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14건
프로야구

[조아제약 프로야구 대상] 이정후 첫 영광 도전…SSG 집중 견제

올 시즌 프로야구 최고의 별은 누굴까. 조아제약㈜과 일간스포츠가 공동 제정한 '2022 조아제약 프로야구 대상' 시상식이 오늘 오전 11시 서울 서대문구 스위스 그랜드 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다. 국내 유일의 제약사 주최 야구 시상식인 '조아제약 프로야구 대상' 시상식은 2009년 시작해 올해로 14년째를 맞이한 프로야구 최고 권위의 축제다. 총 18개 부문 주인공이 가려지는 가운데 최고 영예인 대상 수상자는 상금 1000만원과 트로피를 받는다. 최근 3년 수상자는 2019년 김태형 감독(당시 두산 베어스) 2020년 포수 양의지(당시 NC 다이노스) 지난해 1루수 강백호(KT 위즈)였다. 대상에 가장 근접한 선수는 '바람의 손자' 이정후(24·키움 히어로즈)다. 이정후는 올 시즌 142경기에 출전해 타율 0.349 23홈런 113타점을 기록했다. 타격왕 2연패를 포함해 KBO리그 타격 5관왕(타율·최다안타·타점·출루율·장타율)에 오르며 명실상부 리그 최고 선수로 우뚝 섰다. 이정후는 지난 7월 KBO리그 최연소(23세 11개월 8일)이자 최소경기(747경기) 1000안타를 달성했다. 이승엽의 최연소(25세 8개월 9일) 기록과 자신의 아버지인 '바람의 아들' 이종범의 최소 경기(779경기) 기록을 함께 갈아 치웠다. 통산 타율이 0.342로 3000타석 기준 역대 1위. 장효조(0.331) 김태균(0.320)을 비롯해 자타공인 리그 타격 기계를 모두 넘어섰다. 이미 지난달 17일 열린 KBO 시상식에서 MVP(최우수선수)를 차지했다. 프로야구 취재기자단 MVP 투표 유효 표 107표 중 104표를 싹쓸이하며 1994년 MVP에 오른 이종범에 이어 한·미·일 사상 첫 부자(父子) MVP라는 진기록을 남겼다. 이정후는 '조아제약 프로야구 대상' 시상식과 인연이 깊다. 프로 첫 시즌인 2017년 신인상, 지난해에는 최고타자상을 받았다. 그는 1년 전 "매년 이 자리에 와서 상을 받는데 너무 감사드린다. 겨울 동안 잘 준비해서 내년에도 받을 수 있게 하겠다"며 "타격왕을 했으니까 이 자리를 뺏기지 않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 약속을 지켰다. 왼손 투수 김광현(34·SSG 랜더스)도 수상을 노린다. 김광현은 올 시즌 28경기에 선발 등판, 13승 3패 평균자책점 2.13을 기록했다. 미국 메이저리그(MLB) 복귀 첫 시즌부터 녹슬지 않은 기량을 과시했다. 전반기 9승 1패 평균자책점 1.65, 홈 경기 8승 무패 평균자책점 1.83으로 흠잡을 곳이 없었다. 평균자책점 2위, 승률 2위(0.813)에 오르며 각종 투수 지표 톱 10에 이름을 올렸다. 김광현은 MLB 진출 직전인 2019년 '조아제약 프로야구 대상' 시상식에서 최고투수상을 받은 바 있다. SSG를 통합 우승으로 이끈 김원형 감독도 깜짝 후보다. 조아제약 프로야구 대상은 한 시즌 야구계에 임팩트를 보인 선수와 코칭스태프가 모두 후보다. 2019년에는 두산 베어스의 통합 우승을 이끈 김태형 감독이 사상 첫 '감독 대상' 영예를 안기도 했다. 2020년에는 NC의 창단 첫 통합 우승 주역 이동욱 감독이 대상 후보였다. SSG는 정규시즌 개막전부터 최종전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1위를 지킨 사상 첫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으로 한국시리즈 무대에 직행한 뒤 키움을 꺾고 통합 우승을 달성했다. 김원형 감독은 조아제약 시상식 유력한 감독상 후보이면서 대상까지 2관왕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2022.12.01 05:30
프로야구

'세계 최초' 부자 MVP, 이정후 시대 열렸다

이정후(24·키움 히어로즈)가 데뷔 6년 만에 한국야구 최고의 선수로 우뚝 섰다. '이정후 시대'가 활짝 열렸다. 이정후는 17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서울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22 KBO 시상식에서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기존 점수제에서 다득표제로 바뀐 투표 방식에서 총 유효 투표수 107표 중 104표를 얻어 데뷔 첫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정후는 정규시즌 출전한 142경기에서 타율 0.349(553타수 193안타) 23홈런 113타점 출루율 0.421 장타율 0.575를 기록했다. 타율·안타·타점·출루율·장타율 5개 부문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2010년 7관왕에 오른 이대호(은퇴) 이후 12년 만에 타격 5관왕에 오른 타자가 됐다. 독보적인 성적을 앞세워 만장일치에 가까운 득표율(97.2%)을 기록했다. 지난 3년(2019~2021) 내내 외국인 선수(조쉬 린드블럼·멜 로하스 주니어·아리엘 미란다)가 리그 MVP를 차지했다. 이정후는 국내 선수 자존심도 지켰다. 신인 1차 지명을 받고 넥센(현 키움)에 입단한 이정후는 데뷔 첫해(2017)부터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신인 선수 최다 안타(179개)와 최다 득점(111점)을 기록하며 신인왕에 올랐다. 이후 무서운 성장세를 보여줬다. 특히 콘택트 능력은 역대급이었다. 데뷔 3년 차였던 2019년, '국민 타자' 이승엽(현 두산 베어스 감독)을 넘어 최연소 통산 500안타를 기록했다. 그해 193안타를 치며 이 부분 2위에 오르기도 했다. 2021년 이정후는 타율 0.360을 기록하며 타격왕을 차지했다. 지난 7월 28일 KT 위즈전에선 747경기 만에 통산 1000번째 안타를 쌓아 아버지 이종범(현 LG 트윈스 코치)이 갖고 있던 최소 경기(779경기) 1000안타 기록을 경신했다. 올해도 타격 1위에 오른 그는 고(故) 장효조, 이정훈(현 두산 2군 감독) 이대호에 이어 역대 4번째로 타격왕 2연패를 해낸 선수로도 이름을 올렸다. 개막 전 중·하위권으로 평가받던 키움은 무결점 타자로 성장한 이정후의 활약 덕분에 정규시즌 3위에 올랐다. KBO리그를 넘어 세계 야구 최초로 '부자(父子) MVP'가 탄생했다. 이종범은 1994년 해태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고 타율(0.393) 안타(196개) 도루(84개) 출루율(0.452) 1위에 오르며 정규시즌 MVP를 차지했다. 당시 공식 시상 기록이 아니었던 득점(113개)을 포함하면 이종범도 이정후처럼 5관왕을 해냈다. 부자 모두 만 스물네 살에 리그를 평정한 점도 같다. 주로 1번 타자로 나선 이종범은 득점, 3번 타자로 나선 이정후는 타점을 많이 생산했다. 이 기록도 나란히 113개였다. 이종범이 아직도 깨지지 않은 단일시즌 최다 도루 기록을 세웠다면, 이정후는 아버지보다 많은 장타를 때려냈다. 부자 동반 MVP 수상은 대를 이어 야구를 하는 이들이 수두룩한 메이저리그(MLB)에서도 나오지 않은 진기록이다. 지난해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토론토 블루제이스)가 LA 에인절스 소속으로 2004년 아메리칸리그(AL) MVP를 차지한 게레로 시니어에 이어 부자 MVP에 도전했지만, 투·타 겸업으로 신드롬을 일으킨 오타니 쇼헤이(에인절스)에 밀리고 말았다. 이종범·정후 부자는 지난해 부자 타격왕에 이어 MVP까지 등극하며 세계 야구사에 큰 획을 그었다. 이정후는 아버지의 그늘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이종범도 아들 덕분에 선수 시절 화려한 이력이 재조명받았다. 이날 시상식에선 최근 이종범의 딸과 결혼 소식을 전한 고우석(LG)이 세이브 부문 타이틀(42개)을 수상했다. '이씨 가문'의 날이었다. 이정후는 "5년 전 신인상을 받았을 때 MVP를 수상한 선배님(양현종)을 보면서 '나도 저 상을 받아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를 이뤄서 기쁘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5관왕에 오른 쾌거에 대해서는 "2년 연속 타격왕은 욕심이 났다. 다른 4개 부문은 뛰어난 팀원들 덕분에 딸 수 있었다"고 공을 돌렸다. 데뷔 6년 만에 이종범처럼 MVP를 받은 이정후는 "지금껏 아버지(이종범)의 아들로 살아온 게 사실이다. 아버지를 뛰어넘기 위해 야구를 하는 건 아니지만, 빨리 아버지 이름을 지우고 싶었다. 지난해 타격왕에 오른 뒤 'MVP를 타거나 해외에 진출하면 (아버지 그림자에서 벗어나는 걸) 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앞으로 야구 인생은 내 이름으로 걸어갈 수 있을 것 같다"며 웃었다. 그러면서도 "내 야구에 대해 간섭하지 않으시고 친구처럼 좋은 말씀을 해주신 아버지 덕분에 좋은 시즌을 보낼 수 있었던 것 같다"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이정후는 이날 트로피 5개를 수집하며 받은 상금 총 2500만원(MVP 1000만원·타자 타이틀 각 300만원)을 전액 기부 예정이다. 그는 "부모님이 먼저 권해주셨다. 기부금은 청소년 자립을 위해 쓰인다고 알고 있다. 나도 프로야구 선수가 되기 전까지 도와주신 분들이 많았다. 다 돌려드려야 한다"고 의젓하게 말했다. 이정후의 어머니 정연희 씨는 "이제는 내가 정후에게 많이 기댄다. 정후가 (고우석과 딸의) 결혼을 빨리 시키라고 재촉했다. (사위 고우석과) 형제 같은 관계가 아닐까 싶다. 세 사람(이종범·이정후·고우석)이 야구 얘기를 정말 많이 한다"며 뿌듯해했다. 이어 "사위는 의젓하고 생각도 깊은데, 아들은 좀 이따 (결혼을) 보내도 될 것 같다"고 웃었다. 안희수 기자 2022.11.17 16:42
프로야구

