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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윤의 야구 본색 ] 드래프트에서 주목할 고교 키스톤 콤비 5명

전반기 주말리그를 끝낸 고교야구가 14일부터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를 시작한다. 오는 9월 열리는 2025 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까지 4개월 남짓 남은 상황. 각 팀의 스카우트가 선수 평가를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다. 지난 칼럼에선 고교야구 빅5에 해당하는 5명의 선수를 소개했는데 이번엔 2루수와 유격수(키스톤 콤비) 중 상위 지명 후보를 알아보려고 한다.1순위 후보는 덕수고 내야수 박준순이다. 박준순은 지난달 22일 막을 내린 2024 신세계 이마트배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타율 0.520 4홈런 13타점을 기록, 타율·홈런·타점 부문 3관왕에 대회 최우수선수(MVP)까지 석권했다. A 구단 스카우트는 "지난해보다 파워가 크게 향상했다"며 "공을 맞히는 능력이 뛰어나고 수비에선 (글러브에서) 공을 빼는 동작이 빠르다"고 평가했다. 어린 나이지만 변화구 대처 능력을 갖췄고 유격수로 성장할 잠재력이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휘문고 염승원도 주목할 자원이다. 올 시즌 타율이 0.636(33타수 21안타)에 이른다. 출루율(0.692)과 장타율(0.879)을 합한 OPS가 1.571. 준수한 타격 능력에 발도 빠르다. B 구단 스카우트는 "김민석(롯데 자이언츠)의 휘문고 시절처럼 빠른 타구를 생산하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마산용마고 전태현은 파워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올 시즌 고교야구에서 안타 12개를 기록 중인데 이 중 7개(홈런 4개, 2루타 3개)가 장타. A 구단 스카우트는 "아직 전국대회 홈런이 없지만 전반기 주말리그에서 6경기, 4홈런을 기록 중이다. 그만큼 파워가 있다는 방증"이라고 했다. 그뿐만 아니라 운동 능력이 뛰어나고 선구안도 안정적이다. 유신고 심재훈은 타격의 정확성이 돋보인다. 올해 고교야구 타율이 0.500(44타수 22안타)이다. 홍석무 유신고 감독은 "동계 훈련 때부터 단 한 번도 타격 슬럼프에 빠진 적이 없을 정도"라며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타석에서 집중력이 크게 향상했다"고 말했다. 김용달 전 삼성 라이온즈 타격 코치는 "현역 시절 김주찬 롯데 코치처럼 배트를 잡은 손을 까닥까닥 움직이며 타격 리듬을 타고 있다. 그만큼 몸통 회전과 손의 반응이 빠르다는 것을 뜻한다"라고 설명했다.경기고 어준서는 타격 능력이 뛰어난데 타석에서 버티는 힘도 수준급이다. 12경기에 출전, 타율 0.359(39타수 14안타)를 기록 중이다. 3루타와 도루가 각각 4개와 9개일 정도로 발이 빠르다. 특히 볼넷 10개를 골라내면서 삼진은 단 1개만 당했다. 정타를 만들기 어려운 공을 파울로 처리하는 배트 컨트롤이 탁월하다. 수비 범위가 넓고 어깨도 강해 A 구단 스카우트는 "현재 유격수 수비로만 본다면 첫 번째"라고 호평했다.경동고 이태훈, 덕수고 배승수, 경기상고 유현종 등도 야구 관계자의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태훈은 타격 정확성이 뛰어나고, 배승수는 유격수 수비가 안정적이다. 유현종은 공·수에서 안정감이 돋보인다. 충암고 이선우는 극심한 타격 부진(타율 0.182)을 겪고 있지만 여러 관계자가 주목하고 있다. A 구단 스카우트는 "타격감이 좋지 않은데, 수비에 집중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라며 "멘탈이 강한 선수"라고 평가했다. 앞으로 여러 전국대회를 거치면서 선수들의 기량은 비교되고 평가될 것이다. 앞서 언급하지 않은 선수가 치고 올라오는 게 스포츠의 묘미이기도 하다. 평가라는 것은 항상 바뀌는 법이다.야구 칼럼니스트정리=배중현 기자 2024.05.14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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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광주] KIA 윤영철, 시즌 첫 출격 29일 아닌 '30일 잠실 두산전'인 이유

KIA 타이거즈 왼손 선발 윤영철(20)의 시즌 첫 등판 날짜가 확정됐다.이범호 KIA 감독은 27일 광주 롯데전에 앞서 "크로우의 (등판) 날짜를 지켜주고 영철이는 토요일(30일)에 던지게 할 거 같다"고 말했다. KIA는 29일부터 서울 잠실구장에서 두산 베어스와 원정 3연전을 치른다. 이 감독의 구상대로면 크로우-윤영철-양현종 순으로 선발 로테이션이 돌아간다.윤영철은 30일 경기에 내보내는 건 일종의 '배려'도 깔려 있다. KBO리그는 지난 23일 개막전에 선발 등판한 각 구단 에이스가 30일 두 번째 등판을 갖는다. 한화 이글스 류현진도 '23일→29일' 등판 순서를 따른다. 윤영철이 만약 30일 첫 선발 등판을 하면 로테이션상 만만치 않은 상대들을 만나야 한다. 이범호 감독은 "영철이가 금요일에 던지면 계속 1선발하고 던져야 한다"며 "투수 코치와 상의를 했는데 (29일이 아닌 30일에 내보내는 게) 낫겠다 싶어서 크로우는 자기 로테이션을 지키고 영철이는 그렇게 할 생각"이라고 공언했다.