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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일반

‘타이타닉’ ‘아바타’ 제작자 존 랜도, 암 투병 끝 별세

영화 ‘타이타닉’과 ‘아바타’ 시리즈를 제작한 존 랜도가 별세했다. 향년 63세.6일(현지시간) 버라이어티 등 외신에 따르면 존 랜도는 전날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랜도는 1960년 7월 미국 뉴욕에서 영화제작자인 엘리와 에디 랜도의 아들로 태어났다.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에서 영화학을 공부한 그는 1980년대부터 프로덕션 매니저 등으로 일하며 영화계에 발을 들였다. 29세에는 20세기폭스의 장편 영화 총괄 부사장으로 임명돼 ‘다이하드2’, ‘파워레인저’, ‘라스트 오브 더 모히칸’, ‘트루 라이즈’ 등 다수의 히트작을 만들었다. 그의 오랜 제작 파트너인 제임스 카메론과도 이 과정에서 연을 맺었다. 이후 두 사람은 최초로 글로벌 매출 10억 달러를 돌파한 ‘타이타닉’을 비롯해 ‘아바타’, ‘아바타: 물의 길’ 등 역대 최고 수익을 올린 영화 4편 중 3편을 제작하며 할리우드 흥행 신화를 썼다. 디즈니엔터테인먼트 앨런 버그만 공동 회장은 “존은 잊을 수 없는 이야기를 스크린에 옮겨놓을 수 있는 능력과 재능을 지닌 놀라운 선구자였다. 그의 놀라운 공헌은 영화 산업에 있어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겼고, 우리는 그를 깊이 그리워할 것”이라고 추모했다.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4.07.07 17:19
프로야구

[김종문 진심 합심] 호기심과 집요함이라는 공통점, 좋은 코치에서 리더로 가는 길

A 코치가 안 보입니다. 점심 시간이 끝나가는데, 곧이어 평가전 시작에 맞춰 준비해야 하는데 말입니다. 수년 전 미국 애리조나 전지훈련 때 일입니다. 텍사스 레인저스의 야구장을 갔던 날입니다. A 코치는 조금 뒤 나타났습니다. 레인저스의 짐(gym)을 다녀왔다는 군요. 수년 전 교육리그에 만난 미국인 000 코치를 찾으려 했다네요. A 코치와 동행했던 직원의 설명입니다. "제게 영어 통역을 부탁하더니 거기를 안방처럼 휘젓고 다니더라고요. 어떤 훈련하는지 아는 미국 코치를 만나 설명을 듣고 싶었다고 해요. 누구라도 만나면 궁금한 걸 물었어요. 복도에 붙은 스케줄 표나 훈련 프로그램을 휴대전화로 사진도 찍던데요."B 코치가 어느 해 1월 중순, 야구단 업무가 시작할 때 면담을 요청했습니다. 코치 계약은 끝났고, 전훈이 코앞인데 무슨 일일까 궁금했습니다.B 코치는 일본어로 된 책을 꺼내면서 "혹시 이거 번역해 주실 수 있을까요. 시즌 마치고 일본 여행 갔다가 서점에서 야구책을 샀어요. 대략 이해했지만 자세히 공부해 보고 싶어서요"라고 조심스레 물었습니다. 일본의 유명 지도자가 쓴 코칭 이론서였습니다. 대표 허락이 떨어졌습니다. 다만 특정 개인을 위해서가 아니라 좋은 자료라고 판단되면 '모두의 지식'으로 나누도록 해보라는 의견과 함께 였습니다. B의 제안으로 야구단에 미-일의 최신 야구 이론서 번역을 지원하는 제도가 생겼습니다. B 코치는 이듬해엔 어느 일본 프로팀 선수들의 영양 관리, 식단에 대한 책을 구해 왔습니다. 어떤 선수가 무슨 음식을 좋아하는지, 언제 먹는지 관련 사진도 첨부돼 있고, 칼로리 계산까지 상세히 정리한 일본 특유의 기록물이었습니다. 이 책도 여러 권으로 정리해 선수단 서고에 두고 열람하게 했습니다. 선수 식당의 영양사에게도 당연히 전달했습니다. C 코치는 선수를 진심으로 아꼈습니다. 지명 순위와 상관없이 대했고, 관심과 훈련에 차별이 없었습니다. 지도하던 선수가 군대를 가도 주기적으로 연락해 어떻게 몸 관리 하는지 점검했고, 시기에 따라 어떤 운동을 필요한지 맞춤 스케줄도 짜주며 챙겼습니다. 태도가 성실하지 못한 모 선수가 있었습니다. 재주는 뛰어난데 자기 관리가 안돼 한 번씩 사라지곤 했습니다. 구단의 속을 썩이다 끝내 퇴단합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C 코치는 그 선수 집 앞까지 찾아가 달래기를 수차례나 했다고 합니다. "내가 누구 키웠다"라고 떠벌리는 대신에 잘한 것도 드러내지 않고, 코치의 책임감을 항상 고민했던 C 코치. "재주가 아깝고, 사람이 아깝잖습니까. 아직 세상을 모르는데 도와 줘야죠."제가 기억하는 몇몇 코치님들의 이야기입니다.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요. 각자 개성과 인품이라고 생각했는데 가만 보니 연결점이 있네요. 끊임없는 호기심입니다. 새로운 것을 배우려는 학습 의지이면서 사람을 더 이해하려는 관심이기도 합니다. 집요한 성실함으로 지식을 넓히고 관계를 확장시켜 마침내 호기심의 목적을 완성시켜 갑니다. 코치 자신과 조직이 함께 커가는 모습을 여기저기서 관찰되고 증언하기 시작합니다. 최근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는 새 감독을 발표하는 시즌을 맞았습니다. 구단들의 선임 기준이 소개되는데요. 클리블랜드 가디언스는 1) 타인을 향한 깊은 관심 2) 주변 사람과 의미 있는 관계를 형성하는 능력 3) 개방적 사고와 호기심을 꼽았습니다.뉴욕 메츠의 데이비드 스턴 운영부문 사장이 밝힌 감독의 자질로는, 첫째 구단과의 진정한 파트너십을 만들고, 둘째 사람을 관리하고 퍼스널리티(personality)를 다루며, 셋째 구단의 문화를 활용하고 새롭게 만드는 것이었습니다.주목받는 젊은 야구 경영자인 스턴 사장은 "감독 자리는 구단과 협력하며 많은 책임을 지는, 크고 중요한 자리(big job)"라고 표현합니다. 그동안 데이터 분석을 비중을 키우고, 매니저 권한도 크게 분산시켜 온 미국 야구가 감독의 리더십 중에서 인간 관계를 발전시키는 능력과 개방성, 호기심의 중요성을 무시해선 안된다는 선언처럼 들리는 건 왜일까요.우승 청부사 같은 하나의 관점이 아니라 리더를 고르는 선구안(good eye)이 더욱 디테일해지길 바래 봅니다. 한국코치협회 인증코치 김종문 coachjmoon 지메일김종문은 중앙일보 기자 출신으로, 2011~2021년 NC 다이노스 야구단 프런트로 활동했다. 2018년 말 '꼴찌'팀 단장을 맡아 2년 뒤 창단 첫 우승팀으로 이끌었다. 현재 한국코치협회 인증코치(KPC)다. 2023.11.13 07:30
해외축구