[IS 포커스] KS '최고' 경쟁…'소년 장사'와 '타격 기계'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최고 타자'들이 진검 승부를 펼친다. 최정(35·SSG 랜더스)과 이정후(24·키움 히어로즈)는 10월 31일 인천 문학종합경기장 그랜드 오스티엄 CMCC홀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국시리즈(KS·7전 4승제) 미디어데이에 참석, 양보 없는 맞대결을 예고했다. SSG는 정규시즌 개막전부터 최종전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1위를 지킨 사상 첫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으로 KS 무대에 직행했다. 정규시즌을 3위로 마친 키움은 준플레이오프(준PO)에서 KT 위즈, 플레이오프(PO)에서 LG 트윈스를 격파하고 KS 티켓을 손에 넣었다. 올 시즌 두 팀의 맞대결 성적은 11승 5패로 SSG의 우위. 키움은 PO에서 상대 전적이 열세(6승 10패)였던 LG를 3승 1패로 꺾어 정규시즌 기록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KS 관전 포인트 중 하나는 자타공인 '최고 타자'들의 승부다. SSG 간판타자 최정은 지난 6월 사상 첫 '17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이라는 금자탑을 세웠다. '소년 장사'라는 별명답게 현역 타자 중 독보적인 홈런 기록을 쌓고 있다. 2021년 10월에는 이승엽(467개)에 이어 역대 두 번째이자 오른손 타자로는 사상 첫 400홈런을 달성했다. 이승엽이 보유한 KBO리그 통산 최다 홈런 기록에 도전할 수 있는 유일한 선수로 평가된다. 올해 정규시즌 성적은 타율 0.266(414타수 110안타) 26홈런 87타점이다. 잔 부상에 시달려 타격감이 들쭉날쭉했지만, 결정적인 순간마다 인상적인 홈런을 쏘아 올렸다. 시즌 홈런의 23%인 6개를 키움전에서 터트렸다. '건강한' 최정은 위협적이다. 코어 힘을 바탕으로 순간적으로 강한 회전력을 만들어낸다. 하체부터 시작해 골반이 열린 뒤 몸통이 돌아가는 이른바 키네마틱 시퀀스(kinematic sequence)가 가장 이상적인 타자 중 하나다. 정경배 SSG 타격 코치는 "강하게 치려면 (몸통의) 꼬임이 좋아야 하는데 최정의 경우가 이상적"이라고 했다. 정규시즌이 끝난 뒤 충분히 휴식한 최정은 “키움과 같은 강팀과 KS에서 붙게 돼 많이 떨리기도 하고 재밌는 경기가 될 거 같다. 휴식기 동안 준비를 완벽하게 했다”며 “(SSG에는) 큰 경기를 해본 선수들이 많고 경험이 많다. 어려운 상황에서 침착하게 플레이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만 팀에 민폐 안 끼치고 잘하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정후는 올해 프로야구 타격 5관왕을 차지했다. 2연패를 달성한 타율은 물론이고 최다안타·타점·출루율·장타율도 모두 1위였다. 지난 7월에는 KBO리그 최연소(23세 11개월 8일)이자 최소경기(747경기) 1000안타를 달성했다. 이승엽의 최연소(25세 8개월 9일) 기록과 자신의 아버지인 '바람의 아들' 이종범의 최소 경기(779경기) 기록을 함께 갈아 치웠다. 통산 타율이 0.342로 3000타석 기준 역대 1위다. 가을야구 임팩트도 엄청나다. 준PO에서 타율 0.368(19타수 7안타), PO에선 타율 5할(16타수 8안타)로 시리즈 최우수선수(MVP)에 뽑혔다. 올해 포스트시즌 40타석에서 삼진이 없다. 타격 능력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염경엽 한국야구위원회(KBO) 기술위원장은 이정후에 대해 "공을 보는 눈(선구안)과 자기만의 확고한 스트라이크존이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타격 타이밍을 만들어 내는 좋은 스윙까지 갖췄다"고 말했다. 강병식 키움 타격 코치는 "큰 경기에서도 자신이 가지고 있는 걸 그라운드에서 보여주는 선수"라며 "집중력이 대단한 거 같다. 중요한 순간에 타석에 들어서는 상황이 많은데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타격을 해주고 있다. 어디까지 더 발전할지 기대가 되는 선수"라고 했다. 이정후에게 이번 가을은 남다르다. 통산 다섯 번째 KS 우승에 도전하는 최정과 달리 이정후는 '무관'이다. 처음 KS에 오른 2019년에는 두산 베어스에 4전 전패로 탈락한 아픈 기억이 있다. 그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KS에 올라오게 됐다. 마지막까지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게 하겠다”며 “SSG는 1년 동안 1위를 한 번도 놓치지 않고 우승한 팀이다. 우린 도전하는 입장"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한편 1일 시작하는 KS 1차전 선발은 SSG 김광현, 키움은 안우진이다. 김원형 감독은 "김광현은 경험도 많고 우리나라 최고의 투수"라고 말했다. 이에 뒤질세라 홍원기 키움 감독은 "안우진은 우리 팀의 심장과 같은 존재"라며 "승리를 가져다줄 수 있는 선수여서 1선발로 낙점했다"고 받아쳤다. 인천=배중현·차승윤 기자 2022.11.01 06:30
프로야구

