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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앤다운] '플랫폼 차별화' 치고 나가는 토뱅 vs 정체기 카뱅

출범한 지 1년이 채 안 된 인터넷전문은행 토스뱅크의 행보 하나하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깔끔하고 보기 편한 독보적인 플랫폼으로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으면서 차근차근 토스뱅크만의 페이스로 성장궤도에 오르고 있는 모습이다. 반면 카카오뱅크는 침체기라는 얘기가 나온다. 시중은행도 들여다보는 혁신 플랫폼에서 시작했지만, 최근 주가 부진으로 힘든 시간을 겪으면서 카카오뱅크만의 '혁신성' '차별성'은 등지고 주가 부양에만 힘쓰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월간 이용자 1위로…공격적인 토뱅 12일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토스의 월간활성이용자(MAU)는 1427만3960명이었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1315만4186명으로, 토스와 112만명 가까이 차이가 났다. 지난 5월 기준으로는 토스의 MAU는 1371만4908명, 카카오뱅크는 1274만6810명이었다. 토스의 경우 지난 4월부터 꾸준히 MAU가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카카오뱅크를 추월하기 시작했다. 이후 지난달에는 뱅킹 서비스 부문 1위에 올랐다. 더 중요한 것은 두 앱을 모두 사용하는 사용자들이 카카오뱅크보다 토스에 더 많이 접속한다는 것이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두 앱의 교차 사용자는 567만명이었다. 이들의 1인당 월평균 사용 시간은 토스가 2시간, 카카오뱅크가 24분 수준이었다. 월평균 사용일수는 토스가 14일, 카카오뱅크가 11일이었다. 두 앱은 엎치락뒤치락 주도권 싸움을 벌이고 있지만, 올해 들어 토스가 우세한 흐름을 보인다. 여기에는 토스뱅크의 공격적인 서비스 확장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토스뱅크는 지난해 10월 출범하면서 인터넷전문은행의 막내로서 공격적인 상품 출시를 이어가며 이용자를 모으고 있다. 출시 당시 내놓은 연 2% 금리의 수시입출금통장부터 원할 때 이자를 받을 수 있는 '지금 이자 받기 서비스'에 새로운 모임 통장을 예고하며 수신 고객을 모으고 있고, 최근에는 씨티은행 대환대출로 여신 고객까지 아우르는 중이다. 또 토스가 앱 안에서 은행부터 주식, 자산관리 서비스까지 모두 가능한 '원앱' 전략을 택하면서 이용 편의성이 높다는 점도 주원인이다. 카카오뱅크가 카카오페이와 앱이 나누어져 자산관리와 은행을 따로 이용하는 것과 차이가 있다. 토스뱅크 관계자는 "토스의 앱은 고객이 보기 편하게, 한 번에 모든 자산을 알아볼 수 있도록 앱을 구현하고 신경을 많이 쓴다"고 말했다. 게다가 토스뱅크는 인터넷전문은행의 뿌리라고 볼 수 있는 '중·저신용자 포용' 면에서도 이미 성공적인 성과를 냈다. 토스뱅크는 지난해 10월 출범 이후 대출 총량 규제로 인해 9일 만에 대출 한도를 소진하고 여신영업을 중단한 바 있다. 이후 올해 1월부터 본격적인 여신영업을 재개해 6월 기준 대출 잔액 4조원을 돌파했다. 이 중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은 36%로 출범 당시 약속했던 34.9%를 넘어선 것이다. 토스뱅크가입 고객은 6월 말 기준 360만명을 돌파했다. 이는 지난해 말 110만명 대비 250만명이 증가한 숫자로 6개월 만에 고객 수가 세 배를 넘긴 수치다. 토스뱅크는 나아가 '시장에 있는 좋은 상품'을 플랫폼에 싣는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증권사의 채권상품부터 위험성 있는 ELS(주가연계증권)와 같은 상품까지 아우른다. 홍민택 토스뱅크 대표는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시장에 있는 상품들을 발굴해 고객이 더 현명하게 투자하거나 더 좋은 상품에 예치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며 "금융플랫폼으로서 실질적으로 고객에게 가장 좋은 혜택을 주는 상품들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모아둘 예정"이라고 말했다. 플랫폼 아닌 은행으로…위협받는 카뱅 인터넷전문은행 1위 카카오뱅크는 혁신성과 참신함으로 시중은행의 관심을 한 몸에 받으며 고속성장해왔지만, 지금은 성장이 멈췄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나온다. 최근 주가 부진으로 온 신경이 '주가 부양'에 쏠려 있고, 토스뱅크와 더불어 맹추격하고 있는 시중은행에 카카오의 시너지로 플랫폼 서비스에 특화돼 있던 카카오뱅크의 자리가 위협받고 있는 모양새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 주가는 최고 9만4400원에서 최저 2만8600원으로 69.7%(6만6800원) 감소했다. 12일 기준 카카오뱅크의 종가는 3만원이다. '폭락' 이야기가 가시지 않고 있는 카카오뱅크는 주가 부양에 온 힘을 쏟고 있다. 지난 5일 카카오뱅크 임원진은 주가 내림세를 붙잡기 위해 자사주를 매입하기도 했다. 자사주 매입 직후 카카오뱅크 주가는 4일 2만9450원에서 6일 3만1300원으로 소폭 상승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자사주 매입은 주주·기업가치 제고 목적이 큰데,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부분은 한정적"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상장부터 '은행주'가 아닌 '플랫폼주'로 주목받으며, 금융지주 시가총액 1위인 KB금융지주보다 높은 시총 33조원까지 오르며 주목받아 왔다. 당시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리포트에 “은행업 관점에서 카카오뱅크의 적정 기업가치를 평가하면 9조9000억원에 불과하다”고 분석했지만, 시장의 기대감은 플랫폼으로서 카카오뱅크를 바라보며 계속해서 몸값을 올려줬다. 하지만 현재 카카오뱅크의 시총은 14조원대로 쪼그라든 상황이다. 플랫폼업이 아닌 은행업으로서 카카오뱅크를 바라보는 시각이 우세해지면서, 시장에서는 카카오뱅크의 성장 정체기가 왔다고 보고 있다. 이병건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카카오뱅크가 스스로 플랫폼주임을 내세우지만, 본질은 금융당국의 규제를 받는 은행주”라며 “카카오뱅크가 1861만명의 많은 고객 베이스를 통해 플랫폼 수익을 확대해 나갈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있지만, 은행으로 인가받았다는 점을 생각하면 기존 은행들과 다른 새로운 수익원의 발굴은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하반기 증권사 계좌 발급을 확대하고 신용카드 발급 서비스도 늘려나갈 예정"이라며 "연계대출도 올해 3~4곳 추가할 계획이다. 플랫폼 차원에서 넓혀가는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2023년부터는 펀드 신규 상품을 출시하는 방향도 검토 중"이라며 "다양한 서비스를 지속해서 선보여 금융 플랫폼 역량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권지예 기자 kwonjiye@edaily.co.kr 2022.07.13 07:00
경제

