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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IS시선] 이재용 100차 공판 출석, 그리고 삼성의 잃어버린 시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벌써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부당합병과 관련한 100번째 공판에 출석했다. 4년째 이어지고 있는 1심 공판의 선고가 연내 내려질 수 있다는 가능성에 다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 회장의 부당합병 재판은 9월 들어 속도를 낼 전망이다. 8월까지 3주에 한 번꼴로 열렸던 공판이 앞으로 매주 열릴 예정이다. 101차 공판은 9월 8일로 예정됐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당합병과 관련해 재판부가 "삼성 사건을 집중 심리해 11월께 거의 끝날 것 같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 회장이 2020년 9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부당합병과 이를 위한 회계 부정을 지시한 혐의(자본시장법 위반 등)로 기소되면서 삼성그룹은 4년째 ‘사법리스크’가 지속되고 있다. 총수가 재판에 발이 묶이면서 삼성의 글로벌 경영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회장은 100번의 공판 가운데 ‘재판부의 재가’를 받고 불출석한 12차례를 제외하고, 총 88차례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출석 때마다 재판과 관련해 신경써야 하는 요소가 너무 많기에 경영적인 측면에서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었다. 해당 재판의 증거목록만 책 4권 분량으로 방대해 치열한 공방전이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총수의 사법리스크로 삼성이 글로벌 시장의 속도전에서 힘을 내지 못했다고 보고 있다. 삼성이 반도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등에 천문학적인 액수를 투자하고 있지만 혁신 성장동력이 될 수 있는 대형 인수합병(M&A) 소식은 전무한 게 현실이다. 공교롭게 이 회장의 법정 공방이 시작되면서 '삼성의 대형 M&A 시계'도 멈췄다. 2017년 3월 자동차 전장·오디오 업체 하만 인수(80억 달러) 완료 이후 대형 M&A 소식이 끊긴 상태다. 삼성전자가 올해 내로 대형 M&A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상황이지만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2017년 이 회장이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되면서 삼성이 진행 중이던 굵직한 사안들이 올스톱될 수밖에 없었다. 이 회장은 국정농단과 관련해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고, 2021년 8월 가석방됐다. 이와 별도로 부당합병 재판이 지속되면서 사법리스크로 7년째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1심 선고가 11월쯤 내려지더라도 2심, 3심으로 이어질 가능성 커 사법리스크는 지속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이달 정경유착의 원흉으로 지목된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 재가입했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로 명칭을 바꾸며 쇄신을 약속하고 있지만 의심의 눈초리가 여전하다. 한경협은 정치적 색깔을 버려야 하는 게 최우선 과제이지만 ‘정치권과의 연’을 놓지 못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측근인 김병준 전 회장직무대행이 고문을 맡았고, 서울대 출신의 외교부 관료 출신인 김창범 전 인도네시아 대사가 상근부회장으로 선임이 유력한 상황이다. 현 한경협의 구도에서는 정치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한경협이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지 못한다면 이재용 회장 등이 다시 국정농단과 같은 사태에 휘말리지 말라는 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김두용 기자 k2young@edaily.co.kr 2023.08.29 07:00
연예일반

