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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케이팝’→‘오겜3’ 이병헌, 클래스가 다른 넷플릭스 효자[줌인]

배우 이병헌이 넷플릭스 콘텐츠를 종횡무진하며 글로벌 배우로서 위상을 드높이고 있다. 미국 애니메이션에 이어 K드라마의 빌런으로 전 세계 시청자들을 매료시킬 예정이다. 이병헌의 신작은 지난 20일 베일을 벗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와 27일 공개를 앞둔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3(이하 ‘오징어 게임3’)다. 일주일 먼저 시청자를 만난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이미 글로벌 흥행 질주를 시작한 가운데, ‘오징어 게임3’로 그 기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 저승의 지배자‘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미국 애니메이션 최초로 K팝 아이돌을 소재로 다룬 작품으로, 글로벌 K팝 걸그룹 헌트릭스가 무대 밖에서는 악마를 사냥하는 퇴마사란 설정에서 출발한다. 영화는 애니메이션이란 한계에도 공개 직후 글로벌 부문 1위(플릭스패트롤 기준)로 직행하며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글로벌 톱10 진입 국가는 90개국을 웃돈다.극중 이병헌은 한국판, 미국판 두 버전에서 귀마의 목소리를 연기했다. 고대 악마 왕으로, 인간의 혼을 흡수해 온 세상을 삼키려는 저승의 지배자다. 그는 봉인의 문을 깨뜨리기 위해 다섯 명의 저승사자로 꾸린 보이그룹 사자보이즈를 론칭, 헌트릭스 멤버들과 대립한다.귀마는 메인 빌런답게 주인공에게 위협을 가하며 극 전체의 긴장감을 쌓는 역할을 한다. 이병헌은 목소리의 톤과 형태를 조절해 캐릭터에 생명력을 부여하고, 실사 못지않은 몰입감을 구축한다. 그간 드라마, 영화에서 들어온 목소리와 간극이 크다는 점도 흥미롭다. 이병헌은 성대를 갈아끼운 듯한, 생소한 목소리로 귀마를 빚어내며 목소리 연기의 맛을 들려준다.미국 영화 전문 매체 스크린랜트는 “귀마는 ‘오징어 게임’ 프론트맨과는 전혀 다른 성격의 악당이다. 프론트맨이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는 폭력적인 인물이라면, 귀마는 가족 친화적인 캐릭터”라고 설명하며 “이를 통해 이병헌은 좀 더 부드러운 톤의 악역 연기를 선보이며 색다른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고 평했다. ◇‘오징어 게임3’ 영일→프론트맨, 그리고 황인호‘케이팝 데몬 헌터스’ 일주일 후 공개되는 ‘오징어 게임3’는 다시 참가한 게임에서 가장 친한 친구를 잃은 성기훈(이정재), 게임에 숨어들었던 프론트맨(이병헌), 잔인한 게임 속에서 살아남은 참가자들의 마지막 운명을 그린다. 시리즈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작품으로, 지난해 12월 공개된 시즌2의 엔딩을 이어받는다.전편의 시발점이 제 발로 게임판에 돌아온 성기훈이었다면, ‘오징어 게임3’의 출발점은 게임 참가자에서 호스트로 돌아온 프론트맨이다. 앞서 프론트맨은 시즌2에서 001번 참가자 영일로 위장해 성기훈에게 접근했다. 그는 성기훈과 함께 지내며 신뢰를 얻었고, 반란에도 동조했다. 하지만 결국 모두를 배신하는 반전 엔딩으로 시청자들에게 충격을 선사했다. 다시 제 자리로 복귀한 프론트맨은 반란의 주동자 성기훈을 제압하고, 게임의 새 판을 짠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프론트맨과 성기훈과의 끊임없는 갈등은 ‘오징어 게임3’을 추동하는 힘이다. 이병헌 역시 ‘오징어 게임3’를 “프론트맨과 성기훈의 본격적 대립”이라고 정의하며 “기승전결의 결말, 마지막 클라이맥스다. 굉장히 드라마적으로 강렬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뿐만 아니라 이번 시즌에서는 프론트맨의 또 다른 서사도 수면 위로 드러난다. 프론트맨은 성기훈보다 먼저 456억원을 품은 게임의 우승자이자 마스크남으로 게임에 잠입한 황준호(위하준)의 형 황인호다. 이병헌은 자신의 장기인, 현실을 파고드는 집요한 연기로 프론트맨에 얽힌 사연들을 풀어가며, 단순 악인이 아닌 복잡한 내면을 가진 인간의 다채로운 얼굴을 그려낼 예정이다.하재근 대중문화 평론가는 “시즌1에서는 이정재가 부각됐지만, 시즌2부터 이병헌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됐고 이번에도 그 연장선상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사실 이병헌의 연기는 이미 세계 최고 수준으로 가타부타 논할 단계를 지났다. 이병헌은 이번뿐만 아니라 언제나, 어느 작품에서나 존재감을 드러내 왔다”고 평했다. 이어 “작품만 용두용미로 끝 맺는다면 이병헌은 원조 글로벌 스타로서 더욱 확고하게 세계 시장에서 자리를 잡을 거다. 배우로서 한 차원 더 도약할 계기가 될 것”이라며 “‘오징어 게임’ 스핀오프 이야기도 꾸준히 나오고 있는데, 아마 프론트맨 중심의 새로운 프로젝트 가동에 힘이 실리지 않을까 한다”고 내다봤다.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5.06.26 05:40
뮤직