씨티은행, 다가오는 운명의 날…소비자금융 통매각 vs 부분매각

한국씨티은행의 국내 소비자금융 부문 '출구전략'이 이르면 다음 주 중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방향은 '통매각' 혹은 '부분 매각' 중 하나다. 방향이 결정되면 직원들의 희망퇴직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씨티은행 노조와 갈등을 빚고 있는 고용 승계 문제가 해결될지 주목된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씨티은행 소비자금융 부문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한 복수의 금융회사들이 씨티은행의 현황을 들여다보는 실사를 이번 주 중 마무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LOI를 제출한 금융회사는 4곳으로 전해졌으며, 실사를 마친 이후에는 씨티은행의 입찰대상자 선정과 상세 실사를 거쳐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는 절차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씨티은행 노조 관계자는 "인수의향자가 실사를 통해 입장을 정리하고, 씨티은행 경영진이 이를 검토하면 이달 중순께는 방향이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당초 씨티은행은 7월 중 전체 매각, 분리매각, 단계적 폐지 중 어떤 방안을 추진할지 확정 짓겠다는 방침이었으나 일정이 미뤄졌다. 유명순 한국씨티은행장은 지난달 15일 직원들에게 보낸 'CEO 메시지'에서 "복수의 금융회사가 인수의향서를 제출했고 현재 인수의향을 보인 회사들의 실사가 진행 중"이라며 "현재 진행 중인 실사와 이사회 및 금융당국과의 협의 등 일정에 따라 출구전략의 구체적 실행 방향은 8월에 직원들과 공유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이를 두고 씨티은행과 노조는 직원의 고용 승계 문제에 대해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유 은행장은 "매각에 있어 고용안정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노조는 그렇게 느끼지 않는 분위기다. 씨티은행이 매각하려는 사업은 소비자금융과 신용카드 부문이다. 소비자금융은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여·수신 부문과 자산관리(WM) 부문으로 나눠진다. 현재까지 인수 전망은 그리 밝지 못하다. 매각 대상으로 나온 소비자금융, 신용카드 부문은 덩치 대비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올해 3월 말 기준 두 부문은 전체 대출자산 가운데 80%가 넘는 비중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은행 당기순익에서 차지하는 몫은 19%에 그쳤다. 두 부문에 종사하는 임직원 수가 많은 만큼 이익이 나지 않는 구조라는 해석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인수 의사를 밝힌 금융사 입장에서 돈이 되는 일부 사업만 인수하려고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운명의 날이 다가오면서 노조는 투쟁 수위를 높이며 대응 중이다. 지난달 28일부터 부분매각을 반대한다는 광고문구를 붙인 랩핑 버스가 광화문·금융위원회·국회 주변에서 순환 운행하고 있다. 또 노조원들은 업무 목적을 위한 SNS 대화방 탈퇴, 근무시간 외 회의 참석 거부, 점심시간마다 30분간 1인 피켓시위 등 투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래도 씨티은행 노조가 자발적 희망퇴직을 통해 인건비를 줄여 부담을 느끼고 있는 인수 의향 금융사들이 최대한 많은 직원 고용을 보장할 수 있도록 방법을 찾으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어 매각 가능성이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씨티은행 노조는 최근 "현재 노동조합은 소비자금융그룹 전체 사업부문의 매각과 이에 따른 소속 직원의 고용 승계를 요구한다"면서도 "자발적 선택을 전제로 한 희망퇴직을 감내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측도 희망퇴직에 긍정적인 것으로 보인다. 유 행장은 CEO 메시지에서 자발적 희망퇴직을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씨티은행 노조 관계자는 "폭풍 전야다. 긍정적이지만은 않은 분위기다"고 말했다. 씨티은행은 오는 26일 이사회가 예정돼 있다. 업계는 이사회가 열리기 전까지는 씨티은행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것으로 전망했다. 권지예 기자 kwon.jiye@joongang.co.kr 2021.08.05 07:00
경제

