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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스토리]잘 키운 K패션 OEM·ODM, 열 명품 브랜드 안부럽다
K패션이 국내·외 안팎에서 선전하고 있다. 의류 제조와 디자인까지 도맡아 책임지는 제조자개발생산(ODM)과 주문자위탁생산(OEM) 기업이 부지런히 뛴 결과다. 뛰어난 품질과 디자인으로 글로벌에서 내로라하는 브랜드들의 제품 생산을 담당하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국내 선두를 지키고 있던 외산 의류 브랜드를 향해 도전장을 내민 곳도 있다. 중국 등 저가 의류의 범람으로 사실상 '블루오션'이 된 척박한 환경 속에서 K패션이 일군 반전이다. 글로벌 명품 의류에 담긴 'DNA'…한세실업 '나이키·랄프로렌·언더아마·갭·아메리칸이글…'.국내 대표적인 의류수출 전문기업인 한세실업이 과거부터 손 잡았거나 현재도 바이어 관계를 맺고 있는 브랜드들이다. 하나같이 전세계에서 인지도는 브랜드와 파트너를 맺을 정도로 기술과 제품력, 디자인을 고루 인정 받았다. 거저 얻은 성공은 아니다. 1982년 설립된 이후 공장과 해외법인을 꾸준하게 설립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한 결과다.한세실업은 현재 베트남, 인도네시아, 니카라과, 과테말라, 미얀마, 아이티 등 8개국에서 대규모 공장을 운영하면서 18개의 해외법인을 운영 중이다.특히 베트남 호치민에 위치한 한세베트남 구찌공장은 지금의 한세실업을 만든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전세계 패션업계가 중국을 기지로 삼을 때 발 빠르게 베트남에 첫발을 디디며 새로운 돌파구를 만들었다.축구장 40여개를 합친 27만6000㎡ 규모를 자랑하는 구찌공장은 현지 직원수만 7500명에 달한다. 연간 매출액 1200억원이었던 한세실업은 2001년 구찌공장을 발판으로 1조원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한세실업은 2018년까지 베트남에 총 5개의 공장을 세웠다. 최근 미얀마 양곤 지역, 인도네시아로 공장을 분산해 외연을 넓히고 있다.공장만 많이 짓는다고 기업이 잘 되는 건 아니다. 까다로운 패션업계 바이어들은 아웃소싱 업체의 대량 생산 능력 못지 않게 실력을 최우선으로 따지기 때문이다. 한세실업은 서울은 물론 뉴욕 패션거리로 대표되는 34번가 중심부에 디자인 센터를 마련하고, 본사 R&D본부와 미국 현지를 연계해 디자인 영역을 보강하고 있다. 패션사업의 심장부인 뉴욕 센터를 통해 바이어와 밀접하게 호흡하면서 ODM 선도업체로 입지를 다지기 위해서다.한세실업 관계자는 "서울과 뉴욕에 자리잡은 R&D센터에서 국내외 최고 인재들이 모여 디자인과 소재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며 "한세실업이 벤더 역할 비중이 높아지고, 동시에 세계에서 가장 빨리 패션 트렌드를 수집하는 회사가 된 비결"이라고 말했다.전공장을 자동화 시스템으로 변화하는 '스마트팩토리'도 한세실업의 비상을 거든다. 한세실업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스마트팩토리 시스템 '햄스’는 30여 개 공장의 생산량과 재고량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공장 라인별 정보를 개인정보단말기(PDA)로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또 재단, 봉제 등 제조과정에 문제가 생기면 바로 파악해 해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바이어 및 파트너사에 대한 요청을 취합해 빠른 대응이 가능하다.직원을 향한 격려도 아끼지 않는다.한세실업은 현지 주민들과 융합하는 것을 중요시 여기며 겸손하게 접근하는 기업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베트남 내 한국 직원들은 생산직 직원들과 함께 현지인의 각종 경조사에 참석하고, 모임도 활발하게 갖는다. 2010년부터는 현지에서 근무하는 우수직원들을 선발해 한국 본사에서 근무하는 순환 근무제도를 도입했다. 매년 11월 베트남 호치민에서 열리는 체육대회에는 양국의 가족과 임직원 3만여 명이 모여 현지에서도 유명하다.기술력과 디자인에 이어 직원과 관계가 좋다보니 매출도 꾸준히 성장 중이다. 2016년 1조5000억원 대였던 한세실업의 매출은 지난해 1조7000억원 대까지 늘어났다. 업계는 한세실업이 올해 1조9000억원, 2020년에는 2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K패션 OEM 업계 긴 역사 자랑하는 신성통상 신성통상도 OEM 방식의 수출로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신성통상은 1983년 가방과 텐트 제조회사인 가나안상사가 모태다. 가나안상사는 2002년 대우 계열사였던 신성통상을 인수하면서 매출을 1조원 대까지 키웠다. 해외에 자체 공장을 세우면서 글로벌 주요 브랜드와 협업을 해온 결과다. 신성통상은 수출과 내수 패션 비즈니스를 위해 미얀마, 베트남, 니콰라과에서 총 14개의 자체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게스', '카터스', '아베크롬비', '언더아머' 등 쟁쟁한 해외브랜드가 신성통상의 고객이다. 