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5건
프로야구

[포수의 신(信) 에필로그] 그 짜릿한 포구...레전드 포수의 워너비 투수는 선동열

본지는 6회에 걸쳐 ‘포수의 신(信)’ 시리즈를 연재했다. 프로야구 역사를 대표하는 포수(조범현·김동수·박경완·진갑용·강민호·양의지)들을 차례로 만나 얘기를 나눴다. 포수가 공 배합을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을 들이는지, 투수와 끈끈한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 어떤 자세를 갖는지, 어떤 고충이 있고 무엇을 가장 큰 보람으로 여기는지 두루 전할 수 있었다. 레전드 포수들 사이에도 투수를 리드하는 최우선 가치에 조금씩 차이가 있었다. 긴밀한 소통과 믿음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포수, 선·후배 관계를 떠나 포수가 주도해 이끄는 호흡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포수 등. 물론 정답은 없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한 건 의외로 포구의 중요성이었다. 포수에겐 일상과도 같은 일, 포일(투수가 던진 공을 빠뜨리는 것)이라도 범하면 쏟아지는 질타를 받을 만큼 쉽고 당연하게 여겨지는 게 포구다. 포수들은 공을 ‘잘’ 받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고 했다. 미트 움직임으로 심판을 현혹하는 프레이밍(catcher framing)이나 도루 저지를 위한 빠른 송구 동작도 일단 공을 정확히 잡는 것부터 시작한다고 강조했다. 투심 패스트볼(투심) 컷 패스트볼(커터) 등 무브먼트가 있는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들이 많아지면서, 포수의 고충은 더 늘었다고 한다. 강민호도 “3시즌(2010~2012) 동안 배터리를 이뤘던 라이언 사도스키의 투심 패스트볼은 잡을 때마다 (미트를 착용한) 왼손이 아팠다. 나중엔 엄지 보호대를 낄 정도였다”라고 돌아봤다. 이번 릴레이 인터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이기도 했다. 사도스키의 투심 구속은 140㎞/h 중반이었다. 더 안정감 있는 포구를 위해 체형을 바꾸는 노력까지 하는 게 포수였다. 조범현 전 KT 위즈 감독은 코치 시절, 소속 포수들이 하반신 근력과 유연성을 모두 키울 수 있도록 유도했다. 그 ‘지옥훈련’을 견딘 게 박경완 LG 트윈스 배터리 코치였다. 박 코치도 후배 포수들의 유연성 강화를 위해 혹독하게 이끌었다. 지도를 받은 김민식(SSG 랜더스)이 “매일 스프링캠프를 치르는 것 같았다”라고 돌아볼 정도였다. 포구는 포수에게 희열을 안기기도 한다. 빼어난 투수의 묵직한 공을 받았을 때 손끝에서 전해지는 짜릿한 느낌이 포수를 신나게 만든다는 얘기다. 김동수 SBS 스포츠 해설위원은 “소속팀에도 좋은 투수들이 많았지만, 한·일 슈퍼게임(1990년대 초반 열린 한·일 프로야구 올스타 정기전)에 나가면 리그 대표 투수들의 공을 받는 것만으로 행복했다”라고 전했다. 강민호도 “국가대표팀에서는 불펜에서 공을 받을 때도 즐거웠다. 특히 다른 소속팀 투수들은 ‘이런 공을 던지니까 내가 (타석에서) 못 쳤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라며 웃어보였다. 레전드 포수들에게 배터리 호흡을 맞춰보지 않은 투수를 전제로 “꼭 받아 보고 싶은 공”을 꼽아달라고 했다. 단연 ‘국보투수’로 불리는 선동열 전 국가대표팀 감독이 가장 많은 표를 받았다. 