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648건
산업

[IS시선] 사고는 기계가 아닌 사람을 멈춘다

“SPC처럼 자체 공장을 보유한 식품기업이 여럿인데, 유독 사고가 한 곳에서 반복되는 건 단순한 우연이 아닙니다. 구조적인 이유가 있을 겁니다.” 최근 만난 식품업계 관계자의 말은 최근 SPC에서 발생한 사망 사고를 돌아보게 했다.2025년 5월 경기도 시흥에 위치한 SPC삼립 공장에서 50대 여성 노동자가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기계 이상으로 윤활유를 뿌리던 중 기계를 멈추지 않은 채 작업에 투입됐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사고 예방 의무가 지켜지지 않은 채 자동화 설비가 있음에도 현장에서 사람이 직접 위험을 감수했다 안타까운 일을 맞았다. 이 사고는 2022년 평택 SPL 소스 배합기 사고, 2023년 성남 샤니 반죽기 사고에 이은 세 번째 사망 참사다. 모두 기계에 끼이는 유사 유형이었다.SPC는 2022년 사고 이후 3년간 1000억원을 안전에 투자하겠다고 선언했고, 2024년까지 835억원을 집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사고는 또다시 일어났다. ‘형식적 안전경영’이 현장에서는 실질적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방증이다.대통령도 질책했다. SPC는 하루 만에 안전 대책을 내놨다. 졸속히 내놓은 대책은 미흡했다. 야간 근무를 하루 8시간 이내로 제한하고, 필수 품목 외 야간 생산은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인력 충원, 생산 조정, 라인 재편 등을 병행하며 오는 10월 1일부터 전국 사업장에서 순차적으로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노조와 협의하며 교육·매뉴얼 정비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당연히 현장 반응은 싸늘했다. 노동계는 “야간근무 축소로 임금이 줄어들 우려가 크지만 보전 대책은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일부 공장에선 관련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았다는 말도 나왔다. 인력 충원 없이 근무시간만 줄이면 노동 강도는 오히려 높아질 것이란 우려도 커졌다.뒷얘기도 무성하다. SPC의 본사 이전 이후 터가 안 좋다는 근거 없는 추측도 나온다. 다만 업계는 “SPC처럼 공장을 직접 운영하는 식품기업은 다양한 설비와 복잡한 공정을 갖추고 있다”며 “이럴수록 2인 1조 작업 원칙, 정비 매뉴얼, 안전장치 등 기본이 현장에서 철저히 지켜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실제로 2022년 사고 당시에도 2인 1조 수칙은 지켜지지 않았다. 수많은 생산 공장 가운데 특정 기업의 현장에서만 사고가 재발하는 데에는 분명히 근본적 문제가 있을 것이다. 위험을 구조적으로 방치하는 시스템, 눈앞의 생산성만 강조하는 경영, 그리고 상황을 덮기에 급급한 대책들이 진짜 문제다.안전은 선언이 아니라 실행이다. SPC의 이번 근무시간 조정이 실효를 거두려면 임금 보전, 인력 충원, 설비 개선 등 구체적 이행이 반드시 따라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SPC의 악몽은 언젠가 재방송될 지도 모른다. 사고는 기계가 아닌 사람을 멈춘다. 권지예 기자 2025.08.06 08:02
스타

‘독수리 5형제’ 엄지원 “죽을 만큼 힘들었다…부모님께 효도” [IS인터뷰]

