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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일반

“최고의 순간은 아직”…방탄소년단, 입대 앞두고 美 그래미 출사표

그룹 방탄소년단의 도전은 계속된다. 26일 미국 대중음악계에 따르면, 방탄소년단이 미국 대중음악계 최고 권위의 시상식 ‘그래미 어워즈’(Grammy Awards)에 다시 도전한다. 맏형 진이 입대를 결정하고 그룹 활동은 잠시 쉼표를 찍게 됐지만, K팝을 대표하는 이들의 도전은 계속되는 셈이다. 방탄소년단은 올해 6월 발매한 앤솔러지 앨범 ‘프루프’(Proof)의 타이틀곡 ‘옛 투 컴’(Yet To Come)을 비롯해 콜드플레이와 협업한 ‘마이 유니버스’(My Universe), 찰리 푸스와 정국이 손잡은 ‘레프트 앤드 라이트’(Left and Right), 진, 뷔, 정국, 지민이 베니 블랑코, 스눕독과 협업한 ‘배드디시전스’(Bad Decisions)까지 네 곡을 ‘올해의 레코드’와 ‘올해의 노래’에 제출했다. 다만 이들 노래는 방탄소년단 측이 아니라 베니 블랑코, 스눕독, 콜드플레이, 찰리 푸스 등 협업 상대측에서 후보 등록을 요청했을 가능성도 있다. 네 곡은 방탄소년단이 최근 2년 연속 후보에 올랐던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Best Pop Duo or Group Performance)에도 제출됐다.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는 그래미 팝 장르 세부 시상 분야 중 하나로 2012년 신설됐다. 듀오 또는 그룹, 컬래버레이션 형태로 팝 보컬이나 연주 퍼포먼스에서 뛰어난 예술적 성취를 거둔 뮤지션에게 시상한다. 방탄소년단은 '다이너마이트'(Dynamite)와 ‘버터’(Butter)로 해당 부문 최종 후보로 이름을 올렸지만, 수상은 불발된 바 있다. 이외에도 수려한 영상미 혹은 익살스러운 스토리로 화제를 모은 ‘옛 투 컴’, ‘배드디시전스’, ‘레프트 앤드 라이트’가 ‘베스트 뮤직 비디오’(Best Music Video) 부문에 제출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그래미 어워즈는 지난해 10월 1일부터 지난달 30일까지 발표된 노래를 대상으로 한다. 아티스트 측이 원하는 분야에 후보로 제출하면 시상식을 주최하는 레코딩 아카데미 회원 사이의 1차 비밀 투표와 최종 비밀 투표를 거쳐 최종 수상작을 결정하는 구조다. 그래미 어워즈는 총 80개가 넘는 부문을 시상하는데 구체적인 트로피 개수는 매년 바뀐다. 이 가운데 ‘올해의 앨범’, ‘올해의 레코드’, ‘올해의 노래’, ‘신인상’이 4대 본상인 ‘제너럴 필즈’(General Fields)로 불린다. 제65회 그래미 어워즈를 위한 1차 투표는 이달 13~23일 진행됐다. 이를 통과해 다음 달 15일 발표될 최종 후보 목록에 들어가는 것이 첫 번째 관문이다. 방탄소년단의 그래미 도전에 대한 전문가들의 전망은 ‘쉽지는 않겠지만 일부 부문에서는 해볼 만하다’로 요약된다. 콜드플레이, 스눕독, 찰리 푸스 등 이름만 들어도 알 법한 유명 현지 아티스트와 꾸준히 협업을 시도했고, 해당 곡들이 좋은 반응을 끌어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어 싱글 ‘다이너마이트’와 ‘버터’가 전 세계를 강타한 2020∼2021년과 달리 올해는 음반 단위로는 ‘프루프’ 하나만 발매한 데다가 이조차 한국어여서 낙관할 수만은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가요 관계자는 “지난해 ‘버터’가 후보에 올랐지만 안 됐다”며 “그래미 어워즈는 음악성과 예술성을 강조하는 미국의 자랑이자 권위 있는 시상식인데 방탄소년단의 (올해) 음악은 조금 어려워 보인다”고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그래미 어워즈가 지나치게 폐쇄적이라는 외부 비판을 수용해 내부 후보 선정위원회를 없애고 100% 회원 투표에 부치도록 규정을 바꾼 점도 주목해야 한다는 시각이 있다. 각 부문 수백 팀에 달하는 후보의 음악을 레코딩 아카데미 회원들이 일일이 들어보고 음악성을 따져보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사실상 ‘서구 음악 중심의 인지도 투표’로 흐를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유독 그래미 어워즈에서는 수상이 연달아 불발된 채 노미네이트 및 퍼포머로서 참여에 만족해야 했던 방탄소년단. ‘옛 투 컴’에서 “최고의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며 계속된 여정을 약속한 이들의 도전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제65회 그래미 어워즈는 내년 2월 5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크립토닷컴 아레나에서 열린다. 이세빈 기자 sebi0525@edaily.co.kr 2022.10.26 16:50
생활문화

