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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고발 리스트'도 포스코 차기 회장 가능하나

포스코그룹 차기 수장 선임 절차에 잡음이 일고 있는 가운데 누가 ‘대권’을 잡을 것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고발 리스트’가 파이널리스트 후보 명단에 포함될 경우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포스코홀딩스 최고경영자(CEO) 후보추천위원회는 31일 포스코그룹 차기 회장 파이널리스트를 공개할 예정이다. 지난 24일 압축된 숏리스트 12명 중 5명 내외의 후보 면면이 드러나게 된다. 현재 후추위의 공개한 12명은 내부 5명, 외부 7명이다. 파이널리스트에는 최근 ‘초호화 이사회’로 도마 위에 오른 사내이사도 포함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아르헨티나와 중국에서 열린 초호화 이사회로 뭇매를 맞고 있는 포스코홀딩스의 사내·외 이사들은 업무상 배임이나 배임수재 등의 혐의로 고발당한 상황이다. 포항 지역 시민단체인 '포스코본사·미래기술연구원 본원 포항이전 범시민대책위원회'(범대위)는 지난 17일 서울경찰청에 최정우 현 포스코그룹 회장을 비롯해 김학동 포스코 부회장, 정탁 포스코인터내셔널 부회장 등을 서울경찰청에 추가 고발했다고 밝힌 바 있다. 후추위가 이런 이사회 논란에도 인선 절차를 밀어붙이겠다고 공언한 가운데 김학동 부회장과 정탁 부회장이 내부 인사로 파이널리스트에 이름을 올릴 가능성이 유력하다. 전·현직 ‘포스코맨’이 차기 수장이 되어야 한다는 관측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포스코의 역대 회장을 보면 4대 수장인 김만제 회장을 제외하고 모두 포스코 출신이 대권을 잡았다. 시민단체 포항이전 범대위는 ‘고발 리스트’가 파이널리스트에 오를 경우 강력한 퇴진 운동을 예고하고 있다. 범대위에 따르면 31일이나 2월 1일 서울 포스코센터에서 초호화 이사회 사내·외 이사의 퇴진 운동 집회를 열 예정이다. 강창호 범대위 위원장은 “300명 정도가 서울에서 집회를 준비하고 있다. 고발 리스트가 회장 후보에 오른다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다”며 “배임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초호화 이사회의 멤버 전원이 퇴진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초호화 이사회’에 대한 경찰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2월 중 후추위의 최종 차기 회장 후보 1명 선정 이후에도 논란이 발생할 여지가 있다. 만약 혐의가 입증된다면 리더십에 결정적인 타격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이에 ‘고발 리스트’ 선임과 관련해 후추위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포스코 내부에서도 철강에 전문 식견이 있는 ‘포스코맨’이 차기 회장이 선임돼야 한다는 분위기다. ‘고발 리스트’ 외 내부 후보 인사로는 한성희 포스코이앤씨 사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전직 포스코 출신인 황은연 전 포스코 인재창조원장과 이영훈 전 포스코건설 사장 등이 유력 후보다. 외부 인사로는 권영수 전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과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 등이 거론되고 있다. 포스코가 이차전지 소재그룹으로 외연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에 외부 인사가 더 적합하다는 시각도 일부 존재한다. 6.71% 지분으로 포스코홀딩스의 단일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의 개입도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이미 국민연금은 차기 회장 선출 절차에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다. 김태현 국민연금 이사장은 지난달 "사외이사로 구성된 후추위가 주도하는 선임 절차는 공정성에 의문이 있다"며 반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국민연금이 후추위가 온전히 회장 선임을 마친 이후에도 정당성과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전에도 KT와 KT&G 등 소위 말하는 ‘주인 없는 민영화 기업’의 대표이사 선임 과정에서도 영향력을 행사했다. 포스코홀딩스는 갖가지 논란에도 예정대로 인선 작업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포스코홀딩스 관계자는 “독립기구로 있는 후추위가 계획대로 차기 회장에 대한 인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변동 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희재 후추위 위원장은 초호화 이사회 논란 등에 대해 “논란이 되는 부분에 대해서 다시 한 번 겸허한 자세로 지적을 받아들인다. 끝까지 공정하고 엄정한 선택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고”고 말했다. 김두용 기자 k2young@edaily.co.kr 2024.01.31 07:00
부동산일반

[부동산 IS리포트] 오싹한 경고, 연예인도 피해갈 수 없는 층간소음

층간소음으로 인한 사회적 문제가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이웃끼리 '피아노 못친다'며 섬뜩한 경고글을 내붙이는가 하면, 층간소음을 빌미로 스토킹이나 살인을 저지르기도 한다. 연예인도 예외가 아니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이웃에 사는 연예인 집을 겨냥해 "사과도 없고 변하지도 않는다"는 폭로글이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정부와 건설사는 층간소음의 문제를 인식하고 기술과 정책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연예인도 층간소음 갈등 개그우먼 정주리는 최근 층간소음 문제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것으로 추정되는 한 이웃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정주리 자녀들의 소음을 지적하는 글을 올렸기 때문이다. 아들만 넷인 정주리는 지난해 아파트 다자녀 특별공급 청약에 당첨돼 경기도 고양시에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정주리는 그림 같은 한강뷰를 자랑하는 142.1㎡(43평대) 집을 SNS 등을 통해 직접 인증하며 기쁨을 나눴다. 어렵게 마련한 내집에서 누리던 편안함은 1년 만에 힘들게 된 모양새다. 그의 이웃으로 추정되는 A 씨는 "옆집 연예인 가족의 소음 때문에 너무 힘들다. 