씨티은행, 결국 '희망퇴직' 수순으로

우리나라서 소비자금융 부문 사업 매각을 추진 중인 한국씨티은행이 희망퇴직을 진행할 가능성이 커졌다. 씨티은행은 2014년 이후 희망퇴직이 한 번도 없었다. 16일 한국씨티은행에 따르면 유명순 은행장은 최근 직원들에게 'CEO 메시지'를 통해 "저와 경영진은 씨티그룹의 소비자금융 출구전략 추진 발표로 여러분들이 느끼실 걱정과 염려에 대해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며 "매각에 따른 전적, 자발적 희망퇴직, 행 내 재배치를 통해 직원들을 놓치지 않게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자발적 희망퇴직'이라는 키워드를 꺼낸 첫 메시지다. 그러면서 "매각에 있어 '고용 안정'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며 "현재까지 고용 승계가 없는 자산 매각 방식은 검토된 바 없다"고 다독였다. 유 행장이 희망퇴직 카드를 꺼내면서 그동안 매각에 있어 큰 산으로 지목돼 온 '인건비' 문제가 일부 해소될 전망이다. 이는 노조의 목소리와도 결을 같이 한다. 지난 8일 오후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씨티은행 지부가 서울 중구 한국씨티은행 본점에서 연 집회에서 진창근 금융노조 씨티은행지부 위원장은 시중은행보다 연봉이 월등히 많아 통매각이 어렵고 노조가 강성해 노사 간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씨티은행은 금융권에서 뒤에서 두 번째 수준으로 전혀 높지 않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면서 “다만 2014년 이후 희망퇴직이 단 한 번도 없었고 10년간 신입 직원을 뽑지 않아 전반적으로 나이가 많은데, 씨티은행이 희망퇴직 비용을 부담해서 자발적으로 원하는 노동자에 한해 퇴직 길을 열면 고령화는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6월 현재 씨티은행 전체 직원의 평균 연령은 만 46.5세로 다른 시중은행들보다 크게 높은 편이다. 작년 기준 씨티은행의 직원 평균 연봉이 은행권 최고 수준인 1억1200만원 수준인 것도 직원들의 평균 연령이 높아진 탓이 크다. 씨티은행은 2012년 근속 15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평균 36개월 치 급여에 해당하는 특별퇴직금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희망퇴직을 받았는데 이때 199명이 은행을 떠났다. 이후 2014년에는 근속연수에 따라 36∼60개월 치 급여에 해당하는 특별퇴직금을 지급하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자 650명이 짐을 쌌다. 이어 씨티은행이 7년 만에 희망퇴직을 받게 되면 적지 않은 직원이 몰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현재 씨티은행 소비자금융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금융사들 가운데에는 전체 인수 의사를 밝힌 곳도 포함돼 있으나 전체 직원 고용 승계에는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희망퇴직을 진행하게 되면, 매각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권지예 기자 kwon.jiye@joongang.co.kr 2021.06.16 13:09
경제