[IS분석] 쏟아지는 실화 기반 콘텐츠..명과 암은? ①

최근 K콘텐츠에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재들이 다양하게 담겨 화제를 모으고 있다. 허구라면 믿기 힘들 법한 실화들은 시청자들을 극에 더 몰입시킬 뿐더러 현실에서는 이뤄지지 않은 시원한 결말까지 안겨, 종종 환호를 이끌어낸다. 그렇다보니 최근 OTT 시리즈물을 비롯해 다양한 작품들에 실화 또는 실존 인물들을 각색해 극의 소재로 쓰는 경우가 늘고 있다. ◇ 실화 소재 작품, 몰입도 높이고 공감 이끌어지난 달 14일 공개된 김희애, 문소리 주연 넷플릭스 시리즈 ‘퀸메이커’에는 지난 2014년 재벌 2세가 연루된 ‘땅콩 회항’ 사건부터 후원금 횡령 의혹으로 검찰조사를 받았던 한 의원의 사건 등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실제 사건을 연상시키는 에피소드들이 담겨 눈길을 끌었다. 현실을 바탕으로 하는 자극적인 소재에 힘입어 ‘퀸메이커’는 한국 뿐 아니라 넷플릭스 글로벌 비영어권 1위를 기록할 만큼,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지난 달 15일 종영한 SBS ‘모범택시2’에도 성착취물 공유방 사건, 해외취업 청년 감금 폭행 살인사건, 불법 청약과 아동 학대, 사이비 종교, 버닝썬 게이트 등 실제 벌어진 사건들을 극중 주요 일화로 소개해 뜨거운 반응을 이끌었다. 현실에선 이뤄지지 않은 범죄자들에 대한 통쾌한 응징에 21% 시청률로 막을 내렸다. 이는 2023년 방영된 미니시리즈 중 최고 시청률이다. 지난 달 28일 첫 방영된 SBS ‘낭만닥터 김사부3’에는 김사부가 총상을 입은 탈북자를 수술해서 살려내지만, 정치적인 이유로 북에 송환해야 하는 상황이 그려져 시청자에 몰입감을 안겼다. 탈북자 송환 문제를 놓고 실제 정치권에선 날선 공방이 이뤄졌던 것과는 딜리 드라마에서는 그야말로 낭만적으로 해결되는 모습이 그려졌다. 전세계적으로 엄청난 화제를 모은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에도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내용이 주요 설정 중 하나로 등장했다. 지난 2006년 청주의 한 중학교에서 학생 3명이 동급생이던 학생을 집단 구타하고 고데기로 상해를 입힌 학교폭력 사건을 작품에 녹여낸 것. 고데기로 상해를 입힌다는 설정은 한국 뿐 아니라 전세계 넷플릭스 구독자들의 공분을 사면서 학폭 문제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을 더욱 끌어내기도 했다. 실제 사건을 극중 소재로 사용하는 건 비단 공분을 불러일으키는 것 뿐 아니라 서사와 잘 맞물려 강렬한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한다. 지난해 신드롬을 일으켰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장애를 갖고 있는 주인공 변호사가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한 여러 일화들을 잘 해결하는 모습을 그려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선한 콘텐츠의 힘을 보여줬다는 평을 받았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와 ‘모범택시2’를 예로 들며 “두 작품은 실제 있던 사건들을 에피소드로 사용하면서 훨씬 다채로운 콘텐츠를 완성해냈다”며 “그렇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쉽게 몰입할 수 있고 접근 가능성도 높아졌다”고 설명했다.이어 “실화 자체도 중요하지만 내용도 중요하다”며 “대부분 억울한 피해자나 사연 있는 사람들의 실제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현실에서는 할 수 없었던 문제해결을 하는 방식으로 그려진다. 이상적인 부분을 보여주기 때문에 인기를 끄는 것이고 그렇기에 실화를 소재로 사용하는 작품은 계속해서 제작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단순화한 실화, 상처에 대한 되새김질 우려반면 실화를 주요 소재로 차용하는 작품들은 극적인 요소를 위해 인물의 한 단면만을 강조해 편향적인 이미지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우려의 시각도 있다.사건의 가해자들을 악마화해서 서사의 도구로 사용하는 건, 그만큼 실제 사건을 쉽게 소비하게 만들 수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너무 사건을 단순화한다는 것이 문제다. 실제 사건에 대한 정의 구현은 쉽지 않은 과정을 거친다”면서 “그런데 ‘모범택시’를 보면 너무 쉽게 정의가 이뤄진다. 물론 판타지이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실제로 믿진 않지만 그런 것들이 너무 쉽게 소비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어디서 뭐가 잘못됐는지를 파악해야 근본적으로 해결된다. 그런데 드라마는 너무 단순하다. 그렇기 때문에 시청자 입장에서는 쉽게 해결된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사안 자체를 낮게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또한 사건의 맥락을 제거하고 이미지만을 소비하기에, 가해자 뿐 아니라 피해자에게도 상처가 될 수 있다. 정 평론가는 “실제 사건 피해자들이 등장하는 작품들의 경우 그 자체가 일종의 피해 사실에 대한 재현이다. 그 재현은 상처에 대한 되새김질이 될 수 있다. 그런 부분들이 2차 가해라고 표현하긴 어렵지만 그 자체가 괴로운 상황일 수 있다”며 제작진의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가해자들의 경우도 가해자의 서사를 굳이 작품에 넣을 필요는 없지만, 공과가 있는 사람일 경우 공은 사라지고 과만 강조돼 낙인처럼 남을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실화를 극적으로 각색하는 게 시청자의 몰입을 이끌고 화제를 얻는데 주효한 방법 중 하나라는 게 입증된 만큼, 실화를 연상시키는 작품들은 계속 만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실화를 각색하는 게 극적인 도구로만 사용하거나 악마화하는 방식으로 소비만 된다면, 긍정적인 요소보다는 부정적인 요소가 더 부각될 수도 있다. 제작진의 섬세한 접근과 고민이 필요한 이유다. 박로사 기자 terarosa@edaily.co.kr 2023.05.03 06:00
산업

대통령과 교감 최태원·정용진, 상반된 SNS 행보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 재벌 총수들이 모처럼 총출동해 시선을 끌었다. 특히 ‘재계 핵인싸’로 통하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윤석열 대통령의 연결고리에 대한 관심이 높다. 11일 재계에서 전날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총수들의 사진들이 화제였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5대 그룹 총수를 비롯해 경제단체장과 벤처기업 경영인들까지 모두 한자리에 모였다. 역대 대통령 취임식에 이렇게 수많은 기업인들이 참석한 것은 극히 드물다. 이중 정용진 부회장의 행동이 눈길을 끌었다. 구광모 회장 옆에 자리했던 정 부회장은 윤 대통령이 단상으로 걸어올 때부터 기업인들의 옆으로 지나갈 때까지 손에서 스마트폰을 놓지 않았다. 다른 총수들은 박수를 치며 윤 대통령을 맞았지만 정 부회장은 스마트폰 촬영으로 인사를 대신했다. 이처럼 정 부회장은 역사적인 윤 대통령의 취임식에 참석해 ‘핵인싸’답게 가까이에서 직접 동영상을 촬영한 것으로 보인다. 정 부회장은 77만 명 이상의 팔로워를 보유한 인플루언서이기도 하다. 그는 이날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자유! 자유! 자유! 무지개!!'라는 글과 함께 2장의 사진을 게재했다. 국회 본청 앞마당에서 열린 취임식장에서 하늘에 뜬 무지개를 촬영한 사진이었다. 정 부회장이 '자유'를 언급한 것은 윤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자유의 가치를 강조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윤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자유를 35차례나 언급했다. 정 부회장은 후보 시절부터 윤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보냈다. 개인 소셜미디어를 통해 정치적 발언을 서슴지 않는 그는 지난 1월 공산주의를 멸한다는 뜻인 ‘멸공’으로 정치적 공방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윤석열 대선 후보는 정 부회장이 이끄는 이마트를 찾아 멸치와 콩을 구입하면서 ‘멸공’을 지지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또 국민의힘 내에서 ‘멸공 인증 릴레이’가 벌어졌다. 반면 최태원 회장은 재벌 총수 중 윤 대통령과 가장 많이 만나고 있지만 정치적 발언은 일절 삼가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 3월 6개 경제단체장과 만남에서 윤 대통령을 만났고, 이어 4월 22일과 25일에도 각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기원 대회와 SK바이오사이언스 코로나19 백신 개발 간담회에서 교류하며 친밀감을 높였다. 지난해 7월부터 개인 SNS를 시작한 최 회장도 7만 명에 육박하는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정제된 일상을 공유하고 있는 그는 윤 대통령과 관련한 게시물을 하나도 올리지 않는 등 정 부회장과는 대조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김두용 기자 kim.duyong@joongang.co.kr 2022.05.12 07:01
경제

