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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축구

축구 카드에 담긴 프란치스코 교황의 운명 [이정우의 스포츠 랩소디]

2019년 넷플릭스는 ‘두 교황(The Two Popes)’이라는 실화 바탕의 영화를 제작했다. 이 영화는 건강상의 이유로 자진 퇴위한 보수적인 교황 베네딕토 16세(안소니 홉킨스)와 진보 성향의 후임 교황 프란치스코(조너선 프라이스)의 갈등과 우정을 담아 호평을 받았다.‘두 교황’의 흥미로운 점은 영화 곳곳에 축구 얘기가 나온다는 것이다. 아르헨티나 출신의 프란치스코는 열렬한 축구팬으로 유명하다. 영화 속의 베네딕토 16세는 축구에 크게 관심을 갖지 않는 캐릭터로 묘사됐다. 하지만 독일 출신의 그는 바이에른 뮌헨 팬이었고, 축구가 특히 젊은 세대에게 정직, 연대, 박애의 가치를 가르치는 교육 수단이라고 강조했다.영화의 마지막은 두 교황이 2014 브라질 월드컵 결승전을 TV로 함께 시청하는 장면이다. 당시 결승전의 상대는 그들의 조국인 아르헨티나와 독일이었기 때문이다. 결승전에 올라간 두 팀이 파울을 범할 때 두 교황은 서로 “경기의 일부분”이라고 자신의 조국을 감싸며 티격태격하는 깨알 같은 재미도 보여준다. 경기는 독일의 1-0승으로 끝났고, 두 교황은 축하와 격려를 건네며 영화는 끝을 맺는다. 대부분의 아르헨티나 어린이들처럼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리오(프란치스코 교황의 본명)’도 아주 어릴 때부터 축구에 푹 빠져 있었다. 그는 고향인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플로레스 지역에 있는 포장도로나 '포트레로스(potreros)'라고 불리는 먼지가 날리는 축구장에서 친구들과 몇 시간 동안 축구를 즐기곤 했다. 아쉽게도 베르골리오는 좋은 선수는 아니었다. 그는 2025년 1월에 출판된 『희망(Hope, 현직 교황이 출판한 최초의 자서전)』에서 자신의 실력이 너무 형편없어서 ‘딱딱한 발(hard foot)’이라는 별명이 붙었다고 밝혔다.비록 축구에 소질은 없었으나, 베르골리오는 로렌조 마사 신부가 1908년 창단한 클럽인 ‘산 로렌조(San Lorenzo)’의 열렬한 팬이 되었다. 산 로렌조는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보에도 지역을 연고로 하는 클럽으로 리버 플레이트, 보카 주니어스 등과 함께 아르헨티나의 ‘빅 파이브’ 중 하나로 꼽힌다. 클럽 카드를 가진 정식 서포터스였던 베르골리오는 교황이 된 후에도 클럽 회비를 계속 납부했다. 이탈리아에는 교황 선출에 관한 유명한 속담이 있다. 바로 “교황이 되기 위해 콘클라베(conclave, 차기 교황을 선출하는 추기경단 비밀회의)에 들어가는 사람은 추기경으로 나온다”는 것이다. 이 속담은 “겉보기에 확실한 문제에도 자만해서는 안 된다"라는 교훈을 일깨워 준다. 2013년 3월 시스티나 성당 굴뚝에서 새 교황이 선출된 것을 알리는 흰 연기가 피어오르자, 전 세계는 놀랐다. 예상을 뒤엎고 베르골리오가 새 교황이 되었기 때문이다. 속담이 다시 한번 맞은 것이다.당시 많은 아르헨티나 국민들은 베르골리오의 교황 취임을 국가 역사상 “두 번째 신의 개입”으로 기념했다고 한다. 첫 번째는 1986 멕시코 월드컵에서 디에고 마라도나가 잉글랜드를 상대로 손으로 골을 넣은 “신의 손(Hand Of God)” 사건이었다. 하지만 마라도나의 속임수와는 달리 프란치스코 교황은 사회, 환경 등 다양한 문제에서 명확한 입장을 견지하며, 자신의 언행을 통해 가톨릭교회를 새로운 길로 인도하도록 선택된 사람임을 증명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스포츠는 단순한 오락이 아니었다. 그는 삶의 미덕, 공동체 의식, 규율 등을 신학교가 아닌 축구를 즐기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거리에서 배웠다고 한다. 교황은 스포츠가 가지고 있는 영향력을 주목하며 운동선수는 청소년들의 롤 모델이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또한 그는 스포츠가 사회를 형성하고, 인간관계를 증진하며, 형제애와 겸손에 뿌리를 둔 가치를 함양하는 힘을 지닌다고 믿었다. 이렇게 교황에게 스포츠, 특히 축구는 하느님과 인간들의 연결을 유지하는 매개체였다.교황은 2023년 이탈리아 RAI 텔레비전과의 인터뷰에서 역대 최고의 선수로 마라도나와 리오넬 메시 중 한 명을 선택해 달라는 질문을 받았다. 그는 “마라도나는 위대하지만, (코카인 등의 중독으로) 인간으로서 실패했습니다”고 말하며, 2022 월드컵 트로피를 들어 올린 메시를 “신사”라고 치켜세웠다.그러면서 교황은 자신에게 가장 위대한 선수는 펠레라는 답변을 내놨다. 그는 “인내, 포용, 절제 등 스포츠에 필요한 요소는 크리스천이 가져야 하는 덕목의 일부이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펠레는 이러한 긍정적인 특성을 삶에서 보여줬다”고 밝혔다. 아울러 자신의 조국인 아르헨티나 선수가 아닌, 라이벌 국가 브라질의 펠레를 선택하며 교황은 화합과 평화의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프란치스코는 로마 가톨릭교회의 수장이 된 후 고국인 아르헨티나를 방문한 적이 없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조국에 마지막 메시지를 보냈는지도 모른다. 교황은 부활절 월요일인 지난 4월 21일 오전 2시 35분(아르헨티나 시간)에 88세 일기로 하느님 아버지의 집으로 돌아갔는데, 그의 축구 클럽 카드 번호가 88235이기 때문이다. 평생 힘없는 사람들을 도왔던 프란치스코는 그가 사랑한 축구를 통해 마지막 인사를 남기고 그렇게 우리 곁을 떠났다. 2025.05.03 11:11
예능

‘꼬꼬무’ 한채아→최다니엘, 대한민국 핵무기 개발에 ‘소름’

