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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삼성 마운드 상대 최다 득점·홈런→두 달 연속 타율 1위 겨냥

4월에 이어 5월 팀 타율 1위를 노리는 롯데 자이언츠가 가장 뜨거운 화력을 뿜었던 삼성 라이온즈를 상대한다. 올 시즌 우세가 이어질지 주목된다. 롯데는 27일부터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2025 KBO리그 삼성과의 시즌 7~9차전을 치른다. 지난달 18일부터 치른 첫 원정 3연전에서는 시리즈 전적 2승 1패로 앞섰고, 5월 셋째 주 주말(17~18일) 3연전에서는 스윕을 해냈다. 지난 시즌(2024) 준우승 팀을 상대로 5승 1패로 앞서며 예년과 다른 전력을 증명했다. 롯데는 지난 주말(23~25일) 치른 한화 이글스와의 '2위 전쟁'에서 위닝 시리즈(3연전 2승 이상)를 내줬다. 1차전 2-4 패전 뒤 2차전에서 8-6으로 설욕했지만, 연장 승부가 펼쳐진 3차전에서는 불펜 투수가 밀어내기 볼넷을 내주며 7-8로 끝내기 패전을 당했다. 3차전은 오히려 기세가 오를 수 있는 경기였다. 현재 가장 뜨거운 화력을 뿜어내는 팀이 롯데라는 걸 증명했다. 롯데는 선발 투수 한현희가 1·2회 각각 4점과 2점을 내주며 끌려갔다. 상대 선발 투수는 한국 야구의 현재이자 미래, 문동주였다. 4회까지 1점도 내지 못했다. 하지만 5회 초 공격에서만 6점을 내며 동점을 만들었다. 상·하위, 젊은 선수와 베테랑이 저마다 존재감을 보여줬다.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손호영이 볼넷으로 출루했고, 포수 유강남이 좌중간 2루타를 치며 팀에 첫 득점을 안겼다. 이어진 상황에서 전민재가 뜬공으로 물러났지만, 후속 타자 장두성이 2루타를 치며 유강남을 홈으로 불러들였고 고승민이 볼넷으로 출루하며 이어진 기회에서 빅터 레이예스가 낮은 코스 포크볼을 잡아당겨 우익 선상 안타를 치며 장두성의 득점을 이끌었다. 3-6, 3점 차로 추격한 상황에서 캡틴 전준우가 다시 한번 중견수 키를 넘기는 2루타를 치며 2타점을 올렸고, 간판타자로 올라선 윤동희까지 유격수 키를 넘기는 중전 안타를 치며 단숨에 경기를 원점으로 돌렸다. 전날까지 선발 등판한 9경기에서 한 번도 5점 이상 내주지 않았던 문동주가 아웃카운트 2개를 잡는 동안 6점을 내준 것. 더 극적인 장면이 기다리고 있었다. 롯데는 6회 말 투수 폭투로 다시 1점을 내준 뒤 9회 2사까지 끌려갔지만, 패색이 짙은 상황에서 나선 전준우가 상대 투수 한승혁으로부터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동점포를 치며 두 번째 동점을 만들었다. 한화가 마무리 투수 김서현이 3연투를 하지 않도록 관리하며 생긴 작은 틈을 놓치지 않았다. 이 경기는 결국 불펜 대결에서 패했지만, 롯데 화력이 얼마나 거센지 확인할 수 있을 경기였다. 4월 팀 타율 1위(0.315)에 오른 롯데는 5월도 0.285로 1위를 지키고 있다. 다가올 주중 3연전에서도 높은 득점력을 보여줄 것 같다. 올 시즌 유독 강했던 삼성 마운드가 기다리고 있다. 롯데는 올 시즌 삼성과 6경기 이상 치른 7팀(키움 히어로즈·KT 위즈 제외) 중 가장 많은 36점을 올렸다. 홈런도 KIA 타이거즈와 함께 가장 많은 8개를 쳤다. KIA는 롯데보다 한 경기 더 치렀다. 주전 2루수 고승민이 타율 0.417로 가장 높은 기록을 남겼다. 올 시즌 롯데 히트상품 전민재는 삼성전에서 홈런 2개를 쳤다. 5월 들어 2할대 초반 타율(0.205)에 그치며 주춤한 나승엽도 삼성전에선 홈런 2개를 쳤다. 반등 발판을 만들 기회다. 지난주 1·2위(26일 기준) LG 트윈스, 한화와 연달아 치른 3연전에서 모두 위닝 시리즈에 실패한 롯데. 반등이 필요한 시점이다. 삼성도 지난 주중 키움 3연전 이후 경기력이 좋아진 상황. 치열한 승부가 예고되고 있다. 롯데가 5월 마지막 주중 경기까지 뜨거운 화력을 이어갈지 주목된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5.05.27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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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빈은 안 돼"부터 놀이동산 전쟁까지, 미디어데이 수놓은 스타들의 말·말·말 [KBO 미디어데이]

