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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눈물 마를새 없었다"…'진범' 유선, 극한의 수위조절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넘나들며 열일을 펼치고 있다. 주말 드라마와 스릴러 영화라는 전혀 다른 장르로 극과 극의 캐릭터를 선보이고 있는 만큼 지루함과 지겨움은 없다. 연기에 대한 갈증을 온전히 쏟아내고 있는 배우 유선(43)이다. 영화 '진범(고정욱 감독)'은 시나리오를 보자마자 "해야겠다"고 마음 먹게 만든 작품이다. 신선한 스토리를 기본으로 배우로서 할 수 있는 것이 많을 것이라 판단됐다. 이를 증명하듯 영화 속 유선은 단 한 신도 빠짐없이 극한의 감정을 내비친다. 철저히 계산했고, 한 방울의 에너지까지 쥐어 짰다. 힘들었던 만큼 의미있는 작업으로 남게 된 필모그래피다. 유의미한 행보 한켠엔 배우로서 고민, 워킹맘으로서 고충도 존재한다. 남편의 열정적 지지와 응원, 그리고 행동으로 보여주는 외조가 없었다면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고마움이다. 그래서 좋아하는 일, 그 자체에 대한 가치를 잃지 않으려 한다. 매 순간 최선을 다했기에, 스스로는 알고있는 노력이기에 어떤 선택도 후회는 없다. -시나리오에 매료됐다고."내 역할도 매력적으로 느껴졌지만 전체적인 대본 자체가 흥미진진했다. 살인 사건이 일어난 후 영화가 시작된다. 범인은 분명 쉽게 밝혀지지 않을 것이고, 그걸 유추해 나가는 재미가 있더라. 용의 선상에 이 사람, 저 사람이 올라가면서 시점이 이동하는 것도 재미를 높였다. 스릴러 소설 한 편을 읽는 느낌도 들었다. 개인적으로 추리물을 좋아하는 편이다." -그래서 꼭 하고 싶었나."'와, 이거 뭐지?'라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안 할 이유가 없었다. 제한된 공간에서 제한된 시간 안에 제한된 사람끼리 계속 부딪친다. '오랜만에 연기 스파크를 경험하고 에너지 충돌을 느껴볼 수 있겠구나' 싶어 설레임과 기대감이 컸다. 예상대로 그 묵직함이 영화에 잘 담긴 것 같다." -극한의 감정을 연달아 소화해야 했다."뺨에 눈물이 마를 새가 없는 역할이었다.(웃음) 촬영이 굉장히 타이트 하게 진행되서 진짜 매일 매일 울었던 것 같다. 내가 힘든 것 보다 '보는 분들이 지치지 않아야 하고, 피로감을 느끼면 안 된다'는 마음이 컸다. 극한으로 치닫지만 그럴 수록 감정의 수위를 조절해야 했다. 모든 신에서 절실하고 두려움을 바탕에 깔고 있지만 상황은 다 다르다. 클라이막스를 정해놓고 세분화를 위해 신경썼다." -어떤 식으로 조절했나."영화가 시간 순서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현재와 과거가 계속 왔다갔다 한다. 관객 입장에서는 시시때때로 퍼즐 조각을 만나는 것이다. 연기하는 입장에서는 시간 배열을 순차적으로 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점층적인 감정선을 다시 계산했고, 상황마다 맞닥뜨리는 변수에 대처하기 위해 애썼다. 자연스럽게 이해될 수 있도록 나름 정교하게 접근했는데 어떻게 봐 주실지 궁금하다."-그 중에서도 가장 힘들었던 신이 있다면."영화 후반부에 상민(장혁진), 영훈(송새벽), 그리고 내가 연기한 다연이 얽히고 설킨 진실게임을 한다. 그걸 4일에 걸쳐 찍었다. 에너지는 어마어마하게 격한데, 특별한 동선은 없고 말로만 신을 채워야 했다. 