세계가 인정한 ‘KIM’, 2023 발롱도르서 수비수 중 최고 순위로 우뚝

‘철기둥’ 김민재가 2023년 발롱도르에서 22위를 기록했다. 이는 30인에 오른 수비수 중 가장 높은 순위다. 세계 각국의 전문가가 김민재의 지난 시즌 활약에 주목한 모양새다.프랑스 매체 프랑스 풋볼이 주관하는 2023년 발롱도르 시상식이 31일 오전(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샤틀레 극장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는 통산 67번째 발롱도르 시상식이기도 하다. 1956년 처음으로 수상자를 선정한 발롱도르 시상식은 한 해 동안 최고 활약을 펼친 축구 선수에게 주어지는 상이다. 축구 선수에게 가장 큰 위업 중 하나로 평가받으며, 명예로운 상으로 꼽힌다.김민재는 지난달 초 2023 발롱도르 후보 30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는 아시아 출신 수비수로는 처음 있는 일. 한국 선수로 한정한다면 5번째 사례였다. 지난 2002년 설기현(안더레흐트) 2005년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2019년·2022년 손흥민(토트넘)이 이름을 올렸다. 최고 순위는 ‘주장’ 손흥민이 2022년 기록한 11위였다. 첫 득표 역시 손흥민이 기록했는데, 2019년 최종 22위를 기록한 바 있다.김민재의 포함 소식이 의미 있는 건 30인 명단 중 수비수는 단 3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김민재는 후벵 디아스·요슈코 그바르디올(이상 맨체스터 시티)과 함께 유일한 수비수로 30인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디아스는 맨시티 소속으로 지난 2022~23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우승 포함 유러피언 트레블(3관왕)에 성공했다. 그는 공식전 43경기 나서며 우승의 주역으로 활약했다. 포르투갈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시즌 중 열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당시 8강 진출을 이끌기도 했다.그바르디올은 지난 시즌 라이프치히(독일) 소속으로 활약, 공식전 41경기 3골을 기록했다. 리그에선 3위를 기록했고, 독일의 FA컵 격인 DFB-포칼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UCL에선 16강 진출을 견인했다. 하이라이트는 카타르 월드컵이었다. 크로아티아 핵심 수비수로 활약한 그는 전 경기 풀타임 나서며 대회를 3위로 마치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 왼발을 주로 쓰고, 멀티 포지션 소화가 가능한 그는 2023~24시즌을 앞두고 맨시티 유니폼을 입으며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김민재 역시 개인 활약과 클럽, 국가대표 성적에서 밀리지 않았다. 그는 지난해 7월 SSC나폴리(이탈리아)에 합류하며 커리어 처음으로 유럽 5대 리그에 도전장을 내밀었다.튀르키예에서 단 1년밖에 활약하지 않아 세리에 A에서 정착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심지어 김민재는 나폴리의 오랜 기간 핵심 수비수로 활약한 칼리두 쿨리발리의 대체자로 영입된 상태였다. 현지 팬들은 담배 브랜드인 ‘KIM’을 인용해 “KIM, 세 갑에 10유로(약 1만4000원)”이라는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며 구단의 결정을 비난하기도 했다.하지만 김민재는 실력으로 비난을 환호로 바꿨다. 그는 입단 두 달 만에 이달의 선수상(9월)을 차지했으며, 시즌 내내 주전 수비수로 활약했다. 팀 내 필드 플레이어 중 3번째로 많은 출전 시간을 기록했다. 공식전 기록은 45경기 2골 2도움이다.2022~23시즌 나폴리는 2022 월드컵 휴식기 전까지 놀라운 페이스로 승점을 쌓으며 일찌감치 리그 우승을 예약했다. 리그에서의 첫 패배는 16라운드에서 나왔을 정도였다. UCL에서도 순항했다. 나폴리는 A조에서 리버풀(잉글랜드) 아약스(네덜란드) 레인저스(스코틀랜드)와 격돌했는데, 5승 1패를 기록하며 당당히 1위로 16강에 진출했다. 나폴리는 이어 프랑크푸르트(독일)를 합계 5-0으로 가볍게 제압하고 구단 역사상 최초로 8강 진출에 성공했다. 당시 UEFA는 나폴리의 16강 진출이 확정되자 김민재와의 인터뷰를 전하며 그를 조명했다. UEFA는 김민재를 ‘현재 유럽 최고 중앙 수비수 중 한 명’이라 소개했고, 그의 별명인 ‘괴물’에 대해서도 상세히 다뤘다.나폴리는 UCL 8강에서 AC밀란(이탈리아)에 패하며 잠시 제동이 걸렸지만, 리그에서 꾸준히 승점을 쌓아 결국 33년 만에 스쿠데토(세리에 A 우승 트로피)를 품었다. 이는 故 디에고 마라도나가 활약한 1989~90시즌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나폴리 시내는 하늘색 물결로 가득 찼고, 팬들은 그를 향해 연일 “KIM”을 외쳤다. 김민재는 2022~23시즌 말 사무국이 선정한 세리에 A 최우수 수비수상 후보에서도 조바니 디 로렌초, 테오 에르난데스와 함께 이름을 올렸다. 후보군 중 유일하게 중앙 수비수인 그는 당당히 최우수 수비수상을 받았다. 2022~23시즌 세리에 A 베스트 팀에도 당당히 이름을 올리며 활약을 인정받았다.김민재가 2022~23시즌 보여준 뛰어난 활약상에, 빅클럽들이 연일 그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시즌 말미에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시티가 차기 행선지로 꼽혔다. 당초 ‘김민재 영입 레이스’에서 앞서간 건 맨유였다. 맨유는 시즌 중 리산드로 마르티네스·라파엘 바란 외 꾸준한 활약을 펼친 수비수가 없었다. 두 선수도 부상으로 그라운드를 떠나는 일이 많았다. 영국 현지에선 7월 1일 맨유에 합류한다는 보도까지 나온 바 있다. 하지만 맨유는 구단 인수 협상 문제로 이적시장 활동이 더뎠다. 여러 포지션을 동시에 보강하고 있어 온전히 김민재 영입에 집중하기 어려운 환경이었다. 