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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30주년' 신승훈, "자만 하지 않되, 자부심은 갖겠다"
영원한 '발라드의 황제' 신승훈은 지난 30년간 사건사고, 구설 한 번 없이 한 눈팔지 않고 오직 음악만 했다. 1990년 1집 '미소속에 비친 그대'로 데뷔해 싱어송라이터로서 지난 30년간 꾸준히 곡을 쓰고 부르며 음악으로 메시지를 전했고, 희노애락을 표현했다. OST 등 프로젝트 음원으로도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11장의 정규 앨범을 내며 가요계 굵고 진한 발자취를 남겨왔다. 1집부터 8집까지는 연속으로 밀리언셀러를 달성했다. 음악을 향한 열정과 성실함엔 쉼표가 없었다. 오늘날 후배 가수들에게 신승훈의 음악이 음학(音學)이 된 이유다. 30주년을 맞아 8일 발표한 스페셜 앨범의 타이틀은 'My Personas'다. 음악이 곧 그에겐 분신과도 같다는 의미다. 히트곡 리메이크곡으로 지난날의 영광을 되새기기 보다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가수라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신곡 8곡으로 꽉 채웠다. " 세상과 상황에 떠밀려서 음악을 한 적은 없어요. 스스로 결정했고, 그렇기 때문에 결정에 따른 책임을 졌죠. 힘든 순간이 왜 없었겠어요. 그래도 그 위기를 넘겨가며 제 것을 지켜왔다고 생각해요. 자만은 하지 않되, 자부심은 갖고 싶네요." -30주년 소감은. " 인생을 마라톤에 비유를 많이 하지 않나. 어떤 기자가 데뷔 10주년에 '음악 인생에 반환점에 온 것 같다'는 말을 했다. 20주년에도 그런 똑같은 질문이 나왔다. 하지만 그때마다 아직 반환점이 아닌데 왜 그렇게 말하는지 의아했다. 반환점이면 내 음악 인생이 10년, 20년만 남았다는 의미일테니까. 그런데 30주년이 되어보니 이제 좀 반환점이라고 생각할 때가 된 것 같다. 점 하나 찍어두고 바라보는 터닝포인트의 의미에서 반환점 말이다. 신인 시절에 남들은 몰라줘도 점을 꾸준히 찍어서 멀리서 봤을 땐 그 점이 선으로 보일 수 있도록 음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30개의 점을 찍어왔고 이제 멀리서 바라보니 신승훈이라는 선이 하나 생긴 것 같다. (가요계) 한 획을 긋긴 그었구나 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코로나19 여파로 공연도 연기되고 계획했던 앨범 계획에도 차질이 생겼다. "많은 걸 계획대로 못해서 속상하긴 하다. 28주년, 29주년에 '30주년에 제대로 할거야'라는 마음으로 기다려왔는데 30주년이 되자마자 날벼락처럼 이런 상황이 벌어졌으니. 전국투어를 한 뒤 미국, 일본 공연도 돌고, '힘들어서 못 살겠다'라는 느낌이 들만큼 열심히 활동하려고 했는데 차질이 생겼다. 세종문화회관 공연도 취소되고 서울 공연도 연기했다. 하지만 전화위복이라고 생각한다. 보통 앨범을 내고 한 달에서 한 달 반 정도 뒤에 공연을 하는데 그렇다 보면 준비를 촉박하게 하는 경우도 있다. 이번에 갑자기 시간적 여유가 생기면서 공연 순서를 다 엎었다. 노련미 있는 공연을 하려고 했는데 지금은 오프닝부터 팬들에게 충전을 받아야할 것 같아서 무모하리만큼 노래 순서를 바꾸고 초반부터 큰 박수를 받은 연출로 진행하려고 한다. 3월 16일에 내려던 앨범이 미뤄져서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곡을 선공개했는데 사실 이 노래는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듣는 마니아 노래가 될 수 있었는데 상황과 맞물려 많은 분들에게 위로와 위안을 주는 노래가 된 것 같다. 모두 다 힘들지만, 대한민국은 힘든 순간마다 항상 지혜롭게 다 이겨냈으니 이번에도 잘 이겨낼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30주년 스페셜 앨범에 대해 소개해달라. "앨범명을 'My Personas' 즉 나의 분신 같은 음악들이라고 정한 건 어느 날 봉준호 감독이 상을 받고 '나의 페르소나' 송강호 님에게 감사하다고 인사하는데 그 때 나의 페르소나는 뭘까 생각했다. 봉준호 감독에게 송강호 배우가 있었다면 30년간 음악을 하면서 나에겐 페르소나는 곧 음악이었다. 그래서 'My Personas'로 앨범명을 지었다. 총 8곡을 수록했다. 그 중 6곡은 직접 작곡 했다. 