[#여행어디] 10월 오싹해진 대한민국…핼러윈 즐길 곳들

10월 31일 '핼러윈데이' 단 하루를 위해 10월 한 달이 공포로 물든다.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는 1년에 한 번 찾아오는 스릴러 영화 같은 분위기에 열광한다. 올해는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과 함께 핼러윈 분위기를 전국 어디서나 느낄 수 있다. 핼러윈을 즐기는 대표적인 곳인 테마파크는 물론이고 호텔 등에서도 소름 끼치는 공포를 맛볼 수 있다. 어른용·아이용 핼러윈 테마파크 이미 국내 대표 테마파크들은 핼러윈 분위기로 가장 먼저 예열 중이다.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에버랜드에서는 오는 9일 장미원 일대에서 국내외 유명 틱톡커와 일반 고객 등이 참여하는 '월드 크리에이터스 핼러윈' 행사가 열린다. 이날 장미원 일대는 호박·해골·유령 등 다양한 핼러윈 포토존이 꾸며지고, 좀비 플래시몹 댄스, 디제잉 퍼포먼스, 가수 공연 등이 진행된다. 에버랜드는 이미 핼러윈 축제장으로 변신을 마쳤다. 호러 마니아들에게 공포체험 성지로 유명한 '블러드시티'는 올해 시즌6으로 업그레이돼 일찍부터 입소문을 타고 있다. 특히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의 채경선 미술감독과의 협업으로 주목받았다. 블러드시티의 탈선한 기차, 철로, 터널, 네온사인 등 오싹하고 음산한 분위기의 디스토피아적인 기차역 풍경을 공포영화 세트장을 방불케 하는 압도적인 스케일로 기대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에버랜드는 더욱 현실적으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실제 무궁화호 기차 2량을 공수했다. 이를 좀비들에게 파괴된 열차로 실감 나게 연출하며 블러드시티의 완성도를 극대화했고, 블러드시티 메인 게이트인 ‘중앙역’은 파나소닉의 3만안시 4K 초고화질 프로젝터를 활용해 오싹한 분위기를 영상으로 생생하게 구현했다. 블러드시티 야간 특설무대에서는 좀비와 인간들의 쫓고 쫓기는 사투를 다룬 ‘크레이지 좀비 헌트’ 공연이 펼쳐지고, 키가 3m가 넘는 초대형 좀비들도 블러드시티 거리에 갑자기 나타나 고객들과 사진도 찍어준다. 미로형 공포체험존 ‘호러 메이즈’는 더욱 강력해졌고 블러드시티 최종 목적지인 ‘티 익스프레스 199’는 입구, 대기동선, 탑승, 하차에 이르는 모든 체험 과정에 호러 연출을 확대해 몰입감을 강화했다. 서울의 롯데월드도 이미 '호러 핼러윈'이 열리고 있다. 올해는 호러 분위기를 연출한 공간이 실내 스페인 해적선과 회전 바구니 지역까지 확장된 것이 특징이다. '호러 핼러윈'은 지난해 좀비프리즌에서 탈출한 좀비들이 야외 공간인 매직아일랜드를 점령하고 실내까지 공격한다는 스토리로 진행된다. 호러 핼러윈에서 빼놓으면 안 되는 콘텐츠는 세 가지다. 먼저 좀비가 득실거리는 매직아일랜드에서 비상 연락망 포스터에 적힌 연락처로 전화를 걸고 안내에 따라 문제를 풀며 빠져나가는 방 탈출 게임 '끝나지 않는 악몽'이다. 또 '좀비 서브웨이'는 신규 콘텐츠로 좀비아일랜드를 벗어나기 위해 마지막 탈출 수단인 지하철에 탑승하는 몰입형 호러 콘텐츠다. 지하철이라는 폐쇄된 공간에서 창문의 화면을 통해 구현되는 좀비들에 몰입하면 극도의 공포감이 밀려온다. 강심장이라면 워크스루형 호러 어트랙션 '좀비프리즌'도 도전해봐야 한다. 좀비들이 점령한 감옥에서 탈출하는 내내 긴장의 끈을 놓으면 안 된다. 두 테마파크가 '어른용' 핼러윈이었다면, '아이용'은 전북 고창의 상하농원과 강원도 춘천의 레고랜드로 가면 된다. 상하농원은 이달 말까지 ‘미스터리 핼러윈’ 이벤트를 진행한다. 상하농원에서는 핼러윈 호박을 꾸미는 펌킨 패치와 핼러윈 코스튬 콘테스트를 개최한다. 미션을 수행한 후 획득한 에코 코인으로 나만의 화분 만들기나 고구마 수확체험을 할 수도 있다. 상하농원 관계자는 “역대 가장 무시무시한 핼러윈 이벤트를 위해 농원 내 분위기를 조성했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레고랜드는 '핼러윈 몬스터 파티' 진행 중이다. 파크 입구에는 거대한 호박 모형을 만들었다. 핼러윈 대표 장식품인 '잭 오 랜턴'을 레고 브릭 6만여개로 구현한 포토존이다. 또 레고랜드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브릭 오어 트릿(Brick or Treat)' 이벤트도 준비했다. 어린이들이 테마구역별 핼러윈 이벤트 공간인 '몬스터 하우스'를 방문해 '브릭 오어 트릿'이라고 외치면 사탕을 제공하는 이벤트다. 축제의 메인 공연은 '뱀파이어 백작의 댄스파티'다. 중세시대 성을 구현한 레고 캐슬 구역에서 매일 오후 1시와 5시에 30분씩 총 두 차례 열린다. 어린이와 가족 방문객이 뱀파이어 백작과 레고 몬스터 캐릭터와 함께 춤을 추면서 축제를 즐길 수 있다. 호텔 객실에서, 루프탑 바에서 핼러윈 파티 호텔에서도 핼러윈 콘텐츠 발굴이 한창이다. MZ세대가 모이는 서울 홍대에 위치한 머큐어앰버서더 서울 홍대가 대표적이다. 10월 한 달간 핼러윈 분위기가 물씬 느껴지도록 호텔을 꾸몄다. 또 18일부터 선보이는 ‘할로와인 패키지’는 몸만 오면 핼러윈 파티를 즐길 수 있게 준비했다. 핼러윈 분위기로 연출된 주니어 스위트 쿼드룸 객실에서 지인들과 함께 파티를 열 수 있다. 패키지는 호텔 체크인 때 특별 제작된 핼러윈 디자인의 키 홀더를 제공하며 와인 1병도 준다. 아예 파티를 여는 호텔도 있다. 오는 31일 '핼러윈 플레지르32 파티'를 여는 소피텔 앰버서더 서울이다. 32층에 있는 루프탑 바 ‘라티튜드32’에서 위스키 브랜드 ‘잭 다니엘스’와 손잡고 핼러윈에 음주·가무를 즐기는 MZ세대 취향을 겨냥한 파티가 열린다. 위스키의 묵직함을 담은 칵테일을 마시며 신나는 분위기의 힙한 라이브 디제잉 퍼포먼스를 즐길 수 있다. 또 셀프 포토 부스가 마련되고 핼러윈 페이스 페인팅, 럭키 드로우 등을 통해 핼러윈 분위기를 달굴 예정이다. 경기 화성의 롤링힐스 호텔은 아이들과 함께 핼러윈을 즐길 수 있도록 준비했다. 28일과 29일에 체크인하는 자녀 동반 고객에게 호박 사탕 바구니를 제공해 핼러윈 코스튬(복장)을 한 직원들을 찾아 '인증샷'을 찍으면 사탕을 준다. 또 17일부터 31일까지는 '핼러윈 인증샷 이벤트'를 진행한다. 호텔 곳곳에서 핼러윈 분위기를 담은 사진을 찍고 인스타그램에 필수 해시태그와 함께 게시글 올리면 아메리카노를 제공한다. 참여자 가운데 추첨을 통해 숙박권과 식사권 등도 준다. 권지예 기자 kwonjiye@edaily.co.kr 2022.10.05 07:00
연예일반