KBO리그 2025시즌 미디어데이가 20일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롯데호텔 월드 그랜드볼룸에서 열렸다. 입단 좋은 10개 구단의 대표 지도자 및 선수들이 참석한 자리답게 재밌고 센스 있는 답변들이 오갔다. "내년 미디어데이 땐 제일 늦게 입장하겠다."키움 히어로즈는 이번 미디어데이에서 가장 먼저 입장했다. 지난해 최하위를 기록했던 탓이다. 지난 시즌 통합우승 팀 KIA 타이거즈가 가장 늦게 들어왔다. 이를 본 홍원기 키움 감독은 올 시즌 각오에 대해 "내년엔 가장 늦게 입장하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이호준 감독님, 쉽지 않습니다."이호준 NC 다이노스 신임 감독은 이날 특별한 인연과 함께 했다. 현역(NC 선수) 시절 자신을 이끌었던 김경문 한화 이글스 감독과 코치 시절 함께 했던 염경엽 LG 트윈스 감독이다. 초보 감독인 이호준 감독에게 해줄 말은 없을까. 이에 마이크를 잡은 염경엽 감독은 "쉽지 않습니다"라고 짤막하게 말했다. 무엇이 쉽지 않냐는 추가 질문에 "모든 게 생각대로 안될 겁니다"라고 하면서 좌중을 웃게 했다. 김경문 감독은 "잘할 거라 생각한다. 하고 싶은대로 하라"고 했다. 이에 이호준 감독은 "미리 말씀해주셔서 감사하다"라고 웃은 뒤 "하고 싶은대로 한 번 해보겠다"라며 각오를 다졌다. "황성빈은.. 아직 거기까진 안되는 것 같다."지난해 천만관중을 이끈 주역들은 단연 선수들이다. 올해는 어떤 선수들이 주목을 받을까. 김태형 롯데 자이언츠 감독은 주목해야 할 선수를 꼽아달라는 질문에 '윤동희'를 꼽았다. 그러면서 김 감독은 "황성빈이 자기 얘기를 해줬으면 한다고 하는데, 외모적으로나 여러모로 아직 거기까진 안되는 것 같다"라며 웃었다. 김 감독은 냉정하게 "젊은 선수들 인기가 많은데, 윤동희가 팀을 이끌어줘야 한다는 의미에서 그를 꼽았다"라고 이유를 전했다. "우리가 원조입니다! 원조!"10개 구단 9개 구장마다 특색이 모두 다르다. 팬들에게 어필하기 위한 요소들도 많다. 이에 KT 위즈 주장 장성우는 '워터 페스티벌'을 어필했다. KT는 여름마다 홈 관중석에 물을 뿌리며 응원하는 워터 페스티벌을 2015년부터 해오고 있다. 이후 다른 구장에서도 물을 뿌리며 응원하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에 장성우는 "우리가 원조입니다! 원조!"라고 강하게 말하면서 여름에도 시원하게 응원하는 KT위즈파크에 놀러와달라고 어필했다. "최고의 놀이기구가 있는 롯데월드, 대한민국 최고의 놀이동산은 에버랜드" 난데없이 놀이동산 전쟁이 펼쳐졌다. 우승 공약을 묻는 질문에 롯데 자이언츠 주장 전준우는 "지금 미디에이가 열리는 곳이 롯데호텔이고, 옆에는 최고의 놀이기구들이 있는 롯데월드가 있다. 팬들을 초대해 선수단 전원과 팬분들 모시고 투어 한 번 하겠다"라고 말했다. 이에 강민호가 응수했다. 모기업 삼성이 보유하고 있는 테마파크 에버랜드를 언급했다. "대한민국 최고 놀이동산은 에버랜드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강민호는 "팬분들 천 명 초대해서 선수들과 일일 데이트하겠다"며 "사장님과도 약속이 됐다"라면서 웃었다. "정신사납게.. 까다롭고 짜증이 난다."어떤 선수가 상대하기 까다로울까. 한화 이글스 내야수 채은성과 SSG 랜더스 내야수 박성한은 KIA 타이거즈 포수 김태군을 꼽았다. 채은성은 "타석에 들어서면 말도 많이 걸고, 특정 구종을 안 치면 자꾸 놀린다. 정신사납다. 까다롭고 짜증이 난다. 유독 김태군이 심하다"라고 고백했다. 박성한 역시 "김태군 선배와 장성우 선배가 타석에 들어서면 '뭐 노리노'라는데 멘털이 흔들린다"고 웃으면서 "한 귀로 듣고 흘리려고 한다"고 전했다. 잠실=윤승재 기자 2025.03.20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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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시 1분' 신데렐라 시간 시작됐다, '간절함의 시간' 누구 폰이 먼저 울릴까 [IS 포커스]

'쩐의 전쟁'에 앞서 선수의 마음부터 사로잡을 팀은 누가 될까. 오전 12시, 신데렐라의 시간이 시작됐다. 한국야구위원회(KBO) FA 시장이 6일 0시를 기점으로 열렸다. FA를 신청한 20명의 선수들은 이제 10개 구단과 자유롭게 협상하며 잔류 혹은 이적을 도모하고 있다. 선수를 원하는 구단으로선 자정이 정말 중요하다.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구단이 그를 간절하게 원한다는 첫인상을 선수에게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구단과의 제시액을 비교하면서 눈치싸움을 펼치는 게 아닌, 진심을 호소할 수 있는 마법의 시간이다. 역사적으로도 이런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경우가 많다. 2021년 겨울엔 KIA 타이거즈가 이렇게 나성범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당시 단장이 FA 시장이 열리자마자 나성범에게 전화를 걸었고, 그날 저녁 창원을 찾아 진심을 전했다는 후문이다. 