원해 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현실에서 가장 강조해야 할 것이 종목단체의 거버넌스(조직을 이끄는 프레임워크) 개혁이다. 협회가 재정자립도를 높이고, 효율적으로 엘리트 선수 육성에 자원을 배치해야만 해당 종목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시리즈 기사에서 짚었듯 이제는 종목단체의 예산을 정부 지원금으로 충당하는 것도 지양해야 한다. 주성택 한국체육정책학회 부회장은 “대한체육회와 각 종목단체는 자주 재원 확보를 위한 방안을 발굴하기보다 정부 예산에만 기대어 사업을 운영하는 실정이다. 이런 시스템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파리 올림픽 메달 순위 1위에 오른 미국의 경우를 봐도 스포츠 종목단체가 정부 지원금을 받지 않는다. 미국은 국가대표 훈련 기관이 총 세 군데 있지만, 시설 규모와 투자 규모를 합쳐도 진천 선수촌에 미치지 못한다. 진천선수촌에 투입되는 1년 예산은 1500억원 안팎이다.미국의 올림픽 메달 포상금 규모는 3만8000달러로 한국(4만5000달러)보다 작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전문체육 분야 예산은 한해 4349억원(2023년 기준)으로,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을 상회하는 수준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종목단체와 지방체육회의 자생력을 키우고, 지나치게 비대한 예산 지원을 줄이는 방향을 논의하고 있다. 대기업을 회장사로 영입하는 것도, 정부 예산을 넉넉하게 받는 것도 현실적으로 점점 어려워진다는 뜻이다. 한국은 2016년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의 통합 이후 각 종목단체들도 엘리트 선수들과 생활체육을 함께 관리하고 있다. 해당 종목 생활체육 인프라의 파이를 키워서 예산을 충당하고, 그 예산을 엘리트 스포츠까지 흐르게 하는 모델이 가장 이상적이다. 파리 올림픽 이후 지금까지 체육계의 '뜨거운 감자'인 배드민턴 안세영 사태를 떠올려 보자. 안세영은 파리 올림픽 여자 단식 금메달을 딴 직후 기자회견에서 작심하고 대한배드민턴협회를 비판하자 거센 후폭풍이 일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감사를 비롯해 한국 체육단체의 오랜 병폐인 밀실 행정에 대해 공론화하는 계기가 됐다. 회장사가 대기업이 아닌 대한배드민턴협회도 스폰서 금액과 협회 자산 등을 적재적소에 활용하고 투명한 행정을 한다면 경쟁력을 더 끌어올릴 수 있다는 진단이 쏟아졌다.박재우 교수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매년 종목단체들에 대한 혁신평가를 한다. 조직의 리더십, 비전부터 생활체육·전문체육에 대한 운영 성과, 혁신적으로 추구했던 사업 등 협회가 한 해 동안 어떤 목표를 가지고 사업을 하고 운영했는지, 자립 기반과 내부 통제 시스템 구축이 어느 정도인지 살피는 등 다양한 평가 체계가 있다. 여기에 굿 거버넌스에 대한 내용의 지표들도 강화해서 들어가야 한다”고 설명했다.그는 “협회들이 사업이나 예산 등을 투명하게 공개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자리 잡아야 한다. 각 협회의 시스템이 굿 거버넌스라는 체제와 제도 안에서 이뤄진다면 대한배드민턴협회의 스폰서 문제 등도 사전에 제어할 수 있는 수준은 될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김우중·차승윤 기자 2024.09.29 12:00
스포츠일반

[빌드업 코리아] 한국 체육, 새로운 길을 고민하다 ②엘리트-생활 체육 화학적 통합 이뤄야

일간스포츠는 창간 55주년을 맞아 ‘한국 체육, 새로운 길을 고민하다’라는 주제로 총 세 편의 기획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국제대회 성적만을 목표로 반세기 가까이 앞만 보고 달려왔던 한국 스포츠는 2024 파리 올림픽에서 여러 문제와 마주했습니다.그동안 한국 스포츠의 국제경쟁력을 키워줬던 엘리트 육성 시스템은 한계에 직면했습니다. 