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K리그1 FC서울 미드필더 팔로세비치가 잠시 팬들과 이별한다. 8년 만에 조국으로 돌아가는 그가 최고의 모습으로 돌아올 것이라 약속했다.
팔로세비치는 2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4 24라운드 김천 상무와의 경기에서 벤치 명단에 이름을 올렸으나, 끝내 출전이 불발됐다. 팀은 후반전 일류첸코의 선제 결승 골에 힘입어 1-0으로 이겼다. 공식전 2연패에 마침표를 찍었고, 리그 홈 연승 기록은 ‘4’로 늘렸다.
무더위 속 치열한 전술 싸움이 오간 이날 경기의 관심사 중 하나는 팔로세비치의 ‘고별전’이었다. 지난 2019년 포항 스틸러스에 입단하며 K리그 무대를 밟은 그가, 가정사로 인해 이날 경기를 끝으로 팀을 떠나게 된 것이다. 2021년 서울 유니폼을 입고 꾸준히 그라운드를 누빈 그가 떠나게 되자, 서울 팬들은 응원석에 세르비아로 적힌 응원 걸개를 꺼내 들기도 했다.
서울은 소득 없이 전반 45분을 마쳤지만, 후반 6분 만에 일류첸코의 득점이 터지며 앞섰다. 김천의 기세에 밀릴 때면 김기동 서울 감독이 교체 카드로 분위기를 다시 잡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팔로세비치의 출전 여부에 이목이 쏠렸지만, 끝내 그는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다. 경기 전 김 감독의 예고대로, 팔로세비치는 이날 경기를 끝으로 퇴단한다. 행선지는 세르비아 리그 클럽으로 알려졌다. 서울 구단 관계자에 따르면 임대 형식으로 잠시 팀을 떠나는 계약이다.
경기 뒤 믹스트존에서 취재진과 마주한 팔로세비치는 먼저 “가족(서울)을 떠날 때는 마음이 편할 수 없다. 그래도 긴 기간은 아닐 거다. 생각하는 것만큼 감정적으로 힘들지는 않았다”라고 말했다. 특히 “김천전을 이겼고, 좋은 분위기 속에 떠날 수 있어 기쁘게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팬들의 메시지를 읽었다고 밝힌 팔로세비치는 “정말 엄청났다”라고 운을 뗀 뒤 “3년 반 동안 정말 많은 응원을 해주셨다. 나뿐만 아니라, 우리 팀을 굉장히 진심으로 응원해 주셨기 때문에 감사하다는 말을 다시 한번 전하고 싶다. 다시 뵐 날을 기다리고 있다”라고 답했다.
이날 선제골의 주인공인 일류첸코는 득점 직후 팔로세비치에게 달려가 포옹을 나눴다. 수훈 선수로도 꼽힌 팔로세비치를 위해 해당 세리머니를 준비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발언을 들은 팔로세비치는 “따로 설명해 드리지 않아도 나와 일류첸코의 관계는 모두 아실 거라 생각한다. 5년간 나와 가장 가까운 친구가 돼 준 선수다. 득점 후엔 ‘너를 위한 골이다’ 이 얘기만 하고 지나간 것 같다”라고 돌아봤다.
팔로세비치는 고별전에서 뛰지 못한 점에 대해선 개의치 않아 했다. 그는 “물론 선수니까 뛰고 싶은 건 당연하다. 그렇지만 경기 양상이 빡빡해 쉽지 않은 경기였다. 내가 들어가서 밸런스가 무너질 수도 있지 않나. 그리고 이제 본국으로 돌아가 뛰어야 하는데 부상의 우려도 생길 수 있다. 내 생각엔 김기동 감독님이 정말 좋은 결정을 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취재진이 ‘가장 인상에 남은 순간과, 아쉬움이 남은 경기’에 대해 물었다. 팔로세비치는 “정말 많은 경기가 기억나는데, 3년 전 광주에 0-3으로 뒤지다 4-3으로 역전한 경기가 기억에 남는다”라고 답했다. 당시 팔로세비치가 2-3으로 추격하는 득점을 터뜨린 기억이 있다. 이어 아쉬움이 남은 경기로는 지난 17일 포항 스틸러스와의 2024 하나은행 코리아컵 8강전을 꼽았다. 당시 선발로 나선 그는 팀의 1-5 패배를 지켜봐야 했다. 팔로세비치는 “사실 경기력이 아쉽다기보단, 자존심이 많이 상했다. 우리 팬들을 위한 자존심인데, 무기력하게 진 것에 대해 굉장히 아쉬웠다”라고 털어놨다.
잠시 K리그 여정에 쉼표를 찍는 팔로세비치는 조국인 세르비아로 돌아간다. 그는 “거의 8년 만에 본국으로 돌아가는 것 같다. 가족에 더 집중하는 시간을 갖고 싶다. 재충전 뒤, 다시 최고의 모습으로 돌아오겠다. 포항 때의 그 날카로운 모습을 되찾고 싶다. 더 축구에 집중할 수 있는 모습으로 건강하게 돌아오고 싶다”라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