K팝 빌보드 도전사… 보아·싸이부터 방탄소년단·블랙핑크까지

블랙핑크가 26일(한국시간) 정규 2집 ‘본 핑크’로 K팝 걸그룹 중 최초로 미국 빌보드의 메인 앨범 차트 ‘빌보드 200’ 1위를 차지하며 새 역사를 썼다. 블랙핑크는 물론 많은 K팝 가수들이 2010년대 초반 북미 시장에 본격 진출해 빌보드 메인 차트의 닫힌 문을 수없이 두드렸다. 그 결과 방탄소년단(BTS)이 빌보드 싱글, 앨범 차트를 석권하며 K팝의 호황을 이끌 수 있었다. 후발 그룹들 또한 빌보드 메인 차트를 안방처럼 드나들며 두각을 나타냈다. K팝 걸그룹 최초의 기록을 세운 블랙핑크와 이젠 빌보드에서 이름을 보기 더 쉬운 방탄소년단 등을 비롯해 K팝 아티스트의 빌보드 도전사를 거슬러 올라가봤다. #100위권 입성도 화제 빌보드 메인 차트에 처음으로 입성한 가수는 보아다. 보아는 2009년 미국 정규앨범으로 ‘빌보드 200’ 127위에 올렸다. 이어 2012년 소녀시대 유닛 태티서, 빅뱅, 지드래곤 등과 2014∼2015년 투애니원, 소녀시대, 태양, 엑소 등이 ‘빌보드 200’ 차트에 진입했다. K팝이 북미 음악 시장에서 팬덤을 키워 나간 지 얼마 안 된 시기인 만큼 주로 100위권대에 머무른게 다였다. 2020년을 기준으로는 K팝 팬덤의 성과가 눈에 띄게 지표로 드러났다. 2018년 방탄소년단이 정규 3집으로 K팝 사상 처음으로 ‘빌보드 200’ 정상에 올랐다. 이어 슈퍼엠(1위), 몬스타엑스(5위), NCT 127(5위), 블랙핑크(24위) 등 막강한 팬덤을 갖춘 팀이 잇달아 빌보드 200 상위권에 서며 성과를 거두기 시작했다. 방탄소년단은 2015년 ‘화양연화 파트.2’(171위)로 ‘빌보드 200’에 처음 입성한 뒤 이 차트에서 꾸준히 상승세를 보였다. 2018년 3집 ‘러브 유어셀프 전 티어’로 국내 가수 중 최초로 정상에 서는가 하면 지난 6월 발표한 앤솔러지(선집) 음반 ‘프루프’까지 6개 앨범을 내리 ‘빌보드 200’ 1위에 올려놓았다. 방탄소년단은 팀 앨범뿐만 아니라 각 멤버의 믹스테이프(비정규음반)와 솔로 음반 역시 ‘빌보드 200’에서 지속해 치고 올라갔다. 2018년 3월 제이홉이 ‘호프 월드’로 38위를 기록, 같은 해 10월 공개된 RM의 ‘모노’가 26위, 2020년 슈가 ‘D-2’는 11위에 안착했다. 방탄소년단 멤버들의 첫 정식 솔로 음반이었던 올해 제이홉의 ‘잭 인 더 박스’는 CD 없는 음반으로 발매됐음에도 불구하고 ‘빌보드 200’에서 17위라는 성적을 냈다. 블랙핑크는 지난 2020년 정규 1집 ‘디 앨범’으로 ‘빌보드 200’ 2위를 기록한 데 이어 이번 2집 ‘본 핑크’로 걸그룹 최초 1위 고지를 밟았다. 2020년 이래 코로나 사태에 따른 공연 시장 위축이 음반 판매 확대로 이어지면서 K팝 가수들의 빌보드 상위권 입성이 봇물 터지듯 나왔다. 스트레이 키즈의 1위 비롯해 NCT 127, 트와이스, 에이티즈, 에스파 3위, 세븐틴, 투모로우바이투게더 4위, NCT, 엔하이픈 6위, 있지 8위 등을 기록했다. 이로써 지금까지 ‘빌보드 200’ 1위를 기록한 K팝 가수는 방탄소년단, 슈퍼엠, 스트레이 키즈, 블랙핑크 네 팀이 됐다. 각 K팝 기획사들은 매주 월∼수요일이면 국내 음원 차트보다 빌보드 차트를 체크하는 게 주요 업무의 하나가 됐을 정도로 차트 진입이 익숙해졌다. #원더걸스 '노바디'로 싱글 차트 도전 시작 K팝 그룹의 이름이 ‘빌보드 200’에 오르내리는게 익숙한 시대다. 그러나 메인 싱글 차트 ‘핫 100’을 뚫은 K팝 가수는 아직 많지 않다. ‘핫 100’에 가장 먼저 이름을 올린 그룹은 원더걸스다. 2009년 ‘노바디’로 76위를 기록했다. 이어 2012년 세계적으로 히트한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이 차트에서 7주 연속 2위를 기록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마룬5에 막혀 정상에 오르지는 못했다. 당시 글로벌 인기를 구가한 이 노래가 라디오 방송 점수 등에 가로막혀 1위를 따내지 못한 것을 두고 폐쇄성에 대한 비판도 잇따랐다. 결국 빌보드는 유튜브 조회 수를 순위 집계 기준에 추가했다. 이는 후일 압도적인 뮤직비디오 조회 수를 자랑하는 숱한 K팝 후배들이 빌보드 싱글 차트를 진입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준 사건으로 평가받는다. 싸이는 지난 4월 정규 9집 발매 기념 간담회에서 “일정 부분 내가 역할을 했다는 점이 뿌듯하다”며 “실제로 방탄소년단도 내게 고맙다고 여러 차례 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싸이는 ‘강남스타일’ 이후 이듬해 ‘젠틀맨’으로 5위를 기록했다. 방탄소년단은 2017년 ‘DNA’(67위)로 ‘핫 100’에 처음 입성하며 앨범뿐만 아니라 싱글 차트에서도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2018년 ‘페이크 러브’(10위)로 처음 10위권 성적을 거뒀다. 2019년 ‘작은 것들을 위한 시’(8위)에 이어 2020년 ‘온’(4위)으로 차차 정상을 향해 갔고 같은 해 ‘다이너마이트’(1위)로 축포를 터뜨렸다. 방탄소년단이 ‘다이너마이트’로 달성한 ‘핫 100’ 1위는 K팝 최초 빌보드 싱글 차트 정상 기록이다. 방탄소년단은 이후 ‘새비지 러브’, ‘라이프 고스 온’, ‘버터’, ‘퍼미션 투 댄스’, ‘마이 유니버스’에 이르기까지 총 6곡을 ‘핫 100’ 1위에 올렸다. 특히 지난해 여름 ‘버터’는 K팝으로 ‘핫 100’ 10주 1위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겼다. 방탄소년단은 올해 들어서는 베니 블랑코, 스눕독과 협업한 ‘배드 디시전스’를 10위에 올렸고, ‘프루프’ 타이틀곡 ‘옛 투 컴’으로 13위를 기록했다. 방탄소년단 멤버 중 첫 정식 솔로곡을 내놓은 제이홉의 ‘모어’는 82위였다. 블랙핑크는 2019년 ‘킬 디스 러브’(41위)로 국내 걸그룹 최초로 이 차트를 밟은 뒤 2020년 발표한 두 곡인 ‘사워 캔디’와 ‘하우 유 라이크 댓’을 각각 33위에 올렸다. 지난해에는 로제 ‘온 더 그라운드’ 70위, 리사 ‘라리사’, ‘머니’ 각각 84위, 90위를 기록하는 등 솔로로도 ‘핫 100’에서 선전했다. 올해 정규 2집 선공개곡 ‘핑크 베놈’은 22위였다. 이 밖에 지난해 트와이스는 첫 영어 싱글 ‘더 필스’로 83위를 기록했고, 싸이는 올해 방탄소년단의 슈가와 협업한 ‘댓댓’으로 7년 만에 ‘핫 100’에 80위로 진입하는 기쁨을 누렸다. 김다은 기자 dagold@edaily.co.kr 2022.09.26 15:22
스포츠일반