진갑용 KIA 타이거즈 수석코치는 “내가 막 프로 무대에 들어왔을 땐 (선동열) 감독님이 일본 리그에서 뛰고 계셨다. ‘투수’ 선동열이 던지는 공은 못 받아봤다”라고 아쉬움을 전하며 “감독님 주 무기였던 슬라이더를 꼭 직접 받아 보고 싶었다”라고 했다. 강민호도 선동열 전 감독을 꼽았다. 그는 “과거 영상을 보면, 포심 패스트볼(직구)이 밑에서 위로 올라온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런 공이 글러브로 빨려 들어올 때 기분은 받아보지 않은 이들에게 설명하기 어렵다”라고 했다. 양의지도 “나는 어린 시절부터 선동열 감독님이 던지는 모습을 보며 야구 선수 꿈을 키웠다. 한 번 꼭 받아 보고 싶었다”라고 했다. 1995년 열린 한·일 슈퍼게임에서 선동열 전 감독과 배터리 호흡을 맞췄던 박경완 코치는 “으레 하는 말 같지만, 내가 받아본 공 중 미트에서 전해지는 전율이 가장 강했던 게 선동열 감독님 직구였다. 돌덩이가 꽂히는 것 같았다”라고 했다. 30년 가까이 지났지만, 여전히 그 느낌을 잊을 수 없다고. 김동수 위원은 ‘무쇠팔’ 고(故) 최동원 전 한화 이글스 투수 코치를 언급했다. 신인 시절이었던 1990년, 당시 삼성 라이온즈 소속이었던 최 전 코치에게 홈런을 때려낸 기억을 돌아본 그는 "프로 입문 전부터 좋아했던 최동원 선배님의 전성기 직구와 커브를 받아보지 못해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전했다. 조범현 전 KT 위즈 감독은 자신이 공을 받아 보지 않은 투수와의 공을 갈망하지 않았다. 대신 중·고교 시절 가장 좋아했던 '1년 선배' 원민구 전 협성경복중학교 야구부 감독을 떠올렸다. 삼성 에이스 원태인의 아버지로 더 잘 알려진 야구인이다. 조범현 전 감독은 "그 시절에 스스로 연구해서 커터를 던졌던 선배다. 본인은 슬라이더라고 하는데 정말 살짝 휘어들어갔다. 무엇보다 그토록 자신감이 넘치는 투수가 없었다. 포수로서 그런 느낌을 받은 투수는 이후 없었다. 내가 존경하던 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포수는 육체노동자다. 4㎏에 가까운 보호 장비를 착용하고, 경기 시간 내내 쪼그려 앉아 있는다. 공 배합을 두고 감독의 질타, 투수의 불신을 받기도 한다. 심판과 가장 가까이 있다 보니, 부정확한 볼-스트라이크 판정에도 좀처럼 목소리는 내지 못하는 게 포수다. 심지어 기본 임무인 포구마저 어렵다. 그러면서도 투수의 성장에 기뻐하고, 정답이 없다는 공 배합을 위해 끊임없이 연구한다. 무겁고 묵직한 공을 받고 희열을 느낀다. 인터뷰를 나눈 6명 모두 "포수가 된 걸 후회한 적이 없다"라고 했다. 좀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DNA를 가진 이들. 이런 아이러니가 주는 매력이 포수 탐구를 흥미롭게 만들었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3.09.08 07:30
야구

원태인, 더는 ‘아기 사자’ 아니다

원태인(21·삼성 라이온즈)은 요즘 명실상부한 프로야구 최고 투수다. 기억조차 가물가물한 어린 시절부터 야구장을 드나든 꼬마가 데뷔 3년 만에 KBO리그를 평정하고 있다. 원태인의 아버지인 원민구(64) 전 협성경복중 야구부 감독은 “아들이지만 더는 내가 가르칠 게 없다”며 뿌듯해했다. 아버지도 프로야구 선수가 될 뻔했다. 원씨는 1984, 85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연거푸 고향 팀 삼성의 지명을 받았다. 만약 입단했다면, 훗날 부자가 같은 유니폼을 입는 역사를 썼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원씨 선택은 프로가 아닌 실업 야구였다. 짧고 화려한 프로 생활보다는 은퇴 후에도 안정적인 일자리가 보장되는 가장의 길을 택했다. 