당시 나성범은 2012년부터 NC 다이노스에서 뛰었던 원클럽맨이었고, 그 역시 NC를 떠날 생각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NC도 그를 잔류 1순위로 두며 협상을 진행하고자 했다. 하지만 KIA가 발빠르게 나서 먼저 진심을 전했고, 그렇게 나성범을 품고 2024시즌 통합우승을 차지했다. 지난해엔 삼성 라이온즈가 비슷한 방식으로 김재윤을 품었다. 이종열 삼성 단장이 FA 시장이 열리자마자 새벽부터 그에게 연락을 취했고, 새벽에 그의 집 앞까지 찾아가 영입을 제안했다. 좋은 계약 조건까지 더불어 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김재윤 역시 KT 위즈에서만 뛰었던 원클럽맨 선수였다. 포수에서 투수로 전향해 리그 최고의 마무리 투수로 거듭난 것도 KT였다. 하지만 삼성의 진심이 김재윤을 움직였고 사흘 만에 빠르게 계약을 성사시키며 불펜진을 강화했다. 시간을 거슬러 지난 2016년 겨울에는 LG 트윈스에서만 뛰었던 사이드암 우규민이 FA로 삼성에 둥지를 틀었다. 삼성 역시 자정이 지나자마자 우규민에게 연락을 했다는 후문이다. 당시 삼성이 차우찬을 LG에 내준 뒤 우규민과 계약을 맺으며 '패닉바이'의 모양새가 됐지만, 시장이 열리자마자 우규민에게 연락을 취해 처음부터 우규민을 영입 후보에 두고 있었다는 걸 반증했다. LG에서 '슈퍼소닉'으로 사랑을 받던 이대형도 지난 2013년 첫 FA 때 KIA 타이거즈로부터 자정에 전화가 와 이적을 결심했다고 2년 전 자신의 유튜브를 통해 밝히기도 했다. 당시에는 원 소속팀과의 우선 협상 기간이 있었지만, LG와 우선 협상이 결렬되자마자 KIA가 발빠르게 움직였다는 후문이다. 같은해 한화 이글스도 정근우와 이용규를 시장이 열리는 자정에 접근해 그들을 품었다. 이번에도 신데렐라가 탄생할 수 있을까. 어떤 팀이 시장이 열리자마자 선수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눈치싸움이 이제 막 시작됐다. 윤승재 기자 2024.11.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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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분 만에 순삭' 예매 전쟁 직접 뛰어든 '기특한' 신인들이 있다, KT 4총사 "가을야구 분위기 미리 느껴보려고" [IS 인터뷰]

"가을야구 분위기를 미리 느껴보고 싶었습니다."지난 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KT 위즈와 두산 베어스의 2024 신한은행 SOL 뱅크 KBO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WC) 결정전 1차전에 특별한 손님들이 찾아왔다. 김동현(서울고)과 박건우(충암고) 김재원(장충고) 박준혁(휘문고) 등 KT의 2025시즌 1~4라운드 신인들이었다. WC 결정전 1차전은 10분 만에 예매가 완료됐다는 후문이다. 치열한 예매 경쟁을 뚫고 가장 좋은 3루 블루석에 네 자리를 나란히 예약했다. '금손' 박건우가 큰 일을 해냈다. 지난해에도 KT와 LG 트윈스의 한국시리즈(KS)를 직관했다는 그는 지난 1일 KT와 SSG 랜더스의 5위 결정전에 이어 이번 WC 결정전 1차전까지 예매에 성공해 팀원들과 함께 했다. 구단의 도움을 받지 않고 스스로 해낸 쾌거였다. 박건우는 "포스트시즌(PS)의 분위기를 미리 느껴보고 싶었다"며 예매 전쟁에 나선 이유를 설명했다. 김동현은 "마지막으로 관중석에서 느끼는 소중한 경험일 것 같아서 직관에 나서게 됐다"라고 덧붙였다. 힘든 예매에 성공한 만큼 값진 성과도 얻었다. 지난 2일 5위 결정전에서는 곧 자신들의 소속팀이 될 KT가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면서 신인들의 가슴에 불을 지폈다. 김동현은 "SSG의 홈런으로 패색이 짙어졌다고 생각해서 내려놓고 있었는데 심우준 선배 출루하시고 오재일 선배가 대타로 나오서셔 안타 치시면서 '어? 역전하나'라고 생각하는 순간, 로하스의 홈런이 나왔다. 막 소리 지르고 앞에 관중분하고 하이파이브하면서 신났던 것 같다"라고 돌아봤다. WC 1차전까지 직관 승률 100%를 기록한 이들은 선배들의 극적인 승부에 자신들도 빨리 가을야구를 경험해보고 싶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김동현은 "일단 (내년) 1군에서 살아남는 게 목표지만, 기회가 되면 가을야구 마운드에서도 던지고 싶다. 어제(5위 결정전) 홈런의 여운도 가시지 않는데, 이렇게 응원해주시는 팬들의 열기를 마운드 위에서 느끼면 뜻깊을 것 같다"고 전했다. 박건우도 "가을야구 꼭대기에서 9회 말 마지막 수비 이닝 때 등판해 잘 막아내고 포수와 세리머니 하는 모습을 상상하면 설렌다"라며 고대했다. 신인 선수들도 열심히 몸을 만들고 있다. 