SBS 예능프로그램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가 1970년대 있었던 대한민국의 핵무기 개발 이야기로 놀라움과 흥미로움을 자아냈다.지난 20일 방송된 ‘꼬꼬무’ 163회는 ‘비임무 - 대한민국 핵무기를 개발하라!’를 주제로 1970년대 대한민국 핵무기 개발 비밀 프로젝트를 다뤘다. 리스너로는 배우 최다니엘, 모델 겸 방송인 정혁, 배우 한채아가 함께했다.이날 방송은 1948년 한창섭 박사의 이야기로 시작됐다. 그는 미국에서 핵물리학을 공부해 조국에 이바지했으면 하는 부친의 바람에 따라 아내와 100일 된 아들을 두고 대한민국을 떠나 미국 코넬대로 향했다. 그 시기는 전 세계적으로 핵무기 개발 경쟁이 불붙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거짓말처럼 한순간에 사라져 버렸고 오랜 시간이 흘러 발견된 한창섭은 딴사람이 되어 버렸다. 미국의 한 동네에서 인쇄소를 운영하고 있었고, 백인 여성과 결혼까지 했던 것. 그는 한국어를 전혀 하지 못했고, 자신의 과거 부인과 아들을 전혀 몰라봤다.더 놀라운 사실은 한창섭의 아들은 70년대 메가 히트곡인 포크송 ‘행복의 나라로’를 부른 한대수였다. 한대수는 “아버지가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 미국화됐다. 완벽한 영어를 하더라”고 떠올리며, 핵 기밀을 빼내 갈까 봐 미국으로부터 세뇌를 당하는, 이른바 ‘브레인 워시’를 당한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을 했다. 한대수는 부친에게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었으나 “지나간 것은 지나간 겁니다. 과거는 잊어버리세요”라는 말만 되돌아왔다. 한대수는 “사라진 모든 것이 수수께끼”였다고 말했다. 한창섭은 끝내 어떤 말을 하지 않고 2009년 세상을 떠났다.그 당시 전 세계 핵무기 경쟁 속, 대한민국도 핵무기 개발을 시도했다. 조국을 위해 중요한 일을 해달라는 부름에 해외에서 활약하던 250명의 과학자들이 대한민국 땅을 밟았다.전 세계의 눈을 피해서 은밀히 진행해야 했던 핵무기 비밀 프로젝트와 관련된 극비 보고서는 작성 30년 만인 2003년 최초로 공개됐는데 총 9장의 분량으로 핵폭탄의 원료인 플루토늄 핵폭탄을 개발한다는 내용으로 총책임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었다.1973년, 당시 해당 시설 기술을 보유한 국가는 미국, 소련, 중국, 캐나다, 프랑스, 영국 6개국뿐이었다. 기적적으로 프랑스로부터 핵무기 개발의 핵심인 핵연료 재처리 기술을 수입할 수 있게 됐다. 그 과정은 첩보 작전을 방불케 하며 초긴장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뜻하지 않게 계약을 논의 중이던 프랑스 회사에 원인 모를 화재가 발생하고, 담당자가 차 안에서 의문의 변사체로 발견됐다. 이 계약을 담당한 김철 박사가 묵었던 숙소 옆 건물은 갑자기 폭발 사건이 발생했다. 이 같은 우여곡절 끝에 마침내 1975년 대한민국은 재처리 기술에 대한 본계약을 체결했다.핵 개발이 점차 구체화되어 가고 있었지만, 이 같은 낌새를 눈치챈 미국의 압박은 직접적이고 거세졌다. 미국의 불신 속 대전 외곽의 한 농장에서는 지대지 유도탄, 즉 미사일 개발 연구가 진행됐다. 미사일에 핵탄두만 실으면 핵무기가 되기 때문. 그 과정을 위해 미국의 한 방위산업체에 미사일 구입을 핑계로 예비 설계 과정에서 기술을 빼 올 수 있었다. 이경서 박사는 “처음부터 미사일을 살 생각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를 들은 한채아는 “소름이다”라며 놀라움을 드러냈다. 국방과학 연구소 소속 10명의 과학자는 삼엄한 경비 속에서 인간 복사기로 변신했고, 이경서 박사는 “유도탄과 관련해 90% 정도를 배워서 나왔다”고 떠올렸다.그러나 이같이 핵무기 개발에 대한 과학자들의 치열한 노력은 뜻하지 않은 상황으로 끝이 나고 말았다.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전 대통령의 서거와 함께 모든 자료가 금고에 남겨진 채 마무리되고 만 것. 금고에는 핵무기 관련 보안 문서가 담긴 노란 봉투가 존재했다고 전해진다. 그 당시 핵무기 개발을 추진했던 오원철 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이를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보냈으나 결국 사라졌다고 전해 놀라움을 자아냈다. 오 전 수석은 이 노란 봉투가 전두환 정권에 의해 미국에 넘어갔다고 추정했다.핵무기 개발이 중단되던 그때, 대한민국의 핵기술에 대해 미국의 비밀문서에는 “대한민국은 1980년경까지 핵무기를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다”고 분석했다. ‘수많은 과학자들이 희생해서 개발한 핵무기를 성공했다면 지금 우리는 어떻게 됐을까?’에 대한 진지한 질문을 이어가며 마무리됐다. 한채아는 “(핵과 관련된 이야기에) 평소 크게 관심이 없었는데, 우리나라를 지키려 했던 마음에 감사함을 느낀다”고 말했다.한편 ‘꼬꼬무’는 세 명의 ‘이야기꾼’이 스스로 공부하며 느낀 바를 각자의 ‘이야기 친구’에게, 가장 일상적인 공간에서 1:1로 전달하는 프로그램으로 매주 목요일 오후 10시 20분에 SBS를 통해 방송된다.이수진 기자 sujin06@edaily.co.kr 2025.02.21 09:16
예능

[TVis] 추성훈, 인정받지 못한 정체성 “한국에선 조국의 배신자, 일본에선 차별과 악플” (‘강연자들)