마침 맨시티 역시 소속 선수 재계약은 물론, 그바르디올 등 여러 후보군과 접촉하면서 자연스럽게 김민재 영입 레이스에서 뒤처졌다.새롭게 등장한 것이 뮌헨이었다. 뮌헨은 지난 2022~23시즌 공·수에서 아쉬운 모습을 보인 바 있다. 공격진에선 에릭 막심 추포 모팅 외 믿음직한 선수가 없었고, 수비에선 다요 우파메카노가 점점 부진했다. 특히 UCL 8강 맨시티와의 대결에서 수비의 부진이 두드러졌다. 1차전에서 선발 출전한 우파메카노는 연이은 수비 실책으로 패배의 원흉이 됐다. 1차전을 내준 뮌헨은 이를 만회하지 못하고 8강에서 짐을 싸야 했다.결국 김민재 레이스의 최종 승자는 뮌헨이었다. 뮌헨의 정성이 그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특히 김민재는 7월 중순까지 기초군사훈련을 위해 훈련소에 입소한 상태였는데, 뮌헨은 메디컬테스트를 위해 의료진을 한국에 파견하는 등 정성을 보였다. 지난 7월 19일 뮌헨은 “나폴리로부터 김민재를 공식 영입했다. 구단은 그와 2028년 6월 30일까지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동시에 메디컬테스트 장면을 일부 공개하기도 했다. 구단이 공개한 4분 남짓한 영상에는 뮌헨 의료진이 한국으로 향하는 장면이 담겼다. 마곡대교, 노래방 등 한국 현지 모습이 그대로 담겼다. 이어 김민재가 서울 한 병원에서 메디컬테스트를 받는 장면이 이어졌다. 김민재는 구단 관계자와 함께 가벼운 독일어를 배우고, 곧바로 뮌헨의 상,하의 유니폼을 전달받았다. 끝으로 그는 독일어로 인사를 전한 뒤, 한국식 손하트를 선보이며 팬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분데스리가 사무국도 김민재의 입성을 환영했다. 당시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김민재, 뮌헨의 새로운 수비수는 누구인가’라는 제목과 함께 그를 조명했다. 분데스리가는 김민재에 대해 “조제 모리뉴 감독과 유럽의 빅 클럽들이 가장 탐낸 수비수”라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2022~23시즌 세리에 A 나폴리에서 35경기 출전하며 33년 만의 우승을 이끌었다. 김민재는 시즌 내내 5번밖에 드리블을 내주지 않았으며, 모든 대회에서 91%의 패스 성공률을 기록했다. 유럽 5대 리그 소속 선수 중 그보다 많이 전진 패스(1057회)를 시도한 선수는 없었다”고 강조했다.이어 분데스리가는 김민재와 유사한 플레이를 펼친 선수로 야프 스탐을 언급했다. 스탐은 1990년대 후반 라치오·맨체스터 유나이티드·AC밀란 등에서 활약한 정상급 중앙 수비수다. 특히 1989~99시즌 맨유 소속으로 유러피언 트레블을 이뤄내기도 했다. 분데스리가는 “많은 태클에 성공한 김민재는 나폴리 팬들 사이에서 ‘괴물’이라는 별명으로 알려져 있다”면서 “국가대표인 그는 놀라운 수비 위치 선정과, 몸싸움에 능하고 발재간이 뛰어나다. 마치 과거 네덜란드의 스탐과 닮은 점이 있다”고 조명했다. 끝으로 분데스리가는 김민재에 대한 축구인들의 평가를 덧붙이기도 했다. 먼저 모리뉴는 “토트넘 시절, 그와 계약하고 싶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지금 그의 레벨을 봐라. 톱 플레이어다”고 말했다. 이어 루치아노 스팔레티 전 나폴리 감독은 “그는 경기당 최소 20번의 놀라운 일을 해낸다. 그는 공을 몰고 5초 안에 상대편 박스까지 뛸 수 있다”고 극찬한 바 있다. 토마스 투헬 뮌헨 감독도 ‘김민재 바라기’였다. 투헬 감독은 지난 8월 개막을 앞두고 사무국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나는 그를 사랑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그는 표현, 태도, 경기 모든 면에서 침착하고 솔직하다. 패스는 지나치게 화려하지 않은 패스다. 첫 터치는 컨트롤, 두 번째 터치는 패스다. 너무 튀지도, 느리지도, 세지도 않다. 이는 빌드업 플레이어에게 원하는 것이기 때문에 매우 좋다”고 말했다. 이어 “매우 훈련돼 있고, 친근하며, 겸손하고 명확하다. 매우 좋은 인상을 받았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실제로 김민재는 기초군사훈련을 마친 뒤 독일로 향해 뮌헨 선수단과 코치진을 마주했다. 훈련 첫날부터 영어로 선수들과 대화를 이어간 그는 훈련장을 찾아와 준 팬들에게 팬서비스하며 깊은 인상을 남기기도 했다.당시 투헬 감독이 김민재와 처음 만나는 장면이 공개되기도 했다. 투헬 감독은 김민재를 꼭 껴안고 거듭 인사를 건네더니 뺨을 만지더니 볼에 입을 맞추려는 제스처까지 했다. 투헬 감독은 “분명 잘 해낼 수 있을 거다. 이곳을 사랑하게 될 거라고 내가 약속한다”며 그를 격려했다.김민재는 프리시즌부터 조금씩 출전 시간을 늘리며 입지를 넓혀갔다. 첫 경기인 라이프치히와의 슈퍼컵 결승전에선 교체 투입됐지만, 이후에는 컵대회를 제외한 모든 공식전에서 선발 출전하며 굳건한 주전으로 자리 잡았다. 당초 파트너로 낙점된 마타이스 데 리흐트는 부상 여파로 복귀가 늦어졌고, 그동안 합을 맞춘 다요 우파메카노는 햄스트링으로 전열에서 이탈했다. 김민재만이 쉴 틈 없이 그라운드에 나서고 있다.위기가 없던 건 아니었다. 특히 독일의 전설 로타어 마테우스는 김민재에 대해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비난하려는 거는 아니지만, 이탈리아에서의 명성을 바탕으로 내가 기대했던 만큼은 아니다. 분데스리가에 먼저 익숙해져야 한다”라고 조언을 남기기도 했다.다소 의아한 지적으로 보이기도 했지만, 해당 발언이 나온 10월 초 뮌헨은 공식전 9경기 6승 2무 1패를 기록하는 동안 28득점 12실점으로 다소 불안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김민재는 다시 한번 실력으로 우려를 씻어냈다. 특히 지난 23일 마인츠와의 분데스리가 8라운드에선 102개의 패스를 100% 성공하며 이목을 끌었고, 갈라타사라이와의 UCL 경기, 다름슈타트와의 리그 경기에서도 맹활약하며 승리를 함께했다.화려한 시즌을 보내고 있는 김민재는 발롱도르서 22위를 기록하며 다시 한번 방점을 찍었다. 발롱도르 30인 명단에서 함께 이름을 올린 수비수 디아스는 30위, 그바르디올은 25위였다. 김민재가 향후 더 높은 순위를 노릴 수 있을지가 팬들의 관심 요소다.김우중 기자 2023.10.31 10:00
해외축구