“부모님께 효도했어요.”배우 엄지원이 KBS2 주말드라마 ‘독수리 5형제를 부탁해!’(이하 ‘독수리 5형제’) 출연에 대한 뿌듯함을 드러냈다.엄지원은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서 일간스포츠와 만나 “이번 드라마는 부모님이 회차마다 빠짐없이 보고, 재방송과 삼방까지 챙기셨다. 나를 ‘마 대표님’이라고 부르셨는데 많이 뿌듯했다”며 웃었다. 이어 “그동안 부모님이 좋아하실 만한 작품을 많이 하지 못했는데, 이번 작품은 오랜 배우 생활 끝에 딸이 드리는 선물 같은 기분이었다”고 덧붙였다.‘독수리 5형제’는 오랜 전통의 양조장 독수리술도가 5형제와 맏형수의 이야기를 그린 가족 드라마로 4일 종영한다. 극중 엄지원은 남편과 결혼 10일 만에 사별한 뒤 양조장을 이끄는 맏형수 마광숙 역을 맡아 긍정 아이콘으로서 눈물과 웃음을 넘나드는 섬세한 감정 연기를 펼쳐 호평을 받았다.드라마는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최고 시청률 21.9%(40회)를 기록하며, 방영 내내 20% 안팎의 안정적인 시청률을 유지했다. 전작 ‘다리미 패밀리’, ‘미녀와 순정남’ 등이 대부분 시청률 10%대에 머물렀던 성적과 비교되는 수치다. 당초 50부작으로 기획됐던 ‘독수리 5형제’는 시청자들의 호응에 힘입어 4회차가 연장됐다.엄지원에게 이번 작품은 KBS2 주말드라마 첫 출연이라, 주요 시청층에게는 다소 낯선 얼굴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2002년 데뷔 이후 묵묵히 쌓아온 필모그래피와 검증된 연기력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극중 광숙은 지금까지 맡았던 캐릭터 중 가장 저와 닮았어요. 사랑스럽고 씩씩한 모습을 자연스럽게 그려낼 수 있었고, 그래서 더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처음부터 예쁜 얼굴보다 ‘내 옆에 있을 것 같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었죠. 오랜만에 따뜻하고 편안한 작품이라 기분 좋게 임할 수 있었어요. 시청자들도 그런 점에 공감해 주신 것 같아 더 감사한 마음이에요.” 하지만 긴 호흡의 드라마는 체력적으로 쉽지 않았다. 그는 “전작들은 사전 제작이거나 대본이 거의 다 나온 상태에서 촬영을 시작했는데, 이번에는 50부작으로 기획된 작품이지만 8회차 정도만 나온 상태에서 시작했다. 그래서 체력 안배가 정말 중요했다”며 “실제 몸무게도 4~5kg이 빠졌다”고 했다. “이렇게 긴 회차의 드라마는 처음이었어요. 주변에서는 ‘다른 출연자들과 분량이 나눠지니 괜찮을 거야’라고 했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죠. 이러다 죽는 거 아닐까 싶을 정도로 힘들었지만, 무사히 끝냈어요.”극중 로맨스를 함께한 배우 안재욱과의 호흡에도 만족감을 드러냈다. 안재욱은 극중 LX호텔 회장 한동석 역을 맡았다. 엄지원은 “그동안은 여성 중심 서사를 많이 해서 로맨스 분량이 적었는데, 이번 작품은 내 필모그래피 중 로맨스가 가장 많은 작품이었다”고 설명했다.“남녀가 감정을 주고받으며 만들어가는 신 자체가 굉장히 재미있었어요. 안재욱 선배는 워낙 베테랑이고, 우리 커플이 사랑받을 수 있게 잘 이끌어주셨어요. 서로의 부족한 점을 먼저 바라보는 스타일이라, 더 좋은 장면을 만들기 위해 계속 대화하며 작업했죠. 이 작품을 통해 앞으로도 로맨스 연기를 더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올해 연말 진행되는 KBS 연기대상 시상식에 대한 기대도 살짝 내비쳤다. 그는 “상을 목표로 연기하지는 않았다. 다만 많은 분들이 작품을 좋아해 주셨다면 그것만으로도 감사하다”면서도 “베스트 커플상은 받지 않을까 싶다. 사실 극중 모든 커플이 함께 받으면 더 좋겠다”고 미소 지었다.유지희 기자 yjhh@edaily.co.kr 2025.08.05 05:39
드라마

‘독수리 5형제’ 엄지원 “부모님, ‘마 대표님’이라 불러..효도했다” [인터뷰②]

배우 엄지원이 KBS2 주말드라마 ‘독수리 5형제를 부탁해!’ 출연 계기를 밝혔다.엄지원은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에서 일간스포츠와 만나 “그동안은 주로 20~30대 시청층을 대상으로 한 작품에 출연했는데, 이렇게 어르신들이 많이 보는 드라마는 처음이었다”며 “예전과 달리 요즘은 식당에 가면 다들 알아봐 주신다. KBS 주말드라마의 힘이 이런 데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작품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그는 “8회차 정도의 대본을 읽었을 때 재미있었다”며 “이 캐릭터를 잘 표현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 만큼 장면들이 선명하게 그려졌다”고 설명했다.엄지원은 “연기를 오래 했지만 이렇게 씩씩하고 밝은 캐릭터는 드물었다”며 “배우 생활을 오래 했음에도 부모님이 좋아하실 만한 작품을 하지 못했는데, 이번 작품은 배우인 딸이 드릴 수 있는 선물 같은 느낌이었다”고 말했다.이어 “부모님이 저를 ‘마 대표님’이라고 부르신다. 회차를 모두 챙겨보셨고, 재방송과 삼방까지 다 보셨다고 하더라”며 “부모님 친구분들의 반응도 좋았다고 들었다”고 전했다.캐릭터에 특별한 의도를 담기보단, 작품의 분위기 자체에 매력을 느꼈다고도 했다. 엄지원은 “오랜만에 따뜻하고 밝고, 스트레스 없이 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 나 스스로도 기분 좋게 촬영했기에, 시청자들도 그런 마음으로 봐주시지 않았을까 싶다”며 “내가 가장 신경 쓴 건 기분 좋고, 사람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인물과 이야기였다”고 말했다.이어 “일하는 여성의 희로애락이 많이 담겨 있는 캐릭터라 공감이 컸다”며 “연기는 결국 내가 느낀 감정을 시청자나 관객에게 얼마나 잘 전달하느냐의 문제다. 이번 캐릭터는 내가 공감할 수 있었고, 그래서 더 잘 전달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독수리 5형제’는 전통 양조장 ‘독수리술도가’의 개성 넘치는 5형제와, 결혼 열흘 만에 남편을 잃고 졸지에 가장이 된 맏형수가 빚어내는 가족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로, 지난 3일 종영했다.드라마는 닐슨코리아 전국 가구 기준 최고 시청률 21.9%(40회)를 기록했으며, 방영 내내 20% 안팎을 유지하며 순항했다. 이는 전작 ‘다리미 패밀리’, ‘미녀와 순정남’이 대체로 10%대를 유지하며 보여준 고르지 못한 시청률과는 대조적이다. 당초 50부작으로 기획된 ‘독수리 5형제’는 시청자들의 큰 호응에 힘입어 4회 연장되기도 했다.극중 엄지원은 결혼 10일 만에 남편과 사별한 마광숙이자, 양조장을 운영하는 ‘마 대표’ 역을 맡아, 긍정의 아이콘으로서 눈물과 웃음을 오가는 섬세한 감정 연기로 극의 중심을 이끌었다.유지희 기자 yjhh@edaily.co.kr 2025.08.04 08:00
뮤직

[김지욱 저작권썰.zip]② 콘텐츠 이용 허락, ‘채널’ 기준인가 ‘콘텐츠’ 기준인가?