격투기 선수 추성훈이 귀화 후 느낀 정체성 혼란에 대한 대한 심경을 전했다. 3일 방송된 MBC ‘심장을 울려라 강연자들’(이하 ‘강연자들’)은 ‘세상이 내 뜻대로 되지 않을 때’라는 주제로 추성훈의 이야기로 채워졌다. 재일교포 4세로 일본에서 유년기를 보낸 추성훈은 “제가 살던 동네가 오사카 지방 중에서도 (치안이) 나쁜 동네였다. 친구들이 거의 야쿠자다. 조폭, 깡패”라고 말했다. 추성훈은 “(그럼에도)내가 나쁜 쪽으로 가지 않은 이유는 어려서부터 유도를 했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유도를 해서 엄청 무서웠다. 나쁜 길 안가고 유도만 바라보고 좋아하는 시절이 있었다”고 설명했다.중, 고등학교 때 유도 선수였지만 돈이 없어 대학을 갈 수 없었던 추성훈. 그는 “찾아보니 오사카에서 유도대회 1등을 하면 학비 지원을 받을 수 있더라”며 실력으로 스카우트를 받았다고 고백했다. 유도인으로서의 꿈은 태극기를 단 ‘대한민국 국가대표’였지만 대학 졸업 후 실업팀에 가기 위해선 한국 국적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고민 끝에 그는 돈보다 꿈, 한국행을 택했다. 이후 부산시청 소속으로 활동한 추성훈은 “도복에 붙인 태극기, 뒤에는 ‘KOREA’라고 되어있는 것이 얼마나 갖고 싶었는지”라며 “돈 있어도 못 갖는 태극기를 붙일 때 눈물이 나더라”고 말했다. 그는 아시아선수권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는 등 큰 활약을 펼쳤지만 국내 경기에서 판정패를 많이 당하며 끝내 국가대표에 발탁되지 못했다. 이후 추성훈은 결국 일본 귀화를 결정했다. 추성훈은 “저는 (재일교포)4세대이고, 일본에 터를 잡고 100년이 지난 거다. 유도를 좋아한다는 이유로 ‘추’ 씨 성을 바꾸는 것이 괜찮을까 생각했다”며 쉽지 않은 결정이었음을 털어놨다. 이후 아키야마라는 이름으로 출전한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유도 결승전에서 추성훈은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하지만 그의 금메달은 일본의 몫. 추성훈은 “일장기가 가운데 올라가고 태극기가 옆에 올라가는데, 기쁜데 마음이 이상하더라”고 말했다. 하지만 우승 후 추성훈에게는 ‘조국을 배신했다’는 한국인들의 악플이 쏟아졌다. 또 그를 재일교포로만 바라보는 일본 사회에서도 환영 받지 못했다. 그는 “나는 도대체 어느 나라 사람인가 싶다"라고 말해 청중의 안타까움을 샀다. 박세연 기자 psyon@edaily.co.kr 2024.11.03 22:38
예능

[TVis] 안재모 “♥아내, 싸이월드 미니홈피 통해 만나…처음부터 결혼 생각은 X” (4인용식탁)

배우 안재모가 아내와의 첫 만남을 언급했다.21일 오후 방송된 채널A ‘절친 토큐멘터리 – 4인용식탁’(이하 ‘4인용식탁’)에서는 대한민국 축구 레전드 이동국이 출연, 배우 이종혁, 안재모, 축구 선수 후배 정조국을 집에 초대한 모습이 그려졌다.이날 안재모는 친구의 싸이월드 미니홈피를 보다 아내 사진을 보고 소개를 받게 됐다고 밝혔다. 안재모는 “그렇게 소개받아서 지금까지 같이 살고 있다. 싸이월드 사진 한 장으로”라고 말해 놀라움을 자아냈다.이동국이 “처음부터 결혼을 생각했냐”고 묻자, 안재모는 “사실은 결혼까진 안 했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를 집까지 바래다주고 지금의 장인어른을 마주치게 됐다고,안재모는 “장인어른이 ‘몇 층에 누굴 데려다주고 가는 길이냐’고 물어서 딱 아내의 아버지임을 직감했다”며 “‘차 한 잔 하자‘고 하셔서 집에 올라가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때가 연애한 지 일 년 정도 됐을 때인데, 장인어른이 ‘끝까지 책임질 거 아니면 만나지 말라’고 하셨다”며 “그때 내가 그렇게 미덥지 않은가? 싶었고, ‘제가 끝까지 책임질 거다’고 말하고 나와서 다음 날 짐을 싸서 우리 집으로 데리고 왔다”고 말해 놀라움을 자아냈다.이를 듣던 이종혁이 “후회하지?”라고 장난스럽게 물었고, 안재모는 대답 없이 고개를 끄덕여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급하게 “결혼은 잘했다고 생각한다. 조금 일찍 한 감은 있다”고 수습했다.강주희 기자 kjh818@edaily.co.kr 2024.10.21 21:13
축구일반

[창간55] ‘인니 영웅’ 신태용 감독 “아직도 ‘신따이용’ 적응 안 돼, 월드컵 가면 여기서 평생 살아야 할 듯”

