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IS 이슈]반환점 '전' 사령탑 유니폼 반납, 네 시즌 '연속'
네 시즌 연속으로 반환점을 돌기 전에 자리에서 물러난 사령탑이 나왔다. 한용덕 감독이 스스로 물러난다. 7일 대전 NC전이 끝난 뒤 이러한 결단이 전해졌다. 한 전 감독의 '사령탑' 등장과 퇴장은 그 모습이 비슷하다. 지난 2017년 10월 31일 한화의 11대 감독으로 선임됐다. 이미 기정사실이었지만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두산의 수석 코치를 맡고 있던 터라 공식화되지 않았다. 이변 없이 지휘봉을 잡았다. 물러나는 모습도 마찬가지다. 5월 23일 NC전부터 14연패를 당했다. 단일 시즌 최다 연패 신기록이다. 표면상으로는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이다. 조짐은 전날(7일)부터 있었다. 1군 코치 4명이 출근을 했다가 2군행을 지시받았고, 경기는 투·타 메인 코치와 수석 코치 없이 치렀다. 내부 갈등이 여과 없이 표출된 상황. 경질과 자신 사퇴 두 가지 선택만 남은 듯 보였다. 한용덕 감독의 공적은 명확하다. 부임 첫 시즌(2018)에 한화를 정규리그 3위로 이끌며 2007년 이후 11년 만에 가을 야구 진출을 이끌었다. 불펜진에 명확한 보직을 부여했고, 새 얼굴을 다수 발굴했다. 그러나 2019시즌에는 9위에 그쳤다. 2018시즌 재도약 요인들이 다수 무너졌다. 성적보다 팀 장악력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용규, 송광민 등 베테랑 선수들의 내적 갈등이 외부로 표출되는 과정에서 팀 분위기가 흔들렸다. 개인의 일탈이며 지도자의 탓으로만 돌릴 순 없었지만, 유연한 소통에 장애가 있다는 인상을 풍겼다. 2020시즌 스프링캠프에서는 베테랑 선수들에게 책임을 부여하며 쇄신을 노렸다. 그러나 한계가 있었다. 선수단 리드, 성적 확보, 외압 견제 등 사령탑이 짊어진 짐은 많다. 항상 그랬다. 작금의 상황을 한 감독만의 문제로 볼 순 없다. 한국 야구도 2017시즌부터 네 시즌 연속으로 중도 하차한 감독을 막지 못했다. 2017년 5월 23일에는 김성근 감독이 3년 계약을 채우지 못하고 경질됐다. 이상군 코치 대행 체제로 남은 시즌을 치렀고, 그 자리를 이어받아 한용덕 감독이 부임했다. 당시에도 현장과 프런트 사이 잡음이 새어 나갔다. 2018년 6월 3일에는 NC 초대 사령탑이던 김경문 현 국가대표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놨다. 신생팀을 강팀 반열에 올려놓았지만, 당기 시즌 59경기에서 승률 0.339(20승39패)을 기록하며 최하위에 머물렀다. 당시에도 외인 투수의 활용을 두고 이상 기류가 감지됐다. 2019년에는 인기 팀 KIA와 롯데의 감독이 후반기를 지휘하지 못했다. 김기태 전 KIA 감독은 2019년 5월 16일 KT전을 앞두고 직접 사퇴 소식을 전했다. 2017시즌 통합 우승 감독이지만 2019시즌은 43경기에서 13승1무29패, 승률 0.310을 기록하며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했다. 5연패를 당한 시점에서 결심을 굳혔다. 양상문 전 롯데 감독은 한 시즌도 채우지 못했다. 롯데가 전반기를 34승2무58패로 마치며 10위라는 숫자를 받아 들었고, 김종인 전 사장이 쇄신 차원에서 이윤원 단장과 양 감독과 결별을 결단했다. 대행 체제는 성공 사례가 드물다. 이전보다 높아진 승률을 기록하긴 했지만 앞서 언급한 네 팀은 발전을 보여주지 못했다. 한화는 이상군 대행 체제로 43승2무56패를 기록했다. 이전 승률(0.409)보다 조금 더 높았다. 순위는 8위. 유영준 단장이 현장으로 내려와 지휘봉을 잡았던 NC는 36승1무46패를 기록했다. 이 기간 성적은 8위였다. 시즌 전체 순위는 10위를 벗어나지 못했다. 박흥식 코치 대행으로 남은 시즌을 치른 KIA는 100경기에서 49승1무50패, 승률 0.495를 기록했다. 비교적 높은 승률이었지만, 5강 경쟁은 하지 못했다. 대행으로 50경기를 맡은 공필성 전 롯데 수석은 14승1무35패(승률 0.286)를 기록했다. 롯데는 2019시즌 최하위였다. 대행 체제가 성공한 사례는 2014시즌 LG다. 김기태 감독이 5월 23일 대구 삼성전을 끝으로 물러난 뒤 양상문 감독이 LG 사령탑으로 선임됐고, 5월 13일 롯데전부터 94경기를 맡아 52승1무41패를 기록했다. 9위에서 시작해 전반기를 7위로 마쳤고, 8월 22일 KIA전 승리 뒤 4위로 올라섰다.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끌었다. 대체로 대행 체제는 기민한 대처라는 표현이 무색할 만큼 효과를 보지 못했다. 구단도 이러한 데이터를 모르지 않는다. 대체로 경질을 위한 경질이거나, 도저히 동행이 어려울 때 내리는 결정이다. 자진 사퇴를 만류하지 못한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2020.06.07 20:04