지금 우리는 저작권 보호와 콘텐츠 산업의 발전 사이 회색지대의 균형점을 찾아 항해를 하고 있습니다. 이제 저작권은 단지 ‘법’이 아닌 콘텐츠 생태계에서 ‘생존’을 결정짓는 변수가 됐습니다. “법적으로 되냐”보다 “누가, 왜, 어떻게 이 음악을 쓰려는가”를 먼저 묻는 문화가 필요합니다. 그 질문 하나가 저작권과 창작, 콘텐츠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지키는 첫걸음입니다. 음악 저작권 문제와 관련해 김지욱 메이저세븐이엔엠 대표가 접하는 실무 사례들을 중심으로 어떻게 묻고 답하고 해석하고 대응하고 있는지를 풀어보려 합니다. <편집자 주> 어제 놓친 방송 프로그램, 유튜브에서 보시죠? 최근 방송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에 큰 변화가 일어난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과거의 ‘본방사수’ 문화는 점차 사라지고, 대신 ‘몰아보기’나 ‘짬짬이 보기’로 대체된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TV뿐 아니라 OTT 플랫폼, 유튜브, 하이라이트 영상 등 다양한 경로로 콘텐츠를 접할 수 있습니다.특히 유튜브에서는 하이라이트 장면만을 편집해 리뷰하는 크리에이터들이 늘어나면서, 많은 사람들이 긴 방송을 짧고 간결하게 소비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은 변화했지만, 그에 따른 문제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바로 음악 저작권의 범위와 관련된 논란입니다.최근 방송 콘텐츠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제공되면서, 콘텐츠의 재방송이나 아카이빙이 한 방송사가 아닌 다른 채널에서도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과정에서 음악 저작권 해석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습니다.음악저작권협회와 계약을 체결한 방송사의 콘텐츠가 다른 채널에서 방송되거나 아카이빙될 때, 이에 대한 저작권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에 대한 해답은 명확히 정의되지 않은 상황입니다.이와 같은 상황은 방송사의 수익 모델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동시에 콘텐츠 소비자의 편리함과도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 문제입니다. 그래서 지금, 방송 콘텐츠의 소비가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는 현실에서 이런 논란은 계속될 것입니다.◇ 허락의 범위, 어디까지인가?콘텐츠는 하나지만 제공 매체가 많아진 이러한 상황을 ‘재방송’ 또는 ‘단순한 콘텐츠 유통’으로 해석하는 입장과 ‘새로운 전송’으로 봐야 하는 입장이 대립하고 있습니다.예를 들어 방송사 혹은 제작사가 제작한 콘텐츠를 저작권협회와 포괄(Blanket) 계약이 체결돼 있는 방송국에서 본방송이 송출되고, 이 콘텐츠를 다시 OTT 플랫폼, 유튜브 채널, 혹은 별도의 아카이브 채널을 통해 서비스하게 될 경우 이 이용은 첫 본방송이 송출된 포괄(Blanket) 계약에 포함되는지에 대한 논의가 중요해집니다.만약 ‘채널 기준’으로 해석한다면, 해당 콘텐츠의 공급 채널이 계약에 명시돼 있지 않은 경우 그 콘텐츠가 새로운 플랫폼에서 제공될 때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반면 ‘콘텐츠 기준’으로 해석한다면, 해당 콘텐츠에서 사용하겠다는 것을 허락받았으니 (콘텐츠의 본방이 저작권 협회와 계약을 통해 사용이 허락되었으므로) 다른 플랫폼에서의 재방송이 그 범위 내에 포함된다는 논리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이러한 해석의 차이는 방송사·제작사 수익 모델, 저작권자 수익, 소비자 접근성 모두에 상당한 영향을 미칩니다.방송사나 제작사 입장에서는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대중의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필요합니다. 