손흥민 토트넘 '새 캡틴' 됐다…위기의 팀 '반등' 이끌 리더 낙점

“토트넘을 위해 모든 걸 바치겠습니다.”손흥민(31)이 토트넘 새 주장으로 선임됐다. 이번 시즌 새 전환점을 맞이한 토트넘의 중심에 선 것이다. 한국인 선수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구단의 정식 주장으로 선임된 건 퀸즈 파크 레인저스(QPR) 시절 박지성 이후 두 번째다.토트넘은 지난 12일(한국시간)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손흥민이 주장으로 선임됐다. 위고 요리스로부터 완장을 넘겨받게 됐다. 그는 지난 2015년 8월 바이어 레버쿠젠에서 토트넘으로 이적한 뒤 9번째 시즌을 앞두고 있다”고 발표했다. 손흥민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 EPL·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개장 첫 골, 국제축구연맹(FIFA) 푸스카스상, EPL 골든부트(득점왕), 아시아 선수 최초 EPL 통산 100골 등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이뤄낸 각종 기록도 조명했다.손흥민은 구단을 통해 “거대한 클럽의 주장이 된 건 영광이다. 정말 놀랍고 자랑스러운 순간이다. 새로운 시즌, 새로운 시작이다. 토트넘 유니폼과 주장 완장을 위해 모든 걸 바치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서도 “저와 제 가족들에겐 정말 특별한 순간이다. 아름다운 클럽의 주장이 된 건 내 인생의 영광스러운 일이다. 여러분 모두가 자랑스러워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손흥민의 토트넘 주장 선임 가능성은 지난달부터 현지를 통해 꾸준히 제기됐다. 오랫동안 주장 역할을 맡았던 요리스, 그리고 부주장 해리 케인 모두 팀을 이탈할 가능성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요리스와 케인이 모두 팀을 떠나면 새 주장단 선임이 필요했는데, 현지에서 첫 손에 꼽은 선수가 바로 손흥민이었다.지난달 스퍼스웹은 ‘케인이 떠날 경우 새 주장을 맡을 수 있는 5명의 후보’로 손흥민을 가장 먼저 소개하면서 “지난 시즌 부진했던 게 사실이지만 손흥민은 여전히 케인에 이어 두 번째로 좋은 선수다. 2015년부터 토트넘에서 뛰고 있는 그는 가장 오랜 기간 활약해 온 선수 중 한 명이자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선수”라고 소개했다. 손흥민 외에 피에르-에밀 호이비에르와 크리스티안 로메로, 로드리고 벤탄쿠르, 에릭 다이어가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요리스와 결별이 유력한 가운데 최근 케인이 바이에른 뮌헨으로 떠나면서 새 주장단 선임도 급물살을 탔다. 특히 케인과 요리스는 2010년대 중반 이후 토트넘을 상징하는 선수들이었던 데다, 지난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클럽대항전 진출 실패와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 선임 등 토트넘은 여러 모로 새 출발에 나서는 시점이다. 그 중심에서 팀을 이끌 선수로 손흥민이 낙점된 것이다. 손흥민과 함께 팀을 이끌 부주장단으로는 토트넘 3년차 로메로, 그리고 이번 여름 새로 영입된 제임스 매디슨이 선임됐다. 베테랑 손흥민이 주장 역할을 맡아 팀을 이끌고, 토트넘 경력이 짧은 20대 중반의 선수들에게 부주장 역할을 맡겨 팀 분위기를 크게 바꿔보겠다는 의도가 엿보이는 선임이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손흥민은 그라운드 안팎에서 훌륭한 리더십을 갖춘 선수다. 그가 새 주장으로 선임된 건 이상적인 선택이라고 본다. 우리 모두가 손흥민이 월드클래스 선수라는 걸 알고, 라커룸에서도 모두의 존경을 받고 있다. 그저 유명한 선수여서가 아니라 한국 대표팀의 주장이라는 점과 동시에 토트넘에서 이룬 성취들을 함께 따져보고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현지에서도 손흥민의 주장 선임 소식을 주목하고 있다. 영국 풋볼런던은 “토트넘 새 주장이 된 손흥민은 이미 한국 대표팀의 주장을 맡고 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 부임 초기 사우디아라비아 구단의 러브콜에도 토트넘 잔류를 선언한 게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으로 보인다”고 조명했다.이브닝 스탠다드도 “손흥민은 레버쿠젠에서 토트넘으로 이적한 뒤 372경기에서 145골을 넣으며 케인과 함께 EPL 역사상 가장 파괴적인 공격 파트너십을 형성했다. 토트넘 팬들에게 큰 영향력과 호평을 받고 있는 선수로, 이번 주장 선임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고 설명했다. 한국인 선수가 EPL 구단의 주장 완장을 찬 건 2012~13시즌 QPR 주장으로 선임됐던 박지성 현 전북 현대 테크니컬 디렉터 이후 11년 만이자 역대 2번째다. 다만 당시 박지성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7시즌을 뛴 뒤 QPR로 이적하자마자 주장 완장을 차 주장 선임 배경엔 손흥민과 다소 차이가 있다. 다만 당시 박지성은 팀 부진과 시즌 중 감독 경질 등이 맞물려 시즌 도중 주장직을 박탈당했다.손흥민은 13일 오후 10시 영국 브렌트퍼드에서 열리는 브렌트퍼드와 EPL 개막전에서 시즌 첫 공식전이자 토트넘 주장으로서 데뷔전을 치른다.김명석 기자 2023.08.13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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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우의 스포츠 랩소디] 발망이 만든 첼시 유니폼이라고?

