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일반
'한일전' 앞둔 여자 배구, 필수 승전 조건 세 가지
한국 여자 배구 대표팀이 '구기 종목 한일전' 세 번째 주자로 나선다. 승리를 위한 세 가지 조건이 있다. 한일전은 국제대회 백미다. '가위바위보도 지면 안 된다'는 말이 있을 만큼 치열한 자존심 대결이 펼쳐진다. 적지에서 치르는 도쿄올림픽. 대회 개막 전부터 일본 극우 세력이 정치적 이슈로 한국의 행보를 견제하며 장외전을 치렀다. 선수단의 필승 의지도 치솟고 있다. 여자 배구는 오는 31일 A조 조별리그 4차전에서 일본을 만난다. 남자 럭비, 여자 핸드볼에 이어 구기 종목 세 번째 한일전을 장식한다. 한국은 1976 몬트리올 올림픽 이후 36년 만에 메달 획득을 노렸던 2012 런던올림픽 3~4위전에서 일본에 패하며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에서는 예선전에서 만난 일본에 승리하며 설욕했지만, 8강전에서 네덜란드에 패하며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한국은 앞서 치른 도쿄올림픽 예선(A조) 1·2차전에서 1승 1패를 기록했다. 25일 브라질전에서는 세트스코어 0-3으로 완패했고, 27일 케냐전은 3-0으로 승리했다. 예선 4차전으로 상대하는 일본전은 자존심 대결뿐 아니라 8강 진출에 분수령이 될 수 있다. 앞선 두 경기에서 드러난 숙제를 해결해야 한다. 우선 주 공격수 박정아의 서브 리시브가 더 안정될 필요가 있다. 박정아는 케냐전에서 수차례 목적타(리시브가 약한 특정 선수에게 보내는 서브)를 받았다. 2세트 14-6으로 앞선 상황에서는 리시브에 실패하며 실점을 내줬고, 세트 막판에는 김연경과 동선이 겹치기도 했다. 박빙 승부가 이어진 3세트 초반에도 두 차례 불안한 리시브가 나왔다. 박정아는 2016 리우올림픽 8강전에서 수차례 불안한 리시브로 패배 빌미를 제공했다. 그를 향해 비난이 쏟아졌다. 그러나 성장통으로 삼았고, 훈련과 실전을 통해 리시브 능력을 끌어올렸다. 케냐전에서도 몇 차례 실수 뒤 상기된 표정을 짓기도 했지만, 리시브를 받은 뒤 직접 공격에 가담해 득점을 성공시키기도 했다. 더 나아질 수 있는 선수다. 라이트 김희진의 공격력도 더 좋아져야 한다.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은 국제대회에서 유독 좋은 경기력을 보여준 김희진을 이번 대회 키플레이어로 꼽았다. 지난 5월 왼 무릎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고 공백기가 있었던 그를 선발하고 주전으로 내세운 이유다. 김희진은 올림픽 전초전이었던 발리볼내이션스리그도 출전하지 못했다. 실전 감각이 저하된 상황에서 소속팀이 다른 세터 염혜선과 손발을 맞춰야 한다. 일단 27일 케냐전에서는 좋은 호흡을 보여줬다. 두 선수는 전·후위, 이동 공격을 두루 시도하며 20득점을 합작했다. 한국도 에이스 김연경에게 편중되는 단조로운 공격을 피할 수 있었다. 김희진이 케냐전만큼 좋은 공격력을 보여준다면 일본 격파도 한층 수월해진다. 29일 열리는 도미니카공화국과의 예선 3차전 결과와 경기력도 일본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도미니카공화국은 세계랭킹 7위 강호. 여자배구는 각 조 6개 국가 중 상위 4팀이 8강에 진출한다. 도미니카공화국전에서 패하고 1승 2패에 몰리면, 멘털 압박이 생긴 상태로 일본전 맞이한다. 승리가 최선이다. 지더라도 두 세트 이상 따내서 세트 득실차 관리를 해야 한다. 일본전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는 경기력이 필요하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2021.07.29 07: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