[IS 레코드]'현역 최고' 이정후, 역대 최연소·최소 경기 1000안타 달성

이정후(24·키움 히어로즈)가 통산 1000안타 고지를 밟았다. 최연소·최소 경기 신기록을 세웠다. 이정후는 28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2 KBO리그 KT 위즈와의 주중 3연전 3차전에 3번 타자·중견수로 선발 출장, 팀이 1-0으로 앞선 3회 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상대 투수 웨스벤자민으로부터 우전 안타를 때려냈다. 이정후는 이번 3연전 1·2차전에서 안타 2개씩 기록했다. 1차전 마지막 타석에선 싹쓸이 3타점 3루타로 팀 승리(스코어 8-7)를 이끌었고, 2차전 7회 초 타석에서도 2-2에서 역전 2타점 2루타를 쳤다. 중요한 순간마다 안타를 치며 1000안타에 다가섰다. 그리고 3차전에서도 키움의 추가 득점이 필요한 상황에서 포문을 여는 안타를 쳤다. 이정후는 2017시즌 프로 무대에 데뷔, 그해 179안타를 치며 고졸 신인 한 시즌 최다 안타 신기록을 달성했다. 매년 성장한 그는 2021시즌엔 타율 0.360을 기록하며 타격왕에 오르기도 했다. 통산 3000타석 이상 소화한 선수를 기준으로 산정하는 '통산 타율' 부문에서도 0.341를 기록하며 1위에 올랐다. 1000안타는 역대 112번째 기록이다. 그러나 이정후는 가장 어린 나이에 가장 적은 경기로 달성하며 최초 기록을 세웠다. 이정후는 28일 기준으로 23세 11개월 8일의 나이다. 통산 747경기 만에 1000안타를 쳤다. 종전 역대 최연소 1000안타 달성은 '국민 타자' 이승엽(은퇴)이 갖고 있는 25세 8개월 9일, 역대 최소 경기 1000안타는 이정후의 아버지이자 '바람의 아들'로 불린 이종범이 보유한 779경기였다. 21세기 프로야구 아이콘 이정후가 두 전설을 2위로 밀어내고, 전설을 썼다. 수원=안희수 기자 2022.07.28 19:15
야구

[프로야구 40주년 올스타⑤] '악마의 2루수' 정근우

정근우(40)의 별명은 '악마의 2루수'다. 안타라고 여긴 타구도 어느새 쫓아가 잡아낸다. 얄미울 정도로 수비를 잘한다고 해서 이런 별명이 붙었다. 일간스포츠가 선정한 40주년 올스타 2루수로 정근우가 선정됐다. 세대별 야구인 10명씩 총 40명이 참여한 투표에서 정근우는 22표를 획득, '악바리' 박정태(14표)를 제쳤다. 정근우는 2020년 11월 은퇴식에서 "역대 최고 2루수는 내가 맞는 것 같다"면서 "'악마의 2루수'라는 애칭처럼 되고자 많이 노력했다. 키를 넘는 타구는 몰라도 옆으로는 타구를 빠뜨리지 않겠다는 자세로 뛰었다"고 말했다. '선배 2루수'도 이를 인정한다. 정근우는 2007년 잠시 유격수로 뛴 적 있다. 당시 그와 키스톤 콤비를 이룬 정경배 SSG 랜더스 타격코치는 "정근우를 따라갈 수 있는 2루수가 현재 성적으로는 없어 보인다"고 했다. '철인' 최태원 삼성 라이온즈 수석코치는 "스로잉(송구)이 안 좋아 보일 수 있는데 어깨가 강했다. 또한 수비 범위가 엄청나게 넓었다. 견실하면서 재치 있는 플레이가 돋보였다"고 칭찬했다. 정근우는 2000년 캐나다 애드먼턴에서 열린 제19회 세계 청소년 야구선수권대회 우승 멤버였다. 추신수(SSG) 이대호(롯데 자이언츠) 김태균(은퇴) 등과 대표팀 주축으로 활약했다. 하지만 체격(1m 71㎝)이 작다는 이유로 프로 지명을 받지 못해, 고려대에 진학했다. 고려대 선배였던 박용택은 정근우를 "쥐똥만 한 녀석이 운동을 열심히 했다. 승부욕도 엄청났다. 예쁜 후배였다"라고 회상했다. 2005년 SK(현 SSG) 2차 1라운드로 입단한 정근우는 김성근 감독을 만나 '최고 2루수'로 성장했다. 정근우는 "김성근 전 감독님이 치는 펑고를 너무 많이 받았다. 새벽부터 저녁까지 훈련했다"고 말했다. 덕분에 그는 2007년과 2008년, 2010년 등 SK에서 세 차례나 한국시리즈 우승 반지를 꼈다. 고등학교 때 입스(심리적 요소로 공을 정확히 던지지 못하는 증상)를 느꼈다. 대학 때, 그리고 프로 입단 후까지 무려 세 번이나 입스가 왔다. 많은 선수가 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은퇴하지만, 정근우는 끝내 이겨냈다. 팔꿈치 수술도 세 번이나 받았다. 당시 의사가 "이런 팔로는 야구를 못 한다"고 했을 정도였다. 정근우는 포기하지 않고 자신과 싸워 이겼다. 공격과 주루도 뛰어났다. 프로 통산 1747경기에 출장해 타율 0.302(1877안타) 121홈런 722타점을 기록했다. 정확성도 뛰어났지만, 작은 덩치와 어울리지 않게 장타력까지 갖춘 2루수였다. 끝내기 안타도 16개(KBO리그 최다 기록)를 때려낸 바 있다. 통산 371도루를 기록했고, 역대 최초로 11년 연속 20도루를 찍었다. 골든글러브 2루수 부문 3회(2006년, 2009년, 2013년), 득점왕 2회(2009년, 2016년)를 수상했다. 키움 히어로즈 김혜성은 "공수가 완벽했던 2루수"라고 말했다. 국가대표로도 맹활약한 정근우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우승,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 2015년 WBSC 프리미어12 우승 등에 기여했다. 대표팀 통산 성적은 40경기 타율 0.324 10도루 OPS(출루율+장타율) 0.843이다. 2021년 한국시리즈 MVP(최우수선수)를 수상한 KT 위즈의 2루수 박경수는 "정근수 선배님이 대표팀에서 보여준 좋은 플레이와 임팩트는 2루수 중에서도 '넘사벽'이라고 생각한다"고 엄지를 치켜들었다. 정근우는 2014년 한화 이글스와 4년 총 70억원의 FA(자유계약선수) 계약으로 이적했다. 2+1년 총 35억원의 두 번째 FA 계약 후에는 세월의 무게를 이겨내지 못했다. 나중에는 외야수와 1루수로 나섰다. 2019년 말 2차 드래프트에서 LG 트윈스가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정근우는 '2루수'로서 마지막 기회를 얻었고, 결국 1년을 더 뛰고 은퇴했다. 그는 "포지션 변경에 방황하면서 여러 고민도 했는데 (LG로 옮겨) 다시 한번 2루수로 뛸 기회를 얻었다. 감사드린다. 어떤 선배가 '한 자리를 10년 지키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난 '10년 넘게 할 거야'라고 다짐했는데, 2루수로 은퇴해 행복하다"라고 말했다. KBO리그 역사상 가장 많이 2루수로 출전한 선수가 바로 그다. 김경기 스포티비 해설위원은 "2루수는 꾸준히 활약하기 힘든 포지션이다. 어떤 2루수가 팀에 가장 큰 도움을 줬을까 생각해보니 정근우가 떠올랐다. 2루를 대표하는 선수"라고 평가했다. 양상문 전 롯데 감독은 "정근우는 공수 능·력과 파이팅을 모두 보여줬다. 이상적인 2루수의 모든 조건을 갖췄다. 팀 공헌도도 높았다"라고 평가했다. 김종국 KIA 타이거즈 감독은 "같이 뛰어본 선수 중에는 정근우가 가장 좋은 2루수다. 지도자의 눈으로 봐도 그렇다. 공·수·주 모두 독보적이었다. 근성도 뛰어났다. 신체 조건이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이를 이겨냈다"라고 말했다. 2020년 신인왕 KT 소형준은 "정근우 선배님은 수비도 좋았지만, 타석에서 상대 배터리와 야수진을 흔들 수 있는 타자였던 것 같다. 투수 입장에서 상대하기 힘들었다"라고 했다. 지난해 신인상을 받은 KIA 이의리는 "악바리 같은, 근성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라고 표현했다. 이형석 기자 2022.01.16 09:00
야구

프로야구 40주년 올스타는? 선동열·최동원 '원투펀치'