“일간스포츠에서 골든볼도 받아서 정이 많이 가죠.”한국을 빛내는 신태용(53) 인도네시아 대표팀 감독은 일간스포츠를 이렇게 기억했다. 신 감독은 호적에 1970년생으로 돼 있지만, 실제로는 1969년 출생이다. 공교롭게도 창간 55주년을 맞은 일간스포츠와 같은 해 세상에 나왔다.신태용 감독은 “내가 알기로는 일간스포츠가 내가 태어난 해인 1969년 동기생”이라며 “그때(선수 시절)는 일간스포츠가 메이저였다. 내가 생각할 때는 아디다스랑 같이 골든볼 시상식을 하면서 축구 쪽 스포츠신문 중 일간스포츠가 가장 위상이 있었다. 그때는 우리가 (기사를) 지면으로 접했을 때라 아침에 눈 뜨면 신문을 보곤 했다”고 회상했다.일간스포츠는 그동안 스포츠·연예계 굵직한 상을 제정하고 시상식을 개최했다. K리그 레전드 출신인 신태용 감독도 본지와 추억이 많다. 선수 시절을 떠올린 신 감독은 “일간스포츠가 아디다스와 함께 골든볼(MVP)을 시상했다. 내가 골든볼을 수상하기도 했고, 내 기사를 많이 다뤄주기도 했다. 그래서 일간스포츠에 정이 간다”고 말했다. 신 감독은 2001년 소속팀 성남 일화(현 성남FC)의 K리그 우승을 이끈 뒤 골든볼을 받은 바 있다.본지와 오랜 연이 있는 신태용 감독은 “지금 언론이 힘든 걸 아는데, 일간스포츠가 앞으로 더 발전했으면 좋겠다. 내가 선수 생활을 할 때 내 기사를 많이 다뤄줬고, 골든볼 수상도 하면서 같이 성장했고 고맙게 생각한다”며 “앞으로 우리 일간스포츠가 55년이 아닌 100년 나와 동행하면서 더 성장했으면 좋겠다. 일간스포츠 많이 응원해달라”고 당부했다. 본지와 환희의 순간을 함께한 신태용 감독은 유년 시절 ‘축구 황제’ 펠레(브라질) 디에고 마라도나(아르헨티나)의 영상을 보며 축구선수의 꿈을 키웠다. 1992년 성남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한 신 감독은 ‘그라운드의 여우’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영리한 플레이로 국내 무대를 주름잡았다. K리그에서 13시즌 통산 405경기에 나서 102골 69도움을 기록한 신 감독은 지난해 프로축구연맹이 신설한 K리그 명예의 전당 선수 부문 초대 헌액자로 선정됐다.선수 생활을 마친 뒤에는 축구계 거물급 지도자로 성장했다. 신태용 감독은 2005년 호주 퀸즐랜드 로어FC(현 브리즈번 로어 FC) 코치직을 시작으로 차곡차곡 경험을 쌓아 한국 대표팀 사령탑으로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에 나섰다. 현재는 인도네시아 대표팀을 이끌고 있다. 2019년 12월부터 인도네시아를 지휘한 신 감독은 현재 ‘영웅’ 대접을 받는다.신태용 감독은 “여기는 4~5살짜리 꼬맹이들도 ‘신따이용(신태용의 인도네시아식 발음)’이라며 나를 친구처럼 부른다. 이렇게 부르는 게 문화라고 하는데, 처음 왔을 때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우리 같으면 ‘신태용 감독님’이라고 부르지 않는가. 그런데 여기서는 남녀노소 이름을 편하게 부른다. 사실 지금도 적응이 안 된다”라며 웃었다.그만큼 신태용 감독의 영향력은 일반적인 ‘축구 감독’에 그치지 않는다. 수년 전부터 광고계 러브콜이 쏟아졌고, 그가 찍은 CF는 인도네시아에서 크게 히트했다. 라면 광고에서 춤을 춘 게 특히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지난 6월에는 인도네시아 대표팀과 계약을 3년 연장할 정도로 에릭 토히르 인도네시아축구협회장을 비롯한 축구인들도 신 감독을 향해 믿음을 보내고 있다. 지난 7월에는 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으로부터 ‘골든 비자(최장 10년간 인도네시아에 체류할 수 있는 자격)’를 받기도 했다. 팬들의 사랑도 극진하다. 지난 10일 인도네시아와 호주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조별리그 2차전이 열린 자카르타의 겔로라 붕 카르노 스타디움(8만명 수용 가능)에는 홈팬이 가득 찼다. 열성적인 응원을 등에 업은 인도네시아(133위)는 호주(25위)와 0-0으로 비기며 값진 승점 1을 땄다.신태용 감독은 “인도네시아 대표팀은 월드컵 나가는 팀만큼 팬들의 호응이 좋다. 경기가 끝나고 센터 서클에 모여서 노래를 트는데, 그 노래를 팬들이 다 같이 부른다. 그다음 우리가 운동장을 한 바퀴 돌 때까지 밖으로 나가는 팬들이 거의 없다. 30분이 지나는데도 안 나간다”고 했다.인도네시아 팬들의 ‘신따이용’ 사랑은 신태용 감독의 인스타그램에서도 드러난다. 신 감독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23일 기준으로 428만명. 한국 축구인 중 손흥민(토트넘·1432만명) 다음으로 팔로워가 많다. 신 감독은 세계적인 명장 조제 모리뉴(포르투갈) 감독의 팔로워가 553만명이라는 이야기에 “사실 ‘오늘도 팔로워가 좀 늘었네’ 이 정도로 느낀다”면서도 “그래도 팬들이 워낙 많이 사랑해 주니 기분 좋다”고 전했다.매 순간 인도네시아 팬들의 사랑을 실감하는 신태용 감독은 “신기한 게 경기 끝나면 잘한 선수 이름을 불러야 하는데, 팬들이 다 내 이름만 부른다. 내가 봐도 신기하다”며 감사를 전했다. 신 감독은 밖에 나가면 쇄도하는 사진 촬영 요청 탓에 거리를 제대로 활보할 수 없다고 한다. 이 모든 것은 뚜렷한 성과 덕이다. 신태용 감독은 2020 아세안축구연맹(AFF)컵 준우승,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본선 진출과 사상 첫 16강 진출, 2024 AFC 23세 이하(U-23) 아시안컵 4강행 등 인도네시아 축구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신 감독은 FIFA 랭킹(인도네시아 129위)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매번 증명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이달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이 이끄는 사우디아라비아(56위)와 호주를 상대로 비기며 승점 2를 따냈다.인도네시아는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C조 6개 팀 중 최약체로 평가받았는데, 첫 2경기를 마친 뒤 4위를 마크했다. 3차 예선 돌입 전 2026 북중미 월드컵 출전 희망을 이어갈 수 있는 3~4위를 목표로 잡은 신태용 감독은 “목표를 두고 최선을 다하면 분명 꿈은 이뤄진다는 게 내 생각이다. 현실적으로 되지 않는 것을 (말해서) 선수들에게 부담을 주기 싫어서 3~4위를 목표로 뒀다”고 밝혔다.내달 열릴 바레인, 중국과 2연전의 중요성은 매우 크다. 비교적 해볼 만한 팀이기 때문이다. 신태용 감독은 “바레인, 중국은 잡고 가는 게 목표다. 두 팀을 잡으면 우리가 3~4위 안에 충분히 들어갈 수 있다. 아마 (3차 예선) 최대 고비가 될 것 같다”고 짚었다.신태용 감독은 1938 프랑스 월드컵 이후 월드컵 무대를 밟지 못한 인도네시아 축구의 한을 이번에 풀려고 한다. 월드컵 출전 자체로 인도네시아의 축구 붐이 일고, 더 좋은 환경이 구축되면서 발전이 급속도로 진행될 수 있는 터라 신 감독의 의지는 어느 때보다 불탄다. 만약 2026 북중미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룬다면 반응이 어떨 것 같냐는 물음에 신태용 감독은 “아마 인도네시아에서 평생 살아야 하지 않을까”라며 “(인도네시아 생활이) 너무 좋다”라며 미소 지었다. 신태용 감독이 인도네시아에서 성공 신화를 쓰기까지는 많은 과정이 있었다. 그중에서도 신 감독은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이 인생에서 가장 많이 생각나는 커리어”라고 돌아봤다. 신 감독은 러시아 월드컵을 1년 앞둔 2017년 7월 한국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고, 1승 2패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다만 조별리그 3차전에서 ‘전차군단’ 독일을 꺾은 것은 여전히 회자한다. 신 감독도 “당시 FIFA 랭킹 1위인 독일을 이긴 것에 나도 자부심이 있다. 후회는 없지만, 아쉬움은 조금 남는다”고 털어놨다.지난 4월 한국 축구와 얄궂은 만남이 있었다. 신태용 감독이 지휘한 인도네시아 23세 이하(U-23) 대표팀은 황선홍 감독이 이끈 한국 U-23 대표팀과 2024 AFC U-23 아시안컵 8강전에서 승부차기 혈투 끝에 이겼다. 2024 파리 올림픽 예선을 겸한 대회였는데, 인도네시아에 패하면서 한국의 올림픽 ‘10회 연속 출전’은 좌절됐다.그때를 회상한 신태용 감독은 “한국이 내 조국이지만, 정당하게 경기하려고 했다. 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려 해서 특별한 감정은 없었다. 단지 한국과 8강에서 만나 10회 연속 진출을 저지했다는 자체가 죄송했다”라고 심경을 전했다. 향후 한국 대표팀과 맞대결도 고대하는 신태용 감독은 “(점유율 면에서) 한국이 6, 우리가 4 정도 될 것 같다. 경기 지배는 한국이 하겠지만, 예전에 우리가 쓴 표현처럼 ‘동남아시아 팀은 눈을 감고도 3-0으로 이길 수 있다’는 시대는 이제 끝났다”라며 인도네시아의 경쟁력을 자부했다.한국 축구는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 이후 여러 고난에 시달리고 있다. 대한축구협회(KFA)는 지난 7월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을 뽑으면서 불공정한 절차로 선임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때 대표팀 사령탑 후보로 언급되기도 했던 신태용 감독은 “(KFA의) 정식 오퍼는 없었다”라고 선을 그었다.다만 신태용 감독은 “모든 시스템이 내가 있을 때보다 (한국 축구가) 훨씬 더 발전했다. 더 체계적으로 발전해야 하는데, 지금은 정체돼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면서 “협회가 왜 축구 팬들에게 욕을 얻어먹는지 한 번쯤은 돌아보고 재정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제언했다.김희웅 기자 2024.09.26 06:47
스포츠일반