정부 지원금을 예산의 큰 축으로 하고 있는 각 종목단체들은 불투명하고 비민주적인 행정 체계가 파헤쳐지면서 거센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한국 스포츠계가 집중해왔던 생활체육과 엘리트 스포츠를 통합 노력은 어디까지 와 있는지, 향후 한국 체육이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야 하는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습니다. <편집자 주>◆ 한국 체육, 새로운 길을 고민하다① 한계 다다른 엘리트 육성 시스템, 돌파구는② 엘리트-생활 체육 화학적 통합 이뤄야 ③ 종목단체 재정자립, 거버넌스 개혁은 필수 지난 2016년 3월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가 통합됐다. 엘리트 스포츠 육성기관과 생활체육 총괄 단체를 합쳐 앞으로는 선진국형 스포츠클럽을 육성하자는 목적이 컸다. 8년이 지난 현재, 그 성과에는 여전히 물음표가 붙는다. 정부는 체육단체 통폐합 전부터 약 20년간 스포츠클럽 육성을 지원했지만, 여전히 스포츠클럽 출신 엘리트 선수는 극소수다. 오히려 이 과정에서 기존 전문 운동부 지원이 줄면서 경쟁력만 떨어뜨리는 역효과가 났다는 성토의 목소리가 크다. 정부가 경기 출전 일수 제한, 합숙소 폐지, 최저학력제 도입 등을 시행했으나, 이와 병행해야 할 경기력 향상 대책이 없어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비판이다. 김민철 KBSN스포츠 배구 해설위원(조선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은 "대한민국 엘리트 스포츠가 침몰하고 있다"라고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김 교수는 "정부의 각종 대책 도입이 선수 육성 환경을 제약했고, 교육청과 학교에 큰 부담을 안기며 선수 자원 고갈에도 영향을 미쳤다"며 "앞으로 저출생 때문에 전문 선수 육성이 더 어려워질 거로 예상한다. 대한체육회가 중장기적 대책과 강도 높은 구조조정 계획을 수립해야 하는데, 구체적인 마스터플랜이 미비하다"고 지적했다.대한체육회 관리하에 운영 중인 스포츠클럽은 약 250개에 달한다. 여전히 많은 예산이 투입되고 있지만, 김민철 교수는 성과가 크지 않다고 짚었다. 그는 "스포츠클럽 육성 정책이 유소년 엘리트 선수 발굴·육성에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본다. 전문 선수 수준이라 하기엔 평균적인 경기력이 낮았다. 우수한 선수를 만들려면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선수 발굴이 필요한데, 이 부분에 정책이 힘을 보태는 데 실패했다"라고 주장했다. 그렇다고 해서 과거 운동부 시스템으로 회귀하는 건 대책이 될 수 없다. 스포츠클럽 시스템을 기반으로 하되, 교육청과 학교가 엘리트 선수 육성의 중심축이 돼야 한다. 국가와 지자체가 이를 보완해 선수 육성 체계를 복원하는 방안을 논의해 가야 한다. 김민철 교수는 "각 협회의 유소년 경기력 향상 목적 비용이 연간 5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예산이 부족한 게 아니라 정책 방향이 잘못됐다"라며 "선택과 집중을 통해 엘리트 선수를 육성해야 한다. 예산과 인력을 통합하고 각 조직에 중복 지원되는 예산, 효과가 떨어지는 정책은 과감하게 걷어내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1996년 이후 꾸준히 엘리트 스포츠 혁신을 추진해 온 독일 시스템을 참고할 필요도 있다. 독일은 엘리트 스포츠 부진의 이유를 시스템의 공정성과 투명성 부족으로 진단했다. 이에 따라 독일은 잠재력 평가시스템(포타스)을 신설, 각 종목 협회의 운영 현황과 성적 데이터를 중앙으로 통합했다. 이를 기반으로 성과를 내고, 또 낼 수 있는 종목들에 지원을 늘렸다. 독일은 데이터를 활용해 올림픽 성과 보고서를 만든다. 김미숙 한국스포츠과학원 수석위원은 "대한체육회에서 발간하는 한국 성과 보고서에는 각 메달을 합친 종합 순위 중심 평가만 나온다"며 "독일은 각 종목 1위부터 16위까지, 낮게는 32위까지도 분석해 살펴본다. 세계 각 선수의 객관적 경기력 데이터를 그레이스 노트(미국 데이터분석업체), Elo 레이팅 시스템(선수, 팀의 순위를 매기는 데 사용하는 알고리즘) 같은 업체를 통해 구비해 활용한다"라고 설명했다. 정량적 데이터 기반 시스템은 분명 한국 체육 현실에 절실한 부분이다. 김미숙 위원은 "대한체육회도 가맹단체들을 평가하지만, 정성적 평가가 많다"고 했다. 대한체육회의 파리 올림픽 메달 예측이 크게 빗나간 것만 봐도 한국 체육은 정량적 분석에 취약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와 더불어 투명한 행정이 필수다. 