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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나의 해리에게’ 강훈, 예능 속 가벼움 완전히 뒤집었다 [RE스타]

배우 강훈이 드라마 ‘나의 해리에게’에서 묵직한 연기력을 선보이며 자신의 이름을 알린 SBS 예능 ‘런닝맨’에서 보여준 가벼운 이미지를 완전히 뒤집었다.지난달 23일 첫 방송된 지니TV 오리지널 ‘나의 해리에게’는 새로운 인격이 발현된 아나운서 주은호(신혜선)와 구 남자친구 정현오(이진욱)의 마음속 감춰뒀던 상처를 치유하는 행복 재생 로맨스 드라마. ‘나의 해리에게’는 2.0%(닐슨코리아, 전국 유료 가구 기준)로 시작해 매회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는 등 입소문을 타며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강훈은 극중 주은호의 또 다른 인격인 주혜리와 사랑에 빠진 강주연 역을 맡고 있다. ‘나의 해리에게’ 스토리 전개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주은호가 두 가지 인격을 가진 해리성 인격 장애를 앓고 있는 인물이라는 점이다. 강주연은 일에만 빠져 사랑이라는 감정을 모르고 다른 사람을 돌아보지 않는 사람이었지만 주혜리와 첫 키스 후 그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하는 인물이다. 강주연은 흔적을 지운 주혜리를 찾던 중 같은 얼굴을 한 주은호가 정현오와 같이 있는 모습을 보고 양다리를 의심하지만 주은호가 인격 장애를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무너진다. ‘나의 해리에게’는 인물들이 겪은 상처들을 과거 회상을 통해 풀어 나간다. 다른 인물들의 상처가 과거에서 비롯된 것과 달리, 강주연은 주은호의 또 다른 인격인 주혜리와 엮이며 엄청난 감정 변화를 겪는 인물로 연기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설득력 있게 풀어나가기 힘든 캐릭터다.강훈은 완벽하게 강주연에 몰입해 극에 활력을 불어 넣으며 스토리 전개에 설득력을 높였고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특히 강훈은 역할 비중으로 치면 남자 중 두번째임에도 순정남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남자 중 가장 비중이 큰 이진욱에게 밀리지 않는 존재감을 보여줬다.‘나의 해리에게’ 4회까지는 두 인물을 자연스럽게 오가며 연기해야 하는 신혜선에게 초점이 맞춰졌다면 인격 장애의 실체가 드러난 후 후반부로 갈수록 강훈의 감정선이 시청자들의 공감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강훈에 대한 호평이 쏟아지고 있는 것은 당연지사다. 강훈은 지난 5월 26일부터 7월 21일까지 ‘런닝맨’에 첫 임대 멤버로 출연해 엄청난 예능감으로 주목 받았다. 이후 ‘나의 해리에게’ 출연을 위해 잠시 ‘런닝맨’은 쉬고 있는 상황이다.예능을 통해 먼저 강훈을 접한 시청자들은 “강훈이 이렇게 연기를 잘하는지 몰랐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강훈은 지난 9일 공개된 유튜브 콘텐츠 ‘나래식’에서 “인물 퀴즈에서 제 얼굴이 나왔을 때 사람들이 빨리 말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는데, 이제 그는 ‘나의 해리에게’를 통해 이 목표에 한껏 가까워질 것으로 보인다. 김성수 대중문화 평론가는 “‘나의 해리에게’에서 신혜선의 연기력이 돋보일 수 있었던 것은 신혜선의 다른 인격 연기를 받아주는 상대 배우가 있기 때문”이라며 “강훈은 기본적으로 캐릭터의 이해력이 뛰어난 배우로 주혜리라는 인격체를 만나면서 변화되는 감정 폭을 설득력 있게 풀어나갔다”고 짚었다. 이어 “자신이 사랑하는 인격체가 사라질 수 있는 상황 속에서 아파하고 갈등하는 모습은 캐릭터에 충분히 빠져들지 못한다면 할 수 없는 연기다. 앞으로 강훈의 연기와 활약에 기대가 모인다”고 평가했다.이수진 기자 sujin06@edaily.co.kr 2024.10.23 05:35
뮤직