‘슈퍼스타’ 션 오말리, UFC 타이틀 2차 방어전…“아주 잔혹하게 끝날 거야”

UFC 밴텀급(61.2kg) 챔피언 ‘슈가’ 션 오말리(29∙미국)가 타이틀 2차 방어전에 나선다. 라스베이거스의 랜드마크인 구형 공연장 스피어에서 펼쳐지는 첫 스포츠 이벤트다. 오말리는 오는 15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스피어에서 열리는 ‘리야드 시즌 노체 UFC 306: 오말리 vs 드발리쉬빌리’ 메인 이벤트에서 랭킹 1위 메랍 드발리쉬빌리(33∙조지아)와 맞붙는다. 이번 대회는 스피어의 15000제곱미터 크기의 내외부 디스플레이와 촉각 좌석, 최첨단 음향 시스템을 활용해 그 어느 때보다 몰입감 넘치는 대회로 꾸려진다. 오말리(18승 1패 1무효)는 코너 맥그리거의 뒤를 잇는 UFC 슈퍼스타로 이번 대회의 헤드라이너를 맡기에 적격이다. 도전자는 10연승을 달리고 있는 드발리쉬빌리(17승 4패)다. 전 UFC 챔피언 조제 알도, 표트르 얀, 헨리 세후도를 연속으로 격파하고 오말리 앞에 섰다. 상반되는 스타일의 대결이다. 오말리는 긴 팔다리로 원거리에서 상대를 요격하는 저격수다. 반면 단신인 드발리쉬빌리는 무한 압박해 상대방을 그라운드로 데려가는 전차다. 서로가 서로에게 까다로운 타입이다. 도전자는 자신만만하다. 드발리쉬빌리는 “내 체력과 그래플링을 바탕으로 한 스타일은 오말리에게 잘 먹힐 것이기에 이번 경기는 쉽다”면서 “내가 이겨서 그를 겸손하게 만들겠다”고 큰소리쳤다. 챔피언은 동의하지 않는다. 오말리는 “경기는 드발리쉬빌리가 예상한 대로 흘러가지 않을 거다. 이번 경기는 아주 잔혹하게 끝날 거다. 그의 돌진은 어설프고, 느리다”며 “그의 자신감이 어디서 오는지 모르겠다”고 코웃음 쳤다. 둘 사이에는 사적인 악감정도 흐른다. 오말리는 본인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모든 조지아인은 난쟁이인가?”라고 드발리쉬빌리를 도발했다. 또한 그는 지난해 UFC 292에서 드발리쉬빌리의 가장 친한 친구인 알저메인 스털링을 TKO로 꺾고 챔피언에 오르기도 했다. 조국의 명예를 위해, 친구의 복수를 위해 드발리쉬빌리는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그는 “조국은 내게 종교 이상의 의미”라며 “남자라면 그런 발언에 화를 내야 한다. 그의 얼굴을 박살 내버리겠다”고 분개했다. 이번 대회는 또한 노체 UFC라는 이름을 통해 멕시코 독립기념일을 축하한다. 데이나 화이트 UFC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대회를 ‘멕시코에 바치는 러브레터’라고 표현했다. 이를 위해 UFC 유일의 멕시코 챔피언 알렉사 그라소(31∙멕시코)가 코메인 이벤트에 출전한다. 그라소는 전 챔피언 발렌티나 셰브첸코(36∙키르기스스탄/페루)를 상대로 여성 플라이급(56.7kg) 타이틀 2차 방어전을 벌인다. 둘 사이에서 벌어지는 3연전이다. 그라소(16승 1무 3패)는 지난해 3월 열린 UFC 285에서 셰브첸코를 페이스 크랭크 서브미션으로 제압하고 챔피언에 올랐다. 지난해 9월 열린 2차전에선 스플릿 무승부 판정(47-47, 47-48, 48-47)이 나며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같은 작전으로 간다. 셰브첸코(23승 1무 4패)는 지난 경기에서 자신이 이겼다고 생각한다. 단지 한 명의 판정단이 이해할 수 없는 점수를 준 게 무승부로 이어졌다고 믿는다. 그는 “전 세계 모든 격투 관계자들에게 물어본다면 분명 내가 이겼다고 말할 것”이라며 “똑같이 해서 이기겠다”고 다짐했다. 그라소 또한 자신이 2차전에서 이겼다고 생각한다. 유일한 문제는 경기 중 주먹 부상을 입은 거였다. 그라소는 “주먹이 내 가장 강한 무기다. 복싱을 해야 하는데 솔직히 그게 정말 어려웠다”며 “이제 완전히 회복했고, 준비됐다”고 3차전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리야드 시즌 노체 UFC 306: 오말리 vs 드발리쉬빌리’ 메인카드는 오는 9월 15일(일) 오전 11시부터, 언더카드는 오전 9시부터 TVING에서 생중계된다. ■ 리야드 시즌 노체 UFC 306: 오말리 vs 드발리쉬빌리 대진 메인카드 (TVING 오전 11시) C 션 오말리 vs #1 메랍 드발리쉬빌리 C 알렉사 그라소 vs #1 발렌티나 셰브첸코 #3 브라이언 오르테가 vs #13 디에고 로페스 대니얼 젤후버 vs 에스테반 리보빅스 로날도 로드리게스 vs 오데 오스본 언더카드 (TVING 오전 9시) #5 이레네 알다나 vs #8 노르마 두몽 마누엘 토레스 vs 이그나시오 바하몬데스 야스민 하우레기 vs 케틀린 비에이라 에드가 차이레스 vs 조슈아 반 파이트패스 언더카드(UFC 파이트패스 오전 8시 30분) 라울 로사스 주니어 vs 아오리치렁김희웅 기자 2024.09.14 09:50
프로축구