개인 훈련에 매진한 뒤, 오는 10월 중순부터 열리는 신인 캠프에 참가해 KT의 일원이 되기 위한 구슬땀을 흘릴 예정이라고. 김동현은 "계속 몸을 만들면서 프로에 갈 준비를 잘 할 생각이다"고 전했고, 박건우는 "고등학교 때 던진 이닝이 많아서 지금은 회복과 웨이트 트레이닝에 집중하고 있다"라고 현재 생황을 말했다. 그 전에 해야 할 일들이 몇 개 있다. 바로 준PO와 플레이오프, KS 경기를 예매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KT가 3일 열리는 WC 결정전 2차전에서 '0%의 확률'을 뚫고 다음 단계에 진출해야 한다. 2015년 WC 결정전 제도가 신설된 이후 정규시즌 5위 팀이 준PO에 진출한 사례는 한 번도 없다. KT가 마법으로 다음 단계에 진출할수록 '예매 담당' 박건우의 손도 바빠질 예정이다. 박건우는 "꼭 예메에 성공하고 싶다"는 남다른 각오를 다졌다. 잠실=윤승재 기자 2024.10.03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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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달라야 한다' 굳은 의지, '엽의 전쟁'에서 승리한 이승엽 [IS 잠실]

'엽의 전쟁'에서 이승엽 두산 감독이 웃었다. 두산은 1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잠실 라이벌' LG 트윈스와의 KBO리그 홈경기에서 9-5로 이겼다. 정규시즌 초반 중하위권(7위)에 머무르고 있는 두산은 주중, 주말 3연전을 모두 우세 시리즈(3연전 중 2승 이상)로 장식하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경기를 앞두고 이승엽 감독은 "주초 한화 이글스를 상대로 2승 1패로 잘했다. LG전 승리는 (라이벌팀을 꺾은) 프리미엄까지 있다"라며 승리를 기대했다. 염경엽 감독이 이끄는 '디펜딩 챔피언' LG는 지난해와 달리 중위권에서 힘겹게 버티는 중이었다. 양 팀 사령탑 모두 1승이 절실했다.LG와의 3연전을 치르는 이승엽 감독은 특히 비장했다. 지난 12일 "모두가 라이벌이지만, 특히 (잠실 라이벌인) LG전에는 팬들의 몰입과 응원이 크다. 지난해 우리가 크게 열세였다"고 돌아봤다. 이승엽 감독 부임 첫 시즌이었던 지난해 두산은 LG와의 상대 전적(5승 11패)에서 크게 밀렸다. 2016년부터 2021년까지 6년 연속 상대 전적 우세(승률 0.648)를 보이다, 2022년(6승 10패)에 이어 2년 연속 밀린 것이다. 14일 경기 전에도 LG를 의식하는 말을 여러 번 전했다. 지난해 LG전 열세가 이 감독에게 큰 부담인 듯했다. 그는 "LG와의 시즌 첫 3연전에서 꼭 우세 시리즈를 거두겠다"고 밝혔다.라인업에서 승리 의지가 감지됐다. 이승엽 감독은 팀 내 타율과 홈런 1위 강승호를 프로 데뷔 첫 4번 타자로 기용하면서, 간판타자 김재환을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하는 파격 라인업을 꺼냈다. 염경엽 감독도 오지환을 대신해 구본혁을 선발 유격수로 투입했다. 이뿐만 아니라 박해민을 8번 타순으로 내리는 등 공격력 향상을 꾀하려 했다. 염 감독은 "타순에서 변화를 줄 수 있는 게 이 정도뿐"이라며 안타까워했다. LG는 1회와 2회 초 희생플라이를 날려 2-0으로 앞서갔다. 두산은 2회 말 선두 타자 양석환의 솔로 홈런으로 추격을 시작했다. LG의 5선발 투수 손주영의 개막 후 16이닝 연속 무실점 행진에 마침표를 찍는 한 방이었다. 이후 2사 3루에서 전민재의 동점 적시타가 터졌다.두산은 3회 말 안타 2개와 볼넷 1개로 만든 만루에서 박준영의 희생 플라이로 결승점을 뽑았다. 이어 상대 포수의 패스트볼과 내야 실책으로 2점을 더 달아났다. LG도 지지 않고 7회 초 김현수와 문보경의 1타점 적시타로 5-4로 추격했다. 그러자 7회 말 두산은 정수빈의 볼넷과 조수행의 번트 안타에 이은 양의지의 2타점 적시타로 다시 달아났다. 8회 말에는 대타 김재환의 쐐기 2루타와 정수빈의 1타점 적시타가 터졌다. 개인 한 경기 최다 투구 수(99개)를 기록한 두산 선발 투수 김동주는 5이닝 5피안타 2실점으로 시즌 첫 승을 거뒀다. LG와 첫 3연전에서 2승 1패를 기록한 두산은 시즌 성적 9승 11패를 기록, 공동 5위인 LG와 한화를 0.5경기 차로 추격했다. 경기 후 이승엽 감독은 "1루 관중석을 가득 채워준 팬 여러분께 우세 시리즈를 안겨드릴 수 있어서 만족스럽다. 뜨거운 함성에 늘 감사드린다"라고 말했다. 반면 LG는 올 시즌 처음으로 5할 승률(9승 10패 1무)이 무너졌다. LG는 이번주 KIA 타이거즈전 스윕패를 포함해 1승 5패로 부진했다.