임인년 새해가 밝았다. 한국 프로야구도 새로운 출발선에 설 시간이다. 1982년 3월 27일 닻을 올린 KBO리그는 지난해까지 40년간 숱한 스타플레이어들과 함께 환희와 감격의 역사를 쌓아왔다. 일간스포츠는 41번째 프로야구 시즌을 맞이하기에 앞서 야구인 투표를 통해 지난 40년간 그라운드를 빛낸 포지션별 최고 스타를 선정하기로 했다. 그 결과 선동열(59) 전 국가대표 감독이 투표인단 전원의 지지를 받아 '별 중의 별'로 뽑혔다. 일간스포츠 선정 프로야구 40주년 올스타는 선발투수 5명, 불펜투수 2명, 포수·1루수·2루수·유격수·3루수 각 1명, 외야수 3명으로 구성됐다. 해외 리그 성적이 아닌 KBO리그 성적만을 기준으로 삼아 각 포지션별 후보를 추렸다. 투표에 참여한 야구인은 총 40명. 20대, 30대, 40대, 50대 이상으로 그룹을 나눠 각 세대별 10명이 표를 던졌다. 포지션별 올스타 후보에 오른 야구인과 현역 선수는 투표인단에서 제외했고, 20~30대는 10개 구단 선수 중 연령대별 대표 1명씩을 포함했다. 이렇게 선정한 40주년 올스타 중 선발 투수 5명에는 선동열(40표) 최동원(37표) 류현진(36표) 송진우(22표) 박철순(17표), 불펜 투수 2명에는 오승환(32표) 구대성(19표)이 각각 이름을 올렸다. 이어 포수 양의지(24표), 1루수 이승엽(37표), 2루수 정근우(22표), 유격수 이종범(28표), 3루수 최정(23표)이 각 포지션 최고 선수로 뽑혔다. 3명을 선발한 외야수 부문에선 장효조(26표) 양준혁(22표) 박재홍(20표)이 치열한 경쟁을 뚫고 '베스트 3' 안에 포함됐다. 선동열은 유일하게 투표인단 40명으로부터 모두 표를 받아 만장일치로 최다 득표자가 됐다. '불세출의 투수' 고(故) 최동원과 이승엽이 나란히 37표를 얻어 공동 2위에 올랐고, 메이저리그(MLB) 토론토에서 활약하고 있는 류현진이 36표로 그 뒤를 이었다. 현역 선수 중엔 류현진 외에 오승환(삼성), 양의지(NC), 최정(SSG) 등 3명이 40주년 올스타에 포함되는 영광을 안았다. 선동열은 명실상부한 KBO리그 역대 최고 투수로 꼽힌다. 1985년 해태(현 KIA)에 입단한 뒤 1995년까지 통산 367경기에서 146승 40패 132세이브, 평균자책점 1.20, 탈삼진 1698개를 기록했다. 통산 이닝당 출루허용(WHIP)은 0.80. 11시즌 중 5차례(1986·1987·1992·1993·1995)나 0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고, 2.00을 넘긴 시즌은 1994년(2.73)밖에 없다. 7년 연속(1985~1991)을 포함해 8번이나 평균자책점 타이틀을 가져갔다. 특히 1986년에는 한 시즌 262와 3분의 2이닝을 던지면서 24승 6패 6세이브, 평균자책점 0.99, 탈삼진 214개, 완봉승 8회라는 무시무시한 성적을 올렸다. 선동열은 1995년 마무리 투수로 활약하면서 33세이브(평균자책점 0.49)를 올린 뒤 임대 선수로 일본 프로야구(주니치)에 진출했다. 이후 리그 정상의 마무리 투수로 이름을 날리다 한국에 복귀하지 않고 1999년 은퇴했다. KIA는 그 후 선동열의 등번호 18번을 영구결번으로 지정했다. 40주년 올스타 선정 과정에서 가장 눈에 띈 건, 표를 많이 얻은 선수일수록 투표자들이 굳이 선정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선동열에게 한 표를 던진 이유를 물으면 "이유가 필요하느냐"는 반문이 되돌아왔다. 선동열 다음으로 많은 표를 얻은 최동원도 마찬가지다. 40명 중 단 2명을 빼고 모두 최동원을 올스타로 꼽았지만, "설명이 필요없다"는 답변이 대부분이었다. 1번으로 선동열, 2번으로 최동원을 뽑은 NC 이용찬은 "투수 대선배이신 이분들을 왜 뽑았는지 설명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고 했다. 실제로 최동원은 1984년 51경기에서 284와 3분의 2이닝을 던지면서 27승 13패 6세이브, 평균자책점 2.40을 기록한 '무쇠팔'이었다. 그해 최동원이 잡은 삼진 223개는 지난해 두산 외국인 투수 아리엘 미란다가 경신하기 전까지 36년간 역대 한 시즌 최다 기록 자리를 지켰다. 최동원은 그해 한국시리즈에서 홀로 4승을 따내면서 롯데에 창단 첫 우승을 안기는 '신화'를 남기기도 했다. 그는 1985년에도 20승 8세이브를 따내면서 평균자책점 1.92를 기록했고, 1986년엔 267이닝을 소화하면서 19승(평균자책점 1.55)을 올렸다. 그러나 프로에서의 첫 5년간 1209와 3분의 1이닝(평균 241.6이닝)을 책임진 여파로 이후 팔 상태가 급격히 악화됐고, 결국 1990년 삼성에서 은퇴했다. 전성기가 길지 않았는데도 그 누구보다 강했던 KBO리그 최고 투수 중 한 명으로 기억된다. 2011년 대장암으로 투병하다 세상을 떠난 뒤 그의 등번호 11번이 뒤늦게 롯데 영구 결번으로 지정됐다. 특히 많은 투표인단이 KBO리그 역사를 대표하는 선동열과 최동원의 라이벌 관계에 주목했다. 나이로는 5년 터울이고 프로 경력으로는 4년 선후배 사이였던 이들은 영남(최동원)과 호남(선동열), 연세대(최동원)와 고려대(선동열)의 대리전까지 펼친 필생의 맞수였다. 선수 시절 세 차례 맞대결 성적은 1승 1무 1패. 1986년 4월 첫 대결에서는 선동열이 완봉승을 따냈고, 최동원은 솔로홈런 하나를 맞아 1실점 완투패했다. 그해 8월에는 최동원이 선동열을 상대로 완봉승했고, 선동열은 자책점 없이 2실점(수비 실책으로 인한 비자책점) 완투패했다. 1987년 5월 16일 세 번째 대결은 '퍼펙트게임'이라는 제목의 영화로 제작됐을 만큼 극적이었다. 두 투수가 연장 15회까지 완투하면서 4시간 56분 혈전을 벌인 끝에 2-2 무승부로 끝났다. 이날 선동열은 공 232개, 최동원은 209개를 각각 던졌다. SSG 박종훈과 키움 김혜성이 "당대 최고 라이벌이자 설명이 필요 없는 역대 가장 뛰어난 투수들"이라고 입을 모은 이유다. 류현진은 KBO리그에서 단 7년을 뛰고도 37명의 몰표를 받아 선동열과 최동원 다음으로 나설 '3선발'이 됐다. 그는 한화에서 데뷔한 2006년 다승(18승) 평균자책점(2.23) 탈삼진(204개) 타이틀을 휩쓰는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하면서 역대 최초로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와 최우수신인선수(신인왕)를 함께 수상했다. 이후 국가대표 에이스로 활약하면서 7시즌 통산 98승 52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2.80을 남기고 2013년 MLB로 진출했다. 빅리그에서도 2020년 MLB 평균자책점 1위에 오르는 등 KBO리그 출신 선수 중 가장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현역 시절 류현진과 상대했던 이호준 LG 코치는 "난 오른손 타자였지만 왼손 류현진의 공을 정말 치기 어려웠다. 무릎과 옆구리 깊숙한 쪽으로 공이 파고 들어와서 몸에 맞는 공이 될 것 같은데 스트라이크가 선언되곤 했다"며 "공의 각도가 굉장히 좋았고, 체인지업을 포함해 여러 구종을 던지면서 모두 컨트롤이 좋았다. 다시 나오기 쉽지 않은 투수"라고 했다. 최태원 삼성 코치도 "왼손으로 시속 150㎞ 이상을 던지면서 경기 운영과 컨트롤은 역대 최고였다"고 했다. 류현진이 미국으로 떠난 뒤 한화로 온 포수 최재훈은 "설명이 필요없는 에이스"라며 "나중에 한화에서 배터리로 호흡을 맞춰보고 싶다"고 기대했다. 2명을 선정한 불펜 투수로는 오승환(삼성)과 구대성(전 한화)이 뽑혔다. 둘 다 강력한 구위 외에도 위기 상황에서 흔들리지 않는 강심장과 포커페이스로 이름을 날린 투수들이다. 이동욱 NC 감독은 "오승환과 구대성은 감독 입장에서 언제든 믿고 투입할 수 있는 투수"라고 했다. 오승환은 KBO리그 역대 한 시즌 최다(47) 세이브, 최다 연속경기(28) 세이브, 통산 최다 세이브(339) 기록을 모두 보유하고 있는 최고 마무리 투수다. 성적뿐 아니라 마운드에서의 위압감도 역대 최강이었다. 5년간 일본과 미국에서 뛰다 지난해 복귀했지만, 40세 나이에도 여전히 국내 최강자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난해 44세이브를 올려 구원왕 타이틀을 가져갔다. 최태원 삼성 코치는 "오승환이 마운드에 오르면 경기에 졌다고 여겼을 정도"라고 했다. 구대성은 1996년 다승 1위(18승)와 세이브 2위(24세이브)에 모두 이름을 올릴 만큼 전방위로 활약했다. 그러나 1996년부터 7시즌 연속(해외 진출한 2001~2005년 제외) 20세이브를 올렸고, 1999년 한화의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직접 마무리하면서 더 강한 인상을 남겼다. 국제대회에서 '일본 킬러'로 명성을 날리기도 했다. 통산 성적은 67승 71패 214세이브, 평균자책점 2.85. 김종국 KIA 감독은 "구대성 선배처럼 배짱 있는 투구를 하는 투수를 본 적 없다"고 했고, KT 박경수는 "릴리스포인트가 보이지 않는 투수였다. 오른손 타자 몸쪽과 바깥쪽 제구가 자유자재였다. 너무 까다로웠다"고 기억했다. 포수 부문에선 역대 최고 공수겸장 포수로 꼽히는 양의지가 24표를 얻어 박경완(12표)을 두 배 차로 제쳤다. 양의지는 2020년 만장일치에 가까운 역대 최고 득표율(99.4%)로 포수 골든글러브를 수상했을 만큼 현역 중엔 적수가 없는 독보적 1인자로 꼽힌다. 2015년부터 '두산 왕조'의 전성기를 앞장서 이끌었고, 2019년 NC 이적 2년 만에 창단 첫 우승의 디딤돌을 놓았다. 2019년 35년 만에 포수 타격왕에 오르고 지난해 포수 첫 사이클링 히트 기록을 작성하는 등 공수 양면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장정석 KIA 단장은 "양의지는 결국 가장 좋은 기록을 남기고 역대 최고 포수로 남을 것 같다"고 내다봤고, 이호준 코치는 "야구 센스와 수비, 타격 모두 (NC 시절) 옆에서 지켜 보니 깜짝 놀랄 정도다. 