[권지예의 금융읽기] 임직원 939명, 평균 연봉 1억1200만원…씨티은행의 운명은

한국씨티은행이 국내 소비자금융 부문에 대한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데, 계획과는 달리 시작부터 진통이다. '전체 매각(통매각)'을 우선 추진하고 복수의 금융회사가 전체 또는 부분 인수 의향을 밝혔지만, 가장 중요한 '고용 승계'에 있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서다. 지난해 말 기준 씨티은행에 다니는 소매금융 부문 임직원 수는 939명이다. 이들의 평균 연봉은 1억1200만원으로 은행권 최고 수준이고, 평균 근속연수(18년 3개월)도 주요 시중은행들(15∼16년)보다 높은 편이다. 시중은행이 일찍이 폐지한 퇴직금 누진제(근속연수에 비례해 퇴직금을 쌓는 제도)도 존재한다. 즉, 직원들의 퇴직금 규모만 1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금융업계에서는 우려했던 대로 직원들의 높은 임금에 발목이 잡혔다는 얘기가 나온다. 현재 씨티은행은 부분 매각 가능성도 열어두면서 노조와의 대립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씨티은행 "단계적 폐지도 고려"…고객 혼란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씨티은행은 지난 3일 이사회를 열고 소매금융 출구전략으로 단계적 폐지도 검토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르면 7월 출구전략의 실행 윤곽을 제시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씨티은행 측은 "현재 복수의 금융회사가 인수의향서를 접수했지만, 전체 소비자금융 직원의 고용 승계에 대해서는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접수된 인수 의향서들을 면밀히 검토한 후 최종 입찰대상자들을 선정할 계획”이라며 “최종 입찰대상자들의 상세 실사가 진행될 예정이다”고 말했다. 문제는 씨티은행이 “다양한 가능성에 대해서는 열린 자세로 논의하되 ‘단계적 폐지’ 방안을 실행하기 위한 준비 절차도 함께 검토하기로 했다”고 입장을 바꾼 데 있다. 씨티은행이 밝힌 단계적 폐지란 소매금융 부분의 통매각, 부분매각 등에 실패하고 순차적으로 사업을 접는 것이다. 앞서 씨티은행은 직원들의 고용 승계와 고객 피해 최소화를 위해 통매각을 우선 추진한다고 알린 바 있다. 자산관리(WM)·신용카드·대출 등 소매금융 사업을 한 데 묶어 팔겠다는 것이었다. 유명순 씨티은행장 역시 직원들과의 대화에서 “전체 매각, 일부 매각, 단계적 폐지 등 3가지 옵션 가운데 전체 매각을 우선순위로 두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날 이사회에서 일부 매각, 단계적 폐지 등의 가능성도 선택지로 열어 두겠다고 발표하면서, 씨티은행 내부는 어수선한 분위기다. 고객들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특판 상품을 이용해야 할지, 펀드를 해약해야 할지 갈피를 정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한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씨티은행 매각을 두고 "500만원 남기고 전부 다른 계좌로 이체했다" "씨티은행에서 대출받았는데 철수하면 어떻게 되느냐" "씨티은행에서 펀드를 해약했는데 직원이 상당히 예민해 보이고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경직돼 있었다" 등의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씨티은행을 이용하는 한 30대 고객은 "외국계 회사에 다니고 있다. 출장 등이 많아 항공사 마일리지 카드를 계속 사용해왔는데 갑자기 철수한다니 고민이다"며 "일단은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고용 승계' 가장 큰 산…HSBC 절차 밟을까 씨티은행의 단계적 폐지 검토 언급에 노조 측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노조는 이사회 다음날인 4일 은행장실을 찾아 항의했다. 진창근 한국씨티은행 노조위원장은 "직원의 고용 승계와 근로조건 유지를 담보한 전체 매각에 있어서는 협력하겠다"면서도 "만약 고객 피해와 대량 실업 사태를 초래할 부분매각이나 청산 방식을 택한다면 대대적인 전면전에 나설 것이다"고 말했다. 씨티은행 노조가 이해한 씨티은행의 발표는 매각할 수 있는 사업부문은 쪼개서 매각하고, 나머지 매각이 안 되는 사업부문은 구조조정, 자산매각, 영업점 폐쇄 등 단계적 폐지 절차에 착수한다는 것이다. 또 7월 중 윤곽을 제시하겠다고 표현했지만, 사실상 최종 결론을 내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진 위원장은 "이번 발표는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통매각을 해야 고객, 직원, 은행 모두 윈윈이다’라는 노동조합과 금융당국, 국회, 노동계의 공통된 요구에 대해 은행 측에서 적극적인 검토조차 없이 거부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장 카드 사업부문만 해도 근무 직원이 400명 내외인데 고작 100명만 인수한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고 했다. 이어 씨티은행 노조는 8일 규탄 집회 개최를 열고, 본격적으로 사측에 대립각을 세웠다. 이날 집회에서 진창근 위원장은 고용불안을 야기시키는 소비자금융 부분매각·철수 결정을 철회하고, 실직위기에 처한 직원들의 고용안정 방안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그는 5일째 은행장실 앞 철야 말뚝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이와 함께 쟁의행위 찬반투표도 당초 예정했던 오는 21일에서 앞당긴다는 계획이다. 향후 매각과 관련한 실사와 입찰 등의 절차에서 매수 의사를 드러낸 상대방에 철회를 요구하는 행동도 벌인다는 방침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나오는 이야기가 매각 가격 1조~2조원 수준에 인건비도 높아 절대 쉽지 않을 것"이라며 "게다가 요즘 모바일뱅킹이 늘면서 은행들이 영업점 인력보다는 IT 인력을 흡수하는 추세인데, 씨티은행을 인수할 경우 이와 반대로 가는 일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융권은 지난 2012년 한국 사업을 청산했던 HSBC와 비교한다. 당시 전 직원 고용 승계에 따른 입장 차이로 HSBC는 지점 매각에 실패했다. 영국계 글로벌 은행 HSBC는 소매금융 사업 철수를 결정하면서 한국 내 11개 지점을 매각하기로 했다. 인수자는 KDB산업은행이었고, 당시 민영화를 계획 중이던 산업은행이 이를 검토했으나 '고용 승계'를 무리한 조건으로 판단해 최종 결렬됐다. 이에 HSBC는 결국 사업 폐지 절차를 밟았다. 이와 비교하면 씨티은행은 HSBC보다 자산 규모와 지점 수가 더 많다. 즉, 인수자가 씨티은행 전 직원을 승계하려면 막대한 퇴직급여를 지출해야 한다. 유력 잠재 매수자로 거론됐던 현대카드는 "의사 없음"을 표명했고, 최근 인수전에 참가했을 것으로 추정됐던 OK금융그룹도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5대 금융지주 역시 씨티은행의 전체 또는 WM·카드 부문 인수에 대해 "인수 의사가 없다"며 선을 긋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렇게 되면 보통 구조조정 이야기가 나와야 한다"면서도 "지금으로써는 굵직한 금융사가 의사를 내비치지 않고 있으니 분리 매각을 한다고 해도 쉽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권지예 기자 kwon.jiye@joongang.co.kr 2021.06.09 07:00
경제

[경제톡] 문 닫는다는 '씨티은행' 돈 빼야 하나요?

