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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요즘 허세 '1티어'…없어서 못 파는 에르메스·구찌 그릇을 아시나요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가 고급 그릇 쇼핑에 푹 빠졌다. 최근까지만 해도 명품 '샤넬'이나 '에르메스'의 가방 또는 의류를 사들이는데 돈과 열정을 쏟았지만, 이제는 식탁 위를 꾸미는 데 아낌없이 소비하는 분위기다. 구매대행과 명품 플랫폼 증가하면서 가방과 의류만으로는 차별화가 어렵다고 판단되자 라이프 스타일 전반으로 눈길을 돌린 것으로 풀이된다. 허세의 끝? 30대 여성 A 씨는 지난달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크리스찬디올'의 하우스오브디올 매장에 다녀왔다. A 씨가 이 매장에 방문한 이유는 이 브랜드에서 선보인 다양한 그릇을 사기 위해서였다. 그는 "크리스찬디올 테이블웨어는 우리나라에서 이 매장에서만 판매한다. 그릇이나 인테리어 소품 좋아하는 사람들은 다들 방문한 핫플레이스"라고 말했다. A 씨는 이날 디너 접시 두 개와 지인 선물용 컵 2개를 총 100만원 중반대에 구매했다. 이 정도 금액이라면 어지간한 그릇을 4인 가족 풀세트로 구매하고도 남는 가격이지만, A 씨는 돈 아깝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그는 "그릇은 한번 사면 깨지지 않을 때까지 사용할 수 있고 대대손손 물려줄 수도 있다. 잘 사는 집은 그릇도 대물림한다고 들었다"며 "명품 브랜드 식기는 선반에 장식하고 인테리어용으로도 활용이 가능해서 가치가 있다"고 했다. 진정한 '부자 냄새'의 끝이 식기라는 것이다. 명품 식기 사랑은 유명 연예인도 마찬가지다. 걸그룹 레인보우 출신 지숙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에르메스 등 각종 명품 그릇을 소개하는 영상을 올렸다. 에르메스 접시를 꺼내 든 그는 "(접시 사이에) 키친타월을 한 장씩 깔아놓는다. 그만큼 귀하게 생각한다"며 "여기에다 밥을 해서 주면 남편이 '에르메스에 국을 떠먹는다'며 사진을 찍어서 SNS에 올려도 되냐고 묻는다"고 말했다. 주변 반응이 좋다 보니 기분도 좋고 그릇 욕심이 더 나더라는 뜻이다. 지숙이 동영상에서 보여준 식기 중에는 시중에서 구하기 힘든 '희귀 아이템' 외에도 세트를 모두 갖추는데 수백만 원 이상이 드는 제품도 있었다. 이런 분위기는 SNS 상에서도 감지된다. 요즘 SNS에서는 '허세 피라미드'라는 게시물이 인기다. 젊은 세대가 '있어 보이는 척'을 하고 싶을 때 가장 먼저 시작하는 단계를 피라미드 형식으로 표현한 것인데, 내용이 상당히 인상적이다. 이에 따르면 MZ세대가 부리는 허세의 첫 단계는 보디프로필이다. 헬스장에서 퍼스널 트레이닝(P·T)을 받은 뒤 전문 스튜디오에 가서 몸짱 사진을 찍는 행위가 허세의 시작점이라는 뜻이다. 이어 고급 레스토랑에서 비싼 한 끼 식사를 하는 것을 뜻하는 '파인 다이닝'은 허세의 두 번째 단계에 이름을 올렸다. 흔히 돈 자랑하고 싶을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소비는 '명품'이다. 그러나 이 허세 피라미드에 따르면 명품은 피라미드 하단에 속하는 세 번째 단계에 그쳤다. 10대도 용돈을 모아 '구찌' 운동화를 사는 시대에 접어들면서 명품의 지위도 대중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세상에 명품 외에 돈이 많이 드는 품목은 집이나 고급 수입 자동차 정도다. 그러나 이 피라미드는 허세의 최상단인 '1티어'와 '탑티어'에 집과 차가 아닌 인테리어와 가구를 올렸다. 진정한 '있어빌리티(있어 보인다+능력을 뜻하는 ability를 합친 신조어)'는 인테리어와 가구를 고급스럽게 채우는 단계라는 것이다. 없어 못 파는 에르메스 접시 본지 확인 결과, 명품 식기 가격은 상상을 초월했다. 에르메스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지름 44cm 원형 플레터가 497만원이었고, 주전자는 개당 128만원대에 판매되고 있었다. 깊은 원형 플레터는 240만원, 작은 커피잔과 받침은 93만원대에 달했다. 