그 당시 실업 야구선수는 은퇴 후 모기업에서 직장생활을 이어갈 수 있었다. 프로의 꿈은 아들이 대신 이뤘다. 원씨는 고사리손으로 야구공을 겨우 쥔 다섯 살 아들이 스피드건에 시속 60㎞를 찍는 걸 보고 뒷바라지를 결심했다. 원태인도 ‘삼성 선수’가 되는 날을 꿈꾸며 무럭무럭 성장했다. 협성경복중 재학 당시 서울 학교로부터 전학을 제안받았지만, 거절했다. 원태인은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셔서 내게는 아버지와 형이 가장 소중했다. 대구를 떠날 수 없었다. 아버지가 몸담을 뻔했던 ‘삼성 1차 지명’만 생각하며 야구를 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리고 2019년 삼성은 신인 1차 지명 선수로 경북고 졸업 예정인 투수 원태인을 뽑았다. 아버지는 아들이 등판하는 날마다 대구 팔공산 갓바위에 올라 기도한다. 처음으로 야구장을 방문한 건 최근 등판인 7일 롯데 자이언츠전이었다. 등판 전날 산에 올랐던 아버지는 설레는 마음으로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를 찾았다. 아들은 관중석의 아버지를 실망하게 하지 않았다. 7이닝 1실점으로 역투해 시즌 5번째 승리를 따냈다. 원태인의 3차례 홈경기 성적은 3승 무패, 평균자책점 0.90이다. 대구에 오면 아버지의 ‘기도 효과’를 더 많이 보는 것 같다. 올해 원태인 성적은 아버지 기대를 뛰어넘고도 남는다. 6경기에 선발 등판해 5승 1패, 평균자책점 1.18이다. 쟁쟁한 외국인 선수를 다 제치고 다승과 평균자책점 선두(10일 기준)로 나섰다. 최근 5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투구 3자책점 이하)를 기록한 덕분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탈삼진(39개), 투구 이닝(38이닝), 이닝당 출루 허용(WHIP·0.95), 피안타율(0.204) 모두 상위권이다. 9이닝당 탈삼진(9.24개)과 삼진/볼넷(4.88)도 국내 선수 1위다. KBO 공식통계업체 스포츠투아이가 계산한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WAR) 역시 2.36으로 1위에 올랐다. 흠잡을 데 없는 전방위 활약이다. 눈부신 활약에 ‘감투’도 따라왔다. 지난달 맹활약했던 다른 선수를 모두 제치고, KBO 4월 최우수선수(MVP)에 뽑혔다. 기자단 투표에서 32표 중 31표를 받았다. 팬 투표에서도 59.2%의 지지를 얻었다. 원태인 자신도 얼떨떨할 만큼 놀라운 발걸음이다. 그는 “요즘 자꾸 내 기록을 확인하게 되는 게 사실”이라며 웃었다. 팀과 함께 빛나고 있어 더 뿌듯하다. 원태인을 앞세운 삼성은 올 시즌 치열한 순위 경쟁 속에서도 1위를 지키고 있다. 지난 5년간 쌓인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의 한을 확실히 풀어버릴 기세다. 원태인은 오래전부터 ‘삼성 1차 지명’과 ‘국가대표 발탁’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보고 뛰었다. 하나는 2년 전 이뤘고, 다른 하나도 눈앞에 다가왔다. 도쿄올림픽에 출전하는 야구 대표팀은 그 어느 때보다 ‘에이스’가 필요하다. 원태인은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도,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도, 양현종(텍사스 레인저스)도 없는 대표팀 마운드의 새 희망으로 떠올랐다. 원태인은 “최근 김경문 (대표팀) 감독님이 날 칭찬하셨다는 기사를 보고 기분이 정말 좋았다. 영광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실망을 드리지 않아야 한다’는 걱정도 생겼다. 올해는 꼭 올림픽 출전과 포스트시즌 진출을 모두 해내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2021.05.12 08:26