아들만 넷인 집이니 이해해야지 싶다가도 새벽까지 큰 애들은 소리 지르며 놀고 돌 지난 아이는 새벽마다 꼭 깨서 최소 30분은 넘게 악을 쓰며 울어 댄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주의를 줬음에도 정주리 가정이 사과나 바뀌는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당사자로 지목돼 질타를 받던 정주리는 결국 SNS에 "그 시간에는 다 자고 있었는데 오해가 있는 것 같다"면서도 "어디서 민원이 들어왔는지 몰랐다. 윗집과 옆집, 아랫집 모두 찾아뵙고 다시 인사드리고 사과드리겠다"고 썼다. '공개 저격'과 사과'로 마무리된 정주리의 층간소음 사연은 비슷한 갈등 중에서는 비교적 낮은 수위에 해당한다. 층간소음으로 인한 공동주택 내 갈등이 갈수록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으로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춘천지법 형사2부는 지난 2일 1년 반전에 층간소음을 저지른 이유를 묻겠다면서 상대방의 집을 여러 차례 찾아온 B 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하고 스토킹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명령했다. B 씨는 2021년 10월 말과 11월 초 층간 소음 문제로 갈등을 빚던 C 씨의 이사 간 아파트 단지 놀이터 등에 찾아가거나 자녀에게 접근한 혐의를 받는다. 지난달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층간소음으로 인한 오싹한 내용의 경고 글이 화제가 됐다. 경고장을 쓴 D 씨는 이웃의 피아노 소리 때문에 집 안에서 쉴 수가 없다면서 “아이가 치는 것인지는 모르겠고 더럽게 못 친다”며 “음악을 전공했던 사람으로서 프로로 데뷔할 실력은 전혀 아닌 것 같다"고 썼다. 이어 "양심이 있으면 저녁에 피아노 치는 행위가 남들에게 민폐라는 걸 자기 자식한테 이야기해달라"고 재차 강조했다. 지난해 11월에는 한 씨름 선수가 층간소음 갈등으로 이웃을 160여 차례 때려 숨지게 하는 사고가 일어났고, 이듬해 3월 인천시에서는 층간소음을 이유로 윗집 여성의 직장에 전화를 하는 스토킹 사고까지 발생했다.환경부의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 연도별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12년 8795건(콜센터 7021건, 온라인 1774건)에 머물던 층간소음으로 인한 전화상담 서비스 접수 건수는 2021년 4만6596건(콜센터 3만6109건, 온라인 1만487건)을 기록했다. 약 10년 만에 429.8% 증가한 셈이다. 강력범죄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층간소음으로 인한 살인·폭력 등 강력 범죄는 2016년 11건에서 2021년 110건으로 5년 사이 9배나 늘었다. 대비하는 건설사들 국토교통부와 환경부는 지난 2014년 층간소음의 범위와 기준을 정한 '공동주택 층간소음의 범위와 기준에 관한 규칙'을 공동으로 제정해 운영해 왔다. 그러나 층간소음 관련 문제가 줄어들지 않자 LH(한국토지주택공사)와 민간 건설사들이 머리를 맞대고 있었다. LH는 지난 3월 삼성물산·현대건설·DL이앤씨·대우건설·GS건설·포스코건설·롯데건설 총 7개 민간 건설사와 공동주택 층간소음 해소를 위한 MOU(양해각서)를 체결했다. LH와 민간 건설사들이 그동안 보유하고 있던 층간소음 저감 관련한 기술과 성과를 상호 교류하기 위한 목적이다. LH에 따르면 앞으로 민관은 층간소음 기술의 현장 실증을 통해 실질적인 저감 효과를 확인하고 시공성, 경제성, 환경성 등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성과를 공유할 예정이다.정부는 지난해 7월 '층간소음 사후 인증제'를 도입했다. 기존에는 건설사가 사전에 시험기관으로부터 층간소음 차단 성능을 인정받는 구조였으나, 이제는 입주 직전에 직접 소음측정을 한다. 만약 이때 일정 기준을 통과하지 못할 경우 입주가 지연되거나 추가 시공을 해야 한다. 추가시공은 곧 돈이다. 건설사들이 층간소음 저감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는 이유다.현대건설은 지난 3월 층간소음 전용 연구소인 'H 사일런트 랩'을 설립했다. 지상 4층 규모 연구소에 다양한 구조의 아파트 모형을 구현하고, 층간소음의 주파수를 측정해 맞춤형 소음 저감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서다. 현대건설 측은 "층간소음을 최소화하기 위해 건축 자재나 건설 공법뿐 아니라 아파트 도면 설계와 구조까지 새롭게 개발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삼성물산은 경우 지난 2020년 12월 층간소음 전문 연구 조직 '층간소음 연구소'를 신설했다. 삼성물산은 국내 최대 규모의 층간소음 전문 연구시설 '래미안 고요안 랩(LAB)'에서 자체 개발한 기술로 중량충격음 차단 성능 1등급 국가공인시험기관의 인증을 획득했다. 이 밖에도 고중량 바닥패널과 스프링을 활용한 층간소음 차단 신기술로 1등급 성능을 추가로 인정받고,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경량·중량 충격음 모두 1등급 인증서를 취득했다.2003년부터 층간소음 연구를 시작한 DL이앤씨는 2006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주택 성능을 실증할 수 있는 건축환경연구센터를 건립했다. 층간소음을 줄일 수 있는 건축 자재도 선보이고 있다. GS건설은 바닥 자재를 고탄성 소재로 바꾼 5중 바닥 구조를 자체 개발해 지난해 10월 특허 출원을 마쳤다. 대우건설과 DL이앤씨도 각각 3중 바닥 구조를 자체 개발해 특허를 냈다.정부도 층간소음 갈등을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환경부는 지난해 겨울 전국 17개 시도 및 교육청, 대한주택관리사협회와 함께 층간소음 예방 집중 홍보에 나섰다. 층간소음 갈등이 빈번한 학생들의 겨울방학 시즌에 앞서 실시했는데 '사뿐사뿐 층간소음 예방교육' 등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층간소음을 줄이는 4가지 생활수칙 등을 집중 홍보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웃 간의 층간소음 갈등 해결 및 국민불편 해소를 위한 전방위적 지원과 노력을 통해 편안하고 안전하게 지낼 수 있는 주거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더욱 힘쓰겠다"고 밝혔다.LH는 7개 민간 건설사와의 협업과 발맞춰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공동주택을 건설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의지를 보였다. 건설사 관계자는 "층간소음 기술이 재건축 시공사 선정 때도 가장 중요한 선택 기준이 되고 있다"며 "국민 눈높이가 달라지고, 사회적 갈등이 커지면서 건설사도 관련 기술에 열심"이라고 말했다.서지영 기자 seojy@edaily.co.kr 2023.07.05 07:07
부동산일반

여성 사외이사 찾아 삼만리...남초 건설사의 '금녀의 벽' 허물기 대작전