충암고를 졸업한 윤영철은 2023년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KIA에 지명됐다. 데뷔 첫 시즌인 지난해 25경기에 등판, 8승 7패 평균자책점 4.04를 기록했다. 시범경기에선 2경기 등판, 1패 평균자책점 4.05로 투구 감각을 조율했다.한편 개막 3연승에 도전하는 KIA는 27일 롯데 상대로 박찬호(유격수) 김도영(3루수) 소크라테스(좌익수) 최형우(지명타자) 이우성(우익수) 김선빈(2루수) 황대인(1루수) 김태군(포수) 최원준(중견수)이 선발 출전한다. 외국인 투수 제임스 네일이 KBO리그 첫 등판에 나선다.광주=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2024.03.27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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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으로 옮긴 '바람 가문'의 내전···이정후-고우석 꿈의 ML 맞대결

'바람 가문'의 내전이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 계속 된다. 미국 언론은 3일(한국시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구단과 고우석이 계약 합의에 이르렀다고 보도했다. LG 트윈스 구단은 "고우석(26)이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 절차에 따라 최근 메이저리그 구단의 오퍼(영입 제안)를 받았으며, LG는 선수의 의사를 존중해 오퍼를 보낸 메이저리그 팀으로 보내기로 결정했다"고 공식 발표했다.미국으로 출국한 고우석의 협상 기한은 한국시간으로 4일 오전 7시다.LG 구단이 포스팅 비용(이적료)과 관계 없이 고우석의 MLB 진출을 허용함에 따라 샌프란시스코와 6년간 1억1300만 달러에 계약한 '처남' 이정후(26)와 맞대결에 이목이 집중된다. 고우석은 지난해 1월 초 이종범 전 LG 코치의 딸이자 이정후의 여동생과 결혼해 '처남-매제' 사이다. 둘의 인연은 낯선 미국 무대 진출 첫 시즌에도 이어진다. 휘문고와 충암고를 각각 졸업하고 2017년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과 LG의 1차 지명으로 입단한 이정후와 고우석은 청소년 대표 시절부터 함께했다. 평소에도 늘 자주 연락하고 지냈다. 오프시즌에는 예능 프로그램에도 같이 출연했다. 고우석과 아내의 만남도 '야구'로 맺은 인연 덕분이다. 고우석이 친구 이정후의 집에 자주 드나들면서 예비 신부와 알고 지내다가 연인으로 발전했다. 가족으로 인연이 맺어지기 전부터 각별한 우정을 자랑했다. 고우석이 2019년 프리미어12 대표팀 훈련 중 두산 베어스와 한국시리즈를 앞둔 이정후에게 "나도 정후가 보고 싶다. 4경기만 하고 (대표팀에 얼른) 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팬들에게는 고우석이 키움을 응원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자 이정후가 발 벗고 나서 "그런 뜻이 아니었다"고 진화했다. 프로 무대에서의 승부 앞에 양보는 없다. 고우석은 2019년 준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이정후와 만나서 그를 이기고 싶다"라고 했다. 이때까지 프로 무대에서 이정후에게 4타수 무안타로 강했다. 하지만 준PO 2차전 4-4 동점을 내준 9회 말 2사 1루에서 이정후에게 처음으로 안타를 맞았다. 이어 2루까지 뺏겼다. 고우석은 제리 샌즈를 볼넷으로 내보내 만루 위기에 몰렸고, 결국 교체됐다. 2020년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에서 고우석은 2-2로 맞선 9회 초 1사 후 이정후와 7구째 승부 끝에 중전 안타를 맞았다. PS에서 두 차례 맞붙어 이정후가 모두 안타를 뽑아냈다. 정규시즌 총 상대 전적은 10타수 3안타 1볼넷 1타점이다. 이정후와 고우석의 자존심 대결을 무대를 한국에서 미국으로 옮겨 펼쳐질 예정이다. 샌디에이고와 샌프란시스코는 같은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에 속해 올 시즌에만 총 13차례 열린다. '바람 가문'의 내전에 한국과 미국 모두 큰 관심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정후는 리드오프를 맡을 것이 유력하고, 고우석을 마무리 경쟁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MLB 진출을 꿈꿔온 이정후와 고우석이 이제 곧 빅리그에서 꿈의 맞대결을 펼치게 된다. 이형석 기자 2024.01.03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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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 출전·신인상 수상 불발...더 높은 자리 바라보는 윤영철

