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오너가 최측근 부회장…SK·LG 증가, 삼성·현대차 감소
총수가 있는 4대 그룹에서 전문경영인 출신 부회장 체제가 또렷해지고 있다. 오너가가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면 전문경영인이 오를 수 있는 최고직은 부회장이다. ‘별 중의 별’로 꼽히는 부회장은 ‘2인자’이자 오너가의 최측근으로 그룹 내에서 권력을 누릴 수 있다. 오너가 최측근이자 그룹의 컨트롤타워 9일 재계에 따르면 그룹이 커지고 사업군이 다양해지면서 부회장단이 늘어나는 추세다. 4대 그룹 중 SK에 6명으로 최다 전문경영인 부회장이 포진해 있다. 특히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최근 2년 새 4명의 전문경영인을 부회장으로 승진시키며 부회장 체제를 확대하고 있다. 올해 연말 인사에서 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와 장동현 SK 대표가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6인 체제가 됐다. 장동현 지주사 SK 부회장은 올해 첨단소재, 그린, 바이오, 디지털을 4대 핵심 사업으로 정하고 투자전문회사로의 전환을 선언하는 등 인수합병(M&A)에도 중점을 두고 있다. 김준 부회장은 정유·배터리·소재 등 SK이노베이션 산하 8개 자회사의 중간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막중한 임무를 안고 있다. SK그룹의 임원인사는 이사회 중심 경영과 ‘파이낸셜 스토리’에 입각해 이뤄지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이사회 경영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올해부터 각 계열사 이사회가 대표에 대한 평가·보상, 임원 인사, 조직 개편을 결정하도록 새로운 방식을 도입했다. SK그룹은 공정거래위원회 기준으로 소속회사가 144개로 계열사 최다 기업이다. 또 상장 계열사 역시 19개로 가장 많다. SK는 계열사 증가와 사업 확대로 지주사, 중간지주사별로 부회장직을 둬 지휘 라인을 체계적으로 구축하고 있는 모습이다. 또 ‘파이낸셜 스토리’에 입각해 개별 사업군마다 뚜렷한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장 부회장은 SK 지주사를 2025년 시가총액 140조원 규모의 기업으로 키우겠다는 계획을 밝히며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구광모 회장을 보필하는 LG그룹의 부회장진도 증가하고 있다. 기존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과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에 이어 올해 권봉석 LG 최고운영책임자(COO)가 부회장단에 합류했다. 2018년 취임한 구 회장은 최측근인 부회장들을 조금씩 늘려가며 그룹의 지휘 체계를 잡아나가고 있다. SK·LG와는 달리 삼성과 현대차의 경우 오랜 지휘봉을 잡았던 총수의 퇴진으로 인해 부회장단이 확 줄었다. 정몽구 회장 체제에서 부회장이 14명까지 달했으나 하나 둘 물러나고 지금은 오너가를 제외하면 정책개발을 담당하는 윤여철 현대차 부회장이 유일하다. 이로 인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연말 인사에서 자신을 지척에서 보좌하는 최측근을 얼마만큼 둘 것인지도 관심을 끌고 있다. 삼성의 경우도 이건희 회장을 보필했던 수뇌부들이 줄줄이 물러나면서 이재용 부회장의 사람들로 채워지고 있다. 올해 파격 인사를 단행했던 이재용 부회장은 전문경영인 3명의 부회장을 승진시켰다. 삼성전자의 한종희 CE(소비자가전)·IM(IT·모바일) 부문장과 정현호 사업지원 TF장, 삼성SDI의 전영현 이사회의장이 새로운 부회장으로 합류했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장은 본지에 “부회장은 오너가의 최측근이자 사업군별 컨트롤타워라고 볼 수 있다"며 "삼성의 경우 비상시 김기남 부회장을 중심으로 빠른 의사결정이 내려졌듯 부회장은 회사가 원활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하는 중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그룹 ‘1인자’인 오너가 부회장 오너가의 부회장은 직위와 상관없이 사실상 1인자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대표적이다. 삼성의 총수인 그는 2012년 부회장으로 승진한 뒤 10년째 같은 직위다. 이건희 회장이 세상을 떠났음에도 그는 회장 승진을 미루며 내년에도 부회장직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2014년 급성 심근경색으로 이건희 회장이 입원하면서 이 부회장은 이미 그룹의 1인자로 올라섰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삼성 대기업집단의 총수로 이 부회장을 지정하고 있다. 최대주주로 삼성을 장악하고 있는 이 부회장은 ‘불법 경영승계’ 재판의 법적 리스크를 해결하고 가석방 기간이 끝난 후 회장직에 오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오너가의 부회장들은 미등기임원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 부회장을 비롯해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도 이마트의 미등기임원으로 올라있다. 이 부회장의 경우 무보수 경영을 하고 있어서 미등기임원에 대한 거부감이 덜 하다. 그렇지만 정 부회장은 경영 권한을 쥐고 보수를 받고도 미등기임원으로 활동하며 경영 책임에서는 다소 빗겨 난 상황이다. 정 부회장은 어머니 이명희 회장이 있지만 사실상 신세계그룹을 이끄는 리더다. 이 회장은 지난해 9월 자녀인 정 부회장과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에게 4932억원에 달하는 지분 증여를 마쳤다. 지분 증여로 정 부회장과 정 총괄사장은 각 이마트와 신세계의 최대주주로 올라서면서 3세 경영의 본격화를 알렸다. 이명희 회장은 이마트와 신세계 2대 주주를 유지하고 있다.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의 동생인 최재원 수석부회장은 SK 부회장단의 정점에 있다. 올해 10월로 취업제한이 풀린 그는 SK온 등 미래 에너지 사업을 책임질 것으로 보인다. 횡령 혐의로 형을 살았던 최 수석부회장도 법적 리스크가 적은 미등기임원을 맡고 있다. 이와 달리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등기이사로 재직 중이다. 오너가로 정의선 회장의 매형인 그는 대표이사 부회장직이라 전권을 가진 CEO로 활동하며 경영 보폭을 넓히고 있다. 오일선 소장은 “오너가의 경우 부회장이라는 직급이 중요한 게 아니다. 대표이사를 겸임하며 책임 경영을 하고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며 “공정위도 책임 경영 측면에서 오너가의 등기이사 여부를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두용 기자 kim.duyong@joongang.co.kr
2021.12.10 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