정치 발언 금기 깬 '삼성가', 대통령 선거 출마 '현대가'

최근 기업과 정치권의 갈등이 부각되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불 지핀 ‘멸공’ 논란은 정치적 공방으로 번졌다. 또 정치권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화천대유 대장동 사건’에 끌어들였다. 어쩌면 기업가에게 필연적인 정치권과 연루된 사건들을 통해 삼성가와 현대가의 상반된 성향을 짚어봤다. 금기 깬 삼성가, 정치권과 갈등 20일 재계에서는 정용진 부회장의 ‘멸공’ 공방은 총수들의 정치적 발언 금기를 깬 사례라고 입을 모은다. 공산주의를 멸한다는 뜻인 ‘멸공’은 정치적 공방으로 이어졌다. 이는 결국 신세계에 대한 불매운동과 신세계그룹주 주가 급락이라는 부정적인 결과를 낳았다. 정 부회장의 멸공 논란은 지난 6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이 들어간 기사를 인스타그램에 올리면서 불거졌다. 이어 대선 후보들이 진영의 논리로 활용하면서 정치적 공방으로 옮겨갔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정 부회장이 이끄는 이마트를 찾아 멸치와 콩을 구입하면서 멸공을 지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국민의힘 내에서 ‘멸공 인증 릴레이’가 벌어지는 등 논란이 확산됐다. 그러자 민주당 의원들은 “당분간 신세계백화점, 스타벅스, 이마트는 안 갈까 한다”고 저격했다. 멸공 논란이 가열되자 부담을 느낀 정치권도 수습에 나섰다. 이재명 대선 후보의 측근인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멸공 논란을 불러온 기업에 대한 불매운동도 자제했으면 한다”며 “기업 주가가 떨어져 개미 투자자가 손해를 봐서는 안 된다.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에서 최대 교역국인 중국을 불필요하게 자극하는 건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적었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에도 ‘미안하다. 고맙다’는 표현으로 정치적 논란을 야기한 바 있다. 지난 10일 정 부회장은 이마트 노조의 성명까지 나오자 더는 멸공 관련 발언은 하지 않을 것을 약속했다. 이봉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18일 '대기업 컴플라이언스(준법감시) 개선 토론회'에서 멸공 논란에 대해 “신세계그룹의 총수가 아니라 대표이사가 이런 일을 벌였다면 사전에 조치가 있었을 것이다. CEO를 넘어선 총수 리스크를 잘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과거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소신 발언도 정치적 공방을 일으켰다. 이 회장은 1995년 4월 출장차 방문했던 중국 베이징에서 주요 언론사 특파원들과 오찬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그는 김영삼 정부를 겨냥해 “우리나라의 정치력은 4류, 행정력은 3류, 기업 능력은 2류”라고 폭탄 발언을 했다. 당시 김영삼 대통령은 이 회장의 발언에 대해 “이건희 씨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결국 이 회장은 그해 ‘노태우 비자금 사건’에 연루되며 검찰 조사를 받았다. 100억원의 뇌물을 줬다는 혐의로 불구속 기소되는 등 곤욕을 치른 이 회장은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실형을 선고받았다. 대선에도 출마…정치 참여 적극적인 현대가 삼성가와 달리 현대가는 정치 참여에 적극적이다. ‘왕회장’으로 불렸던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폭로에 이은 대선 도전에서 현대가의 성향을 읽을 수 있다. 정주영 명예회장은 1992년 박정희·전두환 전 대통령은 물론이고 노태우 대통령까지 수십억 원의 정치자금을 상납했다고 폭로했다. 이후 통일국민당을 창당한 정 명예회장은 제14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다. 당시 그는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고 경제대통령이 되겠다”는 각오를 드러냈다. 1년 남짓한 정 명예회장의 정치 도전은 실패로 마무리됐다. 제14대 대선에서 정 명예회장은 ‘아파트 반값’ 같은 파격적인 공약을 내걸었지만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에 이어 3위에 머물렀다. 정 명예회장은 1993년 의원직을 내려놓았다. 당시 김영삼 정권 때 정 명예회장은 대통령선거법과 특정경제가중처벌법 등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현대그룹 역시 검찰 수사 등에 시달려야 했다. 정 명예회장은 정치권에서 물러섰지만, 그는 1998년 대북사업으로 역량을 드러냈다. 직접 소 떼를 몰고 판문점을 통과했고 금강산 관광 사업과 개성공단 사업에 주력하는 등 남북 관계 개선에 힘을 보탰다. 정 명예회장의 정치적 꿈은 6남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에게 투영됐다. 정 명예회장은 현대가에 정치인이 한 명은 있어야 된다고 생각했고,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정 이사장을 점 찍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 이사장은 1993년 미국존스홉킨스대 국제정치학 박사학위를 받기도 했다. 1988년 정 이사장은 제13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여당 공천을 뿌리치고 무소속으로 출마해 금배지를 처음으로 달았다. 이후 내리 7선을 역임했다. 정 이사장은 1992년 대선 때 아버지의 선거캠프에서 정치적 경험을 쌓기도 했다. 그는 1987년 현대중공업 회장직까지 올랐지만 정치적 야망을 위해 기업 경영에서 손을 떼기도 했다. 2002년 한일월드컵 성공 신화에 힘입어 제16대 대선 후보로도 출마했다. 국민통합21당 대표로 출마했던 그는 노무현 당시 민주당 후보와 단일후보 결정전에서 밀려 대선을 완주하지 못했다. 결국 노무현이 이회창 후보를 제압하고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정 이사장은 정권 교체에 힘을 보탠 격이 됐다. 현재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문재인 정권에서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정의선 회장은 지난해 7월 정부의 ‘한국판 뉴딜’ 발표에서 ‘그린 뉴딜’ 대표로 나와 문재인 대통령 앞에서 비전을 공개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현대차의 수소차·전기차와 관련해 “요즘 현대차, 수소차 부분은 내가 홍보모델”이라며 우호적으로 표현한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과거 기업가에게 ‘정경유착’이라는 단어가 따라다녔다. 하지만 해외로 뻗어가며 투명해진 요즘 시대는 달라졌다”며 “재벌 1~2세대와 달리 3~4세대들은 역풍을 우려해서 정치적 성향과 발언에 더욱 조심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김두용 기자 kim.duyong@joongang.co.kr 2022.01.21 07:01
경제