"다음에 더 좋은 상을 받아야죠."KIA 타이거즈 좌완 신인 투수 윤영철(19)은 지난 4일 열린 조아제약 프로야구 대상 시상식에서 조아바이톤 에이상을 받았다. 행사장을 나서는 그에게 "신인상을 받지 못해 아쉽지 않느냐"라고 묻자, 그는 더 높은 곳을 바라봤다. 윤영철은 올 시즌 고졸 신인 투수 중 가장 빼어난 성적을 남겼다. 스프링캠프에서 선발진 한 자리를 꿰찼고, 부상 없이 꾸준히 로테이션을 소화하며 25경기에 나섰다. 8승 7패·평균자책점 4.04를 기록했다. 고교 시절(충암고)부터 정확한 제구력과 영민한 경기 운영 능력, 상대 타자의 스윙 타이밍을 빼앗는 디셉션(투구 시 공을 숨기는 동작) 모두 높은 평가를 받았다. 빠른 공 구속은 140㎞/h 초반이지만, 상대 타자를 '제압'할 줄 아는 투구를 보여줬다. 김종국 KIA 감독은 스프링캠프부터 그 자질을 눈여겨 봤고, 이전 3시즌 동안 선발진을 지킨 임기영 대신 윤영철을 선발 투수로 썼다. 윤영철은 신인상에 도전할 수 있는 성적을 남겼다. 하지만 지난 시즌(2022) 28과 3분의 2이닝만 소화하며 신인상 수상 조건을 갖춘 2년 차 우완 투수 문동주(한화 이글스)에게 밀렸다. 문동주는 2023 정규시즌, 23경기에 등판해 8승 8패·평균자책점 3.72를 기록했다. 국내 투구 최고 구속(160.1㎞/h)을 경신하며 화제를 모았고, 9~10월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AG) 대표팀에 선발돼 한국의 금메달 획득을 이끌기도 했다. 지난달 27일 열린 KBO 시상식에서 문동주는 총 85표를 얻어 수상자가 됐고, 윤영철은 15표를 받았다. 지난주부터 이어지고 있는 연말 시상식에서도 문동주가 신인상을 휩쓸고 있다. 문동주는 4일 조아제약 프로야구 대상 시상식에서 다른 상 수상자로 참석한 윤영철에게 "고맙고, 미안하다"라는 진심을 전했다. 윤영철도 "(문)동주 형 덕분에 더 열심히 할 수 있었다"라고 화답했다. 프로 무대 데뷔 뒤 처음으로 참석한 시상식. 윤영철에겐 동기부여가 된 것 같다. 그는 신인상을 받지 못한 아쉬움보다 언젠가 더 좋은 선수로 인정 받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신인상을 받지 못해 아쉽지 않느냐"라는 덕담에 특유의 해맑은 웃음을 지어 보이며 "더 좋은 상을 받아야죠"라고 했다. 실제로 이날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선 언젠가 최고투수상을 받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고. 윤영철은 항저우 AG 최종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뒤에도 "아쉬운 마음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고 뛰는 날이 꼭 올 것이라고 믿는다"라고 말한 바 있다. 딱 한 번뿐인 신인상 수상 기회는 잡지 못했지만, 윤영철의 시선은 이미 더 높은 무대를 향하고 있다. 윤영철은 올 시즌 보완점을 확인했다. 경험이 부족한 탓에 장기 레이스 노하우가 없었고, 늦여름에는 페이스가 크게 떨어졌다. 올 시즌 고교 시절보다 훨씬 많은 이닝(122와 3분의 1)을 소화한 만큼 비활동기간 보강 훈련은 필수다. 경기 체력, 시즌을 버텨내는 체력을 키우기 위한 운동도 병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KIA는 올 시즌 주축 타자들이 연달아 부상으로 이탈하며 정규시즌 막판 순위 경쟁에서 밀렸다. 100% 전력을 가동하면 리그 상위권을 노릴 수 있는 팀이다. 한화는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안치홍을 영입하며 공격력을 강화했다. 노시환이 홈런왕에 오르며 리그 대표 타자로 올라서기도 했다. 문동주도 이전보다 더 많은 득점 지원을 전망이다. 2023년 대표 영건 투수들의 경쟁은 2024년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3.12.07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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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성근의 돌직구 “사장들은 2~3년 후 떠난다. 야구 미래 고민하겠나” [창간 54]

일간스포츠가 창간 54주년을 맞아 '레전드의 일침'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202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등에서 드러난 한국 야구에 대한 부진 이유를 되짚어 보고, 개선 방향을 논의하자는 취지입니다. 본지는 하리모토 이사오(한국명 장훈), 이토 쓰토무, 다카쓰 신고, 김성근 등 한국과 일본 야구에 정통한 레전드부터 일침(一針)을 들었습니다. 한국 야구가 다시 도약하길 바라는 이들의 ‘비수 같은 훈수’를 독자 여러분과 야구 관계자들에게 전합니다. 여든이 넘은 노장(老將)은 지금도 야구장에 있다. 예능 프로그램 '최강 야구'에서 최강 몬스터즈를 이끄는 김성근 감독은 대부분의 시간을 훈련장(서울 노량진야구장)에서 보내고 있다. 한국 야구의 현실을 누구보다 상세하게, 냉정하게 말해줄 그를 만났다.김 감독은 2012년 서울에서 열린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서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 후지나미 신타로(볼티모어 오리올스) 등을 처음 봤다고 한다. 일본의 고교생들을 관찰한 그는 이때부터 한일 야구의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했다고 느꼈다."당시 협회장을 비롯해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관계자들에게 물었다. (야구 발전을 위한) 10년 대계(大計)가 있느냐고. 답이 없을 뿐 아니라 관심조차 없더라. 경기장에 와서 자리나 지키다가 중간에 가버리더라. 아마추어 협회만의 문제가 아니다. 프로 야구단 사장도 모그룹에서 오지 않나? 그들은 2~3년 있다가 다른 곳으로 간다. 이런 상황에서 사장이 야구의 미래를 고민하겠느냐는 말이다. 또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도 이사회(야구단 사장 모임)의 영향을 받는 구조다. 