외교 보이콧·코로나·오심과 편파·도핑스캔들까지…논란의 베이징

말도 많고 탈도 많은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17일간의 열전을 마무리했다.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애초부터 정상적으로 치러질 수 없는 상황이었다. 자국민에게만 경기장 입장을 허용, 중국 선수들만 일방적인 응원을 등에 업고 출전했다. 선수와 대회 관계자를 베이징 시민 생활권으로부터 완전히 분리하기 위해 '폐쇄 루프'를 운영했다. 엄격한 방역 기준 탓에 선수와 취재진 등 대회 관계자의 불편 호소가 잇따랐다. 대개 올림픽에는 각국 정상이 참석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미국과 영국, 캐나다 등 서방 국가들이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했다. 중국 내 인권 상황을 문제 삼아서다. 결국 반쪽짜리 외교 무대만 펼쳐졌다. 중국에 우호적인 국가의 정상급 인사들만 참석하고, 대부분의 서방 국가는 정부 대표단을 중국에 보내지 않았다. 특히 베이징 올림픽은 대회 중반 카밀라 발리예바(16·러시아올림픽위원회)의 도핑 스캔들로 얼룩졌다. 발리예바가 지난해 12월 제출한 도핑 샘플에서 협심증 치료제이자 흥분제 효과도 내는 금지 약물 트리메타지딘이 검출됐다. 그러나 러시아반도핑기구(RUSADA)는 발리예바가 단체전에 출전해 금메달을 딴 직후 이를 통보했다. 논란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는 "발리예바에게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안길 수도 있다"며 발리예바의 개인전 출전을 허용했다. 전 세계에서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졌고, 심리적 압박을 받은 발리예바는 개인전에서 4위에 그쳤다. 이번 올림픽을 바라보는 우리 국민의 마음은 편치 못했다. 지난 4일 개막식에서는 한복을 입은 여성이 소수민족 대표 자격으로 등장해, 중국의 오성홍기를 전달했다. '한복 공정', '문화 공정'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중국이 한국 역사를 자국 역사로 편입하고, 김치나 한복을 자국 문화인 것처럼 주장한 적 있기에 많은 국민이 개막식을 바라보며 분노했다. 특히 쇼트트랙에서 나온 편파 판정으로 베이징 올림픽을 향한 불신과 불만은 극에 달했다. 지난 7일 남자 쇼트트랙 개인 1000m 준결승에서 황대헌(강원도청)과 이준서(한체대)가 각각 1조 1위와 2조 2위로 결승선을 통과했지만, 실격 처리됐다. 심판진은 두 선수가 경합 과정에서 반칙을 했다고 판단했다. 공교롭게도 황대헌과 이준서를 대신해 중국 선수가 결승에 올랐고, 결국 중국 런쯔웨이는 예선부터 단 한 번도 1위를 하지 않고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결승에선 헝가리 류사오린 산도르가 1위를 했으나 실격 처리됐다. 쇼트트랙 첫 종목이 열린 5일 2000m 혼성계주에서 중국이 선수간 터치가 이뤄지지 않았음에도 페널티 없이 결승에 올라 금메달을 획득한 데 이어 또다시 홈 어드밴티지가 작용했다. 체육계는 물론 정치권까지 나서 강도 높은 비판이 이어졌다. 한국 선수단은 공식 항의했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기억에 오래 남을 올림픽"이라고 했지만, 외부의 평가는 상당히 냉정하다. 워싱턴 포스트는 "이번 올림픽은 최악이다. 베이징 올림픽은 '스캔들 올림픽'"이라고 비판했다. 이형석 기자 2022.02.22 05:30
스포츠일반