대표적인 '남초 업종'으로 분류되는 건설사들이 여성 사외이사 후보를 찾아 고군분투 중이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에 따라 여성 사외이사를 채워 넣어야 하는데, 건설업에 이해도가 높은 여성 전문가들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씨가 말랐다? "괜찮은 여성 사외이사를 모시기가 정말 쉽지 않다. 저명한 분들은 이미 다른 기업의 사외이사를 맡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들었다." 국내 A 건설사 관계자의 푸념이다. A 사는 몇 해 전 여성 사외이사를 세우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추가로 여성 사외이사를 충원하기에는 환경이 녹록지 않다. 이른바 '막노동'으로 낮춰 부를 정도로 현장 일이 거칠다 보니 여성 인재가 들어올 공간 자체가 마련되지 않았고, 자연스럽게 여성 인력 풀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건설사는 중동 등 가기 꺼리는 해외 파견부터 국내 현장 관리까지 전통적으로 여성이 발을 들이기 힘든 곳"이라며 "남성 중심적 문화에서 여성 인재를 찾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사외이사는 특정 업에 정통할 필요는 없다. 실제로 각 기업이 발탁한 사외이사의 면면을 보면 법조계나 대학교수, 전직 고위 공무원 등 해당 기업의 일과 관련 없는 분야에서 일했던 이들이 상당수다. B 건설사 관계자는 "물론 사외이사가 건설업을 꿰뚫고 있을 필요는 없다"면서도 "하지만 사회 전반적으로 여성에 대한 유리천장이 있고, 너도나도 여성 사외이사 확충에 혈안이 돼 있어서 어지간한 분은 다른 곳 사외이사를 겸하고 있다"고 했다. 상황이 이렇자 헤드헌팅 업체를 통해 사외이사를 물색하는 경우도 있다. 국내 대학 여성 교수나 법조인 등을 찾다가 포기하고, 마치 임원 뽑듯 헤드헌팅 업체의 문을 두드리는 것이다. 그러나 무게감 있는 여성 사외이사 후보들의 씨가 말랐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었다. 전열 갖추는 대형 건설사들 지난해 8월 시행된 자본시장법은 자산 총액이 2조원 이상인 상장사 이사회의 여성 이사 선임을 의무화했다. 여성 사외이사를 갖추지 못했을 경우 처벌 조항은 따로 없다. 그러나 상장사에 대한 ESG(친환경·사회적 책임·지배구조 개선) 경영 평가 때 감점이 될 수 있다. 기업들이 앞다퉈 신규 여성 사외이사 발탁에 팔을 걷어붙인 까닭이다. 건설사들은 인재 가뭄 속에서도 여성 사외이사를 찾아내고 있다. 2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HDC현대산업개발(현산개발)은 오는 24일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최진희 고려대 경영대학 마케팅 교수를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다. 현산개발은 최 교수가 마케팅 분야 전문성과 경험을 바탕으로 소비자 접점의 새로운 시각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주총에서 선임이 결정되면 최 교수는 현산개발의 첫 여성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대우건설도 오는 28일 주총을 열고 안성희 가톨릭대 회계학과 부교수를 사외이사로 선임할 계획이다. 안 부교수는 삼일회계법인 회계사와 한국개발연구원(KDI) 전문위원, 한국세무학회 이사 등을 역임했다. 대우건설은 안 부교수가 회계 분야 전문성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 중이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12월에도 이영희 법무법인 바른 대표 변호사를 사외 이사로 발탁하면서 10대 건설사 중 최다 여성 사외이사를 두고 있다. 현재 10대 건설사 중 여성 사외이사가 없는 곳은 비상장사로 여성 사외이사를 갖출 의무가 없는 롯데건설과 포스코이앤씨(포스코건설) 정도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건설업계가 여성 사외이사를 찾는 과도기라고 본다"며 "여성 사외이사가 구색 맞추기식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남초 업종인 건설업에도 변화가 시작되는 계기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서지영 기자 seojy@edaily.co.kr 2023.03.21 07:02
산업

[IS현장] '우리 현장은 안중요'부터 '다른 남자'까지… 건설 현장 표어의 세계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대재해법)이 시행 1년여를 넘기면서 안전 슬로건에 힘을 주는 건설 현장이 늘어나고 있다. 과거에는 구색을 맞추는 차원에 그쳤지만, 최근에는 중대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안전 표어를 내거는 분위기다. '우리 현장은 당신이 다치면서 해야 할 중요한 일이 없다'는 겸손형부터 '사고 나면 당신 부인 옆엔 다른 남자가 누워있다'는 자극형까지 각지각색이다. 건설사 중에는 전국 현장을 돌면서 산업재해 예방 슬로건과 포스터를 전시하고 노동자들의 관람을 유도하는 곳도 있다. 표어에 '진심' "여기는 중요한 현장이 아니라는데?"지난 7일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한 건설현장 앞을 지나가던 행인 둘이 발걸음을 멈춰 섰다. 그들의 시선이 모인 곳은 현장 외벽에 큼지막하게 걸린 플래카드였다. '우리 현장은 당신이 다치면서까지 해야 할 중요한 일은 없습니다.' 안전 표어를 또박또박 읽던 이들이 큰 소리로 웃었다. "이렇게까지 간절하게 써놨는데 다치면 안되겠다." 이 현장만의 일은 아니다. 용산구 원효로 인근의 한 오피스텔 건설 현장은 '안전에는 베테랑이 없다'는 문구와 함께 높은 크레인에서 추락하는 노동자의 모습을 플래카드 이미지로 담았다. 자세히 보면 오금이 저릴 정도로 수위가 높은 장면이다. 이 현장에서 일하는 작업자는 “뻔한 내용 같지만 그래도 있는 것과 없는 것이 (분위기 차원에서) 또 다르다”며 “잠깐만 실수해도 인명사고가 나기 때문에 (플래카드를) 더 건다”고 말했다. 현수막을 내거는데 그치지 않는 곳도 있다. 건설사 중에는 현장을 돌면서 안전 슬로건과 포스터를 갤러리마냥 전시하는 회사도 등장했다. 반도건설은 지난해 12월부터 전국 현장을 돌면서 '산업재해예방 포스터·표어 전시회'를 진행 중이다. 건설 현장에 '사람이든 화물이든 떨어지면 죽습니다' '안전대를 걸겠습니까, 생명을 걸겠습니까'라고 적힌 안전 표어와 무시무시한 그림들을 받침대 위에 세워두고 작업자들이 관람하는 방식이다. 반도건설 측은 이번 전시회에 대해 “현장 노동자들의 안전의식을 끌어올리고, 사고 경각심을 주기위해서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반도건설은 2019년 이후 5년 연속 중대재해 발생건수 0건을 기록 중이다. 이처럼 건설 현장의 안전 표어에 지나치게 힘을 주다보니 무리수를 두는 사례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2021년 부산의 공공건물 건설 현장에 내걸린 이른바 '아내의 변심' 플래카드다. 시공사인 태영건설은 당시 '사고가 나면 당신 부인 옆엔 다른 남자가 누워 있고 당신의 보상금을 쓰고 있을 것입니다'라는 표어와 함께 이불을 덮은 여성과 돈다발 이미지가 담긴 입간판을 내세웠다가 혼쭐이 났다. 전국건설노동조합(건설노조)은 "건설사의 천박한 노동관, 수준 낮은 여성관, 파렴치한 안전에 대한 인식을 엿볼 수 있다"면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냈다. 중국어·베트남어는 '기본' 안전 표어가 한국어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이민학회에 따르면 2018년 집계 기준 국내 건설 현장에서 근로하는 외국인 노동자가 22만6000여 명에 달한다. 