콘텐츠 산업의 경제적 측면에서 본다면 이러한 시도에 대한 허들을 낮추는 것이 필수적인 사안일 것입니다. 저작권의 장벽이 높아서 산업이 위축될 수 있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지요.문제는 현행 저작권법 체계가 플랫폼과 소비 패러다임이 급변하기 전 환경을 기준으로 설계되어 있다 보니 지금의 미디어 환경을 소화하기 어려운 부분도 한몫하고 있습니다.결국, 음악저작권에 대한 명확한 기준 설정과 그 범위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저작인격권 관점에서는?저작인격권의 관점에서 본다면 시각이 또 달라질 수 있습니다.저작인격권은 기본적으로 창작자의 인격적 권리를 보호하는 개념으로, 창작자가 자신의 작품이 어떻게 사용되고 전달되는지에 대해 일정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보장합니다. 이 권리는 작품의 내용을 변경하거나, 불명예스러운 방식으로 이용하는 것을 방지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해당 콘텐츠에 대해 저작인격권 동의를 받는다면 저작인격권 문제는 없다고 판단될 수 있습니다. ‘채널 기준’으로 해석할 경우라면 단순히 채널이나 플랫폼이 변경됐다고 해서 저작자의 인격적 권리가 훼손되었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즉, 동일한 콘텐츠를 단순히 플랫폼이 변경됐거나 채널이 달라졌다는 이유만으로 이를 인격적 침해로 간주하기는 어렵습니다.다만 새로운 채널에서 콘텐츠가 제공될 때 그 채널의 특성이나 콘텐츠의 제공 방식에 따라 저작자의 창작적 의도와 맞지 않는 부분이 생길 가능성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원작자가 동의를 한 내용과 다른 방식으로 작품이 왜곡되거나 편집돼 제공될 경우, 이 부분은 저작인격권의 침해로 볼 수 있습니다. 결국, 저작인격권의 본질은 창작자의 '인격적 권리'를 보호하는 것이며, 작품이 ‘어떻게’ 이용되는지가 그 핵심입니다. 따라서 동일한 콘텐츠가 다른 채널에서 제공될 때, 그 제공 방식이 창작자의 의도와 반하는 방식이 아니라면, 저작인격권의 침해가 발생했다고 볼 수 없습니다.이렇게 볼 때, 콘텐츠의 이용이 ‘채널 기준’으로 해석되더라도 저작인격권 관점에서는 그 의미가 크게 달라지지 않으며, 중요한 것은 콘텐츠가 제공되는 방식과 그 콘텐츠가 저작자의 인격을 훼손하지 않는지 여부입니다.◇ 불명확성은 ‘리스크’다결국 이 문제의 본질은 관행의 모호함에 있습니다. 콘텐츠 중심의 라이선스인지, 채널 중심의 라이선스인지, 지금까지는 관행적으로 운영돼 온 부분이 많지만, 콘텐츠 유통의 경로가 다양화되고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이 쟁점은 더 이상 관행에만 기대 판단하기 어려운 시대에 접어들었습니다.현재와 같은 상황이라면 ‘같은 콘텐츠지만 다른 채널’이라는 이유만으로 저작권 침해 분쟁에 휘말릴 수 있는 위험은 충분히 존재할 수 있습니다. 콘텐츠 산업이 직면한 질문은 이제 ‘어떤 플랫폼에서 제공하는가’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어디서 어떻게 쓰는가’에 대한 질문을 함께 던져야 할 때입니다.이러한 불명확성을 해소하는 것이 콘텐츠 산업에서 가장 경계하는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콘텐츠 산업이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도록 촉진하는 중요한 열쇠가 될 것입니다.김지욱 ㈜메이저세븐이엔엠 대표 ▶ 저자소개=서강대학교 언론대학원 석사, 현재 (주)메이저세븐이엔엠의 대표로 음악 저작권과 콘텐츠 현장에서의 음악 저작권 관련 업무 및 자문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JTBC ‘굿보이’, ‘싱어게인’, 넷플릭스 ‘살인자0난감’, tvN ‘선재업고튀어’, MBC ‘굿데이’, Mnet ‘보이즈플래닛’ 등 다수 프로그램과 베이비몬스터, 변우석 등 아티스트 콘텐츠의 음악 저작권 관리 업무를 맡아오고 있다. 2025.08.04 05:50
드라마