중요한 포스트마다 이런 사람들이 있는데, 누가 사명감을 가지고 야구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는가?" 수업뿐 아니라 ‘진짜 교육’ 필요그는 인터뷰 내내 사명감이라는 단어를 강조했다.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동력은 그것뿐이라고 역설했다."돈이나 지위를 좇는 사람은 절대 미래를 그리지 못한다. 현재에 안주하거나 다른 자리를 찾느라 바쁘기 때문이다. 감독은 연승을 달릴 때 연패를 대비해야 한다. 관중이 많을 때 KBO는 위기를 준비해야 한다. 그러지 못한 게 한국 야구의 현실이다. 거기에 야구인의 아픔이 있고, 슬픔이 있다."김성근 감독은 KBO리그의 기량 저하를 걱정했다. 한국 투수들의 구속이 예전보다 빨라진 건 틀림없다. 그러나 제구력 등 기술적인 발전이 동반되지 않았다고 그는 지적했다. 특히 수비 실책을 남발하는 건 경기장을 찾아준 팬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지적했다."이건 아마추어로부터 시작된 문제라고 본다. 유소년부터 중고교생까지 괜찮은 선수들이 꽤 있지만, 전체적인 기량은 하향평준화 되고 있다. 감독‧코치들이 어떻게 가르칠지 몰라 선수들이 나쁜 폼을 고치지 못한다. 그러면 부상이 생긴다. 구조적인 문제도 있다. 훈련 시간은 적은데 중-고교 대회는 너무나 많다. 좋은 투수가 예선에서 많이 던지느라 정작 준결승, 결승에는 등판하지 못한다. 이런 환경에서 우승한다고 해도 전혀 우승팀답지 않다."김 감독의 주장은 '고교 야구 주말리그제'로 대표되는 운동선수들의 학습권 보장과 연관이 있다. 이는 중고교 선수들이 정규 수업을 듣고 경기는 주말에 하라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그는 "공부시키자는 걸 누가 반대하나. 그런데 억지로 수업을 들었다고 정말 교육이 됐는가? (탁상행정 탓에) 운동을 소홀히 하면 안 된다. 오전 9시부터 오후까지 수업을 받는다면, 아침과 저녁에 훈련하면 된다"라고 주장했다.그의 비판은 유관 기관인 교육부와 문화체육관광부까지 향했다. 학생 선수들의 학습권을 보장하는 동시에, 운동할 권리와 직업 선택권을 위한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였다. 김성근 감독은 "난 지금도 시간이 나면 책을 읽는다. 공부는 평생 하는 것이다. 내가 프로야구 감독을 할 때 스프링캠프에서 매일 한두 시간씩 선수들을 교육했다. 학생 야구도 정말 필요한 교육을 해야 한다”며 “요새 학교폭력 등도 이슈지만, 학교에서 일어나는 가장 나쁜 일은 선수들의 미래를 막는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돈‧지위 아닌 사명감 좇아야김성근 감독은 한국 야구인 중 일본 프로야구(NPB)를 가장 오래, 깊이 들여다본 지도자다. 2005년 롯데 마린스의 인스트럭터, 2006년 정식 코치를 지냈다. KBO리그에서 감독 커리어를 마치고 2018년 소프트뱅크 호크스의 코치 고문을 맡았다. 2020년부터는 1군 코치 고문, 2022년에는 특별 어드바이저로 활동했다.김성근 감독은 "예전의 일본 야구를 생각해선 안 된다. 일본 선수들 체격이 좋아진 데다 훈련 방법도 과학적으로 바뀌었다"고 전했다. 인터뷰 도중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투구와 타격 자세를 재연했다. 2023년 WBC에서 우승한 일본 대표팀 선수들이 미‧일 리그에서도 맹활약하는 건 탄탄한 기본기와 성실한 훈련 덕분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반면 KBO리그 선수들은 WBC에서 부진했을 뿐 아니라 부상도 워낙 많았다.그는 "WBC에 출전한 몇몇 우리 선수들을 보라. (근육이 아니라) 살이 붙어 있더라. 대회에 나갈 준비가 안 돼 있었다. 그런 선수를 왜 뽑았나?"라고 물었다. 아마추어가 기본기를 다지는 데 소홀하고, 프로에는 체계적인 훈련을 도울 '코치의 부재'가 김성근 감독이 안타까워하는 한국 야구의 문제였다.김성근 감독은 "현재에 만족해서 그렇다. 더 발전하려고 노력해야 미래가 있다. 2007년 SK 와이번스가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뒤 일본 도쿄에서 열린 아시아 시리즈에 참가했다. (일본시리즈 우승팀) 주니치 드래건즈를 두 번 만나서 예선(6-3)에서 이겼지만, 결승(5-6)에서 졌다. SK는 다음날 귀국하지 않고 일본 고치 캠프로 갔다. 코치‧선수들에게 '퍼펙트한 팀을 만들자'고 했다. 그게 SK 왕조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그의 주장은 다시 사명감으로 이어진다."지난해 말 SK 출신 선수들이 식사 자리를 만들었다. '감독님 계실 때 훈련하느라 죽을 뻔했다. 그래도 덕분에 성공했다'고 하더라. '내가 더 죽을 뻔했다'고 했더니 선수들이 '그건 맞다'며 웃더라. 나는 이 더위에도 하루 300개씩 펑고(fungo, 수비 훈련을 돕기 위해 타구를 날리는 것)를 친다. 집에 가면 온몸이 아프지만, 선수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내가 죽는 한이 있더라도 선수를 살리는 게 지도자다."인터뷰 내내 김성근 감독은 한국 야구의 총체적 문제를 지적했다. 행간을 잘 읽어보면 그가 아쉬워하는 대상은 선수보다 행정가와 지도자, 즉 '야구계의 선배'였다. 절박한 현실을 외면한 채 듣기 좋은 말만 나누는 한국 야구의 현실을 꼬집었다. 끝으로 그는 지난해 소프트뱅크를 떠나면서 일본의 전설적인 홈런왕 출신 오 사다하루(83) 호크스 야구단 회장과 나눈 일화를 전했다."오 회장이 '긴상(金さん), 우리가 살면 얼마나 살겠나? 