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4일까지 리그 타율 1위를 기록한 NC 강진성은 강광회 심판위원의 아들이다. 입단 9년 차인 올해 드디어 빛을 보고 있다. 1일 KIA-한화전에서는 1이닝 무실점으로 데뷔 첫 등판에서 행운의 승리 투수가 된 KIA 정해영(19)은 올해 1차 지명 우투수로, 타이거즈에서 선수, 코치를 지낸 정회열 전 수석코치의 아들로도 유명하다. 유승안 전 경찰야구단 감독은 유원상(34·KT)-유민상(31·KIA) 형제가 처음으로 나란히 좋은 활약을 선보여 흐뭇하다. 현역 시절 골든글러브만 5회 수상한 이순철 해설위원(SBS)의 아들 이성곤(28·삼성)은 6월 말 사직 롯데전에서 깜짝 돌풍을 일으켰다.
야구인 2세 열풍의 선두주자는 단연 이정후(22·키움)다. '바람의 아들'로 불렸던 이종범(일본 주니치 코치 연수)의 큰아들 이정후는 데뷔 첫 시즌에 신인왕을 수상하는 등 리그를 대표하는 타자로 성장했다. 통산 타율은 아버지(0.297)를 훨씬 뛰어넘고, 올 시즌에는 장타력까지 향상돼 벌써 개인 한 시즌 최다 홈런을 경신했다.
해태와 쌍방울 출신 박철우 두산 코치의 아들 박세혁(30)은 양의지(NC)의 FA(프리에이전트) 이적으로 처음으로 주전 자리를 꿰찬 2019년 소속팀 두산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좀 더 과거를 돌아보면 프로 출범 전에 실업 야구만 했거나, 아버지와 달리 프로에 입단해 빛을 보지 못해 일찍 꿈을 접어야만 한 '부자(父子)'도 꽤 있다. 김성근-김정준 부자를 비롯해 삼성 원태인(20)은 1984년과 1985년 삼성의 지명을 받았지만, 실업 무대에서만 뛴 원민구 전 협성경복중 야구부 감독의 아들이다.
아버지가 활약하던 모습을 보며 꿈을 키웠고, 자연히 야구 DNA를 물려받았다. 이종범 코치는 "정후의 어떤 플레이를 보면 '나도 그랬는데, 비슷하네'라고 생각할 때가 있다"고 했다. 좌타자 아버지처럼 '좌타자 안방마님'인 박세혁은 "어릴 적부터 어머니와 야구장을 다녔다. 기량을 많이 물려받은 것 같다"고 웃었다.
하지만 아들의 야구 입문을 반대한 경우도 있고, 자신의 길을 따라 걷는 아들을 반긴 아버지도 있다. 이종범 코치는 "여기까지 오는 과정이 굉장히 힘들었고, 내가 화려한 선수 생활을 해 정후가 멘틀적으로 흔들리지 않을까 걱정해 축구와 골프, 쇼트트랙 등 다른 종목을 많이 시켰고 이를 권유했다"며 "그런데 심지어 책상 아래로 슬라이딩을 하더라. 프로에서 성공하기 전까지 엄청 불안했다"라고 떠올렸다. 박철우 코치는 " 힘들 길인데 싶었지만 어디 야구 선수만 힘들겠나. 포수 하고 싶다길래 잘됐다 싶었다"고 말했다.
아버지의 명성을 아들이 넘어섰으면 한다. 1차 지명을 소수로 제한한 1986년 이후 처음으로 같은 팀에 1차 지명된 정해영의 아버지 정회열 코치는 "'볼넷을 주지 마라' '도망가지 마라' '팀의 위해 희생하라'는 메시지를 전한다"며 "결국 아들이 부담감을 이겨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때 상대팀 선수로 아들을 상대했던 박철우 코치는 두산 1군에서 박세혁과 코치와 선수로 몸 담기도 했는데 "야구를 잘해서 아빠보다는 그동안 뒷바라지하느라 고생한 엄마를 위했으면 한다"라고 했다. 이종범 코치는 특별한 조언보단 아내와 함께 몰래 야구장을 방문하기도 했고, 이정후가 롤 모델로 삼는 동시에 자신 역시 성실함을 인정하는 스즈키 이치로의 책을 책상 위에 올려놓으며 뒤에서 묵묵히 응원했다.
아버지는 코치, 해설위원보다 'OOO 아빠'로 불리는 게 더 좋다고 한다.
장정석 전 키움 감독의 아들 장재영(덕수고)을 비롯해 진갑용 KIA 코치, 이호준 NC 코치의 아들 등 많은 야구인 2세가 아버지의 길을 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