윤계상 과짜 연기 통했다…‘트라이’ 익숙한 맛인데 짜릿해 [IS포커스]

배우 윤계상의 ‘트라이’가 먹혔다. 스포츠 드라마의 익숙한 서사에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럭비 종목을 다뤄 차별화를 꾀한 게 호응을 얻고 있다. 여기에 윤계상의 코믹 괴짜 연기가 적재적소 녹아들며 시청자의 흥미를 더했다는 평가도 뒤따른다.지난달 25일 첫방송한 ‘트라이: 우리는 기적이 된다’(이하 ‘트라이)는 예측불허 괴짜감독 주가람(윤계상)과 만년 꼴찌 한양체고 럭비부가 전국체전 우승을 향해 질주하는 스포츠 드라마다. 럭비라는, 한국에선 비주류에 해당하는 스포츠 종목을 끌어왔지만 초반 성적은 좋다. ‘트라이’의 시청률은 닐슨코리아 전국 가구 기준 1회 4.1%, 2회 4.4%를 기록했다. 시청자 반응도 뜨겁다. 시청자들은 “재방송을 여러번 틀어놨는데도 지루하지가 않다”, “럭비가 재미 없을 거 같고 뻔한 애기 같은데 생각보다 재밌다” 등 호평을 남기고 있다. ◇ 윤계상, 신들린 괴짜 연기‘트라이’는 스포츠를 소재로 한 기존의 많은 작품들의 큰 줄기를 사실상 그대로 따라간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퇴물이 된 전직 럭비 선수가, 체육고 안에서도 가장 존재감과 영향력이 약한 럭비팀의 감독으로 부임해 팀을 이끌고 승리를 이뤄내는 익숙한 서사 구조다. 그러나 주인공 윤계상은 첫 등장부터 범상치 않은 존재감으로 시청자의 시선을 끌어당겼다.감독으로 부임했으나 아무도 환영하지 않고, 전 여자친구인 사격부 코치 배이지(임세미)는 다가오면 죽이겠다고 엄포를 놓고, 럭비부 주장인 윤성준(김요한)은 무시를 넘어 자신을 싫어하지만 주가람은 끄떡없이 버틴다.한양체고 럭비부를 팽개치고 경쟁 학교 감독직을 맡겠다고 떠난 전 감독이 선수들에게 되레 성을 내자, 주가람은 “멍! 멍!”하고 짖으며 등장해 “이 동네는 개가 크게 짖네, 사람같이”라고 도발하는가 하면, 한양체고 고사에 럭비부만 제외되자 돼지 얼굴 모양 케이크에 럭비공을 던져 꽂아버리는 미친 짓도 한다. 윤계상은 다양한 표정으로 괴짜 감독을 능수능란하게 표현하며 캐릭터에 온전히 녹아든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익숙한 서사 + 럭비만 줄 수 있는 메시지한국에선 생소한 럭비라는 종목에 시청자가 흥미를 느끼도록 효과적으로 포장한 것도 호평 요인이다. 경기 룰에 대해 캐릭터의 대사로 주절주절 설명하기보단, 경기를 펼치는 선수들 한명 한명의 프로필과 포지션을 시각 효과와 함께 보여주며 시청자가 본격적인 서사가 전개되기 전 알아야 할 배경지식을 필요한 부분만 빠르게 인지할 수 있도록 한 게 대표적이다. 여기에 타 스포츠와 달리 럭비만이 줄 수 있는 메시지가 자연스럽게 녹여지며 차별화를 만들었다. 2회 말미 “날아오는 럭비공을 받아본 사람은 안다. 럭비공이 얼마나 예측할 수 없는 궤적을 가지는지. 그래서 럭비의 득점은 골이 아니라 트라이(공을 안골 지역 땅에 찍는 행위)다”라며 “그러니까 럭비는 결과가 아니라 시도와 도전의 과정이다”라는 주가람의 대사는 스포츠 드라마의 감동과 다음 회차를 향한 기대감을 동시에 충족시켰다.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트라이’는 럭비의 룰 자체를 몰라도 편하게 볼 수 있게 만들었고, 드라마 안에서 룰에 대한 설명을 자연스럽게 끼워넣는 등 진입장벽을 낮추려는 시도를 한 것으로 보인다”며 “서사 자체는 매우 익숙하지만 경쟁에서 이기고 지는 것을 넘어 과정을 중시한다는 서사는 조금 달리볼 수 있는 부분도 있었다. 다만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기에 앞으로 회차에서 더 많은 차별성을 보여줄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짚었다.강주희 기자 kjh818@edaily.co.kr 2025.08.01 05:49
드라마

[왓IS] ‘디어엠’, KBS joy→KBS2 또다시 편성 왜? “제작사 재무적 어려움 호소”

드라마 ‘디어엠’이 KBS joy에서 방송됐다가 KBS2에서 다시 방영되는 것과 관련해 KBS 측이 제작사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배경을 밝혔다. KBS는 25일 일간스포츠에 “‘디어엠’ 제작사와 외주제작 계약을 2020년 말에 체결했다”며 “계약 조건상 KBS가 해당 드라마를 편성, 방송하지 않으면 약속한 제작비를 지급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작사는 배우 출연료를 포함한 모든 제작비를 지출한 상태이고 방송 지연으로 제작비 회수가 늦어져 재무적인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며 “즉, KBS가 방송을 아예 취소하게 되면 선의의 피해자인 제작사의 손실은 회복할 길이 없다. KBS2가 재방송을 결정한 것은 이런 여러 선의의 피해가 지속되어서는 안 된다는 고려도 있었다”고 말했다. ‘디어엠’은 오는 7월 9일 오후 11시 5분 KBS 2 수목드라마로 편성된다. ‘디어엠’은 당초 지난 2021년 KBS에서 방영 예정이었으나, 주연 배우 박혜수가 학교 폭력 논란에 휘말리며 편성이 취소됐다. 이후 지난해 KBS Joy를 통해 지난 4월 14일부터 5월 20까지 방영돼 시청자를 만났다. KBS joy에서 방영된 작품이 KBS에 다시 편성이 되는 경우는 드물다. 통상적으로 KBS에서 먼저 시청자를 만난 작품들은 KBS joy에서 다시 방송된다. 이에 따라 KBS joy에서 방송된 ‘디어엠’이 KBS에 편성되는 것에 궁금증을 불러모았다. ‘디어엠’은 서연대학교를 발칵 뒤집어놓은 익명 고백 글 “오늘 저는 첫사랑에 빠졌습니다”의 주인공'M'을 찾으며 핑크빛 추리를 펼치는 무보정 노필터 청춘 로맨스 내용이다. 배우 박혜수, 재현, 노정의 등이 출연한다. 유지희 기자 yjhh@edaily.co.kr 2025.06.25 17:26
예능

BTS 제이홉, 3년 치 계획 짜놨다더니 “군 복무 당시 ‘전참시’ 나가겠다고”

