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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송재우의 포커스 MLB] 제이콥 디그롬의 무시무시한 기록들

메이저리그(MLB) 현역 야수 중 '최고'를 꼽으라면 아마 마이크 트라웃(LA 에인절스)이 가장 많은 표를 받을 거다. 무키 베츠, 코디 벨린저(이상 LA 다저스), 프레디 프리맨(애틀랜타),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샌디에이고), 후안 소토(워싱턴) 등 수많은 스타가 있지만, 트라웃을 첫 번째로 뽑는 데 큰 이견이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선발 투수 중에선 누가 최고일까. 게릿 콜(뉴욕 양키스), 클레이턴 커쇼(LA 다저스), 맥스 슈어져(워싱턴), 셰인 비버(클리블랜드), 류현진(토론토) 등 스타일은 달라도 이력이 화려한 선수들이 즐비하다. 하지만 최근 4년 동안 가장 위력적인 모습을 보여준 투수는 제이크 디그롬(33·뉴욕 메츠)이 아닐까 싶다. 올 시즌 그의 성적도 MLB 역사에 한 페이지를 장식할 수준이다. 미국 현지에선 디그롬을 '디그로미넌트(deGrominant)'라고 부른다. 디그롬의 이름과 '압도적인'을 뜻하는 도미넌트(dominant)를 합성한 단어다. 디그롬은 올 시즌 첫 5경기에서 평균자책점 0.51(35이닝 2자책점)을 기록했다. 첫 4경기에선 탈삼진을 무려 50개(29이닝)나 잡아내 이 부문 신기록을 달성했다. 1978년 놀란 라이언과 올 시즌 비버(이상 48탈삼진)가 세운 기록을 넘어섰다. 그뿐만 아니라 페드로 마르티네스(전 보스턴)와 콜에 이어 '3경기 연속 14탈삼진'을 해낸 역대 세 번째 투수가 됐다. 디그롬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타자를 주눅 들게 하는 구위다. 디그롬의 포심 패스트볼은 보통 시속 97~101마일(156.1~162.5㎞) 사이에 형성된다. 평균구속이 무려 시속 99마일(159.3㎞) 정도. 슬라이더와 체인지업 구속이 웬만한 투수들의 패스트볼과 비슷한 시속 91~92마일(146.5~148㎞)이다. 그의 변화구는 쉽게 말해 '변화하는 빠른 공'이라는 표현이 적당하다. 정교한 컨트롤도 한몫한다. 디그롬은 공격적인 투구로 투구 수를 절감한다. 탈삼진이 많으면 자칫 투구 수가 늘어날 수 있지만, 그는 이 통념을 깨트리고 있다. 올해 이닝당 투구 수가 13.5개. 스트라이크를 잡아낸 비율이 무려 73%이다. 보통 60%만 되도 높은 편인데 디그롬은 70%를 상회한다. 위기 상황엔 더 강하다. 올 시즌 득점권 피안타율이 0.083(12타수 1피안타)에 불과하다. 득점권 피출루율(0.143)과 피장타율(0.167)보다 뛰어난 기록이다. 주자를 별로 내보내지 않는데, 득점권 위기에서도 강하니 실점이 적을 수밖에 없다. 올해 소화한 35이닝 중 '무실점'으로 처리한 게 전체 이닝의 91%인 32이닝에 달한다. 그의 현재 페이스가 얼마나 오래 이어질 수 있을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한 번에 무너지는 유형의 투수가 아니라는 건 확실하다. 일찌감치 사이영상 후보 0순위로 꼽히는 이유다. 만약 올해 사이영상을 받는다면 지난해 트레버 바우어(현 LA 다저스)에게 내줬던 타이틀을 1년 만에 다시 가져온다. 4년 중 세 차례나 사이영상을 받은 투수는 지금껏 커쇼 외에는 없다. 디그롬은 거의 매 시즌 MLB에서 가장 불운한 투수로 꼽힌다. 득점 지원을 거의 받지 못하지만, 그는 흔들림 없이 자신의 공을 던진다. 개인 첫 사이영상을 받았던 2018년 평균자책점이 1.70. 시즌 승수는 10승에 불과했다. 역대 사이영상을 받은 투수 중 최소 승리였다. 올 시즌에도 득점 지원이 저조해 승수 쌓기엔 어려움이 있지만, 그의 위력 또한 변함없다. 현재는 과거로 만들어지고, 미래를 바라보게 해준다. 현재 MLB 최고의 투수로 디그롬을 꼽는 건 무리가 아닌 것 같다. 송재우 MBC SPORTS+ 해설위원 정리=배중현 기자 2021.05.06 00:01
