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IS 인터뷰] LG 윌슨, 야구도·인성도·한글도 완벽
LG의 에이스 타일러 윌슨(30)은 팀 동료와 팬들에게 사랑받을 수밖에 없는 능력을 갖췄다. 윌슨은 20일까지 4승2패 평균자책점 1.89로 호투하고 있다. 투구 이닝 2위(66⅔이닝)에서 증명하는 아프지 않은 건강한 몸에, 퀄리티스타트 공동 1위(9회)·평균자책점 3위의 실력까지 갖췄다. 지난해에도 평균자책점 2위(3.09)에 170이닝을 던졌다. 2년 연속 변함없는 활약을 선보이는 윌슨은 승운이 따라 주지 않아 '윌크라이'로 불리는 것도 여전하다. 헨리 소사가 떠난 가운데 케이시 켈리(5승3패·ERA 2.17)와 짝을 이뤄 10개 구단 최강 원투펀치를 형성하고 있다. 잭 에프론·로버트 패틴슨을 닮은 잘생긴 외모에 고학력 스펙까지 갖춘 그다. 대학 재학 시절에는 의학을 공부했고, 아버지는 야구 선수, 아내는 농구 선수 출신이다. LG 트윈스 소속인 그는 지난해 공교롭게도 쌍둥이 자녀를 얻기까지 했다. 윌슨은 예의 바르고, 모범적인 외국인 선수로 통한다. 여느 외국인 선수들과 달리 동료들의 실책, 자신의 승리가 날아가도 전혀 내색하지 않고 오히려 팀의 역전승에 가장 먼저 뛰쳐나와 환호한다. 그런 그를 향해 감독과 선수는 엄지손가락를 치켜 세운다. 또한 KBO 리그 무대에 좀 더 적응하고, 함께하기 위해 한글을 읽고 적는 연습까지 한다. 국내에 거주한 기간이 1년 남짓임을 감안하면 한국어 구사 능력은 상당한 수준급이다.윌슨은 한국에서의 생활, LG에 몸담고 있는 부분에 대해 "슈퍼 해피(super happy)"라고 말했다. - KBO리그 첫 시즌이던 2018년보다 초반 성적이 더 좋다."지난해보다 확실히 편해진 점이 가장 큰 이유다. 야구장에 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알고 있다. 팀원들과 관계도 더 발전됐다. 나뿐만 아니라 가족들도 마찬가지다. 지난해에는 몇 달 동안 적응이 필요했으나 지금은 모든 것이 편안해졌다." - 그 외에 다른 점은 없나.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세 가지 부분에 중점을 둔다. 좋은 동료가 되는 것, 최선을 다해 던지는 것, 이전보다 나은 투구를 하는 것. 이 세 가지를 항상 다짐하며 마운드에 오른다. 야구는 정말 많은 변수가 발생한다. 내가 어떻게 제어할 수 없는 부분이 생긴다. 상대 타자가 아무리 잘 쳐도 우리 야수들이 좋은 수비를 하면 아웃 카운트가 올라가고, 내 평균자책점은 내려간다. 때문에 내가 제어할 수 있는 것에만 신경쓰려 한다. 내가 정한 세 가지만 잘 지키면 좋은 시즌을 치를 것이란 믿음이 있다." - 올 시즌 마운드에서 왼다리를 조금씩 튕겨 주는 느낌이다. "내 리듬을 갖고 가기 위한 변화다. 매년 조금씩 변화를 주는데 오픈 시즌 때 연구해서 적용하고 있다. 모든 선수들이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기 전에 숨을 크게 쉬거나, 글러브를 움직인다든가 리듬을 찾기 위해 무언가를 한다. 수비 교대 이후 마운드에 처음 올라 점핑하는 것은 '그래 가자'라며 내게 주문하는 루틴이고, 다리를 움직이는 건 리듬을 찾기 위한 것으로 조금 다르다. 어쨌든 좋은 성적이 나오므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윌슨은 '윌크라이'라는 얘기만 들어도 자신을 두고 하는 얘기인지 알고 있다. 인터뷰 도중에 '윌크라이'만 듣고서도 웃음 지었다. '윌슨'과 '크라이(cry·울다)'를 합성한 '윌크라이'는 잘 던지고도 승리를 따내지 못하는 경기가 많아지자 팬들이 안타까운 마음에 붙여 줬다.지난해 못지않게 불운하다. 올 시즌 네 차례나 승리투수 요건에서 마운드를 내려간 뒤 불펜진의 난조로 승리가 날아갔다. 윌슨이 마운드에 있는 동안 타선의 득점 지원은 2.50점에 그친다. 지난해 4.15점보다도 뚝 떨어졌다. - 올 시즌에도 불운한 모습이다."괜찮다. 그게 야구다. 시즌은 아직 많이 남아 있고,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부분이다. 야수가 10점을 지원하든 1점을 내든 항상 팀이 이기도록 열심히 찬스를 만드는게 내 역할이다. 팀을 믿는다." 