[에스파 컴백②] ‘쇠맛’ 에스파, EDM 만나 테크노 여전사로 컴백

‘대체불가 대세’ 걸그룹 에스파의 도전의 끝은 과연 어디일까. 이번엔 ‘테크노’를 만나 더욱 강렬해진 ‘쇠맛 여전사’로 돌아온다. 에스파가 21일 다섯 번째 미니앨범 ‘위플래시’ 동명의 타이틀곡을 통해 EDM 기반의 테크노 장르에 도전, 색다른 음악을 보여준다. ‘나는 나로 정의한다’는 강렬한 슬로건의 첫 정규 앨범 ‘아마겟돈’ 이후 5개월 만에 선보이는 이번 앨범은 ‘주체성을 가진 ‘나’는 새로운 세계를 여는 ‘게임 체인저’라는 키워드로 명명돼 에스파의 주체적이고 당당한 매력을 보다 강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 에스파+테크노=쇠크노 ‘위플래시’ 타이틀곡 ‘위플래시’는 강렬하고 속도감 넘치는 베이스와 하우스 비트가 특징인 EDM 기반의 댄스곡이다. 에스파가 데뷔 후 처음으로 도전하는 테크노 스타일의 곡. 가사에는 틀에 갇히지 않고 나만의 기준과 잣대로 거침없이 나아가며 어딜 가나 판도를 바꾸는 당당한 에스파의 매력을 담았다. 이 곡은 처음부터 타이틀곡으로 염두에 두고 작업에 들어갔을 정도로 ‘에스파 팀’이 자신 있게 선택한 곡이다. 특유의 ‘쇠맛’이 주는 강렬함 안에서도 멜로디성이 강한 에스파의 음악이 장르적 특성이 뚜렷한 EDM 안에서 어떻게 구현됐을지는 단연 기대 포인트다. 타이틀곡에 대해 SM 원 프로덕션 최성우 총괄 디렉터는 “‘슈퍼노바’처럼 대중적인 장르가 아닌,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는 곡이지만 그동안 하지 않았던 EDM 베이스에 에스파만의 색깔을 입혀서 선보인다는 도전의 의미”라고 강조했다.SM 원 프로덕션 A&R 담당자는 일간스포츠에 “이번 곡은 멤버 각자 보컬의 개성을 극대화하려고 했고, 에스파 음악의 특징 중 하나인 독특한 가사로 생소하지만 귀에 꽂히는 문장들을 사용했다. 에스파 곡에서 자주 등장하는 반전되는 무드의 보컬 브릿지 파트를 통해 에스파스러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설명했다. 에스파의 시그니처 컬러인 ‘쇠맛’에 테크노가 더해진다는 점에서 K팝 팬들 사이엔 일찌감치 ‘쇠크노’(쇠맛+테크노)라는 표현이 통용되기 시작했다. 발매에 앞서 공개된 뮤직비디오 티저에는 직접 촬영 장비를 다루는 에스파의 모습이 담겨 있는데, 메카닉을 컨트롤 해 공간을 넘나드는 주체적인 캐릭터에 한층 사이버틱한 매력이 더해져 시선을 모았다. 지난해 10월 발표한 ‘드라마’를 기점으로 광야를 넘어 다중우주에서 재가동을 시작한 에스파 세계관 스토리가 ‘슈퍼노바’와 ‘아마겟돈’을 거쳐 이번 ‘위플래시’에서 어떤 음악과 비주얼, 퍼포먼스로 구현됐을지, 1년에 걸친 대서사의 무한 확장에 관심이 집중된다. ◇ 수록곡 맛집 에스파, 다채로운 스펙트럼 ‘위플래시’가 주는 이미지가 워낙 강렬하지만 ‘수록곡 맛집’ 답게 에스파의 이번 앨범은 다채로운 플레이리스트를 갖췄다. 매 앨범의 타이틀곡을 통해 팀의 정체성을 공고히 해나가고 있지만 이들은 단독 콘서트나 페스티벌 등의 무대를 통해 다양한 장르와 분위기를 유려하게 소화해 내는 넓은 스펙트럼을 입증해왔다. 이번 앨범에 수록된 빈티지 스타일의 R&B 곡 ‘플라이츠, 낫 필링스’나 얼터너티브 R&B 곡 ‘플라워즈’, 팝 록 곡 ‘저스트 어나더 걸’ 등 수록곡 면면을 들여다보면 더욱 그렇다. 장르적으로 다채로운 분위기를 선보이는 것은 물론, 스토리적으로도 보다 성숙해진 내면을 그려낸다. 이에 ‘리브 마이 라이프’, ‘써스티’, ‘도깨비불’, ‘솔티 앤 스위트’, ‘예삐 예삐’ 등 기존 사랑받았던 다양한 수록곡들과 더불어 이번 수록곡들 역시 좋은 반응이 기대된다. SM 원 프로덕션 A&R 담당자는 “보통 앨범의 수록곡은 에스파가 가진 음악적 역량을 다양하게 보여주는 동시에, 그 시점의 멤버들이 설득력 있게 잘 표현하고 전달할 수 있는 곡을 우선적으로 고르고 있다. 이번 앨범에서는 멤버 개개인의 보컬적인 개성이나 톤을 잘 드러내기 위해서 멤버들과 같이 많은 고민을 하면서 준비했기 때문에 4인 4색의 다채로운 보컬을 더 확실히 느낄 수 있을 것”이라 귀띔했다. 에스파는 ‘위플래시’ 컴백에 앞서 이달 초 선물처럼 깜짝 공개한 솔로곡이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내놓으며 실력과 주가를 입증했다. 카리나의 솔로곡 ‘업’이 멜론 톱100 등 각종 음원차트 1위에 오르며 현 가요계 대세의 위엄을 보여준 것. 윈터, 닝닝, 지젤의 솔로곡들 역시 호평 받으며 4인4색 솔로 가능성을 입증했다. 완전체 곡과 솔로곡의 시너지가 빛을 발하는 시점이라 이들이 다시 한 번 야심차게 꺼내 놓는 ‘위플래시’에 대한 기대가 높아진다. 오직 에스파이기에 가능한 ‘쇠맛’으로 리스너를 중독시킨 이들의 컴백이 올 가을 가요계에 어떤 반향을 일으킬지 주목된다. 박세연 기자 psyon@edaily.co.kr 2024.10.21 06:00
드라마