개인적으로는 포지션 구분 없이 역대 최고 선수라고 본다"고 치켜세웠다. 최태원 코치도 "공 배합이나 경기 운영, 리더십을 보면 박경완일 수 있겠지만, 공격력으로 보면 양의지가 압도적"이라고 선택의 이유를 밝혔다. 이뿐만 아니다. 박경수는 "양의지가 안방에 있으면, 투수가 아닌 포수와 싸운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고, KT 소형준도 "내가 만약 감독이라면, 양의지 선배를 기용할 것 같다"고 했다. 김인식 전 국가대표 감독은 "양의지가 선수 생활을 가장 오래 할 것 같다. 앞으로 다치지 않으면 5년은 더 뛸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1루수 부문은 KBO리그 역대 최고 타자로 꼽히는 이승엽이 압도적으로 표를 얻었다. 이승엽은 1997년 삼성에서 데뷔한 이후 KBO리그 홈런의 역사를 다시 써왔다. 2003년 역대 한 시즌 최다 홈런(56개) 기록을 세웠고, 통산 최다 홈런(464개) 기록을 남기고 2017년 은퇴했다. 한국 프로야구에 처음으로 '400홈런'이라는 기록을 새긴 주인공이다. 일본에서 뛴 8년(2004~2011년) 성적을 포함하지 않았는데도 이승엽을 따라잡을 홈런 타자는 나오지 않았다. 일본전에서 결정적인 홈런이나 적시타를 때려내던 '국가대표 4번타자' 이승엽의 존재감도 마찬가지다. 여전히 대체자가 없다. 실제로 수많은 투표인단이 "독보적", "압도적"이라는 감탄사를 쏟아냈다. 양상문 위원은 "이대호(롯데) 같은 선수도 뛰어났지만, 역대 최고 1루수는 단연 이승엽이다"라고 했고, 정경배 SSG 코치는 "그렇게 홈런을 많이 친 선수를 능가하는 타자가 있을까"라고 되물었다. SSG 최지훈은 "초등학교에서 야구하던 시절, 베이징올림픽(2008년) 야구 금메달의 영웅으로 기억하고 있다"며 "누구나 알고 있는 '레전드'라서 고민 없이 뽑았다"고 했다. 2루수 부문에선 정근우(22표)가 박정태(14표)를 넘어 가장 많은 표를 받았다. 2020년 은퇴할 때까지 16년간 프로에서 뛴 정근우는 통산 1747경기에 출장해 타율 0.302, 1877안타, 722타점, 1072득점, 도루 371개를 기록했다. 안타·타점·득점 모두 역대 2루수 중 최다 기록이다. 또 세 차례 2루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했고, 숱한 국제대회에서 국가대표 주전 2루수로 활약했다. 정근우 스스로 은퇴 기자회견에서 "역대 최고 2루수는 내가 맞는 것 같다"고 인정했을 정도로 뛰어난 활약을 했다. 소형준은 "2루 수비도 좋았지만, 타석에서 상대 배터리와 수비를 흔들 수 있는 타자였던 것 같다. 투수 입장에서도 상대하기 힘들 것 같았다"고 했고, KIA 이의리는 "악바리 같은, 근성 있는 모습이 같은 운동 선수로서 인상적이었다"고 떠올렸다. 김경기 위원은 "2루수는 꾸준히 레전드급으로 활약하기 힘든 포지션인데, 정근우는 그중 팀에 가장 큰 도움이 됐다. 2루를 대표하는 선수"라고 했다. 김종국 감독은 "함께 뛰어 본 선수 중 가장 좋은 2루수다. 공·수·주 모두 독보적이었고, 근성도 뛰어났다. 신체 조건이 좋은 편은 아닌데 그런 단점도 이겨냈다"고 높이 평가했다. 박경수는 "국가대표팀에서 보여준 좋은 플레이와 임팩트가 2루수 중 단연 최고"라고 했다. 쟁쟁한 후보가 많았던 유격수 자리는 이종범(28표)이 차지했다. 1993년 해태에서 데뷔한 이종범은 천재적인 야구 센스를 뽐내면서 공·수·주를 가리지 않고 펄펄 날았다. 1990년대 '해태 왕조'의 집권기를 연장한 주역이다. 특히 1994년에는 타율 0.393, 196안타, 113득점, 도루 84개라는 경이적인 성적을 남겨 단숨에 프로야구 최고 스타로 등극했다. 타율 0.393은 프로야구 원년의 백인천(0.412) 이후 여전히 가장 높은 기록으로 남아 있고, 한 시즌 도루 84개는 앞으로도 깨지기 어려울 기록 중 하나로 회자된다. 양상문 위원은 "이종범은 팀을 우승시킨 선수다. 개인 기록도 좋지만, 팀 기여도가 높았다"며 "김재박, 류중일, 류지현 등 뛰어난 선수가 많았지만, 이종범은 타격과 도루도 잘하면서 '유격수'라는 포지션이 공격까지 잘해낼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줬다"고 했다. 장정석 단장은 "그야말로 '야신'이다. 정말 야구를 위해 태어난 선수 같았다. 플레이가 리그 최정상급을 넘어 독보적이었다"고 평가했고, NC 송명기는 "수비, 타격, 주루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 그냥 레전드"라고 했다. 조웅천 SSG 코치는 "박진만이라는 훌륭한 유격수조차 이종범이라는 큰 산을 넘기는 어려웠다"고 덧붙였다. 3루수 부문에선 현역 선수인 최정이 투표인단 중 23명의 선택을 받아 올스타로 뽑혔다. 김동주(11표), 한대화(5표) 등 한 시대를 풍미한 전직 국가대표 3루수들을 제치고 57.5%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2005년 SK(현 SSG)에서 데뷔한 그는 지난 시즌 이승엽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400홈런 고지를 밟았다. 세 차례 홈런왕을 수상했고, 최근 6시즌 동안 2019년(홈런 29개)을 제외하고 매년 30홈런을 넘겼다. 현재 통산 홈런 수는 403개. 이승엽의 통산 최다 홈런 기록에 도전할 유일한 후보로 꼽힌다. 롯데 감독 출신인 조원우 SSG 코치는 "현재 기록도 뛰어난데 앞으로 더 많은 기록을 깰 것"이라고 했고, 김종국 감독은 "3루수가 가장 큰 고민이었지만, '리빙 레전드'로 향하고 있는 최정을 뽑았다. 아직 현역이지만, 아마 은퇴 후 그가 남긴 기록이 더 각광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의리는 "꾸준하게 좋은 기량을 유지하시면서 롱런하시는 부분이 부럽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SSG에서 한솥밥을 먹는 후배들은 공격력에 가려진 최정의 수비에 높은 점수를 줬다. 투수 박종훈은 "홈런 능력뿐 아니라 수비에서도 뛰어나 멋있는 선수인 것 같다. 같은 팀이 아니었어도 뽑았을 것 같다"고 했다. 외야수 최지훈은 "많은 분이 장타력을 강점으로 보시겠지만, 실은 어깨도 강하고 수비력도 뛰어난 선배님이다. 가까이서 지켜보니 더 대단해 보인다"고 감탄했다. 외야 세 자리를 지킬 선수로는 고(故) 장효조와 양준혁, 박재홍이 차례로 선정됐다. 장효조는 26표로 외야수 후보 중 가장 많은 표를 얻었고, 양준혁은 22표를 받았다. 투표인단 절반(20명)의 지지를 얻은 박재홍은 LG 출신 이병규(9번·18표)를 2표 차로 제치고 마지막 한 자리를 꿰찼다. '타격 기계'라는 별명의 원조인 장효조는 프로야구 초창기 최고의 왼손 콘택트 히터였고, 강팀 삼성의 간판타자였다. 프로에서 뛴 10시즌(1983~1992년) 중 4차례(1983년, 1985~1987년) 타격왕에 올랐고, 선구안이 좋아 "장효조가 치지 않은 공은 볼이다"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왔다. 프로 통산 타율 0.331은 여전히 깨지지 않은 역대 최고 기록으로 남아있다. 고향팀 삼성에서 2군 감독을 맡고 있던 2011년 간암으로 세상을 떠나 야구계를 안타깝게 했다. 이종열 SBS 해설위원은 "공격력 면에서 최고의 외야수였다. 장효조 선배님을 보면서 타격을 연구한 선수들이 많았다"며 "어떤 상황에서든 배트 중심에 맞힐 수 있는 선수"라고 했다. 박경수는 "학생 때 나를 지도해주신 많은 분이 늘 장효조 선배님을 언급하며 '너무 잘 치는 타자'라고 하셨다. 발도 빠르셨다고 들었다"고 떠올렸고, 삼성 백정현은 "팀 기여도가 눈에 보이는 기록 그 이상이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정경배 코치는 "장효조 선배의 통산 타율은 현역 선수들의 기록보다 그 가치가 더 크다고 생각한다"며 "장효조 선배가 같은 선수가 또 나올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양준혁은 KBO리그를 대표하는 타자 중 한 명이자 이승엽과 함께 삼성을 상징하는 레전드 스타다. 1993년부터 2010년까지 18년간 프로에서 뛰었는데, 3할을 넘기지 못한 시즌은 단 4번뿐이다. 통산 2135경기에서 타율 0316, 안타 2318개, 홈런 351개, 1389타점, 볼넷 1278개, 사구 102개를 기록하면서 은퇴 당시 기준으로 역대 최다 안타, 타점, 득점, 4사구 기록을 남겼다. 서용빈 감독은 "양준혁 선배는 장타, 콘택트, 기록 등 모든 면에서 뛰어나다. 역대 최고 외야수로 빼놓을 수 없다"고 했고, 박경수는 "프로야구에 한 획을 그은 레전드 타자"라고 인정했다. 김혜성은 "항상 1루로 전력질주하시는 모습이 존경스러웠다"고 했다. 박재홍은 '현대 왕조'의 주역으로 꼽힌 천재형 외야수다. 신인이던 1996년 홈런 30개를 치고 도루 36개를 해내 '30홈런-30도루 클럽'에 가입했다. 동시에 리그 역사상 유일한 '만장일치 신인왕'에 올랐다. 타격의 정교함, 파워, 견고한 수비, 강한 어깨, 빠른 발을 모두 갖춘 '5툴 플레이어'의 대표 격이다. 2000년대 후반 SK의 전성기에도 힘을 보탠 뒤 2012년 은퇴했다. 이의리는 "박재홍 선배님은 '호타준족'이 무슨 뜻인지 내가 인지할 수 있게 해준 선배님"이라고 했고, 김종국 감독은 "공·수·주에서 완벽한 천재형 선수다. 야구 하는 능력이 정말 좋았다"고 감탄했다. 조웅천 코치는 "최초의 30홈런-30도루를 해냈고, 그 후 두 번 더 같은 기록을 달성한 게 대단하다"고 했고, 김혜성은 "신인 선수의 30홈런-30도루가 쉽지 않은 만큼 더 인상적"이라고 기억했다. 배영은·배중현·이형석·안희수·차승윤 기자 2022.01.03 06:00
야구