[베이징 라이브]평창 떠나보낸 김보름, 베이징 피날레 장식할까

결전지에서 맞이한 생일. 좋은 기운을 받았다. 그동안 족쇄처럼 심신을 무겁게 만든 일도 떨쳐냈다. 주 종목 출전을 앞둔 김보름(29)이 올림픽 2연속 메달 획득을 노린다. 김보름은 19일 오후 중국 베이징 국립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리는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매스스타트에 출전한다. 이번 대회 빙상 종목 마지막 메달을 노리고 있다. 김보름은 4년 전 평창 대회에서 신설돼 이 종목에서 은메달을 땄다. 국제빙상경기연맹(ISU) 2018~19시즌 월드컵에서 종합 1위에 오르며 강자로 나섰다. 현재 메달 전망은 어둡다. 코로나19팬데믹으로 인해 국제대회 출전이 제한됐고, 빙상장마저 닫혔다. 그사이 매스스타트 종목 이해도가 다양해졌고, 더 좋은 레이스를 하는 방식도 달라졌다. 김보름은 2021~22시즌 월드컵 종합 랭킹 8위에 그쳤다. 하지만 쇼트트랙 대표팀도 저력을 발휘하며 메달 5개(금2·은3)를 땄다. 빙속 남자 1500m 김민석, 500m 차준환도 평창 대회에 이어 2연속 메달을 땄다. 김보름도 올림픽 무대에서 메달을 거머쥔 경험이 있는 선수다. 김보름은 지난 6일 선수촌에서 생일을 보냈다. 개인 세 번째 올림픽. 이제 익숙하다. 코로나 정책으로 가동되고 있는 폐쇄 루프 속에서도 마음이 따뜻했다. 짐도 덜어냈다. 김보름은 4년 전, 은메달을 따고도 웃지 못했다. 매스스타트에 앞서 출전한 여자 팀 추월 8강전에서 박지우·노선영과 함께 출전했는데, 노선영이 멀찍이 뒤처진 상황에서 결승선을 통과하며 '왕따 주행' 논란에 휩싸였다. 인터뷰에서 입꼬리가 올라간 모습을 보인 탓에 "노선영을 비웃었다"라며 질타받았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석 달 후, 대한빙상경기연맹 특정감사를 진행했고, 그 결과로 "마지막 바퀴에서 고의로 속도를 높였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라는 보고서를 전했다. 하지만 김보름을 향한 비난 목소리는 여전했다. 4년이 지난 현재, 괴롭힘을 당한 쪽은 김보름이었다는 게 밝혀졌다. 김보름은 그동안 노선영과 소송전을 벌였다. 대학(한국체육대학교) 시절부터 대표팀 생활까지 지속적으로 폭언과 욕설을 들었다는 내용이다. 평창 대회 '왕따 주행' 관련 허위 진술로 정신적·물질적 손해도 입어, 위자료도 청구했다. 한창 베이징 대회를 준비하고 있던 지난 16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6부(황순현 부장판사)는 김보름이 노선영을 상대로 청구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김보름에게 3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김보름은 이 사실이 알려진 후 개인 소셜미디어(SNS)에 "평창 올림픽을 미련 없이 보내줄 수 있을 것 같다"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이제 베이징 대회 레이스만 남았다. 홀가분 한 마음으로 집중할 수 있다. 메달 획득 여부와 상관 없이 최선을 다한다면, 4년 전과 달리 박수받으며 올림픽을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김보름은 "평창 대회는 잊었다. '그냥 아무것도 없었다, 처음이다'라는 생각으로 다시 도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베이징=안희수 기자 2022.02.19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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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라이브]발리예바에게 쏟아진 응원, 개막식 ROC 입장 장면과 오버랩