1980년대 잉글랜드에 등장한 캐주얼 훌리건은 이탈리아, 프랑스의 화려한 패션에 영향을 받았다. 그러나 라코스테, 휠라 같은 고급 스포츠 웨어를 즐겨 입던 이들의 취향은 1990년대 들어 변화를 겪는다. 변화무쌍한 날씨의 영국에서는 세련되고 견고한 옷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에 버버리, 프라다, 아르마니, 랄프 로렌, 스톤 아일랜드 등의 명품 브랜드를 훌리건은 즐겨 입기 시작했다.당시 명품 브랜드는 축구와 얽히는 것이 탐탁지 않았다. 전통적으로 축구는 노동자 계급의 스포츠였고, 폭력적 이미지를 가진 훌리건들 때문이었다. 하지만 축구 산업의 상업적 성공과 유명 선수가 하나의 브랜드로 진화하면서, 명품 브랜드도 축구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축구 유니폼에도 유명 디자이너가 가세해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형태의 셔츠가 나타나게 된다. 일본 출신의 유명 디자이너 요지 야마모토와 아디다스의 협업이 대표적인 예다. 2014년 챔피언스리그에 나선 레알 마드리드는 아디다스 셔츠의 몸통에 전설적인 동물인 드래곤이 새겨진 키트(kit)를 선보였다. 야마모토는 셔츠에 드래곤을 디자인함으로써 레알 마드리드의 위대함과 영광을 표현할 목적이었다고 한다. 2022년은 레알 마드리드가 창단된 지 120주년 되는 해였다. 또한 야마모토와 아디다스의 컬래버로 만들어진 브랜드 Y-3의 20주년이기도 했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마드리드는 아디다스가 아닌 Y-3가 새겨진 셔츠를 출시해 2022년 3월에 열린 ‘엘 클라시코’에서 처음 선보였다. 하지만 경기는 마드리드의 0-4 대패로 끝났다.유명 디자이너와 스포츠 제조사의 협업을 넘어, 럭셔리 브랜드가 키트 스폰서로 축구 시장에 직접 뛰어든 경우도 있다. 김민재 선수의 활약으로 국내 팬들에게도 친숙한 나폴리는 엠포리오 아르마니의 스포츠 브랜드인 EA7과 2021-22시즌부터 키트 스폰서 계약을 맺었다. EA7이 새겨진 나폴리 어센틱 셔츠가 125유로에 판매되자 일부 언론은 축구 역사상 가장 비싼 키트가 나왔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이는 명백한 오보였다. 같은 시즌 아디다스가 제작한 유벤투스의 셔츠는 140유로였고, 퓨마가 만든 AC 밀란의 가격은 120유로로 나폴리와 큰 차이가 없었다.여러분은 혹시 “럭셔리 브랜드가 축구 키트를 제작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는지 궁금하다. 물론 현실적으로 비싼 가격 등 여러 문제는 있다. 하지만 명품 브랜드와 축구가 이렇게 가까워질지 과거에는 예상도 못 했듯이, 미래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알 수 없다. 게다가 근래에 들어 더욱더 많은 명품 브랜드가 유럽의 빅 클럽들과 패션 파트너십을 맺고 있으며, 축구 스타를 앰버서더로 선정해 홍보 효과도 노리고 있다. 필자와 잠깐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자.필자가 선정한 클럽은 첼시다. 20세기의 첼시는 그리 성적이 좋은 팀이 아니었다. 1954~55시즌 우승, 1969~70시즌 FA컵 우승과 1970~71시즌 UEFA 컵 위너스 컵 우승이 이들이 내세울 만한 성적의 전부였다. 하지만 1996년 루드 굴리트에 이어 1998년부터 감독을 맡은 잔루카 비알리의 지휘 아래 첼시는 여러 개의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이어 2003년 러시아 재벌 로만 아브라모비치를 새 구단주로 맞이하며 첼시의 전성시대가 열린다. 하지만 20세기 특히 1950년대 이전 첼시의 성적은 초라했다. 이에 당시 코미디언들은 “첼시는 도대체 언제 우승하느냐”고 조롱하곤 했다.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영화 ’39 계단(The 39 Steps)’에 나오는 ‘미스터 메모리’라는 인물은 “첼시가 기원전 63년 네로 황제가 지켜보는 가운데 마지막으로 우승했다"라고 말해 폭소를 자아내기도 했다. 게다가 1930년대 첼시 공격수였던 잭 콕은 축구 영화 ‘The Great Game’의 주연이었고, 첼시 선수 여러 명이 찬조 출연했다. 이러한 이유로 첼시 선수들은 훈련장에서의 모습보다 유명 클럽에서 모델 혹은 배우들과 찍힌 사진이 더 잘 어울린다는 인식을 심어주게 된다.첼시의 홈구장 스탬퍼드 브리지는 켄싱턴과 첼시 버러(borough, 자치구)에 위치해 있다. 이곳은 영국에서 가장 부유한 지역으로, 1인당 연 소득이 6만 5000파운드(1억원)다. 전국 평균(1만 9500파운드)의 3배가 넘는다. 축구 팬으로 범위를 좁혀도 첼시 팬의 1년 수입은 웨스트 햄 팬보다 2배가 넘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리버풀 팬보다 각각 64%, 75% 많다. 따라서 잉글랜드 축구 팬 중에서 첼시 팬의 씀씀이가 가장 크다.이 자치구의 나이트 브리지에는 영국을 대표하는 고급 백화점 헤롯이 있다. 또한 뉴욕 최고의 쇼핑가인 5번가와 비교되는 슬론 스퀘어(Sloan Square)도 이곳에 있다. 슬론 스퀘어에는 고급 아파트, 다양한 명품 브랜드 상점 외에 세계적인 미술관인 사치 갤러리도 위치해 문화적 명소로도 이름이 높다. 필자도 이곳에서 서블렛으로 몇 개월 산 경험이 있는데, 눈요기할 것은 많았지만, 비싼 물가에 당황스러웠던 기억이 난다. 이외에도 스탬포드 브리지 근처에는 유명한 킹스 로드(King’s Road, 17세기 찰스 2세의 전용 길에서 이름이 유래)가 있다. 킹스 로드는 런던 패션, 예술, 음악계의 중심지다. 전설적인 그룹 레드 제플린의 레코드 회사가 킹스 로드에 있었고, 데이비드 보위, 밥 말리 같은 유명 뮤지션도 근처에 살았다. 또한 런던 패션을 상징하는 비비안 웨스트우드와 남자 친구 말콤 맥라렌이 운영해 펑크의 대중화를 이끈 ‘섹스 부티크’도 킹스 로드에 있었다. 영국에는 20세기를 상징하는 문화의 발상지인 킹스 로드와 첼시 FC를 동의어로 보는 시각도 있다. 과거의 첼시 선수들은 축구는 못했지만, 화려했고 자유로웠다. 최근의 첼시는 뛰어난 실력에 세련됨마저 갖췄다. 이에 첼시의 키트 스폰서로 필자는 프랑스의 럭셔리 브랜드 발망(Balmain)을 선정했다. 발망의 호화로운 색감과 현란한 디자인은 첼시가 가진 고급스러운 도도함과 멋진 조화를 이룰 것이기 때문이다.이화여대 국제사무학과 초빙교수 2023.07.22 09:00
프로야구

[인생2막] 미트 대신 쭈꾸미 든 포수 허웅 “두 번째 삶, 고마운 분들 덕분”