야구

야속해…레일리의 불운 바통 넘겨받은 스트레일리

탈삼진 전체 1위(62개)에 투구 이닝 2위(55⅔이닝) 평균자책점은 2.10으로 3위. 그런데 다승 부문에서 순위표 아래에서 찾아야 한다. 공동 50위. 승운이 없어도 너무 없다. 해당 기록의 주인공은 롯데 댄 스트레일리(32)다. 스트레일리는 20일까지 총 9차례 선발 등판했다. 총 55⅔이닝을 던지는 동안 평균자책점 2.10으로 NC 구창모(0.82)와 키움 에릭 요키시(1.68)에 이어 부문 전체 3위다. 올 시즌 KBO 리그 무대를 처음 밟은 선수 중 가장 좋은 성적이다. 그런데 7이닝 무실점으로 KBO 데뷔승을 신고한 5월 10일 SK전 이후 승리 시계는 7경기째 멈춰 있다. 고작 1승. 승리보다 패전(2회)이 더 많다. 5월 26일 삼성전을 시작으로 지난 18일 키움전까지 최근 5차례 등판에선 평균자책점 1.07을, 경기당 평균 6⅔이닝을 책임졌는데 승리가 없다. 타선의 득점 지원이 형편없는 수준이다. 스트레일리가 마운드에 있는 동안 득점 지원은 1.22로,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의 평균 득점 지원(3.57)에 훨씬 못 미친다. 서준원(3.13) 노경은(3.57) 박세웅(2.75) 등 팀 내 다른 선발투수와 비교하면, 스트레일리에게는 빈약한 득점 지원이 더욱 야속할 수밖에 없다. 불펜진의 방화로 승리 요건이 무산된 경우도 있다. 5월 31일 두산전과 지난 18일 키움전에선 1~2점 차 앞선 상황에서 마운드를 넘겼는데, 불펜진의 방화로 2승 달성에 실패했다. 스트레일리는 KBO 무대에서 승운이 너무 따라주지 않았던 다른 외국인 투수와 비교해도 그 정도가 유독 심하다. 이런 외국인 선수에겐 선수의 성과 함께 '울다'라는 뜻의 크라이(CRY)가 합성, 불운을 상징하는 별명이 따라붙었다. SK 유니폼을 4년간 입은 뒤 메이저리그 애리조나로 역수출된 메릴 켈리는 2016년 평균자책점 3.68을 올렸는데 당시 9승8패에 그쳐 '켈크라이'로 통했다. 당시 그의 R/G(선발 투수가 던진 이닝까지의 팀 득점)는 3.41이었다. 2018년 '윌크라이'로 불렸던 LG 타일러 윌슨은 그해 9승4패 평균자책점 3.07을 올렸고, R/G는 4.15였다. 공교롭게도 스트레일리는 롯데가 구단 역사상 최장수 외국인 선수로 뛴 덕 레일리와 재계약을 맺지 않으면서 한국 무대로 옮겨왔다. 그런데 '불운' 바통도 그대로 이어받았다. 좌완 레일리의 지난해 평균자책점은 3.88. 시즌 성적은 5승, 그리고 14패였다. 전체 30차례 등판 가운데 19번 퀄리티 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를 기록했음에도, '최다패 투수'라는 불명예 타이틀을 얻고 고국으로 짐을 싸 돌아갔다. 메이저리그 통산 성적은 44승 40패, 평균자책점 4.56을 기록한 스트레일리는 빅리그 커리어 156경기에서 대부분인 140경기를 선발로 등판하는 등 풍부한 선발 경험을 갖췄다. 140㎞ 중후반대 패스트볼과 130㎞ 중후반대 슬라이더로 탈삼진 부문 1위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롯데는 위력적인 에이스를 보유하고도 스트레일리의 등판 시 5승4패에 그친다. 그의 호투에 비하면 승률이 너무나도 낮다. 롯데가 순위 경쟁에서 좀 더 올라가려면 에이스의 등판 때 더 많이 이겨야 하고, 스트레일리의 승리도 만들어줘야 한다. 코칭스태프와 야수진의 어깨가 무거운 이유다. 이형석 기자 2020.06.22 06:00