‘K팝 걸그룹 최초’ 엔믹스, NPR뮤직 오리지널 채널 입성

그룹 엔믹스의 ‘타이니 데스크 코리아’ 영상이 K팝 걸그룹 최초로 NPR 뮤직 메인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됐다.2024년 9월 베일을 벗은 영상 ‘엔믹스 : 타이니 데스크 코리아’ 릴리, 해원, 설윤, 배이, 지우, 규진의 환상적 보컬 라이브를 만날 수 있어 국내외 팬들의 열렬한 반응을 모았다. ‘타이니 데스크 코리아’는 뮤지션과 밴드 세션이 펼치는 라이브 공연 콘텐츠로, 미국 유명 공영 라디오 방송 NPR이 제작한 소규모 콘서트 형식의 라이브 콘서트 시리즈 ‘타이니 데스크 콘서트’의 공식 라이선스를 확보한 한국판 채널이다.특히 엔믹스의 ‘타이니 데스크 코리아’는 원 테이크로 촬영 후 추가적 사운드 효과나 믹싱 등 후반 작업 없이 공개됐다. 밴드 연주 위 멤버들의 보컬만으로 꽉 채워 생생함을 높였고 듣는 재미를 극대화해 시청자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6일 오전 NPR 뮤직이 뜨거운 성원에 힘입어 해당 영상을 오리지널 채널에 업로드했고, 이로써 NMIXX는 NPR 뮤직 유튜브 채널에 ‘타이니 데스크 코리아’ 콘텐츠를 실은 첫 번째 K팝 걸그룹으로 존재감을 빛냈다. 댓글 창에는 “엔믹스의 본질이 ‘가수’인 걸 가장 잘 보여주는 예시”, “여섯 멤버의 하모니가 대단하다”, “K팝이 인기 있는 이유”, “NPR 뮤직 메인 채널에 엔믹스 목소리가 울려 퍼지다니 팬으로서 정말 뿌듯하다” 등 국내외 팬들의 극찬이 쏟아졌다.엔믹스는 지난해 10월 ‘K팝 아티스트 최초’ 라틴 음악 산업 내 최대 규모의 빌보드 라틴 뮤직 위크에 패널로서 참여하기도 했다. 탄탄한 실력을 기반으로 세계 무대에서 활약세를 넓히고 있는 이들의 2025년 행보에도 귀추가 주목된다.김지혜 기자 jahye2@edaily.co.kr 2025.01.08 12:43
영화

‘서울의 봄’, 계엄 여파 속 극장 소환

‘서울의 봄’이 다시 스크린에 걸린다.제1회 서울작심作心영화제 측은 영화 ‘서울의 봄’을 비롯한 8편의 영화제 공식 상영작을 9일 공개했다.올해 영화제는 오는 18일부터 20일까지 서울 마포구 KT&G 상상마당 시네마에서 열리며 ‘올해의 시나리오상’과 ‘올해의 극본상-드라마 부문’ 등 후보작들이 상영될 예정이다.‘올해의 시나리오상’ 후보작은 ‘너와 나’, ‘서울의 봄’, ‘잠’, ‘콘크리트 유토피아’, ‘핸섬가이즈’ 등 다섯 작품이다.‘너와 나’는 배우 조현철의 감독 데뷔작으로 수학여행을 앞둔 고등학생들의 하룻밤을 아름답게 그리며 호평을 받았다. 올해 최고 화제작 ‘서울의 봄’은 1979년 12월 12일 군사 반란을 일으킨 7시간의 기록을 담은 영화다. 최근 12월3일 있었던 비상 계엄령 선포와 해제를 겪은 국민들이 극장 재개봉을 외치는 작품이기도 하다.‘잠’은 신혼부부가 겪는 몽유병과 그로 인한 미스터리한 사건을 다룬 스릴러물.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대지진 속에서 살아남고자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김숭늉 작가의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B급 코미디의 반란에 성공한 ‘핸섬가이즈’는 외모지상주의를 꼬집으며 140만 관객을 기록한 흥행작이다.‘올해의 극본상-드라마 부문’ 후보는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시리즈 ‘소년시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마스크걸’, ‘LTNS’,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무빙’ 등이다.‘소년시대’는 전학을 온 고등학생이 ‘싸움꾼’이라는 오해를 받으면서 벌어지는 코미디로 임시완의 유쾌한 연기 변신으로 화제를 모았다. 김윤석, 이정은, 윤계상, 고민시 등이 출연한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는 어느 날 찾아온 수상한 손님으로 인해 일상이 무너지는 평범한 사람들의 서스펜스 스릴러다. ‘LTNS’ 는 부부가 돈을 벌기 위해 불륜 커플들의 뒤를 쫓으며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담았다.외모 콤플렉스를 가진 평범한 직장인이 의도치 않게 살인사건에 휘말리는 이야기, 드라마 ‘마스크걸’은 배우 이한결, 나나, 고현정과 배우 안재홍의 ‘은퇴 연기’로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한국판 초능력 히어로 물’ 드라마 ‘무빙’은 강풀 작가의 인기 웹툰이 원작이다, 초능력을 숨긴 아이들과 과거의 비밀을 가진 부모들이 거대한 위험에 맞서는 이야기로 글로벌 히트에 성공했다.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4.12.09 17:37
드라마