"사람들과의 인연 덕분입니다. 제가 받은 게 너무 많아요."허웅(40)은 지난 2017년까지 SK 와이번스(SSG 랜더스의 전신)의 백업 포수였다. 박경완(현 LG 트윈스 코치) 정상호(현 SSG 코치) 등 주전 포수들을 넘어서지 못했지만, 견실한 수비로 투수들의 신뢰를 얻으며 치열한 경쟁 끝에 1군 50경기에 나서 마스크를 썼다. 그랬던 허웅은 그라운드를 떠나 지금은 경기도 광명 소하동에서 가족과 함께 작은 철판 쭈꾸미집을 운영 중이다. 벌써 6년 차 '사장님'이다.어떤 야구인도 평생 야구장에 있을 수는 없다. 때가 다를 뿐 결국 모두가 그라운드를 떠난다. 허웅에게 그 시간은 생각보다 조금 빨랐다. 허웅은 그라운드를 두 번 떠났다. 처음 유니폼을 벗었던 건 2006년이다. 2002년 현대 유니콘스에 입단했던 그는 상무 야구단에 불합격한 후 2006년 현역 입대를 선택했다. 입대 직후 방출 통보가 날아왔다.허웅은 "포수는 상대적으로 기량이 터지는(숙성되는) 나이가 늦다. 포수로서 시작이나 다름없는 20대 중반에 방출됐으니, 정신적으로 참 힘들었다"고 떠올렸다. 넘어서기로 했다. 허웅은 "다행히 그때 부대에서 휴가를 주셨다. 부대 밖에서 힘든 기분을 모두 털어버렸다. 남은 복무 동안 계획을 다시 짰다"며 "당시 아버지는 함께 요식업을 하자고 하셨다. 나는 야구를 더 해보고 싶었다. 어머니도 날 응원하셨다"고 했다. 바로 야구로 돌아오진 못했다. 전역 후 허웅은 김해에서 부모님과 함께 호프집을 꾸렸다. 그러다 2008년 8월 일본 독립 리그로 넘어갔다. 간사이리그 키슈 레인저스에 들어가 8개월 동안 다시 포수 마스크를 썼다.두 번째 기회가 왔다. 허웅은 "현대 시절 선수단 버스를 운전하셨던 백재현 기사님이 초등학교 선배님이셨다. 성격이 너무 좋으셔서 야구장에서 공도 주워주실 만큼 선수들과 가깝게 지내셨다. 그분이 현대 코치를 거쳐 SK 와이번스로 옮기신 금광옥 코치님께 나를 테스트해 볼 수 있냐고 물었고, 기회를 줄 테니 '몸을 만들어 와라'는 답을 들었다. 그렇게 준비 끝에 2009년 입단 테스트를 봤고, 육성 선수가 됐다"고 했다. 새 유니폼을 입었다고 끝난 건 아니다. 긴 퓨처스(2군)리그 생활이 그를 기다렸다. 그러다 2011년 드디어 기회가 왔다. 허웅은 "당시 박경완 선배님이 부상을 입으셨을 때다. 버티던 사람에게 기회가 왔던 것 같다. 1군 무대 한번 밟아보고 싶다는 희망 하나만 가지고 있었는데, 세 번째 포수였던 최경철 형도 부상을 당해 기회가 왔다"고 했다.간신히 오른 무대에서 버틸 수 있는 시간은 길지 않았다. 허웅은 2011년부터 2015년까지 1군 통산 50경기에 출전했고, 2017년 프로야구를 떠났다.은퇴 당시 34세. 그래도 아쉬움이 남았다. 허웅은 "당시 컨디션도 올라왔고, 준비가 돼 있었다. 1군에서 해낼 자신과 여유가 더 생겼을 때였다"며 "하지만 팀에 이현석, 김민식 등 어린 포수들도 있어 1군 백업으로 나설 기회가 없었다. 2차 드래프트도 노렸으나 끝내 날 지명한 팀은 없었다"고 했다. 허웅은 마지막 시즌 퓨처스리그에서 플레잉코치 보직을 받았다. 그러나 현실에는 '선수 허웅'의 자리는 없었다. 허웅은 "처음에는 플레잉코치라는 제안을 받고 새로운 도전이라는 생각에 설렜다. 그런데 이성우 선배가 영입됐고, 포수로서 내 자리는 없어지게 됐다. 그때 '이제 끝났구나' 싶었다"고 떠올렸다. 2017년 허웅의 퓨처스리그 기록은 1경기 0타석. '선수 허웅'의 마침표였다.SK 시절 인연은 소중하게 남았다. 허웅은 야구장을 떠났지만, 그를 지도했던 김성근 감독은 여전히 예능 프로그램 '최강야구' 사령탑으로 현장에 남아있다. 허웅은 "감독님은 늘 야구 생각밖에 안 하셨다. 뚜렷한 신념이 있으니 선수들이 믿고 따랐다"며 "저한테는 은인이다. 입단 테스트도 1군 선수들 훈련 도중에 치렀는데도 감독님께서 내 모습을 지켜보시고 좋게 평가해 주셨다"고 했다. 그는 또 "김성근 감독님께서는 야구를 놓고 편안하게 사시지 않는다. 야구하면서 순간의 아쉬움까지도 다 떠올리고 계시는 분"이라고 말했다. 은퇴 후 쭈꾸미집을 연 것도 가까운 이의 도움이 컸다. 그는 "선수 시절 갔던 맛집을 운영하셨던 오세종 사장님이 도와주셨다. 내가 유명한 선수도 아니어서 조용히 다녔는데, 사장님이 SK 팬이셨다. 술 한잔하며 형·동생으로 지내게 됐다"고 전했다. 그는 "야구인생을 마무리하면 식당 비법을 전해주겠다고 했다. 내가 은퇴 후 '형님, 저 잘렸습니다'라고 전화했더니 웃으며 '좀 쉬다 와라'라고 하신 뒤 도와주셨다"고 했다. 이어 "처음에는 이런 인터뷰를 하기 부끄러웠지만, 고마웠던 분들께 감사를 전하기 위해 응했다"고 덧붙였다.2018년 개업 후 6년 차. 크지 않은 그의 식당은 코로나19 직격탄도 버텨내며 살아남고 있다. 허웅은 "선수는 야구를 그만두면 막막할 때가 많다. 코치를 하고 싶어도 기회와 실력이 받쳐줘야 하니 쉽지 않다"며 "그래도 난 요식업이 내 성격에 맞았다. 밝은 편이라 손님들에게도 잘할 수 있었다. 포수로 투수들을 상대하는 게 익숙해 다른 이에게 맞춰주는 것도 성격에 맞았다"고 했다. 그는 "식당 운영은 맛과 친절함이 제일 중요한 것 같다. 친절은 아무리 해도 지나치지 않다. 불친절하면 손님들은 다시 오지 않는다"며 "선수들은 매 경기 성공도 해보고 실패도 해본다. 선수가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유지하면서 뛰어야 성공할 수 있듯 자영업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야구장을 떠난 후 야구는 직업이 아닌 응원의 대상이 됐다. 허웅은 "내가 좋아하는 선수들이 늘 잘 됐으면 좋겠다. 김광현·최정 등은 후배지만, 내가 존경하는 선수들이다. 그들이 잘 됐으면 좋겠다"며 "두 사람은 대스타인데도 예의를 잃지 않았고, 선배들을 존중해 주는 선수였다. 그래서 너무 멋지다"라고 했다. 허웅은 지난해 김광현이 메이저리그(MLB) 노사합의 문제로 귀국해 '엄정욱 파이어볼러 아카데미'에서 몸을 만들 때 공을 받아준 파트너를 맡기도 했다. 그는 "도와달라고 연락이 왔다. 영광이었다. 존경하는 후배가 왔으니 다 제쳐두고 갔다"며 "MLB를 다녀왔어도 옛날 내가 알던 김광현 그대로였다"며 웃었다. 두 번째 삶에 뿌리를 내린 그는 "손님들이 항상 물어본다. 야구와 장사 중 무엇이 힘드냐고. 그래서 항상 '그때 왜 더 열심히 하지 않았을까 후회한다'고 말한다"며 "사회는 정말 치열하다. 하루하루 어떻게 될지 모른다. 그때는 더 쉬고 싶고, 놀고 싶었다. 그래야 잘한다고 생각했다. 선수 시절 내가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훈련량과 정신력을 갖췄다면 (결과가) 달랐을 것이라는 후회가 남았다"고 했다.'선수 허웅'이 그랬던 것처럼 '사장 허웅'도 긍정적인 삶을 살고자 한다. 그는 "두 번째 삶에서 자리잡기 위해서는 건강해야 한다. 특히 정신이 건강하다면 말과 행동이 긍정적이다. 말 한마디, 행동 하나도 좋게 하면 자신에게 좋게 돌아온다. 그게 이 일을 하는 데 큰 힘이 됐다"고 전했다. 앞으로 목표를 묻자 허웅은 "매출은 내려가지 않고 꾸준히 오르고는 있다"며 "장사라는 게 만족은 없다. 매출이 오르면 그걸 평균으로 잡고 새 목표를 세우게 된다"며 웃었다.차승윤 기자 2023.05.04 00:02
해외축구