마지막 가는 길에 (야구계에) 혼을 선물하고 가자'고 했다. 나는 '좋습니다. 대신 악에 받쳐서 합시다. 사람들로부터 칭찬받는 일은 하지 말자'고 답했다.”김식 기자 ◆김성근(金星根, 1941년 10월 30일~)일본 교토에서 태어나 한국 국적을 유지한 채 1961년부터 한국 실업야구에서 뛰었다. 선수 은퇴 후 마산상고, 충암고, 신일고 등에서 감독을 맡았고, 1982년 OB 투수코치로 프로 무대에 들어왔다. 1984년 OB 감독을 시작으로 태평양 돌핀스(1989~90년) 삼성 라이온즈(1991~92년) 쌍방울 레이더스(1996~99년) LG 트윈스(2001~2002년) SK 와이번스(2007~11년)를 거쳐 한화 이글스(2015~17년) 감독을 역임했다. SK 시절엔 세 차례나 우승을 차지하며 ‘야신(野神)’으로 불렸다. 비판 의식이 강한 탓에 구단과 잦은 마찰을 일으키기도 했다. 2023.09.2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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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R까지 투수 지명 집중…웃으며 창원으로 떠난 NC

NC 다이노스가 신인 드래프트로 투수 뎁스(선수층)를 보강했다. 임선남 NC 단장은 "현재의 기량보다는 잠재력을 우선해 지명하고자 했다. 우리 원칙대로 진행했다"며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고 결과에 대해 상당히 만족한다"고 말했다.NC는 14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24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5순위로 휘문고 투수 김휘건을 지명했다. 체격 조건(1m91㎝·몸무게 105㎏)이 탄탄한 김휘건은 올 시즌 고교리그 9경기에서 2승 1패 평균자책점 2.12를 기록했다. 34이닝 48탈삼진. 일찌감치 황준서(장충고) 김택연(인천고) 전미르(경북고) 육선엽(장충고)과 함께 '투수 빅5'라는 평가를 들었다. 앞서 네 선수의 이름이 차례로 불렸고 김휘건도 '예상대로' NC 유니폼을 입었다. 임선남 단장은 "우수한 신체조건, 운동신경 그리고 폭발적인 구위를 가진 특급 선발 자원이다. 무한한 잠재력을 지닌 선수로 생각한다"며 "구단 육성 시스템을 통해 그런 잠재력, 가능성을 현실로 바꿔 갈 수 있을 거라 확신해 주저하지 않고 지명했다. 머지않은 미래 창원 NC파크 마운드에 서서 던지는 김휘건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런 날이 하루빨리 오도록 구단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김휘건은 "창원에서 태어났고 7살부터 창원에서 야구를 시작했다. 고향 팀을 위해 내 오른팔을 바치겠다. 먼 미래에 NC 구단을 대표하는 선수가 되어 NC 팬분들에게 자부심을 줄 수 있는 선수가 되겠다"며 "팀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 미래에 NC 다이노스라는 구단을 떠 올렸을 때 내 이름이 나올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NC는 2라운드에서 대구상원고 투수 임상현(전체 15순위) 3라운드에선 경기고 투수 김민균(전체 25순위)을 지명했다. 이어 4라운드와 5라운드에서도 대구고 투수 홍유원(전체 35순위)과 비봉고 투수 최우석(전체 45순위)을 각각 호명했다. 6라운드 동아대 투수 손주환(전체 55순위)까지 1라운드부터 6라운드까지 모두 투수를 지명, 마운드 미래 전력 확보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민동근 NC 스카우트 팀장은 임상현과 김민균에 대해 "(임상현은) 내구성과 완성도가 뛰어난 전천후 자원이다. 기복 없이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할 줄 알며, 다양한 변화구 구사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향후 단시간 내 전력감 자원이 되길 기대하며 지명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민균은) 올해 좌완투수 뎁스가 약했다. 우리는 김민균의 우수한 신체조건과 유연성을 높게 봤다. 향후 육성 시스템을 통해서 팀 내 좌완 선발 투수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 능력을 갖췄다고 봤고 미래의 주축 선발 투수로 성장해 주길 바라며 지명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NC는 7라운드에서 경북고 내야수 김세훈(전체 61순위)과 장충고 투수 원종해(전체 65순위)를 픽했다. 전체 61순위 지명권은 지난 2월 외야수 이명기 트레이드 때 한화 이글스로부터 양도받은 권리였다. 이어 8라운드(전체 75순위)에서 충암고 내야수 조현민, 9라운드(전채 85순위)에선 연세대 외야수 고승완의 이름이 불렸다. 10라운드와 11라운드에선 광주진흥고 포수 김재민과 경북고 투수 김준원을 각각 지명했다.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2023.09.15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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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포커스] 순위 경쟁+이의리 이탈+순연 18경기...KIA, 윤영철 관리 딜레마