손현주vs김명민, 연기본좌 대결 ‘유어 아너’ 오늘(9일)대미..시즌2 기대 [IS포커스] ①

“메소드급 연기다.” 지니TV 오리지널 ‘유어 아너’의 뜨거운 인기의 중심에는 ‘연기 본좌’ 배우 손현주와 김명민의 폭발적인 연기가 있다. 국내 대표 연기파 배우로 꼽기에 부족함이 없는 손현주와 김명민은 처음 호흡을 맞춘 ‘유어 아너’에서 각각 30년 안팎의 세월 동안 쌓아온 연기력을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유감없이 풀어냈고 시청자들의 호평을 이끌어 냈다. ‘유어 아너’는 10일 10회로 마무리되는데 시즌2에 대한 기대감도 피어오르고 있다.김성수 대중문화 평론가는 9일 “손현주와 김명민은 극중 서로 대척점에 있는 아버지의 모습을 굉장히 입체감 있게 보여줘 왔다. 드라마의 큰 시청 포인트”라며 “‘유어 아너’의 송판호(손현주)와 김강헌(김명민) 캐릭터는 감정의 극한까지를 보여줘야 하는 인물이다. 자칫 잘못하면 과하다는 지적을 받기 쉽다. 손현주와 김명민은 그런 각각의 캐릭터를 무리 없이 소화했고 드라마 전체의 몰입감을 끌어올렸다”고 짚었다.극중 송판호는 명망 높은 판사, 김강헌은 조폭 출신 기업가로 묘사됐다. 손현주와 김명민은 각각 연기로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정도로 디테일한 연기를 펼쳐보였다. 손현주는 극중 아들 송호영(김도훈)이 저지른 살인을 감추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김명민은 아들 김상현(신예찬)을 살해한 범인을 추격하는 과정에서 눈빛은 물론 뒷걸음 치는 모습만으로도 김강헌의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장면마다 놀라움을 일으킨 이들의 연기는 ‘유어 아너’를 단단히 지탱하고, 그 연기들의 조각들이 합쳐져 극의 긴장감을 팽팽하게 만들어냈다.덕분에 ‘유어 아너’는 지난달 12일 1.7%(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의 시청률로 출발해 최근 회차인 8회는 4.7%를 기록했다. 최종회까지 5%를 돌파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이 선정한 TV-OTT 통합 주간 화제성 순위에서는 방송 2주차부터 방영 내내 상위권에 랭크돼 화제성까지 잡았다. 이 같은 분위기 속 제작진 사이에서는 시즌2 제작에 대한 이야기가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손현주와 김명민도 최근 인터뷰에서 시즌2에 대한 질문에 긍정적인 답변을 했다. ‘유어 아너’는 총 9개국에서 리메이크된 탄탄한 원작 이스라엘 드라마 ‘크보도’(‘Kvodo’)를 기반으로, 우리나라 시청자들이 선호하는 빠른 속도감에 맞춰 대본과 연출 작업이 이뤄졌다. 작품 자체의 큰 매력은 정의를 부르짖던 송판호와 이를 무시하던 김강헌이 사건 하나로 뒤바뀌게 되는 딜레마적 상황이다. 이들이 단순히 양극단에서 대치하는 것으로만 끝나는 게 아니라, 불편한 공조를 하며 또 다른 층위의 긴장감을 높인다. 집필을 맡은 김재환 작가는 한국판 ‘유어 아너’의 차별점에 대해 “중대한 사건 이후 벌어지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중점을 맞췄다. 사회 시스템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사람의 이야기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사의 전개 과정에서는 선악이 점차 흐릿해지는 동시에 매 순간 선택의 기로에 선 인물들의 이야기가 흥미와 공감을 높인다는 평가다.또 ‘유어 아너’는 그간 기존 드라마들에서 쉽게 볼 수 없던 중년 남성들의 연기 대결이라는 점도 눈에 띈다. 이 같은 기획이 쉽지 않은 탓에 ‘유어 아너’는 차별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중년 남성들을 내세운 드라마도 성공할 수 있다는 선례를 남겼다. 플랫폼 다변화와 함께 앞으로 중년 남성 배우들의 활발한 연기 활동도 기대케 하는 지점이다. 김성수 평론가는 “그동안 드라마 판도는 유일한 인기의 기준이었던 시청률 면에서 중년 남성 배우들은 이미 정점을 찍고 내리막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며 “그런데 ‘유어 아너’는 TV 주요 시청층인 중년 시청자들을 끌어모았을 뿐 아니라 화제성까지 거머쥐었고, 이는 중년 남성 연기자들의 설자리를 넓힐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유어 아너’는 최종회 단 1회만을 남긴 상황이다. 지난 회차에서 송판호는 자신이 은폐하려 했던 사건이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아들 호영이 긴 시간 계획했던 범죄라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면서 막다른 길에 서게 됐다. 높은 긴장감과 동시에 앞으로 어떤 전개가 펼쳐질지 궁금증이 치솟고 있는 가운데 유종선 감독은 일간스포츠에 “극중 호영이 사건을 마무리 짓기 위해 큰 결심과 도전을 하는데 여기에 휘말린 가족들이 어떤 과정을 겪게 될지 지켜봐달라”며 특히 “송판호와 김강헌, 두 사람이 일생을 걸고 지키고자 했던 것을 지킬 수 있을지, 그 과정에서 손현주와 김명민이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이 어떨지 기대해달라”고 밝혔다. 유지희 기자 yjhh@edaily.co.kr 2024.09.10 06:00
드라마