류중일 감독은 수차례 인터뷰에서 "윌슨은 지금껏 본 외국인 선수 중 인성이 가장 뛰어나다"고 칭찬했다. 동료들 역시 "윌슨의 성실함과 성격이 최고다"라고 입을 모은다. - 야수의 실책에도 실망하는 내색 없이 박수를 보내더라. "우리는 한 팀이다. 모두가 승리를 위해 열심히 뛰고 있다. 실책은 열심히 뛰는 과정에서 언제든지 나올 수 있다. 내가 못 던져도 야수들이 점수를 많이 뽑아 주려 노력하고, 호수비로 나를 도와줄 때도 있다. 나 역시 야수들이 점수를 못 내면 최대한 점수를 적게 줘 팀이 이길 수 있도록 돕고 싶다. 경기에서 지더라도 동료들의 실책을 신경쓰고 싶지 않다. 하나가 돼 서로 열심히 하는 게 중요하다. 내 승리만 추구하기보다 동료들끼리 신뢰를 쌓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이번 시즌부터 KBO 리그 공인구에 변화가 있었는데 체감하나?"지난해와 확실히 다르다. 타자가 타격한 뒤 뜬공이 날아가는 것을 보면 비거리가 줄어든 것 같다. 또 공인구를 처음 받아 만졌을 때 촉감이 확실히 다르다고 느꼈다. 지금은 모두 적응됐다." 윌슨은 한글을 읽을 줄 안다. 구장 외야 펜스에 적힌 상호도 모두 읽는다. 발음도 비교적 또렷한 편이다. 무엇보다 한글을 적기까지 한다. 지난해 자신의 이름을 한글로 써 달라고 요청했을 때는 '타일러'의 '러'를 세 번째 도전 끝에 제대로 적었는데 1년 사이 한국어 능력이 크게 좋아졌다. 이번에는 쌍둥이 자녀의 이름을 적어 달라고 요청하자 빙긋 웃으며 막힘없이 자신 있게 술술 적어 나갔다. 모음을 적는 순서는 다소 틀렸지만 글자체는 훨씬 안정적이었다. - 한국어 실력이 더 좋아진 것 같다."한글 단어를 적고 읽을 줄 안다. 지난해보다 단어 공부를 좀 더 했다. 아직 문장을 만드는 건 어렵다." - 한글을 배우기 상당히 까다롭고 어려웠을텐데. " 발음이 비슷한 단어가 많아 읽기 어려울 때도 많다. 지난해 스프링캠프부터 언어 애플리케이션(rosetta stone)으로 공부하고 있다. 자주 연습하려 노력한다. 고등학교 시절 스페인어를 선택해 제2외국어를 공부한 적 있다. 지금 내 주변에는 거의 한국 사람들이 많다. 통역의 도움을 많이 받지만, 통역이 항상 옆에 있을 수 없다. 또한 선수들과 따로 대화를 나눠야만 하는 상황도 있다. 내 집, 호텔 생활 등등 주변 사람들과 유대 관계를 위해 당연히 최소한의 한국어 구사 능력은 필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노력하고 있다. 이들과 관계는 내게 아주 중요하기 때문이다. 더 열심히 공부해 전체 문장을 이해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 쌍둥이 자녀가 있어 이곳저곳 많이 둘러보나."서울은 좋은 도시고 아름다운 곳이어서 휴식일이면 아이들과 많은 곳을 방문한다." - 지난해 KBO 리그에서 뛴 메릴 켈리(애리조나)와 라이언 피어밴드(토론토)가 지난 주말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던졌다. "경기는 챙겨 보지 못했지만 결과는 알고 있다. KBO 리그에서 미국으로 돌아가 빅리그 무대에 다시 오른 스토리가 좋다. 나와 친분이 있기에 바라보면 더욱 재밌다." 윌슨은 2015년 볼티모어 소속으로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2017년까지 3년 동안 42경기(선발 19차례)에서 8승10패 평균자책점 5.02를 기록한 바 있다. - 비슷한 스토리를 꿈꾸나. "아직까지 그런 부분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없다. 지금 뛰고 있는 하루하루, 현재가 중요할 뿐이다. 먼 미래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있다." - 올 시즌 목표는. "열심히 던지며 매일 발전하는 좋은 동료가 되고 싶다. 또 한국 무대가 처음인 켈리가 놀랍게 잘 던지고 있는데, 계속 꾸준히 잘 던지도록 조언자 역할을 하고 싶다. 우리 투수들이 잘하고 있는데 계속 잘해서 팀이 좋은 성적을 올렸으면 한다." 이형석 기자 lee.hyeongseok@jtbc.co.kr
2019.05.21 0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