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일반
[베이징 라이브]발리예바에게 쏟아진 응원, 개막식 ROC 입장 장면과 오버랩
중국인은 카밀라 발리예바(러시아올림픽위원회)를 응원한다. 약물 논란은 안중에 없다. 도핑 양성 판정을 받고도 베이징 동계올림픽 출전 허가를 받은 발리예바가 지난 17일 피겨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 나섰다. 약물 논란과 별개로 일단 출전한 이상 무난히 가장 좋은 기록을 낼 것으로 보였다. 그의 별명은 '신기록 제조기'다. 하지만 발리예바는 최악의 연기를 보여줬다.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점프 7개 중 제대로 해낸 점프는 2개뿐이었다. 수 차례 미끄러졌고, 넘어지기도 했다. 좀처럼 나오지 않은 콤비네이션 두 번째 점프에서 삐끗하는 실수도 범했다. 두 번째 점프였던 트리플 악셀은 언더로테이티드(under rotated·점프의 회전수가 90도 이상 180도 이하로 모자라는 경우)로 지적됐다. 발리예바는 기술점수(TES) 73.31점, 예술점수(PCS) 70.62점, 감점 2점, 총점 141.93점을 받았다. 쇼트 프로그램 점수(82.16점·1위)와 합계는 224.09점. 최종 순위는 4위였다. 메달권에서 밀렸다. 연기가 끝난 순간 발리예바는 손을 위에서 아래로 내리치며 짜증을 냈고, 이내 눈물을 보였다. 링크장을 빠져나간 후에는 '키스 앤드 크라이 존'까지 코치의 부축을 받으며 이동했다. 점수가 발표된 후 다시 한번 오열했다. 현장 반응은 극과 극이었다. 이날 장내는 대체로 발리예바를 응원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더 정확하게 전하자면, 의도적으로 크고 요란스러운 응원을 보내는 이들이 많았다. 폐쇄 루프 지역 안에 있는 러시아 방송 관계자들은 지난 15일 쇼트 프로그램에 이어 이날도 가장 먼저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경기장을 찾은 러시아 선수단 일부가 바통을 이어받아 고성 응원을 이어갔다. 폐쇄 루프 지역 밖 일반 관중 중에서도 러시아 국기를 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들이 있었다. 트리뷴 내 취재진, 다른 나라 선수단은 침묵했다. 한국 국가대표 김예림은 "러시아 스태프 제외하고 박수에 호응을 잘 안 하더라. (이 상황이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마음은 다 비슷한 것 같더라"라고 했다. 반면 중국인 관중들은 꽤 적극적으로 발리예바를 응원했다. 발리예바가 웜업을 위해 링크장에 등장했을 때부터, 연기 시작 전·후로 박수와 함성을 쏟아냈다. 조용할 것 같았던 발리예바의 연기 차례에 장내 데시벨(dB)에 유독 컸던 이유다. 미국 등 서구 국가들은 중국의 인권 탄압 정황을 문제 삼아 이번 대회 '외교적 보이콧'을 단행했다. 개막식에 참석한 주요 국가 정상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뿐이었다. 지난 4일 개막식에 참석한 중국인들은 러시아올림픽위워회(ROC) 선수들이 등장하자, 큰 함성을 쏟아냈다. 지구촌 스포츠 축제의 서막에 개최국 국민이 우방국 선수단만 반겼다. 발리예바를 향한 응원도 비슷한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베이징 올림픽 후반부 가장 큰 이슈는 발리예바 약물 파문이다. 그가 지난해 12월 러시아선수권대회에서 제출한 소변 샘플에서 금지 약물 성분 트리메타지딘이 검출됐다. 러시아반도핑기구(RUSADA)는발리예바에 자격 정지 처분을 내렸다가, 선수의 이의 제기로 그 결절을 철회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세계반도핑기구(WADA), 국제빙상경기연맹(ISU)는RUSADA의 결정을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했지만, CAS가 지난 14일 이의 신청을 기각했고, 발리예바는 베이징 대회에 출전할 수 있게 됐다. 논란은 일파만파. '피겨 여왕' 김연아까지 이 상황에 쓴소리를 남겼다. 발리예바가 "심장병이 있는 할아버지와 같은 컵을 쓴 탓에 나온 (양성) 반응"이라며 사태를 호도하려 하자, 트래비스 타이거트 미국반도핑기구(USADA) 위원장은 "검출된 트리메타지딘의 농도는 1mL당 2.1ng(나노그램)으로 분석됐다"며 "금지된 약물 1종, 금지되지 않은 약물 2종을 함께 사용해 지구력을 높이고 피로를 덜 느끼게 하려는 의도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발리예바는 논란이 불거진 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대회에 임했다. 16일 공식 훈련 후에는 웃으면서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을 빠져나가기도 했다. 하지만 그가 메달권에 진입할 경우, 시상식조차 열지 않겠다는 IOC의 입장 등 각종 논란과 비난에 무너진 것 같다. 최악의 경기력을 보여줬다. 베이징=안희수 기자
2022.02.18 10: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