[정덕현 요즘 뭐 봐?] ‘파친코2’, 당당하게 버텨내는 선자... 이것이 한국인의 매력

“왜 한국인 이야기를 쓰나요?” 한국판으로 번역돼 나온 소설 ‘파친코’의 한국 독자들을 위한 서문에서 이민진 작가는 그런 질문을 자주 받는다는 이야기를 꺼내놓는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민진 작가는 10년 넘게 집필한 ‘파친코’를 낸 후에 ‘아메리칸 학원’(American Hagwon)을 쓰고 있는데 이 역시 한국인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질문에 이민진 작가가 내놓은 답변이 인상적이다. “우리가 매력적이기 때문에 한국인 이야기를 씁니다.” 애플TV플러스 오리지널 드라마 ‘파친코’가 시즌2로 돌아왔다. 2년만에 돌아왔지만 선자(김민하)의 얼굴을 보는 순간 시즌1에서의 그 매력이 다시 상기된다. 그 매력은 핍박받고 차별받는 상황에서도 당당한 이 인물의 태도에서 나온다. 어쩌면 저렇게 가난하고 힘겨운 상황 속에서도 꼿꼿할 수 있을까. 이민진 작가가 말하는 한국인의 매력이란 선자가 보여주는 바로 이 모습 그대로일 게다. ‘파친코’ 시즌1에서 선자는 한수(이민호)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아이까지 갖게 됐지만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를 듣게 된다. 한수가 이미 일본에 아내와 딸들이 있고 곧 일본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마침 하숙집을 찾아와 죽을 위기를 넘긴 이삭(노상현)이 홀로 아이를 키우려는 선자의 사정을 알게 된 후 함께 오사카로 가자고 제안한다. 그렇게 선자는 고향을 떠나 오사카로 오지만 그 곳의 삶 또한 팍팍하기 이를 데 없다. 어려운 노동자들의 편에 서서 싸우다 이삭마저 감옥에 끌려가자 홀로 두 아이(한수의 아들과 이삭 사이에서 낳은 아들)를 키워야 하는 선자는 길거리에 나와 김치 장사를 시작한다. 시즌2는 오사카에서 그 힘겨운 삶을 버텨내는 선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7년이 넘었지만 이삭은 돌아오지 않고, 궁핍한 삶에 밀주를 담가 밀거래까지 하다 체포된 선자는 감옥살이를 해야 할 처지에 놓이지만 한수의 도움으로 풀려난다. 오사카에 선자와 이삭이 왔을 때부터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한수는 들여다보고 있었다. 자신의 아들 노아(김강훈)가 어떻게 자라고 있는지 역시 살피고 있었던 것. 마침 미군의 대규모 공습이 있을 거라는 정보를 알게 된 한수는 선자에게 그 곳을 떠나라고 말하지만 선자는 단호히 이를 거부한다. “옥살이 중인 남편 두고 내 어디 못갑니더. 그 사람 두고 내 어디 안갑니더. 못가예.” 여기서 한수와 선자의 대비되는 모습이 드러난다. 한수가 저 살 궁리만 하는 사람이라면, 선자는 자신과 아들을 거둬준 이삭을 끝까지 기다리는, 사람의 도리를 지키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파친코’는 일제강점기 고국을 떠나 일본에 정착해 살아가는 재일 한인들의 이야기를 통해 핍박받는 한인들과 그들을 핍박하는 자들 사이의 대비를 드러낸다. 그것은 크게 보면 총칼에 의한 무력과 돈에 의한 금력이다. 즉 제국주의와 더불어 자본화되어가는 세상의 폭력이 이들 재일 한인들의 삶을 고통스럽게 만든다. 그런데 ‘파친코’는 제국주의와 자본의 폭력에 대한 저항을 그 앞에서도 무너지지 않고 당당한 한인들의 태도를 통해서 보여준다. 그 당당함은 가난하고 배운 것 없어도 인간으로서의 도리를 외면하지 않는 삶에서 나온다. 언청이에 다리를 저는 장애를 가졌지만 누구보다 강인하게 선자를 키워낸 아버지, 그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후 하숙집을 홀로 운영하며 억척스럽게 살아낸 선자의 엄마 양진(정인지), 자신을 밀고해 감옥살이를 하게 만든 이를 용서하고 죽는 순간에도 아내와 아이 걱정을 하는 이삭, 그렇게 죽어가는 남편을 똑바로 바라보며 “내는 내 남편한테 사랑받고 존중받았으예. 전부 다 받은 거라예”라 말하는 선자…. ‘파친코’에는 저 이민진 작가가 말했던 매력적인 한국인들이 넘쳐난다. 대지진으로 도시가 무너지고 전쟁으로 쑥대밭이 된 세상 속에서도 지켜야 할 것은 지키며 살아가는 한인들이 보여주는 당당함은 그래서 자본과 무력이 권력이 된 세상을 숙연하게 만드는 카타르시스를 준다. ‘역사는 우리를 저버렸지만 그래도 상관없다.’(History failed us, but no matter) 인상적인 이 ‘파친코’ 원작 소설의 첫 문장이 담고 있는 의미도 바로 그것이다. 역사가 되기도 하는 세상의 폭력 앞에서도 당당하게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 대한 헌사. ‘파친코2’가 우리는 물론이고 전 세계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매력이 바로 거기에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 2024.09.09 05:55
영화