나중에는 격한 몸싸움까지 하니까 체력적으로 힘들 수 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잊을 수 없는 공동작업이다. 연극 리허설을 하는 것처럼 배우, 스태프가 모두 하나 된 느낌을 받았다. 힘들었지만 촬영은 순조롭게 진행돼 뿌듯하기도 했다." -캐릭터 설정은 어떻게 했나."내가 봤을 때 다연은 아주 평범한 가정주부다. 어떤 좀 감당하기 벅찬 무언가를 맞닥뜨렸을 때 순간의 그것만 해결하고자 하는, 감정에 굉장히 급급한 인물이다. 남편이 살해 누명을 썼기 때문에 그 누명을 벗기는 것이 1순위인 것이다. 사건이 벌어진 후에는 '내 아이의 아빠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1차원적인 목적만 생각하며 산다. 치밀한 사람도 아니고, 계획적이지도 않고, 그렇다고 딱히 영리하지도 않지만 목적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는 여자라 생각했다." -용의자의 아내 다연은 피해자의 남편 영훈을 어떻게 바라 봤을까."영화 시점만 본다면 남편의 누명을 벗겨줄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다. 영향력 있는 증언을 해줘야만 하는 사람. 영훈이라는 끈을 놓치면 다연의 모든 희망은 사라진다. 매달릴 수 밖에 없다. 도움을 얻기 위해 도와줄 수 밖에 없는? 그래서 공조를 하지만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경계해야 하는 대상이 되기도 한다. 필요하지만 예의주시해야 하는 존재다." -'남편이 바람을 피웠다'는 의혹도 초반부터 설정된다. 다연도 인지하고 있다. 근데 '아이 아빠'라는 이유만으로 그렇게까지 두둔하고, 할 수 있는건지 공감이 힘들지는 않았나."나도 '굳이 왜 이렇게까지'라느 생각을 안 했던건 아니다. 근데 작품을 분석하다 보니 다연의 전사가 모든 의구심을 해결해 주더라. 단연은 온전한 가정에서 자라지 못했다. 부모도 그랬고, 언니까지 이혼 경험이 있다. 그런 사람은 유독 가정에 대한 집착이 있다. '나는 파괴된 가정에서 자랐지만, 그렇기 때문에 내 아이의 가정은 어떻게든 지켜줄 것이다'는 맹목적인 책임감이 생겼을 것이다. 그래서 남편에 대한 사랑보다는 모성을 품고 연기했다. 그랬더니 이해가 됐다." -오민석과 부부호흡을 맞췄다."유리벽을 사이에 두고 이야기 하는 모습을 보면 애틋함이라고는 하나도 없다. 대부분 입씨름을 하거나 격렬하게 대꾸한다. 오민석은 곧바로 전쟁을 치러도 되는, 격한 경기를 뛰어도 될 만큼 다 준비된 상태로 현장에 왔다. 연기나 마음의 준비가 완벽하게 돼 있었고 그걸 쏟아내기만 하면 됐다. 집중력과 몰입감이 대단하더라. 같이 연기하는 입장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이 부부의 미래는 어떻게 됐을까."우리도 그 지점에 대해 이야기를 했는데, 결과적으로는 관객들의 상상에 맡기겠다.(웃음) 다만 영화를 보면 마지막에 비가 내린다. 우리 영화에는 비가 내리는 장면이 꽤 등장하는데 그 때마다 무슨 일이 벌어진다. 비극을 상징한다. 여기까지만 말하겠다. 하하." >>②에서 계속 조연경 기자 cho.yeongyeong@jtbc.co.kr사진=리틀빅픽쳐스 [인터뷰①] "눈물 마를새 없었다"…'진범' 유선, 극한의 수위조절[인터뷰②] 유선 "열일 워킹맘? 남편 외조없인 힘들어"[인터뷰③] 유선 "고지식하고 겁 많은 성격, 연기만 예외"
2019.07.21 1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