정용진 결국 사과 "저의 자유로 상처받는 분이 있다면..."

‘멸공’ 논란을 일으킨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결국 고개를 숙였다. 정용진 부회장은 13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전국이마트노동조합의 성명’을 기사화한 사진을 캡처해 올린 뒤 “나로 인해 동료와 고객이 한 명이라도 발길을 돌린다면 어떤 것도 정당성을 잃는다”라며 “저의 자유로 상처받은 분이 있다면 전적으로 저의 부족함입니다”라고 적었다. 정 부회장이 계속해서 밀어붙인 ‘멸공’은 정치적 공방으로 이어졌고, 신세계그룹의 보이콧 논쟁으로 연결되기도 했다. 신세계그룹 주가에도 영향을 미쳤고, 스타벅스 등 계열사까지 손해가 우려되는 결과를 낳았다. 그러자 한국노총 전국이마트노동조합도 12일 '멸공' 발언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한 성명서를 내고 정 부회장을 비판했다. 이마트 노조는 "멸공도 좋지만 본인이 해온 사업을 먼저 돌아보라"고 했다. 이어 "그룹의 주력인 이마트가 온라인 쇼핑 증가와 각종 규제에도 직원들의 노력으로 타사 대비 선방하고 있는 어려운 환경에서 고객과 국민에게 분란을 일으키고 회사의 이미지에 타격을 주는 정 부회장의 언행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말했다. 표현의 자유보다 직원들을 먼저 생각해달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노조는 “본인이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것은 자유이나 그 여파가 수만명의 신세계, 이마트 직원들과 그 가족들에게도 미치는 것을 고려해야 할 것”고 말했다. 그리고 "그간 사업가로서의 걸어온 발자취를 한번 돌아봐야 한다"며 삐에로쇼핑 등 이마트가 그동안 철수한 사업을 열거했다. 지난해부터 연이어 정치적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정 부회장의 오너리스크도 지적했다. 노조는 "'노이즈 마케팅'이라고 해도 '오너리스크'라는 말이 동시에 나오고 있음을 노조와 사원들은 걱정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김두용 기자 kim.duyong@joongang.co.kr 2022.01.13 15:45
경제