에르메스보다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대로 알려진 구찌 역시 디저트 포크 2개 한 세트를 59만원, 샐러드 볼을 60만원대에 판매 중이다. '루이뷔통'은 4개로 구성된 플레이트 세트가 183만원, 4개 구성의 컵 세트를 135만원 수준으로 가격을 책정했다. 명품 식기로 4인 가족이 식탁을 채우려면 수백만원 가지고도 어렵다는 계산이 나온다. 비싼 가격에도 일부 제품은 없어서 못 파는 지경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에르메스의 대표적인 인기 라인인 모자이크 시리즈는 국내 출시 후 수 백명의 고객이 대기를 걸고 제품 수령을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구찌나 루이뷔통 외에도 고가에 속하는 '빌레로이 앤 보흐'나 '로얄 코펜하겐' 같은 프리미엄 식기 브랜드도 잘 나간다는 후문이다. 리테일 테크 기업 마켓컬리는 코로나19 후 집밥 수요와 프리미엄 트렌드가 맞물리면서 하이엔드 브랜드의 인기가 높아졌다고 설명한다. 안 그래도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났는데, 인테리어용으로 그릇을 수집·진열하는 수요까지 함께 커졌다는 것이다. 컬리 측은 "SNS에 소비를 자랑하는 젊은 세대들이 많아지면서 고급 식기류와 플레이팅 수요를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매출이 대변한다. 마켓컬리에서는 올해 상반기 독일 쿡웨어 브랜드 '휘슬러'의 압력솥 판매량이 3배 이상 늘어났다. '버미큘라'의 오븐 팟, '웨지우드'의 도자기 잔 등도 2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 3월 팝업으로 선보였던 에르메스의 식기 등은 며칠 만에 다 팔렸다. 100만원대에 달하는 프랑스 브랜드 '바카라'의 100% 수제 크리스털 글라스 판매량 역시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늘었다는 설명이다. 명품 식기가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자 관련 제품을 추가하는 이커머스 업체도 늘고 있다. 프리미엄 라이프스타일 전문몰 LF몰은 해외 프리미엄 브랜드를 지속해서 선보이고 있다. 세계 3대 명품 도자기로 알려진 독일 도자기 브랜드 '마이센' 외에도 바카라, '크로우캐년', 에르메스까지 취급한다. LF 관계자는 "코로나19 시대를 지나며 리빙 아이템에 대한 소비자의 안목이 높아지고 있다"며 "국내에서 쉽게 접하기 어려운 프리미엄 명품 리빙 브랜드를 발굴해 고객들에게 발 빠르게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서지영 기자 seojy@edaily.co.kr 2022.09.19 06:49
야구

[프로야구 매니저]LG 윤진호로 본 특급 이류선수

프로야구에서 팀당 보유등록선수는 63명으로 제한되어 있다. 또한, 1군 로스터는 26명(경기 출장은 25명)이다. 9월 1일 이후 5명이 추가되어 31명(경기 출장은 30명)이 벤치에 들어갈 수 있다. 신고 선수라는 길이 있다고 해도 드래프트라는 좁은 문을 통과해도 더 좁은 문이 기다리고 있는 게 프로야구의 세계다. 유니폼을 입고 1군 무대에서 뛰기 위해서는 뛰어난 기량을 갖춰야 하는 것은 말하지 않아도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분명히 프로의 세계는 다재다능한 선수들이 각축을 펼치는 경쟁의 정글이다. 그렇다고 해도 다재다능함만이 1군 무대의 키워드는 되지 않는다. 어느 팀도 류현진이나 이대호와 같은 선수만으로 1군 로스터를 구성할 수 없다. 어느 리그나 특급 선수의 수는 아주 적으며 1군 주전선수에 해당하는 이른바 일류선수도 그렇게 많지가 않다. 결국, 프로야구 선수 중 대다수를 차지하는 것은 이류선수며 일부는 벤치 멤버로 1군 무대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일본프로야구의 명장인 노무라 가쓰야 전 라쿠텐 감독은 “이류선수도 보통과 특급으로 구분된다”며 “특급 이류선수는 주전이 되기에는 부족하지만 1군에 통용될 무기를 가진 선수”라고 밝혔다. LG 서동욱처럼 내·외야 어느 포지션이든 가능하며 빠른 발에 장타력까지 갖춘 양손 타자라면 금상첨화겠지만 그런 선수는 특급 선수보다 더 드물다. 