박재우 한양대 스포츠과학부 교수는 능력 있는 정부의 효율적인 공공 정책 및 서비스 제공과, 시민 사회의 적극적인 참여가 결합된 ‘굿 거버넌스’ 체제로 개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전히 ‘인맥’이 통하는, 사회 전문성이 부족한 분야인 체육계에 쇄신이 필요하다는 시선이다. 중요한 건 스포츠는 결국 경쟁력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이다. ‘모두가 행복하게 운동하자’ 같은 말은 현실적으로 공허한 구호다. 뛰어난 엘리트 선수를 만들어내는 것은 시대가 변한다고 해도 한국 체육의 목표 리스트 상위에 있다. 엘리트 선수들의 성과는 곧 생활 체육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이른바 낙수 효과다. 생활체육 동호인들의 동기부여, 활성화에도 큰 역할을 한다. 박재우 교수는 “영국, 독일, 프랑스도 결국 엘리트 체육과 생활 체육을 균형감 있는 투트랙 방식으로 국가가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현재 한국의 엘리트 체육과 생활 체육이 물리적으로 통합된 상태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아직 화학적인 통합이 이뤄지지 않았다. 엘리트 선수들의 활동량이 늘어나서, 자연스럽게 생활 체육 현장까지 누비는 등 공존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게 골자다. 이를 구축하기 위해선 균형감 있는 정책적인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 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2024.09.29 11:00
산업

울먹인 고려아연 산증인 "K반도체 재료 중국에 안 넘긴다"

세계 1위 비철금속 기업 고려아연이 적대적 M&A(인수·합병)에 맞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파트너에서 적으로 돌아선 영풍과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경영권을 쥐게 되면 국가 기간산업이 통째로 중국으로 넘어갈 게 뻔하다는 주장이다. MBK는 투자 관련 배임과 주가 조작 연루 의혹 등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흠집 내기로 맞불을 놓고 있다.중국 자본이 국가 기간산업 넘봐이제중 고려아연 CTO(최고기술책임자) 부회장은 24일 서울 종로 그랑서울 본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비철금속은 자동차, 반도체, 철강 등 국내 주요 산업에 핵심 원자재를 공급하는 기간산업"이라며 "MBK라는 투기 자본이 중국 자본 등을 등에 업고 고려아연을 집어삼키려 하고 있다. 이런 약탈적 행위는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또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쓰는 황산 절반이 우리 제품"이라며 "고려아연이 반도체 황산 생산을 멈추면 반도체 고객사는 셧다운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반도체 황산은 세정 공정에 주로 쓰인다.지난 1985년에 입사해 40여 년간 몸담은 이 부회장은 고려아연의 산증인으로 불린다. 이날 19명의 핵심 기술 인력들과 기자들을 마주한 자리에서 홀로 입장문을 낭독한 뒤 자리로 돌아가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는 모습도 보였다.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질 것을 우려한 회사 만류에도 이 부회장이 자청해 기자회견을 마련한 것은 최대 2조원을 쏟는 영풍·MBK 연합의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 시도 때문이다. MBK는 오는 10월 4일까지 고려아연에 대한 공개매수를 진행해 최소 7%에서 최대 14.6%의 지분을 품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이달 4일 기준 고려아연 주주 구성을 보면 장형진 영풍 회장 및 친인척 등 영풍 측 지분은 33.13%,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및 친인척과 파트너사 현대차그룹, 한화, LG화학 등 고려아연 측 지분이 33.99%로 팽팽하다. 아직 입장을 내놓지 않은 국민연금의 지분율은 7.57%다.