“야구하는 시간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마라”

뉴욕 양키스의 ‘영원한 캡틴’ 데릭 지터(47)가 마침내 명예의 전당(Hall Of Fame)에 입성했다.지터는 9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쿠퍼스타운 클락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메이저리그(MLB) 명예의 전당 입회식에 참석했다. 그는 지난해 1월 22일 열린 미국야구기자협회(BBWAA)의 투표에서 총 397표 중 396표를 얻었다. 지난 2019년 투표에서 만장일치로 입회한 전 동료 마리아노 리베라에 이어 역대 2위 득표율(99.7%)을 기록했다. 지난해 7월 29일 열릴 예정이던 입회식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연기돼 1년 2개월이 지나서야 열렸다.지터는 이날 자신과 함께 명예의 전당에 입회한 래리 워커, 테드 시몬스, 마빈 밀러를 향해 축하 인사를 건넨 뒤 “선수로서 받을 수 있는 가장 큰 상이다. 이것 이상은 없다”며 기뻐했다.입회식에는 호르헤 포사다, C.C. 사바시아 등 지터와 양키스 왕조를 이끈 동료들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 등 다른 종목 스타들도 지터를 축하하기 위해 행사장을 찾았다. 단상 위에 오른 지터를 향해 팬들이 환호했다.야구 인생에 영향을 미친 이들을 향해 감사 인사도 전했다. 지터는 MLB 최초의 흑인 선수 재키 로빈슨, 통산 755홈런을 기록한 행크 애런을 향해 존경심을 표했고, 조 토레 전 양키스 감독과 조지 스타인브레너 전 양키스 구단주 등에게도 인사했다. 아내와 두 딸에게 애정을 전하기도 했다.명예의 전당에는 선수의 얼굴과 업적이 새겨진 동판이 걸린다. 이 동판에서 지터를 소개하는 첫 문장은 ‘양키스 왕조의 심장 박동(the heartbeat of a Yankees dynasty)’이다. 지터는 양키스에서만 20시즌(1995~2014) 동안 뛰며 통산 2747경기에 출전했다. 양키스가 가장 위대한 시기에 가장 위대한 스타이자 리더였다.그는 공·수 능력을 두루 갖춘 유격수였다. MLB 통산 타율 0.310, 260홈런, 1923득점, 1311타점을 기록했다. 아메리칸리그 유격수 부문 골드글러브와 실버슬러거를 5회씩 수상했다. 올스타에도 14번이나 선정됐다. 특히 가을에 유독 강했다. 포스트시즌에서만 200안타, 20홈런, 61타점을 기록했다. 2000시즌 월드시리즈에서는 최우수선수(MVP)를 거머쥐었다. 2001시즌 월드시리즈 4차전에서 한국인 빅리거였던 김병현(당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게 끝내기 홈런을 친 장면은 국내 팬에게도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는 양키스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5번(1996·1998·1999·2000·2009시즌)이나 이끌었다.지터는 입회식 내내 유쾌한 모습을 보여줬다. 만장일치 입회가 무산된 점을 상기시키며 “모든 야구 기자에게 감사드린다. 한 명만 빼고”라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아울러 MLB 선수들을 향해 뼈있는 메시지도 전했다.지터는 “경기보다 큰 선수는 없다. 야구가 계속되는 것은 훌륭한 팬들이 있기 때문이다. 팬을 아끼고 보호해야 한다. 야구하는 시간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지터는 마이애미 말린스 구단의 최고 경영자(CEO)를 맡고 있다. 이제 선수가 아닌 경영자의 시선으로 MLB 콘텐트 경쟁력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2021.09.10 08:39
야구