이는 회원수 약 7만5000명인 국내 최대의 건설부문 노동조합인 건설노조보다 3배 가까이 많은 숫자다. 정비산업 업계 관계자는 "건물의 뼈대를 세우는 골조 공사를 할 때 지상층 형틀목수는 대부분 외국인"이라며 "조금 과장하면 눈앞에 있는 건물의 지상층은 한국인이 아닌 외국인 노동자가 모두 세웠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고 귀띔했다.사람이 많으면 안전사고도 늘어나기 마련이다. 국토교통부 산하 국토안전관리원에 따르면 지난해 건설사고 사망자의 12%가 중국 등 외국인 근로자들이었다. 건설 현장에 외국인 노동자들이 크게 늘어나자, 중국어나 베트남어 등 외국어로 쓰인 안전 표어도 늘어나고 있다. 한글로 작성된 안전 표어 밑에 외국어를 한 줄 더 쓰는 식이다. 정부가 나서기도 한다. 국토안전관리원은 지난해 10월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6개 외국어로 제작된 현수막 1000개를 수도권 지역 중소규모 현장에 제작해 배포하기도 했다. 국토안전관리원은 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관리 관련 사업을 진행하는 위탁집행형 준정부 기관이다. 정부는 안전 표어가 외국인 노동자의 재해를 막는데 효과가 있다고 보고 있다. 국토안전관리원 관계자는 본지에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내·외국인 노동자들이 안전사고에 경각심을 갖는 측면에서 표어가 효과가 있다고 본다"며 "잠깐의 실수가 인명사고로 연결될 수 있다고 보고 2021년부터 다양한 언어로 적인 안전표어를 적은 플래카드와 책자 등을 현장에 배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감사원이 지난해 발간한 '건설공사현장 안전관리실태(민간 건축공사를 중심으로)'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간 건설현장에서 2784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 2021년 기준 건설업의 사망만인율(노동자 1만명당 사고사망자 비율)은 1.65로 전체 산업평균(0.43)의 3.8배가 넘는다. 미국(0.97)과 일본(0.79) 등 외국과 비교해도 압도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사고 예방에 올인 업계는 건설 현장에서 안전 슬로건에 관심을 쏟는 배경으로 지난해 1월 시행된 중대재해법과 사고 예방을 꼽는다. 중대재해법은 사망 사고가 발생할 경우 책임자를 형사처벌까지 할 수 있다. 건설업계가 산재 사망자를 줄이기 위해 현장에서 예방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각 건설사들은 안전 표어 외에도 산재를 예방하기 위해 눈물겨운 노력 중이다.가장 눈에 띄는 곳은 포스코건설이다. 포스코건설은 현장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2021년부터 '무재해 달성 인센티브' 제도를 시행해왔다. 상·하반기로 나눠 중대 재해 사고가 발생하지 않으면 모든 직원에게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식이다. 실제로 포스코건설은 지난해 현장에서 중대 재해가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면서 전 직원에게 안전 인센티브를 200만원씩 지급하기도 했다. 포스코건설 측은 "지난해 국내 10대 건설사 가운데 유일하게 우리 건설 현장에서 사망 사고 같은 중대 재해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현대건설은 지난해부터 근로자들의 작업중지권 사용을 독려하기 위해 전용 온라인 플랫폼인 '안전 신문고'를 구축하고 작업자 스스로 작업중지 신고와 제안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정부는 중대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한 '위험성평가' 제도를 오는 2025년까지 전 사업장에 의무화할 방침이다. 노사가 사전에 사업장 위험요인을 파악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위험성평가의 주요 내용이다. 지난해부터 중대재해법이 시행됐으나, 산재 사고 사망자가 늘어나는 등 법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자 처벌보다 예방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분석된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위험성평가를 중심으로 노사가 함께 위험요인을 찾는 '자기규율 예방체계'가 모든 사업장에 정착될 수 있도록 법령 정비와 안전문화 확산을 중점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며 "특히 사고사망의 80%를 차지하는 소규모 사업장과 고령 노동자 등 취약 부분을 중점적으로 관리하고 안전 가이드와 교육자료를 배포하겠다"고 말했다.서지영 기자 seojy@edaily.co.kr 2023.03.10 07:02
부동산

롯데건설, 리모델링 아파트 대상 층간소음 저감기술 개발 착수

롯데건설은 리모델링 아파트 대상으로 층간소음을 줄일 수 있는 고성능 바닥구조 개발에 착수했다고 8일 밝혔다. 이는 올해 8월 삼성물산, 포스코건설과 체결한 '층간소음 저감기술 공동개발을 위한 업무협약' 이후 첫 프로젝트다. 리모델링 아파트는 세대의 층고가 낮아 층간소음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기 어렵고, 신축 아파트보다 바닥 슬래브 두께가 얇아 상대적으로 층간소음에 더 취약하다는 특징이 있다. 이에 3사는 리모델링 가구의 노후한 기존 슬래브 상태를 진단해 보강하는 기술과 함께 얇은 슬래브 조건에서 기존 바닥구조보다 3㏈(데시벨) 이상 우수한 층간소음 저감 성능을 보이는 바닥구조를 개발했다. 이 기술은 롯데건설이 시공 중인 리모델링 현장에서 검증 연구에 들어갔다. 3사는 각사에서 개발된 고성능 바닥구조를 활용해 다양한 가구 형태별 특성을 고려한 최적의 바닥구조 모델 개발도 추진 중이다. 또 층간소음에 취약한 리모델링 아파트를 시작으로 공동연구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서지영 기자 seojy@edaily.co.kr 2022.11.08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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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뚱이는 커졌는데, 영업이익은 '영'…한숨 쉬는 건설사들