좋은 팀 성적과 젊은 투수의 어깨 관리, 두 가지 모두 해내야 한다. KIA 타이거즈 앞에 어려운 숙제가 놓였다. 올 시즌 신인 투수 중 가장 많은 이닝(23일 기준)을 소화한 선수는 KIA 좌완 윤영철(19)이다. 그는 18경기(17선발)에 등판해 89이닝을 막았다. 퓨처스리그 2경기 기록(13이닝)을 포함하면 102이닝이다. 고교(충암고) 3학년이었던 2022년 윤영철은 대한야구소프트볼연맹(KBSA) 주최 대회에서 총 65과 3분의 1이닝을 소화했다. 9월 열린 청소년세계선수권 대회에선 17과 3분의 1이닝을 막았다. KIA는 지난해 11월 제주도에서 치른 마무리 캠프에 윤영철을 데려가지 않았다. 그가 지난해 다른 투수과 비교해 많은 공을 던졌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윤영철은 홈구장(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체력 훈련 위주의 프로그램을 소화했다.윤영철은 KIA 입단 뒤 고교 시절이었던 지난해보다 훨씬 체계적인 몸 관리를 받고 있다. 지난 6월 한 차례 1군 엔트리에서 빠진 뒤 재정비 시간을 갖기도 했다. 이 점을 고려해도 등판 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윤영철은 이미 지난해보다 20이닝 더 던졌다. KIA는 정규시즌 40경기 이상 남겨두고 있다. 윤영철이 경기당 5이닝을 소화한다고 가정하고, 남은 경기 선발 로테이션을 모두 소화하면 140이닝을 넘기게 된다. 윤영철의 팀 선배이자 이의리는 데뷔 첫 해(2021년) KBO리그 정규시즌에서 94와 3분의 2이닝, 도쿄올림픽에서 10이닝을 소화했다. 2020년 신인왕 소형준(KT 위즈)도 그해 133이닝을 막았다. 소형준은 2021년 구속 저하에 시달리며 고전하기도 했다. 프로 데뷔 시즌 고교 시절보다 훨씬 많은 이닝을 소화하며 쌓인 피로가 이듬해 작용하는 것이다. ‘만 25세 이하 투수가 전년 대비 최소 30이닝을 더 던지면 부상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라는 메이저리그(MLB) 저명 칼럼니스트 톰 버두치의 주장은 이미 정론으로 여겨지고 있다. 문제는 KIA의 상황이다. 22일까지 48승 2무 50패를 기록하며 5~7위를 오가고 있다. 포스트시즌(PS) 진출 경쟁이 한창이다. 전력 안배할 여유가 없다. 경기 일정도 타이트하다. 23일 기준으로 18경기나 비 때문에 치르지 못했다. 9월 중순 이후에도 휴일이 거의 없을 전망이다. 심지어 홈보다 원정에서 순연된 경기가 더 많다. 심지어 팀 주축 선발 투수 이의리가 9월 말 열리는 항저우 아시안게임(AG) 국가대표팀에 차출된다. 마땅한 대체 선수도 없다. KIA는 우승을 목표로 삼은 팀이다. PS 진출은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는 것이다. 5강 경쟁은 정규시즌 최종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윤영철을 선발진에서 빼기는 어려워 보인다. KIA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3.08.24 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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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잠실] 악재 발생 '10위' 키움, 이번엔 이지영 1군 제외

베테랑 포수 이지영(37·키움 히어로즈)이 전열에서 이탈했다.이지영은 1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 원정 경기에 앞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이지영이 1군에서 빠진 건 올 시즌 처음. 홍원기 키움 감독은 "목에 담 증세가 있다. (관련 문제로) 경기를 나갔다가 안 나갔다가 했는데 누구보다 몸 관리를 열심히 하는 선수"라며 아쉬워했다.이지영은 올 시즌 81경기에 출전, 타율 0.249(217타수 54안타) 8타점을 기록했다. 출루율(0.291)과 장타율(0.295)을 합한 OPS는 0.586. 눈에 띄는 성적은 아니지만 센터라인의 중심을 잡는 안방마님이었다.키움은 이지영이 빠지면서 안방의 무게감이 헐거워졌다. 2004년생 신인 김동헌과 2001년생 김시앙이 투수진을 이끌어야 한다. KBO리그 최하위로 추락한 팀 성적을 고려하면 만만치 않은 악재가 발생한 셈이다. 기대를 거는 건 김동헌이다. 충암고를 졸업한 김동헌은 2023년 신인 드래프트 2라운드 전체 12순위로 입단했다. 올 시즌 개막전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뒤 꾸준히 1군에서 기회를 잡았다. 9월에 열리는 항저우 아시안게임(AG) 야구 대표팀에도 발탁됐다.홍원기 감독은 "팀의 방향도 그렇고 (주전) 포수가 나오기 굉장히 힘들지 않나. 김동현이 경험도 쌓고 실패나 성공을 반복하면서 성장하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며 "거친 모습이 조금씩 없어지는 거 같고 아직 어리니까 계속 발전해 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잠실=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2023.08.13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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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 NC' 금강불괴 코치가 돌아본 물금고 언더독 반란, "우리 선수들 정말 대견하죠?"