야구

이정후·강진성·이성곤…2020 KBO리그에 부는 '야구인 2세' 열풍

2020 KBO 리그에는 '야구인 2세' 열풍이 불고 있다. 6월 24일까지 리그 타율 1위를 기록한 NC 강진성은 강광회 심판위원의 아들이다. 입단 9년 차인 올해 드디어 빛을 보고 있다. 1일 KIA-한화전에서는 1이닝 무실점으로 데뷔 첫 등판에서 행운의 승리 투수가 된 KIA 정해영(19)은 올해 1차 지명 우투수로, 타이거즈에서 선수, 코치를 지낸 정회열 전 수석코치의 아들로도 유명하다. 유승안 전 경찰야구단 감독은 유원상(34·KT)-유민상(31·KIA) 형제가 처음으로 나란히 좋은 활약을 선보여 흐뭇하다. 현역 시절 골든글러브만 5회 수상한 이순철 해설위원(SBS)의 아들 이성곤(28·삼성)은 6월 말 사직 롯데전에서 깜짝 돌풍을 일으켰다. 야구인 2세 열풍의 선두주자는 단연 이정후(22·키움)다. '바람의 아들'로 불렸던 이종범(일본 주니치 코치 연수)의 큰아들 이정후는 데뷔 첫 시즌에 신인왕을 수상하는 등 리그를 대표하는 타자로 성장했다. 통산 타율은 아버지(0.297)를 훨씬 뛰어넘고, 올 시즌에는 장타력까지 향상돼 벌써 개인 한 시즌 최다 홈런을 경신했다. 해태와 쌍방울 출신 박철우 두산 코치의 아들 박세혁(30)은 양의지(NC)의 FA(프리에이전트) 이적으로 처음으로 주전 자리를 꿰찬 2019년 소속팀 두산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좀 더 과거를 돌아보면 프로 출범 전에 실업 야구만 했거나, 아버지와 달리 프로에 입단해 빛을 보지 못해 일찍 꿈을 접어야만 한 '부자(父子)'도 꽤 있다. 김성근-김정준 부자를 비롯해 삼성 원태인(20)은 1984년과 1985년 삼성의 지명을 받았지만, 실업 무대에서만 뛴 원민구 전 협성경복중 야구부 감독의 아들이다. 아버지가 활약하던 모습을 보며 꿈을 키웠고, 자연히 야구 DNA를 물려받았다. 이종범 코치는 "정후의 어떤 플레이를 보면 '나도 그랬는데, 비슷하네'라고 생각할 때가 있다"고 했다. 좌타자 아버지처럼 '좌타자 안방마님'인 박세혁은 "어릴 적부터 어머니와 야구장을 다녔다. 기량을 많이 물려받은 것 같다"고 웃었다. 하지만 아들의 야구 입문을 반대한 경우도 있고, 자신의 길을 따라 걷는 아들을 반긴 아버지도 있다. 이종범 코치는 "여기까지 오는 과정이 굉장히 힘들었고, 내가 화려한 선수 생활을 해 정후가 멘틀적으로 흔들리지 않을까 걱정해 축구와 골프, 쇼트트랙 등 다른 종목을 많이 시켰고 이를 권유했다"며 "그런데 심지어 책상 아래로 슬라이딩을 하더라. 프로에서 성공하기 전까지 엄청 불안했다"라고 떠올렸다. 박철우 코치는 " 힘들 길인데 싶었지만 어디 야구 선수만 힘들겠나. 포수 하고 싶다길래 잘됐다 싶었다"고 말했다. 아버지의 명성을 아들이 넘어섰으면 한다. 1차 지명을 소수로 제한한 1986년 이후 처음으로 같은 팀에 1차 지명된 정해영의 아버지 정회열 코치는 "'볼넷을 주지 마라' '도망가지 마라' '팀의 위해 희생하라'는 메시지를 전한다"며 "결국 아들이 부담감을 이겨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때 상대팀 선수로 아들을 상대했던 박철우 코치는 두산 1군에서 박세혁과 코치와 선수로 몸 담기도 했는데 "야구를 잘해서 아빠보다는 그동안 뒷바라지하느라 고생한 엄마를 위했으면 한다"라고 했다. 이종범 코치는 특별한 조언보단 아내와 함께 몰래 야구장을 방문하기도 했고, 이정후가 롤 모델로 삼는 동시에 자신 역시 성실함을 인정하는 스즈키 이치로의 책을 책상 위에 올려놓으며 뒤에서 묵묵히 응원했다. 아버지는 코치, 해설위원보다 'OOO 아빠'로 불리는 게 더 좋다고 한다. 장정석 전 키움 감독의 아들 장재영(덕수고)을 비롯해 진갑용 KIA 코치, 이호준 NC 코치의 아들 등 많은 야구인 2세가 아버지의 길을 쫓고 있다. 이형석 기자 2020.07.06 06:00