[IS 피플] “대체 불가” 코리안 몬스터, 데뷔 시즌 UCL 16강행 ‘위업’

‘코리안 몬스터’ 김민재(26·나폴리)가 ‘별들의 전쟁’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토너먼트 무대를 밟는다. 나폴리는 13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나폴리의 스타디오 디에고 아르만도 마라도나에서 열린 2022~23시즌 UCL 조별리그 A조 4차전에서 아약스(네덜란드)를 4-2로 꺾었다. 나폴리의 이르빙 로사노, 빅터 오시멘 등 공격수들이 득점포를 가동하며 승리를 이끌었다. 김민재의 나폴리는 4경기 만에 16강 진출을 확정했다. 이탈리아 세리에A 선두를 질주 중인 나폴리는 유럽 클럽대항전 무대에서도 맹렬한 기세를 뽐냈다. 리버풀(잉글랜드), 레인저스(스코틀랜드)를 차례로 격파한 나폴리는 아약스와 2연전에서 내리 웃으며 일찌감치 토너먼트 행을 확정했다. 나폴리는 오는 27일 레인저스와의 조별리그 5차전에서 이기면 조 1위로 16강 무대를 밟을 가능성이 크다. ‘나폴리의 벽’ 김민재가 혁혁한 공을 세웠다. 김민재는 올 시즌 나폴리가 치른 UCL 4경기에 선발 출전해 풀타임 활약했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인 무대지만, 김민재는 주눅 들지 않았다. 평소와 같이 터프하면서도 영리한 수비로 나폴리 후방을 든든하게 지켰다. 그 덕에 나폴리는 UCL에서 경기당 1실점만을 내주고 있다. 16강 진출을 확정한 아약스전에서도 김민재는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김민재는 파트너 아미르 라흐마니(코소보)가 부상으로 빠진 탓에 오른쪽 중앙 센터백으로 출전했다. 나폴리 입단 후에는 줄곧 왼쪽 중앙 수비수로만 뛴 김민재지만, 주 포지션이 우측 센터백이라 어색한 자리는 아니었다. 새 짝꿍 주앙 제주스(브라질)와 손발을 맞춘 김민재는 전반전에 몸이 다소 무거웠다. 평소와 달리 몇 차례 패스 실수를 범했다. 후반은 달랐다. 김민재는 과감한 수비로 아약스 공격수들을 꽁꽁 묶었다. 후반에 나온 2실점은 모두 제주스 쪽에서 나왔다. 김민재는 막판까지 집중력을 발휘하며 더는 골을 내주지 않았다. 파트너와 자리가 바뀌었다는 것을 고려하면, 훌륭한 활약이었다. 축구 통계 매체 후스코어드는 팀 내 최다 걷어내기(6회)를 기록한 김민재에게 평점 6.5를 부여했다. 소파 스코어 역시 같은 점수를 건넸다. 무난하게 경기를 마쳤다는 의미다. 현지 매체 유로스포르트 이탈리아는 “김민재는 모든 공간을 정교하게 막았다. 그는 이번 시즌 초반 나폴리에서 대체 불가능한 몇 안 되는 선수 중 한 명”이라고 극찬했다. 김민재가 주축으로 활약하며 나폴리의 UCL 토너먼트행을 이끌었다. 그에게는 값진 성과다. 유럽 무대 진출 2년 차·UCL 데뷔 시즌에 일군 업적이기 때문이다. 나폴리는 김민재의 든든한 수비 덕에 공식전 13경기 무패·9연승을 질주하며 ‘돌풍의 팀’으로 거듭나고 있다. 김희웅 기자 2022.10.13 12:51
해외축구

'철벽 수비' 김민재, 아약스 공격 봉쇄...평점 7.2점

김민재(26·SSC 나폴리)가 철벽같은 수비력을 과시하며 변함없는 활약을 이어갔다. 김민재는 5일(한국시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요한 크라위프 아레나에서 열린 아약스와의 2022~23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조별리그 A조 3차전에 센터백으로 선발 출전, 견고한 수비력을 보여주며 나폴리의 6-1 대승을 이끌었다. 앞서 치른 1·2차전에서 리버풀(스코어 4-1), 레인저스(스코어 3-0)에 연승을 거뒀던 나폴리는 3연승으로 승점 9점을 획득, 조 1위 자리를 굳게 지켰다. 소속 리그 세리아A에서 치른 8경기에서 6승 2무를 마크한 나폴리는 올 시즌 11경기 연속 무패 행진도 이어갔다. 김민재는 파트너 아미르라흐마니와 중앙 수비 라인을 구축했다. 공 경합 상황에서 보여준 저돌적인 플레이는 여전했고, 77차례 공 터치를 해내며 상대 흐름을 수차례 끊었다. 4번이나 공을 가로채기도 했다. 패스 성공률은 82.4%를 기록했다. 전방으로 바로 찔러넣는 패스를 통해 공격 전개 시작점이 되기도 했다. 먼저 골을 내준 뒤 더 견고해졌다. 김민재는 전반 9분, 아약스 케네스 테일러의 슈팅을 몸을 날려 막아내려 했지만, 공이 모하메드 쿠두스의 몸에 맞고 골라인을 지나갔다. 그러나 이후 아약스의 유효 슈팅을 단 1개로 봉쇄할 만큼 완벽한 수비를 보여줬다. 동점골도 기여했다. 전반 18분, 김민재가 상대 공격을 차단하며 역습이 시작됐고, 자코모 라스파도리의 헤딩골로 이어졌다. 나폴리는 이후 전반 33분 조반니 디로렌초, 45분 피오트르 지엘린스키가 골을 얻으며 3-1로 앞섰다. 후반전에도 추가 3골을 넣으며 완승을 거뒀다. 김민재가 합류한 뒤 나폴리는 한 번도 지지 않았다. 축구 통계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은 아약스전에 나선 김민재에게 평점 7.2점을 부여했다. 안희수 기자 2022.10.05 07:58
메이저리그