‘전참시’가 전 세계를 뒤흔든 ‘월드 클래스’ BTS(방탄소년단) 멤버 제이홉과 ‘MBC 뉴스데스크’ 앵커 김수지의 일상으로 토요일 밤을 사로잡았다.지난 14일 방송된 MBC 예능 프로그램 ‘전지적 참견 시점’(기획 강영선 / 연출 김윤집, 전재욱, 이경순, 김해니, 정동식, 이다운 / 작가 여현전 / 이하 ‘전참시’) 351회에서는 공중파 최초 공개된 BTS 멤버 제이홉의 첫 솔로 월드 투어 현장과 김수지 아나운서의 MBC 대통령 선거 방송 ‘선택 2025’ 준비 과정이 그려졌다.이날 제이홉은 군 입대 전 이미 월드 투어 일정은 물론, ‘전참시’ 출연까지 사전에 계획했다고. 그는 “군 복무 당시 재방송을 보면서 전역하면 ‘전참시’에 꼭 나가야겠다”라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제이홉 매니저 또한 “그래서 이름이 제이(J)홉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15개 도시에서 총 47만 명 관객을 동원하는 등 각종 신기록을 세우며 첫 솔로 월드 투어를 성황리에 진행 중인 제이홉은 태국 방콕에서 하루를 시작했다. 망고밥, 토스트 등 야무진 먹방으로 식사를 해결한 그는 계획된 시간에 맞춰 헬스, 샤워까지 완벽히 끝내는 파워 J(계획형) 면모로 미소를 자아냈다. 안다솔 매니저는 이런 제이홉의 성향을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는 등 두 사람의 환상 호흡이 웃음을 유발했다.안다솔 매니저와 함께 콘서트장으로 향한 제이홉은 BTS 활동 시절부터 이어온 철저한 공연 루틴을 공개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는 공연장에 도착하자마자 식사를 하고, 어머니가 챙겨준 석청 꿀을 먹는 등 시간을 틈틈이 체크하는 안 매니저의 케어 아래 분 단위로 치밀하게 짜인 루틴을 공연 직전까지 실천했다.그런가 하면 제이홉의 월드 투어 방콕 공연과 백스테이지 현장이 공중파에서 최초 공개되며 시청자들을 열광케 했다. 팬들의 뜨거운 함성과 함께 무대에 오른 제이홉은 솔로곡 ‘스위트 드림스 (feat. Miguel)’은 물론 BTS의 ‘마이크 드롭’ 등 무대 천재다운 완벽한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제이홉의 폭발적인 에너지에 현장은 후끈 달아올랐고 월클 제이홉의 일상이 다음 회에 계속되며 기대감을 높였다.다음으로 ‘MBC 뉴스데스크’ 앵커 김수지 아나운서의 다채로운 하루가 펼쳐졌다. 아나운서, 작가, 작사가 등 ‘프로 N잡러’로 화제를 모았던 김수지는 새로 이사한 집 공개와 함께 “10월 중순 출산 예정이다. 태명은 빅희”라고 임신 소식을 최초 고백하며 참견인들에게 진심 어린 축하를 받았다.한편 선거 방송 진행을 맡은 김수지는 MBC 제21대 대선 선거 방송 ‘선택 2025’ 최종 리허설로 분주한 하루를 보냈다. 그녀는 선배 전종환 아나운서에게 조언받은 뒤, 조현용 앵커, 이재은 아나운서 등 동료들과 프로미를 방출하며 리허설을 실시했다. 선거 방송 현장에는 와이어캠, 6면 LED 무대 등 최첨단 장비가 총출동해 신선한 재미를 선사했다.선거 방송 리허설과 보도국 회의를 마친 김수지는 ‘MBC 뉴스데스크’ 야외 생방송을 위해 국회의사당으로 이동했다. 6m 높이의 특별 야외 스튜디오 등 ‘전참시’에서만 볼 수 있는 ‘뉴스데스크’의 이면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잠시 후 김수지는 뉴스 생방송을 시작했고 돌발 상황이 연이어 발생했음에도 평정심을 유지하고 멘트를 이어가 감탄을 자아냈다. 방심할 수 없는 긴박한 야외 스튜디오 현장이 보는 이들의 손에 땀을 쥐게 했다.오는 21일 ‘전참시’ 방송에서는 불타올랐던 콘서트 종료 후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제이홉의 일상이 이어진다. 제이홉은 솔로 신곡 ‘킬린 잇 걸’ 안무 연습과 MV 촬영, 신곡 비하인드를 ‘전참시’에서 최초 공개할 예정이다. 또한 배우 최강희는 본인만의 알찬 여름 휴가를 떠난다. 30년 지기 친구의 고깃집에서 아르바이트를 자처하며 특별한 여름을 보내고 있는 근황을 전한다고 해 기대를 모은다.‘전지적 참견 시점’은 매주 토요일 오후 11시 10분 방송된다.이수진 기자 sujin06@edaily.co.kr 2025.06.15 08:04
연예일반

‘비 마이 보이즈’ 오늘(14일) 첫방 결방... 21일로 연기 [공식]