잠실=이형석 기자 2024.04.14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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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캠프 마친 이숭용 감독 "큰 부상 없어 만족, 전쟁 대비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SSG 랜더스가 미국 플로리다 1차 스프링캠프를 마치고 23일 귀국한다.이숭용 SSG 감독은 구단을 통해 "첫 단추를 잘 끼웠다. 고참 선수들이 중심을 잡고 팀을 잘 이끌어줬고, 중간급 선수들도 본인들 역할을 충실히 해줬다. 어린 선수들은 연습량을 많이 가져갔는데 잘 따라와 줬고, 무엇보다 선수단에 큰 부상이 없어 만족스럽다"고 총평했다. 이어 "2차 캠프 역시 부상 방지가 첫 번째 목표다. 전쟁에 대비하는 시점이 점점 다가오고 있어 대만 캠프에서는 코칭스태프와 상의해서 게임 전술이나 전략적인 부분들을 많이 시도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캠프 최우수선수(MVP)는 투수 이로운과 야수 안상현이 뽑혔다. 이번 캠프에는 이숭용 감독의 제안으로 선수들이 선정한 '선수 MVP'가 신설됐는데 안상현이 야수 MVP에 이어 다시 한번 선정됐다. 이숭용 감독은 "투수 MVP와 야수 MVP는 코칭스태프에서 선발했고, 선수들이 뽑은 선수 MVP는 원팀을 강조하는 차원에서 고참들에게 직접 뽑아볼 것을 제안했다"며 "로운이는 캠프 기간 내내 야구에 대한 진지한 자세와 함께 남다른 노력을 하는 것이 보였다. 상현이는 캠프 초반부터 마지막까지 많은 훈련을 소화하면서 본인과의 약속을 지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두 선수 모두 기량면에서도 발전된 모습을 보여줬다"고 흡족해했다. 투수 MVP에 선정된 이로운은 "플로리다 캠프에서 시즌 준비를 잘한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열심히 한 만큼 시즌 때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마운드에 오르기 전에 피칭 디자인을 생각하고 올라갔는데 그런 부분이 생각한 대로 잘 진행됐고, 구위와 구속도 괜찮았다. 2차 캠프에서도 부상 없이 경기 감각을 끌어올리는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소감을 밝혔다.야수 MVP와 선수 MVP 모두 차지한 안상현은 "코치님들과 고참 형들이 열심히 하는 모습을 좋게 봐주신 것 같다. 연습량이 자신감과 비례하여 좋은 결과로 이어져 기쁘다. 2차 캠프에서도 다치지 않고 실전 감각을 익히며 시즌까지 좋은 모습을 유지할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1차 캠프를 마친 SSG는 오는 25일부터 3월 7일까지 대만 자이에서 2차 스프링캠프를 실시하며, 이숭용 감독을 포함한 18명의 코칭스태프와 투수 15명, 포수 3명, 내야수 8명, 외야수 6명 등 총 32명의 선수가 참가한다. 실전 감각 및 전력 점검을 위해 대만 프로야구팀과 총 6차례의 연습경기를 진행할 계획이다.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2024.02.22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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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영에 김민식 그리고 '외부 수혈'까지…총성 없는 SSG '포수 전쟁'

"프로 선수는 실력으로 증명해야 한다."포수 김민식(35·SSG 랜더스)이 팀 내 포지션 경쟁을 두고 한 말이다.SSG는 2월 1일부터 미국 플로리다에서 스프링캠프를 시작한다. 이숭용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17명)와 선수단(41명)을 포함해 총 58명이 시즌 담금질에 들어간다. 이번 캠프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건 단연 포수 포지션이다.SSG는 '포수 부자'다. 오프시즌 사인 앤드 트레이드(사트·계약 후 이적)로 베테랑 이지영을 영입했다. 자유계약선수(FA) 김민식까지 팀에 잔류, 주전급 포수가 늘었다. 그뿐만 아니라 지난해 11월 열린 2차 드래프트에선 지명권 2개로 박대온(전 NC 다이노스, 1라운드 지명)과 신범수(전 KIA 타이거즈, 3라운드 지명)를 데려왔다. 두 선수 모두 전 소속팀에서 1군 백업 포수로 경험을 쌓았다. 안방 뎁스 강화(선수층)에 집중한 SSG는 뜻을 이뤘다. 겨우내 변수가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프랜차이즈 포수 이재원이 방출돼 한화 이글스로 이적했다. 1군에서 통산 455경기를 뛴 이흥련은 은퇴 후 전력분석원으로 새출발한다. 