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삼진 전체 1위(62개)에 투구 이닝 2위(55⅔이닝) 평균자책점은 2.10으로 3위. 그런데 다승 부문에서 순위표 아래에서 찾아야 한다. 공동 50위. 승운이 없어도 너무 없다. 해당 기록의 주인공은 롯데 댄 스트레일리(32)다.
스트레일리는 20일까지 총 9차례 선발 등판했다. 총 55⅔이닝을 던지는 동안 평균자책점 2.10으로 NC 구창모(0.82)와 키움 에릭 요키시(1.68)에 이어 부문 전체 3위다. 올 시즌 KBO 리그 무대를 처음 밟은 선수 중 가장 좋은 성적이다.
그런데 7이닝 무실점으로 KBO 데뷔승을 신고한 5월 10일 SK전 이후 승리 시계는 7경기째 멈춰 있다. 고작 1승. 승리보다 패전(2회)이 더 많다. 5월 26일 삼성전을 시작으로 지난 18일 키움전까지 최근 5차례 등판에선 평균자책점 1.07을, 경기당 평균 6⅔이닝을 책임졌는데 승리가 없다.
타선의 득점 지원이 형편없는 수준이다. 스트레일리가 마운드에 있는 동안 득점 지원은 1.22로,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의 평균 득점 지원(3.57)에 훨씬 못 미친다. 서준원(3.13) 노경은(3.57) 박세웅(2.75) 등 팀 내 다른 선발투수와 비교하면, 스트레일리에게는 빈약한 득점 지원이 더욱 야속할 수밖에 없다.
불펜진의 방화로 승리 요건이 무산된 경우도 있다. 5월 31일 두산전과 지난 18일 키움전에선 1~2점 차 앞선 상황에서 마운드를 넘겼는데, 불펜진의 방화로 2승 달성에 실패했다.
스트레일리는 KBO 무대에서 승운이 너무 따라주지 않았던 다른 외국인 투수와 비교해도 그 정도가 유독 심하다. 이런 외국인 선수에겐 선수의 성과 함께 '울다'라는 뜻의 크라이(CRY)가 합성, 불운을 상징하는 별명이 따라붙었다. SK 유니폼을 4년간 입은 뒤 메이저리그 애리조나로 역수출된 메릴 켈리는 2016년 평균자책점 3.68을 올렸는데 당시 9승8패에 그쳐 '켈크라이'로 통했다. 당시 그의 R/G(선발 투수가 던진 이닝까지의 팀 득점)는 3.41이었다. 2018년 '윌크라이'로 불렸던 LG 타일러 윌슨은 그해 9승4패 평균자책점 3.07을 올렸고, R/G는 4.15였다.
공교롭게도 스트레일리는 롯데가 구단 역사상 최장수 외국인 선수로 뛴 덕 레일리와 재계약을 맺지 않으면서 한국 무대로 옮겨왔다. 그런데 '불운' 바통도 그대로 이어받았다. 좌완 레일리의 지난해 평균자책점은 3.88. 시즌 성적은 5승, 그리고 14패였다. 전체 30차례 등판 가운데 19번 퀄리티 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를 기록했음에도, '최다패 투수'라는 불명예 타이틀을 얻고 고국으로 짐을 싸 돌아갔다.
메이저리그 통산 성적은 44승 40패, 평균자책점 4.56을 기록한 스트레일리는 빅리그 커리어 156경기에서 대부분인 140경기를 선발로 등판하는 등 풍부한 선발 경험을 갖췄다. 140㎞ 중후반대 패스트볼과 130㎞ 중후반대 슬라이더로 탈삼진 부문 1위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롯데는 위력적인 에이스를 보유하고도 스트레일리의 등판 시 5승4패에 그친다. 그의 호투에 비하면 승률이 너무나도 낮다. 롯데가 순위 경쟁에서 좀 더 올라가려면 에이스의 등판 때 더 많이 이겨야 하고, 스트레일리의 승리도 만들어줘야 한다. 코칭스태프와 야수진의 어깨가 무거운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