“선수들이 정말 대견합니다.”비록 우승 문턱에서 좌절했지만, 물금고가 이번 청룡기에서 보여준 열정과 성적은 대단했다. 창단 첫 전국대회 결승전에 진출하기까지 물금고는 10점 차 역전 드라마(대회 16강전), 야구 명문고 제압 등 파란을 연달아 일으켰다. 비록 결승에서 경북고의 벽에 막혀 우승은 좌절됐지만, 물금고는 ‘언더독의 반란’과 함께 고교야구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 넣었다. 물금고 선수들을 지도한 최금강 코치의 목소리에서도 진한 아쉬움이 묻어났다. 최 코치는 경기 후 본지와의 통화에서 “선수들이 정말 잘해줬는데 (결승전에서 져서) 아쉽다. 아이들이 정말 대견하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선수들이 그동안 그늘 한 점 없는 야구장에서 열심히 훈련하면서 고생이 많았는데, 이번 대회에서 선수들이 조금이나마 보상받은 것 같아 기분이 좋다”라고 말했다. 최금강 코치는 고생한 선수들의 이름을 나열하며 “고맙고 대견하다”고 말했다. 최 코치는 “(공)민서가 최다 안타(12개)상을 받으면서 잘해줬고, 마운드에선 (조)동휘가 1학년인데도 씩씩하게 잘 던져줬다. (배)강현이도 3학년 부담 탓인지 한동안 처져 있다가 이번 대회에서 잘해줬고, (서)보한이도 이렇게까지 잘해줄 거라고 예상 못했는데 잘 던져줬다. (박)세현이는 통증에도 출전 의지를 불태우면서 힘을 실어줬다”라며 한 명 한 명 감사 인사를 건넸다. 창단 첫 결승전까지 과정 하나하나가 최 코치에겐 감동이었다. 2년 동안 한 번도 이기지 못한 마산고를 16강전에서 만나 10점 차 열세를 뒤집는 역전 드라마로 첫 승을 거뒀고, 강호 충암고와의 8강전에선 140㎞/h 중후반 구속이 나오는 강투수들을 상대로 장단 14안타를 때려내며 창단 첫 전국대회 4강 진출이라는 쾌거를 일궈냈다. 최금강 코치는 “날씨 운도 따랐지만, 무엇보다 선수들의 열정과 노력이 대단했던 덕에 더 높은 곳까지 올라간 게 아닐까. 이런 경험을 하게 해준 선수들이 정말 고맙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선수들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이들을 지도한 최금강 코치의 공도 빼놓을 순 없다. 때로는 따뜻한 격려로 선수들의 용기를 북돋는 한편, 필요할 땐 따끔한 한 마디로 선수의 멘털을 바로잡기도 했다. 10점 차를 뒤집은 16강전, 13-12 1점 차 리드를 가져온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른 1학년 조동휘에게 최금강 코치는 따뜻한 격려의 한 마디를 건넸다. 최 코치는 “동점이나 역전 준다고 동요할 필요 없다. 급한 건 오히려 상대 팀이고 너는 차분하게 네 공만 던지면 된다”고 조언하며 용기를 불어넣었다. 그 결과 조동휘는 5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면서 팀의 승리를 지켰다. 하지만 서보한에겐 달랐다. 16강전 선발로 나와 2⅓이닝 4실점으로 부진한 그가 충암고와의 8강전 7회 2사 만루 상황서 재등판하자, 최금강 코치는 그를 강하게 밀어붙였다. 7-7 동점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르는 그에게 최 코치는 “마산고전에서 팀이 고전했던 건 (선발이었던) 네 책임도 있다. 그런데 동료들이 그 경기에서 승리하고 오늘도 동점까지 잘 끌고 왔다. 에이스의 책임감이 있다면 죽어라 던져서 무조건 네가 막아야 한다”라고 강하게 말했다. 그렇게 마운드에 오른 서보한은 만루 실점 위기를 넘긴 뒤 2⅓이닝 2실점으로 강호 충암고 타선을 막아내며 팀의 창단 첫 준결승행을 견인했다. 최 코치의 당근과 채찍이 만들어낸 결과물이었다. 2년 차 초보 지도자임에도 노련하게 선수들을 지도했다. 최금강 코치는 선수 시절 경험이 지금의 지도자 생활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2012년 NC 다이노스의 창단 멤버로 프로 생활을 시작한 최 코치는 2021년까지 9년 동안 뛰며 선수 경력을 쌓아왔다. 2015년엔 14홀드로 필승조 역할을 했고, 2016년엔 11승과 함께 한국시리즈 선발 마운드까지 밟았다. 2021년 겨울 팀을 떠난 뒤 최금강은 이듬해 물금고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 프로에서의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어린 선수들을 지도하며 팀을 전국대회 결승전까지 끌어 올렸다. 최금강 코치는 “선수들을 지도하면서 프로 시절 경험을 많이 되살린다. ‘이럴 때 최일언 코치님은 어떻게 하셨지, 저럴 때 지연규 코치님은 뭐라고 하셨지’ 등을 기억해내면서 선수들에게 지시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무작정 지시만 내리는 것은 아니다. 