경험 많은 두 명의 포수가 전열에서 이탈, 물음표가 찍혔는데 보강에 집중하면서 사용할 카드는 오히려 늘었다. 더욱이 팀 내 안방 최고 유망주 조형우까지 호시탐탐 기회를 노린다. 광주제일고를 졸업한 조형우는 2021년 신인 드래프트 2차 1라운드 전체 8순위에 지명됐다.2022년 1군에 데뷔했고 지난해에는 62경기에 출전, 입지를 넓혔다. 김재현 SSG 단장이 주목하는 '2024년 기대주' 중 하나다. 최소 5명의 선수가 경쟁하는 구도. 일단 이숭용 SSG 감독은 플로리다 캠프 명단에 포수 4명(박대온·이지영·조형우·김민식)을 포함했다. 상황에 따라 2차 대만 캠프에선 포수 엔트리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선수들 사이에서도 묘한 경쟁 분위기가 만들어졌다.김민식은 30일 출국 전 "프로 선수는 실력으로 증명해야 한다"며 "예전에도 계속 팀 내에서 선의의 경쟁을 했다. 스프링캠프에서 준비 잘해서 경쟁력을 증명하고 (주전 포수로) 살아남겠다"고 힘주어 말했다.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2024.01.31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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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GG 볼거리 가득... 양의지·최정 9회 수상 도전+LG 1994년 기록 경신 도전

2023 KBO리그를 마무리하는 골든글러브 시상식이 오는 1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다. 올해도 의미 있는 기록이 쏟아질 전망이다. ▲우승팀 LG 몇 명 수상할까.29년 만에 한국시리즈를 제패한 LG는 12명의 골든글러브 후보를 배출하면서 10개 구단 중 가장 많은 선수가 수상 후보로 올랐다. 지난 시즌 유격수 부문 수상자였던 오지환이 2년 연속 수상을 노리고 있으며, 출루율과 득점 부문 1위에 오른 홍창기도 2년 만에 외야수 부문 타이틀을 되찾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29년 전 LG가 우승을 차지한 1994시즌에는 포수 김동수, 1루수 서용빈, 2루수 박종호, 3루수 한대화, 외야수 김재현 등 5명의 수상자를 배출한 바 있다. ▲ SSG 최정, 두산 양의지 수상하면 9회로 최다 수상 2위 등극이번 골든글러브 후보에 오른 선수 중 최다 수상자는 8회 수상에 빛나는 SSG 최정과 두산 양의지다. 최정은 2011시즌 첫 수상을 시작으로 12시즌 동안 8번이나 골든글러브의 주인공이 되며 KBO 리그 최고의 3루수라는 수식어를 가지게 됐다. 최정이 수상할 시, 동일하게 3루수 부문에서 8차례 수상한 한대화(전 쌍방울)를 제치고 포지션 최다 수상자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양의지 역시 9번째 골든글러브 수상을 노린다. 포수로 7차례, 지명타자로 1차례 수상하며 지난 9시즌 중 1차례를 제외(2017)하고 모두 골든글러브 수상자로 호명됐다. 양의지 역시 수상 시 현재 포수 부문 7차례 수상으로 공동 1위에 올라있는 김동수(전 히어로즈)를 제치게 된다. 한편, 역대 골든글러브 최다 수상자는 10차례 수상한 현 두산 감독 이승엽이다.▲ KBO리그 대표 베테랑 타자들의 지명타자 부문 경쟁지명타자 부문은 후보 명단 선수들이 수상한 골든글러브만 17개에 달하는 KBO 리그 대표 베테랑 타자들의 전쟁이다. KIA 최형우(6회 수상), LG 김현수, NC 손아섭(5회 수상), 롯데 전준우(1회 수상)에 KBO 골든글러브 수상 경력은 없지만 대한민국 최고 타자 중의 한 명인 SSG 추신수까지 엄청난 이름값을 자랑하는 후보 명단이다. 쟁쟁한 후보들 사이에서 누가 수상하게 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최다 득표-득표율 누구.최다 득표와 득표율의 영예를 안을 선수가 누구일지도 관심이 모인다. 지난해에는 정규시즌 MVP를 수상한 키움 이정후가 총 313표 중 304표를 획득해 97.1% 득표율로 최다 득표-득표율의 주인공이었다. 역대 최다 득표는 2007시즌 두산 이종욱이 기록한 350표, 최다 득표율은 99.4%의 지지를 받은 2020시즌 당시 NC 소속이었던 양의지가 기록하고 있다.▲ 개인 첫 골든글러브 수상의 영예를 안을 선수는 누구일까.개인 첫 수상을 노리는 선수들도 있다. 2023시즌 홈런, 타점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하며 ‘국가대표 4번타자’로 발돋움한 한화 노시환은 3루수 부문에서 첫 골든글러브 수상을 노리며, 골든글러브와는 인연이 없었던 NC 박건우도 데뷔 후 15년 만에 외야수 부문에서 수상을 노린다. 또한 KBO 리그 데뷔 시즌에 좋은 활약을 펼친 외국인 선수들도 후보에 올랐다. 2023시즌 KBO MVP를 수상한 NC 페디와 꾸준한 모습을 보여준 키움 후라도는 투수 부문 후보에 올랐고, LG 우승의 주역 오스틴도 1루수 부문 후보에 올라있다. 