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문화
25연승 에이원, 68kg 이겨낸 포경선 '추억의 명마'
JTBC의 프로그램 ‘슈가맨’은 한 때를 풍미했던 추억의 가수들을 소환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슈가맨처럼 과거의 스타들을 재조명하는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서 스포츠 분야에서도 과거 명승부를 찾아보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경마계에서도 온라인으로 과거 스타 말을 추억하는 팬들이 점점 늘고 있다. 특히 5070 올드팬들은 일명 ‘뚝섬시절’로 불리는 1970~1980년대 추억의 명마들을 기억한다. 대표적인 명마가 ‘에이원’과 ‘포경선’이다. 에이원은 1969년 호주에서 도입된 갈색의 암말로 뚝섬경마장에서 1974년까지 6년간 72승이라는 공전의 기록을 세웠다. 비공식으로는 25연승이라는 최고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전산화가 이루어지지 못했던 때 모든 기록을 수해로 잃는 바람에 기록을 인정받지 못한 안타까운 사연을 가졌다. 1971년 5월 24일 보도에 의하면 11경주에 팔린 마권 350만원 중 340만원이 베팅될 정도로 에이원은 적수가 없었던 전설적 존재다. 기수 박진호는 에이원과 20차례 호흡을 맞췄는데 단 한 번도 1등을 놓친 적이 없다고 회고했다. 1980년대 포경선이 등장한다. 1983년 뉴질랜드에서 도입된 포경선은 밤색의 거세마로 통산 25전 20승을 포함해 그랑프리를 2연패를 차지했다. 1985년부터 1987년 사이 달성한 15연승은 무려 24년간이나 깨지 못할 만큼 엄청난 기록이었다. 상대할 말이 없어 무려 68㎏의 부담중량을 지고 출전했음에도 우승했던 포경선은 이름만큼이나 강렬한 이미지로 다가왔다. 1989년 뚝섬시대가 막을 내리고 경마장이 과천으로 이전하면서 새로운 스타 말들이 등장했다. 1987년부터 1994년까지 무려 8년간 경주로를 달렸던 ‘차돌’이 대표주자다. 520㎏의 거구인 차돌은 등장하자마자 첫해에만 12전 8승을 올리며 두각을 나타냈다. 1989년 파죽지세를 보인 차돌은 그랑프리를 비롯해 대상경주를 3개나 휩쓸었다. 지금은 26개의 대상경주가 있지만, 당시는 연 7회밖에 없었던 시절이기에 더 대단한 기록이다. 뒤를 이어 등장한 경주마 ‘대견’은 1993년 데뷔해 2001년까지 무려 9년 동안 통산 49전 29승이라는 우수한 성적으로 경마팬의 뇌리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다른 말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맞추기 위해 60~64㎏의 부담중량을 받아야 할 정도로 월등한 능력을 소유했다. 대견은 6세 때인 1995년 그랑프리 경주에서도 우승을 차지했다. 여러 번의 부상으로 잦은 휴양과 복귀를 반복했지만, 오뚝이처럼 다시 경주로에 돌아온 대견은 경주마로는 사람으로 치면 환갑이 넘는다는 12세까지 활약했다. 1990년대를 화려하게 장식했던 ‘새강자’를 빼놓을 수 없다. 1996년 태어난 국산마 새강자는 외환위기로 국내 경기가 많이 위축된 1999년 그랑프리 경주에서 외산마들을 따돌리고 국산마 최초로 우승을 차지해 경마팬에게 큰 기쁨을 줬다. 또 경주마로서는 노령인 9세에 출전해 우승을 차지할 정도로 오랜 시간 주로의 강자로 군림했다. 김두용 기자 kim.duyong@joongang.co.kr
2020.04.24 0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