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위아래만 보던 '어썸 킴', 시선 바꿔준 코리안 로켓 "하성아, 나아간다 생각해"
"올라간다기보다는 꾸준히 나아간다고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김하성(28·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은 지난 6일 메이저리그(MLB) 내셔널리그 골드글러브(GG) 유틸리티 플레이어 부문을 수상했다. 한국 선수 중 처음이었고, 아시아 내야수로 범위를 넓혀도 최초였다. 한국 야구 역사상 최고의 내야수라는 찬사가 부족하지 않은 성과다.
처음부터 최고는 아니었다. 김하성은 언제나 경쟁을 경험했고, 끝없이 성장한 끝에 정상에 섰다. 야탑고 시절에는 그의 후배 박효준이 더 주목받았다. 프로야구에는 신인 드래프트 3라운드 29순위로 입단했다. 김하성은 신인왕도 아니었다. 그러나 매년 더 나은 선수로 성장했고, MLB 진출 전 첫 30홈런을 치고 빅리그에 나섰다.언제나 수직으로 '우상향'해 왔던 김하성이었기 때문일까. 김하성에게 MLB 첫 시즌(타율 0.202 8홈런)은 좌절에 가까웠다. 160㎞/h를 넘나드는 강속구에 대처할 수 없어 원형 탈모까지 왔다고 스스로 고백했다. 매년 비상하던 김하성이 겪은 첫 추락이었다.지난 20일 골드글러브 수상 기념 기자회견을 연 김하성은 "평생 운동(야구)에는 업·다운만 있고, (내가) 올라가야 한다는 생각만 했다"며 "MLB 첫 시즌 큰 실패를 맛봤다. 커리어 통틀어 가장 힘든 시간이었다. 올라가야 한다는 생각만으로 야구하니 떨어질 때 감당이 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시야를 바꿨다. 추락이 아닌 잠시 정차했다는 걸 알았다. 대선배 박찬호 샌디에이고 고문의 경험 어린 조언 덕분이다. 박찬호는 김하성보다 훨씬 많은 실패를 맛봤다. 김하성보다 빨리 MLB에 진출했고, 첫해부터 실패를 겪었다. 피땀 어린 노력 끝에 빅리그에 자리 잡았다. FA(자유계약선수) 이적 후 부진과 허리 부상으로 다시 흔들렸다. 포기하는 대신 노력했고, 목표했던 빅리그 통산 124승을 기어이 이뤄냈다.김하성은 "박찬호 선배님께서 올라간다기보다는 꾸준히 나아간다고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말씀해주셨다"며 "떨어지는 게 아니라 잠시 멈췄다가 다시 나아가는 것이라 했다. 그 조언이 긴 시즌을 소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박찬호의 말처럼 김하성은 버텼고, KBO리그 때보다 느릴지언정 차근차근 적응하고 성장했다. 3년 차인 올 시즌 수비뿐 아니라 타격에서도 17홈런 38도루로 역시 유틸리티 플레이어 부문에서 실버슬러거 후보가 됐다. 매니 마차도,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 잰더 보가츠, 후안 소토 등 쟁쟁한 올스타 선수들이 모인 샌디에이고에서 붙박이 1번 타자도 됐다. 멈췄다가 다시 나아간 덕분이다.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2023.11.22 0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