'은퇴' 정근우 #작은 신장 #입스 #악바리 #김성근

정근우(38)는 쑥스러운 표정으로 은퇴 기자 회견장에 들어섰다. 그는 "(최근 은퇴한 동갑내기) 김태균은 은퇴 기자회견 때 눈물을 흘리던데, 나는 왜 이렇게 눈물이 안 나지?"라며 특유의 입담을 자랑했다. KBO리그 역대 최고 2루수 정근우가 선수로서 작별 인사를 전했다. 정근우는 1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은퇴 기자회견에서 "그동안 많은 사랑을 받았고, 기대 이상의 성과를 이뤄 미련이나 후회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고려대를 졸업하고 2005년 드래프트 2차 1라운드 지명으로 SK에 입단한 정근우는 KBO리그를 대표하는 2루수로 성장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2015년 프리미어12 대표팀에서 활약했다. KBO리그 득점왕 2회, 골든글러브를 3회 수상했다. 리그 최다 끝내기 안타 16회에 역대 최초로 11년 연속 20도루를 올렸다. 통산 1747경기에 출장해 타율 0.302, 1877안타, 121홈런, 722타점, 371도루를 기록했다. 정근우에게 '마지막 1년'은 소중했다. SK와 한화를 거친 그는 2018~19년 포지션 경쟁에서 밀려 외야수와 1루수로 옮겼다. '2루수'라는 자부심이 컸던 그에게 LG가 손을 내밀었다. 지난해 2차 드래프트에서 그를 지명했다. 그는 정주현과의 2루수 경쟁을 펼쳤지만, 벤치를 지키는 시간이 더 많았다. 그는 "2루수로 한 시즌 더 뛸 수 있게 기회를 준 LG에 고맙다"라고 인사했다. -은퇴 소감은. "프로야구 선수 정근우로 인사를 하는 마지막 자리다. 고려대 재학 때 훈련 중 프로 지명 소식을 듣고 펑펑 울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벌써 16년 세월이 흘렀다. 은퇴 기자회견을 앞두고 어떤 얘기를 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 과분한 사랑을 받았고,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려 미련이나 후회는 전혀 없다. 그동안 아껴주신 분께 정말 감사드린다. 1~2년 전 포지션을 전향하면서 여러 고민을 했다. LG에서 다시 한번 2루수로 뛸 기회를 주셔서, '2루수 정근우'로 마지막 인사를 드릴 수 있게 돼 감사하다.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많더라. 앞으로 제2의 인생을 보답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살겠다." -은퇴를 계획한 시기는. "지난 7월 허벅지 부상으로 엔트리에 제외된 뒤 은퇴 계획을 세웠다. 많은 분이 예전의 플레이를 기대하실 텐데, 지금은 그때의 정근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2루수에 대한 애착이 컸다. "김성근 전 한화 감독님이 수비 훈련을 워낙 많이 시키셨다. '악마의 2루수'가 되고자 노력했다. 타구가 내 머리 위로 지나가는 것 못 잡더라도, 옆으로 빠져나가는 타구는 놓치지 않으려고 했다." -가장 좋았던 시절은. "2006년 골든글러브를 처음 수상하고 이후 2017년까지 탄탄대로를 걸었다. SK에서 여러 번 우승했고, 국가대표로 발돋움했다. 한화에서는 홈런과 타점을 많이 보탰다. LG에선 다시 한번 2루수로 뛸 기회를 얻었다. 베이징 올림픽과 프리미어12가 기억이 많이 남는다. 2015년 프리미어12가 국가대표 2루수로 나서는 마지막 대회라는 걸 염두에 두지 못했다. 당시 주장으로서 우승까지 해서 행복했다." -'은사' 김성근 감독님과 어떤 얘기를 나눴나. "시즌 종료 후 은퇴 결정에 대해 말씀드렸다. '왜 벌써 그만두느냐'고 하시더라. '이제 은퇴 시기가 온 것 같습니다. 감독님 덕분에 잘 성장했고, 이 자리까지 온 것 같아 감사드린다'라고 인사했다." -LG에서 함께 은퇴한 박용택과 어떤 얘기를 나눴나.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이 용택이 형과 내게는 마지막 경기였다. 그래서 이닝이 지날수록 (팀이 지고 있어) 불안했고, 아쉬웠다. 경기 끝나고 껴안으며 '그동안 고생 많았다'라며 서로 응원했다. 나는 시즌 중 은퇴를 결심했지만, 용택이 형이 한창 '은퇴 투어' 중이어서 누를 끼치지 않을까 걱정됐다. 시즌 막판에는 팀이 치열한 순위 다툼이어서 발표할 수 없었다." -1982년 동기(이대호, 오승환, 김태균)들도 하나둘씩 은퇴한다. "유니폼을 벗은 친구도 있고, 앞으로 계속 뛸 친구들도 있다. 정말 대단하고 존경한다. 그 친구들이 있었기에 내가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 서로 지고 싶지 않아서 경쟁했고, 대표팀에서 성과도 이뤘다. 고맙다." -은퇴를 결정하고 가족의 반응은. "마지막 경기를 끝내고 집에 돌아가니 애들 셋(아들 2명, 딸 1명)이 '그동안 고생 많았습니다'라고 큰절을 하더라. 그동안 묵묵히 뒤에서 뒷바라지한 아내(홍은숙씨)는 '지금까지 당신이 뛴 매 경기가 감동이었다. 고맙고, 수고했다'라고 했다. 어릴 때부터 부모님과 누나가 지원하느라 고생이 많았다. 장인어른과 장모님께도 감사하다." -아들이 야구를 하겠다고 하면. "첫째 아들은 야구를 하고 있다. 나는 어릴 때 야구에 너무 얽매였다. 아들은 즐겁게 뛰면서 좋은 선수가 됐으면 한다. 그동안 외야수로 뛰었는데, 최근에 내야로 옮겼다. '아빠의 기록은 도루든 뭐든 다 뛰어넘겠다'라고 하더라." -현역 시절 악바리 근성이 돋보였다. "경쟁에서 지기 싫었다. 안 되면 될 때까지 노력하는 스타일이다. 최근에도 집에서 내가 스윙을 하고 있더라. '내가 지금 뭐 하고 있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쉽지는 않겠지만, 천천히 하나씩 내려놓겠다." -어려운 시기가 있었다. "고교 때 한 번, 대학 때 한 번, 그리고 프로에서 세 차례 입스(송구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가 왔다. 팔꿈치 수술만 세 번 했다. 특히 고교 시절에는 의사가 '더는 이런 팔 상태로 야구를 할 수 없다'라고 경고했다. 그럼 '왼팔로라도 야구를 하겠다'고 마음먹었다. 다행히 수술이 잘됐다. 그때 포기를 하지 않아서 지금의 정근우가 있었던 것 같다. 김성근 감독님을 만나 새벽부터 저녁까지 많은 훈련을 받은 것도 큰 도움이 됐다." -키(173㎝)가 작아 어려움도 많았을 텐데. "얼마 전 식당에서 우연히 KBO리그 최단신 김지찬(삼성·163㎝)을 만났다. '내가 네 팬이야'라고 했더니 깜짝 놀라더라. 지난해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에서 김지찬의 플레이를 모두 봤다. '키가 작아도 훌륭한 선수가 될 수 있다. 대신 수비와 도루 등을 더 열심히 해 장점을 극대화하면 좋겠다'라고 조언했다." -2루수의 매력은. "베이스 커버나 더블 플레이, 작전 등 움직임이 필요하다. 또 역동작으로 타구를 처리할 때가 많다. 돌이켜보면 정말 잘해온 것 같다. 특히 SK에서, 항상 꿈꿔온 박진만 선배와 키스톤 콤비를 이뤄 정말 좋았다." -'야구 선수 정근우'에게 한마디 한다면. "어릴 때부터 키가 작았던 소년이다. 그래서 이를 뛰어넘으려 누구보다 열심히 했다. 힘들고 지칠 때 포기하지 않고 이겨낸 내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향후 계획은. "이제부터 찾아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지금까지 뒷바라지해 준 가족이 있다. 좋은 가장, 좋은 아빠가 되고자 고민하며 결정하겠다." 잠실=이형석 기자 2020.11.11 19:00
야구

