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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IS] 신작 사라진 극장, 빈집 노리는 '재개봉 열풍'
가만히 앉아 손가락만 빨고 있을 수는 없다. 어차피 돌아가야 하는 스크린이라면 조금이나마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는 작품이 좋다. 코로나19 여파로 빈집이 된 극장들이 나름의 자구책을 마련, 관객들과 작지만 의미있는 소통 창구를 마련했다. CJ CGV와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멀티플렉스들은 다양한 기획전과 인기영화 재개봉을 통해 '명작 다시보기' 기회를 제공한다. 코로나19로 주춤한 극장가에 조금이나마 활력을 불어 넣겠다는 의도가 크다.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일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50여 편의 영화들이 3월 개봉을 포기했고 극장은 매일 역대 최저 관객수를 찍고 있다. 코로나19 피해가 가장 높은 대구지역 극장들은 잠정 휴관을 고지했지만, 다른 지역은 문까지 걸어 잠글 수 없는 노릇. 위기 속 묘책은 '재개봉'으로 쏠렸다. 티켓도 반값. 할 수 있는 최선의 1석2조 효과를 노리겠다는 포부다. 특히 극장 침체기 영향으로 안방에서 영화를 즐기는 일명 방콕족 수치는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온라인상영관 박스오피스에 따르면 올해 5~8주차 IPTV 영화 유료 결제는 326만3715건으로 지난해 동기 180만1242건에 비해 81%가량 증가했다. 넷플릭스 언급량도 치솟고 있다. 극장들은 코로나19 분위기가 회복 되더라도 이미 OTT(Over The Top·기존 통신과 방송사가 아닌 새로운 사업자가 인터넷으로 다양한 미디어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와 IPTV 등으로 움직이고 있는 관객들의 이동량이 더욱 커질까 조마조마한 마음도 내비치고 있다. 여러모로 위기 속 돌파구를 마련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CGV는 지난 달 26일 재개봉한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2004)로 쏠쏠한 효과를 보고 있다. 앞서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2001), '해리 포터와 비밀의 방'(2002)이 4DX로 재개봉 했을 당시 예매율 1위에 오르며 굳건한 팬덤을 확인시킨 바, 신뢰 속 경험치를 살려 3번째 시리즈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를 등판시키는 노림수를 발휘했다. CGV는 '누군가의 인생영화 기획전'도 마련했다. 국내외 영화 포털과 커뮤니티를 참고해 130편의 후보작을 1차로 추린 뒤, 관객들의 댓글 추천과 만족도지수가 높은 작품을 선별해 매주 라인업을 확정, 월요일과 목요일에 상영한다. 5일 스크린에 걸리는 첫 타자는 '비긴 어게인'(2014) '싱 스트리트'(2016) '어바웃 타임'(2013) '캐롤'(2016)이다. 롯데시네마는 '슬럼독 밀리어네어'(2009)를 12일 단독 재개봉한다. 인도 빈민가에서 자란 소년이 퀴즈쇼에 출전해 모든 사람의 예상을 깨고 최종 라운드에 진출하자 사기죄로 잡혀 들어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오스카 8관왕을 비롯해 전 세계 88관왕에 오른 기념비적 걸작으로 회자되고 있다. 2009년 개봉 당시 국내에서는 110만 명의 누적관객수를 자랑했다. 롯데시네마는 '힐링무시 상영전'이라는 주제로 기획전을 펼친다. 5일부터 상영되는 작품들의 주제는 '지친 마음을 위로해 줄 긍정 무비'다. '리틀 포레스트'(2018) 부터 '실버라이닝 플레이북'(2013) '원더'(2017) '그린북'(2019) '아이 필 프리티'(2018)를 차례로 선보인다. 다음 주제는 '지친 마음을 달래주는 음악 영화'다. 메가박스는 '명작 리플레이'를 준비했다. '아이리시맨' '결혼 이야기' '두 교황' '더 킹: 헨리 5세' 등 메가박스가 멀티플렉스 중 유일하게 가져왔던 넷플릭스 영화들이 눈길을 끈다. 이 외에도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나이브스 아웃'도 5000원에 볼 수 있다. 아카데미 주제가상, 음악상에 빛나는 뮤지컬 영화 '페임'(2009)은 25일 재개봉 한다. 상위 1%만 갈 수 있는 뉴욕 PA예술학교에서 춤과 노래 연기 등 자기 분야에서 최고가 되려고 도전하는 뜨거운 청춘들을 이야기한 영화다. 재개봉은 16분이 추가된 익스텐디드 버전으로 기대감을 높인다. 내달 1일에는 고(故) 장국영 17주기를 기념해 '패왕별희 디 오리지널'이 재개봉한다. 이와 관련 극장 관계자는 "재개봉의 가장 큰 강점은 이미 판권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과, 영화 그 자체가 홍보물로 따로 마케팅 비용이 크게 들지 않는다는데 있다. 수입 배급사와 극장 모두에 부담감이 적고 관객들에게는 깜짝 선물이 될 수 있다. 개봉 때 놓친 영화들이 있다면 스크린에서 볼 수 있는 좋은 찬스다"고 전했다. 이어 "현재 모든 극장들은 관객과 직원의 안전을 위해 코로나19 예방 및 확산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유동 인구도 오히려 다른 곳에 비해 적은 것이 사실이다"며 "잠시나마 영화관을 찾아 바람을 쐬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조연경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2020.03.06 0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