한국씨티은행이 소매금융 철수를 확정하면서 기존 고객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하지만 당장 날짜를 정해놓고 그때까지 소매금융 업무를 정리하겠다는 말은 아니다. 천천히 소매금융 크기를 줄여 최종적으로 철수 단계를 밟겠다는 것이다. 금융소비자 입장에서는 서비스 중단 소식에 예금이나 대출, 계좌를 옮겨야 하나 고민이 들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에서도 소비자 피해에 대한 신경을 가장 많이 쓰고 있다. 소매금융 철수는 곧장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길게는 수년이 걸릴 수도 있다는 것이 씨티은행 측 입장이다. 대출을 받은 것도 기간이 그대로 유지된다. 신규 대출의 경우에는 당장은 가능하지만, 씨티은행이 구체적인 일정을 내놓으면 막힐 가능성이 크다. 현재까지 한국을 비롯해 호주·중국·대만·러시아·인도·인도네시아·베트남·태국·말레이시아·필리핀·폴란드·바레인에서 씨티은행이 소매금융을 철수하기로 했다. 권지예 기자 kwon.jiye@joongang.co.kr 2021.04.21 07:00
경제

하나금융 차기 회장 후보에 김정태 올라…연임에 쏠린 눈

하나금융지주가 회장 후보를 4명으로 추렸다. 오는 3월 임기가 만료되는 김정태 현 하나금융 회장도 여기에 포함됐다. 대외적으로 '4연임은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진 그가 숏리스트에 포함되며, '김정태 연임 전망'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하나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회의를 개최하고 면밀한 심층 평가를 거쳐 고심 끝에 대표이사 회장 최종 후보군(숏리스트)으로 내부 3명, 외부 1명 등 총 4명을 확정했다. 내부 후보로는 김정태 회장과 함영주 부회장, 박성호 하나은행 부행장이, 외부 후보로는 박진회 전 한국씨티은행장이 포함되어 유효경쟁이 가능하게 됐다. 이날 회추위는 후보들에 대한 면밀한 검증을 위해 비전 및 중장기 경영전략, 기업가 정신, 경력, 전문성, 글로벌 마인드, 네트워크 등 회추위에서 사전에 정한 세부 평가기준에 따라 개별 후보들을 평가한 후 총 4명의 최종 후보군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윤성복 하나금융 회추위 위원장은 “대표이사 회장 경영승계계획 및 후보추천절차에 따라 공정하고 투명하게 최종 후보군을 확정했으며, 회추위는 최종 후보군 선정에 있어 하나금융그룹의 조직 안정을 꾀하기 위한 후보들을 포함시켰다”고 했다. 금융권에서는 코로나19로 불안정한 금융 시장을 고려해 전반적으로 기존 CEO를 연임하는 인사를 단행해 왔다. 이에 하나금융 역시 '안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차기 회장을 확정할 것이라는 의견에 무게가 실린다. 당초 김정태 회장의 연임 가능성은 낮았다. 지난 2012년 3월부터 회장을 맡고 있는 김 회장은 대외적으로 '4연임은 없다'고 말하며 연임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게다가 1952년생인 김정태 회장은 올해 69세로, 하나금융그룹의 내부 규정에 회장 임기를 만 70살까지로 제한하고 있어 연임하지 않을 것이란 목소리가 힘을 얻었다. 하지만 김 회장이 후보군에 오르면서, '1년 임기 연장' 수준의 연임을 하지 않을까 하는 가능성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상 강력한 차기 회장 후보로 꼽히는 함영주 부회장이 있기는 하나, 현재 법률 리스크에 직면해 있다. 함 부회장은 지난 2015년 9월부터 2019년 3월까지 하나은행장을 역임하며 김정태 회장과 손발을 맞춰온 터라, 차기 회장 물망에 유력 거론돼 왔다. 하지만 그는 현재 채용 비리 관련 업무방해·남녀고용평등법 위반 등으로 기소돼 현재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또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로 문책 경고를 받은 후 현재 행정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점이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이같은 전반적인 상황을 고려해 회추위는 최종 후보군에 대한 심층 면접 등의 절차를 거쳐 차기 대표이사 회장 후보를 확정한다. 이르면 내주 중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권지예 기자 kwon.jiye@joongang.co.kr 2021.02.16 10:18
경제