신예은, ‘정년이’ 천재 국극 소녀로 ‘더글로리’ 연진이 넘었다 [RE스타]

배우 신예은이 ‘정년이’에서 천재 국극 소녀 역할을 맡아 열연을 펼치고 있다.지난 12일 첫 방송된 tvN 새 토일드라마 ‘정년이’는 1950년대 한국전쟁 후 최고의 국극 배우에 도전하는 ‘타고난 소리 천재’ 윤정년(김태리)을 둘러싼 경쟁과 연대, 그리고 찬란한 성장기를 그린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정년이’는 김태리, 신예은, 라미란, 정은채, 김윤혜 등 쟁쟁한 여배우 라인업으로 방송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시청자들의 기대에 부응하듯 ‘정년이’ 시청률은 1회 4.8%(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에서 2회 8.2%를 기록하며 껑충 뛰었다. 이러한 시청률 상승에는 신예은의 연기력이 톡톡한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신예은은 ‘정년이’에서 주인공 윤정년과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는 허영서 역할을 맡았다. 허영서는 천재적인 능력을 가진 윤정년과 다르게 명문가 집안에서 차근차근 국극 실력을 쌓아온 모범생으로 연구생 사이에서 에이스로 인정받는 캐릭터. 허영서는 보결 연구생으로 매란 국극단에 입성한 윤정년과 소리 맞대결을 펼치고 난 후, 친해지고 싶다고 말하는 윤정년을 무시하며 티격태격하는 라이벌 케미스트리를 보여주며 극의 초반 재미를 이끌고 있다. 또한 신예은은 엄마에게 사랑받는 언니를 둔 동생이란 캐릭터가 갖고 있는 열등감도 설득력 있게 풀어나가고 있다. 신예은의 연기력은 ‘정년이’ 2회에서 방자 역할을 연기하는 장면에서 특히 돋보였다. 연구생 공연에서 춘향전의 방자 역할을 갑작스럽게 맡은 윤정년이 완성도가 떨어지는 연기를 선보이자, 허영서는 방자 역할을 완벽하게 선보이며 “자신 없으면 지금이라도 나가면 돼”라며 당차게 말한다. 신예은은 까칠하고 도도한 캐릭터인 허영서가 촐싹거리는 방자 역할에 단숨에 몰입하는 연기를 통해 순식간에 극의 분위기를 휘어잡으며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신예은은 지난 2018년 웹드라마 ‘에이틴’에서 도하나 역할로 대중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데뷔작임에도 불구하고 신예은은 단발을 한 도하나 캐릭터를 통해 특색있는 외모와 함께, 10대 친구들 사이에서 일어날 법한 상황 속 생활 연기와 섬세한 감정 연기로 높은 인지도를 얻었다. 하지만 tvN ‘사이코메트리 그녀석’, KBS2 ‘어서와’, JTBC ‘친구에서 연인이 되는 경우의 수’ 등 주연을 맡은 후속작은 큰 인기를 얻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꾸준히 자기 길을 걸어오며 쌓아온 신예은의 연기력은 지난 2022년 공개된 넷플릭스 ‘더글로리’에서 폭발했다. 신예은은 학교폭력 주동자인 박연진의 유년 시절을 맡아 악역으로 제대로 활약하며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 신예은은 ‘더글로리’ 연진이로 얻은 악역 이미지를, ‘정년이’를 통해 또 다시 성공적으로 바꿔 시청자들의 칭찬이 쏟아지고 있다. X(구 트위터)에 ‘정년이’ 2회 방송 이후 “단언컨대 신예은 배우는 이 장면 하나로 ‘더글로리’ 연진이를 뛰어넘었다”는 게시물은 약 1만 3000회 재게시되며 수많은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얻었다.소속사 엔피오엔터테인먼트는 “‘정년이’ 원작이 큰 인기를 얻었던 작품이기도 하고 김태리 씨와 호흡을 맞출 수 있었던 점이 좋았다. 또 국극이라는 신선한 소재를 사용한 작품이라 신예은 씨가 새롭게 도전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다”며 “기본 발성부터 시작해 노래, 군무뿐 아니라 검을 사용하는 장면을 위해 액션 스쿨을 다니는 등 정말 ‘정년이’를 준비하는데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앞으로도 ‘정년이’에 출연하는 신예은에게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전했다.이수진 기자 sujin06@edaily.co.kr 2024.10.17 06:05
영화

이런 고약한 ‘선조’는 처음…차승원 만나 광기 오른 ‘전,란’