[IS 상암] “가족을 떠나갈 때는 편할 수 없어, 최고의 모습으로 돌아오겠다” 팔로세비치의 인사

프로축구 K리그1 FC서울 미드필더 팔로세비치가 잠시 팬들과 이별한다. 8년 만에 조국으로 돌아가는 그가 최고의 모습으로 돌아올 것이라 약속했다.팔로세비치는 2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4 24라운드 김천 상무와의 경기에서 벤치 명단에 이름을 올렸으나, 끝내 출전이 불발됐다. 팀은 후반전 일류첸코의 선제 결승 골에 힘입어 1-0으로 이겼다. 공식전 2연패에 마침표를 찍었고, 리그 홈 연승 기록은 ‘4’로 늘렸다.무더위 속 치열한 전술 싸움이 오간 이날 경기의 관심사 중 하나는 팔로세비치의 ‘고별전’이었다. 지난 2019년 포항 스틸러스에 입단하며 K리그 무대를 밟은 그가, 가정사로 인해 이날 경기를 끝으로 팀을 떠나게 된 것이다. 2021년 서울 유니폼을 입고 꾸준히 그라운드를 누빈 그가 떠나게 되자, 서울 팬들은 응원석에 세르비아로 적힌 응원 걸개를 꺼내 들기도 했다.서울은 소득 없이 전반 45분을 마쳤지만, 후반 6분 만에 일류첸코의 득점이 터지며 앞섰다. 김천의 기세에 밀릴 때면 김기동 서울 감독이 교체 카드로 분위기를 다시 잡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팔로세비치의 출전 여부에 이목이 쏠렸지만, 끝내 그는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다. 경기 전 김 감독의 예고대로, 팔로세비치는 이날 경기를 끝으로 퇴단한다. 행선지는 세르비아 리그 클럽으로 알려졌다. 서울 구단 관계자에 따르면 임대 형식으로 잠시 팀을 떠나는 계약이다.경기 뒤 믹스트존에서 취재진과 마주한 팔로세비치는 먼저 “가족(서울)을 떠날 때는 마음이 편할 수 없다. 그래도 긴 기간은 아닐 거다. 생각하는 것만큼 감정적으로 힘들지는 않았다”라고 말했다. 특히 “김천전을 이겼고, 좋은 분위기 속에 떠날 수 있어 기쁘게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팬들의 메시지를 읽었다고 밝힌 팔로세비치는 “정말 엄청났다”라고 운을 뗀 뒤 “3년 반 동안 정말 많은 응원을 해주셨다. 나뿐만 아니라, 우리 팀을 굉장히 진심으로 응원해 주셨기 때문에 감사하다는 말을 다시 한번 전하고 싶다. 다시 뵐 날을 기다리고 있다”라고 답했다.이날 선제골의 주인공인 일류첸코는 득점 직후 팔로세비치에게 달려가 포옹을 나눴다. 수훈 선수로도 꼽힌 팔로세비치를 위해 해당 세리머니를 준비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발언을 들은 팔로세비치는 “따로 설명해 드리지 않아도 나와 일류첸코의 관계는 모두 아실 거라 생각한다. 5년간 나와 가장 가까운 친구가 돼 준 선수다. 득점 후엔 ‘너를 위한 골이다’ 이 얘기만 하고 지나간 것 같다”라고 돌아봤다.팔로세비치는 고별전에서 뛰지 못한 점에 대해선 개의치 않아 했다. 그는 “물론 선수니까 뛰고 싶은 건 당연하다. 그렇지만 경기 양상이 빡빡해 쉽지 않은 경기였다. 내가 들어가서 밸런스가 무너질 수도 있지 않나. 그리고 이제 본국으로 돌아가 뛰어야 하는데 부상의 우려도 생길 수 있다. 내 생각엔 김기동 감독님이 정말 좋은 결정을 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이어 취재진이 ‘가장 인상에 남은 순간과, 아쉬움이 남은 경기’에 대해 물었다. 팔로세비치는 “정말 많은 경기가 기억나는데, 3년 전 광주에 0-3으로 뒤지다 4-3으로 역전한 경기가 기억에 남는다”라고 답했다. 당시 팔로세비치가 2-3으로 추격하는 득점을 터뜨린 기억이 있다. 이어 아쉬움이 남은 경기로는 지난 17일 포항 스틸러스와의 2024 하나은행 코리아컵 8강전을 꼽았다. 당시 선발로 나선 그는 팀의 1-5 패배를 지켜봐야 했다. 팔로세비치는 “사실 경기력이 아쉽다기보단, 자존심이 많이 상했다. 우리 팬들을 위한 자존심인데, 무기력하게 진 것에 대해 굉장히 아쉬웠다”라고 털어놨다. 잠시 K리그 여정에 쉼표를 찍는 팔로세비치는 조국인 세르비아로 돌아간다. 그는 “거의 8년 만에 본국으로 돌아가는 것 같다. 가족에 더 집중하는 시간을 갖고 싶다. 재충전 뒤, 다시 최고의 모습으로 돌아오겠다. 포항 때의 그 날카로운 모습을 되찾고 싶다. 더 축구에 집중할 수 있는 모습으로 건강하게 돌아오고 싶다”라고 각오를 다졌다.상암=김우중 기자 2024.07.22 05:00
스포츠일반

스포츠와 애국심이 사랑과 만났을 때 [이정우의 스포츠 랩소디]