경기 전 투수들에게 이유를 충분히 설명하고 납득시킨 뒤 지시를 내린다고 말했다. 최 코치는 “투수, 포수들과 상의도 많이 한다. 매번 결과가 좋다고 할 수는 없지만, 다행히 선수들이 잘 믿고 따라주고 있다”라고 말했다. "선수들을 지도하는 게 정말 재밌고 뿌듯하다"라고 덧붙였다. 전국대회 결승전 열기를 맛본 물금고는 이제 8월에 열리는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를 향해 다시 담금질에 돌입한다. 10월 열리는 전국체육대회(전국체전)에도 경남 대표로 출전해 또 한 번의 새 역사를 준비하고 있다. 최금강 코치는 “5월 황금사자기 땐 선수들이 많이 긴장해서 좋은 모습을 못 보였는데, 이번 대회로 자신감을 많이 얻었을 것이다. 잘 준비해서 봉황대기에선 더 높은 곳을 바라보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그는 “아직 전력상 다른 팀에 비해 완성도가 높지는 않다. 하지만 선수들이 안좋은 환경 속에서도 열심히 하고 있으니 많이 응원해달라”고 당부했다.윤승재 기자 2023.07.28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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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점차 역전드라마, 4시간 동안 씻지도 않고 봤죠" 숨죽여 지켜본 선배, 물금고 '영웅'도 환호했다

“4시간 동안 씻지도 않고 봤어요.”지난 20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물금고와 마산고의 경기. 물금고는 3회 초에만 11점을 내주면서 1-11로 끌려갔다. 패색이 짙었던 경기. 이대로라면 5회 콜드게임 패배도 바라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후 기적이 일어났다. 4회 말 7득점으로 추격에 나선 물금고는 5회 실점 후 5점을 추가하며 점수를 뒤집었다. 이후 물금고는 8회 말 1점을 추가, 14-12 대역전 드라마를 써내며 8강전에 진출했다. 모두가 놀랐던 경기. 이 각본 없는 드라마를 인터넷 중계로 4시간 동안 숨죽이며 지켜본 사람이 있었다. 바로 물금고 선배 김영웅이었다. 2022년 삼성 라이온즈에 입단한 김영웅은 2015년 창단한 물금고의 1호 프로지명 선수다. 그는 프로 입단 후에도 모교의 경기를 찾아보고 후배들과 연락을 이어왔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김영웅은 훈련 뒤 땀에 젖어있는 상황에서도 후배들의 경기를 지켜보기 위해 샤워를 미뤘다. 4시간 동안 앉은 상태 그대로 숨죽여 지켜봤다. 김영웅은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후배들의 대역전 드라마에 “소름이 돋았다”라고 돌아봤다. 현재 물금고의 주력 선수들은 김영웅이 물금고 주전 내야수로 활약하던 시절 신입생들이었다. “(공)민서나 (고)승현이, (강)도경이 등등..”이라며 후배 선수들의 이름을 나열한 김영웅은 “후배들 모두 끈기 있고 파이팅 넘치는 선수들이다. 10점 차였어도 뒤집을 것 같긴 했는데 진짜 뒤집고 승리하는 걸 보고 정말 자랑스러웠다”라고 말했다. 기특한 마음에 경기 후 선수들에게 연락해 용돈도 보내줬다는 후문이다. 물금고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8강전에서 명문 충암고까지 제압하고 준결승에 올랐다. 22일 경기에서 우천 서스펜디드로 승부를 내지 못했던 물금고는 24일 이어진 경기에서 4점을 추가하며 11-9로 승리했다. 물금고 야구부 창단(2015년) 첫 메이저 대회 4강 진출이었다. 김영웅은 “제가 물금고에 있을 때 8강이 목표였는데 이렇게 준결승까지 가게 돼서 뿌듯하다. 항상 삼성 팀원들하고 다닐 때도 ‘물금고가 최고’라고 말하고 다녔는데 이제 더 당당하게 말해도 될 것 같다”라며 웃었다. 그는 “두 번만 더 하면 우승인데 준결승에 만족하지 말고 우승까지 노려봤으면 좋겠다”라며 후배들을 응원했다. 후배들의 파란은 김영웅에게도 큰 자극이 됐다. 김영웅은 “후배들을 보면서 나도 정말 많이 배웠다. 포기하지 않는 후배들을 보면서 나도 다시 열심히 해야겠다고 마음을 다잡게 됐다”라고 이야기했다. 현재 김영웅은 현재 작은 부상으로 재활조에 내려와 있다. 허벅지 앞쪽 부위에 통증을 느껴 부상 회복 중이다. 김영웅은 전반기를 돌아보면서 “부족한 것도 많았지만 조금씩 배워가고 성장한 전반기였다. 후반기 땐 조금 더 보완해서 자신감 있는 모습을 더 보여드리고 싶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윤승재 기자 2023.07.2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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