“이왕 새로 짓는 거 6000칸은 되어야 하지 않겠느냐?”왜적이 설치고, 백성은 굶주려 나라가 안팎으로 혼란한데 경복궁부터 화려하게 재건해야 한다는 왕을 보자니 ‘전, 란’에서 가장 주먹이 우는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역사가 무능함을 알고 있다지만, 이토록 고약하게 그려진 적이 있을까. 차승원이 선보인 조선 14대 왕 선조는 달랐다.지난 11일 공개된 넷플릭스 영화 ‘전, 란’은 왜란이 일어난 혼란의 시대, 함께 자란 무신 집안의 아들 종려(박정민)와 그의 몸종 천영(강동원)이 선조(차승원)의 최측근 무관과 의병으로 적이 되어 다시 만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김상만 감독이 연출했고, 박찬욱 감독이 제작·각본에 참여했다.‘전,란’은 16일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영화 비영어 부문 3위(10월 7~13일 집계)에 올랐다. 검술 액션과 사회의 각 위치에 선 캐릭터들과 그를 표현하는 배우들의 연기력이 국내외 호평을 받았다. 타이틀롤은 아니지만 차승원의 선조 연기 역시 깊은 인상을 남기는 요소가 되고 있다. 극중 선조는 왜군이 침략하자 곧장 궁궐과 백성을 버리고 도망친 임금으로 그려진다. 역사적 사실에 기반했기에 선조는 크고 작은 사극들에서 대개 한심하고 우유부단한 모습으로 그려져 왔으나 ‘전, 란’의 차승원은 형형한 눈빛과 목소리로 어딘가 우스꽝스러운 광기를 지닌 선조를 새로 빚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차승원이 표현한 선조는 살짝 코믹하면서도 폭군이기에 모순적”이라며 “지난 200년간 전쟁 한번 없고, 궁 안에서만 자라 물정을 모르는 철부지를 그로테스크하게 표현하기에는 악역과 코믹, 정극을 전부 소화해 온 차승원이 적임자였다”고 짚었다.여타 창작물과 마찬가지로 ‘전, 란’의 선조 또한 자신의 안위와 왕권 회복에만 힘쓴다. 그럼에도 과거 드라마 ‘징비록’, ‘불멸의 이순신’ 등의 선조와 차별화된 지점은, 차승원의 선 굵은 진한 마스크와 큰 키의 위압감과 함께 표정과 행동에서 묻어나는 천진한 고집스러움이다.다른 결은 극의 초반부터 드러난다. “진정 왕과 노비가 대동한가?”라며 옥좌에 포졸을 끌어다 앉히고 곤룡포까지 벗으려는가 하면, 왜군이 아닌 백성의 분노로 불이 붙은 경복궁을 보며 “내 백성이? 왜?”라고 진심으로 반문하는 모습에서다. 믿을 수 없다는 듯 동그랗게 뜬 차승원의 눈과 떨리는 높은 목소리는 그저 밉상이 아닌, 건들지 못할 히스테릭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추락한 왕권 그 자체를 완성했다. 왜란 7년 후, 궁을 ‘나라의 등뼈’라고 칭하며 관념, 즉 허울만 남은 왕권을 바로 세우기 위해선 재건이 시급하다고 주장하는 선조에게 신하들과 그의 아들 광해마저 직언하지만 흔들림이 없다. 그런 한편 몸종 천영에게 배신당했다고 말하는 무관 종려의 사연을 듣고도 왕권을 위협하는 대동사상을 먼저 떠올리며 “아랫것에게 마음이 간다고 해도 감출 줄도 알아야 하는 법”이라고 말하는 대목에선 내면의 불안도 느껴진다. 무엇보다 그 불안이 칼날이 돼 언제 주변을 향할지 극에 긴장을 불어넣었다.‘전,란’은 차승원에게 있어 8년 만의 사극 출연작이다. 공교롭게도 그는 드라마 ‘화정’(2015)과 영화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2010)에서는 광해군과 대동계 수장 역으로 선조와 대립했다. 이에 차승원은 앞서 열린 ‘전, 란’ 제작보고회에서 “선조는 워낙 다뤄진 적이 많은 인물이어서 어떻게 하면 차별화를 둘 수 있을지가 관건이었다”며 “위엄은 갖추되 자기밖에 모르는, 고약하고 아이 같기도 한 여러 선을 갖고 선조를 표현하려 했다”고 밝혔다.또한 “가장 높은 자리에 있는 군주지만 본인보다 나은 사람에게 콤플렉스를 가진, 질투와 시기를 숨기지 못하는 우리네와 같은 인물이 아닐까 생각했다”고 밝힌 차승원은 이번 외형까지도 직접 제작진과 상의하며 캐릭터를 완성했다. 수염의 형태나 움푹 팬 눈 밑 주름뿐 아니라, 체중도 감량하며 만든 비주얼은 감정 표현을 탄탄하게 뒷받침했다. 선조의 가장 가까이서 호흡을 맞춘 주인공 종려 역 박정민은 차승원의 캐릭터 해석을 두고 자신의 연기 방향성도 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선조 앞에서 위축될 생각이 없었는데 어디로 튈지 모르겠더라. 7년을 호위해도 한순간에 내칠 수 있을 것 같은 뉘앙스다 보니 나도 좀더 바싹 수그리는 쪽으로 수정했다”고 돌아봤다.김상만 감독 또한 차승원을 두고 “분노 유발을 해냈다”며 “연기뿐 아니라 이미지 자체로도 강력한 카리스마를 드러냈다. 그 속에 콤플렉스가 담긴 캐릭터를 말투와 눈빛으로 표현해 관객에겐 ‘한 대 때려주고 싶은’ 느낌도 들 것”이라고 극찬했다.이주인 기자 juin27@edaily.co.kr 2024.10.17 05:55
드라마