류현진, 마이저리그 등판 5실점...장타 3개 허용

메이저리거 류현진(35·토론토 블루제이스) 마이너리그 등판에서 고전했다. 류현진은 8일(한국시간) 버펄로 바이슨스(토론토 산하 트리플A팀) 소속으로 더럼 불스(탬파베이 레이스 산하)전에 선발 등판했다. 4이닝 동안 5피안타(1피홈런) 5실점(2자책점)을 기록하며 부진했다. 야수 실책 탓에 실점이 늘어나긴 했지만, 류현진의 공도 썩 좋진 않았다. 장타만 3개(2루타·3루타·홈런) 허용했다. 류현진 1회 초 비달 브루한에게 좌전 2루타, 2사 뒤 르네 핀토에게 중전 적시타를 맞고 선취점을 내줬다. 3회 2사 위기에서는 조나단 아란다에게 우익 선상 3루타를 맞고 두 번째 실점을 기록했다. 이어진 2사 3루 위기에서 핀토에게 8구 만에 땅볼을 유도했지만, 버팔로 3루수 조슈아 푸엔테스가 송구 실책을 범하고 말았다. 3루 주자 아란다는 홈을 밟았다. 류현진은 후속 타자 포드 프록터에게 중월 투런 홈런까지 맞았다. 류현진은 4회 세 타자를 삼자범퇴로 막은 뒤 5회 팀의 수비 돌입을 앞두고 마운드를 구원 투수 앤드류 바쉬에게 넘겼다. 총 투구 수는 74개. 볼넷은 내주지 않았다. 류현진은 지난달 17일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전 등판 뒤 왼 팔뚝 통증을 호소, 이튿날 부상자 명단(IL)에 올랐다. 큰 부상은 아니었다. 류현진은 닷새 만에 캐치볼, 열흘 만에 불펜 피칭을 소화하며 복귀에 박차를 가했다. 지난 1일에는 부상 이후 처음으로 라이브 피칭까지 소화했다. 류현진은 위기다. 부상 전 등판한 두 경기 모두 부진했다. 4월 11일 텍사스 레인저스전에서 3과 3분의 1이닝 5피안타(1피홈런) 6실점, 17일 오클랜드전에선 4이닝 6피안타(1피홈런) 5실점을 기록했다. 평균자책점은 13.50. 포심 패스트볼(직구) 구속이 예년보다 떨어졌고, 강점인 제구력도 무뎌졌다. 왼팔에 문제가 있었다는 게 밝혀졌지만, 현지 언론은 류현진의 기량에 의구심을 보이고 있다. MLB닷컴은 "류현진이 메이저리그(MLB)에 복귀하면 다른 선발 투수 로스 스트리플링과 '피기백(piggyback)'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라고 했다. 피기백의 사전적 의미는 어부바, 목마타기다. 야구에서는 한 경기에서 선발 투수 2명을 연달아 투입하는 전략을 말한다. 류현진이 꾸준히 6~7이닝씩 막아주기 어렵다고 보는 것이다. 실제로 류현진의 선발진 입지는 좁아졌다. 개막 전에도 호세 베리오스, 케빈 가우스먼에 이어 3선발로 평가됐다. 그가 부상으로 이탈한 사이 젊은 투수 알렉 마노아는 팀 최다승(4승)을 기록하며 성장세를 증명했다. 부진했던 일본인 왼손 투수 기쿠치 유세이는 가장 최근 등판이었던 5일 뉴욕 양키스전에서 6이닝 3피안타 1실점으로 호투했다. 피기백 파트너로 거론된 스트리플링은 올 시즌 선발 등판한 4경기에서 준수한 평균자책점(3.18)을 기록했다. 류현진은 이런 상황에서 실전 복귀전을 치렀다. 다음 등판이 MLB 무대가 될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류현진은 경기 뒤 현지 언론 '버펄로 이브닝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모든 구종을 두루 점검했다. 몸 상태도 문제가 없다"라고 말했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2022.05.08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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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전지현-주지훈, 지리산 통해 성장 담담한 위로 전했다

'지리산'이 잔잔하면서도 담담한 위로를 전하고 있다. tvN 15주년 특별기획 '지리산' 속 진정한 파트너 케미스트리를 보여주고 있는 전지현(서이강), 주지훈(강현조)이 저마다의 내면 역시 단단한 성장을 이루고 있다. 오래전부터 역사의 아픔을 같이해왔고 세 개의 도(道)를 아우를 만큼 넉넉한 품을 가진 '어머니의 산' 지리산은 두 사람의 상처 역시 보듬었다. 먼저 전지현은 1995년 수해 사건으로 부모님을 잃은 상처가 있다. 당시 어려웠던 사정 탓에 보험금을 남겨주려 산에 올라갔다가 죽은 게 아니냐는 주변 사람들의 말은 어렸던 그녀의 마음에 비수를 꽂았다. 그 후 산을 보는 시선 또한 냉소적으로 변했지만, 그녀는 산은 산일 뿐이라는 사실을 그 누구보다 잘 알았다. 언제나 똑같이 그 자리 그대로 있는 지리산은 여전히 그녀의 안식처이자 삶의 터전이 되어주었다. 특히 2019년, 과거 수해처럼 갑작스레 들이닥친 재난은 뜻밖에도 전지현의 오랜 트라우마까지 씻어냈다. 우연인 듯 필연인 듯 만나게 된 조난자가 1995년 전지현의 부모에게 도움을 받았던 사람이었고, 그를 통해 아버지와 어머니가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희망을 찾으려고 산에 올랐다는 걸 알게 된 것. 자신이 버림받은 걸 까봐 두려웠다며 진심을 토해낸 전지현의 눈물은 비로소 그녀를 옭아맨 껍데기에서 나오게 했다. 묵묵히 제 옆에 있어준 할머니에게 "고마워"라고 건넨 진심어린 감사의 인사 역시 그 변화의 첫걸음이었다. 뿐만 아니라 앞서 사람을 싫어하는 반달곰에게 쫓기다 깊은 동굴에서 조난자를 발견해 구해낸 묘한 사건이 있던 터, 이 드넓은 지리산에서 레인저와 조난자로 조우해 과거의 진실을 알게 된 두 사람의 인연 역시 지리산이 이끈 필연인 듯해 여운을 남겼다. 주지훈은 행군 도중 군대 후임의 죽음을 목격한 후 지리산이 무섭고 두려웠다는 뜻밖의 고백을 했다. 하지만 후임의 군번줄을 찾기 위해 산을 올랐을 때를 회상한 그는 "그날 본 산은 두려운 곳이 아니었다"라며 눈 앞에 펼쳐진 아름다운 비경에 감복, 지리산의 따스함을 느꼈다. 이후 환영을 통해 죽은 사람을 보게 된 능력을 갖게 된 것도 사람을 살리라는 지리산의 선물로 여겼고, 결국 산과 사람을 지키는 레인저에 자원했다. 우연히 산에서 누군지 모를 유해를 발견했을 때도 "나처럼 산에서 위로를 받고 가시는 길이었으면 좋겠다"라며 애도하며 성숙함에 이르렀다. 두 사람은 언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대자연의 한복판이자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영험함이 깃든 지리산에서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 과정 속 지리산의 경외로운 풍경과 신비로움이 시청자들의 마음에도 찬찬히 스며들어 따스한 위안이 되어주고 있다. 점진적으로 변해온 각 캐릭터의 감정을 전지현(서이강 역), 주지훈(강현조 역) 두 배우가 섬세한 표현력으로 완성, 한층 높은 몰입감으로 드라마에 빠져들게 만들고 있다. 황소영 기자 hwang.soyoung@joongang.co.kr 사진=에이스토리 2021.12.03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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