야구

[IS 인터뷰] LG 윌슨, 야구도·인성도·한글도 완벽

LG의 에이스 타일러 윌슨(30)은 팀 동료와 팬들에게 사랑받을 수밖에 없는 능력을 갖췄다. 윌슨은 20일까지 4승2패 평균자책점 1.89로 호투하고 있다. 투구 이닝 2위(66⅔이닝)에서 증명하는 아프지 않은 건강한 몸에, 퀄리티스타트 공동 1위(9회)·평균자책점 3위의 실력까지 갖췄다. 지난해에도 평균자책점 2위(3.09)에 170이닝을 던졌다. 2년 연속 변함없는 활약을 선보이는 윌슨은 승운이 따라 주지 않아 '윌크라이'로 불리는 것도 여전하다. 헨리 소사가 떠난 가운데 케이시 켈리(5승3패·ERA 2.17)와 짝을 이뤄 10개 구단 최강 원투펀치를 형성하고 있다. 잭 에프론·로버트 패틴슨을 닮은 잘생긴 외모에 고학력 스펙까지 갖춘 그다. 대학 재학 시절에는 의학을 공부했고, 아버지는 야구 선수, 아내는 농구 선수 출신이다. LG 트윈스 소속인 그는 지난해 공교롭게도 쌍둥이 자녀를 얻기까지 했다. 윌슨은 예의 바르고, 모범적인 외국인 선수로 통한다. 여느 외국인 선수들과 달리 동료들의 실책, 자신의 승리가 날아가도 전혀 내색하지 않고 오히려 팀의 역전승에 가장 먼저 뛰쳐나와 환호한다. 그런 그를 향해 감독과 선수는 엄지손가락를 치켜 세운다. 또한 KBO 리그 무대에 좀 더 적응하고, 함께하기 위해 한글을 읽고 적는 연습까지 한다. 국내에 거주한 기간이 1년 남짓임을 감안하면 한국어 구사 능력은 상당한 수준급이다.윌슨은 한국에서의 생활, LG에 몸담고 있는 부분에 대해 "슈퍼 해피(super happy)"라고 말했다. - KBO리그 첫 시즌이던 2018년보다 초반 성적이 더 좋다."지난해보다 확실히 편해진 점이 가장 큰 이유다. 야구장에 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알고 있다. 팀원들과 관계도 더 발전됐다. 나뿐만 아니라 가족들도 마찬가지다. 지난해에는 몇 달 동안 적응이 필요했으나 지금은 모든 것이 편안해졌다." - 그 외에 다른 점은 없나.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세 가지 부분에 중점을 둔다. 좋은 동료가 되는 것, 최선을 다해 던지는 것, 이전보다 나은 투구를 하는 것. 이 세 가지를 항상 다짐하며 마운드에 오른다. 야구는 정말 많은 변수가 발생한다. 내가 어떻게 제어할 수 없는 부분이 생긴다. 상대 타자가 아무리 잘 쳐도 우리 야수들이 좋은 수비를 하면 아웃 카운트가 올라가고, 내 평균자책점은 내려간다. 때문에 내가 제어할 수 있는 것에만 신경쓰려 한다. 내가 정한 세 가지만 잘 지키면 좋은 시즌을 치를 것이란 믿음이 있다." - 올 시즌 마운드에서 왼다리를 조금씩 튕겨 주는 느낌이다. "내 리듬을 갖고 가기 위한 변화다. 매년 조금씩 변화를 주는데 오픈 시즌 때 연구해서 적용하고 있다. 모든 선수들이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기 전에 숨을 크게 쉬거나, 글러브를 움직인다든가 리듬을 찾기 위해 무언가를 한다. 수비 교대 이후 마운드에 처음 올라 점핑하는 것은 '그래 가자'라며 내게 주문하는 루틴이고, 다리를 움직이는 건 리듬을 찾기 위한 것으로 조금 다르다. 어쨌든 좋은 성적이 나오므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윌슨은 '윌크라이'라는 얘기만 들어도 자신을 두고 하는 얘기인지 알고 있다. 인터뷰 도중에 '윌크라이'만 듣고서도 웃음 지었다. '윌슨'과 '크라이(cry·울다)'를 합성한 '윌크라이'는 잘 던지고도 승리를 따내지 못하는 경기가 많아지자 팬들이 안타까운 마음에 붙여 줬다.