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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용 기자의 무대풍경] ‘푸에르자 부르타’ 잔혹한 힘, 무대를 부수다
경계와 장르의 파괴가 일상화된 시대 속에서 무대라는 공간 개념을 뒤흔드는 공연. 잠실종합운동장 내 대형 천막극장(12월 31일까지 FB빅탑시어터)에서 열리는 크레이지 퍼포먼스 '푸에르자 부르타'는 '무대의 정의가 무엇인가?'라고 묻는다. 이 작품은 2002년 국내에 선보였던 퍼포먼스 '델라구아다'의 연출자 디케 제임스의 후속작이다. 좌석이 정해져있지도 않고 나이트클럽에 온 것 같은 분위기는 '델라구아다'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일반적으로 무대란 객석을 마주한 단상의 공간이다. '푸에르자 부르타'는 일상적인 무대의 공간을 철저하게 깨부순다. '델라구아다' '태양의 서커스' '네비아' 등처럼 공간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작품보다 그런 면에서 훨씬 급진적이다. 걷고, 뛰고, 달리는 남자를 태운 러닝머신은 DJ석의 벽면에서 나와 반대편까지 가로지른다. 그 바람에 서 있던 관객들은 반으로 갈린다. 벽면에 90도로 서서 달리는 남녀의 퍼포먼스, 고정된 무대에서 시작됐다가 관객 사이로 뛰어드는 배우들의 격렬한 춤, 관객들의 머리 위까지 내려온 투명한 공중 수조에서 4명의 여배우들이 몸을 날리는 다이빙…. 이 작품에서 제작진이 사용하지 않은 유일한 공간은 바닥 밖에 없다. 이 공연에서 타협이란 없다. 스페인어로 '잔혹한 힘'이란 뜻을 가진 제목처럼 배우들은 달리고, 부딪히고, 부순다. 심지어 배우가 관객의 머리를 스티로폼 판으로 사정없이 내리친다. 스트레스에 둘러싸인 현대인이 힘의 추구를 통해 그것과 싸운다. 그 과정에서 우리가 가진 공간 개념도 전복된다. 거기서 즐거움이 발생한다. 각 에피소드가 느슨하게 연결돼있는 점은 다소 아쉽다. 때론 사냥꾼에 완전히 포위돼 떨고 있는 동물처럼 성동격서하는 무대 공간의 변화에 놀라보는 것은 어떨까. '잔혹한 힘'은 예술적 체험이 다양한 형태로 우리 삶에 다가오는 것임을 일깨운다.
2013.11.06 17: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