대형 건설사들이 올 3분기 실망스러운 경영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사업성이 크게 떨어진 탓이다. 정비 업계는 내년에도 원가 상승이 전망되고 건설 업황도 침체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우려하고 있다. 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2년 시공능력평가 2~5위권 건설사의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2위 현대건설은 올 3분기 매출 5조4308억원으로 전년 동기(4조3519억원) 대비 24.8%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537억원으로 전년 동기(2204억원) 대비 30.2% 감소했다. 3위 DL이앤씨는 더 충격적이었다. 매출 1조8489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8068억원) 대비 2.3% 늘어나는 데 그쳤는데, 영업이익은 1164억원으로 전년 동기(2590억원) 대비 55.1% 폭락했다. 포스코건설과 GS건설은 각각 매출은 늘었으나 수익성을 개선하지 못했다. 포스코건설은 영업이익 430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1110억원 대비 61.26% 추락했다. GS건설도 매출 2조9530억원을 거두며 36% 늘어났지만, 영업이익 1250억원으로 17.8% 줄었다. 정비 업계는 원자잿값 상승과 건설 경기 침체를 꼽는다. 건설업에 필수적인 시멘트 가격이 연초와 비교해 20~30% 급등했다. 시멘트 원가의 약 40%의 비중을 차지하는 유연탄은 지난해 톤당 평균 137달러에서 올해 2분기 376달러로 급등했다. 주요 시멘트 공급사인 삼표시멘트와 쌍용C&E는 최근 가격 인상을 단행했거나, 추가 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치솟았던 철근과 목재 가격이 내려가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전반적인 인플레이션에 따른 원가를 방어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 공통적인 분석이다.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건설 경기도 얼어붙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이 지난달 24일 한국주택협회와 대한주택건설협회 회원사 500여 곳을 대상으로 주택건설 사업 체감경기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0월 전국 주택사업경기전망지수는 지난 9월(50.6)보다 2.8포인트(p) 하락한 47.8을 기록했다. 이 수치가 기준선인 100을 넘으면 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보는 업체의 비율이 높다는 것을, 100을 밑돌면 그 반대를 의미한다. 물론 모든 건설사의 성적표가 낙제점을 받은 것은 아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올 3분기 매출 4조 1890억원, 영업이익 3240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74.1% 늘었으며, 영업이익은 전년 1300억원 적자에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주요 사업장인 미국 테일러 반도체 공장 공사와 카타르 LNG 탱크 등 해외 주요 사업장에서 이익을 낸 덕분이다. 대우건설도 나이지리아 등 해외 건설 현장의 매출 덕분에 매출 2조5205억원으로 20.0% 늘었다. 영업이익은 83.0%이나 상승하면서 업계를 놀라게 했다. 업계 관계자는 "원자잿값에 금리까지 올라 미입주·미분양 금융비용도 늘었다. 특별한 대책이 없다면, 올해만이 아니라 내년에도 건설 업계 전체가 영업이익 감소세에 접어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서지영 기자 seojy@edaily.co.kr 2022.11.0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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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주고 10조 역사 새로 쓰나…부동산 침체기 속에도 날개 단 현대건설

현대건설이 국내 도시정비사업 부문에서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이미 올해 누적 수주액 8조원을 돌파했고, 현재 속도라면 10조원 돌파도 가능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글로벌 건자재 가격 인상과 국내 건설 경기 침체 속에서 이룬 성과라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1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현재 누적 수주액 8조3520억원을 기록 중이다. 국내 건설사 중 1위일뿐더러 2~3위권을 다투고 있는 롯데건설(4조7000억원) 및 포스코건설(4조2600억원), GS건설(4조1000억원)을 큰 폭으로 따돌렸다. 매년 오름세다. 현대건설은 지난 3년 연속 도시정비사업부문에서 최대 실적을 경신해왔다. 더군다나 올해에는 지난해 4조8251억원의 약 두 배인 8조원을 넘기면서 창사 이후 최고의 성적을 냈다. 업계는 현대건설이 올해 9조원은 물론 10조원 돌파도 불가능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올해 4분기에도 '대어'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대건설은 창원 성원토월 리모델링 외에도 성남 수진1구역 재개발 등지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9조원 돌파가 유력하다. 내달 2일에는 울산 중구 B-04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입찰도 남아있다. B-04구역은 울산 중구 교동 190-4번지 일원에 지하 4층~지상 29층 55개 동 4080가구를 짓는 재개발 사업이다. 대지면적이 17만2297㎡에 달하고 공사비만 1조원 규모, 사업비는 약 2조원이 투입되는 단지다. 일부에서는 현대건설의 페이스가 다소 빠른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 위험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건자재 가격도 급등했기 때문이다. 국내 부동산 시장마저 금리 인상 및 각종 세제 정책의 여파로 냉각돼 있다. "미분양이 속출하는데 경쟁적으로 '묻지 마 수주'를 하는 것이 맞느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배경이다. 실제로 지난해부터 도시정비사업에 다시 고삐를 쥔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올해 수주액이 1조원을 넘기지 못했다. 실적이 낮다고 볼 수도 있으나, 수주전 자체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뜻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지금 일감을 확보하더라도 착공은 5~10년 뒤에 시작이 된다. 현재 국내 부동산이 침체한 것은 맞지만, 우리는 그 이후를 내다보고 부지런히 수주를 비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미 누적 수주액에서 역대 최대치를 새로 썼다. 9조원이나 10조원으로 목표를 잡았다는 말은 있으나 내부적인 숫자를 정하지 않았다"고 했다. 서지영 기자 seojy@edaily.co.kr 2022.10.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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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쪽같은우리집] 주거용 아파트 짓는데 세계적 거장이 총동원돼야 하나요?