지난해 못지않게 불운하다. 올 시즌 네 차례나 승리투수 요건에서 마운드를 내려간 뒤 불펜진의 난조로 승리가 날아갔다. 윌슨이 마운드에 있는 동안 타선의 득점 지원은 2.50점에 그친다. 지난해 4.15점보다도 뚝 떨어졌다. - 올 시즌에도 불운한 모습이다."괜찮다. 그게 야구다. 시즌은 아직 많이 남아 있고,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부분이다. 야수가 10점을 지원하든 1점을 내든 항상 팀이 이기도록 열심히 찬스를 만드는게 내 역할이다. 팀을 믿는다." 류중일 감독은 수차례 인터뷰에서 "윌슨은 지금껏 본 외국인 선수 중 인성이 가장 뛰어나다"고 칭찬했다. 동료들 역시 "윌슨의 성실함과 성격이 최고다"라고 입을 모은다. - 야수의 실책에도 실망하는 내색 없이 박수를 보내더라. "우리는 한 팀이다. 모두가 승리를 위해 열심히 뛰고 있다. 실책은 열심히 뛰는 과정에서 언제든지 나올 수 있다. 내가 못 던져도 야수들이 점수를 많이 뽑아 주려 노력하고, 호수비로 나를 도와줄 때도 있다. 나 역시 야수들이 점수를 못 내면 최대한 점수를 적게 줘 팀이 이길 수 있도록 돕고 싶다. 경기에서 지더라도 동료들의 실책을 신경쓰고 싶지 않다. 하나가 돼 서로 열심히 하는 게 중요하다. 내 승리만 추구하기보다 동료들끼리 신뢰를 쌓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이번 시즌부터 KBO 리그 공인구에 변화가 있었는데 체감하나?"지난해와 확실히 다르다. 타자가 타격한 뒤 뜬공이 날아가는 것을 보면 비거리가 줄어든 것 같다. 또 공인구를 처음 받아 만졌을 때 촉감이 확실히 다르다고 느꼈다. 지금은 모두 적응됐다." 윌슨은 한글을 읽을 줄 안다. 구장 외야 펜스에 적힌 상호도 모두 읽는다. 발음도 비교적 또렷한 편이다. 무엇보다 한글을 적기까지 한다. 지난해 자신의 이름을 한글로 써 달라고 요청했을 때는 '타일러'의 '러'를 세 번째 도전 끝에 제대로 적었는데 1년 사이 한국어 능력이 크게 좋아졌다. 이번에는 쌍둥이 자녀의 이름을 적어 달라고 요청하자 빙긋 웃으며 막힘없이 자신 있게 술술 적어 나갔다. 모음을 적는 순서는 다소 틀렸지만 글자체는 훨씬 안정적이었다. - 한국어 실력이 더 좋아진 것 같다."한글 단어를 적고 읽을 줄 안다. 지난해보다 단어 공부를 좀 더 했다. 아직 문장을 만드는 건 어렵다." - 한글을 배우기 상당히 까다롭고 어려웠을텐데. " 발음이 비슷한 단어가 많아 읽기 어려울 때도 많다. 지난해 스프링캠프부터 언어 애플리케이션(rosetta stone)으로 공부하고 있다. 자주 연습하려 노력한다. 고등학교 시절 스페인어를 선택해 제2외국어를 공부한 적 있다. 지금 내 주변에는 거의 한국 사람들이 많다. 통역의 도움을 많이 받지만, 통역이 항상 옆에 있을 수 없다. 또한 선수들과 따로 대화를 나눠야만 하는 상황도 있다. 내 집, 호텔 생활 등등 주변 사람들과 유대 관계를 위해 당연히 최소한의 한국어 구사 능력은 필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노력하고 있다. 이들과 관계는 내게 아주 중요하기 때문이다. 더 열심히 공부해 전체 문장을 이해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 쌍둥이 자녀가 있어 이곳저곳 많이 둘러보나."서울은 좋은 도시고 아름다운 곳이어서 휴식일이면 아이들과 많은 곳을 방문한다." - 지난해 KBO 리그에서 뛴 메릴 켈리(애리조나)와 라이언 피어밴드(토론토)가 지난 주말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던졌다. "경기는 챙겨 보지 못했지만 결과는 알고 있다. KBO 리그에서 미국으로 돌아가 빅리그 무대에 다시 오른 스토리가 좋다. 