정용진 ‘멸공 중단’ 선언, 신세계 오너리스크도 가라앉을까

정치권까지 뒤흔든 ‘멸공’ 공방이 수그러들고 있다. 그렇지만 ‘멸공 논란’을 좌초한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에 대한 ‘오너리스크’ 우려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11일 정용진 부회장의 소셜미디어(SNS)에는 공산주의를 멸한다는 뜻의 ‘멸공’이 사라졌다. 전날 정 부회장은 신세계를 통해 “더 이상 ‘멸공’ 관련 발언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뜻을 밝히면서 정치권을 뜨겁게 달궜던 사태가 수습되고 있는 모양새다. 멸공 발언은 없었지만 11일 정 부회장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북한의 미사일 발사 기사를 공유하면서 'OO'이라는 기호 같은 글을 남겼다. ‘멸공’과 관련해 또 다른 해석의 여지를 둔 게시물이라 정 부회장은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콘텐트를 삭제했다. 정 부회장의 ‘멸공 논란’은 지난 6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이 들어간 기사를 인스타그램에 올리면서 불거졌다. 인스타그램은 애초 ‘멸공’ 해시태그가 붙은 게시물을 ‘폭력·선동’ 단어로 규정해 삭제했다. 그러자 ‘표현의 자유’ 침해에 발끈한 정 부회장은 새 게시글에 ‘이것도 지워라’, ‘이것도 폭력선동’이냐는 태그를 달고 불만을 표시했다. 결국 인스타그램은 하루 만에 '시스템 오류'라며 삭제한 게시물을 복구 조치했다. 그렇지만 시진핑 주석 사진이 들어간 게시물은 현재 정 부회장의 인스타그램에 사라진 상태다. ‘멸공 논란’은 정치적 공방에 이어 신세계의 불매운동으로까지 번졌다. 먼저 윤석열 국민의 힘 대선후보가 정 부회장이 이끌고 있는 이마트를 찾아 멸치와 콩을 구입하면서 ‘멸공’을 지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국민의 힘 내에서 ‘멸공 인증 릴레이’가 벌어지는 등 논란이 확산됐다. 그러자 민주당 의원들은 “당분간 신세계백화점, 스타벅스, 이마트는 안갈까 한다”고 밝혔고, 신세계그룹 계열사에 대한 보이콧 조짐이 일었다. 결국 ‘멸공’은 신세계에 대한 불매운동으로 번지면서 ‘노재팬’ 포스터를 모방한 ‘보이콧 정용진, 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라는 문구가 온라인상에서 공유되기 시작했다. 정 부회장은 스스로 이런 보이콧 이미지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리며 “업무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라며 도발을 멈추지 않았다. 이 같은 오너리스크로 인해 10일 신세계의 주가가 6.8% 빠지며 유가증권시장에 영향을 미쳤다. 신세계인터내셔널도 5.34% 빠지는 등 신세계그룹주가 일제히 급락했다. 11일 신세계는 2.58% 오른 23만9000원에 거래를 마치면서 전날 떨어진 주가가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중국 사업과 관련이 있는 신세계인터내셔널은 이날도 1.5%(2000원) 떨어진 13만1000원에 머물렀다. 이재명 대선후보의 측근인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멸공 논란을 불러온 기업에 대한 불매운동도 자제했으면 한다”며 “기업의 주가가 떨어져 개미 투자자가 손해를 봐서는 안 된다.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에서 최대 교역국인 중국을 불필요하게 자극하는 건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적었다. 정치권에서도 이제 멸공 논란을 멈추는 분위기로 접어들고 있다. 그럼에도 솔직하고 직설적이고 표현의 자유를 중시하는 정 부회장의 성향 때문에 논란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한동안 ‘미안하다. 고맙다’는 표현으로 정치적 논란을 야기했고, 올해는 새해벽두부터 ‘멸공’ 논란에 불을 지폈다. 김두용 기자 kim.duyong@joongang.co.kr 2022.01.12 07:00
경제

최태원 '대장동 사건' 첫 공식 입장 "여동생 투자 사실 추석 때 알아"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대장동 사건’과 관련해 첫 공식 입장을 밝히며 SK그룹은 전혀 관계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최태원 회장은 전날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취재진과 만나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의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과 관련해 ‘SK 연루설’에 대해 일축했다. 그는 "이 문제에 대해 전혀 엉뚱한 얘기까지 펼쳐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고 대응 중이다. 저나 SK그룹은 여기에 관련되지 않았음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정치권과 유튜브 등에서 화천대유 실소유주가 최 회장과 SK그룹이라는 루머가 돌고 있는 상황이다. 루머의 발단이 되고 있는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이 400억원의 시드 머니를 빌려준 것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최 회장은 “대장동이 무엇인지, 제 여동생이 투자를 했는지, 무슨 관계가 있는지 저는 추석에 알게 됐다"며 "제가 들은 것은 언론에 나온 정도이고 저는 아무 관계가 없기 때문에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대장동 사업 투자 사실을 추석에 알게 됐다는 의미다. 그는 “여동생 나이가 50대 후반이니 스스로 하는 것이지 제가 여동생에게 신경 쓰지는 않는다"며 "투자 사실과 관련해 제가 들은 것이 맞냐고 했더니 맞다는 얘기를 들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SK그룹은 ‘대장동 사건’에 연루되면서 몸살을 앓고 있다. 대선 정국 정치적 공방에 멍들고 있는 SK그룹은 연이은 소송으로 단호하게 대처하고 있다. 화천대유 특혜 논란에 최 회장과 SK그룹이 연루됐다고 주장하는 관계자 등을 경찰에 고발하고 있다. SK는 ‘최태원 회장이 화천대유의 실소유주’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는 전석진 변호사와 열린공감TV 관계자 3인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SK그룹 관계자는 “사실이 아닌 부분을 명확히 하고 넘어가야 한다는 차원에서 고발을 했다”며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지만 근거 없는 루머에 대해서는 엄중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열린공감TV는 지난달 22일부터 유튜브 방송을 통해 “화천대유의 실소유자는 최 회장과 SK그룹”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50억원 퇴직금이 최태원 회장의 대가성 뇌물이라는 주장에 대해 SK 측은 “최 회장이 2014년 2월 대법원에서 형을 확정받았는데 그 이전인 2013년 8월까지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곽상도 의원에게 사면 로비를 했다는 등 기본적인 사실관계조차 확인하지 않고 허위사실을 무책임하게 방송했다"고 밝힌 바 있다. 김두용 기자 kim.duyong@joongang.co.kr 2021.10.14 10:05
경제