고려아연 배당금으로 영풍 먹여살려 이처럼 영풍이 핵심 계열사인 고려아연의 운전대에 목매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같은 비철금속 사업을 영위하고 있지만 적자에 허덕이는 영풍이 글로벌 우위를 점한 고려아연의 배당금으로 부족한 곳간을 채우고 있어서다.올 상반기 영풍은 별도 기준 5억8500만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그런데 같은 기간 고려아연으로부터 수령한 배당금 263억원 덕분에 영업외이익을 반영하는 당기순이익은 253억원을 기록했다.영풍이 고려아연으로부터 받은 연간 배당금은 2018~2019년 500억원대에서 2020~2021년 700억원대로 오르더니 2022년 약 1037억원, 2023년 1556억원으로 훌쩍 뛰었다.고려아연은 올해 2분기 매출이 3조582억원으로 분기 최대를 경신했고, 영업이익은 2687억원으로 2000년 이후 98분기 연속 흑자를 이어가고 있다.이에 반해 영풍은 주력 사업장인 경북 봉화군의 석포제련소가 작년 말부터 올해 8월까지 발생한 세 차례의 근로자 사망 사고로 가동률이 50%대로 떨어지면서 영업이익이 8338만원에 그쳤다.핵심 계열사가 최대주주를 배당금으로 먹여살리는 셈이다.두 회사의 실적 차이를 두고 이제중 부회장은 "경영 능력과 기술력이 다르다"며 "최 회장(고려아연)은 직원을 가족처럼 대한다. 장 고문은(영풍) 머슴처럼 관리하는데 누가 애사심을 갖겠나"라고 꼬집었다. 안전에 관심을 갖도록 자사 온산제련소 직원들에 매달 10만원씩 현금으로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를 예로 들었다. 고려아연과 영풍의 75년 동업자 관계에 금이 간 것도 배당금이 원인이다.고 장병희·최기호 창업주는 1949년 영풍 모체인 영풍기업사를 공동 창업하고, 1974년에는 자매회사인 고려아연을 설립했다. 영풍그룹과 전자 계열사는 장씨 일가가, 고려아연은 최씨 일가가 각각 경영을 맡고 있다.그러다 최씨 일가 3세 최윤범 회장이 2022년 고려아연 수장이 되면서 잡음이 일기 시작했다.영풍의 배당금 확대 요구에도 최 회장은 신재생 에너지·이차 전지 소재·자원 순환 사업을 3대 축으로 하는 '트로이카 드라이브' 전략을 미래 비전으로 제시하며 투자에 더욱 주력했다.이에 지난 3월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이 벌어졌고, 배당을 늘리는 영풍의 정책 변경 제안이 부결됐다.최 회장 경영 능력 의심하는 영풍·MBK이날 MBK도 입장문을 내 고려아연의 경쟁력을 중국에 매각하는 일은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 최 회장의 경영 능력을 문제 삼았다.MBK는 "대한민국 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방식으로 투자 활동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 회장의 SM 주가 조작 의혹을 받는 사모펀드 원아시아파트너스 투자와 완전 자본잠식 상태인 미국 전자 폐기물 재활용 업체 이그니오홀딩스 인수를 거론했다. 고려아연의 영업이익률 하락 이유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이 부회장은 "원아시아파트너스는 단순 재무적 분산 투자다. 당시에 현금(약 2조5000억원)이 많았다"며 "이그니오의 경우 우리나라에 자원이 없을 것을 고려해 미국의 냉장고, TV 등 폐자재를 고려아연 온산제련소로 가져와 새로운 자원을 얻기 위한 장기적 관점의 투자"라고 설명했다. 정길준 기자 kjkj@edaily.co.kr 2024.09.25 07:00
자동차

'덜 팔고 더 번' 현대차·기아의 비결, ‘5년간 40% 이상 가격 인상’

현대차·기아의 질주가 매섭다. 매 분기마다 최대 실적을 경신해오고 있다. 올해 2분기에도 차량 판매는 주춤했지만 합산 영업이익이 8조원에 육박하면서 종전 최대였던 지난해 2분기 기록을 갈아치웠다. 호실적은 상품성 개선과 더불어 수년째 이어진 '가격 인상' 효과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2분기도 어닝 서프라이즈22일 현대차·기아에 따르면 현대차는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 45조206억원, 영업이익 4조2791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6%, 영업이익은 0.7% 성장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 모두 분기 사상 역대 최대치다.기아의 2분기 매출액은 전년 대비 5.0% 증가한 27조5679억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1% 오른 3조6437억원을 기록했다. 