’한석규 딸’ 누구?…채원빈, 무표정을 연기한다

무표정이 주는 날카로움이 단숨에 공기를 싸늘하게 만든다.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의 배우 채원빈이 대선배 한석규에 밀리지 않는 존재감을 보여주며 팽팽한 긴장감을 보여주고 있다.채원빈은 지난 11일 첫 방송한 MBC 금토드라마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이하 ‘이친자’)에서 한석규의 딸로 출연 중이다. ‘이친자’는 최고의 프로파일러가 수사 중인 살인사건에 얽힌 딸의 비밀과 마주하고, 처절하게 무너지며 심연 속 진실을 쫓는 ‘부녀 스릴러’다. 채원빈은 극중 한석규가 연기하는 프로파일러 장태수의 딸 장하빈을 연기한다.장태수의 시점으로 전개되는 극에서 장하빈은 비밀투성이인 인물이다. 일만 하느라 딸을 제대로 돌보지 못한 탓에 장태수는 딸에 대해 잘 모른다. 2회까지 공개된 현재 시청자도 이 캐릭터에 대해 알게 된 정보가 많지 않다. 단지 장태수의 움직임과 의식의 흐름에 따라 1, 2회에서는 그가 자신이 수사하는 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장하빈을 의심한다는 것과 장하빈이 어린 시절 남동생의 죽음과도 연관돼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장하빈은 지금까지는 대사도 많지 않으며 그저 몇 번 집에서 장태수와 대면하는 장면만 나온다. 그러나 극 안에서 채원빈의 존재감은 상당하다. 장태수 앞에서 무표정으로 몇 마디 말 정도만 건넬 뿐인데도 단숨에 분위기를 압도하며 주변을 얼어붙게 만든다. 지나치게 감정이 없는 표정이 2D 그림처럼 보일 만큼 밋밋한 느낌을 자아내지만 눈빛은 살아있다. 채원빈은 표정으로 감정표현을 전달하는 데 중점을 두고 연기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채원빈은 소속사 아우터유니버스를 통해 “너무 나와 다른, 내 모습을 재료로 쓸 수 없는 인물을 만나서 파악하는 데에 오랜 시간이 걸렸다”며 “표정으로 해야 하는 연기가 많았는데 대본을 계속 읽으면서 감정을 시간 순서로 정리하면서 캐릭터를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강약 조절에 신경을 쓰면서 연기했다”고 전했다. 특히 한석규에 밀리지 않는 채원빈의 눈빛 연기는 시청자들 사이에서 호평을 얻고 있다. “너 거짓말할 생각 하지 마”라는 장태수의 추궁에 한 치 흔들림 없이 “한 번이라도 좋으니 내 말 좀 믿어 주면 안 돼?”라고 받아치는 장하빈의 대사는 부녀의 대결 구도를 보여주는 동시에 두 사람 사이에 쌓인 수많은 복잡한 감정을 시청자들이 고스란히 느끼게 했다. 연출을 맡은 송연화 PD는 최근 ‘이친자’ 제작발표회에서 채원빈을 캐스팅한 이유에 대해 “눈을 보는 순간 빠져들었다”고 밝히기도 했다.2019년 연기자로 데뷔한 채원빈은 신인 배우답지 않은 깊이 있는 연기를 보여주며 떠오르는 배우로 평가받고 있다. 넷플릭스 시리즈 ‘스위트홈’ 시즌2, 3에선 방랑자 생활을 하는 독립적인 성향의 하니 역을 안정적으로 소화했고, 영화 ‘마녀2’에서는 특장기인 눈빛을 살려 섬뜩한 토우 4인방의 리더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한석규와 부녀지간이지만 대결구도를 이루는 역할인데 결코 밀리지 않는 연기를 보여준다”며 “특히 침묵할 때 섬뜩하고 날카로운 이미지가 있는데 이런 면이 캐릭터와 잘 어우러진다”고 짚었다.강주희 기자 kjh818@edaily.co.kr 2024.10.16 06:14
드라마

‘백설공주’ 이우제 “악역 연기, 뒤통수 조심하란 말 많이 들었죠” [IS인터뷰]