SBS 초대형 오디션 프로그램 ‘비 마이 보이즈’가 결방됐다.14일 방송계에 따르면 ‘비 마이 보이즈’는 이날 오후 5시 20분에 첫 방송을 앞두고 있었으나, 오는 21일로 연기됐다. 편성 이슈로 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시간에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가 재방송될 예정이다.‘비 마이 보이즈’는 한국, 일본, 중국, 태국 등에서 소수정예로 선발된 30여 명의 참가자들이 보컬,퍼포먼스, 프로듀싱 등 다양한 재능을 겨루는 보이그룹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아이들 미연, 방송인 덱스가 MC를 맡는다.김지혜 기자 jahye2@edaily.co.kr 2025.06.14 17:56
드라마

‘무빙’→‘슈팅스타’…MBC, OTT 콘텐츠 끌어오기 전략의 득과 실

MBC가 예능, 드라마 등 다른 OTT에서 이미 공개된 콘텐츠를 자사 채널에 편성하는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 좋은 작품들을 더 많은 시청자에게 제공한다는 취지이지만 일각에선 방송사가 OTT 플랫폼의 ‘재방 채널’로 인식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MBC는 지난 14일부터 쿠팡플레이 예능 ‘슈팅스타’를 편성하고 매주 수요일 오후 9시 순차적으로 방영한다. ‘슈팅스타’는 은퇴한 축구 선수들이 박지성 단장, 최용수 감독과 함께 한 팀으로 모여 다시 K리그 현역에 도전하는 축구 예능이다. ‘슈팅스타’는 지난해 11월 쿠팡플레이에서 공개됐고, 시청자의 호응에 힘입어 올해 하반기 시즌2를 공개할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이미 공개된 시즌1이 최근 MBC에 편성돼 지상파 TV에서 방영 중인 것.MBC와 OTT의 협업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MBC는 디즈니 플러스 인기 오리지널 시리즈 ‘무빙’을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매주 일요일 오후 10시에 편성해 선보인 바 있다. 또 2022년에서는 웨이브 오리지널 시리즈 ‘트레이서’ 시즌2가 OTT에서 전편 선공개된 후, 10여일 뒤 MBC 금토드라마로 방영하기도 했다. 이 같은 OTT와 협업과 관련해 MBC 관계자는 “유료 채널 구독자만 볼 수 있었던 좋은 콘텐츠를 좀 더 많은 시청자에게 무료로 제공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명분은 이렇지만 이 같은 협업은 방송사의 수익성을 고려한 전략이기도 하다. OTT에서 어느 정도 흥행에 성공한 프로그램을 지상파TV로 편성할 경우 해당 방송사 입장에선 기획·제작한 콘텐츠보다 돈도 크게 덜 들어갈 뿐더러 검증된 콘텐츠라 시청률도 어느 정도 보장받을 수 있다. 광고 수익도 기대할 수 있다. OTT 입장에서도 손해볼 것이 없다. 오리지널 콘텐츠가 TV에서 방영되면 TV 시청층에도 콘텐츠를 자연스럽게 알릴 수 있고, ‘슈팅스타’와 같이 앞으로 시즌2를 선보이는 프로그램은 후속작에 대한 홍보 효과도 거둘 수 있다.다만 방송계 내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상당하다. 방송사가 자체적으로 기획·제작한 콘텐츠는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에서 이런 협업이 계속되면 OTT 콘텐츠를 선보이는 채널로서만 기능하게 되는 것 아니냔 지적이다. 실제 최근 MBC는 올해 금토드라마로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카지노’ 편성을 논의 중인 데 일부 PD들의 반발을 샀다. ‘카지노’는 2022년 12월 디즈니플러스에서 공개돼 큰 인기를 끈 작품으로 유료 구독자라면 지금도 시청이 가능하다. MBC 드라마본부 소속 PD 53명은 지난달 14일 사내에 대자보를 붙이고 “MBC는 디즈니플러스의 재방송 전문 채널이 되려고 하는가? 드라마 라인업은 콘텐츠의 방향성과 방송사가 어떤 기조로 드라마를 만드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카지노’는 MBC가 기획하지도, 제작하지도 않은 타사 콘텐츠”라며 “‘카지노’ 편성 결정은 그간 힘겹게 쌓아 올린 신뢰 관계를 무너뜨리고 (MBC)드라마 회복의 흐름을 스스로 훼손하는 행위이며, 내부 구성원의 노력을 무시한 처사”라고 항의했다.이에 현재 플랫폼 경쟁 심화 속 방송사가 살아남기 위해 OTT 간 협업이 불가피해진 것이 사실이지만 방송의 존재 이유를 지키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지상파 PD 출신 제작사 PD는 “OTT 콘텐츠를 방송으로 선보이는 것이 드라마 한 편을 제작하는 비용에 비하면 훨씬 저렴할 것이고, 산업적인 측면에서 양쪽에 모두에 손해 보는 일은 아니긴 하다”면서도 “이것이 시청자가 지상파를 비롯한 방송사에 기대하는 것은 아닐 것이란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강주희 기자 kjh818@edaily.co.kr 2025.05.26 05:55
예능