타선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며 팀을 포스트시즌으로 이끈 SSG 에레디아와 NC 마틴도 외야수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3.12.07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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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안방 수비 딱 1이닝...벤치 밀린 박세혁, KS 경험 발휘할 수 있을까

역대급 가을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NC 다이노스. 마냥 웃을 수 없는 선수가 있다. 정규시즌 주전을 맡다가 포스트시즌(PS) 백업으로 밀린 박세혁(33) 얘기다. NC는 지난달 31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플레이오프(PO·5전 3승제) 2차전에서 3-2로 승리, 원정에서 치른 2경기를 모두 잡고 한국시리즈(KS)에 다가섰다. 5전 3승제로 치른 역대 PO에서 1·2차전을 잡은 팀이 KS에 진출할 가능성은 88.2%다. NC 기세가 뜨겁다. 올가을 NC 안방은 김형준이 지키고 있다. 부상 재활 치료 탓에 정규시즌 막판에서야 1군에 합류한 선수지만, 지난 8일 폐막한 항저우 아시안게임(AG) 대표팀 일원으로 참가, 주전 포수로 한국의 금메달을 이끌며 좋은 기운을 얻었고, 이번 가을에도 진격의 공룡군단 핵심 전력으로 활약하고 있다. 김형준은 SSG 랜더스와의 준플레이오프(PO) 1~3차전에서 팀 수비 모든 이닝을 소화했고, 두산 베어스와의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에는 홈런 2개를 치며 타석에서도 인상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강인권 NC 감독은 후반기 김형준이 좋은 컨디션을 보여준 점을 주목하며 그를 중용했다. 정규시즌 내내 안방을 지킨 박세혁은 준PO에서 한 번도 포수마스크를 쓰지 못했다. 전력에서 제외된 모양새다. 이번 PS 첫 출전이었던 KT 위즈와의 PO 1차전 9회 말 수비에서 대수비로 나서 투수 김시훈과 호흡을 맞췄지만, 만루 위기를 막지 못했고, 다시 바뀐 투수 이용찬과 상대한 배정대에겐 만루홈런을 허용했다. 투수의 실점을 포수의 리드 탓으로만 돌릴 수 없지만,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에서 아쉬움을 남긴 게 사실이다. 강인권 감독은 지난달 31일 PO 2차전을 앞두고 박세혁 활용에 대한 질문을 받자, 난감한 모습을 보였다. "언젠가는..."이라고 말을 아끼며, 상황에 따라 쓰임이 있을 것'이라는 계획만 전했다. 선발 투수와의 궁합 등 다른 변수를 적용해도, 박세혁을 선발 포수로 쓸 의향은 없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박세혁은 '포수 전쟁'이었던 지난 스토브리그에서 NC와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했다. 기간은 4년, 총액은 최대 46억원이었다. 하지만 NC 데뷔 시즌 불운이 이어졌다. 지난 4월 상대 타자 기예르모 에레디아(SSG 랜더스)의 폴로 스우 동작에 배트를 머리에 맞고 이탈했고, 8월엔 왼쪽 손목 건염으로 2달 동안 결장했다. 10월 초 복귀해 김형준과 안방 지분을 양분했다. 정상 경기력을 회복하지 못한 탓에 가을야구 주전에서 밀렸다. 두산 소속 시절 KS 우승(2019년)을 이끈 포수인 만큼 역량은 검증됐다. 다만, 김형준의 컨디션이 워낙 좋고, 팀은 변화가 불필요할 만큼 승승장구하고 있다. 그가 그라운드에 자주 나설 수 없는 이유다. 앞으로 박세혁에게 선발 출전 기회가 올까. 박세혁은 있고, 김형준에게 없는 것은 바로 KS 경험이다. 준PO·PO와는 비교할 수 없는 무대. 박세혁은 두산 시절 19경기를 치렀다. 주전으로 나선 경기만 14번이다. 2019년엔 우승을 이끌었다. NC가 KS에 진출하면 박세혁에게 출전 기회가 올 수 있다. 박세혁은 양의지(두산)의 백업으로도 KS를 치른 경험이 있다. 사령탑 말처럼 그가 꼭 필요한 순간은 반드시 온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3.11.01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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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수의 신(信)] 포수에겐 신뢰가 실력이다