근래에 들어 국제 커플이 많이 보인다. SNS 등에서 이들이 보여주는 꽁냥꽁냥한 모습이 참 귀엽다. 이들의 해피 엔딩을 가로막는 장벽으로 흔히 문화, 언어의 차이를 꼽는다. 그렇다면 혹시 스포츠도 커플의 장벽이 될 수 있을까? 국제 커플에 스포츠가 잘못 끼어들면 단순한 다툼이 아닌, 참사로 번질 수도 있다. 22년 동안 필자의 가슴에 묻어둔 이야기 속으로 당신을 초대한다. 학부를 졸업하고 귀국해 국내의 연예 기획사에서 일했던 필자는 유연한 근무시간에 페이도 괜찮은 ‘영어 강사’에 관심이 생겼다. 테솔(TESOL) 영어교사자격증을 취득한 뒤 원어민 선생을 소개 받았다. 필자와 A(이름 이니셜)는 두 달 넘게 거의 매일 이메일로 연락했다. 미국 텍사스주 출신인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A는 고등학교 때는 농구 선수였고, 대학에서는 영문학을 전공했다. 특히 우리는 스포츠를 즐긴다는 공통점이 있어 할 얘기가 너무나 많았다.필자와 A는 2001년 가을 처음 만났다. 두 번째 만남부터 우리는 친구 이상의 사이가 됐다. 함께 농구를 했고, 프로야구를 보러 잠실구장에도 자주 갔다. 야구 시즌이 끝나면 데이트 장소는 농구장이나 배구장으로 바뀌었다.2001년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에서 뉴욕 양키스와 애리조나 다이어몬드백스가 만나자 필자는 흥분했다. 당시 애리조나의 클로저는 BK(김병현)였기 때문이다. A는 “이번만큼은 양키스를 응원하고 싶어”라고 말했다. 이유를 들으니 납득이 됐다. 불과 2개월 전에 9.11 테러로 충격을 받은 미국인 입장에서, 최대 피해 지역이었던 뉴욕시를 연고지로 한 팀을 응원하고 싶다는 것이다. 애리조나 주립대 출신의 A는 BK의 특이하고 역동적인 피칭 폼을 좋아했다. 필자는 자주 우승하는 양키스보다 신생 팀 애리조나의 첫 챔피언 등극을 함께 보자고 구슬렸다. 세상 착했던 A는 흔쾌히 필자와 한마음이 되었고, 우리는 애리조나의 극적인 우승을 즐겼다. A와 관계가 진전되던 중 필자가 큰 실수를 했다. 원인은 2002 미국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의 쇼트트랙에서 나왔다. 일본계 미국인 아폴로 안토 오노가 시뮬레이션 액션으로 김동성의 금메달을 강탈한 것이다. 사실 9.11 테러의 여파로 당시 동계올림픽은 미국인들의 애국심 경연장이 된 것 같아 씁쓸한 적이 여러 번 있었다. 필자는 1996 애틀랜타, 2000 시드니 올림픽에서 한국이 미국을 만나 억울한 판정 받은 것을 기억하고 있었기에, 솔직히 그때는 미국이 좀 미웠다. 그때 영문도 모르는 A가 데이트하자고 연락이 왔다. 필자는 만나기 거북하다는 뜻을 전했고, 그 이유까지 솔직히 말했다. 오노 사건과 A가 무슨 관계가 있단 말인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했지만 A는 그래도 필자를 이해해 줬다. 그 후에도 우리는 좋은 관계를 계속 유지했다. 더 나아가 미래도 얘기할 정도였다. 2002 한일 월드컵이 열리기 전 우리는 ‘직관’을 계획했다. 필자는 6월 10일 전주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리는 ‘포르투갈 vs. 폴란드’ 경기를 예매했다. 1박 2일 여행에 들뜬 우리는 전주에 일찌감치 도착해 숙소를 잡았고, 그날 오후 ‘한국 vs. 미국’의 경기를 TV로 시청했다.미국 국가가 연주될 때 관중석에서 야유가 나왔다. A가 불편한 반응을 보였다. 그라다 안정환이 쇼트트랙 세리머니를 하자 A는 화가 단단히 났다. 게다가 월드컵 기간 동안 입자고 한국대표팀 셔츠를 이미 구입했던 A는 안정환으로, 필자는 황선홍으로 마킹까지 한 상태였다. A를 달래줬어야 했는데, 어리석었던 필자는 같이 화를 냈다. 우리는 어느새 한국과 미국의 대변인이 되어, 격한 말을 오랫동안 주고받았다.우리는 곧 화해했긴 했지만, 그날 서로에게 남긴 상처는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필자가 왜 그날 그렇게 화를 냈는지 지금도 이해가 안 간다.그 후 우리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당시 서울에는 여러 가지 이슈로 반미 데모가 끊이지 않았다. 우리는 둘 다 상대방의 조국에 너무 좋은 감정을 갖고 있었지만, 계속되는 두 나라의 갈등에 점점 지쳐갔다. 한때는 미래를 약속했던 A와 필자의 사랑은 그렇게 막을 내렸다.경희대 테크노경영대학원 객원교수 2024.03.08 15:00
해외축구

공통점 많은 ‘韓·日 절친’ 이강인X구보, 한 뼘 성장해 ‘별들의 전쟁’서 만났다

공통점이 많은 2001년생 동갑내기 이강인(파리 생제르맹)과 구보 다케후사(레알 소시에다드). 한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두 선수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토너먼트 첫 관문에서 마주했다.UEFA는 2023~24 UCL 16강 대진 추첨 결과를 지난 18일(한국시간) 공개했다. 이강인의 PSG와 구보의 소시에다드가 UCL 8강 진출을 놓고 다투게 됐다. 절친한 사이인 이강인과 구보가 서로를 넘어야 하는 얄궂은 만남이 성사된 것이다. 한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차세대 스타인 둘은 양국에서 라이벌로 통했다. 나이가 같고, 나란히 11세 때 조국을 떠나 스페인 무대에서 기량을 갈고닦는 등 공통점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강인은 발렌시아, 구보는 FC바르셀로나에서 최고 유망주로 인정받으며 본격적으로 라이벌 구도가 형성됐다.한일 양국 언론과 축구 팬이 둘을 라이벌 관계로 간주했지만, 실제로는 매우 가까운 사이다. 물론 실력과 현재 위치를 고려하면, 한국과 일본의 축구를 이끌 재목으로 꼽히는 이강인과 구보의 라이벌 관계는 지금도 유효하다. 유년 시절부터 이어져 온 숱한 비교와는 달리, 접점이 없었던 이강인과 구보는 지난 2021년 8월 나란히 레알 마요르카로 이적하면서 친구가 됐다. 당시 처지가 비슷했다. 발렌시아에서 좀체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한 이강인은 뛰기 위해 마요르카로 이적했다. 레알 마드리드 소속이었던 구보 역시 라리가의 Non EU(비 유럽연합) 정책 탓에 팀에 자리가 없어 마요르카로 임대 이적했다. 머나먼 타국에서 사정이 비슷했던 둘은 한 시즌 간 한솥밥을 먹으며 ‘절친’이 됐다. 이제는 서로의 생일 등 경사가 있을 때마다 공개적으로 소셜미디어(SNS)에 축하 메시지를 남기는 각별한 사이다. 어려운 시절을 함께했던 둘은 한 뼘 성장해 팀의 어엿한 중요 자원이 됐다. 스페인 라리가에서 자리를 잡지 못했던 이강인은 지난 시즌 마요르카의 에이스로 활약하며 세계적인 명문 PSG로 적을 옮겼다. 임대 생활을 전전하던 구보도 2022~23시즌을 앞두고 소시에다드로 완전 이적, 팀 공격을 이끄는 핵심 선수로 거듭났다. 같은 시기에 유망주 딱지를 뗀 둘은 ‘별들의 전쟁’ UCL에선 처음 마주했다. 구보는 PSG와 맞대결이 확정되자, 인스타그램에 두 팀의 엠블럼 사진과 이강인의 계정을 태그해 게시물을 올렸다. 이강인 역시 구보의 글을 본인 인스타그램에 게시하는 것으로 화답했다. SNS에 기대감을 드러낸 둘만큼이나 세간의 관심도 크다. 프랑스 매체 온세 문디알은 “PSG와 소시에다드의 UCL 맞대결은 이강인과 구보의 멋진 재회가 될 것”이라고 조명했다. 일본 매체 사커 다이제스트와 스포치니 아넥스 역시 이강인과 구보의 재회에 주목했다. 몇몇 축구 플랫폼은 이강인과 구보가 어릴 적 발렌시아와 바르셀로나 유니폼을 입고 악수하는 사진을 SNS에 게시하며 둘의 만남에 기대를 표했다.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진행되는 PSG와 소시에다드의 UCL 16강전 첫판은 내년 2월 15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다. 양 팀은 3월 6일 소시에다드 안방에서 2차전을 치른다. 이적·부상 등 큰 변수만 없다면, 이강인과 구보의 ‘미니 한일전’이 두 차례 열릴 가능성이 크다. 이강인은 올 시즌 UCL 5경기에 출전해 1골을 넣었고, 구보는 조별리그 6경기에 모두 나서 1도움을 올렸다.F조 2위로 어렵사리 녹아웃 스테이지에 오른 PSG는 지난 2020~21시즌 이후 세 시즌 만에 UCL 8강행을 노린다. 6경기 무패(3승 3무)를 거둬 조 1위로 16강 티켓을 거머쥔 소시에다드는 UCL 전신인 유러피언컵 시절이던 지난 1982~83시즌 이후 41시즌 만에 8강 진출에 도전한다. 이강인과 구보 중 한 명만이 다음 무대를 밟을 수 있다.김희웅 기자 2023.12.20 00:13
영화