[심재걸 엔터잡학사전] 어느 케이블TV 운영사의 묘한 잡음

케이블 방송계 2인자로 통하는 티캐스트가 최근 구설에 오르내리고 있다. 지난달 자체 제작 중단 소식이 방송 종사자들을 뒤숭숭하게 만들더니 한 달 사이 제작 PD들에 대한 과격한 인사권 행사를 한 것으로 알려지기까지 했다. 인사의 당사자도, 이를 지켜보는 외부인도 경영진의 지나친 스텝을 지적하고 있다.베테랑 예능 PD가 채널 로고 삽입 등 후반제작 업무 담당자로 변경을, 다른 PD는 방송 시간표를 시스템에 입력하는 편성 운행을 맡으라고 통보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주로 방송사들에서는 저연차 직원 혹은 외부 인력에게 맡겼던 일이다. 그 업무를 15~30년 경력의 예능 PD들에게 강제 배치하는 식이다. 사실상 퇴사를 유도하는 수법이다. 앞서 홍보마케팅을 담당하던 직원은 갑자기 편성 업무로 보직이 변경되자 결국 퇴사하고 말았다. 이러한 방법으로 극심한 정신적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제작팀 절반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는 이야기가 방송가에서 퍼지고 있다. 티캐스트는 태광그룹 계열사로 예능 전문 채널 E채널과 스크린, 채널뷰 등을 운영하고 있다. 2020년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1000억 원 이상 투입하겠다며 톱클래스 예능 PD들을 대거 영입했다. ‘무한도전’, ‘라디오스타’, ‘나 혼자 산다’ 등 인기 예능에서 호흡을 맞췄던 MBC 출신 PD들과 JTBC, TV조선 등을 거친 PD들이 한데 모여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노는 언니’, ‘토요일은 밥이 좋아’, ‘용감한 형사들’ 등 다양한 흥행작을 만들어내며 번듯한 성과도 냈다. 재방송 채널에 그쳤던 채널 인지도를 가파르게 상승시키며 고유의 브랜드를 키웠다.그러나 2025년의 풍경은 씁쓸하고 기이하다. 자체 제작 중단을 선언한 시점만 해도 레거시 미디어의 위기로 해석됐다. 티캐스트는 CJ ENM 계열 다음으로 케이블 시장에서 큰 규모라 방송업계에 불어닥칠 공포감에 초점이 쏠렸다. 굵직한 기둥이 흔들리기 시작하면 관련 외주 제작사나 하청업체들은 더 가혹한 후폭풍을 맞기 때문이다.반전은 내부 구성원들의 목소리다. 미디어 업계의 불황 속에서도 티캐스트와 E채널은 연속 흑자를 기록했고, 오히려 최근 대부분 직원에게 평균 수백만 원에 이르는 특별 성과급을 지급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상에서는 이익잉여금액이 1000억 원에 달한다. 산업 내 규모와 안정성은 최상위급으로 분류됐다. 또 자체 제작 중단 선언 이후에도 ‘용감한 형사들’이 여전히 지속되고, 한 발 나아가 신규 프로그램 ‘류학생 어남선’도 내놓는다. 5월 중에만 10건에 가까운 신규 제작에 대한 심의가 진행될 예정이라는 얘기도 있다. 기존 제작팀 해체를 발표하면서 새로운 사업국을 설치해 제작을 이어가는 그림이다. 무엇 하나 앞뒤가 맞는 게 없다. 경영악화를 전면에 앞세우며 동종 업계의 긴장감만 부추긴 셈이다. 어느 회사나 사내 정치가 존재하지만 그 파장을 업계에 확장시키고, 시장을 교란시키면서 내부적으로 명분을 쌓겠다면 안 될 일이다.비싼 몸값으로 대기업의 스타 PD를 영입해놓고 몇 해 지나지 않아 인건비 부담을 탓하며 표정을 바꾸는 일도 민망스럽다. 나영석, 김태호 PD를 시작으로 방송사 중견 PD들의 몸값이 연예인을 능가할 정도였던 전성시대와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갈수록 영상 콘텐츠가 사회문화 전반을 점령하는 시대에 홀대를 받는 모순의 풍경이다. 경쟁사이자 후발주자였던 채널S가 올해 더욱 전투적으로 신규 콘텐츠를 제작하고 IP 확장 계획을 세운 것과도 대비되는 상황이다. 자판기 음료를 뽑듯 단기적 이해득실만 바라보며 성공하는 비즈니스는 찾아보기 어려울 터다. 더구나 방송제작업은 채널, 플랫폼의 인지도를 쌓기까지 장기간 투자가 지속돼야 하고 그렇게 인지도가 확보된 상태로 완성도 높은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하더라도 그게 곧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렇게 적자가 쌓일 때 인원 감축, 인건비 축소가 가장 쉽게 빠질 수 있는 숫자놀음이다. 그러나 구성원들의 생계를 담보로 하는 과격한 방식이면 반작용이 일어나는 것도 인지상정이다. 그 과정에서 퇴사자, 퇴사 예정자 대부분이 20~30대 청년 인력이라면 더욱 뼈아프다. 이번에는 눈속임에 불과했더라도, 방송업계 전반을 흔들 만한 사안이 아니었다고 해도, 이러한 기조가 계속된다면 티캐스트발 레거시 미디어의 위기가 실제 현실화될 수 있다. 2025.05.14 05:40
브랜드미디어
모아보기
이코노미스트
이데일리
마켓in
팜이데일리
행사&비즈니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