‘닮은꼴’ 에스파 윈터 직접 부른 OST ‘처음 본 순간’ …‘사랑의 하츄핑’ 뮤직비디오 공개

그룹 에스파 멤버 윈터가 부른 ‘사랑의 하츄핑’ OST ‘처음 본 순간’ 뮤직비디오를 7일 배급사 쇼박스가 공개했다. ‘사랑의 하츄핑’은 운명의 소울메이트를 찾아 나선 ‘로미’와 ‘하츄핑’의 첫 만남을 그린 애니메이션 영화로, 다양한 연령대의 관객들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다.특히 한국판 ‘겨울왕국’을 연상하게 만드는 완성도 높은 OST로 단숨에 올여름 최고의 화제작으로 등극했다. 중독성 강한 멜로디에 설렘 가득한 에스파 윈터의 목소리가 어우러진 ‘처음 본 순간’ 컬래버레이션 OST는 ‘렛잇고’(Let It Go) 열풍을 이을 명품 국산 애니메이션 OST의 탄생을 알렸다. 이날 공개된 오리지널 뮤직비디오는 ‘처음 본 순간’의 가사에 담긴 로미와 하츄핑의 운명적 첫 만남을 그렸다. 윈터는 하츄핑을 만나기 위해 떠나는 로미의 모험, 그리고 둘의 사랑과 우정에 대한 이야기를 독보적인 매력의 목소리로 완성해 냈다. ‘사랑의 하츄핑’으로 영화 OST에 처음 참여한 에스파 윈터는 “로미와 하츄핑의 첫 만남의 스토리가 상상되는 곡”이라며 “OST가 공개되면 많은 팬 분들이 너무너무 좋아해 주실 것 같다” 라고 전했다. ‘사랑의 하츄핑’은 공개되는 영상마다 전 세대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내며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이번 윈터의 ‘처음 본 순간’ 오리지널 뮤직비디오도 기존 ‘캐치! 티니핑’ 어린이 팬덤을 넘어 10대, 20대 영화 팬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을 것으로 보인다.‘사랑의 하츄핑’은 7일 개봉해 극장 상영중이다.이주인 기자 juin27@edaily.co.kr 2024.08.07 09:22
영화

‘설계자’ 원작보다 입체적인 캐릭터 설계…성별 반전·K-최적화 [무비로그③]

영화 ‘설계자’는 원작보다 한층 더 입체적인 캐릭터 설계를 완성했다는 평가가 부족하지 않다.오는 29일 개봉하는 강동원 주연 ‘설계자’는 홍콩 영화 ‘엑시던트’의 리메이크작이다. 국내에서는 지난 2010년 12월 개봉한 원작 ‘엑시던트’는 홍콩 영화 거장 두기봉 사단이 제작하고 정 바오루이 감독이 연출했다. 배우 고천락이 주연 브레인 역을 맡아 끊임없이 우연을 의심하며 동료조차 믿지 못하는 고립된 남성을 연기했다. 원작은 국내 관객 사이에서 평이 갈렸다. 사고 조작이라는 참신한 소재와 고천락의 연기력은 호평 받았으나 주인공의 시점에 천착한 나머지 플롯이 다소 단순하고 지루하게 느껴진다는 평을 받았다.그런 가운데 스릴러 ‘범죄의 여왕’으로 데뷔한 이요섭 감독이 한국판 리메이크 ‘설계자’의 메가폰을 잡았다. 이요섭 감독은 지난 20일 제작 코멘터리를 통해 “우연한 사고를 조작하는 캐릭터들의 서사를 보고 싶었다. 조금 더 깊게 표현하고 싶어 캐릭터 디자인에 중점을 뒀다”고 원작과 차이를 밝혔다.◇원작 캐릭터의 성별 반전…서사 보강·주체적 활약 기대↑ ‘설계자’에는 원작보다 서사가 보강된 인물들이 주체적인 활약을 펼친다. 몇몇 주요 캐릭터의 성별도 반전됐다. 먼저 사고조작단 멤버 ‘엉클’과 ‘여자’다. tvN ‘눈물의 여왕’에서 악역 모슬희를 열연한 배우 이미숙이 범죄단 베테랑 재키로 6년 만에 스크린에 돌아온다. 