나와 친분이 있기에 바라보면 더욱 재밌다." 윌슨은 2015년 볼티모어 소속으로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2017년까지 3년 동안 42경기(선발 19차례)에서 8승10패 평균자책점 5.02를 기록한 바 있다. - 비슷한 스토리를 꿈꾸나. "아직까지 그런 부분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없다. 지금 뛰고 있는 하루하루, 현재가 중요할 뿐이다. 먼 미래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있다." - 올 시즌 목표는. "열심히 던지며 매일 발전하는 좋은 동료가 되고 싶다. 또 한국 무대가 처음인 켈리가 놀랍게 잘 던지고 있는데, 계속 꾸준히 잘 던지도록 조언자 역할을 하고 싶다. 우리 투수들이 잘하고 있는데 계속 잘해서 팀이 좋은 성적을 올렸으면 한다." 이형석 기자 lee.hyeongseok@jtbc.co.kr 2019.05.21 06:30
야구

잘 던지고도 이렇게 승운이 없을수가…불운한 투수 열전

선발투수는 혼자만의 힘으로 '승리투수'가 될 수 없다. 마운드에서 아무리 잘 던진다 해도 팀이 점수를 뽑지 못하면 '패전'을 면하는 데 그칠 뿐이다. 타선의 득점 지원과 야수들의 탄탄한 수비가 뒤따라야 한다. 또 강한 불펜이 리드 상황을 지켜 줘야 한다.SK 외국인 투수 메릴 켈리가 지난해 '켈크라이'라는 별명으로 불린 이유 역시 수차례 호투를 하고도 승 수를 추가하는 게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팬들은 그에게 '켈리'와 '크라이(Cry·울다)'의 합성어인 '켈크라이'라는 별명을 붙여 줬다. 올 시즌 KBO 리그에도 유독 승운이 없는 투수가 많다. kt 라이언 피어밴드(32)가 대표적이다. 피어밴드는 29일까지 평균자책점 2.78로 이 부문 1위에 올라 있다. 리그에서 유일하게 2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다승 성적표는 초라하다. 평균자책점 10걸 중 승리가 가장 적다. 8승9패. 6월 3일 롯데전에서 6이닝 무실점으로 시즌 7승을 거둔 뒤 8승을 올리기까지 85일이 걸렸다.이 기간 승리를 쌓진 못했지만 그렇다고 피어밴드가 못 던진 게 아니다. 7승과 8승 사이의 13차례 등판에서 8차례나 퀄리티스타트(QS·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를 기록했다. 지난 27일 삼성과 경기에서 8이닝 1피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한 뒤에야 승리투수가 될 수 있었다.그를 바라보는 사령탑의 마음도 안타깝기 그지없다. 김진욱 kt 감독은 "피어밴드가 승 수가 적은 것에 대해 겉으로는 괜찮은 척해도 속마음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며 "평균자책점 타이틀이라도 따냈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작 피어밴드는 "승운이 안 따라 줘도 승리는 내가 조절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비록 승리투수는 되지 못했지만 내가 퀄리티스타트를 달성한 경기에서 팀이 이긴 적이 있어 만족한다"고 의연해했다.올 시즌 팀의 1선발로 기대를 모았던 팀 동료 돈 로치(28) 역시 마찬가지다. 올 시즌 22차례 등판에서 평균자책점 4.95를 기록하고 있는 로치는 리그에서 패전이 가장 많은 투수다. 벌써 13패를 당했다. 반면 승리는 두 번밖에 없다. 4월 19일 KIA전(7이닝 1실점) 이후 4개월 넘게 승리 소식이 없다.