중국인은 카밀라 발리예바(러시아올림픽위원회)를 응원한다. 약물 논란은 안중에 없다. 도핑 양성 판정을 받고도 베이징 동계올림픽 출전 허가를 받은 발리예바가 지난 17일 피겨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 나섰다. 약물 논란과 별개로 일단 출전한 이상 무난히 가장 좋은 기록을 낼 것으로 보였다. 그의 별명은 '신기록 제조기'다. 하지만 발리예바는 최악의 연기를 보여줬다.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점프 7개 중 제대로 해낸 점프는 2개뿐이었다. 수 차례 미끄러졌고, 넘어지기도 했다. 좀처럼 나오지 않은 콤비네이션 두 번째 점프에서 삐끗하는 실수도 범했다. 두 번째 점프였던 트리플 악셀은 언더로테이티드(under rotated·점프의 회전수가 90도 이상 180도 이하로 모자라는 경우)로 지적됐다. 발리예바는 기술점수(TES) 73.31점, 예술점수(PCS) 70.62점, 감점 2점, 총점 141.93점을 받았다. 쇼트 프로그램 점수(82.16점·1위)와 합계는 224.09점. 최종 순위는 4위였다. 메달권에서 밀렸다. 연기가 끝난 순간 발리예바는 손을 위에서 아래로 내리치며 짜증을 냈고, 이내 눈물을 보였다. 링크장을 빠져나간 후에는 '키스 앤드 크라이 존'까지 코치의 부축을 받으며 이동했다. 점수가 발표된 후 다시 한번 오열했다. 현장 반응은 극과 극이었다. 이날 장내는 대체로 발리예바를 응원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더 정확하게 전하자면, 의도적으로 크고 요란스러운 응원을 보내는 이들이 많았다. 폐쇄 루프 지역 안에 있는 러시아 방송 관계자들은 지난 15일 쇼트 프로그램에 이어 이날도 가장 먼저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경기장을 찾은 러시아 선수단 일부가 바통을 이어받아 고성 응원을 이어갔다. 폐쇄 루프 지역 밖 일반 관중 중에서도 러시아 국기를 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들이 있었다. 트리뷴 내 취재진, 다른 나라 선수단은 침묵했다. 한국 국가대표 김예림은 "러시아 스태프 제외하고 박수에 호응을 잘 안 하더라. (이 상황이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마음은 다 비슷한 것 같더라"라고 했다. 반면 중국인 관중들은 꽤 적극적으로 발리예바를 응원했다. 발리예바가 웜업을 위해 링크장에 등장했을 때부터, 연기 시작 전·후로 박수와 함성을 쏟아냈다. 조용할 것 같았던 발리예바의 연기 차례에 장내 데시벨(dB)에 유독 컸던 이유다. 미국 등 서구 국가들은 중국의 인권 탄압 정황을 문제 삼아 이번 대회 '외교적 보이콧'을 단행했다. 개막식에 참석한 주요 국가 정상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뿐이었다. 지난 4일 개막식에 참석한 중국인들은 러시아올림픽위워회(ROC) 선수들이 등장하자, 큰 함성을 쏟아냈다. 지구촌 스포츠 축제의 서막에 개최국 국민이 우방국 선수단만 반겼다. 발리예바를 향한 응원도 비슷한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베이징 올림픽 후반부 가장 큰 이슈는 발리예바 약물 파문이다. 그가 지난해 12월 러시아선수권대회에서 제출한 소변 샘플에서 금지 약물 성분 트리메타지딘이 검출됐다. 러시아반도핑기구(RUSADA)는발리예바에 자격 정지 처분을 내렸다가, 선수의 이의 제기로 그 결절을 철회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세계반도핑기구(WADA), 국제빙상경기연맹(ISU)는RUSADA의 결정을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했지만, CAS가 지난 14일 이의 신청을 기각했고, 발리예바는 베이징 대회에 출전할 수 있게 됐다. 논란은 일파만파. '피겨 여왕' 김연아까지 이 상황에 쓴소리를 남겼다. 발리예바가 "심장병이 있는 할아버지와 같은 컵을 쓴 탓에 나온 (양성) 반응"이라며 사태를 호도하려 하자, 트래비스 타이거트 미국반도핑기구(USADA) 위원장은 "검출된 트리메타지딘의 농도는 1mL당 2.1ng(나노그램)으로 분석됐다"며 "금지된 약물 1종, 금지되지 않은 약물 2종을 함께 사용해 지구력을 높이고 피로를 덜 느끼게 하려는 의도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발리예바는 논란이 불거진 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대회에 임했다. 16일 공식 훈련 후에는 웃으면서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을 빠져나가기도 했다. 하지만 그가 메달권에 진입할 경우, 시상식조차 열지 않겠다는 IOC의 입장 등 각종 논란과 비난에 무너진 것 같다. 최악의 경기력을 보여줬다. 베이징=안희수 기자 2022.02.18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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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수의 베이징 라이브]코로나 시대, 낯선 믹스트존 풍경

"이게 그런 용도였군요." 쇼트트랙 남자 국가대표 박장혁이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가진 첫 인터뷰에서 취재진과 자신 사이 놓여 있는 플라스틱 쟁반을 보며 남긴 말이다. 녹음 기능이 켜진 취재진의 휴대폰이 쟁반 위에 잔뜩 쌓여 자신 앞으로 운반된 걸 보고 나서였다. 이는 대회 조직위원회가 선수들과 취재진의 접촉을 최소화하고, 거리두기를 실현하기 위해 최소한의 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중국이 '제로 코로나'를 외치며 가동한 폐쇄 루프(Closed Loop)는 베이징 동계올림픽 기간 내내 그 효과에 의구심을 주고 있다. 특히 내부 안전은 방치하는 수준이다. 그나마 제대로 통제가 이뤄지는 장소가 믹스트존이다. 선수가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조직위 방역 능력이 도마 위에 오른다. 따라서 지난해 도쿄 하계올림픽보다도 엄격한 방침이 적용되고 있다. 일단 쇼트트랙이나 피겨스케이팅처럼 취재진이 많이 몰리는 인기 종목 경기장은 믹스트존 입장 인원을 제한한다. 각 매체가 신청서를 내면, 경기 시작 15분 전 추첨을 통해 출입 명단을 발표한다. 많게는 국가별 9~10개 매체, 적을 때는 4~5개 매체가 경쟁한다. 대회 초반에는 이런 방침을 전해 듣지 못한 취재진이 많았다. 자국 선수들을 인터뷰하기 위해 믹스트존을 찾았다가, 안내 요원에게 입장을 제지당하자 당황했다. 취재진과 관계자가 언성을 높이며 실랑이하는 장면도 자주 볼 수 있었다. 도쿄 대회에서는 믹스트존 진입 인원에 제한을 두지 않았다. 내부에서도 1m씩 거리두기를 권고받지만, 공간이 협소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하루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관계자가 갑자기 마이크를 잡더니 "심각하게 말하고 있다. 다시 (믹스트존에) 들어오고 싶다면 거리두기를 지켜라"라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각국 취재진은 취재할 공간을 충분히 확보하는 게 중요해졌다. 이 과정에서 기 싸움도 치열하다. 지난 12일 국립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는 '장외 한일전'이 펼쳐졌다. 한국 취재진은 이날 남자 500m 은메달을 획득한 차민규를 취재하기 위해 일찌감치 믹스트존에 자리했다. 이어 뒤늦게 나타난 일본 취재진이 근처에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이내 60~70대로 보이는 일본 선수단 관계자가 안내 요원에게 다가가더니 한국 취재진의 자리 이동을 요청했다. 자신의 점퍼를 한국 취재진 근처 철제 울타리에 떡하니 걸어두기도 했다. 다른 한 명은 휴대폰 등 녹음 기기를 올려둘 테이블을 자신들 앞으로 가져가기도 했다. 한국 기자들이 "자리를 비켜줄 수 없다"는 단호한 입장을 전했다. 일본 취재진은 비웃음을 보이다가 한국 기자들이 휴대폰 카메라로 이 장면을 담으려고 하자 잠잠해졌다. 코로나 시국이 아니더라도, 각국 취재진 사이 기 싸움은 있다. 이번 대회는 특히 더 예민할 수밖에 없다. 베이징=안희수 기자 2022.02.17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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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파판정→운영논란→도핑, 베이징에서 열리는 미·중·러 전쟁