“저희 팀 스태프들끼리는 ‘병무(이태구)랑 민수(이우제)는 뒤통수 조심해라’ 이런 얘기 많이 했죠.”배우 이우제는 MBC 금토드라마 ‘백설공주에게 죽음을-블랙아웃’(이하 ‘백설공주’)에서 파렴치한 악역 캐릭터를 연기한 소감에 대해 이렇게 말하며 웃었다. ‘백설공주’는 시신이 발견되지 않은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살인 전과자가 된 고정우(변요한)가 10년 후 그날의 진실을 밝히는 과정을 담은 역추적 범죄 스릴러다. 이우제는 극 중 고정우의 절친한 고교 동창인 신민수를 연기했다.신민수는 역시 고교 동창인 양병무와 함께 자신들이 저지른 죄를 고정우에게 뒤집어씌워 살인자로 만든 주요 인물이다. 이우제는 최근 일간스포츠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맡은 역할에 대해 “절대 용서받지 못할 것 같다. 죄송하다”며 “대국민 사과라도 해야 할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이우제가 대국민 사과를 생각할 정도로, 극 중 신민수는 죄를 저지르고도 적반하장 태도를 보여 매회 시청자를 매우 분노하게 만들었다. 특히 신민수가 피해자 심보영(장하영)에게 몹쓸 짓을 한 것을 고정우가 알고 찾아가 추궁하자, “너 때문에. 너 때문에!”라고 소리를 지르며 질투와 열등감을 폭발시키는 장면은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우제는 “민수를 연기 할 때 정말 잘해보고 싶은 마음이 엄청 컸다”고 처음 배역을 맡게 됐을 때를 떠올렸다.“그전에 저에게 주어졌던 역할들은 다 뭔가 순수하거나 귀엽고 선한 이미지가 강했거든요. 악역은 처음 도전하는 거였고 항상 한 번쯤은 해보고 싶었어요. 또 서사까지 있는 캐릭터다 보니까 더 잘해 내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이우제는 ‘백설공주’를 꼭 하고 싶었던 이유에 대해 “이전엔 또래 배우들과만 호흡을 맞춰보고 선배님들과는 해보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변요한 형을 비롯해 수많은 선배 연기자와 연기할 수 있었기 때문에 꼭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이 드라마가 대박이 날 것 같다, 아닐 것 같다, 그런 건 별로 중요하지 않았어요. 저의 연기 커리어에 꼭 도움이 될 작품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오디션도 최선을 다해서 준비했는데, 그 진심이 감독님에게도 닿은 것 같아요.”이우제는 연출을 맡은 변영주 감독의 영화 ‘화차’를 이전부터 좋아했다고 말했다. 그는 변 감독의 첫 인상에 대해 “흔히 하는 말로, 쩔었다”고 표현했다. “첫 촬영 때 감독님을 현장에서 딱 뵀는데 포스에 압도됐어요. 그리고 제가 연기를 하고 컷이 됐는데, 감독님이 그때 ‘너가 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펼쳐도 되니까 너무 자제하지 말라’고 얘기해 주셨어요. 그 말에 힘받아서 그 뒤론 제가 하고 싶은 거 다 했죠.” 이우제는 ‘백설공주’ 외에도 올 한해 ‘밤에 피는 꽃’, ‘선재 업고 튀어’ 등에 연이어 조연으로, 또는 특별출연하며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에 대해 이우제는 “내가 나오면 다 잘 되나 보다”고 너스레를 떨며 “세 작품 다 너무 좋아해 주셔서 신기하다. 올해는 저에게 선물 같은 해인 것 같다”고 감격했다.자신의 매력 포인트로 ‘눈’을 꼽은 이우제는 “나쁘게 표현할 수도 있지만, 착하게도 표현할 수 있는 눈이라고 생각한다”고 어필했다. 이어 좋아하는 배우로 조정석을 언급하며 “매 역할 다른 얼굴로 보일 수 있는 연기를 펼치고 싶다”는 소망을 전했다.“조정석 선배님 연기하시는 걸 보면 저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지게 돼요. 힐링 받는 느낌이 많이 들더라고요. 그런데 또 다른 역할 하실 땐 180도 돌변하잖아요. 저도 그런 카멜레온 같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강주희 기자 kjh818@edaily.co.kr 2024.10.16 06:05
e스포츠(게임)

'글로벌 반전 성공' 엔씨의 봄 빨리 오나

'게임 업계 맏형' 엔씨소프트의 겨울이 그리 길어 보이지 않는다. 해외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본 '쓰론 앤 리버티'(Throne and Liberty·이하 TL)부터 리니지 IP(지식재산권) 기반 '저니 오브 모나크'까지 연타석 홈런을 예고하며 엔씨가 본격적으로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14일 업계에 따르면 엔씨의 대작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TL이 다소 아쉬웠던 국내와 달리 글로벌 시장에서 빠르게 흥행 불씨를 지피고 있다.이달 1일 글로벌 퍼블리셔인 아마존게임즈와 손잡고 북∙중∙남미, 유럽, 오세아니아, 일본 등에서 글로벌 서비스를 시작한 TL은 첫 주 이용자가 300만명을 돌파했다.누적 플레이 타임은 2400만 시간을 넘어섰으며, TL을 주제로 한 스트리밍 플랫폼 '트위치' 방송의 합산 시청 시간은 1100만 시간 이상을 기록했다.지난해 말 국내 시장에 먼저 선보인 TL은 리니지를 잇는 엔씨의 차세대 IP였다.사전 캐릭터 생성이 1시간 만에 마감되며 기대를 모았지만 치장형 상품(스킨)과 콘텐츠 품질이 유저 눈높이에 미치지 못하고 액션성이 아쉽다는 평가를 받았다.'리니지 라이크'(리니지와 유사한) 게임만 개발한다는 회사의 이미지도 부정적으로 작용해 출시 초기 동시 접속자 수는 6만여 명 수준에 머물렀고, 서버도 절반으로 통합되며 업계의 우려를 샀다.이에 엔씨는 글로벌 출시를 앞두고 이용자 목소리를 적극 반영해 TL을 새로운 게임으로 탈바꿈했다.엔씨 관계자는 "이용자들의 다양한 피드백을 수렴해 게임성을 개선해오고 있다"며 "글로벌 출시 전 배틀 패스의 구매 수단을 인게임 재화로 변경해 P2W(과금할수록 유리한)에 대한 이용자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스킬 특화 시스템과 생활형 콘텐츠를 추가하는 등 완성도를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조금씩 베일을 벗고 있는 저니 오브 모나크에도 게임 마니아들의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올해 4분기 출시를 목표로 준비 중인 신작은 지난달 30일 사전예약을 시작한 뒤 하루 만에 100만명이 몰렸다. 공식 유튜브 채널에 처음 공개한 인게임 트레일러는 2주 만에 영문, 한글판 모두 조회수 200만회 이상을 달성했다.이 게임은 중국 개발사들이 국내 시장에서 재미를 본 방치형 RPG로 추정된다. 예고 영상에서 체스판 위에 캐릭터를 배치하는 모습을 담아 전략 싸움을 암시했으며, 1대 1 전투는 물론 낚시 등 다양한 일상 콘텐츠도 소개했다.엔씨 관계자는 "기존 리니지 시리즈와 차별화한 게임성을 예고한다"며 "리니지에 익숙한 이용자와 새롭게 접하는 이용자들 모두 만족시킬 수 있도록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이처럼 글로벌 시장에 안착하고 있는 대작과 출시가 코앞인 신작에 엔씨의 미래가 걸렸다.지난 2분기 3N(엔씨·넥슨·넷마블) 가운데 엔씨만 가까스로 적자를 피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넥슨은 역대 2분기 최대 매출을 썼고, 넷마블은 전년 동기 대비 흑자 전환 성과를 이뤘다.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TL의 글로벌 성공으로 회복의 첫걸음을 내디뎠다"며 "동시 접속자 수는 20만명 수준으로 안정화하고 월 50억원 이상의 로열티 매출이 반영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정길준 기자 kjkj@edaily.co.kr 2024.10.15 07:00
영화