굿바이, 악마의 2루수

"2루수로 은퇴할 수 있어 감사하다." 프로야구 역대 최고의 2루수 정근우(38·LG 트윈스)가 16년간의 프로 생활을 마쳤다. 정근우는 1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가졌다. 2005년 SK 와이번스에 입단한 정근우는 2014년 한화 이글스로 이적했고, 2020년 2차 드래프트를 통해 LG 트윈스 유니폼을 입었다. 정근우는 "프로에 올 때 연습경기 도중 지명을 받고 펑펑 울었던 게 생생하다. 벌써 16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고 했다. 정근우는 통산 1747경기에 출장해 타율 0.302, 121홈런 722타점 371도루를 기록했다. 2루수 통산 타율·안타(1877개)·득점(1072개)·도루 1위다. 골든글러브도 3회 수상했다. 수비력도 뛰어나 공·수·주 3박자를 모두 역대 최고 2루수란 평가를 받는다. 그는 "최고의 2루수라는 평가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맞다. 그만큼 열심히 했다. SK 시절 잠깐 유격수를 보긴 했지만 2루수로 줄곧 뛰었다. 마지막을 2루수로 끝낼 수 있어 감사하다"고 했다. 정근우는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역시 은퇴를 결정한 박용택과 끌어안았다. 정근우는 "끝나가는 것이 두려웠다. 용택이 형에게 수고했다고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어 LG에는 열정 있는 후배들이 많았다. 선배는 후배를 사랑하고, 후배는 선배를 존경하는 문화가 자리 잡아서 강팀이 됐으면 좋겠다. 2루수 주전 경쟁을 펼쳐던 정주현에겐 '내가 LG 2루수니 책임감을 가지라'고 했다"고 전했다. 정근우는 인터뷰 내내 미소를 유지했다. 그런 그도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땐 감정이 올라오는 듯했다. 정근우는 "마지막 경기 뒤 집에 갔더니 아이 셋(2남 1녀)이 큰절을 했다. 아내도 묵묵히 나를 도와줬다. 부모님과 누나, 장인, 장모님께서 도와주셔서 야구에 집중할 수 있었다. 돌아가신 조성옥 감독님을 비롯한 많은 지도자분들꼐도 감사드린다"고 했다. 정근우는 국가대표로도 큰 활약을 펼쳤다.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2009년 월드베이스볼 클래식 준우승,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 2015 WBSC 프리미어12 우승에 기여했다. 정근우는 "프리미어12가 기억난다. 주장으로서, 2루수로서 마지막 태극마크를 달았던 경기"라고 했다. 1982년생 선수들은 '황금세대'로 꼽힌다. 추신수, 김태균, 이대호, 오승환, 이동현 등 KBO리그를 빛낸 선수들이 많다. 정근우는 "먼저 그만둔 친구도 있고, 올해 그만두기도 하고, 내년에도 뛸 선수들이 있다. 계속 뛰는 선수들에게는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다. 친구들이 있었기 때문에 지고 싶지 않은 마음을 안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했다. 탄탄대로를 걸은 것 같지만, 시련의 시기가 있었다. 작은 키(1m72㎝)와 팔꿈치 수술 경력 때문이었다. 정근우는 "고교, 대학, 프로에서 세 번 입스(송구를 못하는 증상)가 있었고, 수술도 세 번 했다. 특히 고교 땐 더 이상 야구를 못할 거란 말도 들었다. 왼팔로 야구를 하겠다는 마음가짐이었는데 수술이 잘 됐다. 잘 이겨낸 내가 고맙다"고 했다. 그는 "큰아들 재훈이(13)가 야구를 한다. 최근에 내야수로 포지션을 바꿨다"고 미소지었다. KBO 간판 2루수였던 그는 한화 시절 1루수와 외야수로도 나섰다. 수비 능력 저하 때문이었다. 정근우는 "그때 처음으로 그만둘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털어놨다. 그런 그에게 LG는 2루수로서 다시 설 기회를 줬다. 정근우는 "올해 1군에서 빠진 뒤 은퇴 계획을 조금씩 세웠다.예전 2루수로 활약했던 플레이를 주변에서 기대했고, 나 역시 기대했었는데 예전의 정근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은퇴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야구선수 정근우에게 빼놓을 수 없는 은인은 김성근 전 한화 감독이다. SK 시절 혹독한 훈련을 통해 정근우를 지금의 자리에 있게 만들었다. 정근우는 "여러 수식어 중 '악마의 2루수'라는 표현이 마음에 든다. 김성근 감독님의 펑고를 하도 많이 받아서 악마의 2루수가 되지 않을 수 없었다"며 "은퇴를 결정했다고 미리 말씀드렸다. '벌써 그만두냐'는 말씀을 하시길래 '감독님 덕분에 잘 성장했고 이 자리까지 온 것 같아서 감사드린다'고 했다. 정근우는 "팬들께는 지금까지 많은 사랑을 해주셔서 감사하다. 덕분에 아쉬움보다 행복한 마음으로 은퇴한다. LG도 더 좋은 성적을 낼테니 많이 응원해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2020.11.11 15:31
야구

정근우, 권혁 은퇴…새 팀 찾는 베테랑도

LG 정근우(38)가 현역에서 은퇴한다. 베테랑 선수들은 속속 유니폼을 벗거나 새로운 팀을 찾고 있다. LG는 8일 "내야수 정근우가 16년간의 프로야구 선수 생활을 마치고 은퇴한다"라고 밝혔다. 정근우는 지난해 11월 2차 드래프트를 통해 한화에서 LG로 이적했다. 스프링캠프에서 정주현과 2루수 경쟁을 펼쳐 시즌 초반 주전으로 중용됐다. LG의 내야진 강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으나 전성기 시절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총 251이닝 동안 수비 실책 9개를 범했다. 시즌 중반 부상으로 자리를 비운 정근우는 막판 주로 대타로 그라운드를 밟았다. 올해 성적은 72경기에서 타율 0.240 1홈런 14타점. 이번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들었지만 2일 키움과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대주자로 나서 결승 득점을 올린 것이 전부다. 결국 LG의 포스트시즌 종료 후 은퇴를 결정했다. 고려대를 졸업하고 2005년 드래프트 2차 1라운드 지명으로 SK에 입단한 정근우는 KBO리그를 대표하는 2루수였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2015년 프리미어12에서 활약하며 대표팀의 선전을 이끌었다. KBO리그 득점왕 2회(2009년, 2016년)를 수상했고, 리그 최다 끝내기 안타 16회를 기록했다. 골든글러브도 3회 품에 안았다. 통산 1747경기에 출장해 타율 0.302, 1877안타, 121홈런, 722타점, 371도루를 기록한 그는 "그동안 앞만 보고 힘들게 달려왔다. 당분간 휴식하며 진로를 고민할 계획이다"라며 "지금까지의 선수 생활을 아름답게 잘 마무리할 수 있게 도와주신 구단에 감사하고. 그 덕분에 무겁지 않은 마음으로 은퇴할 수 있을 것 같다. 팬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라고 말했다. 두산 권혁(37)도 은퇴를 결정했다. 권혁은 한창인 두산의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들지 못했다. 안지만(177홀드)에 이어 KBO 개인 통산 홀드 2위(159개)에 올라 있는 권혁은 올 시즌 15경기에서 2승 2패 2홀드 평균자책점 9.39로 부진했다. 통산 781차례 마운드에 올라 58승 47패 159홀드 32세이브 평균자책점 3.79를 올렸다. 전성기 시절 '삼성 왕조'의 일원이었고, 한화에서는 선수 생활의 불꽃을 태웠다. 원소속구단에서 방출돼 새로운 팀을 찾는 베테랑도 있다. KIA와의 2+1년 계약이 만료된 김주찬은 구단과의 협상에서 "자유계약선수로 풀어달라"고 요청했다. 선수단 재편에 나선 한화는 이용규를 비롯해 안영명과 최진행, 송광민 등 베테랑을 대거 방출했다. 이형석 기자 2020.11.08 19:00
브랜드미디어
모아보기
이코노미스트
이데일리
마켓in
팜이데일리
행사&비즈니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