'평화의 제전'이어야 할 올림픽이 강대국들의 '힘의 제전'으로 흘러가고 있다. 최근 2022 베이징 올림픽에 관한 이슈는 모두 러시아를 향하고 있다. 피겨 스타 카밀라 발리예바(러시아올림픽위원회)의 금지약물 적발 때문이다. 지난 8일 피겨스케이팅 단체전에서 우승한 발리예바는 이후 금지약물 적발이 확인됐다. 도핑 적발을 확인했던 러시아반도핑기구(RUSADA)는 선수에게 검사 결과 통보가 늦었다며 출전 정지를 철회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세계반도핑기구(WADA), 국제빙상경기연맹(ISU) 등이 국제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했지만, CAS는 RUSADA의 손을 들어줬다. 출전 정지가 풀려 15일 피겨 여자 싱글 종목 쇼트프로그램에 출전한 발리예바는 합계 82.16점을 받고 30명의 선수 중 1위를 차지했다. 17일 프리스케이팅을 끝내면 종합 1위가 유력하다. 그러나 그는 이미 세계 각국의 반발을 샀고 금메달 수상도 불투명하다. 미국올림픽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스포츠의 순수성을 지키고 있는 선수들의 노력과 권리가 부정당했다. 이번 결정으로 러시아의 부정행위를 영원히 허용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미국은 발리예바가 활약한 피겨 단체전에서 2위에 머물렀다. IOC는 "발리예바가 3위 안에 들면 공정성을 위해 메달 시상식이 없을 것"이라고 밝힌 상태다. 중국은 발리예바 스캔들로 반사이익을 얻었다. 대회 개최국 중국은 동계올림픽 내내 잡음을 일으켰다. 세계의 2강(G2)으로 꼽히는 국력을 앞세워 외교적, 정치적 갈등을 겁내지 않고 일방적으로 대회를 운영했다. 시작은 미·중 외교 문제였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신장 위구르 자치구 인권 문제를 이유로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했다. 위구르족 문제는 개회식까지 이어졌다. 중국 정부는 위구르족 선수를 성화 마지막 주자로 내세워 미국의 인권 탄압 주장에 대해 정면으로 대응했다. 개회식 공연에서는 ‘한복 공정’ 논란이 일었다. 소수민족 의상을 입고서 오성홍기를 든 이들 중 한 사람이 한복을 입고 등장해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궜다. 중국 중심의 갈등은 일련의 편파 판정까지 이어졌다. 지난 5일 열렸던 혼성 계주 준결승에서는 미국·러시아·중국 세 나라의 희비가 엇갈렸다. 레이스에서 1, 2위를 기록한 건 미국과 러시아였지만 결승에 진출한 건 중국이었다. 두 나라는 중국 선수 간 교대를 방해했다며 실격 처리됐다. 반면 방해를 받았다고는 해도 교대 상황에서 터치가 이뤄지지 않았던 중국에는 어떤 페널티도 주어지지 않았다. 편파 판정은 1000m 경기에서도 계속됐다. 한국 대표팀 황대헌이 준결승 1조에서 중국 선수 2명의 안쪽을 접촉 없이 파고들어 1위를 탈환했다. 그러나 심판진은 판독을 거쳐 레인 변경이 늦었다며 페널티를 부여해 그를 탈락시켰다. 결승에서는 샤오린 산도르 류(헝가리)가 린쯔웨이(중국)의 반칙성 플레이를 딛고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심판진은 판독을 거쳐 오히려 산도르 류에게 페널티를 부여하면서 금메달은 린쯔웨이의 차지가 됐다. 대회 운영도 좌충우돌이다. 일관성 없는 코로나19 확진 판정으로 격리 절차가 각국 선수들의 불만을 샀다. 빙질과 설질도 끊임없이 지적된다. 강설량이 적어 대량의 인공눈을 뿌린 탓에 정상급 선수들도 설상에서 미끄러지기 일쑤였다. 미케일라 시프린(미국)도 피해자 중 한 명이다. 시프린은 국제스키연맹(FIS) 알파인 월드컵 현역 최다 우승 기록(73회) 보유자이자 소치 대회 회전 종목, 평창 대회 대회전 금메달을 수상한 강자다. 그러나 시프린은 이번 대회에서 대회전과 회전 모두 눈 위에서 미끄러지는 이변을 겪었다. 그는 이후 두 종목에서도 상위권에 들지 못했다. 17일 알파인 복합에서 수상하지 못한다면 ‘노메달’로 대회를 마치게 된다. 이런 모든 눈란을 발리예바 스캔들이 빨아들이고 있다. 미국 AP통신은 "불과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올림픽 브리핑에서 외신 기자들은 펑솨이, 위구르족, 폐쇄 루프 시스템의 효율성 같은 중국에 민감한 문제들을 질문했다"며 "그런데 최근에는 러시아 중심의 약물 스캔들이 전부"라고 전했다. 올림픽 역사학자인 데이비드 발레친스키도 "발리예바 스캔들의 가장 큰 승리자는 중국 정부다. 인권 문제를 방어하느라 굳이 말을 돌리지 않을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차승윤 기자 cha.seunyoon@joongang.co.kr 2022.02.16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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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수의 베이징 라이브]가깝고도 먼 피겨 훈련장 가는 길