김대명 “‘더러운 돈’ 찍으며 15kg 감량…소년에서 남자로” [인터뷰①]

김대명이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의 형사 동혁 역을 위해 체중을 감량했다고 밝혔다.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는 영화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에 출연한 김대명 인터뷰가 진행됐다.이날 김대명은 작품 촬영 당시를 돌아보며 “체중이 지금보다 많이 나갈 때였다. 감독님이 소년에서 일련의 커다란 성장통을 겪으며 남성이 되는 모습이 외적으로 드러나면 좋겠다고 하셨다”라며 “감당할 수 없는 고통을 받으면 외적으로 드러나기에 저도 (배역을 위해) 해볼 수 있는 데까지 해보겠다고 했다”라고 말했다.이어 “영화를 촬영하며 15kg 넘게 빠졌다. 몸을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캐릭터가) 죽을 만큼 힘든 과정에서 진이 빠지면서 살이 빠지는 거다 보니 저도 똑같은 고통을 느꼈다”라고 부연했다.촬영은 지난 2019년에 마쳤으나 김대명은 체형을 유지하고 있다. 그는 “이후에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찍으면서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다시 찌면 더 빼기 힘들겠다고 생각했다”라며 “‘더러운 돈’을 찍을 때는 거의 식단으로 감량했다. 운동을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라고 털어놨다.이미지 변신을 한 것에 대해서는 “그전까지 제가 둥글둥글하고 우리 주위 누군가의 모습이었다면, 이번엔 조금 주변에서 멀어지고 남성성이 짙은 인물이다. 스크린에서 처음 보여주는 모습인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한편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는 수사가 본업, 뒷돈이 부업인 두 형사가 완전 범죄를 꿈꾸며 더러운 돈에 손을 대지만, 계획에 없던 사고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오는 17일 개봉한다. 이주인 기자 juin27@edaily.co.kr 2024.10.14 13:59
영화

‘나이스한 개XX’ 의 변신…정성일, ‘전,란’으로 묵직한 한 방

배우 정성일이 넷플릭스 영화 ‘전,란’을 통해 연기 변신을 꾀하며 압도적 존재감을 드러냈다.정성일의 신작 ‘전,란’은 왜란이 일어난 혼란의 시대, 함께 자란 조선 최고 무신 집안의 아들 종려(박정민)과 그의 몸종 천영(강동원)이 선조(차승원)의 최측근 무관과 의병으로 적이 되어 다시 만나는 이야기를 그린다.극 중 정성일은 조선 땅을 침략한 일본군의 선봉장이자 무(武)와 살육을 즐기는 겐신를 열연, 지금껏 본 적 없는 서슬 퍼런 눈빛과 분위기로 시청자들을 압도했다. 도깨비 탈을 쓰고 첫 등장하는 정성일은 특유의 중저음 목소리는 물론 절도 있는 검법과 자연스러운 일본어 연기를 능숙하게 표현했다. 또한 온 얼굴을 가리는 도깨비 탈을 썼음에도 불구하고 피할 수 없는 강렬한 눈빛과 빈틈없는 연기력, 강도 높은 액션으로 이야기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은 물론, 은근한 웃음 요소까지 곁들이며 극의 분위기를 환기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정성일은 전작들에서 보여줬던 젠틀하고 차분한 이미지에서 완전히 벗어난, 교활하고 잔인한 비귀(鼻鬼)의 모습으로 자유롭게 극을 휘젓고 다니며 다양한 연기 스펙트럼을 증명했다.정성일은 ‘전,란’을 준비하며 수개월의 시간 동안 시대에 맞는 일본 고어 문체를 배우고 준비했을 뿐만 아니라, 다른 캐릭터들과는 차별화된 쌍칼 전투 액션과 승마를 몸에 익히고 배우기 위해 준비했다는 후문이다.한편 ‘전,란’은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으로 지난 11일 넷플릭스를 통해 정식 공개됐다.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전,란’은 현재(14일 오전 기준) 넷플릭스 영화 부문 글로벌 3위, 국내 1위에 랭크되며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4.10.14 11:54
영화