최근 대형건설사들이 해외 유명 설계 그룹이나 조명 디자이너를 동원해 조감도를 내놓는 사례가 늘고 있다. 각자 '세계적인 거장'이라고 소개되는 이들은 이름과 수식어만 들어도 놀랄만한 이력을 자랑한다. 업계는 건설사들의 이런 노력을 수주전에서 찾고 있다. 그럴듯한 설계사를 끌어들여 멋진 조감도를 선보여야 조합원들의 눈과 마음을 빼앗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학계에서는 "거주가 목적인 아파트마다 거장들이 모두 참여할 필요는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읽기도 어려운 '거장'의 이름 설계 그룹 '저디', 설치 예술 명가 '완다 바르셀로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듀오 바스쿠&클루그'…. DL이앤씨가 지난해 8월 북가좌6구역 재건축 사업에 '드레브 372' 단지를 제안하며 내건 이름들이다. 또박또박 읽기도 어려운 이름을 가진 이들은 건축 및 인테리어 업계에서는 널리 알려진 거장이라고 한다. 저디는 미국 라스베가스 5성급 호텔 벨라지오‧두바이 국제금융센터(DIFC) 등 세계적 랜드마크를 설계한 글로벌 설계 그룹이다. 완다 바르셀로나는 설치 예술업계 저명한 스페인의 디자인 스튜디오다. 우리나라에서는 2021 광주디자인비엔날레에서 종이꽃을 모티브로 한 작품으로 주목받았다. 듀오 바스쿠&클루그는 유럽 조명 분야에서 명성이 있다. DL이앤씨는 당시 홍보 자료를 통해 이 단지에만 7명의 거장과 협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그중에는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일러스트레이션으로 유명한 프랑스 출신 '티보 에렘'도 포함된다. DL이앤씨는 거장을 총동원한 덕에 막판까지 롯데건설을 꺾고 북가좌6구역을 품에 안았다. 다른 건설사도 사정은 비슷하다. 삼성물산은 2020년 신반포15차 재건축 수주전에서 '래미안 원펜타스'를 제안하고 네덜란드 '유엔 스튜디오'와 손을 잡았다. 유엔 스튜디오는 지난 1988년 네덜란드 부부 건축가 '벤 판 베르켈'과 '캘롤라인 보스'가 설립한 설계 사무소다. 독일 메르세데스-벤츠 박물관, 서울 압구정 갤러리아 백화점 등을 디자인하며 명성을 높였다. 현대건설은 세계적인 패턴 디자이너 네덜란드 '카럴 마르턴스', 영국 공간예술가 '신타 탄트라', 동화작가 '앤서니 브라운'과 협업을 추진해왔다. 포스코건설 역시 네덜란드의 그로닝거 미술관, 일본 히로시마 파라다이스 타워를 디자인한 이탈리아 디자이너 '알레산드로 멘디니'에게 아파트 디자인을 맡긴 전례가 있다. 표절 시비도 해외 유명 설계사와 협업이 수주전 승리의 열쇳말이 되면서 표절 시비가 불거지기도 한다. 올해 초 HDC현대산업개발(HDC현산개발)과 롯데건설이 맞붙었던 경기 안양시 관양동 현대아파트(관양 현대) 재건축사업 수주전이 대표적이다. 당시 HDC현산개발은 건축 명가 SMDP, 롯데건설은 저디와 협업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런데 일부에서 롯데건설이 조합 측에 제시하는 책자에 공개한 아파트 디자인이 과거 HDC현산개발과 롯데건설이 컨소시엄을 이뤘던 부산 대연8구역과 비슷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롯데건설이 저디와 협업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가 뒤늦게 추가했고, 저디가 관양 현대를 디자인하기에는 다소 기간이 짧다는 확인되지 않은 추측도 들끓었다. 파장이 컸다. 부산 대연8구역을 디자인한 SMDP 측은 롯데건설 측에 공문을 보내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SMDP 측은 "롯데건설과 롯데건설의 설계사에 설계 무단도용에 대해 법적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면서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롯데건설 측은 "디자인 표절 의혹은 사실무근이다. 디자인을 모방할 이유가 없다"면서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이 단지에 프리미엄 브랜드 '시그니처 캐슬'을 도입하고, 분담금 입주 2년 후 납부 등 파격적 조건을 내걸었다. 그러나 롯데건설의 노력에도 관양 현대는 HDC현산개발에 돌아갔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디자인이슈와 관련해 "오랜기간 준비한 세계적 디자인 그룹 '저디'社와의 디자인이 치열한 수주전 속에서 왜곡된 방향으로 알려졌다" 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유명한 설계사나 아티스트를 데려오면 조합에 더 많은 표를 받을 수 있고 그럴듯해 보이니까 무리해서 협업을 추진하고, 결국 탈이 난 대표적인 사례"라고 했다. 거장 좋아하다 공사비만 '쑥' 건설사들은 거장과 협업 배경으로 차별화를 거론한다. A 건설사 관계자는 "세계적인 아티스트들과의 협업은 조경이나 디자인의 수준을 예술로 끌어올리고, (수주에서) 경쟁사와 비교해 확실한 장점을 갖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건설사들의 해외 설계사를 동원한 과도한 디자인 경쟁은 공사비 증가와 연결될 수밖에 없다. 서울 강북구에서 재건축을 추진 중인 B 조합 관계자는 "문주도 멋있게 짓고, 스카이 브릿지도 연결하는 곳이 늘었다. 멋있긴 하지만 결국 공사비 증가로 (시공사와) 싸움만 난다. 조합 입장에서는 다 대출"이라고 입맛을 다셨다. 학계는 건설사의 이런 트렌드에 분명한 명과 암이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이명식 동국대 건축공학부 교수는 "세계적 거장이 한국 아파트 설계에 참여하면 한국을 알릴 수 있고, 세계 건축계에 한국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또 국내 설계사들에게는 자극도 된다. 건축업계 전반적인 부분에서는 장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짚었다. 다만 이 교수는 주거가 목적인 공간마다 거장이 참여하는 트렌드는 아쉬움이 있다고 했다. 그는 "아파트와 같은 주거 공간은 한국적인 생활공간에 맞고, 여러 국내 법규에 맞게 지어야 한다. 겉은 서구 것인데 내부 거주지는 법규적 환경이 따로 있다. 국내에서 활약하고 있는 실력 있는 설계사들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라고 강조했다. 한국초고층도시건축학회 및 한국퍼실리티매니지먼트학회 회장이기도 한 이 교수는 건설사가 해외 유명 설계사를 끌어와 단기간에 명품을 만들어 가치만 높이고, 조합은 비싼 것이라면서 반기는 구조에 대해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한국 건축계가 자국에서조차 뒤로 밀려나면 설 곳이 없어지고 발전도 이룰 수 없어서다. 실제로 해외 거장은 국내외에서 떠받들어지지만, 실력 있는 국내 건축가들은 제대로 된 설계비조차 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지적이다. 건설사는 거장만 찾고, 한국 건축계는 침체하고, 아파트 거품만 가득 끼는 악순환의 고리가 완성되는 셈이다. 이 교수는 "최근 K컬처가 명성을 얻고 있다. 국가와 기업의 투자와 제도적 지원이 있기에 가능했다"며 "우리 건축업계도 이런 노력과 지원, 정당한 대가만 뒤따른다면 얼마든지 성장할 수 있는 저력이 있다"고 힘줘 말했다. 서지영 기자 seojy@edaily.co.kr 2022.08.0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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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쪽같은 우리집] ”하이엔드 아파트? 그거 좋은 거 아닙니다”…하이엔드 남발, 바뀌는 조합들