카카오페이 ‘내 대출 한도’, 이자 지원금 이벤트 진행

카카오페이가 코로나19로 인해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사용자들을 위해 대출 이자 지원금 이벤트를 진행한다. 이자 지원금 이벤트는 카카오페이 ‘내 대출 한도’ 서비스를 통해 대출 금리와 한도를 조회한 후, 500만 원 이상 대출받는 모든 사용자들에게 최대 100만원까지 카카오페이머니로 지급해주는 것으로, 27일까지 진행된다. 대출 실행 시 3만원, 5만원, 50만원, 100만원을 랜덤으로 받을 수 있다. 이자 지원금은 1인당 1회 지급되며, 이벤트 결과는 개별 안내된다. 실제 이자 지원금은 대출 실행 익월 말일에 지급될 예정이다. 카카오페이는 이자 지원금 이벤트를 마련함과 동시에 사용자들의 각 상황에 따라 필요한 대출 상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제휴사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카카오페이 ‘내 대출 한도’ 서비스는 테크핀 플랫폼 최초로 시중은행과 저축은행·캐피탈 뿐 아니라 카드사와 생명보험사까지 4개 업권의 금융사로 제휴를 확대해 사용자 선택의 폭을 넓혔다. 국민카드와 신한카드 회원이라면 카드사 앱 설치 없이 장기카드대출의 금리와 한도까지 조회 가능하며, 교보생명에 가입되어 있다면 소득?재직 증빙 없이 보험 거래 내역만으로 신용 평가와 대출 신청이 가능하다. ‘내 대출 한도’는 현재 하나은행, SC제일은행, 한국씨티은행을 포함해 총 21개 금융사와 제휴돼 있다. 권지예 기자 kwon.jiye@joongang.co.kr 2020.09.16 13:51
경제

리딩뱅크 '신한'도 여임원 2명뿐…4대 은행 더 단단해진 ‘유리천장’

4대 시중은행의 여성 임원 비중은 여전히 한자릿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 1분기 여성 임원은 6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명이 오히려 줄었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4대 시중은행(신한·KB국민·하나·우리은행)의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총 임원은 92명으로 나타났다. 국내서 영업하는 은행들은 사업보고서를 통해 임직원 현황 등에서 남여 비율을 공시하도록 돼 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2018년 은행업 감독업무 시행세칙을 개정한데 따른 것이다. 4대 시중은행의 여성 임원은 총 6명으로, 비율은 6.5%에 불과했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 7명이었던 것과 비교해 1명 줄어든 것이다. 시중은행별로는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각각 2명,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1명씩 여성임원을 선임했다. 각 은행의 여성 직원 수는 국민은행이 8344명, 신한은행이 6178명, 하나은행 7390명, 우리은행 7831명이다. 신한은행에는 왕미화 WM그룹장(부행장보)과 조경선 경영지원그룹장(부행장보)이 임원에 이름을 올렸다. 국민은행에서는 김종란 금융투자상품본부 상무와 조순옥 준법감시인(상무)이 올해 임원으로 활동한다. 하나은행에는 백미경 소비자보호그룹 전무가, 우리은행에는 송한영 외환그룹 집행부행장보가 여성임원이다. 지방은행을 보면 여성임원에 대한 유리천장은 더욱 견고하다. 부산·경남·대구·광주·전북은행 등 5대 지방은행의 전체 임원 수는 83명으로 이 중 여성 임원은 3명에 불과했다. 부산은행에는 박경희 WM고객본부 상무가, 경남은행에는 이정원 WM고객본부 상무가, 대구은행에는 구은미 준법감시인(상무)이 올해 여성임원으로 활동한다. 국내 은행들의 여성임원 비율이 한자릿수인 것과 비교해 외국계 은행들의 여성 임원 비중은 두자릿수를 훌쩍 넘는 수치를 보여 대비되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씨티은행은 올해 전체 임원의 절반을 여성임원으로 꾸렸다. 씨티은행의 임원은 총 12명으로 이 중 6명이 여성임원이다. 씨티은행 여성임원은 지난해 4명이었는데 올해 2명 더 늘어난 것이다. SC제일은행 여성임원도 5명으로 전체의 23.8%를 차지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은행업 같은 경우 물리적 차이보다는 업무숙련도가 중요하기 때문에 여성이라고 해서 특별히 차별 받아야 할 이유가 없음에도 여전히 여성이라는 이유로 성과가 저평가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 내 차별이 있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은행에 여직원 비중이 늘어나는 추세로, 여성 임원도 자연스럽게 늘어날 것“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임원이 되려면 20~30년 이상은 근무해야 하는데 임원 후보군에 들어가는 여성 직원들의 숫자 자체가 적다는 이유도 있다”고 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위로 올라갈수록 남성 중심의 기조가 강한 것이 사실"이라며 "은행들도 이 같은 유리천장 관행에 대한 사회적 비판을 받아들이고, 여성들의 역할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지예 기자 kwon.jiye@joongang.co.kr 2020.05.21 07:00
경제