정치권 '화천대유 연루' SK 콕 찍은 이유는

SK그룹이 일명 ‘대장동 사건’에 연루되면서 몸살을 앓고 있다. 화천대유자산관리(이하 화천대유)의 실소유주에 대한 수사가 시작된 가운데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관련한 루머도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대선 정국 정치적 공방에 멍들고 있는 SK그룹은 연이은 소송으로 단호하게 대처하고 있다. SK 가짜뉴스 팩트체크, 철저한 대응 7일 업계에 따르면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여동생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이 화천대유의 초기 자금을 대면서 SK그룹은 정치권의 표적이 되고 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와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화천대유와 관련해 ‘최태원 연루설’에 불을 지피고 있다. 추미애 후보는 6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최태원 회장-곽상도 민정수석-박영수 특검’의 연결고리에 대해 재차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박영수 특검이 2015년 8·15 특사에서 최태원 회장을 사면해줄 테니까 경제 살리기 해야 된다는 취지의 박근혜 대통령 쪽의 요구를 전달받았다. 이를 수용했던 사실이 담긴 녹음파일을 박영수 특검팀에서 2017년 수사하면서 다 확인했다”며 “당시 8.15 특사명단에서 재벌 중 유일하게 최태원 회장만 있었다. 그러면 이런 화천대유-곽상도-박영수 연결고리가 최태원 회장을 사면하고 수사하고의 관계가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은 아들이 화천대유로부터 퇴직금 50억원을 수령하면서 도마 위에 오르게 됐다. 아들이 화천대유에서 5년 9개월간 일하고 산재위로금·퇴직금 명목으로 50억원을 받자 ‘아빠 찬스’ 공세가 거셌고, 결국 의원직까지 사퇴해야 했다. 이와 관련해 전석진 변호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화천대유가 유력 정치인 아들에게 지급한 50억원의 퇴직금은 최태원 회장이 준 대가성 뇌물이다. 최 회장이 측근을 통해 사면 로비를 했다”고 주장했다. SK그룹은 이런 황당한 연루설에 명백한 선을 긋고 있다. ‘최태원 회장이 화천대유의 실소유주’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는 전석진 변호사와 열린공감TV 관계자 3인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SK그룹 관계자는 “사실이 아닌 부분을 명확히 하고 넘어가야 한다는 차원에서 고발을 했다”며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지만 근거 없는 루머에 대해서는 엄중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열린공감TV는 지난달 22일부터 유튜브 방송을 통해 “화천대유의 실소유자는 최 회장과 SK그룹”이라고 주장했다. 50억원 퇴직금이 최태원 회장의 대가성 뇌물이라는 지적에 SK 측은 “최 회장이 2014년 2월 대법원에서 형을 확정받았는데 그 이전인 2013년 8월까지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곽상도 의원에게 사면 로비를 했다는 등 기본적인 사실관계조차 확인하지 않고 허위사실을 무책임하게 방송했다"고 말했다. 곽상도 전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 시절인 2013년 3월부터 8월까지 민정수석을 지냈다. 최태원 회장은 계열사 출자금(465억원) 횡령 혐의로 2013년 1월 징역 4년의 유죄판결을 받고 법정구속됐다. 2014년 2월 대법원 상고심에서 징년 4년형이 최종 확정됐고, 2015년 8월 광복 70주년 특별사면을 받았다. '화천대유' 장기적 정치 공방, 법정 공방 불가피 지난 2일 최태원 회장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의미심장한 사진을 한 장 올렸다. 끓인 라면과 함께 가을 도서를 추천했다. 최 회장은 팔로워들의 도서 추천 요청에 “올가을 추천도서 ‘가짜뉴스와 혐오의 역사’ 강추합니다”라고 적었다. 물론 다른 도서도 함께 추천했지만 ‘가짜뉴스와 혐오의 역사’ 책을 추천한 점이 눈길을 모었다. 이는 ‘대장동 사건’ 연루설과 관련해 가짜뉴스에 철저하게 대응한다는 SK그룹의 방향성과 맞물리는 글이기도 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화천대유 사태는 주요한 정치적 쟁점이 될 전망이다. 추미애 후보에 이어 송영길 당대표까지 SK그룹 연루설에 가세했다. 그는 6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에서 “제일 주목할 점은 도대체 최태원 회장 여동생 최기원씨가 왜 400억원을 지급했는지 이에 대한 근거와 이유를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박근혜 정권 최순실로부터 후원을 받았다고 알려진 곽상도 의원, 박영수 특검 그리고 수하에 있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까지 이 세 실세와의 관계 속에 수상한 400억, 100억, 50억원의 의혹이 존재하고 있다”며 수사를 촉구했다. 400억원은 최기원 이사장이 킨앤파트너스에 연 10%의 고정이자로 빌려준 금액을 뜻한다. 킨앤파트너스는 최기원 이사장과 인연이 깊고, 화천대유의 초기 자금을 댄 투자자문회사다. 50억원은 퇴직금이고, 100억원 의혹은 박영수 특검의 친척 사업가 이 모 씨가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에게 받은 금액이다. SK는 최기원 이사장과 관련해 “최 이사장이 돈을 빌려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킨앤파트너스가 전체적으로 손실이 나면서 원금은 물론 약정한 이자도 지급받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최 이사장이 개인 자금을 킨앤파트너스에 투자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명확한 사실은 화천대유 들어간 자본에 최기원 이사장의 자금이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강력한 대선 후보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치적에 화천대유가 등장하면서 연결고리에 대한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여기에 ‘뇌물성 50억원 퇴직금’ 의혹이 제기되고 정치 공방이 거세지면서 확대 해석되고 있는 모양새다. 대장동 사건과 관련한 수사가 진행되면서 SK그룹도 법정 공방을 피해갈 수 없는 형국이다. 연일 정치 공방에 시달리고 있는 SK는 "인내심의 한계를 넘어선 만큼 별도로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등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대장동 사건’을 놓고 내가 살기 위해 상대를 죽이는 ‘오징어 게임’이 지속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장동 사건이 대선 정국의 핵심 이슈로 부각했기 때문에 SK에 대한 의혹들도 확대 생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야 진영 싸움에 대기업까지 연루되면서 판이 커졌다”며 “내년 3월 대선까지 SK연루설은 끊이지 않을 것이다. 수사를 통해 밝혀져야만 정리될 사안”이라고 말했다. 김두용 기자 kim.duyong@joongang.co.kr 2021.10.08 07:00
스포츠일반