‘구르는’ 김대명 위 ‘나는’ 박병은…‘더러운 돈’ 갖고 노는 법 [무비로그③]

김대명은 굴렀고, 박병은은 날았다. 새 영화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에서 두 배우는 상반된 행보로 타이틀롤 명득(정우)의 양옆을 지탱했다. 오는 17일 개봉하는 이 작품은 뒷돈 받기를 부업으로 하는 두 형사가 더러운 돈에 손대며 벌인 사건을 스스로 직접 수사하면서 이야기가 펼쳐지는 범죄 액션물이다. 극중 김대명은 명득의 파트너 형사 동혁 역, 박병은은 수사망을 좁히는 광수대 팀장 승찬 역으로 열연했다. ◇10kg 감량 투혼, 김대명 김대명은 치기 어린 형사가 웃음기를 잃어가는 모습을 있는 그대로 표현했다. 아픈 어린 딸을 위해 뒷돈에 손을 대야 했던 명득에 비하면 동혁은 철없는 이유다. 그가 갚아야 할 빚은 전부 여자친구와 도박장을 다니며 진 것이다. 만만하다 싶은 상대에게는 거침없던 동혁은 중국 조직으로 보내질 거액의 검은 돈을 가로챌 계획이 성대히 틀어지면서 겁을 먹는다.“형이 하면 나도 할게”라며 명득에게 절대적인 신뢰와 애정을 가졌던 그는 돈, 그리고 자신의 소중한 인연들 앞에서 그 동료애를 시험받게 된다. 점입가경으로 동혁을 둘러싼 상황이 악화되고, 종국에는 중국 조직이 직접 그의 생명을 위협하게 되면서 조급해진다. 김대명은 특유의 동글한 앳된 모습이 점차 야위어 가며 속절없이 흔들리는 멘털을 그대로 표정으로 드러낸다.실제로 김대명은 이 작품을 위해 10kg가량 감량했다. 그는 제작발표회에서 “김민수 감독님이 이야기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동혁이 소년에서 어른으로 변하는 모습을 주문했다. 그에 부합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동혁에 김대명이 가진 이미지가 녹아들기도 했다. 김 감독은 “김대명이 이 역할을 맡아준 것 자체가 동혁의 캐릭터를 만드는 데 영향을 미쳤다. 그래서 동혁을 더 따뜻하고 다정한 사람으로 설정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 말대로 극중 동혁은 부패 형사의 면만 있는 것이 아닌, 명득의 딸에게 한없이 친절한 ‘꼴통 삼촌’이기도 하다. 김대명 또한 “제가 이제껏 보여준 적 없는 더 진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었던 인물”이라고 동혁 역을 돌아봤다.◇반박 불가 섹시함, 박병은 도베르만과 하이에나, 그리고 비단구렁이. 박병은 그 자신이 광수대 팀장 승찬 역에 떠올렸다고 밝힌 이미지다. 공통점이라면 민첩하고, 목표물을 절대 놓치지 않는다는 것. 극중 승찬의 군더더기 없는 움직임과 절제된 감정선은 이에 딱 들어맞는다.승찬은 명득과 동혁이 벌인 총격전에 팀원을 잃게 되며 등장한다. 수사 브리핑을 듣다가 본론부터 말하라고 딱 자르는 대목에서 불필요한 것을 굳이 취하지 않는 인물이라는 게 느껴진다. 외골수인 명득에게 90년대 홍콩 액션물 같은 결이 있다면 그와 옛 인연인 승찬은 어딘가 세련된 요즘 스타일이다. 박병은이 가진 선악이 불분명한 마스크와 섬세함이 승찬의 얼굴에 완벽히 들어맞아 제법 섹시한 인상도 준다.적재적소, 신출귀몰, 동혁과 명득 위를 날며 카운터를 먹이는 승찬은 동요하지 않기에 더욱 깊은 인상을 남긴다. 특히 승찬의 “어쩌지. 증거가 나와버렸네”라는 대사는 노래로 치면 킬링 파트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를 두고 박병은은 “상대를 압박해 극에 긴장을 만드는 상황인데, 힘이나 큰 의미를 싣기보단 차분하고 이성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또한 박병은은 “전형성을 탈피하기 위해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는 동시에 범인을 잡기 위한 집착, 집념을 표현해 다른 의미에서 악함을 느낄 수 있도록 연기했다”고 회상했다. 이에 김 감독은 “딕션과 눈빛이 흔들림 없이 정확하다. 평균치가 굉장히 높아 캐릭터의 매력을 극대화시키는 보약 같은 배우”라며 오차 없이 배역을 소화한 박병은을 극찬했다.이주인 기자 juin27@edaily.co.kr 2024.10.14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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