투수라면 좌타자에 강한 좌타자 스페셜리스트이며 타자는 다양한 포지션을 맡을 수 있거나 좌투수에 강한 우타자나 수비력이 뛰어난 선수가 여기에 해당한다. 그 대표적인 선수가 수위경쟁을 펼치는 LG의 윤진호다.오지환, 박경수 등의 부상으로 1군 출장 기회를 잡은 윤진호는 42경기에 출장해서 타율 1할5푼3리를 기록하고 있다. 타점은 단 1개이며 장타율도 2할3리에 불과하다. 타격 성적만 본다면 ‘뭐 이런 선수가 1군에서 뛰느냐!’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하지만 그런 윤진호에게도 이수근의 가짜 중국어와 같은 강력한 무기가 있다. 바로 수비다.“내야 전 포지션을 맡을 수 있으며 아주 강한 어깨에 정확한 송구와 유연성 등 수비수에게 필요한 능력을 두루 갖춘 선수다.” 어느 야구인이든 인정하는 윤진호에 대한 평가다. 게다가, 광주일고 시절 그를 지도한 허세환 인하대 감독은 “타격 능력은 없지만 작전 수행 능력은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사실 윤진호가 LG에 신고 선수로 입단할 수 있었던 것도 수비 덕분이었다. 2009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을 받지 못한 그는 SK와 삼성에서 테스트를 받았지만 결과는 불합격. 실망스러운 결과에 포기하지 않고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LG의 문을 두들겼다. 일주일간의 테스트를 거쳐 신고 선수이지만 합격 통지를 받았다. LG 관계자는 “스카우트 팀이 평가한 것처럼 타격도 주루도 평균 이하였지만 수비가 아주 뛰어났다. 한 가지 장점이 있는 선수는 팀에 보탬이 될 것으로 봤고 결과적으로 옳은 판단이었다”고 밝혔다.박종훈 감독이 LG 지휘봉을 잡고 나서 바뀐 점은 외부 영입보다는 내부 발탁에 있다. 과거 LG는 노장들의 휴식처였다. 눈앞의 성적에 급급해서 노장 선수를 영입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어느 구단에도 뒤지지 않는 구리 2군 구장은 한숨만이 넘쳐났다. 그러나 박종훈 감독이 부임하면서 모든 것이 바뀌었다. FA를 영입하기보다는 트레이드를 통해 부족함을 메우고 2군 선수들에게 기회를 줌 내부 성장을 도모했다. 올 시즌만 해도 오지환, 이택근, 박경수, 이대형 등의 공백을 정의윤, 윤진호, 서동욱, 양영동 등으로 잘 메우고 있다. 수도권 지역의 어느 팀 코치는 “올해 LG가 부상자가 속출하면서도 수위경쟁에서 뒤처지지 않는 것은 윤상병, 윤진호 등 특급 이류선수가 있었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특급 이류선수는 팀에 보탬이 될 뿐만이 아니라 선수 개인에게도 득이 된다. 프로야구에서 어정쩡한 주전선수의 생명은 그렇게 길지 않다. 반면, 좌타자 스페셜리스트로 오랫동안 활약한 류택현에서 알 수 있듯이 특급 이류선수의 생명은 길다. 또한, 특급 이류선수의 가장 큰 장점은 누구라도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공·수·주 중에 자신의 장점 한두 가지를 살려서 부단히 노력한다면 일류선수가 부럽지 않은 특급 이류선수가 될 수 있다.프로 유니폼을 입었다는 것만으로도 그 선수의 기량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러나 프로의 세계는 피라미드의 정점, 즉 특출한 실력을 가진 선수들이 적은 자리를 놓고 다툰다. 아마야구에서는 천재라고 불렸지만 프로야구에서는 주목 한번 받지 못하고 사라진 이가 무수히 많다. 자신의 기량이 프로라는 벽에 부딪혔을 때 좌절감에 몸서리치며 포기했기 때문이다. 그 상황을 받아들이고 자기 변혁한다면 특급 이류선수라는 또 다른 길이 열릴 것이다. 이것은 야구만이 아니라 사회 역시 다르지 않다. 손윤 (http://yagoo.tistory.com/) * 위 기사는 프로야구 매니저에서 제공한 것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2011.06.28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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