분기 기준 최대 영업이익이자 올해 1분기에 이어 2개 분기 연속으로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영업이익률도 13.2%를 달성하며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현대차·기아 양사의 올해 2분기 합산 영업이익은 7조9228억원이고, 상반기 누적 영업이익은 14조9059억원에 달한다. 남은 3·4분기가 자동차 판매 최성수기인 점을 감안하면 올해 양사의 합산 영업이익은 30조원을 넘어설 수도 있다. 지난해 양사의 합산 영업이익은 26조7348억원으로 14년 만에 삼성전자를 제치고 국내 상장사 '왕좌'에 오른 바 있다. 현대차·기아의 이 같은 실적에서 눈길을 끄는 부분은 판매량이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매출과 영업이익이 크게 늘어났다는 점이다.실제로 도매 기준 현대차는 2분기 글로벌 판매량이 105만7168대로 전년 대비 0.2% 감소했다. 기아도 1년 전보다 1.6% 감소한 79만5183대로 나타났다. 합산 판매량은 185만2351대로 전년 동기 대비 0.8% 줄었다. 하지만 합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7조6409억원) 보다 2819억원 늘었다. 매출액도 지난해(66조1892억원) 대비 6조3993억원 증가했다.가격 인상 효과 '톡톡'업계는 현대차·기아가 올해 2분기는 물론 매 분기마다 호실적을 내는 이유로 상품성 개선과 더불어 '가격 인상'을 꼽는다.양사는 최근 몇 년 새 신차 판매 가격을 빠르게 올리고 있다. 현대차·기아의 연간 사업보고서와 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차의 국내 승용차 평균 판매 가격은 2019년 3774만원에서 올해 1분기 5319만원으로 5년새 40.9% 상승했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포함한 레저용 차량(RV)의 국내 판매 가격은 같은 기간 3543만원에서 5223만원으로 올랐다. 상승률이 승용차보다 높은 47.4%였다.해외에서는 현지 프리미엄과 환율효과가 더해져 판매가격 상승률이 더 높았다. 원화로 환산한 현대차의 해외 승용차 평균 판매 가격은 2019년 3298만원에서 올해 1분기 6419만원으로 94.6%가 뛰었다. 같은 기간 RV도 3459만원에서 6877만원으로 뛰어 98.8%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기아의 국내 승용차와 RV 판매가격 상승률도 5년간 4.3%(2019년 3259만원→올해 1분기 3401만원), 37.3%(3495만원→4801만원)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해외에서는 승용차 판매가격이 9.9%(3008만원→3306만원), RV는 47.5%(4030만원→5943만원) 올랐다.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현대차·기아의 '제값 받기' 전략이 통한 것으로 보고 있다.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기아는 과거 '가성비'를 내세워 해외 시장을 공략해왔지만, 최근 들어 글로벌 시장에서 브랜드 위상이 높아지고, 품질도 일본차나 유럽차 못지않다는 인식이 공고해지면서 (차량) 가격을 올리기 시작했다"며 "제값 받기 정책이 역대 최고의 영업이익률로 이어지고 있는 만큼 당분간 가격 인상 기조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다만, 일부에서는 현대차·기아가 국내 시장 점유율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5년 새 찻값을 빠르게 올려 국내 소비자들의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국산 생애 첫차 대명사인 현대차 아반떼의 경우 2019년 가격이 1404만원부터 책정된 데 비해, 현재 판매 중인 2024년형 모델은 최저 1975만원으로 5년새 405만원(26%)이나 올랐다"며 "해당 기간 정규직(상용) 근로자 연평균 임금이 325만9281만원에서 384만3191원으로 17.9% 인상된 것과 비교하면 구매 부담이 커진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안민구 기자 amg9@edaily.co.kr 2024.08.2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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