체육회장은 어떤 문서 받고 ‘이순신 현수막’ 내렸나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일본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욱일기를 도쿄올림픽 기간 금지했는지를 두고 진실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지난 8일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스포츠 외교의 큰 성과라면 앞으로 경기장에서 욱일기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IOC로부터 문서로 약속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다음날 무토 도시로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 사무총장이 기자회견에서 “IOC에 확인했더니 ‘지금까지 입장과 달라지지 않았고, 사안에 따라 판단한다’고 밝혔다. (욱일기를) 금지하겠다고 말했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같은 날 일본 교도통신도 “IOC가 욱일기를 금지했다는 한국 측의 설명을 부정했다”고 보도했다. IOC를 사이에 두고 한국과 일본이 서로 다른 주장을 하고 있다. IOC 홍보 담당자는 중앙일보와 이메일 인터뷰에서 “논의 시작부터 일관되게 말했듯, 올림픽 헌장 제50조 2항에 따라 정치적인 표현은 없어야 한다. 경기 중 우려한 사항이 발생하면 사안별로 적용한다. 이를 분명히 하기 위해 IOC는 대한체육회에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는 서신을 보냈다. 추가적인 발언이나 해석은 포함되지 않았다(without making any further statement or interpretation). 규칙 이행을 명확하게 한 것”이라고 밝혔다. IOC가 대한체육회에 문서를 보낸 건 사실이지만, ‘욱일기 금지’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IOC 답변에 따르면 일본 측이 주장이 틀리지 않은 것 같다. 김보영 대한체육회 홍보실장은 “우리가 받은 레터에 ‘욱일기 사용 금지’라는 말은 없다. 그러나 IOC가 우리에게 50조 2항 위반을 이유로 현수막 철거를 요청한 것처럼, 모든 경기장에서 욱일기 사용에 대해서도 50조 2항을 적용해서 판단하겠다고 약속했다”고 주장했다. ‘욱일기’란 주어가 추가되긴 했지만, IOC가 원론을 재확인하는 수준으로 읽힌다. IOC는 수년 전부터 ‘사안별로 적용한다’고 반복적으로 말해왔다. IOC로부터 문서를 받기 전, 대한체육회는 도쿄올림픽 선수촌에 ‘신에게는 아직 5천만 국민들의 응원과 지지가 있사옵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내걸었다가 철거했다. ‘경기장 내 욱일기 사용에도 똑같이 적용하겠다’는 약속을 IOC로부터 받았다는 게 이유였다. IOC 홍보담당자는 “현수막은 대한체육회가 철거한 것이다. 가이드라인에 따라 IOC가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일본 측 주장에 반박하지 않은 이유를 묻자 대한체육회는 “현수막을 내릴 때 공식 입장을 냈고, 일어나지 않은 상황(욱일기 등장)에 대해 해명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답했다. 그러나 지난 5일 도쿄올림픽 스포츠클라이밍 남자 결선 볼더링에서 욱일기 형상의 인공 구조물이 보였다. 외신과 국제스포츠클라이밍연맹(IFSC)은 이를 “일본의 라이징 선(욱일)”이라고 설명했다. 욱일기를 연상케하는 일본 골프 대표팀 유니폼과 관련해서도 대한체육회는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기흥 회장은 “지나친 확대 해석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김보영 실장은 “그렇게 따지면 욱일기 형상이 너무 많아 대응하지 않기로 했다”고 했다. 도쿄올림픽 홈페이지의 성화봉송 지도에는 독도가 일본 땅인 것처럼 작은 점이 찍혀 있다. 대한체육회는 대회 기간에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았다. 대한체육회가 ‘이순신 현수막’을 걸었다 내린 뒤 스포츠 외교에서 실익 없이 물러났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도쿄올림픽은 코로나19 여파로 무관중으로 개최됐기 때문에, IOC가 욱일기 응원을 금지한다는 약속은 애초부터 실효성이 없었다. 2024년 파리올림픽 경기장에서 욱일기가 등장할 경우 IOC에 동일한 잣대를 적용받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욱일기 퇴치와 독도 수호 운동을 벌인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한일 양국이 자기 입장에서 해석하지 않았나 싶다. 그보다 IOC가 어디까지가 정치적인 표현인지 정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못한 게 문제다. 대한체육회가 적극적으로 항의할 기회였는데, 문서를 받아 놓고 활용하지 않으면 무슨 소용인가. 파리올림픽 관중석에 욱일기가 등장하면 우왕좌왕할 게 아니라,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지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 도쿄올림픽 욱일기 금지 진실공방 「 7월14일 체육회, 선수촌에 ‘이순신 현수막’ 설치 7월17일 IOC 요청에 체육회가 현수막 철거 7월19일 이기흥 “욱일기 관련 약속 문서 받았다” 8월 7일 이기흥 “스포츠 외교 큰 성과” 8월 8일 무토 일본 사무총장 “사실 아냐. IOC에 확인” 교도통신 “IOC, 욱일기 금지 한국측 설명 부정” 8월13일 IOC “정치적 표현 금지 재확인했을 뿐” 」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2021.08.18 08:07
스포츠일반

