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쩐의 전쟁'에 앞서 선수의 마음부터 사로잡을 팀은 누가 될까. 오전 12시, 신데렐라의 시간이 시작됐다.
한국야구위원회(KBO) FA 시장이 6일 0시를 기점으로 열렸다. FA를 신청한 20명의 선수들은 이제 10개 구단과 자유롭게 협상하며 잔류 혹은 이적을 도모하고 있다.
선수를 원하는 구단으로선 자정이 정말 중요하다.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구단이 그를 간절하게 원한다는 첫인상을 선수에게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구단과의 제시액을 비교하면서 눈치싸움을 펼치는 게 아닌, 진심을 호소할 수 있는 마법의 시간이다.
역사적으로도 이런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경우가 많다. 2021년 겨울엔 KIA 타이거즈가 이렇게 나성범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당시 단장이 FA 시장이 열리자마자 나성범에게 전화를 걸었고, 그날 저녁 창원을 찾아 진심을 전했다는 후문이다.
당시 나성범은 2012년부터 NC 다이노스에서 뛰었던 원클럽맨이었고, 그 역시 NC를 떠날 생각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NC도 그를 잔류 1순위로 두며 협상을 진행하고자 했다. 하지만 KIA가 발빠르게 나서 먼저 진심을 전했고, 그렇게 나성범을 품고 2024시즌 통합우승을 차지했다.
지난해엔 삼성 라이온즈가 비슷한 방식으로 김재윤을 품었다. 이종열 삼성 단장이 FA 시장이 열리자마자 새벽부터 그에게 연락을 취했고, 새벽에 그의 집 앞까지 찾아가 영입을 제안했다. 좋은 계약 조건까지 더불어 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김재윤 역시 KT 위즈에서만 뛰었던 원클럽맨 선수였다. 포수에서 투수로 전향해 리그 최고의 마무리 투수로 거듭난 것도 KT였다. 하지만 삼성의 진심이 김재윤을 움직였고 사흘 만에 빠르게 계약을 성사시키며 불펜진을 강화했다.
시간을 거슬러 지난 2016년 겨울에는 LG 트윈스에서만 뛰었던 사이드암 우규민이 FA로 삼성에 둥지를 틀었다. 삼성 역시 자정이 지나자마자 우규민에게 연락을 했다는 후문이다. 당시 삼성이 차우찬을 LG에 내준 뒤 우규민과 계약을 맺으며 '패닉바이'의 모양새가 됐지만, 시장이 열리자마자 우규민에게 연락을 취해 처음부터 우규민을 영입 후보에 두고 있었다는 걸 반증했다.
LG에서 '슈퍼소닉'으로 사랑을 받던 이대형도 지난 2013년 첫 FA 때 KIA 타이거즈로부터 자정에 전화가 와 이적을 결심했다고 2년 전 자신의 유튜브를 통해 밝히기도 했다. 당시에는 원 소속팀과의 우선 협상 기간이 있었지만, LG와 우선 협상이 결렬되자마자 KIA가 발빠르게 움직였다는 후문이다. 같은해 한화 이글스도 정근우와 이용규를 시장이 열리는 자정에 접근해 그들을 품었다.
이번에도 신데렐라가 탄생할 수 있을까. 어떤 팀이 시장이 열리자마자 선수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눈치싸움이 이제 막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