대형 건설사가 하이엔드 아파트 브랜드를 앞다퉈 론칭하면서 고급 주거 브랜드에 대한 희소가치가 떨어지고 있다. 요지에만 짓겠다던 하이엔드 브랜드가 우후죽순 들어서자 고급 브랜드만 쫓던 조합들도 생각을 바꾸는 분위기다. 하이엔드 브랜드는 수주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건설사의 방안일 뿐이며, 치솟는 원자잿값을 고려할 때 조합에 유리할 게 없다는 것이다. 빛 좋은 개살구 "하이엔드 아파트 브랜드요? 그거 좋은 거 아닙니다." 서울 강북구에서 재건축을 추진 중인 조합 관계자 A 씨가 손사래를 쳤다. "여러 건설사가 이 조합에 하이엔드 브랜드를 제안했다고 들었다"는 질문에 되돌아온 반응이었다. 이 관계자는 "그런 제안을 한 건설사가 많긴 하다"면서도 "하이엔드 아파트 브랜드가 뭐가 좋나 싶다. 결국 몇 년 써먹다가 인기가 떨어지면 론칭하는 순서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10대 대형 건설사 중 하이엔드 브랜드를 현대건설(디에이치)과 대우건설(푸르지오 써밋), DL이앤씨(아크로), 롯데건설(르엘) 등이다. 이들 건설사는 '힐스테이트'와 '푸르지오' '이편한세상' '롯데캐슬'이라는 대표 주거 브랜드 보유 중이었다. 고급 주거 시설을 표방하는 하이엔드 브랜드를 론칭한 뒤에는 강남권 주요 지역에만 간판을 달면서 주목을 받아왔다. 문제는 하이엔드 브랜드가 수도권 외곽은 물론 지방까지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DL이앤씨는 지난 3월 총 공사비 6183억원 규모의 대구광역시 수성1지구 재개발사업에 아크로를 제안하고, 시공권을 확보했다. DL이앤씨는 올해 초에도 서울 금천구 남서울 무지개아파트에 아크로 적용을 약속했다. 현대건설도 최근 광주광역시 서구의 광천동 재개발 단지에 디에이치를 적용했다. 디에이치는 2015년 론칭 이후 강남권을 비롯해 용산구의 한남3구역 재개발사업지 등 수도권 노른자위 입지에만 적용했다. 이로써 현대건설은 올해 초 대전 유성구의 장대 B 구역 재개발사업에 지방 최초로 디에이치 도입을 알린 이후 광주까지 연이어 진출하게 됐다. A 씨는 "처음에는 하이엔드라면서 강남 요지에만 지었는데, 지금은 여기저기 다 짓지 않나. 요즘에는 (사업성이) 크다 싶은 조합에는 하이엔드 브랜드를 들이밀어서 수주에 성공하려는 분위기다"라고 꼬집었다. 원자재 가격이 치솟은 상황 속에서 하이엔드 아파트 브랜드가 더는 '메리트'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건설업계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철근이나 유연탄과 같은 원자재는 물론 인건비까지 급증하면서 위축된 분위기다. 일부 대형건설사는 "지금은 무리하게 수주전에 참여했다가 손해를 입을 수 있다. 올해 수주는 상황을 봐 가면서 무리하지 않을 것"이란 말을 공공연하게 할 정도다. 실제로 부산의 ‘재개발 대장’으로 꼽히는 해운대구 우동3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은 하이엔드 브랜드 조건에 맞춰 공사비를 책정하는 데 어려움을 느낀 건설사들이 수주에 발을 빼면서 시공사 선정이 3차례나 유찰됐다. 조합 역시 연일 치솟는 공사비 때문에 시공사와 갈등을 빚은 사례가 적지 않다. 두 달째 공사 중단 중인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재건축 조합이 대표적이다. A 씨는 "하이엔드 브랜드 설계를 적용하면 마감재를 비싼 것으로 쓸 수밖에 없다. 어떤 곳은 평당 수백만 원씩 차이도 난다고 들었다"며 "지금 재건축·재개발을 추진 중인 조합마다 시공사와 공사비 가지고 난리다. 하이엔드를 쓰면 중간에 조합원이 부담해야 할 돈도 늘어난다"고 말했다. 여기저기 론칭 조합의 이런 분위기와 달리 대형 건설사의 하이엔드 사랑은 계속되는 분위기다. 수주전에 하이엔드를 들이밀어야 성과가 난다는 생각 때문이다. 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포스코건설과 SK에코플랜트는 하이엔드 아파트 브랜드 출시를 앞두고 있다. 포스코건설은 그동안 '더샵'만을 주거 브랜드로 밀어왔다. 그러나 조만간 하이엔드급 새 브랜드를 선보이고, 상징성이 높은 강남권 지역에서 수주한 단지에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포스코건설은 타 건설사 하이엔드 브랜드와는 다른 새로운 가치를 품은 브랜드를 위해 세부 조율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K에코플랜트도 올해 초 특허청에 '드파인' '라테오' '아펠루나' 등 5개 브랜드에 대한 상표를 출원하고 하이엔드 브랜드 론칭을 위해 작업 중이다. 한동안 플랜트 사업에 집중했던 SK에코플랜트는 최근 다시 주택건축사업에 힘을 주고 있다. 도시정비사업 수주전에서 밀려나지 않기 위해 하이엔드 브랜드 출시가 필요한 것으로 풀이된다. 포스코건설과 SK에코플랜트가 하이엔드 브랜드를 출시하게 되면 시공능력평가 10위 내에 하이엔드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건설사는 6곳으로 늘어나게 된다. 현재 하이엔드 브랜드를 론칭하지 않은 곳은 삼성물산과 GS건설 정도다. 양사는 각각 '래미안'과 '자이'를 유일한 브랜드로 삼고 있다. 기존 브랜드만으로도 수주전에 자신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업계 관계자는 "하이엔드는 고급 자재를 사용하고, 커뮤니티 시설에 힘을 준다. 공사비가 증액될 수밖에 없는 설계"라며 "건설사 간 수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하이엔드 브랜드 열풍이 불고 있지만, 이런 단지가 많아지면 브랜드 희소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서지영 기자 seojy@edaily.co.kr 2022.07.04 07:00
산업

[금쪽같은 우리집] 재건축·리모델링의 시대, '플래카드 정치학'