여기가 은행이라고? 변신하는 은행들

2일 서울 서초구 교대역 근방에 위치한 국민은행에 들어서니 진한 커피향이 코를 자극했다.‘띵동’하며 고객을 숫자로 부르는, ‘사무적인’ 은행은 온데간데없고 예쁜 의자와 테이블들이 1층을 차지하고 있었다. 고개를 들어 천장을 보니, 그제야 ‘여기가 은행이구나’ 싶은 전광판이 보인다. 금융업무를 보러 온 고객들에게 차례가 왔음을 알리는 화면이었다. 커피 한잔하며 지루한 기다림의 시간을 달래던 고객이 이제 진짜 ‘은행 창구’로 향한다. 카페와 은행의 경계가 모호한 공간이었다.이곳은 최근 새로 단장하며 업계의 입에 오르내린 KB국민은행 서초동종합금융센터다. ‘유니버셜 허브 지점’으로 불리는 이곳은 국민은행의 고도화된 서비스를 총결집한 공간이라 할 수 있다.이처럼 은행들이 ‘금융’에서 나아가 새로워진 영업점의 모습들을 속속 내놓고 있어 눈길을 끈다. 카페는 어쩌면 자연스러울지도 모른다. 마트에서 장을 보며 금융업무를 볼 수 있는 은행도 있고, 패스트푸드에만 적용되는 줄 알았던 ‘드라이브 스루’ 매장도 은행에 적용됐다. 고객들이 모바일 뱅킹 등 ‘비대면 금융 거래’에 익숙해지면서 은행 점포를 방문하는 일이 줄어들자, 특화 점포들이 늘어가고 있다. 그저 변화를 꺼리던 은행들이 조금씩 변신하고 있다. 은행, 이종업종과 손잡다 KB국민은행이 지난 10월 연 서초동종합금융센터는 기존 영업점을 1층에 카페, 2층 대출 상담, 3층 증권, 4층 라운지 형태로 리모델링한 곳이다. 카페 형태의 1층 디지털존에는 스마트텔러머신(STM), 자동현금인출기(ATM), 공과금자동수납기 등을 배치해 고객이 여유롭게 대기하면서 단순 창구업무를 볼 수 있도록 했다. 또 4층에는 전문적인 금융 세미나와 문화 콘텐트를 제공하는 ‘스타라운지’, 세무·부동산 등 전문적인 금융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산관리자문센터가 들어섰다. 카페와 문화 공간 등이 어우러져 종합금융서비스를 받는 새로운 형태의 특화점포로 재탄생했다는 평가가 쏟아졌다. 국민은행이 새롭게 도입한 ‘PG 2.0(고도화된 파트너십그룹 영업체계)’의 첫 번째 영업채널로 고객이 모든 전문적인 금융상담을 한 곳에서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NH농협은행은 은행과 편의형 마트가 결합된 특화점포 ‘하나로미니 인 브랜치’를 지난달 14일 열었다. 고양시 주엽지점 1호점에 이어 춘천시 강원영업부에 2호점을 개점한 것이다.농협이 가진 ‘하나로마트’가 있어 가능한 시도였다. 하나로미니 인 브랜치는 단순 금융서비스뿐만 아니라 편의형 마트를 제공하는 게 특징이다. 은행서 주요 생필품과 지역 특산품, 농업인이 생산해 출하한 로컬푸드 및 농산물, 축산물 등의 신선식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이대훈 농협은행장은 “하나로미니 인 브랜치 같은 특화점포를 지속해서 늘려가겠다”며 새 영업점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금융권에서 가장 먼저 이종업종과 제휴한 특화점포를 선보인 곳은 우리은행이다. 2016년 3월 서울 동부이촌동에 커피브랜드 폴바셋과 결합한 카페인브랜치를 오픈했다. 이어 3개월 뒤 잠실 롯데월드몰에 크리스피크럼 도넛 매장과 연계해 베이커리인브랜치를 개점했다.나아가 우리은행은 차를 타고 환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드라이브 스루 환전 서비스’를 연내에 내놓는다. 이 서비스는 고객이 모바일로 환전을 신청한 뒤 자동차로 ‘드라이브 스루 환전소’에 방문해 수령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특히 차량번호 인식과 QR코드, 생체인식을 통해 차 안에서 본인인증 등을 할 수 있다. 우리은행은 서울 중구 본점 주차장 안에 ‘드라이빙 스루 존’을 만들어 면세점 방문 고객들에게 외화를 빠르게 전달할 계획이다.KEB하나은행이 시도한 ‘컬처뱅크’는 영업점과 문화 공간을 결합한 곳이다. 이미 5호점까지 개점한 컬처뱅크는 공예, 책, 가드닝 등 다양한 테마를 영업점과 접목해 특화점포의 외연을 확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컬처뱅크 최초로 지방 구도심에 조성된 컬처뱅크 5호점(충남 천안)은 인근에 거주 중인 외국인 주민을 겨냥해 한국어 교육 등을 운영하고 있다. 일요일에는 클리닉존에서 라파엘클리닉 및 지역 의료기관과 함께 치과, 내과, 외과 관련 전문 의료 서비스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등 다양한 분야와 협업하고 있다. 영업점 운영도 변화 중 은행 방문객이 줄어들면서 영업점포는 축소되고 있다.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민·신한·우리·KEB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영업점수는 올해 들어 42개 줄었다. 전체적으로 37개 점포를 신설했지만, 79개 영업점을 감축하면서 총 개수가 감소한 것이다. 올해 점포 감소 폭은 지난해 15개보다 2.8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은행별로는 KEB하나은행의 영업점이 27개로 감소 폭이 가장 크다. 국민은행의 영업점은 8개 감소했으며 우리은행 5개, 신한은행 2개로 뒤를 이었다.그동안 은행들은 디지털 전환, 경영 효율성 제고 등을 이유로 영업점 축소를 이어 왔다. 씨티은행이 영업점의 70%를 축소하는 등 감소 폭이 크다는 지적에 지난해엔 축소 규모를 대폭 줄이기도 했다. 그러나 ‘은행 점포 폐쇄 관련 공동절차’를 통해 영업점 운영에 대한 자율성이 커지자 은행들은 다시 감축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여기에 신한은행은 일산가좌·용산파크타워점 등 4개 출장소를 통폐합할 예정이며, KEB하나은행은 강남PB센터·디큐브시티·발산역점포를 통폐합하기로 했다. 은행 방문객 감소는 영업점 운영 행태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시스템이 ‘방문 예약제’다.신한은행은 시범 운영 중이던 ‘굿 타임 영업점 방문예약 서비스’를 전국 단위로 확대해 238개 영업점에서 운영하기로 했다. ‘영업점 방문예약 서비스’는 고객이 원하는 시간에 방문을 예약해서 편리하게 상담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또 고객의 라이프 스타일과 거래패턴에 맞춰 업무시간을 유연하게 적용하는 ‘굿 타임 뱅크’ 서비스도 전국 10개 내외 영업점으로 확대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지점을 방문한 고객이 대기표를 발권하면서 원하는 업무를 선택하면 신한 쏠 앱을 통해 예상 대기시간을 알려주는 ‘대기 알림 프로세스’도 선보인다.KEB하나은행도 비슷하게 현재 48곳 영업점에서 방문 예약서비스를 제공한다.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3시30분까지 이용할 수 있으며 예약 방문은 당일만 가능하다. 키오스크 기기가 설치된 영업점에선 모바일 번호표도 발급된다. 업무별로 시간을 선택해 방문 예약을 할 수 있다.최근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은행 영업점의 변화를 업계서는 ‘오픈뱅킹’과 연관 지어서도 해석하고 있다.금융업계 관계자는 “모든 은행의 계좌 조회나 이체, 결제 등이 가능하진 ‘오픈뱅킹’이 시작되면서 정통 금융사에 의존도가 떨어질 것을 우려한 은행들이 고객을 묶어두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지예 기자 kwon.jiye@joongang.co.kr 2019.12.04 07:00
경제