야구

“신인왕보다 가을야구” 19세 선발투수 원태인

6살 야구 신동의 꿈은 언젠가 푸른 유니폼을 입는 것이었다. 14년 뒤 꿈은 현실이 됐다. ‘삼린이(삼성 어린이 팬)’ 출신으로 삼성 선발진의 한 자리를 차지한 오른손 투수 원태인(19) 이야기다. 잘생긴 데다 실력까지 갖춰 팬들의 사랑을 독차지한 그를 만났다. 원태인은 원민구(62) 전 협성경복중 야구팀 감독의 차남이다. 원 감독은 1984년 삼성에 지명됐으나 프로행 대신 실업행(제일은행)을 택했다. 은퇴 후에는 1997년부터 22년간 경복중 야구부를 가르쳤다. 원태인은 6살 때부터 아버지, 그리고 형 원태진(전 SK)과 야구장에 다녔다. 그는 “기억은 안 나는데, ‘집에서도 야구공을 던졌다’고 하더라. 아버지 따라 야구장에 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야구선수가 된 것 같다”고 했다. 어릴 때 원태인은 ‘야구 신동’으로 불렸다. 초등학생 때부터 중학생과 함께 훈련해도 뒤처지지 않았다. 그가 어릴 때 TV 프로에 출연한 모습이 최근 들어 화제가 됐다. 원태인은 “나도 이따금 동영상을 본다. 나도 모르는 영상도 있어 신기하다”며 웃었다. 원태인은 아버지를 지명했던 삼성의 1차 지명을 받았다. 그는 “삼성에서 뛰는 게 어릴 적부터 꿈이었다. 다른 지역 고등학교의 스카우트 제안도 많았지만, 그러면 삼성의 1차 지명을 받을 수 없어 거절했다. 삼성 선발투수라는 꿈이자 목표를 이뤄 행복하다”고 했다. 그는 “일찍 돌아가신 어머니 대신 아버지와 형이 나를 위해 많이 애썼다. 올해 감독을 그만둔 아버지가 자주 경기를 보러 오신다. 효도하는 것 같아 기분 좋다”고 했다. 경북고 시절 원태인의 최고 구속은 시속 150㎞. 프로에 와선 시속 140㎞ 중반의 공을 던진다. 후반기 첫 등판인 28일 대구 한화전에서 탈삼진은 1개였지만, 6이닝 3실점으로 시즌 4승을 달성했다. 그는 “아무리 공이 빨라도 가운데 몰리면 프로에선 안 통하더라”고 했다. 그는 “윤성환 선배님을 보면서 ‘프로는 역시 제구력’이란 걸 느꼈다. 분석 결과를 봐도 제구에 신경 썼을 때가 더 좋다. 제구에 집중하게 됐다”고 말했다. 원태인은 LG 정우영과 신인왕 2파전을 벌이고 있다. 시즌 초엔 정우영이 좀 앞선 듯했으나, 원태인이 선발로 자리 잡은 뒤 추격전의 불을 댕겼다. 수상자 향방은 남은 후반기 성적에 달렸다. 그런데 원태인은 “신인왕은 중요한 목표가 아니다”고 말한다. 그는 “(신인왕은) 생애 한 번뿐이니까 욕심이 없다면 거짓말”이라면서도 “우리 팀 성적이 더 중요하다. 나는 삼성 왕조 시절을 본 ‘삼린이’다. 올해는 가을야구를 하고, 몇 년 뒤엔 우승하는 게 마지막 꿈”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일간스포츠 2019.07.31 09:01
야구

반환점 돈 신인왕 레이스, 맨앞에 정우영·원태인

2019 프로야구 정규시즌이 반환점을 돈 가운데, 신인왕 경쟁 구도가 ‘2파전’으로 좁혀졌다. LG 트윈스 투수 정우영(20), 그리고 삼성 라이온즈 투수 원태인(19)이 그 주인공이다. 스타일도, 보직도, 성장 과정도 다른 두 선수의 대결 구도가 팬들의 이목을 사로잡고 있다. 신인왕 레이스에서 먼저 치고 나간 쪽은 정우영이다. 사이드암 정우영은 부드러운 폼에서 변화무쌍한 공을 던진다. 프로에 온 뒤 구속도 빨라졌다. 처음엔 시속 140㎞ 정도였는데, 최근에는 시속 140㎞대 중반까지 나온다. 최일언 LG 투수코치는 “유연성이 정말 좋다. (전체적으로) 점점 더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무서운 상승세 KT…수도권 팀끼리 가을야구? 