리메이크가 아닌 신곡으로 채워서 신승훈은 현재진행형 가수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또 과거의 영광과 시간을 기념하기 보단 충실하게 준비한 신곡으로 30년을 얘기하고 싶었다." -'여전히 헤어짐은 처음처럼 아파서'와 '그러나 우리' 등 더블 타이틀곡으로 한 이유는. "앨범을 내기 전 음악 관계자들에게 모니터를 많이 했는데 의견이 너무 갈렸다. 이 두 노래에 대한 반응이 정확히 반반으로 갈려서 어떤 걸 타이틀로 할까 끝까지 고민하다가 더블 타이틀로 정했다. 그래서 뮤직비디오도 두 편 다 찍었다. 똑같은 배우가 뮤직비디오에서 열연했다. '여전히 헤어짐은 처음처럼 아파서'는 남자 입장에서, '그러나 우리'는 여자 입장에서 바라본 상황을 그려냈다. 사실 한 곡을 타이틀곡으로 해야 마케팅을 하기도 수월하고, 더블 타이틀곡을 하면 집중도가 분산되고 차트 성적에도 도움은 안되지만 밀어붙였다. 전주도 30초가 넘는다. 요즘엔 음원 차트에서 반응이 오려면 전주가 길어도 안 된다고 하는데 그냥 그대로 밀어붙였다." -스스로가 꼽는 자신의 대표곡은. "매년 바뀐다. 이번엔 30주년이기도 하고, 아무래도 지금 이 순간 가장 의미있는 곡은 데뷔곡인 '미소속에 비친 그대'인 것 같다. 그날로부터 30년이 된거니깐." -발라드의 황제, 국민가수라는 호칭이 부담스러웠던 적은 없나. "가끔 농담으로 우리 집엔 왕족이 없다고 한다.(웃음) 발라드의 황제라는 수식어는 때론 족쇄일 때도 있었다. 신승훈은 발라드만 하는 사람, 발라드만 어울리는 사람으로 대중들이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발라드 말고도 재즈, 맘보 등 다양한 음악을 했는데 그럼에도 신승훈하면 떠오르는 대표곡이 '미소속에 비친 그대' '나보다 조금 더 높은 곳에 니가 있을 뿐' '보이지 않는 사랑' 등이 떠올라서 그런 수식어가 붙은 것 같다. 국민 가수 수식어는 예전에 반납했다. (웃음) 1993년인가 1994년에 어떤 기자가 '나도 신승훈의 음악을 좋아하고, 와이프도 처제도, 딸도 엄마도 다 좋아한다. 이 정도면 국민가수가 아닐까'라는 기사를 썼다. 그러면서 국민가수라는 수식어가 붙었는데 지금은 아닌 것 같다. 어린 친구들은 내가 활동을 많이 안 해서 잘 모른다. 그럼 국민가수가 되기 위해 노력할거냐고 누가 묻는다면 또 그건 아니다. 그냥 괜찮은 뮤지션, 아티스트로 남고싶을 뿐이다." -지난 30년간 상업광고를 다 거절하고 음악만 고집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고지식한 면이 있었던 것 같다. 솔직히 후회는 안 한다. 얼마 전에도 광고를 제안 받았는데 안 하게 되더라. 음악을 하는 동안 진정성 있게 하고 싶었고, 고지식해도 음악만 하자는 생각이 있었다. 지금은 그런 생각으로 안 하다보니 계속 안 하게 되는 것 같다. 앞으로도 안할지는 모르겠다. 사람 일은 모르니깐.(웃음) 그런데 상업적인 광고를 찍고 그런 것 보다는 30년간 받은 걸 음악으로 돌려주는 삶을 사는 데 더 집중하고 싶다." -힘든 순간, 위기의 순간은 어떻게 극복했나. "힘든 적이 왜 없었겠나. 슬픈 발라드를 내면 자기 복제라고 질타하는 사람도 있고, '전설 속에 누군가처럼' 같은 노래를 내면 '하던거 하지 너무 실험정신이 들어갔다'고 비판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때마다 고민이 깊었지만, 내 것을, 내 음악을 지키면서 음악을 해왔다. 중간 중간 외로움도 있었다. 단순히 연인에 대한 외로움 말고도 또 다른 형태의 외로움이 찾아왔다. 하지만 그런 걸 잘 이겨냈고 긍정적인 마인드로 살아왔기 때문에 30년이 흘러 이렇게 인터뷰를 하고 음악으로 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 같다. 이런 점에서 자만은 하지 않되, 자부심은 갖고 싶다." -신승훈 음악의 강점은. "모나지 않음과 친숙함, 신뢰도인 것 같다. 신승훈 음악 듣고 욕 한 적은 없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썩 좋아하지 않을지언정 이상하진 않다는 것.(웃음) 또 (신승훈을 좋아하진 않더라도) 좋아하는 곡 중에 신승훈 노래가 한 곡 정도는 있다는 것. 그런 게 강점이지 않을까." -앞으로 어떤 음악 인생을 걸어나가고 싶나. "30년 동안 거의 쉬지 않고 음악만 했다. 음악도 한 게 아니라 음악만 했다. 앞으로 가야할 행보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많은 후배들이 조언을 많이 구한다. 이문세, 조용필 선배님 발자취를 보면서 나 역시 따라가고 있지만, 나도 발자국을 크게 많이 남겨서 후배들이 편안하게 쫓아올 수 있도록 하고 싶다. 동서남북으로 왔다갔다 하지 않고 한 방향으로 가겠다." 김연지 기자 kim.yeonji@jtbc.co.k 사진=도로시컴퍼니
2020.04.08 0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