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전북과 '라이언킹', 동행으로 써내려간 '밀림' K리그 정벌기
이동국(38)이 기적처럼 200호골을 터뜨렸다. 전북 현대의 다섯 번째 별에 바치는 헌사다. 29일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1부리그) 2017 36라운드, 제주 유나이티드와 홈 경기를 앞두고 최강희(58) 전북 감독은 고민에 빠졌다. K리그 사상 첫 200골 기록에 도전하는 이동국의 선발 기용 여부 때문. 최 감독은 "솔직히 (이동국을)선발로 쓰고 싶었는데 우승 타이틀이 걸려있는 경기라서… 김신욱(29)이 경고 누적으로 지난 경기 못나왔기 때문에 미리 준비시킨 것도 있었고, 에두(36)도 워낙 몸이 좋아서 고민이 됐다"며 "아마 이동국은 속이 부글부글 끓고 있을 것"이라며 웃었다. 최 감독은 이날 경기에 김신욱을 선발로 내보냈다. 킥오프 순간까지 1위 전북(승점69)과 2위 제주(승점65)간 승점은 4점차. 이날 경기서 전북이 승리하면 조기 우승을 확정짓는 중요한 경기였다. 선발 명단에 포함되지 못한 이동국은 벤치에서 그라운드를 지켜봤다. 선발에선 빠졌지만, 최 감독이 반드시 자신을 교체 투입할 것이란 확신이 있었다. 그리고 1-0으로 앞서고 있던 후반 20분, 최 감독은 벤치에 교체 사인을 냈다. 등번호 20번, 전북과 K리그를 호령하는 '라이언킹' 이동국이 그라운드에 들어섰다. 이동국은 들어가자마자 최상의 컨디션을 자랑하며 펄펄 날았다. 이동국 투입과 동시에 이승기(29)가 추가골을 넣어 스코어를 2-0으로 벌렸다. 전북 응원석에선 환호성이 쏟아졌다. 승리, 그리고 조기 우승이 더욱 커진 상황. 그라운드 안팎의 전북 선수들과 팬들은 모두 한마음으로 이동국의 발끝을 바라봤다. 5번째 우승컵을 장식할 '큰 형님' 이동국의 200골 대기록을 바라는 간절한 시선이다. 200골 고지까지 단 1골만 남겨뒀다. 따라서 이날이 아니라도 언제든 달성 가능한 기록이다. 최 감독도 경기 전 "올해 안으로 200골 달성을 못한다고 거기서 끝나겠나. 은퇴하는 것도 아니고, 3개월이라도 더 뛰게 만들어서 기록 세우게 해주겠다"며 부담을 덜어주고자 했다. 그러나 이동국과 전북이 함께 한 시간이 갖는 가치는 컸다. 전북의 모두는 내심 마음 속으로 우승을 확정짓는 바로 그 순간을 이동국이 장식하길 바랐다. 자신을 향한 기대에 시원하게 응답했다. 후반 33분, 로페즈(27)가 이어준 공을 머리로 받아 그대로 제주 골대에 밀어넣었다. 이동국은 유니폼을 벗어던지며 포효를 쏟아냈다. 전인미답의 K리그 통산 200골 고지를 점령한 순간이었다. 무표정한 얼굴이 트레이드마크일 정도로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최 감독도 격렬한 세리머니로 이동국의 200골을 반겼다. 이동국을 응원하기 위해 경기장을 찾은 5남매도 펄쩍펄쩍 뛰며 '슈퍼맨 아빠'의 골에 환호를 보냈다. 전북은 제주를 3-0으로 꺾고 남은 2경기와 관계 없이 리그 우승을 확정지었다. 이동국과 전북이 합작한 5번째 리그 우승이자, 2009년부터 계속된 둘의 동행이 만들어낸 값진 결과였다. '라이언킹'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리그를 지배하던 이동국은 해외 진출 실패 후 K리그 성남 일화(현 성남 FC)에 복귀했으나 예전같지 않은 모습으로 '한물 갔다'는 혹독한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바로 그 때 최 감독이 이동국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동국은 입단 첫 해 팀의 창단 첫 리그 우승을 이끌며 완벽하게 부활했다. 이후로도 이동국은 해를 거듭할 수록 더 강해졌다. 완벽한 자기 관리로 경기장에 나섰고 후배들의 모범이 됐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을 몸으로 증명하듯 스스로 갈고 닦고 또 닦았다. 전북에 안긴 다섯 번의 우승컵, 그리고 당분간 누구도 깨기 어려울 통산 200골의 대기록이 증명하는 사실이다. 이동국이 가진 '라이언킹'이라는 별명은 사자갈기 같았던 어린 시절 헤어스타일 덕분이다. 그러나 K리그라는 밀림을 다섯 번이나 정벌한 지금, 이동국은 영광과 부침의 순간을 넘어 전북과 뜨거운 동행으로 달려온 진짜 '라이언킹'으로 기억될 것이다.전주=김희선 기자 kim.heeseon@joins.com
2017.10.30 0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