그간 이미숙은 표독스러운 캐릭터성을 화려한 비주얼로 표현해 왔으나 이번에는 메이크업을 덜어내고 재키의 삶을 반영했다. 그럼에도 붉은 립은 원작의 ‘엉클’에 없는 매력이다.이현욱은 변신의 귀재 설정으로 여장을 소화해 원작 ‘여자’를 계승하면서 정체성 혼란이라는 축을 더했다. 월천은 진한 화장과 수트 차림을 오가며 눈길을 끈다. 지난 2019년 연극 ‘프라이드’에서 성소수자 연기를 소화한 이현욱은 이번 배역에 대해서도 “다른 성별 연기하는 데 있어 희화화를 지양했다”고 밝혔다. 월천 역을 두고 강동원 또한 “연기하기에 탐나는 배역”이라고 평했다. 의뢰인의 구도도 변화했다. 전당포 아들 대신 검찰총장의 딸 주영선(정은채)이 사고를 의뢰한다. 성 반전되며 ‘관찰당하는 여성’이라는 입장이 부상하면서도 변호사라는 직업과 배우 정은채 특유 진중한 톤이 극 중 미스테리를 더한다. ◇원작에는 없다…한국형 오리지널 캐릭터 ‘설계자’는 원작보다 규모를 확장해 동시대 한국 사회의 화두도 녹여냈다. 타겟을 검찰총장으로 설정하면서 사고의 배후와 진상 추리에 과몰입을 높일 오리지널 캐릭터를 투입했다. 사이버렉카 하우저(이동휘)와 형사 양경진(김신록)이다. 하우저는 판을 휘젓는다. 이것이 ‘팩트’라며 수많은 정보가 쏟아지는 세상에서 무엇이 진실이고 조작된 것인지 교란하는 존재로서 작품에 볼거리와 메시지를 더한다. 한편 형사 양경진도 인상적이다. 원작에서 경찰의 존재감이 옅기 때문이다. 넷플릭스 ‘지옥’, ‘스위트홈2’에서 인상적인 마스크와 연기력으로 눈길을 끈 배우 김신록이 열혈 형사와는 다른 예리한 모습으로 의뢰인을 압박하며 긴장을 높인다. ‘설계자’는 원작의 참신한 소재에 다층적인 캐릭터 서사를 입혀 오늘날 한국 관객의 입맛에도 익숙한 듯 색다른 감각의 범죄 스릴러를 완성했다. 이요섭 감독은 “한 작품에서 보기 어려운 배우들이 한 장면에서 각자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가장 볼거리”라고 강조했다. 오는 29일 개봉.이주인 인턴기자 juin27@edaily.co.kr 2024.05.27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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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트IS] '눈물의 여왕' 제쳤다…'기생수: 더 그레이', 넷플릭스 1위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기생수: 더 그레이’가 쾌조의 출발을 알렸다.7일 넷플릭스에 따르면 ‘기생수: 더 그레이’는 공개 3일째인 이날 오전 ‘오늘의 대한민국 톱10 시리즈’ 1위에 올랐다. 이는 tvN 드라마 ‘눈물의 여왕’,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피지컬 100’ 등 화제작들을 모두 제친 성적이다. 지난 5일 공개된 ‘기생수: 더 그레이’는 인간을 숙주로 삼아 세력을 확장하려는 기생생물들이 등장하자 이를 저지하려는 전담팀 더 그레이의 작전이 시작되고 이 가운데 기생생물과 공생하게 된 인간 수인의 이야기를 그렸다. 일본 이와아키 히토시 작가의 만화 ‘기생수’의 한국판 실사 시리즈로, 영화 ‘부산행’(2016), ‘반도’(2020) 등을 통해 자신만의 세계관을 구축한 연상호 감독의 신작이다. 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4.04.07 09:47
연예일반