지난 14일 오후 1시께,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이 열리는 캐피탈인도어스타디움(메인 링크) 앞은 취재진으로 가득했다. 이날 최대 이슈는 도핑 파문에 휩싸인 여자 피겨스케이팅 스타 카밀라 발리예바(러시아올림픽위원회)의 출전 여부였다. 오후 2시 스포츠중재재판소(CAS)의 결정이 발표될 예정이었고, 출전이 허용되면 발리예바도 보조 링크에서 예정된 훈련을 소화할 것으로 보였다. 취재진이 몰린 이유다. 중국은 올림픽에 참가하는 선수와 관계자들의 동선을 제한하는 '폐쇄 루프(Closed Loop)'라는 방역 체계를 가동하고 있다. 구역과 구역 사이는 반드시 버스나 방역 택시를 이용해야 한다. 도보 이동은 불가능하다. 메인 링크와 보조 링크는 모호한 지점이 있다. 폐쇄 루프 내 구역은 분리돼 있지만, 거리는 차로 1분도 안 걸릴 만큼 가깝다. 걸으면 5분 정도 소요된다. 그래서 올림픽 조직위원회(조직위)는 이 사이를 순환하는 작은 셔틀버스를 운영했다. 놀이공원에서 볼 수 있는 코끼리 열차를 떠올리면 된다. 최대 탑승 인원은 9명이다. 배차는 20분 간격. 인원이 많으면 더 많은 버스가 투입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동 거리가 워낙 짧다 보니, 3대 이상 운영하지 않는다. 무사히 보조 링크에 입성하려면 일단 부지런해야 한다. 조직위가 코로나19 감염 방지를 위해 보조 링크 내 입장 인원을 제한했다. 기자도 발라예바의 훈련 예정 시간보다 2시간 가서 먼저 줄을 섰다. 늦으면 추위 속에 길게는 30분 넘게 기다려야 했다. 탑승과 하차 장면을 보고 있으면 속이 터진다. 이 작은 셔틀버스는 원래 12명까지 앉을 수 있다. 하지만 운전석 바로 뒷자리는 비워둔다. '중국인' 운전자의 안전을 고려한 조치로 보인다. 대부분 일단 그 자리에 앉았다가, 안내 요원에 의해 다시 내린다. 말이 안 통하니, 실랑이로 소요되는 시간도 짧지 않다. 도착한 버스는 건물 입구 바로 앞에서 정차하기 위해 꼭 후면 주차를 시도한다. 이때 철제문을 여닫는 공안(중국 경찰)의 움직임은 매우 굼뜨다. 보조 링크는 방역택시로도 갈 수 없다. 하차가 허용된 지점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 번은 건물 앞까지 진입한 택시를 안내 요원이 막아서더니, 내린 기자 일행을 도보로 메인 링크까지 인솔했다. 다시 9인승 버스를 기다려야 했다. 피겨스케이팅은 인기 종목이다. 취재진이 몰린다. 하지만 목적지까지 가는 길이 너무 험난하다. 조직위의 장소 선정은 적절치 못했고, 운영 방침은 미흡하다. 도보로 이동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면 쉽게 해결될 일이다. 실제로 중국인 올림픽 관계자와 자원 봉사자들은 걸어 다닌다. 내부 방역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다시 메인 링크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줄을 서는 공간은 매우 협소해 바이러스 감염 우려가 있다. 공안(중국 경찰)들이 밖으로는 나가지 못하게 한다. 거리두기를 통제하는 인원도 딱히 없다. 보조 링크를 벗어나는 일도 진입할 때만큼 피곤했다. 베이징=안희수 기자 2022.02.16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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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라이브]발리예바 향한 예상 밖 응원 함성...폐쇄 루프 인원이 주도

카밀라 발리예바(16·러시아올림픽위원회)가 거짓 응원 속에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싱글 무대를 마쳤다. 도핑 양성 반응으로 스포츠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발리예바가 15일 중국 베이징 캐피탈인도어스타디움에서 열린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 출전했다. 총점 82.16점을 기록하며 전체 출전 선수 30명 중 1위에 올랐다. 첫 점프인 트리플 악셀을 시도하다가 넘어졌지만, 이어진 과제는 무난히 해냈다. 2위 안나 셰르바코바(80.20점)와는 2.16점 차이. 발리예바는 연기를 마친 후 눈물을 보였다. 최근 불거진 도핑 양성 반응과 출전 여부를 두고 일어난 논란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쇼트 프로그램 점수가 발표된 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모습에서 연기 직후 보인 눈물이 그저 경기력에 대한 불만족으로 보이기도 했다. 발리예바를 향한 장내 분위기는 상반된 공기가 공존했다. 앞 선수가 키스 앤드 크라이 존으로 향하고, 발리예바가 등장했을 때까지만 해도 장내는 조용했다. 싸늘한 공기마저 느껴졌다. 하지만 이내 함성이 쏟아졌다. 한 무리가 큰 소리로 발리예바를 응원했다. 폐쇄 루프 속 인원(방송·취재진·선수단 관계자)만 있을 수 있는 지역에서 말이다. 방송 장비가 있는 것으로 보아 관련 종사자들로 보였다. 키스 앤드 크라이 존 바로 위 관중석에는 러시아 선수단도 자리하고 있었다. 다시 한번 함성이 커졌고, 이내 장내에 퍼졌다. 폐쇄 루프 밖 인원이 앉을 수 있는 관중석에는 러시아 국기를 든 사람도 보였다. 맨눈으로 알아보기 어려운 위치에 있었기에 확인은 어려웠지만, 중국인으로 보이진 않았다. 중국 정부가 외교 관계자나 특파원에게도 초청장을 줬기 때문에 러시아 사람일 가능성이 있었다. 요약하자면, 발리예바의 연기 전후 반응은 예상 밖으로 뜨거웠다. 하지만 다른 나라 선수, 일부 관계자들은 이번 논란을 의식한 듯 발리예바의 연기에 냉정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여자 피겨 현역 최고 선수인 발리예바는 현재 파문의 중심이다. 지난해 12월 제출한 도핑 샘플에서 협심증 치료제 겸 흥분제 효과를 내는 트리메타지딘이 검출됐고, 지난 10일 이 문제가 드러났다. 14일 발리예바의 베이징 올림픽 출전이 결정됐다. 러시아반도핑기구(RUSADA)는발리예바에게 징계를 내렸다가 철회했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세계반도핑기구(WADA),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은 이의 신청을 제기했다. 하지만 스포츠중재판소(CAS)가 이를 기각했다. IOC는 발리예바가 메달을 딸 경우 시상식을 하지 않을 계획이다. 강경하게 나섰다. 발리예바는 자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마음고생 했고, 출전해 기쁘다"라고 했다. 금지 약물이 검출된 경로로 심장병이 있는 조부의 약으로 인한 오염 결과라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베이징=안희수 기자 2022.02.16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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