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살 야구 신동의 꿈은 언젠가 푸른 유니폼을 입는 것이었다. 14년 뒤 꿈은 현실이 됐다. ‘삼린이(삼성 어린이 팬)’ 출신으로 삼성 선발진의 한 자리를 차지한 오른손 투수 원태인(19) 이야기다. 잘생긴 데다 실력까지 갖춰 팬들의 사랑을 독차지한 그를 만났다.
원태인은 원민구(62) 전 협성경복중 야구팀 감독의 차남이다. 원 감독은 1984년 삼성에 지명됐으나 프로행 대신 실업행(제일은행)을 택했다. 은퇴 후에는 1997년부터 22년간 경복중 야구부를 가르쳤다. 원태인은 6살 때부터 아버지, 그리고 형 원태진(전 SK)과 야구장에 다녔다. 그는 “기억은 안 나는데, ‘집에서도 야구공을 던졌다’고 하더라. 아버지 따라 야구장에 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야구선수가 된 것 같다”고 했다.
어릴 때 원태인은 ‘야구 신동’으로 불렸다. 초등학생 때부터 중학생과 함께 훈련해도 뒤처지지 않았다. 그가 어릴 때 TV 프로에 출연한 모습이 최근 들어 화제가 됐다. 원태인은 “나도 이따금 동영상을 본다. 나도 모르는 영상도 있어 신기하다”며 웃었다.
원태인은 아버지를 지명했던 삼성의 1차 지명을 받았다. 그는 “삼성에서 뛰는 게 어릴 적부터 꿈이었다. 다른 지역 고등학교의 스카우트 제안도 많았지만, 그러면 삼성의 1차 지명을 받을 수 없어 거절했다. 삼성 선발투수라는 꿈이자 목표를 이뤄 행복하다”고 했다. 그는 “일찍 돌아가신 어머니 대신 아버지와 형이 나를 위해 많이 애썼다. 올해 감독을 그만둔 아버지가 자주 경기를 보러 오신다. 효도하는 것 같아 기분 좋다”고 했다.
경북고 시절 원태인의 최고 구속은 시속 150㎞. 프로에 와선 시속 140㎞ 중반의 공을 던진다. 후반기 첫 등판인 28일 대구 한화전에서 탈삼진은 1개였지만, 6이닝 3실점으로 시즌 4승을 달성했다. 그는 “아무리 공이 빨라도 가운데 몰리면 프로에선 안 통하더라”고 했다. 그는 “윤성환 선배님을 보면서 ‘프로는 역시 제구력’이란 걸 느꼈다. 분석 결과를 봐도 제구에 신경 썼을 때가 더 좋다. 제구에 집중하게 됐다”고 말했다.
원태인은 LG 정우영과 신인왕 2파전을 벌이고 있다. 시즌 초엔 정우영이 좀 앞선 듯했으나, 원태인이 선발로 자리 잡은 뒤 추격전의 불을 댕겼다. 수상자 향방은 남은 후반기 성적에 달렸다. 그런데 원태인은 “신인왕은 중요한 목표가 아니다”고 말한다. 그는 “(신인왕은) 생애 한 번뿐이니까 욕심이 없다면 거짓말”이라면서도 “우리 팀 성적이 더 중요하다. 나는 삼성 왕조 시절을 본 ‘삼린이’다. 올해는 가을야구를 하고, 몇 년 뒤엔 우승하는 게 마지막 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