‘무빙’ 박희순 “친구 강풀, 믿을 수 있겠다 싶었다”[일문일답]

배우 박희순이 디즈니+ 시리즈 ‘무빙’을 마무리한 소감을 밝혔다.박희순은 22일 디즈니+를 통해 ‘무빙’에 참여하게 된 계기와 작품을 하면서 느낀 바 등을 공개했다. 그는 원작자인 강풀과 친구라면서 한국판 히어로물에 도전하고 싶었다고 이야기했다.-캐스팅을 강풀 작가가 직접 했다고 밝혔다. 제안을 받았을 때 어땠는지, 출연을 결심한 계기는 무엇인지.“원래부터 강풀 작가의 원작 웹툰 팬이고 인간적으로 좋아하는 친구였기 때문에 대본도 안 보고 무조건 한다고 했다. 예전부터 한국판 히어로물을 해보고 싶었고 ‘강풀이라면 믿을 수 있겠다’ 싶었다. 웹툰과 또 다른 김덕윤만의 서사와 매력에 빠져 출연하게됐다.”-덕윤은 초능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초능력자들이 덕윤을 따른다. 이런 카리스마를 표현하기 위해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원작 웹툰에서는 기력자(초능력자)들을 발굴해 이용하고 그들의 능력을 갈취하는 악인의 느낌이 강했다면, ‘무빙’ 대본에서는 인민을 지키기 위해 그들과 함께하는 대장으로서의 이미지가 부각되게 그려져 있었다. 그래서 그들과 함께하기 위해서는 목숨을 건 동지로서 진심으로 그들을 대하고 아끼는 마음을 표현해야 그들을 이끌 수 있는 힘이 생긴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카리스마 있고 엄격한 면을 가지고 있음에도 인민을 위한 조국을 위한 충성심 강한 인물로 표현하고자 노력했다.”-특히 그런 부분이 수리산 장면에서 많이 드러났던 것 같다. 많은 이들의 희생 속에서 기력자들을 찾아내는 덕윤의 심정은 어땠을 거라 생각하나.“기력자를 찾아내는 과정은 혹독하지만 인민을 위해서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고 그래야만 죄 없는 또 다른 희생자가 생기지 않기 때문에 죽음을 무릅쓰고라도 해내야만 하는 일이었다고 생각했다. 아군을 사지로 모는 일이기에 본인 스스로도 고통스럽고 괴로운 심정이었을 거라고 생각한다.”-수리산 장면은 엄청난 한파 때 촬영된 것으로 안다. 촬영 현장에서 어려움은 없었나.“기력자를 찾아내는 수락산 장면이 내 첫 촬영이었다. 굉장히 어려운 작업일 거라 생각은 했지만 현장은 진짜 전쟁터였다. 체감온도가 영하 28도나 됐고 허허벌판에 강풍기에 눈까지 뿌리더라. 집에 가고 싶을 정도였다. 정말 앞으로도 못 잊을 것 같다.” -‘무빙’ 후반부 내내 정원 고등학교에서 류승룡, 한효주와 팽팽한 긴장감을 보여줬다. 두 배우와 함께 작업한 소감도 궁금하다.“류승룡 배우와 같은 학교 동문으로 오랜 친분이 있지만 같은 작품에서 함께 연기하는 건 처음이라 정말 반가웠다. 어려운 촬영이었지만 좋아하는 배우와 함께하는 촬영이기에 기쁘게 촬영했다. 한효주 배우하고도 지인들을 통해 알고 지낸지 수년이 됐지만 함께 호흡을 맞춰본 적은 처음이라 신선했고, 한효주 배우가 그동안 보여주지 않았던 새로운 매력들이 이미현이라는 배역에 잘 녹아들어 있는 것 같아 보기 좋았다. 두 배우 모두 과거 장면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서사를 만들며 촬영해 왔기 때문에 이미 장주원, 이미현 그 자체로 현장에 서 있어서 두 주인공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기 위해 열심히 촬영했다.”-박인제 감독과 첫 작업이다. 함께한 소감이 궁금하다.“연출하는 입장에서 정말 많은 선택과 결정으로 스트레스가 많았을 거라고 생각되는데 얼굴 한 번 찌푸리지 않고 항상 웃는 모습으로 유쾌하게 배우, 스태프들과 대화하고 상의하는 게 정말 인상 깊었다.”-‘무빙’을 사랑해준 시청자들에게 한 마디.“좋은 작품에 참여하게 돼 영광이었다. 많은 분들이 함께 노력한 작품이 여러분들의 많은 사랑을 받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 감사하다.”‘무빙’은 초능력을 숨긴 채 현재를 살아가는 아이들과 아픈 비밀을 감춘 채 과거를 살아온 부모들의 이야기를 그린 휴먼 액션 시리즈다. 20회 전편 디즈니+에서 감상할 수 있다.정진영 기자 afreeca@edaily.co.kr 2023.09.22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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