야구에서 포수는 매우 특별한 표지션이다. 9명의 야수 중 유일하게 다른 동료 8명을 마주 보고 경기를 치른다. 다들 치열하게 뛰는 가운데 혼자 앉아 있다. 투수의 공을 안정감 있게 받아내는 동시에, 바로 앞 타자의 움직임을 파악해야 한다. 또 멀리 주자의 움직임도 놓치지 않아야 한다. 포수는 '그라운드의 야전 사령관'으로도 불린다. 앉은 채로 모든 플레이어를 보고, 상황을 판단하고,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감독과 코치가 있는 더그아웃과 가장 가까운 위치에서 그들을 대신하기도 한다.업무가 퍽 고되다. 그라운드 중심(마운드)에 선 투수는 승부의 주인공이다. 포수는 사인 교환을 통해 투수가 던질 공을 정해줘야 한다. 개성 강한 주인공이 승리할 수 있도록 시나리오(공 배합)를 쓰는 막중한 역할을 포수가 맡는다.포수의 정신 노동만큼 힘든 게 육체 노동이다. 4㎏에 가까운 보호 장비로 중무장하고, 3시간 넘게 쪼그려 앉아 있어야 한다. 매일 100번 넘게 일어났다가 앉는 동작을 반복한다.'기록의 스포츠'라는 야구에서 포수의 활약은 수치로 나타내기 어렵다. 21세기 들어 세이버 메트릭스가 발달하면서 볼을 스트라이크처럼 보이도록 잡는 포수의 기술(프레이밍, catcher framing)이 주목 받기도 했다. 그러나 여전히 포수는 감독이나 투수의 평가를 받는다. 기록보다 코칭스태프와 투수의 신뢰가 중요하다.포수의 가장 큰 덕목은 믿음을 얻는 것이다. 그가 요구하는 공이 최선의 선택이고, 투수가 어떤 공을 던져도 받아줄 것이며, 뛰는 주자를 잡아 주리라는 신뢰를 준다면 누구보다 가치 있는 포수일 것이다. 본지가 포수 이야기를 담은 시리즈를 '포수의 신(信)'이라고 작명한 이유다. 야구 중계 화면에 가장 많이 잡히는 선수가 포수다. 그러나 그는 주인공이 아니다. 투수와 타자의 승부에서 한 발 떨어져 있는 포수는 심지어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있다. 포수의 역량이 경기에 미치는 영향력은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그러나 포수들은 현실을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그저 투수를 돕는 역할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투수가 좋은 기록을 세워도 포수는 투수에게 공을 돌린다. 본지가 인터뷰한 포수 중에는 “포수는 투수는 빛나게 해주는 자리”라고 말한 이도 있었다. 지금은 리그 정상급 포수로 성장한 박세웅의 데뷔 첫 승(2015년 7월 15일 KIA 타이거즈전)을 이끈 포수 강민호가 누구보다 해맑게 웃으며 기뻐했던 모습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이런 자세가 투수의 신뢰를 얻게 한다.포수는 혼자 평가 받지 않는다. 투수와 배터리를 이뤄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포수가 진짜다. 배터리는 '미국 야구 기록의 아버지' 헨리 채드윅이 1860년대 처음 사용한 용어로 알려졌다. 투수의 피칭이 미국 남북전쟁에서 포병대(battery)가 포격하는 모습과 흡사하다며 붙여졌다는 설이 있다.'2인1조'에서도 조연인, 포수의 목소리가 궁금했다. 본지는 조범현·김동수·박경완·진갑용·강민호·양의지 등 프로야구 41년 역사를 대표하는 포수들을 만났다.야구인들은 포수의 중요성을 잘 안다. "좋은 포수가 좋은 투수를 만든다" "좋은 포수 없이 우승할 수 없다"는 말이 현장에서는 상식으로 통한다. 현재 KBO리그 최고 몸값을 받는 것도 포수(두산 베어스 양의지, 4+2년 152억원)다. 지난겨울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서는 포수 4명이 팀을 옮기며 총 338억원이 오갔다. 이쯤 되면 “야구는 투수 놀음이 아니라 포수 놀음 아닌가”라는 말도 나온다. 이에 대해 본지가 만난 포수들은 하나같이 “야구는 투수 놀음이 맞다”고 말했다. 뛰어난 포수일수록 자신을 낮췄다. 그래야 동료의 신뢰를 얻고, 그게 좋은 포수라는 걸 알아서일 터다. 포수에게 가장 중요한 업무가 공 배합이다. 그들의 제1 목표에 대해 포수들은 “정답이 없는 일이다. 데이터를 아무리 많이 연구해도 야구는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다. 상황에 따라 정답에 가장 가까운 선택을 하는 게 포수의 역할”이라고 말했다.야구에서 가장 특별하고 이질적인 포지션인 포수. 본지는 한국야구 레전드 포수들을 찾아 그들의 직업에 대해 묻고 또 물었다. 그들을 통해 투수를, 더 넓게는 야구를 보기 위해서다.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3.07.26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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