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리(오른쪽)가 16일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000m 결승전서 동메달을 따낸 뒤 동료들의 축하를 받으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쇼트트랙 국가대표 김길리(22)가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여자 1000m 경기서 생애 첫 메달을 따냈다. 그는 존경하는 선배 최민정(이상 성남시청)과의 포옹을 떠올리자 눈시울을 붉혔다.
김길리는 16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 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000m 결승전에서 1분28초614를 기록, 5명 중 3위에 올라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우승은 네덜란드의 잔드라 벨제부르(1분28초437)로, 그는 500m에 이어 2관왕에 올랐다. 코트니 사로(캐나다)가 2위(1분28초523)에 올랐다.
김길리는 지난 2023~24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투어 종합 1위에 오르며 크리스털 글로브를 거머쥔 차세대 에이스다. 2025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AG)에서도 1500m와 혼성 계주 2000m에서 금메달을 따 2관왕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여자 계주 3000m에서 1위로 달리다 홀로 넘어져 입상에 실패하자, 동료들에게 미안함을 감추지 못하고 펑펑 울기도 했다.
생애 첫 올림픽의 여정도 우여곡절의 연속이었다. 김길리는 앞서 혼성 계주 2000m, 여자 500m서 모두 입상에 실패했다. 특히 혼성 계주에선 상대 선수와의 강한 충돌로 쓰러지는 등 아픔을 겪기도 했다. 이날도 준준결승 2위를 기록한 뒤 준준결승에선 5위에 그쳤다. 상대 선수와의 충돌로 전열에서 이탈하는 등 고난이 이어졌다. 어드밴스(구제)를 받아 결승 무대를 밟았지만, 연이은 충돌의 여파로 우려의 시선이 잇따랐다. 심지어 김길리가 결승에서 마주한 상대는 벨제부르, 사로, 공리(중국), 아리안나 폰타나(이탈리아)라는 강적이었다.
김길리(오른쪽)가 16일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000m 결승전서 동메달을 따낸 뒤 울먹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김길리는 자신의 강점인 후반 추월 능력을 유감없이 뽐냈다. 후미에서 출발한 그는 상대 선수들의 경합을 차근차근히 지켜보다 기습적으로 인코스를 파고들어 입상권에 올랐다. 한때 1위에 올랐다가 바로 역전당했으나, 당황하지 않고 3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레이스를 마친 그는 눈시울을 붉히며 기쁨을 만끽했다.
김길리는 시상식 뒤 미소를 지으며 믹스트존 인터뷰에 임했다. 그는 먼저 “연휴에도 많은 응원을 해준 덕분에 힘이 더 났다”며 “메달은 생각보다 무거운 것 같다. 이제 더 높은 자리에 올라서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눈빛을 반짝였다.
대회 기간 힘겨웠던 여정을 돌아본 그는 “정말 많은 충돌이 있었다. 결승전에는 후회 없이, 이번에는 ‘제발 넘어지지 말자’고 경기를 했다. 정말 후회 없이 1000m를 마쳐 기쁘다”고 했다. 이어 “올림픽이라 그런지 선수들의 경쟁력이 확실히 크다. 나도 스스로를 믿으려고 했다. 언제 올지 모르는 기회 아닌가”라고 말했다.
한편 앞서 경기를 마쳤던 최민정(8위)은 마지막까지 김길리의 레이스를 지켜본 뒤 진한 포옹을 나눴다. 최민정에 따르면 김길리는 펑펑 울고 있었다고 한다. 취재진이 이에 대해 묻자, 김길리는 눈시울을 붉히며 “레이스 뒤엔 가족이 떠올랐다. 또 (최민정 선수는) 내가 너무 존경하는 언니다. 이렇게 응원해 주고, 주변에서도 잘 탔다고 해주니 너무 고마웠다”라고 울먹였다.
값진 동메달을 목에 건 김길리의 시선은 다음 레이스로 향한다. 그는 1500m 예선, 여자 계주 3000m 결승전을 앞뒀다. 여자 계주에선 하얼빈 AG에서의 아쉬움을 털어낼 기회다.
김길리는 “더 자신감을 얻은 거 같다. 이제 계주 경기가 있는데, 자신 있게 하면 될 거 같다. 1500m에서도 너무 잘하고 싶다. 열심히 달리면 될 거 같다”고 웃었다.
여자 계주 3000m 결승전은 오는 19일 오전 5시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1500m 준준결승부터 결승전은 21일로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