은행에 돈 '맡기기만'하는 시대…0%대 금리 적금 등장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은행에서 ‘0%대’ 금리의 적금이 등장했다. 은행에 돈을 그저 ‘맡기기만’ 하는 시대가 결국 왔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 16일 기준 기준금리를 연 1.50%에서 역대 최저치인 1.25%로 내린 이후, 1년 만기 기준 ‘0%대’ 금리의 적금 상품이 Sh수협은행에서 나왔다. Sh수협은행은 지난 28일 주요 상품별 예·적금 금리를 20~50bp(1bp=0.01%p) 내렸다. 이에 따라 수협은행의 ‘스마트one적금’ 금리가 40bp 인하되며 연 1% 미만인 0.9%로 내려앉았다. 같은 상품의 2~3년 만기 금리도 각각 0.95%, 1.00%였다. 이 상품은 카드결제실적, 적립금 납입횟수 등 우대조건에 따라 최대 연 1.0%p의 우대이율을 받을 수는 있다. 연이어 은행들은 수신금리 인하 채비를 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낮추게 되면, 이에 맞춰 1~2주 후에 은행들이 조정된 금리를 반영하는 것이 통상적”이라고 했다. 씨티은행은 25일부터 일부 입출금통장에 주는 우대금리를 0.2~0.3%포인트씩 인하했다. 기존에 씨티더하기통장에 신규가입하거나 1000만원 이상 금융거래 실적(펀드 가입 등)이 있으면 일정 기간 1.4%의 금리를 줬지만, 앞으로는 1.2%로 혜택이 줄어든다. BNK부산은행도 지난 24일 주요 예·적금 금리를 5~25bp 인하하면서, 대표 상품격인 ‘SIMPLE 정기적금’과 ‘BNK 어울림적금’의 1년 기준 금리가 각각 연 1.65%, 1.50%로 15bp씩 하향됐다. BNK경남은행은 지난 23일 주요 상품 금리를 15~25bp 내려 ‘e-MONEY 자유적금’은 1년 기준 연 1.35%로 25bp 내려갔고, DGB대구은행 또한 지난 21일 상품별로 대부분 15bp 낮췄다. 4대 시중은행들은 이주 중 예·적금 금리를 낮출 예정이다. 인하 폭의 변수는 시장금리다. 기준금리 인하에도 현재 시장금리가 오르고 있어 시중은행들이 크게 수신금리를 낮추지 않을 가능성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는데도 시장금리 상승세가 꺾이긴커녕, 되레 가팔라지는 이상 현상이 발생하면서 은행들이 대출금리도 상승해 예금금리를 내리지 않아도 되는 여력이 생긴 것이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들이 예금금리를 내리더라도 인하 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내년 도입되는 새로운 예대율 규제를 고려해서라도 예금을 유치해야 할 때”라며 “예금자 이탈을 막기 위해서라도 수신금리를 크게 인하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권지예 기자 kwon.jiye@joongang.co.k 2019.10.3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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