아직도 안 봤어?…‘미생’→’유미의 세포들’, 꼭 봐야 하는 ‘웹툰 실사화’ 작품 3편 [웹툰기획]⑤

“웹툰을 기반으로 영상화 작업을 시도할 때 더 구체적인 상상을 펼칠 수 있고, 웹툰에서 부재하는 장면을 영상에서 채워줄 수 있다.” (김성수 대중문화 평론가)최근 지상파, 케이블, OTT 등 각종 플랫폼에서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와 영화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미 웹툰 팬들에게 인정받은 작품일수록 시나리오에 대한 신뢰도가 커지고 기존 팬들의 유입을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친절히 그림으로 콘티가 나온 작품이기에 연출을 하는 데 있어 구상하기 쉽다. 하지만 웹툰의 실사화가 100%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이미 검증을 거친 원작이 확실한 비교대상이 되기 때문에 대중의 평가는 더욱 냉정할 수밖에 없다. 다만 이 엄격한 잣대에도 “원작을 뛰어넘었다”는 평가를 받는 작품이 있다. 바로 tvN ‘미생’, ‘유미의 세포들’, 넷플릭스 ‘스위트홈’이 그 주인공이다. ◇ ‘미생’2010년대 다음 웹툰을 대표한 웹툰 작가 윤태호의 작품으로 2014년 드라마로 만들어졌다. 공식 클립 누적 조회수만 2억5000만뷰를 달성할 정도로 장시간 동안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미생’은 바둑 연구생 출신 장그래(임시완)가 낙하산으로 대기업 인턴으로 들어가면서 벌어지는 일상을 그린 작품이다. 고졸 출신에 스펙 하나 갖추지 못한 장그래의 분투를 사실적으로 그려내 많은 직장인들의 공감을 샀다.‘미생’은 원작에 충실한 스토리와 원작 인물들을 100% 구현한 배우들의 연기력으로 9년째 ‘명작’이라는 수식어를 얻고 있다. 윤 작가 특유의 담백한 그림체에 맞게 ‘미생’의 배우들도 실제 직장인처럼 단촐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회사 생활에서 처음 ‘전쟁’을 겪어 본 장그래를 표현하기 위해 임시완은 시종일관 음울한 표정을 짓고, 매일 피곤에 시달려 눈이 빨개진 영업 3팀 과장 오상식을 표현하기 위해 이성민은 충혈된 눈으로 연기에 임한다. 이 외 강소라, 변요한, 강하늘 등 ‘미생’ 배우들 모두 원작을 그대로 뚫고 나온 듯한 흡입력을 자랑한다. ‘미생’ 특유의 무거우면서도 따뜻한 연출, 몰입을 유발하는 장면도 미생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일조했다. ‘미생’에서 빠질 수 없는 인물들의 독백과 서로 주고받는 대사를 통해서다. 웹툰에서는 삶의 의미를 관통하는 무수한 명대사들을 텍스트로만 전달했는데 드라마에서는 배우들의 감정이 실린 음성으로 시청자들에게 전달됐다. “버틴다는 건 어떻게든 완생으로 나아간다는 거니까”라는 오상식의 대사가 웹툰보다 드라마에서 감동의 효과가 더욱 큰 것도 그 이유에서다. 화려한 액션, 장대한 스케일의 작품은 아니었지만 드라마 ‘미생’은 원작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그대로 영상에 담아내며 최고의 웹툰 실사화 작품 중 하나로 언급되곤 한다. ◇ ‘유미의 세포들’2021년 시즌1, 이듬해 시즌2까지 제작된 ‘유미의 세포들’은 이동건 작가의 동명 웹툰이 원작이다. 2015년 첫 연재부터 2020년 완결까지 5년 동안 누적 조회 수 32억 뷰를 달성했다. ‘유미의 세포들’은 세포들과 함께 성장하는 평범한 30대 여성 유미(김고은)의 이야기를 그린 공감 로맨스. 흔한 로코와 달리 ‘유미의 세포들’은 제목처럼 스토리에 세포가 등장한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연애를 할 때 활성화되는 사랑세포, 응큼세포, 감성세포, 시도 때도 없이 나오는 자존심 세포, 자린고비 세포, 출출 세포 등 다양한 세포들이 등장해 유미의 감정을 형성하는 모습이 주된 관전 포인트였다. 유미보다도 더 유미의 마음을 잘 아는 듯한 세포들의 말과 행동은 마치 내 몸 속 어딘가에서도 일어나고 있을 듯한 상상력과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유미의 세포들’의 실사화가 처음 결정된 뒤 원작 팬들의 우려가 없었던 건 아니다. 원작에서 세포들이 파란색 옷을 입은 캐릭터로 그려졌는데 드라마에서는 어떻게 구현될지가 최대 관건이었다. 하지만 ‘유미의 세포들’ 제작진은 원작보다 귀여움이 배가된 3D 캐릭터를 만들었고, 베테랑 성우까지 투입시키며 드라마 속 완벽한 ‘세포 나라’를 탄생시켰다. 세포에 따라 움직이는 실제 인물 김고은, 안보현(구웅), 유바비(박진영) 또한 원작 속 인물들의 외모와 성격, 케미를 뛰어나게 살리면서 드라마 ‘유미의 세포들’의 성공을 견인했다. ◇ ‘스위트홈’네이버 웹툰에서 2017년부터 3년 동안 연재된 작품으로, 2020년 넷플릭스에서 드라마로 만들어졌다. 공개와 동시에 미국 넷플릭스 톱10 차트 진입, 한국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최초로 월드 차트 3위까지 올라섰다. ‘스위트홈’은 ‘그린홈’이라는 낡은 아파트에서 괴물로 변한 이웃들을 피해 살아남으려는 현수(송강)와 생존자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시즌2는 오는 12월 공개 예정이다.‘스위트홈’의 묘미는 무엇보다 기괴한 형태를 띤 괴물들의 모습이다. 거미 괴물, 촉수 에일리언 등 완연한 괴물처럼 보이는 이들도 있고, 경비 괴물처럼 사람의 육체에 괴물의 얼굴을 가진 이도 있다. 욕망에 사로잡힌 사람들이 점차 괴물로 변한 것이기에 저마다 각기 다른 모양새를 가진다. 원작에서도 소름끼치는 모습이었지만, 드라마 ‘스위트홈’에서 고도의 CG작업을 통해 영상으로 만들어진 괴물들은 진짜로 살아움직이는 생동감 넘치는 모습으로 오싹함을 자아냈다. 이 같은 퀄리티를 위해 회당 제작비 30억원이 들었다. 다만 과도한 스토리 압축에 등장 인물들의 서사, 괴물이 된 사람들이 욕망을 키워가는 과정이 필요 이상으로 편집됐다는 지적도 있었다. 그럼에도 강한 개성을 가진 캐릭터들의 성격과 배우들의 싱크로율이 딱 맞아 떨어졌다는 평가와 함께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청춘 스타 송강, 이도현, 고민시, 박규영, 고민정을 필두로 내세운 ‘스위트홈’은 새로운 얼굴이 가득한 라인업으로 젊은 세대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여기에 국내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크리처물로 K콘텐츠의 진보를 실감케 하며 ‘한국판 워킹데드’라는 수식어까지 얻었다. 공희정 드라마 평론가는 “웹툰은 영상 콘티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주고 있다. 또 그동안 여러 웹툰이 실사화되면서 현장의 노하우도 쌓이고 있는 추세다. 이제 영상과 웹툰이 떼어놓을 수 없는 짝이 됐다”며 “웹툰의 그림이 영상에 적절히 구현됐을 때, 대중은 웹툰에서 경험해보지 못한 장면을 시각적으로 느끼며 원작과 또 다른 매력을 느끼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권혜미 기자 emily00a@edaily.co.kr 2023.10.04 05:40
드라마

