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KB국민 '탄탄대로'·롯데 '아임욜로'…알짜카드 사라지는 이유
주유비를 할인해주고, 결제하면 일정 금액을 적립해주던 ‘알짜카드’들이 모습을 감추고 있다. 카드사들이 가맹점 수수료 인하와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소비 위축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면서 돈이 안 되거나 마케팅 비용이 드는 카드와 '손절'하고 있기 때문이다. 22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단종 신용카드는 2017년부터 증가해 왔다. 2017년 73종, 2018년 82종, 2019년 160종이 단종됐고, 올해도 비슷한 추세를 보인다. 당장 우리카드가 이달 말부터 내달 1일까지 이틀 동안 총 13종의 카드 신규발급을 중단한다. 단종대상에는 우리카드의 ‘카드의정석’ 시리즈 중 다이렉트 3종(다이렉트·디스카운트·SSO3 체크)과 위비온플러스를 비롯해 배달의민족 2종, 자유로운 여행카드 2종, ONLY 나만의 카드, 우리V철도마일리지카드 등이 포함됐다. 프리미엄 카드 라인업 중 하나인 ‘그랑블루2’도 내달부터 신규발급을 받지 않는다. 우리카드 관계자는 “카드의정석 다이렉트 3종은 리뉴얼을 위해 잠시 발급을 중단하는 것”이라며 “비용 절감만이 아니라 시대에 맞지 않는 카드들을 정리한다는 의미도 크다”라고 말했다. 다른 카드사도 비슷한 수순을 밟고 있다. 업계 1위 신한카드는 지난 6일 오후부터 ‘2030’ 3종과 ‘빅플러스’ 9종을 비롯해 총 28종에 대한 카드 신규발급을 중단했다. 이번에 정리 수순에 돌입한 카드상품 대부분은 가맹점과 협약을 맺고 할인이나 캐시백 등 혜택을 제공하는, 소비자로서는 관심 가질 만한 제휴상품이다. 이 밖에도 코로나19 속에서 롯데카드는 해외여행에 특화된 ‘아임욜로’, 쇼핑 특화카드인 ‘엘클래스 L20’의 발급을 멈췄고, 현대카드는 통신비에 특화된 ’M에디션2‘를, KB국민카드는 ‘탄탄대로 비즈 티타늄 카드’ 등을 올해 상반기에 접었다. 특히 탄탄대로 비즈 티타늄은 주유나 쇼핑 시 적립 혜택이 높았고, 아임욜로는 실적 상관없이 높은 할인을 제공해 ’알짜카드‘로 통했다. 업계에서는 카드사들이 상품을 단종시키는 것을 두고 수익성 악화로 인한 비용 절감의 수순이라고 풀이한다. 제휴가 종료돼 상품을 유지하기 어렵거나 오래돼 최신 트렌드에 맞지 않아 운영비 부담이 커진 경우에도 상품을 단종시키는 게 비용 측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출시가 너무 오래돼 시대에 맞지 않는 카드라서 단종하거나 리뉴얼을 위해 멈추는 카드도 있다”며 “비용 절감에만 초점을 맞출 일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카드들이 단종 수순을 밟고 있지만, 신규 카드 출시는 더딘 모습이다. 올 상반기 새로 출시된 신용카드는 65종으로, 단종된 76종 카드보다 11종이 적었다. 여기에는 지난해 금융당국의 카드상품 수익성 가이드라인에 대한 논의가 늦어진 것이 상반기 신규 카드 출시에 영향을 미쳤다. 게다가 당국이 올해부터 카드사가 수익성 분석을 통해 향후 5년간 흑자를 낼 수 있는 상품만 출시할 수 있도록 하는 ‘수익성 분석체계 가이드라인’을 도입하면서 앞으로 고비용의 혜택이 많은 카드를 출시하는 일이 더욱 어려워졌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가이드라인에 따라 카드를 내놓을 때 판매비용보다 수익이 크도록 설계하라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마케팅 비용을 줄여 소비자 입장에서는 혜택이 줄어든 카드 상품이 나올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권지예 기자 Kwon.jiye@joongang.co.kr
2020.07.23 0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