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하림 김홍국 회장 총수일가 편법승계, 일감몰아주기 제재 임박
하림그룹을 향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칼날이 끝을 향하고 있다. 공정위는 내년 초 전원회의를 열고 총수일가 '일감 몰아주기' 혐의로 하림그룹과 이 회사의 총수를 제재할 예정이다. 14일 정부 부처에 따르면 하림이 공정위의 심의 절차를 문제 삼아 서울고등법원에 제기한 열람·복사 거부처분 취소 소송 결과가 내년 1월 13일께 나온다. 공정위는 이 행정소송에서 승소하면 가능한 한 이른 시일 내 전원회의를 열고 하림그룹과 김홍국 회장에 대한 제재 수준을 정할 방침이다. 패소할 경우 공정위가 비공개한 일부 자료에 대한 열람을 허용하고 한 두 달 내 전원회의를 열기로 했다. 2017년 조사에 들어간 하림그룹 일감 몰아주기 의혹은 4년째 조사가 이어지고 있다. 하림그룹은 지주사 하림지주를 비상장사인 올품이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특이한 구조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의 아들 김준영씨가 지분 100% 보유하고 있는 회사가 바로 올품이다. 올품은 자회사 한국인베스트먼트의 지분을 100% 소유하고 있다. 한국인베스트먼트는 하림지주의 지분 20.25%를 갖고 있다. 이로 인해 김준영→올품→한국인베스트먼트→하림지주의 지배구조가 완성된 상황이다. 또 올품은 4.3%의 하림지주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김 회장의 하림지주 지분도 22.95%다. 2017년 이 같은 편법 승계 문제가 불거지자 김 회장은 “(증여 당시) 기업가치에 맞게 증여세를 냈는데 현 자산 가치를 들어 '10조원의 회사를 증여하면서 100억원의 증여세만 냈다'는 지적은 옳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김 회장은 당시 15~20년 뒤 아들 경영능력을 보고 승계를 결정하겠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하림 측은 "증여는 자산이 3조5000억원대 규모였던 2012년에 이뤄진 건데 그간 팬오션 인수 등으로 기업 규모가 갑자기 커졌다"며 "수직계열화 사업 구조상 내부거래가 많았을 뿐 일감 몰아주기도 아니다"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공정위는 총수일가 사익편취 혐의로 김 회장을 검찰에 고발한다는 내용의 심사보고서를 2018년 12월 하림그룹에 발송하면서 곧이어 제재 수준을 결정하려 했다. 하지만 하림그룹이 타 업체의 거래가격을 비롯해 공정위가 정상가격을 산정하는 데 활용한 자료를 공개하라며 열람·복사 거부처분 취소 소송을 내면서 지연되기 시작했다. 작년 10월 비공개한 자료 일부를 공개하라는 대법원판결이 나왔으나 공정위는 이를 하림에 제공하는 대신 해당 부분을 입증자료에서 제외한 새 심사보고서를 보냈다. 그러자 하림은 새로운 심사보고서에 대해 다시 행정소송을 걸었고, 서울고법 판결을 앞두고 있다. 공정위는 김 회장이 2012년 올품 지분을 아들에 물려주는 과정에서 부당지원 행위가 있다고 보고 있다. 회장 아들 지분이 100%인 올품은 2012년부터 2016년까지 매년 700억∼800억원 대의 계열사 일감을 받아 덩치를 키웠고 이를 토대로 지배구조 최상단에 있는 하림지주의 지분을 4.3% 보유, 지주회사가 아니라 체제 밖 계열사가 사실상 그룹을 지배하는 '옥상옥' 구조가 만들어졌다. 공정위 관계자는 "서울고법 판결이 나면 하림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혐의에 대한 제재 수준이 되도록 빨리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두용 기자 kim.duyong@joongang.co.kr
2020.12.14 11: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