남은 등판에서도 승리 대신 패전만 쌓는다면 불명예 기록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다. 로치는 초반 2연승 이후 내리 13경기에서 패전투수가 됐다. KBO 리그 역대 개인 최다 연패는 1986년 장명부가 기록한 15연패다. 1983년 다승왕(30승)에 오른 장명부는 1985년 11승25패, 평균자책점 5.30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로치와 마찬가지로 삼성 재크 페트릭(28)도 아직까지 2승에 불과하다. 그는 올 시즌 가장 불운한 외국인 투수 중 한 명이다. 20차례의 등판에서 정확히 절반인 10번 QS를 달성했다. 그나마 QS를 달성한 경기에서 2승을 거뒀다. 나머지 8차례의 QS 경기에선 패전이 3차례, 노 디시전이 5차례였다. 심지어 올 시즌 4경기당 3번꼴로 상대 외국인 투수와 맞대결을 했다. 이 역시 페트릭이 불운한 이유 중 한 가지다.페트릭은 1승에 그쳤던 5월 말 "마운드에서 계속 던질 수 있어 행복하다. 실망하지도 않는다"며 "득점이 적으면 내가 실점을 더 적게 하면서 막아 줘야 한다. 리드를 잡고 있는 상황에서 내가 깔끔하게 막고 내려와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팀에 미안하다"고 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승 수 쌓기가 여의치 않자 내심 아쉬웠던 듯하다. 부상에서 돌아온 최근에는 "선발투수로서 항상 퀄리티스타트가 최우선 목표다. 팀 승리에 발판을 놓고 싶다"면서도 "아직 2승밖에 없어서 조금 더 승리를 쌓고 싶다"고 바람을 이야기했다.지난해 말 LG와 96억원에 FA 계약을 맺고 이적한 차우찬(30)도 승운이 별로 없는 편이다. 올 시즌 8승6패를 기록하고 있다. 평균자책점(3.24)에 비하면 승리가 적다. NC 에릭 해커(11승5패·3.26), KIA 헥터 노에시(17승3패·3.38), KIA 양현종(17승5패·3.53), SK 켈리(13승5패·3.54) 등과 비교하면 확연하게 드러난다. 굳이 멀리서 찾지 않고 가까이 있는 팀 동료와 비교해도 마찬가지다. 4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 중인 LG 류제국(4.87)이 차우찬과 같은 8승을 올렸다. 롯데 박세웅(22)은 데뷔 3년 차를 맞아 올 시즌 리그를 대표하는 차세대 에이스로 성장했다. 평균자책점은 3.06으로 리그 2위다. QS 17회로 국내 투수 가운데 두 번째로 많다. 그러나 칠전팔기 끝에 어렵사리 개인 첫 10승을 달성했다. 지난 6월 25일 두산전에서 시즌 9승을 올린 뒤 두 달 가까이 흐른 8월 13일 삼성전에서야 10승 고지를 밟았다. 평균자책점 4.78의 kt 고영표(26) 역시 피어밴드와 마찬가지로 85일 동안 승리가 없는 불운을 경험했다. 올 시즌 승운이 없는 투수들의 공통점은 한 가지다. 득점 지원이 적었다. kt의 '원투스리펀치' 로치, 고영표, 피어밴드는 규정 이닝을 채운 투수 가운데 득점 지원 최소 1~3위에 나란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선발투수가 마운드에 있는 동안 얻은 득점 지원은 로치가 1.95점, 고영표가 2.43점, 피어밴드가 2.52점에 불과하다. 규정 이닝에 조금 모자란 페트릭은 고작 1.90점밖에 안 된다. 그 외에 차우찬과 박세웅도 리그 평균(3.85)보다 적은 득점 지원을 받았다. 이형석 기자 2017.08.31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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