[정덕현의 요즘 뭐 봐?]‘마스크걸’, 가면 쓴 한국사회의 민낯을 폭로하는 통쾌함

마스크는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활동해야 하는 이들의 도구로 쓰이곤 했다. 미국의 작가 존스턴 매컬리가 쓴 소설 ‘쾌걸 조로’의 조로는 검술은 물론이고 승마, 사격 등에도 뛰어난 귀족이 가면을 쓴 협객이 되어 독재자와 악당들에 맞서는 이야기를 그렸다. 이 마스크를 쓴 협객은 훗날 다크히어로의 대명사가 된 배트맨에도 영향을 미쳤다. 영화로도 제작된 ‘브이 포 벤데타’는 혁명과 저항의 아이콘이 된 가이 포크스 가면을 쓴 브이가 파시즘과 대항하는 이야기를 그렸는데, 이 가면은 최근 시위에 등장할 정도로 저항의 상징적 의미를 갖기도 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우리에게도 한국판 ‘쾌걸 조로’에 가까운 ‘각시탈’이 있다. 허영만 화백이 그린 만화로 드라마화되기도 한 ‘각시탈’에서 주인공 이강토(주원)는 각시탈을 쓰고 일제에 저항하는 활약을 펼친다. 마스크를 쓴다는 건 이처럼 정체를 숨긴다는 의미가 강하지만, 또한 마스크를 씀으로써 오히려 자신의 또 다른 능력이나 가능성을 꺼내 보일 수 있다는 의미도 있다. 폭스에 ‘더 마스크드 싱어’로 판권이 팔려 롱런하고 있는 MBC ‘복면가왕’이 그렇다. 얼굴에 복면을 씀으로써 편견과 선입견 없이 노래에 집중하게 하고, 가창자도 오히려 더 마음껏 가능성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게 이 예능 프로그램에서 마스크의 기능이다. 그렇다면 최근 방영되어 전 세계적으로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마스크걸’에서 마스크의 의미는 뭘까. 본래는 김완선처럼 춤추며 세상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싶었지만 외모콤플렉스를 가져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아가는 김모미(이한별)가 밤이 되면 마스크로 얼굴을 숨긴 채 인터넷 방송 BJ로 활동한다는 도입부만 보면, 이 마스크의 의미는 외모지상주의를 꼬집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또 이 마스크걸이 김모미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회사 동료 주오남(안재홍) 역시 뚱뚱한 몸 때문에 따돌림을 당하고 엄마 김경자(염혜란)의 과도한 기대 사이에서 비뚤어진 성의식을 갖게 된 인물이라는 점 또한 이 작품이 ‘외모지상주의’를 비판하고 있다는 걸 분명하게 드러낸다. 하지만 ‘마스크걸’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만일 외모지상주의만을 다루는 작품이라면 김모미와 주오남이 서로의 처지를 이해하며 외모만 쳐다보는 세상으로부터 생존하는 길을 찾아갔을 테지만, 이야기는 서로의 정체가 드러난 두 사람이 파국으로 치닫고, 결국 김모미가 살인을 저지르는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전개된다. 여기서부터 ‘마스크걸’의 이야기도 또 마스크의 상징성도 더 확장된다. 처음에는 김모미와 주오남이 외모지상주의의 현실 앞에 쓴 마스크의 이야기로 시작했지만, 그 후에는 아들의 죽음으로 그 상처를 지울 수 없어 집요한 복수로 자신을 몰아가는 김경자(염혜란)가 쓴 모성이라는 핑계의 마스크를 이야기하고, 추악한 실체를 숨긴 채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다가 김춘애(한재이)의 폭로로 민낯이 드러난 최부용(이준영)이라는 연예인의 마스크를 이야기한다. 또 나락으로 떨어진 최부용에게 연민을 느껴 자신이 폭로했다는 사실을 숨긴 채 함께 살아가는 김춘애를 통해 익명의 이름으로 추앙과 폭로를 오가는 마스크를 쓴 팬들의 양면을 담아내기도 한다. 즉 ‘마스크걸’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은 저마다의 마스크를 쓴 채 살아가는데, 이 작품은 그렇게 해야 버텨낼 수 있는 이 사회의 비뚤어진 모습을 이들을 통해 보여준다. 사실 우리는 상황에 따라 다양한 가면을 바꿔 쓰는 이른바 ‘멀티 페르소나’의 시대에 살고 있다. ‘본캐’만이 아닌 다양한 ‘부캐’를 갖는 것이 그 삶을 훨씬 더 풍요롭게 해준다는 걸 생각해보면 멀티 페르소나는 적극적으로 계발한다면 긍정적인 의미를 갖는 면이 있다. 하지만 본인은 갖고 싶지 않지만 사회가 만들어내는 어떤 억압에 의해 마스크를 써야 비로소 살아갈 수 있다는 의미에서의 ‘멀티 페르소나’는 병리학적인 접근이 필요할 정도로 부정적인 의미가 더 크다. 그것은 살벌한 현실의 보호기제로서 작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즉 우리 앞에는 두 종류의 마스크가 존재하는 셈이다. 그 하나가 그 사람의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주는 마스크라면, 다른 하나는 그 가능성을 제한하고 생존하기 위해 쓰는 마스크다. 우리의 사회 구성원들은 과연 어떤 종류의 마스크를 더 많이 쓰고 살아가고 있을까. ‘마스크걸’이 환기시키는 질문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2023.09.11 0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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