오바마의 ‘킹’, 트럼프를 잡는 ‘룩’이 될까

NBA 코트를 지배한 '킹'이, 미 대선이라는 체스판에서 '룩'으로 변했다. 상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적이 많다. 대통령이라는 지위에 개의치 않고 거침 없는 발언과 행동으로 사람들을 당혹케 한다. 정치계 뿐만 아니라 언론계, 법조계, 문화예술계 등 각계 각층에 수많은 적을 두고 있는 이유. 최근 끝난 미국프로농구(NBA) 챔피언 결정전에서 LA 레이커스를 10년 만에 우승으로 이끈 '킹' 르브론 제임스(36·LA 레이커스) 역시 그의 적 중 하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일(한국시간), 한 라디오 방송에서 NBA 플레이오프 시청률에 대해 얘기하며 제임스의 이름을 언급했다. 당연하게도 그 내용은 결코 우호적이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NBA가 너무 정치적인 집단이 되면서 이제 아무도 관심이 없다. 르브론 제임스는 아주 대단히 볼썽 사나운 민주당 대변인"이라고 조롱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임스에게 이런 조롱을 퍼부은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8월에는 폭스스포츠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사회자에게 '마이클 조던이냐, 르브론 제임스냐'라는 질문을 받고 지체 없이 조던이라 답한 뒤 "나는 두 선수의 활약을 모두 봤다. 게다가 조던은 정치적이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이 더 좋아한다"고 비판했다. 조지 플로이드 사건으로 인해 '흑인 생명도 중요하다(BLM·Black Lives Matter)' 운동이 미 전역을 휩쓸던 무렵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종차별에 대한 저항의 의미로 경기 전 무릎을 꿇는 NBA 선수들을 향해서도 "용납할 수 없다"며 경기를 보지 않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한 제임스의 대답이 걸작이다. 제임스는 "그가 안 봐도 경기는 계속될 것이다. 농구계는 그가 시청하지 않는다고 슬퍼하지 않는다"고 맞받아쳤다. 트럼프 대통령과 제임스의 대적 관계는 대선 전부터 시작됐다.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제임스는 민주당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지지를 선언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에도 그에 대한 비판을 멈추지 않았다. 2017년 트럼프 대통령이 인종차별에 반대해 '무릎 꿇기 세리머니'를 시작한 프로미식축구리그(NFL) 선수 콜린 캐퍼닉을 두고 욕설을 퍼부은 게 발화점이 됐다. 제임스는 곧바로 트위터에 트럼프 대통령을 "쓸모 없는 인간"이라고 비난하며 "당신이 등장하기 전까지 백악관에 초청되는 건 큰 영예였다"고 조롱했다. 이들의 공방은 2018년에도 계속됐는데, 제임스가 CNN 앵커 돈 레먼과 인터뷰에서 "그가 스포츠를 이용해 우리를 분열시키려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인종차별주의적 태도를 비판해 재점화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르브론 제임스가 방금 텔레비전에서 가장 멍청한 사람과 인터뷰를 했다. 그 때문에 제임스가 똑똑해 보였다. 그러기 쉽지 않은 일인데 말이다"라며 비꼬았다. 이 발언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많은 이들에게 비난을 받기도 했다. 이후에도 계속 이어진 둘의 대립 관계에 대해 미국 인터넷 매체인 더 언디피티드는 "제임스는 트럼프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러나 대통령은 '킹'을 두려워하는 것 같다"고 평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임스와 공공연한 적대 관계를 쌓은 반면, '농구광'으로 유명한 버락 오바마(59) 전 미국 대통령은 그와 아주 우호적인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흑인 인권 문제와 사회 복지 등에 관심이 많은 제임스는 지난 대선 때도 오바마 전 대통령에 대한 '무한 신뢰'를 보인 바 있다. 당시 힐러리 클린턴을 지지한 공식적인 이유도 "내 좋은 친구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유산을 이어갈 후보"이기 때문이었을 정도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이냐,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당선이냐가 걸린 이번 대선을 앞두고, 오바마 전 대통령에게 제임스의 우승은 여러 의미에서 큰 기쁨이 아닐 수 없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막바지로 치달아가는 선거전에서 바이든 후보 지지를 위해 총력 지원을 예고하고 있다. 제임스가 엄청난 활약으로 LA 레이커스의 우승을 이끈 지난 13일, 오바마 전 대통령은 트위터에 "내 친구인 제임스가 자랑스럽다"며 "네 번의 우승, 네 번의 파이널 MVP를 받은 이 선수는 코트 안에서는 물론 교육과 사회 정의, 우리 민주주의를 위해 싸워온 특별한 리더"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제임스가 이룩한 농구 선수로서 성취 뿐만 아니라 그동안 인종차별에 대해 꾸준히 목소리를 내고, 반(反) 트럼프적 행보를 계속해 온 점을 강조한 것이다. CNN 또한 "제임스의 우승은 스포츠뿐만 아니라 자유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의 승리"라며 "흑인의 존엄성과 시민권을 위한 투쟁에 나선 슈퍼스타", "NBA의 슈퍼스타이자 인종간 정의와 형평성 문제에 대해 가장 솔직하게 의견을 말하는 선수 중 한 명"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또 "여러 가지 면에서 제임스와 NBA는 '안티 트럼프'를 대표한다. 그는 대통령을 비롯해 그 세력들이 유권자들을 압박하기 위해 표적으로 삼은 흑인, 그리고 유색 인종 공동체에 대한 투표권을 지지한다"고 덧붙였다. 이런 기대에 부응하듯, 제임스는 오바마 전 대통령의 부인인 미셸 오바마 여사와 함께 사전투표 참여 운동을 펼칠 예정이다. 김희선 기자 kim.heeseon@joongang.co.kr 2020.10.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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