관계사인 가나안의 경우 '나이키', '아디다스, '퓨마', '파타고니아' 가방 제품을 공급한다.신성통상 관계자는 "연간 약 1억4000피스의 의류를 생산하고 있다"며 "올해 수출로 약 7800억원 가량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투자도 부지런히 한다. 신성통상은 미래성장동력과 경쟁 우위 확보를 위해 R&D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소재 개발을 위해 한국섬유소재연구소와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적극적인 소재 개발을 하고 있다. 2012년는 신성통상이 개발한 소재가 300여 개에 달할 정도로 공을 들였다.또 핵심 생산기지 중 하나인 니카라과 중남미 현지법인과 더불어 베트남에 소재한 현지법인에 대규모 신·증설을 추진하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원을 구축하고 있다.영업방식도 간결하게 추리는 중이다. 에이전트 영업방식을 벗어나 신규 바이어와의 직접 영업으로 수익성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OEM사로서 신성통상의 이름을 드높인 계기는 평창롱패딩의 성공이었다. 신성통상은 롯데백화점의 의뢰를 받고 평창 동계올림픽을 기념한 3만개의 롱패딩을 제작했다.이 제품은 14만 9000원으로 거위 솜털 80%와 깃털 20%로 제작된 구스다운 제품으로 뛰어난 '가성비'와 평창동계올림픽 한정판이라는 이슈가 맞물리며 전국적인 히트템으로 떠올렸다.소비자들의 백화점 앞에서 '밤샘 줄서기'라는 진풍경이 연출되면서 제조업자인 신성통상 역시 대중에 각인되는 계기가 됐다. 남의 옷만? 자체브랜드 키우기도 열심 남의 옷만 만들어 납품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한세실업과 신성통상을 인수나 신규 론칭으로 자체 브랜드를 키우고 있다.한세실업은 공격적인 M&A로 자체 브랜드를 확보하고 있다. 2015년 캐주얼 브랜드 FRJ를 인수한 데 이어 TBJ, 버커루, LPGA 등을 보유한 패션업체 엠케이트렌드(현 한세엠케이)를 인수해 다양한 브랜드 라인업을 구축했다.유아동복 시장에도 진출했다. 2011년 아동복 브랜드 '컬리수'를 운영하는 드림스코를 인수하는 것을 시작점으로 유아패션·출산용품 브랜드인 '모이몰른'을 론칭했다. 모이몰른은 핀란드어 '안녕(moi)'과 스웨덴어 '구름(moln)'의 합성어다. 글로벌 트렌드에 예민하게 반응해온 회사의 장점을 살려 최근 글로벌 트렌드인 북유럽풍 라이프스타일을 콘셉트로 경쟁 업체들과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한세실업은 앞으로도 글로벌 유통망을 갖춘 해외 유명 패션 브랜드를 추가로 인수해 글로벌 종합 패션기업을 향해 나아간다는 목표다.한세실업 관계자는 "패션 전문기업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기 위해 유아복까지 포괄하는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필요성이 커졌다. 장기적으로 글로벌 유통망을 갖춘 해외 유명 패션 브랜드를 추가로 인수해 글로벌 종합 패션기업으로 도약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신성통상은 남성복 '지오지아', '폴햄', '올젠', '탑텐' 등의 유명 국내 의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신성통산의 브랜드 중 가장 눈에 띄는 건 탑텐이다. 탑텐은 글로벌 패스트패션 브랜드인 '자라'와 '유니클로'의 대항마로 2012년 론칭한 브랜드다. 이후 5년 간의 적응기를 보낸 탑텐은 2018년 매출 2000억원, 영업이익 60억원을 내면서 국내 SPA브랜드 톱3 안에 이름을 올렸다.호재도 잇달아 터진다. 신성통상은 지난달 31일 탑텐의 새 모델로 배우 이나영을 브랜드 모델로 발탁했다. 이나영은 2011년부터 2년 간 유니클로의 모델로 활동하며 겨울용 내의인 '히트텍'과 여름용 내의 '에어리즘' 등을 유행시켰다.유니클로는 히트텍과 에어리즘, 후리스 재킷 등으로 국내 SPA 1위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최근 유니클로가 일본 경제보복에 따른 불매운동의 직격탄을 맞은 가운데, 탑텐의 이나영 선점은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탑텐은 올겨울 경쟁사의 히트텍을 겨냥해 출시한 발열 이너웨어 ‘온에어’를 이나영을 통해 홍보할 예정이다.신성통상 측은 "이나영 특유의 세련미와 전 세대를 아우르는 트렌디한 매력이 브랜드가 추구하는 방향과 잘 맞아 모델로 발탁하게 됐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자체 브랜드는 OEM 사업의 단점을 극복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대안이다. 오랜 기간 유명 브랜드에 제품을 납품하며 생산 노하우를 확보한 만큼 자신의 기술을 담은 브랜드를 만들어 부가가치를 높이려는 목적도 있다"고 말했다.서지영 기자 seo.jiyeong@jtbc.co.kr
2019.08.05 0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