정우영은 사실 지난해 드래프트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중학교(강남중) 때 1년 유급한 정우영은 나이가 같은 강백호에 비해 눈에 띄지 않았다. 같은 사이드암인 롯데 서준원(19)에 비해서도 낮게 평가됐다. 드래프트 지명 순번도 2라운드(전체 15순위)였다. 하지만 스프링캠프부터 ‘즉시 전력감’이란 평가를 받았다. 개막 엔트리에도 당당히 포함됐다. 시즌 초반 무실점 행진을 펼치더니, 정우영은 어느새 LG 불펜의 핵심이 됐다. 마무리 고우석에 앞서 등장하는 셋업맨 보직을 맡았다. 3일까지 4승 3패 1세이브 10홀드, 평균자책점은 2.17이다. 투구 이닝(49와 3분의 2이닝)은 구원투수 중 가장 많다. 특히 돋보이는 부분은 땅볼 유도 능력이다. 정우영의 땅볼/플라이볼 비율은 2.86으로, KBO리그(규정이닝 50% 이상 투구 기준)에서 가장 높다. 위기 상황에서 등판하는 구원투수에겐 탈삼진 능력 다음으로 요긴한 게 땅볼 유도 능력이다. LG가 정우영에게 거는 기대가 큰 건 신인왕에 대한 목마름 때문이다. LG가 마지막으로 배출한 신인왕은 1997년 이병규(현 코치)다. 그렇다 보니 정우영을 향한 팬들의 사랑도 대단하다. 올스타 투표 중간 합산에서 48만668표로, 나눔올스타(LG·NC·키움·한화·KIA) 중간투수 1위다. 고졸 신인 최초로 올스타전 베스트로 선발될 가능성이 크다. 정우영의 경쟁자는 삼성 원태인이다. 원태인은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야구 신동’으로 이름을 날렸다. 비결은 ‘DNA’에 있다. 아버지가 원민구(62) 전 협성경복중 감독이다. 원 감독은 영남대를 졸업하고 1984년 삼성의 지명을 받았지만, 프로행 대신 실업야구 제일은행에서 뛰었다. 은퇴 이후엔 경복중 야구부를 20년 이상 지도했다. 구자욱·김상수 등 뛰어난 제자들을 길러냈다. 원 감독은 아들이 둘인데, 모두 야구를 했다. 마흔 넘어 얻은 차남(원태인)의 기량이 출중했다. 원태인은 중·고교 시절부터 투타에 모두 능해 ‘삼성의 1차 지명감’이란 평가를 받았다. 실제로 삼성은 ‘투수’ 원태인을 1차 지명했다. 지난해에는 청소년 대표로 뽑혀 아시아선수권 우승에도 기여했다. 원태인은 시즌 초반 구원투수로 기용됐다. 그러다가 외국인 투수들의 부상과 부진으로 선발 등판하게 됐다. 원태인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시속 150㎞ 강속구와 신인답지 않은 침착함을 무기로 호투를 이어갔다. 시즌 3승 4패 2홀드, 평균자책점 2.69다. 승운이 따르지 않았을 뿐, 선발 로테이션은 꾸준히 지켰다. 지난달 23일 한화전 이후 구단이 과부하를 염려해 휴식을 줬다. 부상은 아니어서 5~7일 NC 3연전 때는 선발진에 복귀할 예정이다. 정우영과 원태인 모두 “신인왕에 연연하지 않는다”면서도 “욕심이 나는 건 사실”이라고 입을 모았다. 두 사람 중에서 신인왕이 나온다면 갓 졸업한 고졸 신인 투수로는 2007년 임태훈 이후 12년 만의 수상이다. 최근 투수 중에는 ‘중고’ 신인왕이 많았다. 2017년과 지난해에는 타자 이정후(키움)와 강백호(KT)가 고교를 졸업하자마자 신인왕이 됐다. 당초 신인왕 후보로 예상됐던 롯데 서준원과 KIA 김기훈은 최근 선발로 나오면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나 정우영이나 원태인과 격차가 꽤 벌어졌다. 야수는 김태진(24·NC)과 강로한(27·롯데) 등이 신인왕 후보지만, 성적과 임팩트에서 모두 밀린다. 온라인 일간스포츠 2019.07.05 08:59
브랜드미디어
모아보기
이코노미스트
이데일리
마켓in
팜이데일리
행사&비즈니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