수도권 전역에 재건축과 리모델링 바람이 불면서 아파트 단지가 건설사가 내건 플래카드로 뒤덮이고 있다. 다 비슷해 보이는 현수막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적힌 문구부터 참여하는 건설사의 숫자까지 천차만별이다. 사업성이 큰 단지일수록 플래카드를 걸겠다고 나서는 건설사가 많을뿐더러 문구도 사뭇 도전적이다. 반면 사업성이 떨어지는 일부 단지는 건설사에 플래카드를 걸어달라고 요청했다가 거절당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노골적인 멘트 판치는 건설사 플래카드 서울 노원구 하계동 일대는 굵직한 재건축·리모델링 추진 단지가 다수 모인 곳으로 손꼽힌다. 극동·건영·벽산아파트, 하계장미아파트, 현대우성, 하계장미, 청솔아파트, 학여울청구까지 1000~2000세대에 달하는 대단지 구축이 많다. 대부분 역세이고 '강북의 대치동'으로 불리는 중계동 학원가가 멀지 않아서 입지면에서도 준수하다고 평가된다. 사업 진척도 빠른 편이다. 하계장미아파트는 노원구청으로부터 '조건부 재건축'인 D등급을 받고 최근 1차 정밀안전진단을 통과했다. 청솔아파트 등 5개 단지는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했다. 재건축·리모델링 추진 단지 밀집 지역인 하계동에서는 수주를 원하는 대형 건설사의 현수막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하계동의 A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이 동네에 10대 대형 건설사 이름을 단 현수막은 죄다 모였다고 봐도 된다. 조합에서 들어보니 서로들 플래카드를 달고 싶다고 나서서 힘들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여기저기 걸린 현수막에는 의례 '성공적인 사업 추진을 기원한다', '예비안전진단 통과를 축하한다'는 등의 문구가 적히게 마련이다. 그러나 그중에는 조합원과 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의 욕망을 건드리는 내용도 적지 않다. 극동·건영·벽산아파트 수주전에 적극적인 관심을 쏟고 있는 GS건설이 대표적이다. GS건설은 이 단지 앞에 대형 현수막을 내걸면서 '브랜드 1위 시세 1위 GS건설, 성공적인 사업 추진을 응원합니다'라고 적었다. GS건설의 아파트 브랜드 '자이'가 브랜드는 물론 아파트를 매매할 때 시세 면에서도 선두라는 점을 어필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건설사의 시공 능력을 자랑하는 곳도 있다. 롯데건설은 같은 단지에 플래카드를 걸면서 '재건축사업 절대강자 롯데건설이 함께 하겠다'고 썼다. 유명세로 밀어붙이는 GS건설에 나름대로 맞불을 놓은 셈이다. 조합이나 추진위의 간지러운 부분을 긁어주는 현수막도 있다. 포스코건설은 조합 설립을 위해 동의 작업을 벌이고 있는 학여울청구에 '주거환경 개선과 자산가치 증대! 리모델링 1등 기업 포스코건설이 함께한다'고 적었다. 리모델링 참여에 주저하는 세대를 설득하는 내용인 셈이다. DL이엔씨는 극동·건영·벽산아파트 앞에 '정밀안전진단 모금 진행 표본세대 모집 중'이라면서 추진위 카페 홍보까지 하는 정성을 보였다. 아무 단지나 허용 안 된다? 건설사가 내건 재건축·리모델링 관련 플래카드가 흔한 시대이지만, 그렇다고 모든 단지가 현수막을 걸 수 있는 건 아니다. 건설사가 자비를 들여 플래카드를 걸고 싶은 단지여야만 선택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 용산구에서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는 B 아파트 추진위 관계자는 "건설사가 아무 단지나 이런 플래카드를 걸어주지 않는다. 입지나 단지 규모를 따졌을 때, 수주해도 사업성이 충분하다고 판단될 때 건설사도 플래카드를 건다"고 말했다. 플래카드에 적을 수 있는 내용도 건설사 나름의 검수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건설사가 내건 플래카드 내용은 조합이나 추진위에서 임의로 결정할 수 있는 사항은 아니다. 건설사와 사전 논의 뒤 결정되는 것이 보통"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대형 건설사라면 모두가 탐을 내는 재건축·리모델링 추진 단지의 경우 건설사나 조합에서 몇 개의 예시를 주고 서로 원하는 것으로 선택한다. "원하면 언제든 다시라"는 건설사의 각별하고 친절한 서포트가 있기에 가능한 단지다. 그러나 건설사가 볼 때 큰 메리트가 없는 단지는 조합이나 추진위 측에서 건설사에 "플래카드를 걸어달라"고 요청을 해도 거절당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실례로 용산구 한강변에 위치한 500세대 미만의 한 단지는 리모델링을 추진하면서 대형 건설사에 "추진위를 꾸리고 있으니, 우리 단지에 관심을 갖는다는 차원에서 플래카드를 걸어달라"고 요청했으나 거절당한 사례도 있다. 플래카드에 적힌 내용은 건설사가 해당 단지를 얼마나 중요도 있게 생각하는 단지인지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다. 이 관계자는 "플래카드 내용이 적극적이고 노골적일수록 건설사 입장에서는 '수주에 욕심이 나는 단지'일 수 있다"며 "요즘 건설사가 내거는 플래카드가 다소 민망할 때도 있는데, 일종의 추세 같기도 하다"고 했다. 재건축·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 사이에도 어디냐에 따라서 빈익빈 부익부가 뚜렷한 셈이다. 이 관계자는 "우리 단지는 이른바 '빅3 건설사' 말고도 다양한 곳에서 리모델링을 함께 하고 싶다고 연락이 온다. 솔직히 피곤할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재건축·리모델링 추진 단지는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도심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신속통합기획'(이하 신통기획) 제도를 도입하면서 착수 단지가 늘어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15일에도 여의도 삼부아파트에 이어 서초구 신반포2차도 신통기획 대상지로 추가 선정했다. 현재 서울시 신통기획에 본격 착수한 단지는 여의도 시범, 대치미도, 압구정2~5구역 등 9곳이다. 한국리모델링협회에 따르면 5월 기준 전국에서 리모델링 조합이 설립된 곳은 총 124개 단지로 전년 동월(72개 단지) 대비 72%나 증가했다. 익명을 요구한 C 건설사 관계자는 "현수막은 건설사의 관심을 표현하는 수단 중 하나다. 건설사 간 기싸움도 있는 것이 사실이고, 본격적으로 수주가 시작되면 이보다 더한 문구도 걸린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결국 수주를 뒤집는 것은 현수막 전쟁이 아닌 건설사의 기술력과 브랜드 가치, 조합에 내건 여러 조건"이라고 했다. 서지영 기자 seojy@edaily.com 2022.06.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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